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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부디, 당신에게 무지개의 이야기를] 1화~5화

 

 

 

 

 

눈을 감으면 사라질 것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 정말 좋아하는 이름. 고성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초대된 현자의 마법사들. 어린 소녀가 그린 그림책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환영과 환상, 그리고 이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변해가는 붉은 하늘에 괜히 울고 싶어졌다.

 

이 세상은 어째서…… 이렇게나 아름다운지. 

 


1화

 

???: 비온 뒤 하늘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무지개가 보여. 선명하고 덧없고 그리운 색. 

 

???: 네가 바람을 어루어만질 때 들리는 소리. 방울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처럼 반짝반짝 흘러가는 소리. 그 여운과 잔상을, 나는 건져 올리고……. 그리고 그려두는 거야. 너덜넏러한 양피지 뭉치에서 시작된 이야기.

 

???: ……저기, 록시. 당신만은 계속 곁에 있어줘. 내 옆에 있어줘. 더 이상 아무도 잃고 싶지 않아. 저 무지개의 색도, 저 방울 소리도…… 나만의 특별한 세계니까.

 

???: 사라지지 말아줘. 당신만은 제발…… 부탁해…….

 

 

 

 

 

 

 

그것은 맑은 날 오후, 우리는 마법관의 넓은 방에 모였다.

 

스노우: 현자.

 

화이트: 현자여.

 

스노우, 화이트. 모두 모여서 뭘 시작하는 건가요?

 

스노우: 음. 그 설명을 하기 전에 일단 점호라도 해둘까.

 

화이트: 우선은 중앙의 나라!

 

카인: 좋아. 아서는 공무로 부재중이지만, 외에는 전부 다 모였어.

 

리케: 카인과 데리러 가서, 오즈도 제대로 있어요.

 

오즈: …….

 

스노우: 음. 그러면 다음은 동쪽이군.

 

파우스트: 전부 모이긴 했지만 이유가 뭐지?

 

히스클리프: 혹시 전원이 참여하는 임무라던가…….

 

네로: 귀찮지 않으면 좋겠는데.

 

시노: 위험한 임무인가? 토벌이나 실전이라면 나에게 맡겨둬.

 

화이트: 호호호, 안심하게나. 어수선한 일이 아니니.

 

스노우: 그러면 다음은 서쪽이지만…… 인원이 모자라 보이는군.

 

샤일록: 모여 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클로에: 어라, 라스티카? 라스티카가 없어!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는데…….

 

무르: 어쩌면 변덕스럽게 시작된 숨바꼭질일지도 몰라. 나, 숨바꼭질 좋아해~!

 

루틸: 어떤 일이든 저희가 할 수 있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지, 미틸.

 

미틸: 네! 다같이 무언가를 하다니, 의욕이 넘쳐요.

 

스노우: 남쪽은 이미 의욕만땅인 것 같군.

 

화이트: 믿음직스럽네.

 

피가로: 네. 선생님 역할로서 저도 콧대가 높아요.

 

레녹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막노동이라면 맡겨주세요.

 

레녹스: ……그런데, 뭔가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미스라 / 오웬 / 브래들리: …….

 

저기…… 모두의 옷이 군데군데 타있는데 괜찮나요?

 

화이트: 쿵하고 한 대 맞은걸세. 고생 많았군, 오즈.

 

오즈: 딱히 고생하지는 않았다.

 

브래들리: 헤에…….

 

미스라: 흐응…….

 

오웬: 그래…….

 

(……왜, 왠지 공기가 얼얼해……!)

 

화이트: 핏기 많은 녀석들이군.

 

스노우: 자, 이제 슬슬 오늘의 과제를 발표할까.

 

감도는 살기의 화살은 쌍둥이를 향하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은 꺄르르 웃으며 목소리를 모았다.

 

스노우 / 화이트: 오늘은 다같이 마법관 대청소일세!

 

클로에: 다함께…….

 

히스클리프: 대청소?

 

스노우: 음.

 

화이트: 그렇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쌍둥이가 주문을 외우자 툭툭 귀여운 소리를 내며 모두의 손에 청소도구가 나타났다. 밀대나 청소용 빗자루. 나도 어느새 행주를 잡고 있었다.

 

오웬: 하? 우리가 그런 이유로 모이게 된 거냐고.

 

미스라: 마법사 전원이 해내야 할 중요한 임무라고 하지 않았나요?

 

오즈: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브래들리: 대부분 청소 같은 건 일부러 시간내서 하지 않잖아. 마법사라면 주변은 깔끔해야 마땅해. 무엇에 사용될지 모르지만, 머리 한 톨이라도 남길 수 없으니까.

 

스노우: 뭐 그렇지만, 중요한 건 거기가 아니다. 모두 협력해서 같이 뭔가 임하는 것이지.

 

화이트: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조화가 아니다.

 

스노우: 협조성이지.

 

화이트: 우리들은 모처럼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몸. 가끔은 교류도 소중히 해야하네.

 

루틸: 맞아요! 모두 함께 하면 평소 청소로는 손이 닿지 앟는 구석구석까지 금방 깨끗해질 거예요.

 

시노: 실전이 아닌 건 짜증나지만 청소는 잘해. 특히 정원 가꾸기는 맡겨둬.

 

네로: 그러면 나는 주방에서. 식량 정리도 하고 싶고.

 

무르: 나도 주방 담당이 좋아!

 

네로: 에.

 

샤일록: 이런, 드문 일이네요. 뭐라도 주워먹을 생각인가요?

 

무르: 그것도 있지만, 저번에 찾은 마법약 레시피를 시도해보고 싶어. 이모리 흑구이와 만도라고라를 이용한 시커멓고 걸쭉하고 마그마처럼 보글보글한 녀석!

 

샤일록: 그건…… 꽤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조제품이군요. 네로의 말을 지켜 예의 바르게 하시길. 너무 어지럽히지 않도록.

 

네로: 에에…….

