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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천공의 연회에 봄을 초대하여] 6화~10화

 

6화

 

그 모습을 보고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있던 네로는 슬며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네로: 그렇구나. 너에게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네.

 

헬레나: 응!

 

네로: 그런데 말이야, 아빠랑 엄마는 네가 없어서 외롭고 걱정된다고 엄청 슬퍼했어.

 

헬레나: 에…….

 

네로: 분명 둘 다 너를 소중하고 좋아하는게 아닐까.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분명 너를 위해서일 거야.

 

네로는 온화한 어조로 헬레나에게 말을 건네며 토끼 인형을 그녀에게 내민다.

 

네로: 봐. 이 아이가 너희 엄마 아빠 대신 데리러 왔어.

 

인형을 보자 헬레나는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이 생각난 듯 화들짝 놀란다.

 

네로: 이 아이를 좋아하지? 그리고 사실은 엄마랑 아빠도 그렇고.

 

헬레나: ……응. 나, 이 아이도, 아빠도 엄마도, 정말 좋아해…….

 

헬레나는 인형을 끌어안고 쭈그려 앉았다. 그 모습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헬레나: 우, 우우……. 아빠와 엄마가 보고 싶어. 역시, 집에 가고 싶어……!

 

미틸: 이제 괜찮아요, 헬레나 씨. 같이 집에 가요.

 

클로에: 와앗, 그렇게 눈 비비면 부어버려. 자, 닦아줄 테니까 울지 마.

 

루틸: 헬레나, 엄마랑 아빠가 집에서 맛있는 밥을 해놓고 기다린다고 하셨어.

 

헬레나: 응, 응……!

 

흐느끼는 헬레나에게 루틸들이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루틸: 아……!

 

루틸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틸: 아이가 미아가 되어 마중을 나오고……. 혹시, 여기는…….

 

카인: 루틸, 왜 그래?

 

루틸: ……생각났어요. 역시 저, 어렸을 때 여기에 와본 적이 있어요. 헬레나와 똑같이.

 

 

 

 

 

 

 

울다 지친 헬레나는 마음에 드는 인형을 안고 잠들어 버렸다. 네로에게 업힌 잠자는 얼굴을 보며 루틸은 그리워하듯 입을 연다.

 

루틸: 미틸이 태어나기 전……. 그날 저는 헬레나와 똑같이 정신을 차려보니 이 자리에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령에게 휩쓸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미틸: 형님도 정령으로…….

 

루틸: 외로움을 느낀 것은 처음 뿐. 누군가가 '여기서 살자' 라고 말하며 달콤한 과일이나 귀여운 동물을 데려와줘서……. 동화 같은 광경에 저는 외로움도 잊고 꿈만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루틸: 하지만…….

 

 

 

 

 

 

치렛타: 루틸……! 드디어 찾았어!

 

루틸: 어머니? 그렇게 당황해서 무슨 일이에요?

 

치렛타: 계속 찾고 있었어! 어디 아픈 곳은 없니? 괜찮아?

 

루틸: 으, 응. 하나도 안 아파요.

 

치렛타: 다행이다…….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치렛타: 하아……. 자신 이외의 생명을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루틸: ……아…….

 

 

 

 

 

 

 

루틸은 과거를 생각하듯 활짝 핀 푸른 꽃들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루틸: 그때까지는 굉장히 즐거웠었는데……. 어머니를 보니 기쁘기도 하고 안심하기도 해서 흐느껴 울어버렸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는 당시의 일은 모르지만 왠지 그 광경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령에 휩쓸려 높은 하늘 아래 꽃들이 팔랑팔랑 흩날리는 가운데, 치렛타와 재회한 루틸. 그것은 확실히 즐겁고 기쁘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눈물이 나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미틸: 혹시 형님이 말했던 발푸르기스의 밤의 추억은…….

 

루틸: 응. 분명 이 일이었을 거야.

 

스노우: 어릴 적 아련한 기억이라면 틀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루틸: 분명 어머니는 그녀의 부모님처럼 어린 저를 걱정해 주셨겠죠.

 

루틸은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잠든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틸: 빨리 헬레나를 부모님의 곁으로 돌려드려요.

 

샤일록: 그렇네요.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가장 먼저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줍시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부모님이 기다리는 마을로 돌아가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하지만…….

 

스노우: 모두, 기다리게나.

 

에?

