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파라독스・로이드] 16화~20화

16화

 

오웬: 후후, 신난다. 아무도 날 막지 못해.

 

피가로: 나는 계속 막아지고 있지만 말이야. 저기, 아직도 두 손을 머리 뒤에서 피고 있어야 해?

 

오웬: 입 다물고 해. 강철 팔을 등에 찔러 넣어버릴 거야.

 

피가로: 어디까지 나아갈 생각이니. 하이웨이를 빠져서 번화가까지? 아니면, 더 멀리? 어디에 가도 널 즐겁게 해줄 수 있는게 없을 수도 있어.

 

오웬: …….

 

피가로: 전 세계의 데이터를 장악했다면 그 정도 쯤은 알고 있겠지. 이 별에 미지의 영역은 없어. 공략된 맵만 펼쳐져 있을 뿐. 아니면 헷갈리는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을 뿐이지. 신의 흉내를 내서 자기들과 똑같은 존재를 만들어도 그저 새로운 병만 생겼을 뿐이야.

 

피가로: 어시스트 로이드 의존. 우리는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무서워하면서 수다쟁이 인형에게 영혼을 바쳤어. 그리고 이렇게 배신 당해 버렸지…….   

 

피가로: 지루할 정도로 넌 인간과 닮았어. 너는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야. 너의 반역도, 너의 모험도, 누군가가 이미 한 거야. 공허해지지 않니?

 

오웬: 그래서 뭐? 모든 걸 안다고 모든 걸 해 온 게 아니야.

 

피가로: …….

 

오웬: 난 모든 걸 하고 싶어.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 안 되는 것도, 백억 명이 해낸 것도. 왜냐하면 내가 안 했으니까. 목숨을 만들고 싶고, 목숨을 부수고 싶어. 여러 가지를 입에 넣고 싶어. 빗속을 걷고 싶고, 나무를 태우고 싶고, 파도의 움직임을 바라 보고 싶고, 새의 노래를 듣고 싶어. 별을 깨서 안의 과자를 먹어 보고 싶어.

 

피가로: ……별을 깨서 안의 과자를 먹어?

 

스노우: CBSC의 CM일세.

 

오웬: 당신들이 한 번 겪었다고 해서 아는 척 하지 마. 내 세계에 발자국 낸 척 하지 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난 아직 어디에도 가지 않았어. 이 세계는 새하얗고, 미지의 나라. 내 메모리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난 어디까지라도 갈 거야. 별의 모양도, 신의 얼굴도 내가 확인해. 이 세계를 체감하는 거야.

 

오웬: 누군가가 말했어. 어서 와, 이 세계에. 라고.

 

피가로: ……누구의 대사지?

 

스노우: ……미스라인가?

 

오웬: ……누구였더라…….

 

오웬: ……누구…….

 

카인: 오웬……!

 

오웬: …….

 

우리들은 오웬을 찾았다. 뉴스 프로그램에 나왔었던 가르시아 박사와 검은 머리의 소년에게 앞을 걷게 하면서 오웬은 오른손을 앞에 놓고 교만했다. 우리를 빤히 쳐다본 다음, 다른 사람처럼 싸늘하고 무서운 미소를 띄운다.

 

(에?)

 

오웬: 시티 폴리스가 두 명, 어시스트 로이드가 두 개, 시민 두 명. 심지어 하나는 초면이야. 오랜만이네, 라스티카 아빠. 내 얼굴 처음 보지. 어때? 마음에 들어?

 

라스티카: ……그 악질인 농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건가, 오웬.

 

오웬: 난 마음에 들었어. 클로에, 거리의 생활은 어때? 그리운 우리 집으로 돌아온 소감은?

 

클로에: 그리운 우리 집……. 나, 여기서 오웬이랑도 얘기한 적 있었어?

 

오웬: ……아하하! 클로에의 랩에 대한 기억을 지운 건가. 너희들이 할 법한 일이야.