 

오웬: 뭐든 좋지만 과자 만드는 냄비는 쓰지 마. 냄새가 옮으면 싫고.

 

카인: 그 정도면 아직 괜찮지만, 냄비는 무사할까…….

 

미틸: 형님, 저희는 도서실을 청소할까요?

 

루틸: 그렇네. 모두가 가지고 온 책도 많아졌고.

 

리케: 저도 도와드릴게요! 도서실은 공부할 때 자주 이용하니까요. 가까운 장소는 청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 안쪽 선반이 어질러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스라: 거기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방에 둘 수 없게 된 제 주술책이 있어서요. 기분이 나빠지면 물어뜯거나 갑자기 달려나와 덮칠지도 몰라요.

 

리케: 에.

 

미틸: 위험한 걸 두지 마세요……! 모두가 쓰는 곳인데.

 

루틸: 하지만 미스라 씨의 책은 조금 흥미가 있을지도……?

 

스노우: 음. 다들 의욕이 넘치는군.

 

화이트: 자, 현자여. 첫마디를 부탁하네.

 

첫마디?

 

스노우: 렛츠 고! 같은 거, 있지 않은가.

 

화이트: 그래서 모두의 사기가 높아진다고 전의 현자에게 들었네.

 

스노우: 덤으로 한바탕 웃으면 좋다고 하더군.

 

그런 터무니없는……!

 

쌍둥이의 목소리에 등을 떠밀린 채 모두의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에, 한바탕 웃음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친분을 쌓기 위해 모두와 협력하면서 청소 하도록 해요. 그러니 가능한 한 마법은 쓰지 말고…….

 

미스라: '아르시무'

 

요란한 미스라의 주문에 이어 어디선가 펑 하고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아, 혹시 지금…….

 

미스라: 네. 끝났어요, 청소. 눈에 거슬리는 건 다 없앴어요. 고마워 하세요.

 

넓은 방 계단에 앉아 다리를 다시 꼬며 미스라가 투덜거렸다.

 

브래들리: 5초 만에 끝났네.

 

피가로: 끝나버렸네.

 

오웬: 처음부터 이렇게 해.

 

샤일록: 조금 더 여운을 갖고 싶은 참이었습니다만…….

 

오즈: ……하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경쾌한 발소리가 울리고 넓은 방의 공기가 포근해졌다.

 

라스티카: 이런, 모두들 다 모여계시고. 파티 초대장은 받았던가?

 

클로에: 라스티카! 어디 갔었어?

 

라스티카: 안뜰을 산책하고 있었어. 마당에 메리골드가 정말 예쁘더라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머릿속에 음악이 흘러넘쳐서 멈추지 않게 되어 버려가지고. 다음에 클로에한테도 들려줄게.

 

클로에: 정말이지……. 갑자기 사라지니까 걱정했는데. 라스티카는 마이페이스라니까!

 

카인: ……어이, 그런데 뭔가 연기가 나는 것 같지 않아?

 

네로: 아아, 밖에서 풍겨오는 것 같은…….

 

라스티카: 그러고 보니 안뜰 곳곳이 불꽃 리본을 두르고 있었어. 화단으로 옮기지 않으려고 몇 개 지워놨는데……. 그건 누군가의 놀이였나?

 

클로에: 불꽃의 리본……!?

 

불타고 있었다는 건가요!?

 

라스티카: 네. 톡톡 불꽃이 튀는 모습은 멋지기도 했지만,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

 

저기, 아까 미스라의 마법이란…….

 

미스라: 방해되는 것을 모두 재로 만든 것 뿐인데요?

 

스노우 / 화이트: 청소 방법이 극단적이야!

 

샤일록: 아무래도 미스라의 청소는 다소 과격한 것이었던 것 같군요.

 

미스라: 감사합니다.

 

브래들리: 아니, 칭찬한 거 아니야.

 

피가로: 즉, 우리의 임무가 대청소에서 불을 제압하는 것을 바뀌었다는 건가.

 

카인: 마법관에 화재라니 큰일이야! 서둘러 없애야해.

 

네, 네! 불타고 있는 곳은 한 곳이 아니죠?

 

히스클리프: 나누자! 양동이는…….

 

미틸: 가지고 있어요!

 

클로에: 나도!

 

시노: 분수의 물을 쓰자. 계속 물이 나오고 있으니까.

 

레녹스: 현자님은 여기에 있어주세요. 저희가 금방 끄고 오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기…….

 

카인: 응? 왜 그래?

 

여기는 마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 하고…….

 

뛰기 시작하던 마법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루틸: ……확실히 그렇네요.

 

네로: 미안……. 언제 말을 꺼낼까 타이밍을 놓쳐서.

 

파우스트: 나도…….

 

스노우: 나도일세……. 젊은이들의 행동력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화이트: 이하동문일세.

 

얼굴을 마주보고 쓴웃음을 짓는 젊은 마법사들을 뒤로, 훌쩍 지팡이를 드는 오즈의 모습이 보였다.

 

오즈: '복스노크'

 

순식간에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굵은 빗방울이 마법관을 적셔갔다…….


2화

 

피가로: 결국 마법관 안을 뛰어다닐 줄이야.

 

오즈가 내린 비도 그치고, 안방에는 다소 지친 기색의 마법사들이 여럿 남아 있었다.

 

실내에서도 곳곳 작은 불이 발생하고 있었으니까요.

 

시노: 청소가 아니라 화재 진압이 되다니.

 

미스라: 정말로요. 마구 일을 해서 최악이었어요.

 

스노우: 아니아니, 누구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겐가.

 

피가로: 뭐, 결국 다같이 힘을 합칠 수는 있었네요.

 

루틸: 네. 여러분들과 함께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도 꽤 즐거웠어요.

 

아하하……. 마지막은 불을 찾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되어버렸지만요.

 

화이트: 음. 우리가 원하던 조화는 사라졌군.