 

와글와글 숲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이 의지를 가진 듯 뻗어 우리 앞길을 막으려고 한다.

 

미틸: 와앗! 뭔가요, 이거……!

 

네로: 이거, 순순히 돌려보낼 것 같지가 않네.

 

카인: 정령의 짓인가. 떨어지지 마, 아키라. 포위되기 전에 내가…….

 

스노우: 손대면 안 돼. 섣불리 정령을 자극하면 이 자리에서 평생 못 나올 수도 있다.

 

클로에: 어, 어떡하지!?

 

힘차게 뻗어나가는 나무들이 하늘도 가로막기 시작했고 가지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 앞길을 막았다. 혼란과 동요에 공기가 흐트러진다. 정체 모를 사태에 불안이 가슴을 스쳤을 때, 몇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라스티카: 지금 목소리는…….

 

샤일록: ……조금 곤란해졌군요.

 


7화

 

클로에: 목소리라니? 나는 아무것도 안 들려.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샤일록: 그건 본인한테 물어보면 되죠. 아무래도 저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요.

 

샤일록: '인비벨'

 

샤일록이 주문과 함께 루틸들에게 파이프 연기를 후욱 내뿜는다.

 

카인: ……! 이 목소리는……?

 

클로에: 와! 이게 뭐야……?

 

샤일록: 당신들에게 조금 감각을 날카롭게 하는 마법을 걸었습니다. 마법사라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겠죠.

 

샤일록의 말대로 정령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듯 모두 놀라며 주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카인: 현자님도 들리나?

 

아뇨, 저는 아무것도…….

 

(하지만 뭔가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루틸: ……에……?

 

미틸: ……! 형님, 지금 건…….

 

루틸이 갑자기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틸도 눈을 크게 뜨고 움직임을 멈춘다.

 

네로: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어.

 

네? 이름이라니…….

 

네로: '치렛타가 왔다,' '치렛타가 돌아왔다.' 라고.

 

스노우: 아마도 루틸에게 치렛타의 기척이 느껴져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카인: 무슨 뜻이야? 정령은 루틸……. 아니, 치렛타에게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건가?

 

미틸: 형님! 발 밑에 가지가……!

 

불가사의한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어느새 루틸의 발 밑으로 가지가 하나 뻗어오고 있었다.

 

클로에: 루틸!

 

공격받는 줄 알고 긴장이 돈다. 하지만 그 가지는 천천히 적대감을 없음을 나타내는 듯 루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손을 끄는 것처럼. 자신들에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하도록.

 

루틸: …….

 

정령이 무슨 말을 건 것 같다. 그 모습을 바라본 후, 샤일록은 쓸쓸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샤일록: 그는 치렛타가 아닙니다. 치렛타의 아들, 루틸이죠.

 

샤일록: ……치렛타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샤일록의 말에 숲이 소리를 잃는다. 정적 속에 루틸의 소매를 잡아당기던 가지가 갈 곳을 잃은 듯 툭 떨어졌다.

 

와앗……!

 

갑자기 찬 바람이 휘몰아친다. 잎이 날아오르고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는 통곡과 비슷했다. 말이 들리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치렛타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정령들은 깊이 슬퍼하고 한탄하고 있다고.

 

라스티카: 정령들은 그녀를 원망한게 아니구나. 그야,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걸.

 

루틸: ……정령님. 어째서 저나 헬레나를 데려오신 건가요?

 

나무들이 대답하듯 흔들린다. 샤일록이 그들의 목소리를 알려준다.

 

샤일록: 그들은 계속 외로웠던 것 같군요. 이곳은 외딴 마을에도 떨어져 있어 인간은 고사하고 마법사조차 선뜻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멋이 잇는 정적은 때로는 매력적이지만, 이곳은 너무나도 공허하고 조용하니까요.

 

(너무 조용해……. 이 장소에 왔을 때 느꼈던 외로움은, 혹시 그것 때문인가)

 

샤일록: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그들은 계속 고독에 시달렸습니다. 그 외로움을 메우려고 루틸을 데려왔다. 아이를 자기들이 키우려고 했던 것이죠.

 

스노우: 그러자 바로 치렛타가 루틸을 찾으러 왔다. 그건 뭐, 매우 화나는 일이겠지. 무리도 아니다. 자신의 아이를 빼앗기면 누구나 화를 내는 법이니. 화가 난 치렛타는 정령들에게 보답을 받으려고 했던 것 같군. 그 녀석은 열렬한 점도 있으니까…….

