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레녹스: 그래서?
브래들리: 그래서라는 건?
레녹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브래들리: 중앙 나라의 감옥이다. 우선 잠입해 시찰할 필요가 있어.
레녹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은 법을 어긴 마법사들이지?
브래들리: 인간들의 법을, 말이야.
레녹스: 마법을 사용하면 탈옥은 쉬워. 탈옥시키지 않기 위해 너에게 약속을 받은 거잖아.
브래들리: 미리 말해두겠지만, 분별 있는 대화를 해라.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마.
레녹스: 부탁을 해놓고 이번에는 협박하는 건가?
브래들리: 달래주길 바라는 건가.
레녹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거야. 네가 아는 사람도 약속이 되어있다면, 마음대로 탈옥할 수 없어. 약속한 상대와 대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브래들리: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쉽게 돌로 만들 수 있는 상대도 설득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지.
레녹스: 누구지.
브래들리: 쌍둥이와 피가로다.
레녹스: …….
브래들리: 어이, 어디로 가.
레녹스: 세 분께 이야기하러.
브래들리: 너는 바보냐. 내 말 못들었어?
레녹스: 세 분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빨라.
브래들리: 너는 오해하고 있어. 피가로와 쌍둥이를 백성을 지켜보는 지킴인지 뭔지로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
레녹스: …….
브래들리: 그 녀석들은 자신들에게 편리한 법을 만들고 자신들 이외를 거느리는 지배자다. 그 녀석들이 너를 봐주고 있는 거라는 것도 적당히 알아채라고.
레녹스: ……네가 봐주는 편이 좋다는 건가?
브래들리: 나는 보수를 제시했잖아. 너와 대등하게 거래했지.
레녹스: ……어째서 그 녀석을 탈옥시키고 싶은거지?
브래들리: 랜돌프다. 감옥에서 몇 번이나 말을 주고 받았어. 랜돌프는 곧 죽어. 얼마 전에 훈련 중에 날아간 곳이 중앙의 어느 관공서여서 말이야. 랜돌프가 죽어가고 있어서 유언인지 뭔지를 맡긴다던가 이야기하고 있더라고. 어차피 죽을 녀석이다. 약속을 어기고 마력을 잃어도 상관없잖아.
레녹스: ……죽을 마법사를 어째서 탈옥시키고 싶어하는거지,
브래들리: 랜돌프가 그러더라고. 교양 있는 독서를 좋아하는 남자였지만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것을 무엇보다도 좋아했다고. 돌이 되기 전에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
레녹스: …….
브래들리: 어이, 어디 가.
레녹스: 더더욱 그래. 피가로 님과 쌍둥이 선생님께 협상하는 것이 좋아.
브래들리: 그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일 리가 없어.
레녹스: 그 분들은 정 없는 분들이 아니야.
브래들리: …….
레녹스: 아마도…….
브래들리: 어이…….
레녹스: 협상해 볼 만해.
브래들리: 반대다. 그런 짓을 하면 오히려 경비가 강화될 거야.
레녹스: 어째서. 너는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 하잖아. 나도 생각했어. 어떤 악인이라고 해도 마지막이라면 마음이 채워지고 돌이 되었으면 해. 그분들도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
브래들리: 생각 안 해. 그 녀석들은 사람을 개인으로 보지 않아. 관리해야 할 무리로 보고 있지. 개인으로서 보는 것은, 마음에 들어하는 몇 명 뿐이다. 너도 마음에 들어하니까 판정이 후해지는 거고. 조심해. 너도 모르게 사역될 테니까.
레녹스: …….
파우스트: 동쪽의 마법사다움인가……. 다시 생각하면 어려운 문제로군. 애초에 다움이란 것이 뭐지? 정령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동쪽을 하거나 서쪽을 하는 거야?
리케: 아…….
파우스트: 리케.
리케: 파우스트. 좋은 아침이에요.
파우스트: 좋은 아침. 뭘 하고 있는 거지?
리케: 나무 열매를 모으고 있어요. 사실은 미틸의 화분에 심을 심볼 트리를 찾고 있었지만……. 피스타치오 열매가 잔뜩 열려 있었어요.
파우스트: 정말이군.
리케: 월넛 열매도 많이 열렸어요.
파우스트: 확실히. 저쪽 나무와 저 나무에도 있군. 그래서 미틸과 분담을 해서 찾고 있었던 건가?
리케: 네. 미틸의 기척이 느껴지시나요?
파우스트: 아아. 상냥한 남쪽의……. 맞다, 리케.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리케: 어떤 건가요?
파우스트: 영혼이나 기질에 대해서.
리케: 중요한 이야기네요. 마음을 먹고 듣겠습니다.
파우스트: 중앙의 마법사인 네가 보기에, 나에게 중앙의 마법사 같은 점이 있나?
리케: ……파우스트는 저주꾼이죠?
파우스트: 아아.
리케: 없어요. 전혀 없어요.
파우스트: 그런가.
리케: 자신감을 가지세요. 중앙 같은 점은 전혀 없거든요.
파우스트: 다행이군. 덧붙여서……. 레녹스는 어떻지?
리케: 레녹스는…… 조금 있어요.
파우스트: 그런가.
리케: 조금 더 의욕을 내줬으면 하는 때는 있습니다만, 후하게 쳐서 중앙같다고 생각해요.
파우스트: 나도 그렇게 생각해. 레노가 중앙답다고 하는 것은 왠지 기쁜 걸.
미틸: 안돼요! 레노 씨는 남쪽의 마법사니까, 가져가면 안돼요……. 아…….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 하하. 훔쳐가거나 하지 않아.
미틸: 죄송해요……. 멋대로.
파우스트: 많이 땄군.
미틸: 아직 많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의 몫만 따려고요.
파우스트: 욕심이 없는 아이구나.
미틸: 피가로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산과 강과 바다의 열매는 전세계의 동물들의 것이니까. 혼자 너무 많이 따는 건 좋지 않다고.
파우스트: 보석 같은 말이다. 남쪽 나라 사람들은 함께 사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미틸: 에헤헤. 감사합니…….
미틸 / 리케: 우왓……!
파우스트: 이, 이건……. 피스타치오와 월넛 열매가 단번에 땅에 떨어졌다!?
리케: 게다가 다들 어디론가 날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미틸: 헤이즐넛도! 피칸도! 어디로 가는 거야!? 기다려……!
파우스트: ……! 이 마력은, 그의……. 어째서…….
네로: …….
오즈: …….
네로: 그거야 말하긴 했지만……. 사르카라에게 물어보고 바클라바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재료의 견과류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이 좋다고 말하긴 했지만…….
오즈: …….
네로: 숲 속의 나무 열매, 전부 따올 필요는 없잖아……. 이러면…… 겨울 준비를 하고 있는 동물이 모두 아사해 버릴거야…….
오즈: ……네가…….
네로: ……뭐죠?
오즈: 네가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네로: (뭐지, 이 녀석……. 삐진 건가……?)
오즈: 네가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네로: 반복……. 안해도 돼요…….
오즈: ……전하지 않았다. 제대로. 네가.
네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구나……. 으음……. 어떡하지, 이거……. 어떻게 할 수 있나? 요?
오즈: ……여기 있는 씨앗들 모두 숲의 땅에 묻으면……. 한 순간에 씨앗에서 큰 나무로 일궈낼 수는 있을 것이다.
네로: 생태계가 엉망이구나…….
오즈: 조작도 없다.
