━━━━ ◇ ━━━━
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점술가와 설해의 콘체르토 ~북쪽&남쪽~] 1화~5화

 

 

 

 

 

 

 

북쪽 나라의 설원을 향하던 북쪽과 남쪽의 마법사들. 그것은 간단한 마물 퇴치 임무였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아무도 없는 얼음 성을 발견하게 되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삶과 죽음도.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우리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는다네. 절대로.


1화



중앙의 수도는 역시 활기 차네.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고.

그 날, 나는 화려한 거리를 바라보며 중앙의 수도를 걷고 있었다.

???: 저기…….

……? 저 말인가요?

불러세우는 목소리 쪽을 보면, 검은 로브를 푹 뒤집어 쓴 수상한 남자가 길 옆에서 손짓하고 있다.

점술가: 저는 점술가입니다. 당신에게 약간 신경 쓰이는 결과가 나와서…….

그렇게 말하면서 그 남자는 큰 병에 담긴 물을 들여다보고,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그러고선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점술가: 하하…… 역시. 크고 불길한 그림자를 지고 계시는군요. 이러다가는 머지 않아 무서운 재앙과 만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주, 죽는다고요!?

점술가: 안심하십시오. 이 '행운의 구슬' 이라고 불리는 두 번 다시 없을 기적의 돌을 몸에 지니면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당신은 구원받을....

미스라: 헤에. 현자님, 죽는군요.

어렴풋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잘 알고 있는 세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스라! 브래들리, 오웬도…….

브래들리: 없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곳에서 딴 짓을 하고 있었던건가.

오웬: 우리 밥 사주기 싫어서 도망간 줄 알았어.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겠지?

등 뒤에 서 있는 세 사람은, 내 어깨 위에 누름돌처럼 팔꿈치나 팔을 받쳤다. 도망치지 말라는 듯이.

(히익……)

오늘 중앙 수도에 온 이유는, 스노우와 화이트를 포함한 북쪽의 마법사들과 할 다과회용의 과자를 사러온 것이다. ——제가 한 턱 내겠습니다. 그들에게서 평소의 불만을 듣고 있는 사이에 어찌된 영문인지 그런 쪽으로 얘기가 정리가 되어 반은 억지로 온 것이다.

도, 도망가거나 하지 않아요. 이 점술가 분이 제가 무서운 재앙을 만나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걸어와서....

브래들리: 하하! 그거 안됐네. 목숨이 있는 동안 즐겨라.

오웬: 저기, 그 얘기 자세히 듣고 싶네. 어떻게 죽어? 비참하게? 끔찍하게?

점술가: 아, 아뇨. 그, 행운의 구슬만 있다면 죽지는...

미스라: 행운의 구슬이 이건가요? 아, 터졌다.

오웬: 아아, 이래서야 현자님은 살 수가 없네. 엉망진창이 되어 죽을지도 몰라.

브래들리: 물어내, 미스라. 둘도 없는 기적의 돌이래.

미스라: 에에…… 귀찮네. 이 사람을 죽이면 변상하지 않아도 되는건가요?

점술가: 히익……!

점술가는 완전히 움츠러져 있다. 북쪽 마법사들의 박력에 이끌려 안쓰러울 정도로 떨고 있었다.

(아까 이 사람이 말했던 무서운 재앙이란건 이 세명이 아닌지……)

스노우: 이봐, 그대들.

화이트: 개인 행동은 금지일세.

그러는 동안 스노우와 화이트도 우리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껴 찾아왔다.

브래들리: 할 말 있으면 쟤한테 말해. 케케묵은 사이비 점술가 따위에게 걸려들어가지고는.

스노우: 점술가?

오웬: 현자님은 무서운 재앙을 만나서 죽을 운명이래. 불쌍하게도.

미스라: 행운의 구슬을 사면 도움이 된대요. 박살났지만.

스노우: ……헤에—. 과연, 점술가 말이지—.

화이트: —응. 그렇구나—.

무, 무슨 일인가요 둘 다.

화이트: 딱히—. 우리도 있는데, 현자는 바람둥이구나— 라고 생각해서.

바람둥이……!?

나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스노우와 화이트는 삐죽이던 입을 오므리며 빙그레 웃었다.

스노우: 농담일세! 싱겁구먼, 현자여. 점에 관심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면 될 것을.