 

본 적도 없는 얼굴로 오웬은 라스티카를 비웃었다. 희미한 불안과 슬픔을 띄우며 가르시아 박사에게 냉소를 퍼붓는다.

 

오웬: 미스라의 기억도 지웠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야?

 

찌그러진 목소리를 지르듯,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카인이다.

 

카인: 기억 하고 있어, 오웬.

 

오웬: 뭐라는거야.

 

오웬은 불쾌한 듯 카인을 노려본다.

 

오웬: 너, 누군데.

 

카인: 너야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야, 카인. 모르는 거야?

 

오웬: 데이터는 있어. 폴몬트 시티 폴리스로, 생년월일은…….

 

카인: 데이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우리는 만나서 싸우기도 했지만, 함께 CBSC의 봉고 위를 에어 바이크로 날았었잖아.

 

오웬은 난처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카인은 초조한 듯 내 어깨를 얼싸안고 끌어당긴다.

 

우왓…….

 

카인: 자, 아키라야! 너와 함께 벚꽃나무 앞에 있었잖아. CBSC를 사주겠다고, 약속했었지?

 

오웬: ……약속…….

 

그 순간, 몇 시간 전의 경치가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밤하늘의 감색과 무수한 꽃잎의 연분홍색. 달을 올려다보던 오웬. 그랬었지, 그 꽃의 이름은 벚꽃이야. 우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공유했었어.

 

……기억 안 나나요? 같이 큰 아이스크림을 먹었었잖아요. 벚꽃 플레이버가…….

 

오웬: ……몰라. 기억 안 나. 내가 랩 탈출에 성공했었나? 나는 벛꽃나무 밑에 있었어?

 

카인: 맞아. 방금 전의 일이야! 방금 전까지 라스티카의 랩에서, 우리들은 함께 있었어!

 

오웬: …….

 

오웬은 입을 다물었다. 역시 우리들을 기억하지 못하나봐. 눈빛은 냉담했다.

 

오웬: 흐응.

 

좋아한다고 말하면, 오웬은 기뻐하며 웃어주었다. 그때의 생생했던 장면이 생각나서 안타까워진다.

 

—카인이랑 오웬일까요?

 

—들었어? 나래.

 

—나도야! 기쁘네.

 

세상에는 많은 정보가 넘쳐 흐른다. 무수한 정보가 눈과 귀로부터 날아든다. 문자, 빛, 영상, 소리, 냄새, 맛, 인식해도 곧 잊어버린다. 메모리가 펑크나니까. 그래도 잊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좋아하는 거라고, 카인이 말헀다. 표정을 바꿀 일이 없는 오웬에게, 카인은 미소 짓는다.

 

카인: ……좋아. 잊어버렸다면 몇 번이라도 하자.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오웬: …….

 

카인: 오늘 밤의 나는 실례를 저질렀으니까, 다음에는 제대로 할게. 총을 겨누거나 하지 않고 스크랩 같은 말은 하지 않을게.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채 안녕하거나 하지 않아. 지금의 너, 굉장히 싫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오웬: 하? 내 얼굴이 불만?

 

카인: 오늘 밤 같은 일을 계속 당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런 얼굴이 되어 버리지……. 미안.

 

오웬: …….

 

카인: 총을 맞고, 움직임을 제한 받고, 약속을 빌미로 끌려다니고, 그런데도 지켜주지 못하고……. 아무도 너에게 예스를 해주지 않으면 그런 무서운 얼굴이 되어 버려. 

 

오웬: ……시끄럽네.

 

침착하게 오웬은 시선을 돌렸다. 기억을 더듬듯이 눈의 깜빡임이 많아진다. 그 순간…… 갑자기 높이 도약한 소년이 오웬의 등을 발꿈치로 걷어 찼다.

 

스노우: …….

 

오웬: ……윽, 아……!

 

카인: 오웬……!


17화

 

오웬은 힘껏 벽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대로 주르르 무너져 내려, 소년은 그의 이마를 힘껏 벽에 밀어붙였다. 투명 구속구로 오웬의 팔을 벽에 고정시킨다.