네로: 알겠습니다……. ……그러면…… 만들죠. 정성껏. 바클라바를. 다람쥐나 토끼나 씨앗을 먹고 사는 녀석들은 겨울을 넘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뭐, 겨울을 못 넘길지도 모르는 세계일지도 모르고…….
오즈: ……아키라가 있다.
네로: …….
오즈: 나도.
네로: 오오…….
오즈: 너무 많이 채취한 것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네로: 아, 네…….
네로: (밀기 시작했다…….)
네로: 그럼 뭐……. 만들까요.
피가로: …….
샤일록: 어서오세요.
피가로: 실례할게.
무르: 냐앙, 냐앙.
피가로: 어라, 왜 그래. 소파에서 공놀이하며 귀여운 척이나 하고.
무르: 야옹. 귀여워?
피가로: 귀여워.
무르: 좋아?
피가로: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데.
무르: 뒹굴뒹굴!
피가로: 포즈를 바꿔봤자.
무르: 배를 보여주는 건 믿음이야! 우애의 표시!
피가로: 야옹이라고 하는게 더 귀여워.
무르: 야옹!
피가로: 그래서, 뭐하고 있는 거야?
무르: 샤일록이 간교해서 무해함을 어필하는 거야!
피가로: 간교?
샤일록: 후후……. 무르의 농담이에요. 그보다 피가로 님. 어떤가요?

피가로: 샌드위치? 맛있을 것 같지만 드문 일이네. 네가 주식 요리를 하다니.
샤일록: 희귀한 허브를 구했거든요. 맛있게 드세요.
피가로: 으음.
샤일록: 무슨 일이신가요?
피가로: 네가 간교하다고 해서 망설이는 중.
샤일록: 이런, 피가로 님이나 되시는 분이 변덕스러운 장난 고양이의 소문을 진심으로 믿지 말아주세요.
피가로: 이 허브, 마법의 기척이 있네. 정화와 비슷한 효능인가?
샤일록: 환월초입니다.
피가로: 아아……. 네네. 그것보다는 효능이 강한 것 같지 않아? 변종인가?
샤일록: 환월초는 계속 먹으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져 있죠. 살아오면서 몸에 밴 기질, 감정, 기호, 몸짓이 씻겨내려가고 영혼이 복원된다고.
피가로: 미신이야. 그런 편리한 건 없어. 영혼에 묻은 상처나 묻은 이물질은 닦아낼 수 없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수령에 빠지기 전에 화이트 님이 스노우 님의 입에 쑤셔넣었겠지. 영혼이 완전히 복원된다면 그분들은 완벽한 짝이 될 테니까.
샤일록: 피가로 님은 그렇게 믿고 계시는군요.
피가로: 건방진 말을 하네.
샤일록: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환월초의 효능에 대해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피가로: 뭐, 약간의 효능은 있는 거 아니야? 건강법 같은 거지. 딱 그 정도야. 모처럼이니 먹어볼까. 잘 먹을게.
샤일록: 환월초에 마법을 걸어 효능을 강하게 했습니다.
피가로: ……내가 북쪽의 마법사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거야.
샤일록: 돌아갈 것 같나요?
피가로: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돌아가면 곤란해. 나는 아직 지켜봐야 하거든……. 지금 문장이 사라지면 외부인이야.
샤일록: ……죄송합니다.
피가로: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하, 알겠다. 과연……. 간교하네.
샤일록: 무르는…… 약 종류를 섞어서 먹게 하면 꼭 뱉으니까요.
피가로: 세기의 지혜자답네. 아니면 고양이나 개인가.
무르: 멍멍! 야옹!
샤일록: 그가 좋아하는 훈제 치킨과 야채도 끼워 보았습니다만,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무르: 뭔가 이상한게 들어있어~!
피가로: 어쨌든 나를 실험체로 만드는 건 그만둬. 한다면…….
샤일록: 한다면?
피가로: ……파우스트라던가……?
샤일록: 원래대로 돌아가길 바라나요?
피가로: ……어느 쪽인가 하면 레노인가. 남쪽 마법사가 되고 나서 건방져졌어.
샤일록: 오즈 님은?
피가로: 오즈는……. 글쎄. 지금이 더 행복해보여. 아니, 불행해진 건가. 그렇게나 자유를 원했는데 지금은 가장 불편해보여.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무르: 이유를 알려줄까!
피가로: 나왔네……. 고설은 늦지 않았어. 야옹이라고 하는 게 좋아.
무르: 누구나 자유를 원해! 자유란 정말 대단한 거야! 그렇게 믿고 있어. 우애나 단결이나 공존을 훌륭하다고 칭찬하면서! 이건 남쪽 마법사들이 잘하는 거지.
피가로: ……그래서?
무르: 자유는 고독이야. 영혼을 마음대로 해방시키고 싶다면 영혼의 연결고리는 자물쇠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이어주는 것이라면, 자유로울 수 없어.
샤일록: …….
무르: 그래서 동쪽 마법사들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하지 않아. 자유로운 영혼을 갖기 위해 모든 책임은 스스로 지고 외로움을 좋아하지.
피가로: ……허황된 말이야. 그들에게 연결고리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무르: 그것도 진리야! 영혼을 이어주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역할로 이어지려고 하고 있어. 역할이 연결되면 책임은 분산돼. 영혼은 자유로운 채로 공동체의 안심을 얻을 수 있는 거야.
피가로: 나쁜 건가?
무르: 선악의 이야기가 아니야. 좋거나 나쁘거나의 이야기도 아니지. 다만, 자유는 고독하고 고독은 어렵다는 이야기일 뿐이야.
피가로: 무르. 네가 고독하지 않다고?
무르: 물론. 지금도 샤일록에 독이 올라와서 당신에게 당했잖아. 나의 영혼은 당신들과 연결되어 영향을 받고 있어. 너도 그래, 피가로.
피가로: …….
무르: 배, 보여줄까?
피가로: 됐어. 신뢰의 증거는 다른 곳에서 보여줘.
샤일록: 무르. 바삭바삭하게 구운 흰살 생선도 샌드위치로 만들었어요.
무르: 안 먹어~!
샤일록: ……저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아서?
무르: 먹을 때까지 재미있는 너를 볼 수 있으니까!
샤일록: 하아……. 영혼의 자유가 그립군요.
피가로: 여기의 연결은 너무 특별하지 않아?
스노우: 배고파~!
화이트: 배가 고프네~!
샤일록: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로군!
화이트: 받아도 될까?
샤일록: 아……. 드세요.
피가로: 드세요!?
샤일록: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스노우: 반을 나누는 걸세~!
화이트: 반 나누는거, 정말 좋아하네! 하나, 둘, 셋…….
스노우 / 화이트: 냠……. 앗!
피가로: …….
무르: 왜 말리지 않았어?
피가로: 나도 흥미가 있어서…….
샤일록: 어떡하죠. 떨리기 시작했네요.
시노: ……우…… 윽……. 큭……. 우으윽……!
시노: ……! 누구야……!
아서: ……미안해. 울고 있는 거야? 시노…….
시노: 아서…….
디트프리트: …….
디트프리트: 죽으라니……. 아직도 그렇게 말하는구나…….
17화
어린 히스클리프: ……무섭지 않아?
어린 시노: 안 무서워.
어린 히스클리프: 하지만……. 밤의 숲은 위험하다고…….
어린 시노: 괜찮아.
어린 히스클리프: ……무슨 울음소리가 나…….
어린 시노: 짐승은 별로 안 무서워. 사람이 무섭지.
어린 히스클리프: ……그런 거야?
어린 시노: 아아.
어린 히스클리프: 어떻게 알아?