 

샤일록: 교류가 깊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적당한 피로를 나누는 것은 좋아합니다. 기분 좋은 피로는 때로는 마음을 쉴 수도 있으니까요.

 

파우스트: 그런가? 마음이 피곤해지는 휴일이라니, 쉰 것 같지가 않은데…….

 

샤일록: 오늘 밤은 분명 푹 잘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휴일이죠. 

 

피가로: 드물게 조사나 토벌 같은 의뢰가 한 건도 없는 날이기도 하고.

 

시노: 나는 임무를 하러 가고 싶어. 뭔가 공을 세울 수 있는 녀석으로.

 

루틸: 그래도 쉬는 것도 중요해. 계속 신경 쓰다 보면 몸도 마음도 필요할 때 잘 움직이지 않게 되니까.

 

무르: 그러고 보니 폭풍 전에는 조용하다고 하잖아? 그럼 지금은 사건이 일어날 징조일지도?

 

무르가 빙글빙글 허공을 돌며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무르: 왜냐하면 마법사인 우리가 평화롭고 한가롭다는 건 말도 안 돼. 슬슬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야! 차라리 일어날길 바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현자님.

 

으음, 그렇네요……. 재미있는 일이라면 기쁘겠지만, 사건은 조금 곤란할지도.

 

아서: 현자님, 방금 돌아왔습니다.

 

그때, 대문이 열리고 상쾌한 목소리가 닿는다. 콕로빈을 데리고 온 아서가 해질녘 바람을 휘감고 경쾌한 구두소리를 올리며 안방으로 들어왔다.

 

아서, 어서오세요. 공무 수고하셨어요.

 

아서: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무슨 일 있었나요? 모두가 피곤해 보이는데.

 

으음, 여러가지가 있어서…….

 

피가로: 그런데 콕로빈도 함께라는 건 우리한테 무슨 할 얘기라도?

 

콕로빈: 네, 맞아요. 현자님들께 상담이 있어서…….

 

시노: 오, 바로 사건인가. 한순간의 평화였네.

 

무르: 사건! 사건!

 

앞으로 푹 빠지는 시노와 무르에게 콕로빈 씨는 황급히 두 손을 흔들었다.

 

콕로빈: 아, 아니에요! 위험한게 아니에요. 실은 이번에 중앙 나라의 어느 고성에서 전람회가 열립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콕로빈 씨가 꺼내든 것은 어떤 봉투였다. 무슨 안내장 같다.

 

콕로빈: 주최자는 미술상을 운영하는 양가의 남편으로, 그랑벨 성에도 많은 상품을 선물 받고 계시는 분입니다. 취미의 연장이긴 합니다만 중앙 나라를 중심으로 각국에서도 몇 가지 저작물이나 예술품을 모아서 대규모로 행해질 예정이라…….

 

아서: 개인 주최치고는 꽤 훌륭하고 규모가 큰 전시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기에 저희를 초대하고 싶다는 제의가 와서요.

 

전람회에 초대……? 마법사 전원을요?

 

콕로빈: 네! 토비카게리 사건에서 현자의 마법사 분들이 중앙의 나라를 구해주셨잖아요. 그일에 매우 감격하신 것 같아서…….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모든 임무를 수행하여 세계의 이변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분들께 언젠가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파우스트: 편리한 이야기군.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면 이쪽으로 오면 되잖아.

 

아서: 그렇게 말하지 마. 주최자는 분명 경의를 표하고 초대해 준 걸 거야.

 

파우스트: 어떠려나. 인간은 세상 풍향 하나에 따라 의견이 달라지는 법. 내일이면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 우리는 좋아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화끈한 변덕이겠지.

 

아서: ……우리를 챙겨주고 있구나. 고마워, 파우스트.

 

파우스트: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어.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아서: 이번에 초대해준 곳은 그랑벨 왕가와도 오랜 교류가 있었고 마법사들도 이해해 주시는 집안이야. 초대장에서도 우리에 대한 호의가 느껴져. 그만한 일을 그때 모두는 해주었어. 모두는 이 중앙의 나라를 구해준 구세주니까. 다시 한 번, 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해 줘.

 

그러자 아서는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절을 했다. 늠름한 등이 거짓 없는 마음을 말해준다. 마법사와 인간 사이에 있는 홈은 메워진 것처럼 보이다가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는가 하면 가교가 생긴다. 그 반복인 것이다. 몇 걸음 더 나아갔다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고. 좋아하거나 상처받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지금' 이 있다.

 

고개를 든 아서의 태양이 떠오르는 푸른 하늘 같은 맑은 눈동자가 나를 사로잡는다. 곧은 눈빛은 지금 다음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 빛 속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토비카게리 건은 물론이지만, 여러분의 공적은 그것 뿐만이 아니에요.

 

문득 스스로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말에 나는 놀랐다. 중앙 나라 왕자의 흐리지 않은 시선에 이끌리듯 내 입이 열렸다. 

 

오력국 평화회의 때……. 가시덤불로 뒤덮인 그랑벨 성과 포로가 된 저를 구해준 것은 여러분들이에요. 성의 사람들은 잠이 들어버려서, 아무도 모두의 활약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 씁쓸하지만…….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용감하게 맞서주신 것을.

 

아서: 현자님…….

 

그래서 그 초대장을 주신 분처럼 여러분의 활약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뻐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속 깊이 나오는 말이 되었다. 조금 괴짜같은 점은 있지만, 자신의 마음에 정직하고 자유로운 소중한 친구들을 호의적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에 마음이 터질 것 같아서.

 

아서: ……감사합니다. 저도 모두의 활약이 인정받는 것이 기쁩니다. 동시에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앞으로도 오해 없이 마법사들의 행적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서: ……맞다. 현자님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콕로빈: 그러면 이쪽으로. 전시회를 주최하는 귀족 분께서 현상품으로 보내주신 겁니다.