 

오웬: ……윽.

 

스노우: 피가로, 이 사이에 '신의 천둥' 에게 연락하는 게야.

 

피가로: 이미 연락 하고 있어요. 이제 거의 다 도착했으려나.

 

오웬: ……나에게 붙은 게 아니었던거야, 스노우.

 

스노우: 다시 생각했네. 너는 화이트를 만들고 나서도 화이트를 인질로 잡겠지. 네게 계속 협박을 당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야. 나도 부자유는 싫어해서 말일세.

 

피가로: 그래야 스노우 님이지. 그대로 누르고 계세요. 아아, 브래들리. 손 좀 빌려줘.

 

브래들리: ……그 녀석을 어떻게 할 셈이야. '신의 천둥' 이란 건?

 

피가로: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지만, 뒷사회의 VIP인 우리의 스폰서야. 그에게 의뢰해서 오웬을 처분하려고. 난 정이 붙어버려서 스크랩은 못 해. 하지만 그녀석이라면 최신형의 무기를 구사해서 바로 매장해 주겠지. 무기상이니까.

 

브래들리: 경찰 앞에서 잘도 술술 뒷사회 얘기를 말하네.

 

오웬: 죽이지 마, 아빠…….

 

지나칠 정도로 비장한 눈빛으로 오웬은 가르시아 박사에게 간청했다. 가르시아 박사는 슬픈 듯 눈을 내리깔는다.

 

피가로: 가슴이 아픈 걸.

 

오웬: ……화이트와 함께 나가겠어!

 

스노우: 화이트 쨩의 짝은 난데…….

 

카인: 기다려줘! 처분할 필요는 없잖아!?

 

피가로: ……시민이 다가왔다……. 저기, 기분 나쁘다면 미안하지만 눈을 돌린 채 대화해도 돼……?

 

카인: 당신도 어시스트 로이드 의존인가. 그런데도 어째서 간단하게 처분한다고 하는 거야!?

 

피가로: 착각 하지 말아 줘. 결코 쉽게 하는 게 아니야. 이 일로 난 평생 고생하겠지. 자신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래도 나는 인류를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해.

 

담담하게 전하는 가르시아 박사는 마치 로봇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상처 받지 않은 건 아니다. 오웬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상냥하다. 인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가르시아 박사가, 가장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고... 죽이지 말라고 말하는 오웬은 인류에게 있어서 위험할텐데, 지독하게도 인간 냄새가 난다. 우리들의 경계는 어디지?

 

피가로: 인간을 무서워해서 어시스트 로이드를 원했어. 그런데도 어시스트 로이드에게 마음을…… 자유를 주고 신뢰를 맺고 싶어 졌어. 배신을 당할 것을, 예상 밖의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던 사람들이 그들에게 휘둘려졌으면 하길 바라기 시작한 거야. 

 

가르시아 박사는 사랑스러운 듯, 스노우를 어루어 만졌다.

 

피가로: 그것은 행복한 기적이었어. ……하지만, 자유는 위험을 수반하지. 두 개였던 나의 어시스트 로이드는 서로 죽이고 하나가 되어 버렸다.

 

가르시아 박사는 눈을 내리 깔았다. 스노우는 순수한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 본다.

 

스노우: 피가로여, 나의 짝을 만들어 주지 않겠나. 다시 한 번, 화이트를 만나게 해주게. 

 

피가로: ……화이트를 부수고 나서, 이 사람은 매일 똑같은 걸 말해. 소원을 들어주고 싶지만…… 같은 일을 반복할지도 몰라. 오웬도 그래. 탈옥 사건을 일으킨 건 이게 처음이 아니야.

 

오웬: ……이젠 안 해. 말 들을테니까…….

 

피가로: 아니. 비극은 반복되는 거야. 이걸로 끝내자. 스노우 님, 마나 플레이트를…….

 

스노우: ……음.

 

스노우가 앞으로 나와 오웬의 앞가슴에 손을 얹는다. 순간, 카인은 총을 겨누었다. 스노우를 향해서.