어린 시노: 나도 무서운 사람이었으니까.
어린 히스클리프: …….
어린 시노: 흥. 너처럼 연약한 녀석은 금방 울려버릴 거야. 네가 마음에 드니까 안 할 거지만. 마님과 나으리께서 부탁하셨으니까.
어린 시노: 히스.
어린 히스클리프: ……멈춰.
어린 시노: ……뭐야. 화났어?
어린 히스클리프: 밤의 숲은 위험해.
어린 시노: 그래서? 나는 숲지기가 될 거야. 낮에도 몇 번이나 왔어. 버치의 아버지는 밤에도 숲에 가잖아.
어린 히스클리프: 버치는 어른이야. 시노는 아직 어린애잖아.
어린 시노: 흥. 너와 같은 취급하지 마. 나는…….
어린 히스클리프: 내가 알려줄게. 밤의 숲이 어째서 위험한지.
어린 시노: …….
어린 히스클리프: 화내지 마. 곧 시노가 더 자세해질 거야. 이 숲이나 숲의 생물에 대해서. 그렇게 되면 나에게 알려줘. ……하지만, 지금은 기억해 주었으면 해. 무서운 거나 위험한 것을.
어린 시노: 시끄러워. 너보다 더 잘 알아.
어린 히스클리프: …….
어린 시노: 흥……. 겁쟁이. 마법도 쓸 줄 알면서. ……모처럼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린 히스클리프: 뭐를……?
어린 시노: 몰라. 같이 찾아보려고 했어.
스노우: 냠냠……. 꿀꺽!
샤일록 / 무르 / 피가로: …….
샤일록: 어떤가요?
스노우: 꽤 맛있군.
화이트: 꽤 맛있구먼.
피가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거나 하지 않나요?
스노우: 이상한 느낌……? 희미한 마법의 기척은 느꼈지만…….
화이트: ……그렇게 말하니, 뭔가…….
스노우: ……어라……? 화이트 쨩……. 이렇게 귀여웠어……?
화이트: 스노우 쨩도, 이렇게 귀여웠던가……?
스노우: 아니, 물론 귀엽지만…….
화이트: 이 정도까지? 이렇게까지 귀엽다고?
스노우: 우리들, 굉장하지 않아!?
화이트: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
샤일록: …….
피가로: 뭐야. 평소의 두 분이네요.
무르: 그러면 나도 샌드위치 먹어야지~!
스노우 / 화이트: 우리들, 귀여워~!
오웬?: 으앙! 오웬, 어디 갔어. 원래대로 돌아갈 수가 없어~! 라스티카나 샤일록에게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하지 않으면……. 그런데 들키면 나도 죽여버리겠다고 했고. 어떻게 해!
미스라: 오웬.
오웬?: 와앗, 미스라!
미스라: 와앗?
오웬?: 아……. 에에, 그게……. 알 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미스라: 하아, 죄송해요.
오웬?: (잘 속였다!)
오웬?: 그럼, 나……. 나. 볼 일이 있으니까. 또 보자.
미스라: 기다려요. 그거 하죠. 딱따구리를 잡았거든요.
오웬?: ……? 그거?
미스라: 순서대로 두꺼비를 삼키게 해서 어느 쪽의 배에서 튀어나올까 하는 게임.
오웬?: 그만둬……! 왜 그런 게임을 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미스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오웬?: 그……. 그래?
미스라: 기세가 강한 것 같은…….
오웬?: ……그만둬 ……. 그런 게임을 하고……. 위험하잖아…….
미스라: 응? 역시 평소의 오웬인가요?
오웬?: 맞아. 그러면 바쁘니까 이만…….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꺄악! 갑자기 뭐하는 거야!?
미스라: 멀뚱멀뚱 서있어서……. 서로 죽이는 줄 알고.
오웬?: 그만두라고!? 아아, 깜짝 놀랐어…….
미스라: 좋잖아요. 어울려 주세요.
오웬?: ……미스라. 와앗이라고 외쳐봐.
미스라: 에?
오웬?: 됐으니까!
미스라: 와앗―――――!
오웬?: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미스라: 오웬?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쓰러지고…….
오웬?: …….
미스라: ……주, 죽었어. 너무하네. 갑자기 죽다니. 이러면 한동안 눈을 못 뜨겠네. 브래들리는 어디로 갔나. 모처럼 두꺼비를 발견했는데…….
오웬?: ……. ………….
오웬?: ……핫!
오웬?: 다행이다. 가사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가벼운 놀이로 미스라에게 죽을 뻔했 ……. 오웬의 모습으로 마법관을 서성이고 있으면 위험한걸까……. 사람을 만날 예정이 있는데……. 우우, 어떡하지…….
클로에?: 흥. 이 모습이라면 기사님에게 들키지 않고 바클라바를 먹을 수 있어. 무슨 맛일까, 바클라바.
드러몬드: 이봐, 클로에! 계속 찾고 있었다고.
클로에?: 하? 누구야 너.
드러몬드: 누…… 누구라고? 마법관리 대신인 드러몬드지 않은가.
클로에?: 몰라.
드러몬드: 모를 리가 없다. 조금 화가 난 정도로 그런 말투는 쓰지 말게. 지난 번에는 동급생처럼 사이좋게 수다를 떨었잖아.
클로에?: 몰라. 저쪽으로 가.
드러몬드: ……정말이지! 변덕스러운 마법사 녀석! 그럴 수는 없다! 소중한 손님을 모시고 왔으니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는 말고.
클로에?: 중요한 손님? 말해서는 안 된다고? 헤에……. 클로에 녀석, 동료를 배려하는 척하고 비밀이 있네. 게다가 인간과 만든 비밀…….
드러몬드: 뭐라고 투덜투덜거리는 거야.
클로에?: 좋아. 데려오는게 어때?
드러몬드: 실례되지 않도록 하는 거다! 빈센트 님, 이쪽으로…….
빈센트: 음.
클로에?: (빈센트……. 분명히 왕자님의 적이었나. 나한테도 싫은 태도를 취한 녀석. 그런데…… 클로에는 동료 몰래 이 녀석을 만났다고 …….)
클로에?: ……흐응……. 바보 같아.
드러몬드: 실례되는 말을 하지 마라!
클로에?: 착한 척 하는 녀석이 결국 제일 나쁜 놈이지. 아아, 바보같아. 아아, 짜증나.
빈센트: 무슨 이야기지?
클로에?: 물어보려던 참이야. 나에게 무슨 볼일이야? 왕자님의 목을 원해?
빈센트: 필요 없어졌다. 역시 장식품이 좋겠지.
클로에?: 하?
빈센트: 동상이 아니라 장식품으로 만들었다. 너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궁중의 보석 장인에게 만들게 했다.
클로에?: ……뭐야 이게.
빈센트: 반지다. 네가 디자인한.
클로에?: ……했었지.
빈센트: 그렇다.
클로에?: 22개짜리 반지? 현자님 것도 있어?
빈센트: 네가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자 공도 동료니까. 지도자는 격식이 있는 장식이 낫지 않겠냐고 권했는데.
클로에?: ……흐응……. 이거면 되겠네. 나쁘지 않아.
드러몬드: 물론. 아주 멋있게 완성되었네.
빈센트: 영웅에 어울리는 의장이다.
클로에?: 영웅?
빈센트: 너,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전부 잊어버린 건가?
클로에?: 상관없잖아. 다시 한 번 기쁘게 해봐.