 

 

 

 

 

 

 

 

 

 

콕로빈 씨가 꺼낸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양손 정도의 크기에 표지에 섬세한 그림이 그려진 아름다운 장정을 하고 있다.

 

이건 그림책…… 인가요?

 

루틸: 어머! 저, 그림책 정말 좋아하거든요. 열어봐도 될까요?

 

아서: 물론! 그래서 가져온 거야.

 

콕로빈 씨에게서 그림책을 받자 루틸은 꽃이 핀 듯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루틸: 미틸, 리케, 같이 보자. 클로에들도!

 

클로에: 와아, 그래도 돼? 이 표지 멋지다! 매력적인 디자인이라서 눈이 안 떼져.

 

클로에도 제비꽃 눈동자를 반짝이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표지를 덧대는 리케의 호기심 어린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리케: 이 그림책, 저도 읽을 수 있을까요? 최근에 또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많아졌는데…….

 

미틸: 분명 괜찮을 거예요. 모르는 것이 있다면 제가 알려 드릴게요!

 

리케: 네. 표지의 예쁜 글씨……. 이 그림책을 그리신 분의 이름인가요?

 

루틸: 루카 캐럴……. 멋진 이름이네.

 

유명한 작가분인가요?

 

시노: 나는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는 몰라. 히스라면 알지 않나?

 

히스클리프: 나도 들어본 적이 없을지도……. 그래도 헌상품으로 받을 정도니까 꽤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무르: 저기, 왠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

 

루틸의 바로 위에서 그림책을 들여다본 무르가 즐거운 듯 한 바퀴 돈다.

 

무르: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길 거야. 분명!

 

아서: 후후, 역시 무르네.

 

모두를 지켜보던 아서가 무르를 올려다보며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

 

아서: 이 그림책의 작가, 루카 캐럴은 아직 발매 전인 그림책 작가이자 마법사야.

 

마법사……?

 

아서: 네. 그녀가 그리는 그림책에는 신기한 마법 장치가 많이 있습니다.

 

품위 있는 눈가에 약간의 장난스러움을 번득이며 아서가 고한다. 모두의 눈동자가 한층 반짝이며 루틸의 손에 있는 그림책에 주목했다.

 

미틸: 장치란 뭘까…….! 마법사 분이 그리신 거라면 마법이 걸려 있는 건가?

 

리케: 어떤 마법일까요. 빨리 열어봐요!

 

무르: 빨리!

 

루틸: 네!

 

미지의 보석함을 살짝 열 듯이, 이름 모를 꽃의 꽃잎을 보듯이…… 루틸이 그림책을 펼친다. 그러자 포근포근 숲의 향기가 감돌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스쳐간다.


3화

 

히스클리프: 아……. 깊은 숲 향기가 나. 왠지 그리운 느낌이…….

 

미틸: 저도 이 향, 아는 것 같아요! 남쪽 나라의 초원에 뒹굴었을 때의…….

 

루틸: 살짝 꽃 향기도 나네. 달콤하고 좋은 향기.

 

향기를 쫓듯 시야가 흔들린다. 지면에서 희미하게 색채가 떠올라 수채 물감을 떨어뜨린 듯 퍼져 나간다. 이윽고 환영의 스노우돔처럼 우리를 감싸고 나타난 것은 섬세한 색감으로 그려진 숲의 풍경. 조금 이상하게 생긴 윤곽이 둥근 나무들은 환상적이고 사랑스럽다. 장난감 같지만 확실한 생명력이 있어.

 

클로에: 대단해……. 그림책 속 숲이 정말 있는 것처럼 떠오르고 있어!

 

히스클리프: 마치 그림책의 세계에 감싸져 있는 것 같아……. 나, 이런 감각 처음일지도.

 

시노: 저기 나무 열매 맛있겠다. 본 적 없는 모양인데 진짜처럼 반들반들거려.

 

리케: 그러져 있는 화초도 실제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손을 뻗으면 만져질 것 같아…….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흥분한 리케의 눈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냄새나 바람이 붙은 입체 그림책……. '튀어나오는 그림책' 의 마법 버젼이다!)

 

옅은 색채로 그려진 숲 속 호숫가 수면이 바람에 흔들리고, 맑은 물 속을 본 적도 없는 선명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하늘을 보면 연분홍색 구름이 흐르고 붉은 부리가 인상적인 철세때가 있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의 환상적인 세계로 유인된 기분이에요. 이게 그림책이라니 믿겨지지가 않아…….

 

그 이상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는 것은 나와 어린 마법사들 뿐만이 아니었다. 연장자 마법사들도 떠오르는 환영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을 깜빡이고 있다.

 

스노우 / 화이트: 호오…….

 

파우스트: 이건…….

 

샤일록: 훌륭하네요 …….섬세한 붓놀림입니다. 마치 생명이 깃든 것 같군요.

 

샤일록이 환영에 손을 뻗는다. 색채가 섞이는 연기와 장난치듯 모호하게 녹는 윤과을 긴 손가락으로 짚었다.

 

샤일록: 무구하고 순수한 소녀 같은 위태로움에 너무 익은 과실 같은 탐미한 유혹을 가한 것 같은……. 

 

미틸: 아, 보세요! 경치 속에 둥실둥실 날고 있는 이건……. 토끼일까요?

 

시노: 고양이 아닌가? 귀가 조금 긴 것 같지만.

 

리케: 날개 달린 개구리 같은 것도 있어요. 이쪽에서도 날고 있어요!

 

클로에: 너무 예쁜데 기묘해서…… 조금 무섭네. 그런데 귀여워 보이다니 신기해!

 

루틸: 정말……. 어디를 봐도 두근두근거려서 한숨이 나와. 도감에서도 본 적이 없는 생물 뿐이라서…….

 

파우스트: 그린 사람이 생각한 공상의 생물인가. ……아니, 그건 그렇고 꽤 치밀하게 그려져 있네.

 

히스클리프: 네. 마치 실제로 본 적이 있는 것처럼…….

