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있기 때문에 1화
으음, 밤바람은 역시 기분이 좋네.
심야에 우연히 눈을 뜬 나는 바깥 공기를 마시러 왔다.
(분수 근처에 누군가 있어. 저 모자는…….)
파우스트,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현자. 이런 시간에 깨어있다니 드문 일이군.
네. 왠지 눈이 맑아져서요. 파우스트야말로 뭘…… 아.
와아,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네요. 파우스트의 손가락에 재롱을 부리고 있어. ……혹시 이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나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파우스트: 별로 그럴 생각은 없어. 오히려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실은 내일 말을 걸려고 했었거든. 이틀 후 오랜만에 집의 상태를 보러 마법관을 비우게 되니까 한마디 전해두고 싶어서.
그렇군요. 느긋하게 다녀오세요. 폭풍의 계곡이라고 하면…… 거기에도 고양이가 있었죠. 그, 파우스트가 돌보고 있던 흰 아이와 검은 아이가.
파우스트: ……내가 돌보고 있다기에는 조금 애매하네. 그 녀석들은 나 없어도 잘 살아. 물론 얼굴이 보이면 인사 정도는 할 생각이지만.
분명 그 아이들도 파우스트의 얼굴을 보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안부 전해주세요.
파우스트: …….왠지 어딘지 모르게 부러워하는 표정이군.
에? 그렇게 얼굴에 나왔나요? 하하……. 그 아이들의 푹신푹신한 감촉을 생각했더니 그만.
파우스트: ……너야말로 고양이와 노는 시간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최근에 의뢰가 계속되었잖아. 만약 너도 그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 안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괜찮나요? 그러면 꼭 부탁드릴게요……!
아야야야……. 힘차게 허리를 부딪혔다…….
파우스트: 괜찮나, 현자. 마법으로 내려줄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게다가 직접 내리고 싶다고 말한 건 저니까요. 나무 비늘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건 판타지 같고 낭만이 있잖아요. 즐거웠어요!
파우스트: 그런가……? 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네! ……아! 저 아이들은!
파우스트: 아무래도 저쪽에서 인사하러 온 것 같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나요?
어루어만진 두 마리의 고양이는 햇빛을 받아 따끈했다. 그리고 싱싱한 초목 냄새와 물소리. 자연에 싸인 공간을 온몸으로 느낀다.
(……처음 왔을 때는 여기가 파우스트의 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
누군가와 함께 있기 때문에 2화
파우스트: 왜 그래, 현자. 주위를 막 둘러보고.
아뇨, 처음 여기 왔을 때 생각이 나서요. 조금 그리워서. 의뢰로 방문한 곳이 파우스트의 집이었다니 생각도 못했는데.
파우스트: 아아, 그랬었지. 설마 음수대 하나 때문에 들킬 줄은. 허술했어.
두둥실 바람을 타고 온 것은 낯익은 물건이었다. 파우스트가 시장에서 샀다는 고양이용 찻잔이다. 마법으로 물이 쏟아지는 옆으로 또 하나 빈 접시가 실려온다. 나는 살며시 그것을 집어들었다.
고마워요, 파우스트. 고양이들도 이거 받으세요. 저희가 가지고 온 기념품 간식이에요.
아하하, 잔뜩 먹고 있네.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에요.
파우스트: 자, 우리도 점심을 먹을까. 준비를 하고 올 테니까 너는 이 아이들과 여기에 있어.
옷자락을 치우며 일어서는 파우스트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점심? 파우스트가 만들어 주나요?
파우스트: ? 나 말고 누가 있어. 점심 전에 출발했으니까 틀림없이 점심은 내 요리를 기대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죄, 죄송해요.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었어요. 저, 한 끼 정도는 괜찮아요. 여기까지 데려와준 것만으로도 기쁜데 과연 밥까지 얻어먹는 건 뻔뻔하다고나 할까…….