화이트: 이런 요행수가 아니라 우리가 그대의 앞날을 봐줄텐데.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나를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스노우: ……그건 그렇다 쳐도.

웃음을 지운 두 사람이 점술가를 흘끗 곁눈질 했다.

스노우: 당당하게 우리의 현자를 속이려고 하다니…….

화이트: 약간의 벌이 필요하겠구먼.

점술가: 죄, 죄송했습니다……!

사람이 아닌 불안한 낌새를 느꼈는지, 쌍둥이의 미움을 받은 점술가는 파랗게 질려 뒹굴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떨어진 듯, 흰 돌이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 무더기로 뿌려졌다.

미스라: 뭐야. 행운의 구슬, 또 있잖아요. 잘 됐네요, 현자님.

아, 아하하…….

스노우: 어쩔 수 없구먼. 저 점술가 대신 내가 그대의 미래를 점쳐 주마. 현자여, 손을.

아…….

스노우와 화이트의 특기는 예지와 점이라고 전에 그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예언했던 미래는 결코 빗나가는 일은 없다고 한다.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 점……. 굉장히 흥미롭긴 하지만)

동시에 작은 공포 같은 것도 느끼게 되는 건 어째서일까.

스노우: ……과연. 현자여, 오늘 다과회는 매우 떠들썩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






좋아. 무사히 홍차도 준비 됐고, 이젠 이걸 들고 가면 되겠지.

북쪽의 마법사들과 많은 양의 과자를 사들이고, 나는 마법서로 돌아갔다.


2화


기다리셨죠. 아, 남쪽의 마법사분들도 계셨네요.

스노우 / 화이트: 현자 쨩, 어서 와—!

피가로: 여, 현자님. 얘기는 들었어. 지금부터 북쪽의 마법사들과 다과회를 한다며?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

(세 명이 드물게 조용하네. 피가로가 있어서 그런걸까.)

루틸: 그 다과회, 괜찮으시다면 저희도 함께해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과자도 잔뜩 사왔으니 부디 함께 해주세요.

미틸: 아싸! 감사합니다, 현자님. ……저기, 북쪽의 마법사님들도.

스노우: 괜찮네. 다과회는 사람이 많을수록 즐거우니까 말일세.

화이트: 미스라와 오웬과 브래들리도 흔쾌히 수락했네.

브래들리: 칫. 뭐야, 이 떳떳치 못한 체면은. 모처럼 현자의 돈으로 맛있는 걸 잔뜩 먹을 줄 알았는데.

오웬: 내 과자 만지면 죽일 거야.

미스라: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이제 먹어도 되나요.

루틸 / 미틸: 에……?

피가로: 이렇듯이 그들은 수줍음이 많으니까. 솔직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참여를 환영해 주고 있는 것 같네.

아하하…….

피가로의 절묘한 팔로우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스노우에게 다가갔다.

저기, 스노우.

스노우: 응?

아까의 예언, 정말 맞았네요. 떠들썩하게 다과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스노우: 호호호. 뭐어,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세.

스노우 / 화이트: 그러면, 준비가 되었으니…… 북쪽과 남쪽의 마법사들의 즐거운 다과회 시작일세!

아주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열 명이서 함께 다과와 과자를 즐긴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남쪽 마법사들에게 들려주었다.

레녹스: 수상한 점술가?

루틸: 현자님, 속으실 뻔 하신건가요?

네. 북쪽의 마법사들 덕분에 별일 없이 끝났지만요.

스노우: 흠. 위험할 뻔했었지.

화이트: 우리 귀여운 현자의 대위험이었었다. 그렇지, 그대들이여.

어미새처럼 번갈아 가며 내 입으로 케이크를 밀어 넣던 스노우와 화이트가 말한다. 그러자 미스라가 벌떡 일어섰다.

미스라: …….

미, 미스라……?

미스라: ……이 쿠키 질기지 않나요? 별로 달지도 않고요.

루틸: 그건 접시예요! 먹으면 배탈 난다구요.

미틸: 쿠키는 이쪽에 있으니까요!

오웬: 괜찮잖아. 먹고 싶은 만큼 먹여줘. 미스라에게 잘 어울리니까.

브래들리: 어이,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술은 어디냐, 술! 이렇게 달콤한 것만 먹을 수 있겠냐고.

화이트: 그대들, 우리들의 이야기 전혀 듣고 있지 않구먼…….

