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카인: 스노우 님의 분함도 기사로서 아플 정도로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카인: 지금의 시점에서 좋은 것이 하나 있어. 현자님께 빙의하고 있는 것은 시엘의 사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야. 다음의 문제는, 왜 시엘의 사념이 현자님의 몸을 빌리려고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면 시엘의 마음을 정화하고 원래의 현자님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지금은 우선 '시엘이 왜 현자님의 몸을 빌리고 싶은지' 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루틸 / 미틸 / 아키라: 으음…….
스노우 / 파우스트 / 네로: 으음…….
샤일록: …….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리 옆에서 샤일록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라스티카: …….
붉은 눈동자가 보는 곳에는 눈을 감은 라스티카가 있다. 마치 샤일록은 '그 순간' 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경애하는 자신의 친구가 지휘봉을 흔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처럼.
라스티카: …….
샤일록: 쉬잇. 여러분, 귀를 기울이세요.
무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처럼 샤일록이 라스티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스티카: 시엘이 현자님의 몸을 빌린 이유는……. 모두에게 '고마워요' 를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아키라 / 마법사들: 에……?
라스티카: 제가 그 방에서 '고마워' 라고 전했을 때, 평소의 아키라 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카인이 이 거리에서 '고마워' 라고 말했을 때 평소의 아키라 님으로 돌아왔죠. 마을에서 물고기가 떠오른 것도, 현자님이 서둘러 시트를 걷으려고 한 것도, 모두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루틸: '고마워' 를 전하고 싶다……. 시트는…… 급하게 내린 비로 저택의 사람들이 곤란해하고 있었죠.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한 걸까요?
라스티카: 맞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미틸: 하지만 마을의 할머니는 아무것도 곤란해하지 않았어요. 어느 쪽인가 하면, 물고기가 갑자기 멋대로 흩어져서 곤란해하고 있었죠.
라스티카: 그 말대로. 하지만 레이디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니? '옆에 있던 도둑 고양이도 깜짝 놀랐다' 고.
미틸: 고양이와 물고기……. 아……! 도둑 고양이가 물고기를 노리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라스티카: 역시 미틸이네. 나도 같은 의견이야.
네로: 과연……? 그렇다면 의뢰에 써져있던 이변도 견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건가.
카인: 예를 들어 '비가 내리는 밤, 집 밖에 둔 물건이 현관 근처의 웅덩이에 던져져 있었다' 라는 것도……. 조금 전에 시트를 걷으려고 했던 것처럼, 젖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라스티카: 맞아. 저의 추리는 어떤가요, 여러분. 시엘은 단지 저희에게 '고마워요' 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그, 그렇다고 생각해요!
나는 마음껏 수긍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죄송해요. 방금 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 지금의 라스티카의 말로 여러가지가 연결되었다고나 할까 ……. 으음…….
파우스트: 천천히 해도 좋아. 하나씩 들려줘.
……네. 꿈 속에서 시엘 씨가 말하고 있었던 것, 지금 확실하게 떠올렸어요. '빨리 건강해지고 싶어…….' '나도 모두의 도움이 되고 싶어.' '모두에게 고마워를 전하고 싶어'. 시엘 씨는 살아있는 동안 주위의 사람으로부터 많은 상냥함을 받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상냥함을 돌려줄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까…… 액재의 힘을 빌려서라도 모두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 '고마워' 라고 말해줄 정도로 모두의 도움이 되고 싶다. 그걸 바라는 것일까…… 하고.
스노우: 흐음……. 꿈에서 깬 현자 본인이 그렇게 느낀다면 일리는 있군.
라스티카: 네. 그리고 저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습니다. 매우 안전한 방법으로 시엘의 사념을 정화하는 방법이야.
카인: 정말로? 말해줘, 라스티카.
라스티카: 물론. 우선 우리들 마법사가 하나씩…….
미틸: 하나씩…….
라스티카: 현자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입니다.
아키라 / 마법사들: 에?
라스티카: 현자님의 몸에 다시 시엘이 머물면, 그녀는 분명 아까처럼 저희의 부탁을 이루어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쪽도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는 거죠.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거예요.
파우스트: 어리광이 정화의 수단이라고 ……?
샤일록: 저는 찬성입니다. 가장 평화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네로: 어리광……. 상상할 수 없는데…….
카인: 하지만 할 수밖에 없어. 현자님을 되찾기 위해서.
스노우: 문제는 언제 시엘이 현자의 몸을 빌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일세. 이 마을에 며칠동안 머물며 현자의 옆을 교대로 지켜볼까?
그건 여러분께 너무 부담이에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저기, 저도 제안이라고 할까,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루틸: 물론이에요. 말씀해 주세요.
여러분의 마법으로 제 몸을 의도적으로 시엘 씨에게 빌려줄 수는 없을까요?
마법사들: ……!
파우스트: 그건 가능하지만…… 만일에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어. 추천하지 않아.