 

피가로: 응…… 그렇네.

 

모두의 한 걸음 뒤에서 우리를 감싸는 경치를 바라보던 피가로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것을 보아온 박식한 눈동자에 이상한 세계가 바뀐다.

 

피가로: 아마도 여기에 그려져 있는 것은 일정 조건 하에서만 볼 수 있는 경치와 일반적으로 환수라고 불리는 생물들이야. 나도 내 눈으로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오래된 문헌이나 학술서의 기록에 남아 있었던 것 같은…….

 

스노우: 음. 외딴 맑은 자연에서 사는 요정이나 정령…….

 

화이트: 좀처럼 사람이나 마법사의 눈에 비치지 않는 환상의 생물들.

 

환상의 생물……?

 

스노우: 환상이라고 해도 제대로 존재하고 있지만 말일세. 환수들도, 이 환상적인 경치들도. 우리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없으니까 '환상' 이라고 부를 뿐.

 

화이트: 언뜻 공상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책은 확실히 존재하는 경치를 그리고 있다.

 

무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아. 안 보이는데 그릴 수 있어? 재밌다!

 

히스클리프: 스노우 님들도 보기 힘든 세상이라니……. 뭔가 특수한 술을 통한 걸까요?

 

시노: 꽤 강력한 마법사일지도 몰라.

 

피가로: 그럴 수도 있지만, 어떠려나. 이런 생물들을 눈에 비추기에는 마력의 세기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

 

화이트: 그렇다. 단순히 마력의 세기보다는 잠재적인 감각과 모든 사건에 대한 감수성의 세기가 중요하지.

 

스노우: 다양한 정령이 마음에 들어하는 지도가 포인트일세. 고로 우리조차 보기가 어려워.

 

그러면 강력하거나 처음부터 노력을 해도 꼭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네요.

 

루틸: 그런 세계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는 건가요……?

 

피가로: 이상한 생물들에 대해 쓰여진 문헌을 전 세계에서 모아 조사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샤일록: 어느 쪽이든 상당히 식견이 깊은 마법사인 것 같군요. 오래 사신 분일지도.

 

파우스트: 루카 캐럴인가 …….그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군.

 

맞아. 아직 매출 전인거죠?

 

아서: 네. 그녀의 재능을 발견한 것은 전시회 주최자의 아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개하는 것은 이 전시회가 처음이기 때문에 상당히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콕로빈: 과거 작품과 함께 신작도 발표된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의 핵심이에요!

 

루틸: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 몇 권이나 진열되다니 …….신작도 꼭 보고 싶어요!

 

샤일록: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리 개인의 행사라고 해도 마법사의 작품도 전시되다니……. 중앙 나라 관할 내의 일인데, 빈센트 님께서 많이 봐주셨군요.

 

아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한 것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라는 조건부로 특별히 허가가 났어. 숫자는 많지 않지만 루카 캐럴의 그림책 말고도 마법이 걸린 전시품이 몇 개 진열될 것 같아.

 

피가로: 뭐, 빈센트 왕제 전하도 모든 마법사를 부정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 초대 국왕의 친구로서 거룩한 마법사의 이름도 널리 전해지는 것 같고.

 

파우스트: 흥, 어떨까.

 

스노우: 어쨌든, 전시회 주최자는 우리에게 호의적이고 권력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화이트: 은혜를 팔아두는 건 나쁘지 않아.

 

스노우 / 화이트: 호호호.

 

미틸: 저, 전시회에 가는 건 처음이에요. 남쪽 나라에서는 그렇게 큰 행사가 없었는데 너무 기대돼요!

 

콕로빈: 그림과 조각 외에도 희귀한 보석 전시와 유적에서 발굴된 연대물도 진열되어 있는 것 같아요. 고대에 사용되던 무기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옛날에 쓰던 건 거칠지만 멋있더라고요.

 

리케: 고대의 무기…….

 

미틸: 리케, 흥미 있나요?

 

리케: 조금 …….하지만 무기에 흥미를 가지는 건 야만적인 발상인가요?

 

미틸: 아니에요. 게다가 먼 옛날에 쓰던 것을 만지면 역사를 들여다본 기분이 들 것 같잖아요?

 

루틸: 분명 역사를 여행하는 기분도 들 거야. 멋있는 무기, 같이 보러 가자!

 

리케: 네!

 

아서: 그 밖에는 기계 장치라던가 카라쿠리 인형도 전시된다고 해.

 

히스클리프: 기계 장치와 카라쿠리 인형…….

 

시노: 히스, 신경 쓰인다고 얼굴에 쓰여져 있어. 그 자리에서 해체나 하지 마.

 

히스클리프: ……그, 그런 짓 안 해.

 

조금 전까지 피곤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떠드는 이들을 보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기대하고 있는 모두를 보니 왠지 기쁘네요.

 

아서: 네. 현자님은 어떠신가요?

 

물론 저도 엄청 들떠있어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아서: 다행이다! 현자님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안심이 되네요.

 

모두를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의 초대잖아요. 가능하다면…… 마법관의 모두가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후우.

 

멍하니 침대에 쓰러진다.

 

(그 자리에 없었던 마법사들을 전시회에 초대해 봤지만…….)

 

예상은 했지만 반응은 제각각이었고 흥미를 보이지 않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물론 모두가 순순히 가고 싶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뒤척이며 천장을 바라본다.

 

전람회……. 기대된다.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조금 앞을 향한 것 같았다.

 

(만났을 때에 비하면 지금의 마법사들의 사이는 꽤 깊어진 것 같지.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알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쫓는 것을 멈추자마자 품속으로 파고든 듯한 그림자 밟기와 술래잡기의 반복. 마법사와 인간도 그렇다. 서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감히 입에 올려본다.

 

항상 열심히 하고 있는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역시 너무 좋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초대해 주다니……. 이대로 마법사에 대한 시선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네.