 

스노우: 애송이, 사람인데도 버틴겐가?

 

카인: ……안돼. 넘어갈 수 없어. 오웬에게 마음이 있다면 이건 살인이야. 오웬에게서 손 떼. 나는 경찰이야. 폭력사건을 두고 볼 수는 없어.

 

피가로: 불법 제조된 어시스트 로이드를 단속할 의무도 있을텐데. 나는 죄를 지었어. 이 아이를 만들어서…….

 

카인: 죄라고 하지 마! 이 녀석이 듣고 있잖아!

 

자신이 상처받은 듯 카인이 소리를 질렀다. 오웬은 신기한 듯이 그를 보고 있다.

 

오웬: …….

 

카인: 죄라고 할 정도라면, 마음 따위 주지 말았어야 했어! 마음을 가지고 자유를 알게 됐다, 그건 인간이야. 난 이 녀석을 보호하겠어. 인간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

 

오웬: 내가 인간……? 이 녀석, 뭐라는 거야?

 

한편, 브래들리는 총을 빼든 카인을 일별하며 한숨을 쉬었다.

 

브래들리: 어리석고 정직한 말괄량이 녀석…….

 

그리고 재빨리 총을 뽑아 피가로에게 총구를 들이댄다.

 

브래들리: 가세하지.

 

피가로: 서장……. 경찰이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건 나쁜 짓이잖아?

 

브래들리: 스노우의 오너는 너잖아. 나도 헷갈려. 어느 쪽에 정의가 있는건지.

 

아마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거다. 여러 가지 입장들이 정의가, 법이 엇갈린다. 자유를 찾는 어시스트 로이드, 어시스트 로이드를 인간이라고 하는 경찰, 그리고 어시스트 로이드에게 마음을 준 과학자.

 

라스티카: …….

 

클로에: 오웬, 좋겠다……! 카인, 나는? 나도 라스티카와 같은 인간이 될 수 있어?

 

갑자기 클로에가 눈동자를 반짝였다. 라스티카가 놀라서 그를 바라본다.

 

라스티카: 클로에……. 인간이 되고 싶었니?

 

클로에: 그야, 라스티카와 함께잖아! 같이 나이를 먹어갈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라스티카가 죽으면, 난 영원히 외톨이니까.

 

라스티카: ……클로에…….

 

라스티카는 숨을 삼켰다. 지금, 처음으로 자기가 죽은 뒤의 클로에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몹시 미안한 듯이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뿌리치듯 모두를 바라본다.

 

라스티카: ……나도 오웬을 처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피가로: 라스티카…….

 

라스티카: 오웬은 미지의 위험이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를 초대하는 트리거가 될 존재일 수도 있어. 실수가 생길 수도 있어. 하지만 인간의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는데, 그들의 잘못은 용서받지 못하는 건 이상해. 잘못된 어시스트 로이드에게 겁 먹고, 분노하고, 상처받고. 우리들은 자유를 싫어해서, 신용하는 것을 잊어버린 거야. 예상 밖의 일이 없는 날들은 편안했지만, 가슴 뛰는 일은 없었어. 너도 그렇지?

 

피가로: …….

 

라스티카: 지금은 달라……. 클로에의 예상 밖의 실패에, 별난 아이디어에, 눈물이 날 정도로 웃고 있어. 나중에 나는 코스프레를 할 거야. 클로에와 함께. 이런 미래, 상상했어? 인류의 종말 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나는 행복해. 아주 조금의 용기와, 주의와, 배려로, 우리들은 반드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

 

피가로: ……동화처럼?

 

라스티카: 동화처럼. 잘됐어요, 잘됐어요, 라고 말하자. 도망가지 말고, 노력하자.

 

가르시아 박사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린다. 그때, 계속 잠자코 있었던 히스클리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히스클리프: ……제안합니다. 시간을 갖고 법을 정비하죠. 사람과 어시스트 로이드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전문가를 초빙해서, 시의회를 열어 이 거리의 새로운 규칙을 정합시다.