만일……. 반대로 위험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샤일록: 악의적인 욕망은 아니니까요. 평소라면 그렇겠지만…….
미틸: 액재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거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네로: 맞아……. 봐, 스노우도 두 번이나 실수하는 건 바라지 않을 거야.
스노우: 실수가 아닌 걸!
실수라고 한다면 저의 실수예요. 사쿠 쨩이 없으면 스스로도 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됐는데.
카인: 아키라…….
그렇지만, 질문한 것은 책임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단지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가 꿈을 꾸었을 때, 시엘 씨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저의 솔직한 마음이에요. 게다가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사용하죠? 의도적으로 자신의 몸이나 마음을 빌려준다면, 마법사인 여러분보다 제 쪽이 더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틸: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파우스트가 말한 것처럼 만일 위험한 일이 있다고 해도, 여러분이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스노우가 아까처럼 시엘 씨의 영혼을 벗겨내는 긴급 수단을 사용해 주세요.
스노우: 현자…….
그러니까, 시엘 씨가 만족할 때까지 제 몸을 빌려주는 것은 괜찮아요. 아까도 싫은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고요. 저의 몸을 빌려주는 것으로 시엘 씨의 사념을 정화할 수 있고 여러분도 위험한 일에 처하지 않는다면…… 제가 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라스티카: ……현자님의 제안에 이견이 있는 분은 있으실까요?
카인: 아니. 고마워, 아키라. 네가 한 결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의 용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카인……. 고마워요.
스노우: 미안하군, 현자여. 정말로 그대의 마음에 어리광을 부려도 되겠나?
네, 물론이에요! 여러분께는 항상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의지해 주었으면 해요. 저도 시엘 씨와 함께……. 여러분에게 평소의 답례를 할 수 있다면, 그건 매우 기쁘다고 생각해요!
몇 시간 후, 모두와 상담을 거듭해 드디어 내 몸을 시엘 씨에게 빌려주게 되었다. 섬세한 마법이 특기인 파우스트가 나에게 마법을 걸어주기로 했다.
파우스트: 현자. 우선 깊게 숨을 들이마셔. 그 후, 나는 3을 세고 나서 주문을 외운다.
알겠어요. 스읍, 하아…….
파우스트: 3, 2, 1…….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파우스트가 주문을 시전하자마자 내 가슴 속에서 신기한 감각이 났다. 그것은 가슴의 안쪽의…… 작은 문의 열쇠 구멍에 열쇠가 꽂힌 것 같은 감각. 천천히라도 좋으니까 나와줘, 라고 헤매는 아이를 초대하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것에 이끌리듯이 내 머리가 흐릿해지고 서리가 끼기 시작한다.
…….
파우스트: 내 목소리가 들리나? 들린다면 너의 이름을 말해줘.
시엘…….
7화
좋아. 시엘. 우선은 마을의 경치를 잘 봐봐. 네가 보고 싶었던 경치겠지.
……!
내 몸이 천천히 움직이고 오른쪽, 왼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하늘색의 경치를 눈동자에 비추고 두근두근 가슴의 고동이 울려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쁘다……. 엄청, 엄청나게……!
파우스트: 아아, 그렇지. 시엘, 너는 이제부터 이 거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될 거야. 너의 앞에 나타나는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내가 모두의 부탁을?
파우스트: 맞아.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부탁해도 될까?
응! 물론!
파우스트: 좋아. 그러면 저쪽을 봐.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이 있지. 저 사람은 루틸이라고 해. 우선 그의 부탁부터 들어줘.
알았어! 나, 다녀올게!
파우스트: ……나도 기다리면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어리광인가……. 이걸 하지 않으면 정화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니, 꽤 난제로군…….
루틸 오빠 ……? 저기, 안녕하세요. 시엘이에요.
루틸: 안녕, 시엘. 활기찬 인사 고마워. 오빠는 시엘과 이야기하는 것을 두근두근거리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지금 인사로 날아가 버렸어! 오늘은 고마워. 오빠가 마음껏 어리광 부려도 될까?
물론! 맡겨줘!
루틸: 와아. 아싸!
서리가 내린 시야 속에서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루틸이야. 시엘의 마음을 순식간에 잡았어.)
루틸: 그러면 나는 너……. 시엘과 함께 푸른 하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싶어.
낮잠? 그걸로 돼?
루틸: 물론. 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잠자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거든. 그러면 이 마을에서 낮잠을 잘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을까?
응. 맡겨줘!
혼자서 움직인 두 다리가 데려간 앞에는 한 개의 큰 나무가 있었다. 하늘색 마을의 안에서 잎을 흔드는 큰 나무 아래에는 시원한 그늘이 있다.
루틸: 어머, 멋지다! 시엘은 잘 아는구나.
에헤헤.
루틸: 그러면 바로…….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와아! 대단해. 담요가 나왔어.
루틸: 이 위에서 같이 낮잠을 자줄래?
응, 오빠가 먼저 올라가.
루틸: 그러면 말씀을 받아들여서! 뒹굴.