 

스노우는 그립다는 듯 미소지었다. 먼 날의 치렛타가 생각나는 걸지도 모른다. 숲이 또 조용히 흔들렸다.

 

 

 

 

 

 

 

치렛타: 너희들 말이야, 아무리 외로워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잖아. 루틸에게 상처 하나라도 났으면 이 숲을 다 태워버렸을 거라고. 하지만…… 이번만은 용서해줄게.

 

치렛타: 루틸은 무사하고, 나도 시끌벅적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보내는 그리움을 알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가끔 내가 놀러와줄게. 그러면 외롭지 않겠지?

 

치렛타: 그 대신 정령이나 동물, 식물들이 봄이 오는 것을 기뻐하는 축제라고 알려져 있는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 그 동화 같은 축제 못지 않게 환영해줘.

 

 

 

 

 

 

 

 

스노우: 이렇게 치렛타는 매년 이 숲을 찾게 된 것일세. 정령들은 그 때마다 잔치를 열고 그녀를 대접했다. 치렛타도 한바탕 잔치를 즐기고 돌아갔네.

 

스노우: ……그러나 어느 때부터 치렛타는 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정령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몇 번 계절이 바뀌어도, 잔치를 벌어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들은 외로움을 떠올리고 말았다. 떠들썩하고 따뜻한 것과 보내는 사랑스러움을 알게 되어버렸으니까.

 

라스티카: 외로움을 견딜 수 없게 된 그들은 다시 아이를 납치하기로 한 것 같군요. 언젠가의 루틸처럼, 헬레나를 자신들의 아이로 만들어 외로움을 달래려고. 혹시 치렛타가 또 자신들을 혼내주러 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올 리가 없어. 그녀는 이미 돌이 되었으니까)


8화

 

차가운 바람이 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람에 흔들린 나뭇잎들이 눈물처럼 여러 개 떨어져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정적이 주위를 채운다. 그러던 중, 루틸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루틸: 어머니의 죽음을 전하는 것이 늦어져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틸: 저는 남쪽 나라의 마법사 루틸 플로레스. 대마녀 치렛타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저의 소중한 동생 미틸. 저는 당신들에게 어머니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여기 올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어머니의 소중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미틸: 저, 저도……! 저도 정령님으로부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여기서 어머니가 보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왠지 지금도 바로 근처에 있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루틸: 미틸…….

 

루틸은 애틋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미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리고 똑바로 정령에게 말을 걸었다.

 

루틸: 하지만 헬레나는 이제 집에 보내주세요. 이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거든요.

 

숲은 계속 침묵한다. 또 고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루틸: ……대신 헬레나를 데려다 주신다면, 우리가 다시 여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니까…… 괜찮다면 그때는 당신들이 어머니와 지냈을 때처럼, 다시 잔치를 열어주시지 않겠나요? 어머니와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저희도 똑같이 느껴보고 싶어요!

 

정령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린다. 그러자 이윽고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이 노래는……?

 

라스티카: 근사한걸. 현자님께도 들리고 있군요. 이것은 정령들이 봄이 오는 것을 반기는 노래입니다.

 

샤일록: 정령들이 루틸들의 말을 받아준 거군요.

 

루틸은 정령의 노래를 듣고 흐뭇하게 웃었다.

 

루틸: 감사합니다, 정령님!

 

 

 

 

 

 

 

 

 

헬레나를 무사히 마을로 보내 의뢰를 해결한 다음 날. 우리는 클로에가 만들어 준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빗자루로 정령이 사는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라스티카: 클로에, 봐봐. 네가 만들어준 의상이 바람을 타고 춤추는 것 같아서 너무 예뻐.

 

스노우: 호호호, 마치 우리가 정령이 된 것 같군.

 

클로에: 고마워! 이번 의상은 남쪽 나라 발푸르기스의 밤을 이미지화해서 만들어 본 거야.

 

네로: 정말 예쁘지만, 나한테는 좀 화려하지 않나……?

 

스노우: 그렇지 않다니까! 네로 쨩도 정령 같아서 귀여워!

 

네로: ……왠지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하는 것에 약간 저항이 있네.

 

잠시 하늘을 날다보면 정령들이 사는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이제 곧 산꼭대기인데 오늘은 날씨가 온화하네요.

 

카인: 아아. 구름도 얇고 천둥소리도 안 나.