피가로: 그래서 말을 걸어왔다는 건 점술가 사기꾼? 운이 없다고나 할까,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네. 하필이면 스노우님과 화이트님 앞에서 현자님을 점치다니.

스노우: 흠, 당연하지. 우리의 점괘는 백발백중이니까 말일세.

화이트: 우리만큼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자는 이 세계에 거의 없을 것이다.

미틸: 그런가요!?

루틸: 두 분 정말 대단하시네요……!

스노우 / 화이트: 흐흥, 뭐!

히어로 쇼를 보고 있는 아이처럼 형제의 눈은 빛나고 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스노우와 화이트는 크게 가슴을 젖혔다.

미틸: 그럼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은 미래의 일도 알게 되는 건가요?

스노우: 물론.

루틸: 빗나가거나 하지는 않나요?

화이트: 단 한 번도 없네.

루틸 / 미틸: 멋있어—!

스노우 / 화이트: 기분 좋아—!

미틸: 앞일을 알다니, 정말 대단하다……. 나도 그런 힘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미틸의 말에, 스노우는 상냥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스노우: 미틸은 점에 관심이 있는건가. 간단한 거라면 알려주겠네.

미틸: 정말인가요?

스노우: 음. 홍차점이라고 하는데, 홍차 찻잎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게야. 홍차를 다 마시고 남은 찻잎 모양으로 앞날을 점치는 거지. 어때, 재밌어 보이지 않은가.

찻잔에 홍차를 따르면서 스노우는 설명을 시작했다. 미틸과 루틸은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대충 설명을 한 다음, 스노우는 그저 과자를 먹고 있는 북쪽의 마법사들을 힐끗 쳐다 보았다.

스노우: 그럼, 모처럼이니 우선은 내가 점을 봐주마. 일단은 우리 얘기를 무시하는 불량배들의 미래를 말이지.

미스라: 하?

오웬: 어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브래들리: 네놈들의 운세같은 걸 들으면, 과자가 맛없어지잖아.

스노우 / 화이트: 그런 거 몰라—!

스노우 / 화이트: 흠흠, 과연 과연…….

세 사람이 다 마신 홍찻잔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스노우와 화이트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스노우: 오웬이여, 그대는 가까운 미래 그 몸에 얼음의 칼날이 꿰일 것이다.

화이트: 브래들리, 그대는 가까운 미래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을 기회를 빼앗길 것이다.

스노우: 미스라여, 그대는 가까운 미래에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깨우게 될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뒤숭숭한 운세 결과에 나도 모르게 할 말을 잃고 만다.

스노우: 우리의 예언은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그 일을 잊지 않고 지내는 게 좋아.

세 명 모두 쌍둥이의 운세 결과를 듣고 반발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

뜻밖에도 매우 얌전한 얼굴로 쌍둥이의 예언을 음미하는 듯한 침묵이 내린다.

(절대 빗나가지 않는 예언.... 그럼 세 명의 가까운 미래에 큰일이 일어난다는 것?)

저기…….

스노우: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 현자도 우리의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스노우: 그렇다면 오늘 밤에 차근차근 가르쳐 주겠네. ……특별히.


3화








그날 밤, 잠든 나를 노크 소리가 깨웠다.

(……응? 누가 왔나……?)

반쯤 잠든 머리와 몸을 이끌고 방문을 연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스노우: 현자여, 데리러 왔네.

스노우였다.

재앙의 상처로 스노우와 화이트는 밤새도록 그림에 갇혀 있을 터인데, 그는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옆에 화이트의 모습도 없다. 밖은 어둑어둑해 보이지만 벌써 새벽이 온것이라 생각했다.

스노우, 무슨 일인가요? 데리러 왔다니…….

스노우: 말하지 않았는가. 그대에게는 특별하게 점을 가르쳐 주겠다고. 자, 손을.

스노우의 손에 이끌린 채 방에 나오자, 주위의 풍경이 가볍게 바뀌었다. 눈치채고 보니 숲속을 걷고 있었다.

에……?

스노우: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로 나를 따라와.

앞에 가는 스노우도 어느새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아닌 손이 내 손을 잡고 이끌어 간다. 이윽고 깊은 숲속에 작은 테이블이 나타났고, 거기서 스노우의 발이 멈췄다. 테이블 위에서는 홍차가 김을 내뿜고 있었다.