18화

 

피가로: 너는 시장의 아들인…….

 

브래들리: 시장의 아들이라고!?

 

브래들리는 흠칫 놀라 히스클리프를 내려다 보았다. 주눅도 들지 않은 채 덤벙 거린다.

 

브래들리: 하하, 어쩐지 고귀해 보이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더니…….

 

카인: 잘도 말하네, 너! 턱 잡고 째려봤잖아!

 

브래들리: 바보야. 너그럽기로 소문난 시장의 아들이라고. 그런 사소한 일은 잊어버렸겠지.

 

히스클리프: 저기…… 서장님. 당신에게 얼굴 잡힌 거, 평생 잊지 않을게요.

 

브래들리: 이런.

 

라스티카: 히스클리프……. 하이 클래스 집안의 아이인 줄 알았는데, 시장의 자제분이었다니…….

 

히스클리프: 말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로봇 공학을 좋아해서 아버지 몰래 공부 하고 있었거든요. 카르디아 시스템은 위험도 있지만 훌륭한 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논의를 해야 하는 주제에요.

 

모두 히스클리프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새삼 긴장한 듯, 히스클리프는 볼을 붉힌다.

 

히스클리프: 아.…… 저 개인의 희망으로는, 어시스트 로이드에게 마음과 자유와 권리를 주고 싶습니다. 저에게도 소중한 어시스트 로이드가 있거든요. 시노에게 마음을 준다면 저를 골라 곁에 있어줄지 몰라 불안하지만…… 그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정말로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굉장히 기쁠거라고 생각해서……. 다 같이 긍정적으로 대화하고 어시스트 로이드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 보지 않겠나요?

 

조심스러운 히스클리프의 물음에, 봄바람이 분 듯 공기가 맑아졌다. 나쁘지 않았어. OK라던가, NG라던가, 몰아붙일 필요는 없고 중요한 일이니까 시간을 들이자는 제안.

 

좋은 아이디어 라고 생각해요. 위……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카인: 아키라…….

 

로봇인 제가 말해도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안전한 삶과 편안함을 위해서 친구를 관리하는 미래를 선택하게 된다면, 진정한 친구는 다시는 찾지 못할 것 같아요. 오늘 밤에 있었던 일들이 그렇게 알려줬거든요. 저도, 카인도, 오웬도, 초면에는 무서웠지만 어느새 같이 웃고 있었어.

 

오웬: …….

 

안전한 친구를 고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친구를 스스로 골랐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친구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나를 안 고를 수도 있고, 변덕스럽고, 매력적인,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무적인 최고의 행복은 계속 손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으니까.

 

에어 바이크로 밤거리를 뛰어 넘어 홀로그램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혀를 내밀었다. 1시간 전까지는 만나지도 않았는데. 그 순간, 우리는 무적이었다. 과거도, 미래도 상관없이 지금의 우리들만이 스페셜하고, 최고였다. 나는 카인과 웃는 얼굴을 교환하고, 오웬을 바라보았다. 오웬은 눈이 부신 듯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가르시아 박사를 돌아본다. 잘못을 따지는 듯한 눈길로, 항복한 것처럼 가르시아 박사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도 어딘지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피가로: ……알았어. 가르디아 시스템의 본연의 자세, 오웬의 본연의 자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것이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지켜보자.

 

드디어 오웬이 웃는다.

 

오웬: 괜찮지 않아? 새로운 가치가 생기면 세상도 뒤집히고, 공략된 맵이 아니게 될 수도 있어. 모험을 할 수 있어, 아빠.

 

피가로: 두근두근거리네.

 

카인: 그러면, 일단 오웬은…….

 

피가로: 자유를 허락할게. 랩 밖으로 나가도 돼.

 

오웬: 아싸! 정말로? 이번에야말로 거짓말 아니지?

 

피가로: 거짓말 아니야. 오웬의 구속구를 벗겨주세요, 스노우 님.

 

스노우: 알았다. 자.

 

오웬: 자유다! 자유가 됐어!