루틸: 와아, 하늘이 푸르다! 바람도 기분이 좋아. 자, 시엘도 옆으로 와.
그의 목소리로 인도되는 것처럼 나는 루틸 옆에서 누웠다.
루틸 오빠, 또 원하는거 있어?
루틸: 어머, 또 부탁을 들어주는 거야? 그러면 굉장히 비밀인 부탁이지만……. 손을 잡아줄래?
물론이야! 꽈악.
루틸: 후후, 따뜻하네.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자는 건 오랜만이야……. 미틸도 커버렸으니까.
미틸?
루틸: 응.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세계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남동생이야. 나는 형이니까 혼자서 자도록 하세요 라고 말할 때도 있었지만 …… 나도 가끔은 미틸과 잠들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직접 말하지 않는 거야? 어째서?
루틸: 으음, 그럴 때에는 내가 우연히 자는데 시간이 안 맞는 날이 많아. 달님도 하늘에 올라오고 미틸은 먼저 자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잠에 들어버려. 그러니까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하지만 분명, 미틸 군은 말해주길 바라고 있을 거야.
루틸: 에?
루틸 오빠가 손을 잡아달라고 해서 나, 기뻤어. 따뜻하고, 웃어줘서 기뻤어. 미틸 군도 분명 똑같겠지?
루틸: 그런가……. 응, 그럴지도 몰라……. 다음에 미틸에게 말해볼게. 형님과 함께 자지 않겠냐고. 후후. 고마워, 시엘.
모양이 좋은 입술이 감사의 울림을 얹은 순간, 내 서리가 걸려있던 머리가 조금 맑아진 것 같았다.
네로 오빠!
네로: ……오, 왔다왔다.
루틸과의 낮잠을 마친 후 나는 루틸에게 말하고 네로와 합류했다.
네로: 으음……. 외형은 현자 씨지만, 시엘이라고 부르면 되는거지?
맞아. 오늘은 시엘이 뭐든지 해줄게!
네로: 하하, 그거 든든하네. 그러니까……. 어리광을 부리면 된다는, 거지…….
네로 오빠, 뭘하고 싶어?
네로: 으음……. 그렇네…….
나, 도움이 되지 못해?
네로: 아냐아냐아냐! 으음, 그거야 그거! 저 가게의 샌드위치, 사다줄래? 엄청 먹고 싶어졌어!
알았어. 맡겨줘!
네로: 자, 결제는 이걸로.
네에!
……네로 오빠, 역시 같이 와줘.
네로: 왜 그래? 사는 게 긴장돼?
으응, 메뉴가 잔뜩 있어. 나, 네로 오빠가 뭘 먹고싶어 하는지 몰라. 그러니까 알려줄래?
네로: 오오, 그런가. 장하네, 시엘. 이상한 것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녀석이야.
그런 거야?
네로: 하하, 이쪽의 이야기야. 그러면 같이 갈까.
네로: 하아, 맛있었다. 순식간에 먹어버렸어.
응! 게다가 먹으면서 네로 오빠가 말을 걸어줘서 재밌었어. '맛있다. 이 소스, 뭘 쓰고 있는 거야?' 라고.
네로: 어이어이, 방금 그건 내 흉내야?
네로 오빠는 요리사 씨니까 맛있는 샌드위치의 비밀이 신경이 쓰이는 거라고 했지.
네로: 아아, 그렇네.
그러면 그런 오빠에게 딱 맞는 가게, 내가 알고 있어. 같이 가지 않을래? 파파가 시엘의 약을 사고 있던 가게거든. 손에 바르는 약도 잔뜩 있어!
네로: 손에 바르는 약? 나, 다친 것 같았어……?
으응, 오빠의 손은 엄청 예뻐. 그래서 약을 바르고 싶어. 파파는 거기서 우리의 요리사 씨의 손에 바르는 약도 자주 사고 있었거든.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손은 보석이니까 차가운 물이나 화상의 통증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고.
네로: …….
파파가 자주 그렇게 말했어. 매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저택에서 일해주는 요리사 씨의 덕분이니까. 요리사 씨의 손은 보석만큼이나 반짝반짝거리는 손이야라고.
네로: 하하. 반짝반짝거리는 손, 인가……. 시엘, 너……. 좋은 집에서 자랐구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 마음이 간지러워서 참을 수 없지만…….
네로: ……고마워. 내 손까지 소중하게 대해줘서. 그 가게로 데려다 주지 않을래? 너와 같이 보고 싶어.
푸른 하늘에 구름이 녹아가듯이 또 내 머릿속의 서리가 조금 맑아졌다.
네로와 샌드위치를 먹은 후, 나는 스노우와 합류했다.
스노우: 다음은 내 차례일세! 여기는 명예회복도 겸하고 잔뜩 어리광을 부리도록 하지.
스노우: 나에 대한 건 스노우 오빠라고 부르면 좋다.
스노우 오빠!