마력이 강한 마법사들은 오래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만 사양하자 파우스트는 침착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파우스트: 현자. 위험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다소 뻔뻔해져라. 이 땅은 많은 정령이 서성거리고 있어. 공복으로 이성이 깎이면 나쁜 정령들이 달라붙어…… 최악의 경우, 돌아올 수 없게 될지도 몰라.
……! 죄, 죄송해요. 한턱 받을게요!
황급히 등을 펴자 파우스트는 이상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파우스트: 미안해. 조금 겁을 많이 줬나. 하지만 그 정도의 뻔뻔함은 가져도 손해는 없어. 다만, 내 요리는 뭐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으니 그래도 괜찮다면.
날씨가 좋기도 해서 점심은 밖에서 먹기로 했다. 고양이들과 함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파우스트가 만든 건더기 가득한 수프를 먹는다.
잘 먹었습니다! 후우……. 배가 불러요. 두 번이나 더 먹어버렸어요.
파우스트: 변변치 않은 음식이 입맞에 맞은 것 같아 다행이군. 허브나 버섯, 닭고기를 한꺼번에 끓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건데.
아뇨, 너무 맛있었어요!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의 밥 같은 느낌이라, 사실 조금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파우스트: 친근감?
네. 만약에 저도 혼자 살면 이런 일품으로 맛있고 배부른 것을 만들지 않을까 하고.
파우스트: 그런가. 그냥 자연스럽게 이런 음식에 정착한 거야. 나 혼자만 만족하면 여기서의 식사는 충분하니까. 누구를 챙길 필요도 없으니 마음이 편해.
파우스트가 하늘을 쳐다보자 흰 고양이가 그의 배로 다가갔다. 긴 손가락이 천천히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는다.
누군가와 함께 있기 때문에 3화
파우스트: ……이 장소를 쓸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정령이 있고, 이 아이들이 있고, 저 산속에는 이웃도 있지. 나한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파우스트…….
찾아온 침묵을 나뭇잎의 속삭임이 메운다. 자연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이 계곡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잔잔하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무언가가, 분명 많이 있었겠지…….)
그때, 우리에게 그림자가 떨어지고 바람이 불었다.
우왓!? 지금 건…… 새 인가요?
파우스트: 아아. 머리를 스칠 뻔했군.
아, 검은 고양이가 쫓고 있어. 아하하, 식후 운동이라도 하는 걸까요.
……어라? 저 기세로 가면 강에 빠질 것 같은데……!
검은 고양이는 머리 위를 나는 새에 정신이 팔려 눈앞의 강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늦을 것 같아……!)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
갑자기 나와 검은 고양이의 몸이 떠올랐다. 물에 닿지 않고 땅에 착지한 고양이를 보고 안도의 힘이 빠진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고마워요, 파우스트. 그런데 왜 저까지 띄워주신 건가요?
파우스트: 대단한 기세로 달려나가서 그대로 강에 돌진할 것 같았으니까. 물가에는 맨살로 만지면 위험한 생물도 있어. 다치기라도 하면 힘들잖아.
아, 그러고 보니 전에 왔을 때 가르쳐줬었죠. 정령들은 피를 싫어하니까 다치지 말라고……. 조심할게요.
순간, 파우스트는 안경 끝에서 눈을 크게 깜빡였다.
파우스트: 정령이 떠들기 이전에 눈앞에서 부상자를 늘리는 취미는 없어.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평소와 다름없는 음성과 표정. 그 이면에는 타인을 향한 넘칠 것 같은 상냥함이 있었다.
……! 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자, 슬슬 돌아갈까. 아쉽지만 내일 수업 준비를 해야하니까.
걷기 시작하는 파우스트의 등을 쫓으며 나는 이 땅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마법관에서의 생활은 여기보다 더 활기차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변함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기를.)
그와 동시에…… 누군가와 있을 때 보이는 그의 모습을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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