 

천장을 향해 던져진 내 말이 내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준 것은 분명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좋아……!

 

하나, 크게 기지개를 켜고 힘차게 몸을 일으킨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가 울렸다.


4화

 

네.

 

루틸: 루틸이에요. 지금 괜찮으신가요?

 

열린 문 너머에 있던 것은 루틸이었다. 가슴팍에는 낯익은 그림책이 안겨져 있다.

 

루카 캐럴의 마법 그림책…….

 

루틸: 아서 님이 빌려주셨어요. 괜찮으시다면 함께 다음을 보지 않겠나요?

 

와아, 괜찮나요……! 부디!

 

나는 루틸을 방으로 맞아들였다. 침대에 둘이서 나란히 앉는다.

 

루틸: 콕로빈 씨에게 물어봤는데, 루카 씨의 그림책은 다 한 점 짜리래요. 마법을 써서 한 권씩 정성스럽게 시간을 들여 그리다 보니까 판화로 양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특별하고 귀중한 거네요.

 

루틸: 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니 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거려요.

 

마치 오랜 세월 애용해 온 노트를 그리워하듯 루틸은 그림책 표지를 살짝 쓰다듬었다. 

 

루틸: 그럼…… 열게요?

 

루틸의 거드름 피우는 말투가 왠지 귀여워서…… 나는 일부러 쿵 하고 목을 울렸다. 루틸의 예쁜 손가락이 그림책 표지를 천천히 넘긴다. 무지개 빛이 샘물처럼 페이지에서 쏟아져 나오고 수목이 번지듯 방 카펫으로 퍼져간다. 부드러운 바람이 황금 꽃봉오리를 흔드는가하면 순식간에 활짝 피어 품을 푸기 시작하는 꽃들. 본 적도 없는 신기한 생물들이 자수정 언덕을 누비며 감벽색 하늘을 날아다닌다.

 

열린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환상적인 세계가 시야 가득 펼쳐졌다.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후 하고 숨을 쉰다. 옆에 앉은 루틸도 자신을 감싸는 환영에 넋이 나간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마법의 그림책이라는 말이 딱이네요. 세상에 단 한 권뿐인 특별한 그림책이에요.

 

루틸: 정말로요……. 마치 꿈같은 세계예요.

 

이 그림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 있나요? 저는 이 세상 글자를 읽을 수가 없어서.

 

루틸: 아, 그랬었죠. 죄송해요. 어린 여자아이가 나비 같은 신기한 생물의 등을 타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거예요. 그 신기한 생물의 이름은 록시. 여행 중에 록시가 좋아하는 꽃을 모으는 이야기네요.

 

혹시……. 이 둥둥 떠 있는 무지개 나비 같은 건가요?

 

루틸: 네, 맞아요. 푹신푹신한 몸이 귀엽네요.

 

투명한 날개도 예쁘다 …….빛이 비치는 게 여러 가지 색으로 보여요. 날갯짓을 할 때마다 마치 바람을 색깔로 물들이는 것 같아.

 

루틸: 와아, 현자님. 시적 표현을 하시는군요. 멋져요. 록시는 인간도 마법사도 아니지만 이 여자아이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친구예요. 이 그림책에서는 사랑이 넘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전해져 와요. 그래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죠.

 

저는 문자는 읽을 수 없지만 꽃이나 풀, 하늘이나 구름, 이상한 생물들이 하나하나 매우 정중하게 그려져 있어서……. 그걸 보고만 있어도 상냥한 마음이 들어요. 루카 캐럴 씨에게 있어서 분명 굉장히 소중한 세상이겠죠.

 

루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림책의 환영 속 일곱 빛깔 나비가 둥실둥실 흔들리고 있다. 날개를 칠 때마다 흩날리는 선명한 비늘가루에서 반짝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인간도 마법사도 아닌 소중한 친구……. 이 록시와 여자아이처럼 마법사들과 사람들이 좀 더 알고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내 말에 루틸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내 등을 밀어준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마법관의 모두가 전시회에 갔으면 좋겠어요.

 

루틸: 인간과 마법사의 차별 없이 작품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회니까요!

 

그러자 루틸은 그림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대에 찬 부드러운 눈빛으로.

 

기대되네요.

 

루틸: 네. 두근두근거려요. 루카 캐럴 씨의 작품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안절부절 못해서 잠들지 못할 것 같아요!

 

떠드는 루틸을 보고 소풍 전에 잠을 못 자는 밤이 생각났다.

 

루틸: 현자님? 싱글벙글 웃으시고 무슨 일이신가요?

 

후후, 죄송해요. 너무 신나서 잠을 못 이루는 밤이 생각나서.

 

루틸: 현자님에게도 그런 밤이 있었군요.

 

네. 잠을 자려고 하면 더 잠을 못 자게 되죠. 마음이 계속, 뭐랄까…….

 

루틸: 튀어오를 것 같은?

 

바로 그거예요.

 

루틸: 마음이 뛸 것 같은 거, 숨길 수 없죠?

 

네. 전혀 숨길 수 없어요!

 

얼굴을 마주보고 둘이서 웃는다.

 

전시회가 더욱 더 기대돼요.

 

루틸은 그림책을 살짝 덮고 꼭 껴안는다.

 

루틸: ……루카 캐럴 씨.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죠. 스노우나 화이트에게도 별로 본 적이 없는 세상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다니. 식견이 깊고 장수 마법사가 아닐까, 라고 샤일록이 말했는데…….

 

루틸: 분명 이 그림책처럼 사려깊고 상냥하고, 그래도 약간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정말 멋진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요!

 

 

 

 

 

???: 여기는 매우 따뜻하네. 알 속은 분명 이런 느낌일 거야. 그럴 것 같지 않아? 따뜻하고……. 지켜지고……. 너무 안심이 돼. ……아니, 안심…… 하고 있었어. 지금까지는…….