스노우: 음. 그러면 우선 나와 하늘의 산책에 어울려줘야겠군. '노스콤니아'
두 사람을 태운 빗자루는 바람을 가르고 위로 올라간다. 마을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서, 스노우의 빗자루는 구름처럼 날고 있었다.
와아! 내가 날고 있어! 그림책에서 읽은 마법사같아. 대단해, 대단해!
(후후. 이 세계에 막 온 나와 같은 반응을 하고 있어.)
스노우: 호호호. 기뻐해서 다행이군. 그러면 그대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에는 이유가 있네. 나의 소원을 들어주겠나?
응. 뭐든지 말해줘!
스노우: 그러면 이 마을에서 추천하는 가게가 있으면 알려줬으면 하네.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반쪽이 있다. 그 사람을 데려오려고 생각하고 있네. 그때 스마트하고 멋진 안내를 할 수 있도록, 그대의 힘을 빌려주게나.
알았어! 으음, 그러면 우선 저 비탈 위는 밀리의 생선 가게야. 그 옆의 지붕은 과일 가게……. 어라? 지붕의 모양이 달라…….
스노우: 그 얼굴은 제대로 실감한 얼굴이로군. 시엘. 그대가 살고 있던 시대에서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네. 똑같은 경치는 아니지.
……그렇구나…….
스노우: 침울해할 필요는 없네. 변하는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으니. 그대의 기억과 같은 가게는 더 없나? 부탁일세. 나에게 알려주게나.
8화
으음……. 으음……. 아, 저기. 저기 둥근 지붕 가게! 정말 좋아하는 하늘색 사탕 가게야! 우왓!
스노우: 이런. 위험하네.
마을을 들여다보려고 기울인 몸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떨어진다는 생각보다 먼저 스노우가 내 어깨를 한 손으로 안고 있었다.
스노우: 말괄량이 아가씨로군.
죄, 죄송합니다……!
스노우: 됐네 됐어. 그만큼 진심으로 나에게 가르쳐주려고 했던 것이지. 고마워.
나보다 작은 몸의 그가 나의 어깨를 안은 채 속삭였다. 또 한 번, 머릿속의 서리가 사라져간다.
다시 한 번 이 마을에 대해 말해도 될까? 이번에는 제대로 할게.
스노우: 흠, 부탁하지. 그러나 만약을 위해……. 이대로 나와 함께 붙어있는 채로 가도록 하지. 이 이상 그대를 위험에 노출시킬까보냐.
스노우와 하늘의 산책을 마치고 나는 영주 씨의 저택으로 오게 됐다. 큰 방에 가라는 스노우의 말을 듣고 문을 열자, 거기서 맞이해준 것은…….
샤일록: 어서오세요. 당신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샤일록 오빠?
샤일록: 네, 맞습니다.
샤일록: 자. 시엘, 이쪽으로. 공중을 산책하는 바람에 몸이 조금 차가워졌겠죠.
샤일록은 스톨을 펼쳤다.
(이것은, 즉…….)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내 몸은 그의 스톨 안으로 돌아간다. 샤일록이 스톨과 함께 내 몸을 감았다.
샤일록: 역시 차갑군요.
(……! 가까워!)
저기, 샤일록 오빠. 부탁은?
수줍은 나의 마음과는 별도로, 순수한 아이의 대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샤일록: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에?
샤일록: 실은 저도 방금 전 아름다운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몸이 식어버려서. 당신의 온기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샤일록이 나의 뺨을 건드렸다. 창문에서는 푸른 하늘이 보이고 있는데 밤의 공기를 가두는 것 같은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파우스트: …….
샤일록: 이런, 파우스트.
파우스트: 교체 시간에 딱 맞춰 왔는데……. 샤일록, 너의 그것은 어리광이 아니라 안에 있는 현자를 야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샤일록: 이런? 그런 건 아니에요. 저의 몸이 차가워진 건 사실이니까. 자, 당신도 그 몸으로 확인해 보시겠나요? 아직 저의 왼팔이 비어있는데.
파우스트: ……정말로 차갑군. 의심해서 미안해. 따뜻하게 하는 것에 나도 도와줄까.
샤일록: 이런이런……. 어리광이 능숙한 도련님이 여기에 한 명 더.
저기. 이 사람이 파우스트 씨?
샤일록: 맞습니다. 파우스트 오빠예요. 아쉽지만…… 당신의 따뜻함은 이 몸으로 제대로 느꼈습니다. 고마워요.
밤하늘의 향기에 싸여있던 머릿속에서 흰 구름이 다시 조금 희미해졌다. 샤일록은 나에게 스톨은 건네준 채 파우스트에게 윙크를 했다.
샤일록: 파우스트, 다음은 당신에게 맡기도록 하죠. 시엘과 현자님께 마음껏 어리광을 부려주세요.
미소를 입술에 얹고 그는 떠났다.
파우스트: ……드디어 내 차례인가. …….
(엄청나게 진지하게 생각해주고 있어…….)
파우스트 오빠, 화났어……?