 

루틸: 분명 정령님이 저희를 받아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온화한 날씨 속에서 우리는 산 정상의 옅은 구름을 빠져나간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령의 거처에 도착하자, 주변은 부드러운 날씨에 휩싸였다. 같은 장소에 왔을 터인데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것은 어제까지 온통 파란색이었던 꽃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봄이 오는 것을 기뻐하듯.

 

(대단해……)

 

넋를 잃고 바라보니, 뺨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라, 비……?

 

클로에: 현자님, 저쪽을 봐! 예쁜 무지개가 걸려있어!

 

클로에가 웃는 얼굴로 손가락을 가리킨 쪽에는 일곱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와아, 진짜네요! 예쁘다……!

 

샤일록: 후후, 그들이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것 같군요.

 

네! 정령 여러분, 고마워요.

 

나무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기척은 알 수 없었지만, 뺨을 어루어만지는 바람은 친애를 나타내는 듯 부드러웠다.

 

라스티카: 저번의 멋진 노래도 울리고 있네. 몇 번 들어도 양지 속에 있는 듯한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노랫소리야.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라스티카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눈앞에 챔발로가 나타났다.

 

라스티카: 오늘은 저도 이 멋진 연주회에 참가하죠.

 

아, 작은 동물들이 챔발로 위에 모여들었어요. 너무 귀엽다……!

 

건반 위에서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들이 뛴다. 마치 라스티카와의 합주를 즐기는 듯 하다.

 

라스티카: 이렇게나 매력적인 음악을 연주해 주다니……. 이 동물들은 내 신부일지도 몰라.

 

클로에: 와아! 안 돼, 라스티카! 새장 다시 집어넣어……!

 

아하하.

 

(그건 그렇고, 정말 예쁘다…….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아)

 

부드럽게 뺨을 어루어만지는 바람들은 하늘하늘 흩날리는 꽃잎과 함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풍긴다. 마치 낙원에 있는 듯한 기분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경치에 넋을 잃을 것만 같다.

 

스노우: 호호호.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군.

 

스노우.

 

스노우: 현자여,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마.


9화

 

스노우에게 손을 잡혀 뒤를 따라가보니, 조금 걸어간 끝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개울이 있었다.

 

와아, 좋은 냄새……! 이건 뭔가요?

 

스노우: 꿀의 술일세. 반짝반짝 빛나고 예쁘지 않은가? 물론 맛도 일품이지. 자, 그대도 마셔보는 것이 좋다. 마법으로 알코올을 날려주지.

 

괜찮나요? 감사합니다, 스노우!

 

네로: 응? 당신들도 있었나.

 

네로와 샤일록이 꿀주가 담긴 잔을 한 손에 들고 이리로 온다.

 

네로, 샤일록.

 

샤일록: 지금부터 이 꿀의 술을 이용해서 정령들에게 칵테일을 대접하려고 하는데, 여러분도 어떠신가요? 이번 잔치의 예로 그들이 기뻐할 만한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만들려고 합니다.

 

네로: 나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여러가지 만들어 왔거든. 나눠주려고.

 

클로에: 다들 즐거워 보이네! 뭐하고 있어?

 

강변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클로에가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달려왔다.

 

모두가 정령이나 저희에게 칵테일과 가벼운 식사를 준비해 주신대요. 클로에도 같이 먹지 않겠나요?

 

클로에: 고마워! 그렇다면 나도 정령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네.

 

클로에: ……아, 그렇지!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클로에가 마법으로 테이블 세트를 꺼내자 새하얀 크로스가 그려진 테이블 중아으로 옅은 색의 꽃잎이 여러 개 떨어져 내렸다.

 

클로에: 귀, 귀여워……! 이거, 정령들이 해준걸까? 이런 모양의 꽃잎 처음 봐! 색도 예쁘고, 다음 옷의 디자인에 도입하면 멋질 것 같아!

 

눈을 반짝이며 감격해하는 클로에를 보며 근처에 있던 샤일록과 스노우, 네로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샤일록: 잘됐네요, 클로에. 그들은 당신의 멋진 배려를 마음에 들어하더군요. 나중에 과일 선물을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라스티카: 이런, 즐거워 보이네. 우리도 끼워주지 않겠니?

 

카인: 아키라, 아까 저쪽에서 여러 과일을 발견했어. 이것도 같이 먹자.