스노우: 자, 홍차점을 시작하기로 하지. 홍차 겉면에 달을 비추고 천천히 들이키는 걸세. 컵에 남은 찻잎이 우리의 운명을 가리킬 것이다.

올려다보니 바로 위에 달의 모습이 보였다. 세상의 중심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나는 시키는 대로 잔을 들어 홍차에 달의 모습을 비추었다.

(남은 찻잎이, 운명을……)

공포인가 긴장감인가,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컵에 입을 대기 직전, 중앙 거리에서 만난 가짜 점술가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스노우. 가짜 점술가는 행운의 구슬이 있으면 나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스노우: 바뀌지 않네.

여지를 끼지 않는 단호한 말투였다.

스노우: 그것이 잡동사니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령 행운의 구슬이 희귀한 것이라고 해도, 마력을 간직한 보배라고 해도 마찬가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삶과 죽음도, 정해진 운명을 결코 바꾸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항거한다 하더라도 정신을 차리면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서 있어. 운명이란 그런 것일세.

홍차를 마시는 나를 지켜보면서 스노우는 말했다. 와삭와삭, 구역질하듯 숲의 나무들이 흔들린다.

(운명은, 바꿀 수 없어……)

스노우의 말이 떫은 맛을 머금은 홍차와 함께 목구멍 아래로 떨어진다.

(……그렇다면 미래가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거지.)

바꿀 수 없는 운명을 계속 쳐다볼 뿐. 그 앞으로 이어질 미래가 얼마나 무심하고 가혹한 전망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편리한 힘이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도 많이 있지 않을까.)

스노우: ……그대는 상냥한 아이구먼. 편리할지 어떨지는 제각각이겠지만, 우리는 이 힘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네.

내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이, 스노우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스노우: 바꿀 수 없는 운명에 발끈하며 우리를 죽이러 온 불량배들도 분명 있었지.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스노우: 밤하늘에 별이 있듯이, 운명도 어둠만이 아니니까. 기다리는 사람이나 기회를 가르쳐주면 기뻐하고, 때로는 고마워하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장난이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네.

밝은 달빛 아래,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비슷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 번 끊긴다.

스노우: ……뭐, 우리들의 예언을 믿지 않았던 마녀도 있었지만. 그것은 얼음 같이 아름다운 마녀였었다.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있다고 예언해 주면 발끈했었지.

스노우는 뭔가 생각난 듯,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스노우: 그것은 언제 적 일이었더라…….

이어 말하려던 스노우가 내 잔에 시선을 멈춘다.

스노우: 오오, 홍차를 다 마신겐가. 보여 주게나.

스노우: ……호오, 이것은.

컵 바닥에 남은 찻잎을 보고, 스노우는 미소를 지었다.

스노우: 가까운 미래, 그대는 북쪽의 나라에서 '거대한 재앙' 의 이변에 대한 의뢰가 들어온다. 이 의뢰는 북쪽과 남쪽의 마법사들이 맡을 것 같군.

굉장히 구체적이네요…….

스노우: 나만큼의 힘이 있으면 아주 구체적인 미래를 보는 것도 가능하지. ……하지만, 그곳에서 그대는 무서운 재앙을 만난다. 죽음마저 예감하게 될 것이야.

에…….

스노우의 말에 떨림이 느껴진다. 낮에 만난 가짜 점술가와 비슷한 말을 했지만, 그 설득력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스노우: 하지만 두려워 할 것은 없네. 현자의 마법사들이 분명 그대를 지킬 거야.

스노우: 나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는다네. 절대로.










……윽!

퍼뜩 잠이 깼다. 그곳은 숲속이 아니라 낯익은 침대 위. 아침을 맞은 방 안은 벌써 밝다.

(……아까 것은 꿈이었나.)

묘하게 현실감 있는 신기한 꿈이었다. 숲을 거니는 감각도, 마신 홍차의 맛도 아직 몸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때, 꿈과 링크하듯 노크 소리가 크게 울렸다.

콕로빈: 안녕하세요, 현자님.

콕로빈 씨?

콕로빈: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긴급한 의뢰가 날아들어와서…….

(설마…… 예지몽?)


4화


루틸: 정말로 좋은 날씨네요! 눈보라가 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미틸: 북쪽의 나라는 정말 새하얗네요……. 현자님, 춥지는 않으신가요?