파우스트: 화나지 않았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시엘, 나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서툴러. 방법을 몰라. 하지만 열심히 생각하고 있어. 조금 더 시간을 줬으면 해.
눈썹을 움직인 채 진지하게 이쪽을 보는 파우스트를 보고 이상한 일이 생각났다. 아직도 서리가 껴있는 내 머리 안에 어떤 인물의 모습이 울렁인다. 그것은 꿈 속에서 보았던…… 선대 영주 씨가 시엘 씨를 쳐다보는 장면이다. 그 광경을 떠올리니 나의 오른손이 움직여서…….
착하다, 착해…….
파우스트: ……!
파우스트: 무슨 일이야, 갑자기.
파우스트 오빠는 열심히 하고 있어. 나의 파파와 똑같아.
파우스트: ……선대 영주와?
맞아. 일이나 나에 대한 걸, 언제나 잔뜩 생각해줬어. 나, 파파를 계속 위로해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당신에게도 착하다 착하다 해줄게. 착하다, 착하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말이 없는 채로 살짝 눈을 감고 내가, 시엘이 좋아하는 대로 하게 두었다. 내 손가락 끝에서 그의 머리카락의 부드러움이 전해져왔다.
파우스트: …….
그를 쓰다듬고 있던 것은 몇 초, 몇 분이라고 생각되었다. 끝을 말하듯이 파우스트가 부드럽게 눈꺼풀을 열었다.
파우스트: ……고마워. 네가 모두에게 사랑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아.
부성을 느끼는 미소로 그는 감사를 말했다. 그 울림이 또 나의 서리를 지워간다. 그리고 나의 의사로 오른손 새끼 손가락이 움직였다.
……!
(혹시……. 시엘 씨의 사념이 꽤 희미해지고 있는 건가……?)
파우스트: 시엘. 나는 이제 실례하도록 하지. 아직 너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미틸: 안녕하세요, 시엘 씨. 저는 미틸이에요.
하늘색의 아이방 안에서 이쪽을 향해 악수를 요구하는 미틸이 있었다. 아직 혼자서 움직이는 나의 양손이 그의 손을 꽉 잡아 올린다.
안녕, 미틸 오빠.
미틸: 에헤헤……. 현자님의 목소리로 미틸 오빠라고 불러주는 거, 쑥스럽네요. 그러니까 …… 오늘은 정말로 제가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건가요? 다른 마법사 씨도 제대로 어리광을 부리셨나요?
응. 모두가 고맙다고 해줬어.
미틸: 그, 그렇군요……! 다른 분들이 어리광을 부리는 거, 전혀 상상할 수는 없지만……. 저만 부끄러워하면 안되겠죠. 좋아.
미틸: 저기, 이 소파에 함께 앉아줄 수 있나요?
응. 물론!
부끄러워하는 미틸에게 초대되어 우리는 둘이 나란히 앉았다.
미틸: 시엘 씨가 실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어요. 저기……. 저의 반성의 연습에 어울려주실 수 있을까요.
반성 연습?
미틸: 네. 저, 미래에는 모두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대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시엘 씨처럼 모두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도 아직 많이 있어서……. 오늘도 실패해 버렸어요.
(실패? 미틸……. 무슨 일이지?)
나의 걱정을 눈치챘는지, 시엘 씨도 그를 걱정한 건지 나의 오른손이 미틸이 왼손과 겹친다.
미틸: ……!
미틸: 저……. 오늘, 할머니를 도울 수 없었어요. 주문을 외웠는데, 끝까지 말하지 못해서…….
(그건, 그때의……?)
미틸: '오르토…….' …….
미틸: 처음 온 장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앞에서……. 주문을 외우는 것이 갑자기 무서워져서. 마법사다! 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
미틸이 이전에 말해준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가지 않는 큰 마을에서 마법을 사용해 주위 사람들이 겁을 먹은 것. 그것이 매우 충격적이어서 집 안에 틀어박힌 적이 있다는 것.
(내가 항상 보는 미틸은 열심히 하고, 긍정적이고, 의지가 되는 소년이지만……. 미틸에게서 들은 괴로운 추억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어느새 거듭한 손 밑에서 주먹을 만드는 그의 힘을 풀고 싶고, 그의 마음도 풀고 싶어서……. 겹쳐진 손을 좌우로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니, 천천히지만 확실하게 나의 의사로 움직였다. 한 번, 두 번, 미틸의 손을 건드린다.
미틸: 혹시, 지금 건 현자님……?
9화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미틸의 눈동자를 계속 응시하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틸: 저의 주변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잔뜩 있어서……. 어째서 나만 잘 할 수 없는 걸까. 실패만 할까.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응…….
미틸: 하지만 최근에…… 깨달았어요. 그렇게 멋있는 형들도 실패하거나 할 수 없는 일이 있구나하고. 그럴 때에 형들은 '분해!' 라거나, '잊어버렸어' 라는 느낌이었어요. 저, 그걸 보고 뭐랄까……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신기하죠. 실패한 건 저와 똑같은데…….