빈센트: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일어난 세계의 이변에 대한 현자의 마법사들의 공적을…… 중앙의 나라가 칭송하게 되었다. 영웅의 헌창식을 거행하고 훈장을 수여한다. 그때 이 반지도.
클로에?: ……의상은? 나니까 분명히 의상도 만들어 놓았겠지?
빈센트: 물론. 현자의 마법사를 나타내는 깃발도 만들었다.
클로에?: 깃발…….
빈센트: 그랑벨 성에 현자의 깃발을 휘날리며 광장에 모인 민중의 갈채를 받는다. 너희들의 활약은 그 명예를 누릴 만하다. ……무슨 일이지? 듣고 있나?
클로에?: ……뭔가……. 느낌이 이상해.
드러몬드: 이상한 느낌이란?
빈센트: 장인의 마무리에 불만이?
클로에?: 그게 아니라……. ……달콤한 과자를 먹고 있거나, 피투성이의 미스라를 보는 기분.
빈센트: 정서 불안이군.
드러몬드: 요즘 바빠 보였으니까요.
클로에?: 왠지 싫어. 너무 싫어. 노래하거나 춤을 추거나 해버릴 것 같아서…….
빈센트: 하하하. 서쪽 마법사답지 않은가. 다시 한 번 기뻐해서 다행이군.
클로에?: ……나, 기뻐하는 거야?
빈센트: 다시 한 번 기쁘게 하라고 하지 않았나.
드러몬드: 아주 명예로운 일이다. 이런, 아직 현자님이나 아서 님에게는 비밀로.
클로에?: 왜?
빈센트: 반지와 깃발과 의상을 갖춘 후 모두를 기쁘게 하고 싶다. 네가 그렇게 말했었지.
클로에?: ……흐응…….
클로에?: (뭐야, 알아버렸잖아. 반지와 깃발, 의상, 같이 보면 지금보다 더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지금은 기분이 좋아? 모르겠어. 어느 쪽이든 손해 봤어. 아아, 바보 같아.)
클로에?: (거짓말이야. 나쁘지 않아. 이 비밀은, 싫지 않아.)
네로: 아, 이런. 레몬 사는 것을 잊었어…….
오즈: …….
네로: 시장에 다녀오기까지 했는데. 없어도 상관 없지만, 모처럼 만든다면……. 바로 다녀올까. 하지만 귀찮은데……. 그 밖에도 부족한 것이 있으면 가는 의의가 더해지는데. 계란도 있고…….
오즈: ……계속 …… 혼자서 이야기하는군.
네로: 아……. 네……. 있지 않아? 이럴 때……. 생각하는 것을 전부 말해버리거나 하는 거 말이야. 당신은 없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
오즈: …….
네로: (또 혼자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오즈: (……또 혼자서 이야기하고 있군…….)
오즈: ……시장이 뭐가 어떻다고?
네로: 레몬 사는 것을 깜빡해서. 없어도 되지만, 제대로 된 걸 만들고 싶잖아?
오즈: 구할 수 없는 건가.
네로: 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어. 하지만 또 빗자루로 날아가기에는 조금 그렇잖아.
오즈: ……시장까지 순식간에 옮겨줄 수 있다만.
네로: 오즈 님……! 부탁드려도 되나요.
오즈: 문제 없다.
브래들리: 오, 맛있을 것 같은 양고기다. 너는 양, 안 먹나?
레녹스: 먹어.
브래들리: 먹는 거냐?
레녹스: 내가 양을 맡고 있는 것은 일이지 애완을 위해서가 아니야.
브래들리: 그러면 그 녀석들도 무슨 일이 있을 때는 식용이 되는 건가.
레녹스: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먹어. 마법사도 그렇잖아.
네로: 미안해, 오즈. 덕분에 살았어!
오즈: 북쪽 끝으로 가는 것도 쉬운 일이다.
네로: 여기면 돼. ……아…….
브래들리: …….
레녹스: 오즈 님. 네로.
네로: 뭐하는 거야. 이런 곳에서.
브래들리: 그쪽이야말로 뭐하는 거야. 졸졸 움직이고. 오즈의 심부름인가? 한심하네. 긍지는 마음속 깊이 다 써버린 거냐.
네로: 아?
레녹스: (안 좋아보이는 얼굴이다…….)
네로: 그쪽이야말로 뭐야. 만나자마자 싸움이나 걸고. 미안해, 양치기 군. 이 녀석한테 뭔가 강요당하거나 하지 않았어?
브래들리: 보수를 지불하고 고용했다. 부탁을 했거든.
레녹스: 반 협박이었잖아.
네로: ……부탁?
네로: (왜, 나에게는 부탁하지 않는 거야.)
브래들리: (왜, 옛날에는 오즈를 때려눕히려고 했던 녀석이 헤실헤실 오즈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레녹스: (왜, 오즈 님과 네로가 시장에 있는 걸까. 탈옥 이야기는 뭐라고 설명해야…….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나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거겠지.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파우스트 님과 겹쳐보여서이기 때문인가.)
오즈: (……아?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말투였군.)
네로: 저기, 오즈.
오즈: 아?
네로: 아……. 죄송합니다.
오즈: 아니, 무슨 일이지.
네로: 오즈가 바클라바를 만든다고 레몬을 찾으러 왔다고 이 녀석들에게 설명했어.
오즈: 그 말대로다.
브래들리: 뭐야, 바클라바란. 설마 달콤한 과자는 아니겠지. 마왕의 이름이 울겠군.
오즈: 스스로 자칭한 것도 아니다. 너희들은?
브래들리: 흥. 비밀인게 당연하잖아.
오즈: 레녹스.
브래들리: 말할 것 같냐. 이 녀석은 입이 무거우니까 고용한 거라고.
레녹스: 탈옥을 도우러 왔습니다.
브래들리: 왜 말하는데!?
레녹스: 오즈 님에게 피가로 님들의 교섭을 받는 것이 좋아.
브래들리: 네가 결정하지 마! 고용한 건 나라고.
레녹스: 조언이야. 탈옥을 도우면 너도 죄를 거듭하게 돼. 원만하게 교섭하는 것이 좋아. 네로에게도 뭐라고 말해줘.
브래들리: …….
네로: (……탈옥의 도움인가……. 그래서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건가. 나는 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 너의 탈옥을 도와주는 것을.)
브래들리: ……어쨌든, 오늘은 마법관에 안 돌아가. 정령의 노래가 들린다면 어떤 노래였는지 나중에 들려줘. 그럼.
네로: 기다려! 탈옥 같은 거, 도와주면 잡히잖아!
브래들리: 시끄러워. 이제 와서 내 형기가 늘어난다고 뭐가 되냐.
레녹스: 의논을 해야 해. 피가로 님에게 상담하는 것이 싫다면 아서 님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때.
브래들리: 왕자님을 끌어들일 수는 없잖아.
레녹스: 하지만…… 합법이긴 해. 어려울까요, 오즈 님.
오즈: ……무슨 소리지.
브래들리: 거짓말이지!? 안 듣고 있었냐!?
오즈: 듣고 있었다. 감옥에 있는 자를 데리고 나가고 싶다는 것. 맞나?
브래들리: 맞아.
레녹스: 맞습니다.
오즈: 왜 피가로나 아서가 관계해야 하는 거지?
브래들리: 그건, 왜냐하면…….
오즈: 나에게 부탁하면 돼. 죄수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네로: 에……?
브래들리: 탈옥에 찬성한다는 말인가?
레녹스: 괜찮을까요?
오즈: 옮고 그름은 따지지 않는다. 다만 잠깐 풀어줄 수는 있다.
레녹스: ……그런…….