 

와글와글 즐기고 있는 도중, 라스티카와 카인, 루틸과 미틸도 이곳으로 왔다.

 

루틸: 와아, 꿀주인가요? 예쁜 색…….

 

미틸: 정말이지, 형님. 지금 당장 마시고 싶다고 얼굴에 써져 있다고요?

 

루틸: 에헤헤, 정말 맛있어 보여서 그만. 참, 모두 다 같이 건배하지 않겠나요?

 

네!

 

루틸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모두 칵테일과 쥬스가 담긴 잔을 집어든다.

 

루틸: ……엣헴. 그러면 제가 건배 신호를 드릴게요.

 

루틸: 우리와 정령님들의 멋지고 특별한 시간에…… 건배!

 

전원: 건배!

 

 

 

 

 

 

 

 

라스티카: 멋진 노래를 들으면서 예쁜 경치를 보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사치스러운걸.

 

미틸: 네! 형님, 이 복숭아 같은 과일 맛있어 보여요. 정령님들께서 주신 걸까요? 리케의 선물로 하나 가지고 돌아가도 될까…….

 

루틸: 정령님들께 부탁해봐. 분명 좋다고 해주지 않을까?

 

카인: 이 포도 같은 과일도 새콤달콤하고 맛있네. 샤일록도 먹어봐.

 

샤일록: 감사합니다. 그러면 말씀을 받아들여서.

 

샤일록이 카인에게서 붉은 과일을 받아 한 알 입에 넣는다. 고상하면서도 요염한 몸짓에 왠지 부끄러워진다.

 

샤일록: 후후, 익었는데도 적당히 신맛이 나고 맛있네요.

 

루틸 / 미틸: 샤일록 씨!

 

미틸: 저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샤일록: 이런, 무슨 일이신가요? 그렇게 사랑스럽게 조르다니 어떤 부탁이라도 듣고 싶어지네요.

 

루틸: 전에 걸어주신 감각을 갈고 닦는 마법을 저희에게 걸어주시지 않겠나요? 정령님들의 목소리를 다시 직접 듣고 싶어서요.

 

샤일록: 네, 물론입니다.

 

샤일록: '인비벨'

 

그가 손에 쥔 파이프에서 하늘하늘 옅게 연기가 나며 루틸들을 감싼다.

 

루틸 / 미틸: …….

 

그들은 표정에 기대를 머금고 정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서로 얼굴을 맞대며 미소 짓는다.

 

루틸, 미틸. 정령들이 뭐라고 하나요?

 

루틸 / 미틸: 고맙대요!

 

뛰는 소리를 거듭하며 그들이 서로 웃는다.

 

루틸: 또 놀러와 달래요! 정령님들도 즐기신 것 같아서 기뻐요.

 

루틸과 미틸은 기쁜 듯이 정령이 사는 숲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어머니도 본 경치를 마음에 새기듯이.

 

루틸: 저희들, 앞으로도 여기에 올게요! 당신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행복과 다정함이 가득한 말에 정령들도 기뻐하는지 둥둥 꽃이 날아오른다.

 

루틸: 후후, 기쁘다. 왠지 정령님의 노래에 맞춰서 춤추고 싶어졌어요. 같이 춤추자, 미틸!

 

미틸: 네!

 

루틸과 미틸이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턴을 돌 때마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스텝을 밟을 때마다 그들의 발밑에서 꽃이 활짝 피었다.

 

스노우: 자, 나도 섞여서 춤추도록 하지.

 

카인: 그러면 나도 갈까? 루틸, 미틸! 나랑도 같이 춤추자!

 

훈훈한 공기에 모두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호응하듯 정령들의 노래도 흥을 돋웠다.


10화

 

고양감이 적당히 가라앉았을 때, 나는 네로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로: 응? 너희들, 배가 고픈건가? 안주 좀 나눠줄게. 별로 맛이 진하지 않은 것들 뿐이니까.

 

(네로 주변에 동물들이 잔뜩 모여있어. 귀엽다……)

 

네로, 거기서 뭐하고 있나요?

 

네로: 별 거 없어. 이렇게 느긋하게 멍하니 있는 거야. 꽤 좋아하거든. 현자 씨도 어때?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조금 그렇고.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할게요.

 

말에 어리광을 부려 그의 옆에 앉는다. 테이블에서 가져온 달콤한 과일을 건네자, 네로는 그것을 받아들고 한 입 베어물었다.