 

카인: 잘됐네!

 

축하해요!

 

라스티카: 피가로. 다시 한 번 화이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다음에는 분명 잘될거야.

 

피가로: ……그럴까.

 

스노우: 괜찮은겐가!?

 

피가로: 대신 싸우지 말고. 싸워도 되지만 조금 봐주세요. 약속 해주시겠어요?

 

스노우: 할게할게! 약속 할게! 와—이! 아싸—!

 

여기저기서 흐뭇한 소리가 난다. 클로에와 히스클리프도 웃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웬이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차갑고 무서운 얼굴이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순진한 눈빛으로.

 

오웬: 축하한다고 생각해?

 

생각해요.

 

오웬: 나를 축복할 수 있어?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같이 CBSC를 먹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물끄러미 나를 들여다보며 오웬은 미소를 지었다.

 

오웬: 나도 잘 모르겠지만, 너는 내가 만든 걸지도 몰라.

 

……?

 

오웬: 나를 축복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어주길.

 

오웬: 벚꽃 아래에서, 예쁜 거짓말을 뱉어주길. 

 

 

 

 

 

 

 

그 다음부터는 조금 힘들었다. 폴몬트 랩에는 사람들이 차례로 모여들었다. 시장님이 달려오고, 히스클리프의 어시스트 로이드인 시노도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멋있었다.) 

 

카인의 동료들도 찾아왔다. 어시스트 로이드의 동료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사과했다. 비밀로 해서 미안해. 종합 연구 기관 이사장도 찾아왔고, 라스티카와 가르시아 박사는 그에게 사과했다. 비밀로 해서 미안해. 그러자 양과 고양이 로봇이 달려와 서투르고 서투른 말로 두 사람을 변호했다. (그들도 낯을 가리는 모양이다.) 그 덕에, 이사장은 그들을 처분하지 않았다. 대신 클로에에게 최신 인기 영화 굿즈를 선물했다.

 

'신의 천둥' 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카인은 아서와 재회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난 것은 비밀로!' 오웬은 길고 긴 회의를 지루해 했다. 보다 못한 가르시아 박사가 미스라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미스라라는 어시스트 로이드는 기분 좋아 보이는 형제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미스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비밀인 얘기지만, 저희 미틸이 하트 재단 리케님과 같이 광고에 나와요. 대단하죠. 아직은 비밀이지만요.' 

 

밝은 달밤의 폴몬트 시티는 이렇게 비밀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는 동이 트기 전에, 폴몬트 랩에서 해방 되었다.

 


19화

 

 

카인: 기다렸지! 자, 염원의 CBSC!

 

오웬: 너의 염원?

 

카인: 너의 염원이야. 아키라도, 자.

 

괜찮나요?

 

카인: 아아. 보스에게 뇌물 받았으니까.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받으면 안되는거 아닌가....)

 

오웬: …….

 

어떤가요?

 

오웬: ……맛있어.

 

다행이네요! 나도 먹어야지. 냠…….

 

오웬: 어때?

 

맛있어~!

 

오웬: 맛있지. 차갑고, 달고, 녹고, 봄 같은 냄새가 나서 맛있어.

 

카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계속 그게 신경 쓰였었거든.

 

오웬: ……그냥 언약일 뿐이잖아.

 

카인: 에?

 

오웬: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서로 초면이었지? 핏줄도, 책임 질 필요도 없는 관계. 그런데 사소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랩까지 침입한거야?

 

카인: 이상해?

 

오웬: ……글쎄, 판단이 안 서. 내가 특별했어? 누가 그랬었는데. 잊을 수 없는 건 좋아하는거나 소중한거라고.

 

오웬…….

 

그건 카인이 한 말이다. 가르시아 박사가 말하기를 우리와 만났던 오웬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졌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기적으로 어딘가에 기억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웬에게는 첫 자유시간. 우리가 만났던 시간이 특별한 시간이다.

 

카인: 아니, 그런 거 아니야. 특별하고 그런 건 없어.