미틸: 잘 못해도 '할 수 없었어! 분해!' 라고 웃고, '다시 한 번' 이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저도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틸 오빠……. 오빠는 이미 멋있어.
미틸: 에?
시엘,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어. 모두를 돕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서. 부끄러워서. 그런 것들만 생각했어…….
미틸: 시엘 씨…….
나, 어떻게 하면 좋아? 나, 조금 더 미틸 오빠의 도움이 되고 싶어.
미틸: 에에, 으음……. 그, 그러면……. 사실은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부탁이 있는데요……. 저의 기분을 알아주는 시엘 씨라면, 비웃거나하지 않을 거죠……?
응. 절대로 웃거나 하지 않아.
미틸: 그러면, 그러면……. 무릎을 빌려주시겠나요?
? 여기.
미틸은 그대로 나의 무릎 위에 누웠다.
미틸: 오늘은 뭐든지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걸 가장 먼저 떠올렸어요. 옛날에 지금보다 더 마법을 잘 사용할 수 없어서 우울했을 때……. 형님이 이렇게 해줬거든요.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이런 걸 부탁할 수는 없지만.
어째서? 루틸 오빠는 미틸 오빠와 같이 자고 싶다고 했어.
미틸: 에, 무슨 말인가요?
미틸과 손을 잡고 자고 싶은 때가 있다고 했어. 다음에 말해보겠다고.
미틸: ……형님이 저와……? ……뭐, 뭐야. 역시 형님도 의외로 아직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다니까. 후후, 기대된다.
미틸: ……고마워요. 시엘 씨, 현자님. 저도 다음에 형님에게 조금 어리광을 부려볼게요.
사라져가는 서리를 느꼈다. 남은 것은, 이제 아주 조금.
카인: 어때, 시엘. 모두의 부탁을 잔뜩 들어줬어?
미틸과 바꿔 들어온 카인이 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응! 모두들, 잔뜩 기뻐해줬어.
카인: 그렇구나. 역시 시엘과 현자님이네. 그러면 나도 바로……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너를 쓰다듬어도 될까?
에, 나를? 어째서? 나는 카인 오빠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데.
카인: 그 마음은 물론 기뻐. 그러니까, 이것이 나의 부탁이야.
으음……. 그런 거야……?
카인: 하하. 그 얼굴, 납득하지 못하고 있네. 나는 말이야, 시엘.
그의 뒤에서 푸른 하늘이 보였다.
큰 손바닥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느끼면서 태양에 지지 않는 미소를 정면에서 받아들인다.
카인: 어리광을 부리는 것보다 어리광을 받아주는 남자로 있고 싶어. 아직 전혀 할 수 없지만. 뭐, 기회는 더 늘어나게 될 거야.
몇몇의 생명을, 자랑을 지켜온 큰 손바닥을 가지고 있는데. 목표로 하는 그의 뜻은 이 하늘보다 훨씬 높다.
그렇다면 카인 오빠는 누구에게 어리광을 부려?
카인: 누구냐고? 모두에게 그렇지.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어. 특히…… 부모님에게는 잔뜩 응석을 부렸다고나 할까, 폐를 끼쳤고. 지금도……. 아니, 이 앞으로도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쭉 아이인 채일지도 몰라.
태양과 황혼을 갖춘 것 같은 두 가지 색의 눈동자가 창 너머로 향했다. 그 눈동자에는 그의 고향이 비치고 있는 것일까.
카인 오빠도…… 정말 좋아하는구나. 파파와 마마를.
카인: 아아.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어.
카인의 엄마: 카인, 제발. 왕도에 가지 말아줘. 영광의 거리의 기사로 충분하잖아. 모두 예뻐해주고 영주님도 잘해주셔.
카인: 그렇기 때문에 가는 거잖아. 모두 덕분에 모처럼 잡은 기회야.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올게. 이 날을 계속 꿈꾸고 있었어! 괜찮아! 자랑스러운 아들이지?
카인의 엄마: 너는 세상을 몰라……. 아직 너무 어리잖아.
카인: 걱정하지 말라니까.
카인의 엄마: 왕도의 기사라니, 분명 소문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야. 이 거리에 있는 편이…….
카인: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어렸을 때부터 계속 내 꿈을 응원해 줬잖아?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배웅해줘. 걱정할 필요 없어. 괜찮으니까.
카인의 엄마: …….
카인: 왕도에서 출세해서, 뭔가 굉장한……. 으음, 잘 모르겠지만 고급품을 보낼게! 기대해줘!
카인의 엄마: ……마음대로 하렴.
카인: ……다녀올게. 엄마!
카인: 엄마도 아빠도 할 수 있었다면 전력을 다해 말렸을 거야. 하지만 하지 않았어. 마지막에는 나의 의사를 존중하고, 가게 해줬어.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어. 그래서 아키라를 만날 수 있었고, 시엘을 만날 수 있었어.