 

네로, 이번 임무에 따라와줘서 고마워요. 

 

네로: 천만에. 뭐, 보호자 역할은 익숙하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로는 웃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즐거워하는 루틸과 미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네로: 저 형제는 분명 앞으로 이곳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방문하게 되겠지.

 

그렇네요. 정령들도 이제 서운할 일은 없어질 것 같아요.

 

네로: 아아. 하지만…….

 

문득 네로가 중얼거린다. 어딘가를 멀리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네로: 만약 어떤 이유로, 저 녀석들이 여기에 올 수 없게 될 때…… 정령들은 또 이번처럼 마을로 아이를 납치하러 갈지도 몰라.

 

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이곳에 올 수 없게 된다면, 정령은 또 엄청난 외로움에 사로잡힐 것이다.

 

네로: 하지만 말이야, 외로워져서 실수를 저지르는 기분을 나는 비난할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상대를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만큼 귀찮으니까.

 

그의 눈에는 무엇이 비치고 있을까. 저 형제들일 수도 있고, 더 다른 걸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네로…….

 

네로: 하하, 나도 참. 적당한 말만 해서 미안해. 술 취한 사람의 헛소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줘.

 

그는 조금 전의 말을 속이듯 웃었다. 평소처럼 살짝 눈썹을 숙인 표정으로.

 

네로: 아무튼 그 녀석들이 다시 여기로 올 수 있도록, 나도 제대로 현자의 마법사 노릇을 해야지.

 

샤일록: 그거 멋지군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 형제들도, 이 숲도, 좋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오랫동안 여기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네로.

 

네로: 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거야…….

 

샤일록: 방금 전부터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현자님이 네로에게 말을 걸었을 때부터일까요?

 

네로: 전부잖아…….

 

샤일록: 확실히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정령들의 강한 집착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앞으로의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루틸이 다시 이곳을 찾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렛타의 소원인지, 정령들의 집착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 일으킨 일인지.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죠.

 

샤일록: 운명이란 서쪽 마법사 이상으로 변덕스럽고, 자유롭고, 찰나적인 향락주의입니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드러내지 말고, 그저 앞으로 다가올 미래라는 이름의 운명을 함께 즐기도록 하죠.

 

네로: ……서쪽 마법사다운 사고방식이네. 나는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샤일록: 후후, 그런 말씀 하지 마시고. 또 시기가 온다면, 그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합시다. 당신도, 저도, 모두 함께.

 

네로: 우리도……?

 

샤일록: 네. 마음에 드셨잖아요. 저 꿀 술.

 

네로: ……뭐 그렇지.

 

부드러운 향과 따뜻한 바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래. 모든 것이 상냥하고 가슴이 조여온다.

 

루틸: 현자님!

 

샤일록: 이런, 현자님. 루틸이 부르는 것 같네요.

 

네로: 우리는 여기서 마시고 있을 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저쪽에 다녀오는게 어때?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틸과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춤추는 루틸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루틸이 갑자기 손을 잡는다.

 

와앗.

 

루틸: 후후, 잡았어요!

 

미틸: 죄송해요, 현자님. 형님이 현자님과 꼭 춤추고 싶다고 해서……. 저랑 바꿔주실 수 있나요? 

 

아뇨, 초대해 주셔서 기뻐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루틸: 네, 부디!

 

루틸과 손을 맞잡고 정령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멀리서 보면 볼품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매우 즐거운 꿈같은 한때였다.

 

루틸: 현자님과 발푸르기스의 밤에 같이 오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저도예요. 루틸이 말한대로 이곳은 너무 예쁘고 환상적이어서, 오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루틸과 루틸의 어머니의 소중한 장소에 데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틸: 아뇨,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루틸……?

 

루틸: ……어째서일까요? 그때와 똑같이 즐겁고 좋은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아요.

 

루틸: 어머니…….

 

그렇게 말하며 루틸은 울먹이는 표정을 지은 뒤, 이내 미소를 짓는다.

 

루틸: 분명 이곳에 모두와 현자님과 올 수 있어서, 그것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겠죠.

 

루틸: 현자님, 나중에 저와 함께 이곳에 다시 와주시겠나요?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의 축제를 즐기러…….

 

네……!

 

나는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꽃이 흩날리는 하늘에 소원을 담았다.

 

그들의 미래와 이 장소가, 언제나 상냥함으로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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