네. 여러분이 마법을 걸어주신 덕분에 괜찮아요.

피가로: 북쪽 나라의 추위는 치명적이니까, 무리는 금물이야.

피가로: 그나저나 뿔토끼 이상발생인가. 긴급 의뢰가 올 만해. 사랑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그건 육식이니까. 마을까지 내려오면 큰일이야.

레녹스: 네. 하지만 이 지역에 뿔토끼가 별로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거대한 재앙'의 영향인걸까요.

피가로: 어떠려나. 오히려 더 맹맹한 마수가 많은 지역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의뢰를 받고 찾아간 곳은 북쪽 나라 설원. 무더기로 나타난 뿔 달린 흉포한 토끼의 마물을 조속히 구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북쪽의 마법사 관할이었지만, 아침 일찍 부탁하러 갔다가 즉석에서 거절당하고 만 것이다.





스노우: 떼 쓰지 말거라. 현자가 곤란해 하고 있지 않은가!

화이트: 이래서 북의 마법사들은 결속력이 없다고 듣는 걸세!

브래들리: 알까보냐. 토끼 사냥이라니, 이 브래들리님이 할 만한 일이 아니야.

그걸 어떻게 좀 부탁드릴 수 없을까요……?

브래들리: 다른 약한 놈들 시켜. 난 바빠.

미스라: 맞아요. 브래들리는 이제부터 저의 주술 실험대가 되어줄거라서 무리네요.

브래들리: 하? 뭐야 그게.

미스라: 지금 문득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당신이라면 쉽게 죽지 않을거고, 괜찮죠.

브래들리: 웃기지마! 네 나쁜 취미에 놀아날 바에는 토끼를 사냥하러…….

미스라: '아르시무'

스노우: 앗.

아, 둘 다 사라져 버렸네요…….

스노우: 미안하구먼, 현자여……. 오웬도 아침부터 모습이 안 보이네. 아마 도망친 것이겠지.

화이트: 그녀석들을 모으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미안하지만 이번 임무는 다른 마법사들에게 부탁해도 되겠는가?





(남쪽 마법사들이 대신 맡아줘서 다행이다……. 그건 그렇다 쳐도, 스노우의 예언이 반쯤 맞아버렸네)

광활하게 빛나는 눈밭에 눈을 돌리면, 하얗게 물결친 경치 너머로 여러 개의 펄쩍펄쩍 뛰는 그림자가 보인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무리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피가로: 작전과 역할을 정하자. 무리는 하지 않도록. 위험해지면 도망갈 거야. 미틸과 루틸은 뿔토끼 구제. 레노는 둘의 엄호. 괜찮지?

레녹스 / 미틸: 알겠습니다.

루틸: 피가로 선생님은요?

피가로: 난 뒤에서 현자님의 안전을 맡을게. 현자님, 나를 꼭 잡아줘.

네, 잘 부탁드려요.

피가로: 그럼, 시작해볼까.

일제히 마법사들이 빗자루 위에 걸터앉는다. 손에 마도구를 들고 각자 움직이려던 그때, 우리 눈앞에 갑자기 큰 문이 떠올랐다. 이내 문은 난폭하게 열리고, 평소보다 당황한 분위기의 미스라가 나타난다.

미스라: 다행이다. 아직 토끼의 먹이가 안되어서.

루틸 / 미틸: 미스라 씨?

스노우: 이봐, 잠깐 기다려!

화이트: 성급한 녀석이구먼.

미스라의 뒤에서 북쪽 마법사들도 줄줄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요!? 역시 본인 나라의 이변이 궁금해서……?

오웬: 그럴 리가 없잖아. 미스라 때문이야.

브래들리: 저녀석, 남쪽 놈들이 임무하러 갔다는 영감들의 말을 듣자마자 여기에 문을 연결하고 우리를 밀어넣었어.

오웬과 브래들리는 본의 아니게 눈밭에 내려섰다.

루틸: 미스라 씨……. 혹시 저희 임무를 도우러 와주신건가요?

미스라: 아뇨, 도와줄 생각은 없는데요.

미틸: 에, 하지만…….

미스라: 당신들은 물러나 계세요. 여기는 제가 속공으로 끝낼테니까.

루틸 / 미틸: 에에!?

루틸: 저기, 미스라 씨. 이번 임무는 저희가 맡은 거고, 할 수 있으면 같이 했으면 하는데요....