카인 오빠…….
카인: 시엘……. 실은 너에게 또 하나의 부탁이 있어.
뭐야?
카인: 시엘, 너는 좋은 녀석이야. 그것은 오늘 하루만이라고 해도 잘 알게 되었어. 하늘로 떠나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잖아.
카인: 그러니까…… 부탁하고 싶어. 이제 아키라의 몸을 아키라에게 돌려주지 않을래? 이 사람은 우리에게 있어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야.
(카인…….)
설마 카인이 그런 식으로 말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내 가슴의 안쪽이 천천히 뜨거워진다.
……응. 그렇네, 카인 오빠. 나, 아키라 씨의 몸을 돌려줄게.
카인: ……! 정말인가.
정말이야. 하지만 나, 마지막으로 라스티카 오빠와 만나고 싶어.
카인: 라스티카와?
라스티카 오빠에게 어떻게든 전하고 싶은 것이 있어.
카인: 알았어. 지금 불러올게.
카인: 고마워, 시엘. 나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해서.
……서리는 이제 거의 없어졌다. 시엘 씨와의 이별이 코앞이다.
( ……왠지 오늘은 굉장히 신기한 날이네.)
카인이 자리를 비우고 조용해진 방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늘의 사건을 떠올린다.
(처음에는 솔직히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했지만……. 모두에게 여러가지 형태로 응석을 받아주고, 조금은 답례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네, 들어오세요.
라스티카: 실례하겠습니다. 기다리게 했군요. 현자님, 시엘.
문을 살짝 열고 라스티카가 들어왔다. 라스티카는 미소를 짓고 흐르는 듯이 나를 안아준다. 그 포옹은 자애와 부드러움으로 가득하다.
(노, 놀랄 틈도 없이 안겨져 버렸다…….)
늦게 몰려온 놀라옴과 함께 후후, 하며 웃음이 쏟아진다. 아무것에도 묶이지 않은 라스티카의 자유로운 행동이 사랑스러워서. 그러자 그에게 껴안은 채로 내 입에서도 '후후' 하며 웃음이 흘러내린다. 그것은 내가 내 몸의 자아를 이미 되찾았다는 증거였다.
라스티카: 이런. 지금의 미소는 혹시 현자님?
으…… 음…….
……!
(조금이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라스티카: ……그렇구나, 시엘. 너의 손을 빌린 모두에게 많은 감사를 받았지.
……응. 라스티카 오빠 덕분에. 나, 오늘 계속 라스티카 오빠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
라스티카: 나에게?
맞아. 라스티카 오빠, 있잖아…….
나의 머리의 서리가 갑자기 한층 더 강해졌다. 마치 소녀가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자신의 말을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10화
고마워. 나를 알아차려줘서. 내가 '모두에게 답례를 하고 싶다' 는 것을, 알아차려줘서. 나, 사실은 무서웠어. 모두를 돕고 싶은데, 힘이 되고 싶은데. 계속…… 잘 되지 않았거든. 모두가 웃어주길 바랐는데. 모두가 점점 무섭다는 얼굴이 되어서.
그러니까 오늘은…… 건강한 몸으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모두에게 조금은 답례를 할 수 있어서……. 나의 가장 중요한 소원이 이루어진 날이야. 엄청, 엄청, 엄청, 기뻤어. 정말로 고마워.
라스티카: 천만에, 시엘. 하지만 나야말로 너에게 고마워를 전하고 싶어.
에……? 어째서? 나, 라스티카 오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라스티카: 그렇지 않아. 시엘, 너는 알고 있니? 나비의 작은 날개가 바람을 흔들어서 이윽고 큰 폭풍을 일으킨다는 것을.
(그 말은…….)
라스티카: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사소한 음색도 악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비의 작은 날개가 바람을 흔들고, 이윽고 큰 폭풍을 일으키듯이.
나비의 작은 날개가 이윽고 큰 폭풍을 일으킨다……. 라스티카의 말에, 나는 마법사들로부터 들은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누군가가 일으킨 행동이 파문처럼 퍼져…… 누군가의 삶에 도달한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간다.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가 변하지 않은 것도, 누군가가 변한 것도.
라스티카: 너는 잘 할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계속 너의 아버지나 마을의 모두에게 힘이 되고 싶었지.
응…….
라스티카: 확실히 너는 너의 아버지의 일을 직접 도왔던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새벽의 방에서 문 옆에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딸의 모습이 얼마나 그에게 힘을 주었을까. 마을을 건강하게 뛰어다니던 무렵의, 너의 미소와 모습이 얼마나 모두에게 힘을 주었을까. 너는 너 그대로 사랑을 받고 있었어. 그래서 이 방과 마을은 하늘색으로 물들었어.
라스티카: 그리고 하늘색의 마을은 50년이라는 온화한 시간을 보내고 아서 왕자가 시찰에 방문할 정도가 되었다. 아서 왕자가 시찰에 온 것에 의해, 우리 마법사도 모두 이 마을에서 쾌적하게 환영을 받았다. 그러므로 모두가 지혜를 내고 너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되어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소리 한 소리가 겹치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의 멜로디는 다름 아닌 너와 함께 만들어낸 것이야.