18화
브래들리: 오즈……. 이야기를 알고 있잖아. 이거다. 내가 결정했어. 부탁한다.
네로: 너 이 자식……! 오즈에게 부탁 같은 거 하지 마! 그런 모습 보고 싶지 않…… 으극!
브래들리: 가만히 있어. 오즈. 애초에 넌 어떻게 생각해?
오즈: 뭐가 말이지. 팔을 돌리지 마라.
브래들리: 어깨동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형제. 인간이 만든 법을 위해 마법사를 감옥에 넣는 것 말이다. 마법사는 자유야. 남의 법에 얽매이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오즈: …….
브래들리: 레녹스. 너는 어때? 죽기 전에 하늘을 보여주는 걸로 용서해 두라고 했지. 원래 그것도 위법이야. 하지만 너는 용서하려고 했다. 너는 법의 파수꾼이냐?
레녹스: …….
브래들리: 씁쓸한 표정 짓지 마. 그거면 돼. 법은 완벽하지 않아. 우리에게는 법을 어기는 힘이 있어. 단지, 그것을 행사…….
시장의 여성: 들었어? 오늘 아침, 감옥에서 랜돌프라는 마법사가 돌이 됐나봐.
브래들리: …….
시장의 여성: 마법사도 수명을 다하는구나. 그런데 그 돌, 잘 팔리는 건가?
시장의 여성: 아하하. 어차피 관리가 몰래 주머니에 넣거나 할 걸.
시장의 여성: 언젠가 마나석을 손에 넣어보고 싶네. 나도 교도관이 될 걸 그랬어.
네로: …….
레녹스: 브래들리.
브래들리: ……일단, 진위는 조사한다. 우선 해산하자. 에메랄드는 너에게 줄게.
레녹스: 양들은?
브래들리: 나중에 돌려줄게. 그럼.
네로: ……브래드…….
오즈: 네로.
네로: …….
오즈: 레몬을.
네로: ……아아. ……그렇지…….
나는 사쿠 쨩과 함께 마법관 옆 숲에 왔다. 내 쪽은 햇빛에 밝았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캄캄한 어둠이 드리워져있다.
(미틸들이 걱정돼서 상태를 보러 왔지만, 혼자 걷는 건 이 정도까지만 하자. 길을 잃어 돌아갈 수 없게 되면 모두에게 폐를 끼쳐버리고…….)
와글와글 나무들이 흔들린다. 나는 조금 불안해져서 사쿠 쨩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함께 있으니까 괜찮아.
사쿠 쨩은 갑자기 격려를 받아 이상하다는 모습이었다. 어젯밤은 푸른 어둠에 휩싸이면서 이 숲의 깊이와 풍요로움에 치유와 편안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눈부신 태양 아래에서는 살짝 무섭게 느껴진다. 겹치는 나무 저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웅성거리는 잎사귀 소리에 섞이는 섬뜩한 소리. 앞이 안 보이는 넓고 검은 공간. 나는 사쿠 쨩을 꼭 껴안고 걸었다.
으음……. 노래라도 부를까. 노래해줄게, 사쿠 쨩.
나는 원래 세계에 있을 때 좋아하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니 기분이 밝아졌다. 그런데 가사가 생각이 안 나서 갑자기 노랫소리가 끊어진다. 정적으로 ……. 아니, 너무 많은 작은 소리의 무리에 나는 겁을 먹었다. 와글와글. 바스락바스락.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 단단한 돌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생생하고 신기한…….
(설마…….)
나는 문득 떠올렸다. 라스티카와 함께 연주하고 미스라가 임시 이름을 지은 새를.
(딱딱하고 높게 울리는 목소리?)
루틸: 현자님.
와아아앗……!?
루틸: 꺄아아아악……!
갑자기 루틸이 나타나서 나는 펄쩍 뛰었다. 루틸도 펄쩍 뛰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루틸: 무, 무, 무, 무슨 일이신가요!? 제가 현자님을 지키겠습니다!
괘, 괘, 괜찮아요! 루틸이 말을 걸어와서 놀란 것 뿐이라…….
루틸: 제가!? 아아……! 죄송해요, 현자님! 제가 깜짝 놀라게 해드렸군요! 정말 죄송해요! 더 멀리서 말을 걸걸. 괜찮나요……?
네. 저도 멍하니 있었으니까. ……그건?
루틸: 아…….
루틸은 수중에 가지고 있던 것을 순간적으로 재빨리 숨겼다. 연필과 수첩처럼 보였다. 내가 눈을 돌리려고 하기도 전에 루틸은 수줍게 웃더니 이내 스스로 보여줬다.
루틸: 시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잘 안됐는데……. 뭐가 잘 안됐나 싶어서.
……잘 안됐나요?
루틸: 아마도……. 깜짝 놀라게 해버렸거든요. 중앙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분들의 모임에 불러주셨는데, 공부도 하지 않았으니까……. 기본적인 시작의 양식이라던가, 중앙의 음영의 작법이라던가, 몰랐을지도…….
루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차분했다. 어젯밤 카인이 말했다. 루틸이 기운이 없다고. 그 시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저는 그다지 시에 대해 잘 모르지만, 괜찮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루틸이 싫지 않다면, 이지만…….
루틸은 눈썹을 내리고 웃었다. 자신이 없을 때의 웃는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루틸은 항상 성공도 실패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슬펐다.
루틸: 부디……. 좋은 건 아니지만요.
그렇지 않아요. ……아직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루틸: 감사합니다, 현자님. 상냥하게 대해줘서.
솔직한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숲 속에 있는 두려움은 어느새 잊고 있었다.
루틸: 그러면, 그……. 깜짝 놀라게 한 걸 들려드릴게요. 사실은 좋은 것을 다시 만들고 나서 클로에와 모두에게 물어보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제 머리에서는 이게 계속 뜨더라고요. ……그래도 잠깐만. 다시 생각해볼까.
루틸의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게 좋아요. 루틸의 시를 듣고 싶어요.
루틸은 눈을 깜빡였다. 살짝 볼을 붉히고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루틸: 기뻐요, 아키라 님.
나도 기뻤다. 평소의 그의 부드러운 미소가 천천히 돌아온다.
루틸: 연시라는 걸 했거든요.
연시…….
루틸: 처음 두 줄은 다른 사람이 읆고 그것을 받은 나머지 두 줄은 제가 읆는 거예요.
합작 같은 거네요.
루틸: 맞아요. 첫 두 줄은 앰브로즈 님이 읆어주셨어요. 앰브로즈 씨는 좋은 분이고, 실적이 적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을 만드는 일을 돕고 있거나……. 작가 불명의 시를 재평가해서 묶어서 세상에 내놓기도 하는 분이거든요. 본인도 유명한 시인으로 왕도 부흥을 돕고 있을 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인님들의 모임에 불러주셔서 함께 연시를 하고……. 완성된 것이 이쪽이에요.
루틸은 시를 읆어주었다. '차가운 돌벽에 등을 맡기고 마른 손가락을 쓰다듬는 여행의 끝. 붉은 흙의 벼랑 위의 하늘에는 큰 매가 날고,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바라본다.'
(펴…… 평범하게 좋은 시라고 생각하는데……. 여행의 끝에 절벽을 등지고 손가락을 쓰다듬고 쉬었는데, 하늘에는 큰 매가 날아다녔다고 하는……. 그런 시지……? 뭐가 안됐던 걸까…….)
루틸: 어떤가요……?
조…… 좋은 시라고 생각하는데…….여행이 끝나고 편안해지고, 후후하는 기분과 매가 하늘을 나는 상쾌함이 있어서.