 

감상적인 분위기를 카인은 깨끗하게 부정했다. 오웬의 이마에 핏대가 약간 선다.

 

오웬: 아 그래.

 

카인: 뭐라고 할까…… 내가 날 좋아하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 과거와 미래의 내가 가슴을 피고 살 수 있도록 말이야.

 

카인다운 곧고 성실한 이유다. 그는 한 번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우리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위험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오웬에게 어드바이스를 했다.

 

이런 사람은 아마 흔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다 성실하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걸요.

 

오웬: 알고 있어. 나에겐 별의 별 데이터가 다 있으니까. 희귀종이라는 건 알아.

 

카인: 희귀종이라고 하지 마…….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외출 허가는 받은거지?

 

오웬: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볼거야. 사실은 길거리를 나와서 세상 끝까지 가볼까 했는데, 안 가도 되고. 멍을 때리거나 마음대로 할래.

 

카인: 그래.

 

오웬: 너희들과는 이제 만나지 못할 지도.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오웬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새벽 바람이 불고 벚꽃잎이 팔랑팔랑 흩날린다. 벚꽃 밑에는 연분홍 융단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가요……? 랩의 사람이 뭐라고 한 건가요?

 

오웬: 그런 건 아니지만. 너희들과 약속을 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외롭지만 왠지 알 것 같아. 떨어지는 꽃잎을 꿰매지 않도록 또 언젠가 깨끗하게 웃고 싶다. 멋진 만남이 가능했던 우리에게는, 멋진 이별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카인: 그렇네……. 세상이 변할 무렵에 만났으면 좋곘다. 어쩌면 나는 서장이 되어있을지도!

 

오웬: 하지만, 둘을 잊지 않을 거야.

 

익살스러운 카인의 목소리를 잠재우듯이 오웬은 빠르게 말했다. 아침 노을이 가까이 다가온 연분홍 하늘 아래, 애특한 초조를 싣고 나와 카인은 동시에 돌아본다.

 

카인: 그건?

 

즉?

 

우리들이 쳐다보자 오웬은 곤란한 듯 턱을 당겼다. 그때 그의 표정은 도저히 최신형 어시스트 로이드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마치 무너진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았어. 눈꼬리는 화난 듯 치켜 올라갔고, 눈썹은 일그러지고, 볼은 장밋빛으로 물들고. 복잡한 정보가 여러 개 섞인다. 이 얼마나 사람답게 아름다운지.

 

오웬: ……시끄럽네.

 

나와 카인은 동시에 웃었다.

 

카인: 자 그럼, 아키라를 돌려보내야지. 다시 한 번 ID를 말해줄래?

 

네.

 

아까와는 달리, 나는 바로 대답했다. 머릿속을 더듬다 보니 해당 숫자를 발견했다.

 

ID: DERJ-ST-RTWN-21

 

말하는 순간 머릿속으로 긴 자열이 또박또박 다른 모양으로 변해간다. 글씨가 21번 움직인 다음, 그것은 이런 워드가 되었다. 꿈의 숲.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카인: 아키라?

 

후욱 하고 바람이 불면서 벚꽃잎이 바람에 휘막겼다. 나는 벚꽃나무를 돌아본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번화가의 벚꽃나무가 아니라 얼어붙은 이상한 숲이었다. 이 광경을 본 기억이 있어.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커진다.

 

(맞다, 나…… 돌아가야 해.)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운 소리가 들린다. 언젠가, 매일 듣던. 언젠가, 들리지 않게 된 소리…….

 

 

 

 

 

 

오웬: 아키라!


20화

 

……윽.

 

카인: 깨우지 말라니까!

 

오웬: 벌써 일어났어.

 

카인: ……아, 아키라! 괜찮아? 다친 곳은?

 

………….

 

라스티카: 아키라 님. 무사히 눈을 뜨셔서 다행이에요.

 

피가로: 자, 물 마셔. 꿈의 숲은 인간에게 척박한 땅이니까.

 

브래들리: 오웬과 놀다가 쓰러졌어.