라스티카: 그러니까 나에게도 진심으로의 감사를 전하게 해줘. 네가 너인채로 있어줘서 고마워, 시엘.
눈치채고 보니 내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그 눈물은 시엘 씨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말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말한 적이 있었을까 내가 나로 있다는 것에 고마워. 자신이 되어 있지 않은 곳에 눈을 돌리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이, 그저 자신으로 있어줬기에 소중한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지금' 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친구에게 '언제나 고마워' 를 전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같은 말을 전한 적이 있었을까.
눈꺼풀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방울이 계속 안아주고 있던 라스티카의 어깨를 적셔간다. 동시에, 조금 전까지 진해져 있던 서리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하늘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이제 그 서리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워……. 라스티카 씨, 당신과 만나서 다행이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왔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구원받았을까. 눈앞의, 라스티카 페르치라고 하는 귀공자의 마음의 아름다움에. 그에게 받은 사랑으로 세계가 보이는 방식이 바뀐 사람. 만약 그 사람들이 한 바퀴씩 꽃을 놓고 다닌다면…… 매우 아름다운 꽃밭이 생길 것이다. 아니, 세계가 꽃으로 가득 채워질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도, 그가 걸어가는 길에서…… 그런 세계를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스티카: …….
라스티카는 손가락 끝으로 나의 눈가의 눈물을 닦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몸 전체가 가벼워진 것을 느끼고, 나는 무심코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혹시, 시엘 씨의 사념이 사라진 건가……?
……! 목소리가 ……! 저, 말했어요! 라스티카!
라스티카: 정말이다. 어서오세요, 현자님.
마치 입맞춤을 나누기 전의 연인같은 거리에서 라스티카는 미소를 지었다.
(핫! 껴안고 있던 것을 까먹고 있었어.)
라스티카: 이런? 얼굴이 붉어졌군요. 아직 창 밖은 밝지만, 당신의 얼굴은 이미 황혼색을 비추고 있는 걸지도.
으음…….
이 포옹은 언제 그만둘 수 있나요, 라고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야생이라고나 할까, 뭐라고 할까, 마음과 몸이 이 따스함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어딘가 푹신한 기분으로 잠시 라스티카의 따스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굉장히 긴 하루였어요……. 다시 한 번 여러분, 의뢰 해결을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혼이 시작된 마을을 걸으면서 나는 마법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카인: 무슨 소리야, 현자님. 이번 제일의 공로자는 너야.
미틸: 맞아요! 몸이나 마음에 부담은 없나요?
전혀 괜찮아요! 시엘 씨도…… 만족해준 것 같고요. 이제 분명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스노우: 아아, 틀림없네. 만약을 위해 영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연락하고 전했다.
샤일록: 저희가 각각 엄청난 '고마워' 를 전했으니까요. 그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라면 확실히 받아줬을 겁니다.
파우스트: ……그렇지.
네로: 뭐랄까, 마물과의 대결이라던가 의식같은 것도 하지 않았는데 엄청나게 체력을 쓴 것 같아. 아니, 좋은 의미지만. 그런 느낌이지? 선생.
파우스트: ……그렇군.
루틸: 파우스트 씨, 왠지 조금 전부터 말수가 적어지지 않았나요?
샤일록: 후후. 파우스트가 그만큼 열심히 해줬다는 것이겠죠.
스노우: 모두 덕분에 현자가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서 무엇보다 다행일세. 하지만 이번 건으로 다시 한 번 사크리피키움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군. 아니, 반대로 이건 사크리피키움이 있다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혹시 없는 편이 더 나으려나?
에!? 그렇지 않아요. 사쿠 쨩과 같이 있을 수 있게 된 건 저에게 엄청난 고마움이에요! 떠나고 싶지 않아요!
스노우: 그래? 그러면 마법관으로 돌아간다면 나도 화이트 쨩과 협력해서 제대로 수술, 시도해볼까.
모두와 화기애애 수다를 떨다가 나는 문득 자신의 의지로 발을 멈췄다. 바라본 하늘색 마을은 황혼으로 물들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도 밝게 비추고 있다.
(마을을 덮친 수많은 이변들을, 설마 '어리광' 으로 해결해 버리다니.)
라스티카: 현자님, 무슨 일이신가요? 황혼에는 길을 잃기 쉬우니까. 자, 손을 잡고 가죠.
우리를 이끄는 지휘자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네! 고마워요!
이상하게 오늘은 쑥스러워하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 그것은 분명, 다시 한 번 그와 그들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늘색의 마을……. '맑은 날에 소중한 사람과 가면 평생 사이가 좋아진다' 라고 불리는 마을. 부디 앞으로도 그들과, 그대로 계속 친구로 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바라면서 우리는 빗자루에 올라가 하늘의 귀로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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