 

???: 저기, 록시. 계속 여기에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이름을 불리고……. 하지만 무서워. ……상냥한 목소리도, 귀여운 모습도, 정말 좋아하는 이름도……. 눈을 감으면 다음 순간 내 앞에서 사라질 것 같아서. ……여기서 나가기 무서워.

 

???: 변해가는 자신이 무서워……. 더 이상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무서워……. 여기가 알이라면……. 언젠가, 밖에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며칠 뒤, 드디어 전시회 첫 날을 맞았다. 행사장인 고성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북적인다. 전시회의 모습과 초대해준 귀족에 대한 인사도 겸해 마법사 몇 명과 함께 나는 행사장에 왔다.

 

훌륭한 고성이네요! …….통째로 전시회에 사용되고 있는 건가요?

 

시노: 이거,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는 건가? 개인 주최인데 대단하네.

 

카인: 출품 리스트도 보여줬는데 상당수가 갖춰져 있더라. 이 정도나 모으다니.

 

히스클리프: 그리고 그냥 모은 건 아닌 것 같아. 주최자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엄선했겠지……. 고집이 전해져 와.

 

클로에: 전시회에 있는 손님들도 다 멋지다. 예술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아…… 저 자수 예쁘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

 

루틸: 저도 기대돼서 기다릴 수가 없어요! 얼른 들어가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려던 루틸에게 부딪히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어린 소녀: ……윽.

 

루틸: 아, 미안해요!

 

어린 소녀: …….

 

미틸보다 몇 살 어린 소녀였다. 어리둥절해하며 뒤로 물러서는 자그마한 그녀를 카인이 슬그머니 받아들인다.

 

카인: 이런, 괜찮아?

 

어린 소녀: 아…….

 

소녀는 시선을 망설이고 있다. 연보라빛 큰 눈동자가 불안해하며 흔들린다.

 

리케: 길을 잃은 건가요? 저기, 누구랑 같이 왔나요?

 

어린 소녀: …….

 

미틸: 떨어진 것 같네요. 부모님은…… 근처에 없나?

 

카인: 이만큼 넓은 전시회니까. 좋아, 이제 안심해도 돼.

 

클로에: 그러면 회장의 사람을 불러서…….

 

모두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는 시노의 소매를 소녀가 살짝 잡는다.

 

시노: ……? 너…….

 

청년: 여기 있었구나!

 

인파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향하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밝은 금발에 옅은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그는 아마 카인보다 조금 연상 정도. 단정한 색감의 정장이지만 밑단에서 들여다보는 셔츠 무늬가 세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어린 소녀: …….

 

그러자 소녀는 시노의 소매에서 손을 떼고 청년에게 달려갔다. 날개를 닫듯이 작은 어깨를 기대어 등에 숨어버린다.

 

청년: 찾아서 다행이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히스클리프: 아니에요……. 보호자 분이신가요? 다행이다. 길을 잃은 줄 알아서.

 

청년: 네. 한 눈을 판 사이에 잃어버려서요. 자, 가자.

 

소녀의 손을 살짝 잡고 청년은 우리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떠난다.

 

청년: 괜찮아? 요즘 왠지 자주 멍 때리는 것 같은데……. 걱정거리라도 있는 거니, 루카.

 

루틸 / 현자: 에?

 

(루카라니, 혹시…….)

 

청년과 소녀의 뒷모습은 순식간에 인파에 섞여 들어갔다.

 

루틸: …….

 

소녀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마음을 고쳐 장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외관도 훌륭했지만 안도 상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넓네요.

 

히스클리프: 네. 이만큼 넓은데 행사장도 보면서 돌까요. 현자님은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렇네요……. 궁금한 전시가 너무 많아서 고민돼요.


5화

 

카인: 아서에게 들었어. 마법사 작가가 그린 그림책이 있다면서? 나도 보고 싶은데.

 

히스클리프가 손에 쥔 회장도를 들여다보며 카인이 말했다.

 

시노: 히스는 뭐 보고 싶은 거 없어? 봐, 4층에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시노가 카인의 반대편에서 들여다본다. 

 

히스클리프: 저기 둘 다, 걷기 힘들어.

 

삼인 사각처럼 어색하게 걷는 모습은 왠지 흐뭇하다.

 

클로에: 루틸! 안내자에게 물어보니 책 전시는 2층이래. 루카의 그림책도 거기에 있나봐.

 

루틸: 2층에는 먼저 미틸들이 갔었지. 저희도 층을 올라가는 형태로 한 번 살펴볼까요?

 

그렇네요. 루카 씨의 그림책은 전시회의 주력이라고 했으니 먼저 보지 않으면 혼잡할 것 같아요.

 

완만한 나선계단을 오른 끝에 그림책 전시장이 있었다. 벽에는 여러 권의 그림책이 장식되어 있다. 먼저 도착해 있던 미틸과 리케를 발견하고 말을 걸려던 참에 루틸의 발길이 멈췄다.

 

루틸, 무슨 일인가요?

 

루틸: 현자님. 저 아이…….

 

……아.

 

루틸의 손가락 끝에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거기에 있던 것은 조금 전의 미아 소녀와 마중 나온 청년이었다. 옷차림 좋은 노신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서: 현자님. 모두들도. 벌써 오셨군요.

 

이어서 계단을 올라온 것은 그랑벨 성에서 직접 행했던 아서였다. 우리 안쪽에서 노신사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서: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됐다. 저기 있는 노신사가…….

 

노신사: 이런 이런. 아서 님 아니신가요!

 

아서가 단언하기도 전에 이쪽을 눈치챈 노신사가 당황한 듯 달려왔다. 깊이 고개를 숙인 뒤에 열띤 목소리가 이어진다.

 

노신사: 이런 교외의 성까지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서: 그렇게 고개를 숙이지 말아줘. 이번에는 중앙 나라의 왕자로서가 아니라 현자의 마법사로서 초대에 응했을 뿐이야. 초대해 줘서 고마워. 이쪽은 현자님과 현자의 마법사들이야.