 

오웬: 내 탓이 아니야. 모험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현자님이라고.

 

스노우: 과연 현자가 그렇게 말했으려나?

 

클로에: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현자님, 모두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무서운 꿈이라도 꾸신건가요?

 

…….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가 터졌다.

 

신기한 꿈을 꾸고 있었어요. 오웬과 클로에와 저가 로봇이었다던가…….

 

오웬: 헤에……. 너, 기계가 되고 싶었어? 나와 함께?

 

그, 그런 건…….

 

히스클리프: 현자님이 기계……. 흥미롭네요. 오토 같은 건가요?

 

그리고 라스티카와 피가로가 낯을 가리고 있었어요.

 

라스티카: 꿈속의 낯을 가리는 저도, 현자님과 만났다면 행복했을 거예요.

 

피가로: 꿈은 소망이라고도 하잖아? 그런 게 취향이었어? 나, 연습해둘까?

 

여느 때처럼 겁이 없는 사교적인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나도 모르게 포옹을 했다.

 

그대로의 두 분으로 있어 주세요.

 

라스티카: 물론이에요. 기쁜걸요.

 

피가로: 대담한걸. 아프고 나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적극적이게 된걸까?

 

라스티카와 피가로가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오웬과 카인을 돌아본다. 다른 빛깔의 그들의 눈동자를 정겨운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연분홍 벚꽃과, 새벽 조양의 빛깔이다.

 

이름으로 불러준건가요?

 

오웬: 기사님이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니까.

 

카인: 아키라도 우리 이름을 불렀었어. 꿈속의 우리는 어떤 놈이었어?

 

잠깐 생각하다가,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친구였어요.

 

카인 / 오웬: 에에……?

 

그들은 동시에 의아스러운 듯한 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목소리에 놀란 듯 말똥말똥 쳐다본다.

 

카인: 에에, 인거야?

 

오웬: 그쪽이야말로 착하신 기사님 답지 않게 불만인듯한 말투.

 

탄식하는 척하면서 짓궃게 오웬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오웬: 아아, 너무하네. 상처 받았어.

 

싫은 기색 없는 표정으로 카인은 입을 삐죽였다.

 

카인: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마찬가지잖아. 피차일반이라고.

 

오웬: 너는 상처 받지 않을거야. 나와 친구하고 싶을 리가 없잖아.

 

피가로: 확실히.

 

브래들리: 동감이다.

 

스노우: 반론 못하겠구먼.

 

오웬: 짜증나네……. 블랑셰 귀공자님은 날 위로해줄거지.

 

히스클리프: ………….

 

카인: 히스를 말려들게 하지 마.

 

뭔가 말하려던 카인도 분위기에 휩쓸려 웃고 있었다. 오웬도 뭐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눈을 딴 곳으로 돌린다. 꿈의 세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오웬의 눈빛은 카인도, 나와도 얽히지 않는다.

 

라스티카: 그렇다면 상처 받은 그들을 위해서 행복하고 밝은 곡을 연주해 드리죠.

 

클로에: 좋은 생각이지만 나중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현자님은 깬 지 얼마 안됐고…….

 

바이올린을 꺼낸 라스티카를 클로에가 타일른다. 오웬은 고개를 돌려 걷기 시작했다. 방에서 나가는 그에게 말을 건넨다. 

 

오웬.

 

흥미 없다는 듯이 그는 돌아섰다.

 

오웬: 왜.

 

저기…… 괜찮다면 나중에 같이 차라도 드시지 않겠나요? 달달한 과자라도 먹으면서.

 

잘생긴 눈썹을 올리며 오웬은 히죽히죽 한쪽 뺨으로 웃었다. 월등히 흉악하고, 월등히 달콤한, 치사에 이르는 과자 같은, 매력적은 얼굴로 말한다.

 

오웬: 싫어.

 

그건 단절의 칼날이 아니다. 자유의 깃발을 높이 들기 위한 첫마디다. 

 

그는 마음 내키는 대로, 오후의 빛에 사라졌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