루틸: ……그런가요……?
그럼요! 자연스럽고, 대범하고, 상냥하고, 루틸다운 좋은 시라고 생각해요!
루틸: 감사합니다, 현자님. 조금 자신감이 회복되었어요! 하지만 어디서 깜짝 놀라게 한 걸까……. 매는 중앙의 나라에서 불길의 상징인가?
들어본 적 없지만요…….
루틸: 으음. 시인님들의 모임에 섞이기엔 제가 너무 평범했을까요?
꾸미지 않은 솔직한 느낌이 루틸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루틸: 기뻐요. 힘이 났어요!
났나요?
루틸: 네! 조금 전까지는 읆은 것을 후회했지만 지금은 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행이다~!
나는 루틸과 서로 웃었다. 항상 나를 격려해주는 그를 미소짓게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루틸: 아…….
갑자기 루틸이 소리를 냈다. 그의 시선 끝을 쫓아가자 거기에는 디트프리트가 있었다.
디트프리트: ……!
우리와 눈이 맞아 그는 몇 번이고 뒤를 확인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후드를 내린다. 한 손에는 열매를 들고 있었다.
루틸: 안녕하세요, 디트프리트 씨.
디트프리트: 아…… 안녕하세요…….
루틸: 저는 남쪽의 마법사 루틸이에요. 잠깐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디트프리트: 네……. 네…….
루틸: 감사합니다.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그쪽으로 가도 될까요?
디트프리트: 아……. 그게에…….
디트프리트는 수줍은 듯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걸어주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말이 잘 안 들렸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에게 접근해도 좋을지 우리는 망설였다.
아키라 / 루틸: 앗…….
디트프리트: 아……. 아…….
디트프리트는 먼저 알아차리고 종종걸음으로 이쪽으로 와주었다. 후드를 누른 그의 건틀렛 손가락 사이로 가늘고 긴 녹색 열매가 뚝뚝 떨어진다. 쭈그리고 앉아 루틸이 주워들었다.
디트프리트: 아……. 아……. 죄송해…….
루틸: 아니에요. 이건? 무슨 열매인가요? 남쪽 나라에서는 별로 못보던 거예요.
디트프리트: 으음……. 돌의 열매라고……. 제가 태어난 마을에서는 그렇게 불렀어요.
이대로 먹는 건가요?
디트프리트: 먹을 수는 있지만 향신료…… 같은 걸로 해요. 향이 독특해서…….
디트프리트는 내 손바닥 위에 길쭉한 녹색 열매를 건네주었다. 손바닥 째로 코에 가까이 대고 살며시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 뭐지……. 어디서 맡아본 것 같은……. 흙 같고 상쾌한……. 파릇파릇하기도 하지만 감귤류 같기도 하네. 조금 매운 것 같기도……?)
한 번 갉아봐도 될까요? 갉아도 되는 건가……?
디트프리트: 네……. 으음……. 이런 느낌으로.
디트프리트는 돌 열매를 앞니로 작게 깨물었다. 나와 루틸도 똑같이 따라했다.
루틸: 아, 맵다…….
진짜다. 짜릿해! 이건, 그거다……. 산초?
디트프리트: 산초?
제 세계의 음식으로……. ……그래도 조금 다르긴 다르네. 산초라기보다는, 뭐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혀끝의 자극을 받아 그리움만이 온몸을 맴돈다.
루틸: 고기 요리에 어울릴 것 같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 씨!
디트프리트는 감사 인사를 듣고 쑥스러워하며 초조하게 후드를 눌렀다.
디트프리트: 그 밖에도 여러가지 향신료…… 되는 것을, 찾아내서……. 저…….
디트프리트는 숲 속을 가리켰다.
디트프리트: 미틸과 리케와 함께 모으고 있던 중…….
미틸과 리케를 만났나요?
디트프리트: 만났어요……. 그리고…… 파우스트 선생님도.
루틸: 그랬나요? 미틸은 제 동생이에요.
디트프리트: 아……. 형제…….
루틸: 네!
디트프리트: 닮았을…… 지도…….
루틸: 자주 들어요. 특히 눈 색은 똑같이 생겼다고.
루틸은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켰다. 얼굴의 가까움에 쑥스러워하며 디트프리트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루틸: 모두와 함께 여러 열매를 모으고 있었나요?
디트프리트: 으음……. 아까 갑자기 몇 가지 종류의 나무 열매가 한 번에 떨어져서……. 그리고 어디론가 날아가서…….
그런 일이……?
루틸: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마법사가 한꺼번에 수확해버린 걸까요…….
브래들리는 이런 건 잘 안 먹으니까…….
루틸: 미스라 씨인가……?
디트프리트: 그래서, 미틸들을 만나서……. 다른 열매들도 없어지고 있나 알아보자고 파우스트 선생님이. 그래서 조사하고 있는 사이에……. 여기의 숲에 있는 재료로 비법의 향신료 버터 수프를 만들 수 있어…… 라는 이야기가 되어…….
루틸: 멋진 흐름이네요.
없어진 것보다 어떤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의 화제 쪽이 기분도 오르고요.
루틸: 디트프리트 씨가 그 재료를 미틸들에게 가르쳐 주었나요……?
디트프리트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와 루틸은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디트프리트. 당신이 가르쳐준 비법 향신료 버터 수프, 매우 기대돼요.
디트프리트: 아……. 맛없다면 죄송합니다…….
그런 거! 분명 맛있을 거예요. 재료 찾기, 저도 도울까요?
디트프리트: 저…… 정말인가요?
루틸: 저도 도울게요. 미틸과 합류하죠.
네!
그때, 마법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돌아보니 히스클리프와 카인이 있었다. 히스클리프는 디트프리트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히스클리프: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아…… 안녕하세요…….
19화
시노: …….
아서: 조금 진정됐어?
시노: ……아아……. 미안해. 더럽혀버렸어. 고급스러운 손수건인데.
아서: 신경쓰지 마. 분명 시노의 눈물을 닦기 위해 오늘까지 깨끗하게 있었던 거야.
시노: ……그런 건 그건가? 중앙에 있는 녀석들은 선천적으로 몸에 밴 건가?
아서: 내 말이 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나라의 공으로 만들지 말아줘. 나의 공이야.
시노: 멋있네…….
아서: 잘됐다.
시노: ……이유는 안 물어보는 건가.
아서: 궁금하지, 당연히. 하지만 지금이 말할 때가 아니라면 지금이 아니여도 좋아.
시노: ……지금이라도 좋아. 하지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어.
아서: 뭔데?
시노: 상냥하게 대하지 마. 상냥하게 대해주면 울 것 같아.
아서: 괜찮은데.
시노: 싫어. 울고 있는 나는 좋아하지 않아. 그런 나에게 가치는 없어.
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도 해볼게.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되어 버려서 곤란한 기분은 아니까.
시노: ……윽, 우윽……. ……하지 말라고 했잖아 ……? 너, 바보야? 사람 말은 좀 들어…….
아서: ……미안해. 공감을 표시하는 것도 좋지 않았나. 가만히 있을게.
시노: …….
아서: …….
시노: ……히스에게 나쁜 말을 했어.
아서: 어떤?
시노: 죽으라고.
아서: 그건 너무하네.
시노: ……너무했지…….
아서: 어째서?
시노: 순간적으로……. 히스의 말을 멈추고 싶었어. ……사실대로 말한다면, 히스의 생각을 멈추고 싶었어.
아서: 히스클리프의 생각?