미틸: 맞아요! 확실히 저는 미스라 씨처럼 강한 마법은 쓸 수 없지만...

미스라: 저 토끼들을 쓸어버리면 되는거죠. '아르시……'

미, 미스라. 저도 부탁드릴게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나요?

미스라: ……하아. 뭐, 조금이라면 괜찮지만.

형제의 안부를 확인한 미스라는 안심했는지 목뒤를 긁고 있다.

(이건…… 스노우의 예언이 완전히 맞은 것이 되네. 그렇다면 이 후 죽음을 예감하게 되는 무서운 재앙을 만난다는 것도……)

새삼 예언의 힘을 실감하며 스노우를 바라본다. 그랬더니 내 불안한 마음을 헤아렸듯이 상냥하게 눈을 가늘게 뜨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안심해라' 라며 그 눈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스노우: 임무 자체를 뺏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건 원래 우리가 맡았어야 할 임무였으니까 말일세.

화이트: 맞네, 도와주는 것도 도리. 그건 그렇고 뿔토끼의 구제였던건가.

오웬: 뭐야, 그것 뿐?

브래들리: 얼른 끝내고 가자고.

빗자루 위에 올라탄 북쪽의 마법사들이 눈 저편으로 흩어져 간다.

레녹스: 금방 끝날 것 같네요.

피가로: 아하하, 뭐 도와주는거니까 상관없잖아. 다 같이 치우고 빨리 돌아갈까.

뿔토끼 무리는 엄청난 수였지만, 북쪽 마법사의 도움 덕에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되었다. 뿔토끼가 모조리 차지하고 있었던 설원은 엄숙했던 정적을 되찾았다.

스노우: 대충 정리된 것 같구먼.

화이트: 슬슬 돌아가도 되겠지.

루틸: 레노 씨, 미틸. 이거.

레녹스: 고마워.

미틸: 형님, 감사합니다.

피가로: 루틸, 뭘 나눠주고 있는거야? 초콜릿?

루틸: 네. 추울 때와 지칠 때를 대비해 단걸 가져왔어요! 선생님도 어떠신가요?

피가로: 루틸은 눈치가 빠르네. 그럼, 한 개 받을까.

오웬: 나도 먹을래.

미스라: 저도 먹을래요.

(미끼에 모이는 작은 새처럼 루틸의 손에 떼지어 모이기 시작했다……)

하품을 하던 브래들리가 문득 설원 쪽을 바라보더니 눈을 찡그린다.


5화


브래들리: ……어이, 저쪽에 한 마리 튀고 있는 뿔토끼가 있는데. 아마 저게 마지막일 거고, 처리하고 올까.

그렇게 말하면서 마도구인 총을 겨눈다. 조준을 맞춰서 방아쇠에 손을 걸었을 때, 브래들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브래들리: ……뭐야?

왜 그러시나요?

브래들리: 저기 멀리 건물 그림자가 보여. 윤곽을 봐서는, 저건 성이네.

미틸: 성?

루틸: 이런 곳에 성이요?

오웬: 환각이라도 본 거 아니야. 토끼를 너무 쫓아가서 눈이 이상해진거네.

브래들리: 바보 같은 소리, 나는 눈이 좋아. 적어도 한쪽 눈을 다른 사람과 교환한 녀석보다는.

스노우 / 화이트: …….

스노우와 화이트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피가로도 경계하듯이 그쪽을 본다.

루틸: 성……. 혹시 그거 아닐까요?

그거?

루틸: 확실히 오즈 님은 북쪽의 나라에 훌륭한 저택을 가지고 계셨었죠? 그러니까 오즈 님의 성인게....

루틸의 천진난만한 물음에 북쪽의 마법사들은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하아?

브래들리: 망할 오즈의 성을 잘못 볼 리가.

미스라: 오즈의 성은 여기서 볼 수 있는 거리에 있지 않고, 만약 오즈의 성이었다면 진작에 습격했을 거에요.

스, 습격은 하면 안돼요.

루틸: 맞아요. 간단한 선물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야죠.

스노우: 오즈는 아니더라도 성이라고 한다면 마법사의 거처겠지.

화이트: 인간이 그런 걸 지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땅이 아니니까.

지금은 평온해 보이지만, 극한이라는 말조차도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북쪽의 나라다. 일단 날씨가 거칠어지면 인간의 생활 따위는 날아가 버리겠지.

레녹스: 오즈 님이 아니라면, 누가 살고 있는 성일까요?

미간을 찌푸린 스노우와 화이트는 투덜거리며 계속 성을 노려보다가, 번쩍 번뜩이는 듯이 외쳤다.

화이트: 맞아, 생각났다!

스노우: 저건 마녀 게르다의 성일세!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마녀 게르다?

의외의 이름을 들은 듯이, 북쪽의 마법사들은 눈을 깜빡인다.

브래들리: 이름 정도는 들어봤어. 분명, 얼음의 게르다였었나.

피가로: 아아, 있다 있다. 그 무서운 마녀. 아는 사이였나요?

화이트: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스노우: 그녀석의 일이 바로 생각나지 않다니, 나이는 먹고 싶지 않은 것이구먼.

스노우와 화이트는 반가운 듯 말하기 시작했다.

스노우: 게르다는 얼음처럼 굉장히 아름답고, 그 이상으로 무서운 마녀일세.

화이트: 우리에게도 겁먹지 않고 덤벼 들었다. 그 정도로 게르다는 막강하고 위험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

스노우: 하지만 안심하는게 좋네. 그 마녀는 우리가 오래 전에 퇴치했으니까.

과연…….

(얼음처럼 아름다운 마녀. 확실히 스노우가 어제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브래들리: ……현자도 성을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같이 보물찾기라도 하러 가자고.

에?

브래들리는 문득 나를 집어올리더니, 그대로 빗자루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

오웬: 어이, 앞질러 가지마.

미스라: 맞아요. 마나석이 있다면 그건 전부 제거니까요.

루틸: 여러분, 잠……! 아아, 셋 다 날아가 버렸어요.

미틸: 혀, 현자님이 납치당했다…….

피가로: 이런이런, 막무가내네. 하지만 성도 궁금하고, 우리도 가볼까.

화이트: 정말이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스노우: 말을 듣지 않는 녀석들 뿐이군…….






(주, 죽는 줄 알았다……)

그 성은 눈밭을 조금 날아간 끝에 서있었다.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큰 순백의 성이다. 설경에 우뚝 선 그것은 희끄무레하게 빛을 되튀기어 눈이 부시다.

미틸: 대단해, 모든 것이 하얘요.

전부 눈으로 만들어진걸까요. 예쁘네요…….

미스라: 그런가요? 뭔가 수수하지 않나요?

얼어붙은 성은 닿으면 부서질 것 같았다. 넋을 잃고 보니, 정면의 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깨달았다.

루틸: 계속 열린 채로 있었던걸까요. 아무도 없다고는 해도 뿔토끼가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레녹스: 일단 성 안을 확인해보자.

활짝 열린 문을 지나 발을 들여놓았지만 성 안은 캄캄했다. 둘러봐도 빛이 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스노우와 화이트가 마법으로 밝게 비춰준다. 비로소 성의 내부가 보였다.




우와…….

성의 외간만큼이나 하얀 눈의 큰 방이 펼쳐져 있다. 천장까지 뻗은 기둥이나, 책상이나 공간을 장식하는 모든 것들이 차갑게 얼어붙어 숨을 삼킬 정도로 아름답다.

(확실히, 얼음 마녀가 살 것 같은 분위기네……)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성은 정적에 싸여 있고 스노우들이 말했던 대로 일제 인기척이 없었다.

브래들리: 하, 달아오르기 시작했네. 이 정도의 성이면 보물찾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웬: 아직 하고 있구나, 좀도둑 생활.

브래들리: 좀도둑이 아니야. 도적단의 우두머리, 브래들리라고 불러라.

오웬: 마법사의 성이라면 모아놓은 건 보물이 아니라 마나석이잖아. 찾아서 가져와, 브래들리님.

미스라: 질이 좋은 마나석들을 저에게 주세요, 브래들리 님.

브래들리: 비아냥 거리는거 아니야!

떠드는 세 사람을 곁눈질로 빙 둘러보았다. 문득 벽에 걸린 값비싼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꽤 큰 거울이네……. 얼음으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잘 보이려나)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내 몸이 거울에 비친다. 거울 속의 나는 왠지 본 적도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루틸: 어라? 현자님, 좋은 의상이네요. 언제 갈아입으신건가요?

에?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