시노: 나와…… 디트의 만남을 알고 싶대.
아서: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듣고 싶어.
시노: ……캐묻지 마.
아서: 미안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들려주었으면 해. 시노를 좋아하니까. 네가 누구를 만나 어떤 식으로 지내왔는지.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너와 함께 자란 히스클리프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시노: ……알고 나면, 어차피 실망할 거야. 미움받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아서: 미움받지 않는다면?
시노: 내가 실망할 거야. 옛날의 나는 최악이었어. 너희들의 상상 이상으로. 최근에 알게 되었어.
아서: 최근?
시노: 아아. 점점……. 상냥한 녀석들을 만날 때마다…….
아서: …….
시노: ……원래 옛날의 자신을 싫은 녀석이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최악이었어. 보통 녀석들은 하지 않는 것을, 잔뜩 했어. 그래야 살아오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심한 짓을 해도 죄책감은 없었어.
아서: …….
시노: 진심으로 최악이었어. 그거야……. 저주처럼.
아서: 저주?
시노: 저주받은 자는 저주를 뿌려 주변에 붙게 하지? 나 자신이 그랬어. 약한 녀석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그걸 즐겼어. 우는 얼굴을 보고 웃고 있었어. 그런 나를 싫어하지 않는 히스는 히스클리프 블랑셰가 아니야.
아서: …….
시노: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알려지기 싫어. ……알고 있지만……. 슬퍼서……. 그냥, 슬플 거야…….
아서: ……시노…….
시노: ……디트는, 거리의 사람에게 의뢰를 받아 나를 잡으러 왔어……. ……내가……. 아이들이나…… 노인의 물건을 훔쳐서……. 살고 있었으니까…….
아서: …….
시노: ……나는 전혀 용감하지 않아. 어른 남자는 노리지 않았어. 나보다 약한 녀석들을 노렸지. 나보다 덩치가 큰 녀석에게는 죽으라는 말을 들으면서 맞고 졌으니까……. 어른은 싫었어……. …….마법도 아직 잘 사용할 수도 없었고. 모처럼 빼앗아도, 좋은 어른도 나쁜 어른도 나에게서 빼앗아가…….
시노: 그러니까 큰 저택이 아니라, 부서져버린 문의 작은 집에 숨어서……. ……마른 아이나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에게…… 먹을 것을 훔쳤어……. 최악이지……. ……사실은 비겁한 녀석이야……. ……영웅 따위……. 영웅 따위 될 수 없어…….
아서: 시노…….
시노: ……하하. ……이게 나의 정체야……. 아무에게도 이야기한 적도 없는……. 이야기하면, 이제 두 번 다시 히스라고 말할 수 없게 돼……. 마님도 나으리도 용서할 리가 없어……. 나가라는 말을 들을 거야…….
시노: ……윽.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걸까……!? ……아까의 일도…….
아서: …….
시노: ……어째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히스클리프: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아, 안녕……. ……안녕하세요…….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는 어딘가 골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카인과 손을 맞잡고 그의 표정을 들여다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색이 다른 그의 눈동자는 어색하게 나와 히스클리프를 왕복했다. 그리고 루틸과 손을 맞잡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카인: 잘됐다. 늘 보던 루틸이야.
루틸: 아……. 감사합니다. 카인 씨에게까지 걱정을 끼치다니.
카인: 별 거 아니야. 언제나의 루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은 외롭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디트프리트. 나는 중앙의 마법사 카인.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카인에게 손을 내밀어져 디트프리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트프리트: 악수?
카인: 맞아. 인사에 악수를 하는 것이 신조고. 부탁할게.
디트프리트: 하와와…….
디트프리트는 낯선 듯 긴장하며 카인의 손을 느슨하게 잡았다. 카인의 눈이 눈앞의 디트프리트를 똑바로 바라본다.
카인: 잘 부탁해, 디트프리트. 후드, 안 벗을 거야?
디트프리트: 기…… 긴장해 버려서…….
카인: 그렇구나. 언젠가 본모습을 보고 싶네.
디트프리트: 아……. 별로 ……. 멋있지도 않고…….
카인: 그렇지 않아. 분명 멋질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억지로 하게 하지는 않아. 디트가 원하는 페이스로 나와 친해져줘. 이런, 미안해! 디트는 안 되나?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는 커다란 후드 밑에서 볼을 살짝 붉혔다.
디트프리트: 감사합니다……. 디트로 괜찮아요.
카인: 그래?
디트프리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겠다……. 나도 디트로 불러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음에 잠긴 표정으로 히스클리프가 디트프리트에게 다가갔다.
히스클리프: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네, 네…….
히스클리프: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어딘가에서 나와 단둘이…….
미틸: 형님!
그때 미틸의 목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리케와 파우스트와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는 참이었다.
미틸.
리케: 현자님! 디트프리트!
파우스트: 카인과 히스도 있군. 너희들도 그 견과류 파동 때문에 온 건가?
카인: 견과류 파동? 즐거운 소동이네.
히스클리프: 아니에요. 저희가 숲에 온 것은…… 맞다, 오웬이다. 미안해. 시노 때문에 머리가 꽉 차버려서. 디트프리트.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중에 해도 괜찮을까?
디트프리트: 아……. 나중에 히스클리프 님과 이야기하는 건가요? 제가?
히스클리프: 미안해. 강제로……. 나도 낯을 가려서,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잘 못하는 것도 알아. 그렇다면 편지로 주고 받을까……? 용건을 내가 먼저 쓰고…….
디트프리트: 아, 아……. 감사합니다……. 정말…….
파우스트: 눈 앞에 있으니까 직접 입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때?
리케: 동감이에요.
파우스트: 나도 동감이야.
파우스트: (이런. 중앙의 마법사들과 의견이 맞아버렸어.)
파우스트: 하지만 편지의 훌륭함에는 이길 수 없지.
히스클리프: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
파우스트: 필담을 하도록.
디트프리트: 네 ……. 네 …….
리케: 디트프리트. 열매를 잔뜩 모았어요.
디트프리트: 정말이다……. 가, 감사…….
리케는 주머니에서 손바닥 가득 다양한 모양의 열매를 꺼냈다. 모으고 있는 것은 열매 만이 아닌 것 같다. 노란 꽃가루의 꽃, 노란 뿌리. 버섯. 파슬리 같은 향초. 미나리나 고수 같은 향초와 마늘 같은 뿌리채소. 매끄럽고 우디한 향기가 나는 짙은 녹색 잎사귀. 어딘가 사과같은 냄새도 난다.
이 잎은?
디트프리트: 으음…… 쿠쿠로지예요. 허브차로 쓰거나……. 그리고 고기요리에 넣거나…….
헤에……. 엄청 달고 가벼운, 좋은 냄새…….
(향신료가 이렇게나 있구나. 대단하네……. 숲에 여물어가는 식물들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 모아지다니. 그렇다고 할까, 이것들 전부 한꺼번에 끓였을 때의 향기는……. 혹시 카레……?)
저, 디트프리트. 뭐라고 했었죠……? 이 재료로 만드는 수프는…….
디트프리트: 으음……. 비법 향신료 버터 스프예요.
(카레 같아……!)
나는 갑자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 곳 근처에서 카레 재료를 모을 수 있다니. 숲을 올려다보며 나는 심호흡을 했다. 큰 가지를 뻗는 나무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일상과 비일상이 여기에 있다.
20화
라스티카: ……아아, 들려.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들려. 이런 우정도 멋지네.
라스티카: 우리들은 만나지 않고, 접촉하지 않고, 살며시 관여하고 있어. 너의 행복과 내일도 너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어. 딱딱하고 높게 울리는 목소리.
브래들리: ……들어와.
레녹스: …….
브래들리: 무슨 일이야. 양들은 돌려줬잖아.
레녹스: 잔을 꺼내. 술을 가져왔어.
브래들리: …….
레녹스: 조의를 표한다. 너에게는 은혜가 있어.
브래들리: ……하하 …….
레녹스: 어울릴게.
브래들리: 흥……. 그렇게 오는 거냐.
브래들리 / 레녹스: 건배.
네로: 그래. 그걸 부수고…….
오즈: 마법으로?
네로: 으음, 나는 안 좋아하네. 마음대로 하면 되지만.
오즈: ……마법을 쓰지 않는 이유가 뭐지.
네로: 별거 아니야. 하지만 수고를 들이고 싶어. 잔뜩 손을 댄 다음에 누구에게 주는 거야.
오즈: …….
네로: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고? 아까의 히스도 신경쓰이고, 마무리를 서두른다면…….
오즈: 나는…… 손을 쓰는 것이 어렵다.
네로: ……그럴 수도 있나. ……뭔가…… 이런 식으로 당신과 이야기하다니.
오즈: …….
네로: 당신을 실감하지 못했어. 이름은 귀가 썩을 정도로 들었다는데.
오즈: ……무슨 뜻이지.
네로: 기분 나빠하지 마. 세상에 살아있지 않은 인물이었어. 이름만으로 온도가 없는 가공의 생물 같은 것…….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한 이야기네.
오즈: ……나에게는 바클라바가 그렇다.
네로: 지금 만들고 있는 거?
오즈: 이름 뿐이지 실체를 모른다.
네로: 하하……. 확실히. 나는 요리가 익숙해서 어느 정도 상상이 가지만.
오즈: 그렇군.
네로: 어느 정도 말이지.
오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손가락 끝으로 닿아 형태가 되면…… 아쉬움이 생겨. 모양이 망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고.
네로: ……아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수고라는 것은 마음을 쏟는 행위지. 음식에는 부어도, 두 번 다시 남에게는 부어주고 싶지 않아.
오즈: ……하하…….
네로: (하? 웃었어? 오즈가? 내 앞에서? 뭐지……? 뭔가 요즘의 장황함이 날아가버린 건가?)
오즈: …….
네로: (다시 돌아왔다…….)
네로: ……저…….
오즈: 뭐지.
네로: ……지금 거는 뭐가 웃겼나요.
오즈: 너는 무리다.
네로: 에……?
오즈: 리케는 이제…… 너에게 수고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네로: …….
오즈: 아서나 카인도.
네로: ……이 바클라바는 왕자 씨에게?
오즈: 아니. 하지만 아서에게 강요당했다. 수고를 들여서 달라고 강요당하는 것은…… 불쾌하지 않았다.
네로: ……알 것 같아.
시노: ……우으……. 윽……. ……나는 용서받지 못해…….
아서: ……그래도 히스클리프는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 너의 과거, 너와 함께 미래를 살기 위해서. 그저,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고 생각해.
시노: ……아서…….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괜찮나?
히스클리프: 선생님…….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웬을 찾으러…….
파우스트: 카인과 루틸이 도우러 갔어. 대신 너를 부탁한다고.
히스클리프: 아…….
파우스트: 시노와 싸우기라도 한 건가?
히스클리프: ……네…….
파우스트: 디트프리트와 관련된 건가?
히스클리프: 그것도 있어요. ……선생님. 저는 계속 궁금했어요.
파우스트: ……시노의 과거가?
히스클리프: 그 녀석이 옛날의 자신을 나쁘게 말했어요.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 저와 비교해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분도. 어쩐지…… 블랑셰에 오기 전의 삶 떄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옛날 이야기를 들은 후에, 빨리 전하고 싶었어요. 시노를 좋아해. 시노는 가치가 있다고.
히스클리프: 열심히 전해도 시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옛날의 나를 모르는 주제에라고. 그렇다면 옛날의 일을 알고 나서 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초조해 버려서……. 제가 나쁜 짓을 해버렸어요.
파우스트: ……싸움을 했을 때 어느 한 쪽만 나쁘다는 것은 거의 없어. 너도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스스로를 탓하는 건 그만둬.
히스클리프: 선생님…….
파우스트: ……저 큰 나무가 보이나?
히스클리프: 네……. 줄기 근처에 버섯이 자라고 있는 튼튼한 녹색 잎의 큰 나무죠.
파우스트: 맞아. 버섯 등 균사류는 생목이나 고사목에 기생하며 살아가지. 빛을 받아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빛을 받아 살아가는 것에 운명을 기대는 거다.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시노의 영혼에는 뒤틀림이 있어. 영혼이 상처받고, 상처받은 영혼을 가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어. 대신 너와 영혼을 유착시켜 너를 사랑하려고 하고 있는 거야. 저 버섯들처럼.
히스클리프: ……그렇지 않아요. 시노는 저보다 뛰어난 마법사예요. 충분히 혼자서 살 수 있어요.
파우스트: 능력 이야기가 아니야. 영혼의 이야기지. 세계를 관리, 변혁할 수 있을 정도로 만능의 힘을 가지면서도 혼자서는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신처럼, 거인처럼, 애처로울 정도로 운명을 누군가와 함께하려고 해. 고독보다는 불편한 연결을 즐기는 거야.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나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니야. 깨달은 것은 바로 얼마 전이지. 왜냐하면 나도 그랬거든.
히스클리프: 선생님이……?
파우스트: 아아. 나 혼자라면…….
파우스트: (세상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누군가를 귀찮게 하지 않는 마법사로 살아가 그냥 생을 마감했겠지. 알렉의 뜻에 기생하며 살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선생님?
파우스트: ……미안하군. 말이 빗나갔네. 시노는 너 없이 살 수 없어. 건전한 관계는 아니고, 너에게도 부담이 클 거다. 너도 튼튼한 큰 나무가 아니라 아직 위태로운 어린 나무니까.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자신들의 형태를 인식해두면 편할 수도 있다는 것 뿐이지. 시노는 옛날의 자신을 병원균처럼 여기고 있어. 너에게 들키면 절제되고 버림받는 거고.
히스클리프: 그런……. 버리거나 하지 않아요.
파우스트: 그렇고 말고. 하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어. 나도 옛날에 당황했었다. 마법사를 위해 싸우다 다치는 인간이 있었으니까. 목적을 알 수 없었어. 마법사를 감싸도 손해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아마…… 젊은 시절의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를 좋아해줬을 거야.
히스클리프: ……알렉 님 말씀이신가요? 선생님이 털어놓았던…….
파우스트: 님이라는 존칭은 붙이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녀석의 일이다. 나는 깨닫는 데에 400년이 걸렸어. 시노는 800년이 걸릴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저는 조금 더 빨리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파우스트: 히스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중요한 것을 말하는 걸 잊고 있었어. 버섯은 나무에 기생하지만, 영양을 빼앗아 가기만 하는 건 아니야. 수목의 영양 흡수를 돕고 질병, 스트레스 등 유해한 것으로부터 수목을 보호하지. 연결되면서 공생하고 있어.
히스클리프: ……병원균이 아니야.
파우스트: 그래.
히스클리프: 시노는 머리가 좋으니까, 분명…… 80일 정도로 이해해 줄 거예요.
파우스트: 그렇게 서두를 것도 없어. 라고 말해주고 싶은 참이지만…… 그 정도 시기가 적당하겠군.
파우스트: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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