 

노신사: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다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토비카게리에 용감하게 맞서는 아서 님을 이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마법사 분들의 활약도 듣고 있었습니다. 아아, 젋고 용감한 영웅들. 중앙의 나라를 구해주고 날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써줘서 정말 고마워!

 

노신사의 악수에 젊은 마법사들이 화답한다.

 

클로에: 저, 저야말로.

 

미틸: 저희를 초대해 주셔서 기뻐요!

 

노신사: ……당신이 현자님이시군요. 당신도 퍼레이드에서 봤습니다. 마법사 분들을 이끌어 주신 것, 한 국민으로서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영광이에요. 그래도 열심히 해준 것은 마법사 분들이에요. 토비카게리에 맞서준 것도, 거리를 지키고 탑을 고쳐준 것도.

 

노신사: 겸손하고 멋진 분이시다. 하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중앙은 죽음의 도시가 되었겠죠. 부디 자신을 자랑해 주세요.

 

따뜻하고 힘찬 악수에 왠지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감사합니다. 사실은 전원이 출석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사정이 맞지 않아서…….

 

노신사: 그런, 말도 안 되는!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현자의 마법사 분들은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이 전시회가 조금이라도 당신들에게 힐링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노신사가 손짓하여 조금 전의 청년과 소녀가 다가온다. 루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녀에게 쏠렸다.

 

루틸: 아…….

 

노신사: 이번 전시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 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자, 현자님들께 인사를.

 

노신사의 말을 들은 청년이 벌떡 놀란 듯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슬란: 아, 아슬란이라고 합니다. 아까는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설마 아서 님과 현자님들이 와 계신 줄도 모르고…….

 

노신사: 이런, 벌써 인사 했었구나.

 

아슬란: 아뇨, 루카를 찾고 있을 때 잠깐…….

 

그 청년…… 아슬란 씨가 아까 들렸던 것과 같은 이름을 돌리고 자신의 뒤에 숨는 소녀에게 눈길을 떨어뜨린다. 루카. 그 울림에 마법사들은 눈을 마주쳤다.

 

아슬란: 자, 루카. 인사해야지.

 

아슬란 씨의 재촉을 받고 소녀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보랏개 긴 은발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너무나도 예쁜 소녀다. 그러나 빛에 녹아버릴 정도로 덧없는 윤곽은 어딘가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루카: …….

 

루카라도 불린 소녀는 커다란 눈동자로 일침을 가하자 외면하고 말았다.

 

아슬란: 어, 어이. 루카……!

 

그리고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아슬란 씨의 등에 숨는다. 앞머리의 틈으로 약간 허망한 커다란 눈동자가 들여다보였다.

 

현자 / 루틸 / 아서: …….

 

아슬란: 정말 죄송합니다! 아직 어린애라고 할까…… 어려서. 부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녀는 루카 캐럴. 이번에 여기 출품하고 있는 그림책의 저자입니다.

 

아슬란 씨의 한마디에 마법사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작은 몸에 쏠린다.

 

아서: 그렇군. 네가 소문의…….

 

시노: 아까 만났을 때 혹시나 했는데……. 너, 역시 마법사였구나.

 

리케: 네.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리다고나 할까, 저나 미틸보다 더 어릴지도…….

 

히스클리프: 아니……. 하지만 이렇게 보여도 우리보다 훨씬 연장자일 수도 있고.

 

카인: 맞아. 스노우 님이나 화이트 님처럼.

 

아슬란: 하하…… 이게 큰 거예요. 제가  처음 만났을 때는 훨씬 어렸거든요. 그렇지, 루카.

 

그렇다면…….

 

아슬란: 네. 그녀는 보이는 대로 그대로의 소녀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처음 그녀가 그리는 세계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죠.

 

약간 수줍게 볼을 긁는 아슬린 씨에게 루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틸: ……저도 마찬가지예요. 한 눈에 보기만 해도 그녀의 그림책에 사로잡혀 버렸어요.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카 씨에게 시선을 맞추며 싱긋 웃는다.

 

루틸: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루틸. 당신의 그림책의 팬이에요.

 

루카: …….

 

아슬란: 아아, 또 외면하고. 낯을 가려서 죄송합니다. 제대로 타이르겠습니다만…….

 

아서: 아니, 훌륭한 예술가를 만나서 반가울 따름이야.

 

아슬란: 감사합니다. 아서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히스클리프: 저기, 저도 봤었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어렸을 때 꿈에 그리던 공상의 세계에 생명이 싹트는 느낌이 들어서…….

 

아슬란: 당신은 분명, 동쪽 나라의 블랑셰 가문의 히스클리프 님……?

 

시노: 맞아.

 

즉답한 시노의 옆에서 히스클리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란: 이름난 분들이 인정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잘 됐네, 루카.

 

루카: ……응.

 

아슬란: 벽에 전시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작품들입니다. 천천히 둘러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루카 씨의 신작 전시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슬란: 아아, 그것은…….

 

아슬란 씨는 말끝을 흐리며 전시장 중앙 공간을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공간이 텅 비어있었다.

 

아슬란: 여기에 장식할 예정입니다. 모처럼 와주셨지만, 아직 전시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서: 그 뜻은?

 

아슬란: 준비에 시간이 조금 걸려서요. 지금 극찬 집필 중이고, 곧 완성될 겁니다.

 

루카: …….

 

희미하게 고개를 숙인 루카 씨의 입가가 꾹 다물어진다.

 

……그렇군요. 완성이 기대되네요.

 

아슬란: 전람회는 7일간 개최됩니다. ……마지막 날까지는 꼭. 마지막 날에는 파티도 열 예정이니 그쪽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아슬란 씨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루카 씨를 데리고 떠났다. 그 등을 배웅하면서 히스클리프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히스클리프: 저 아이, 괜찮을까……. 말을 잘 못하겠지만 묘한 분위기가 나.

 

시노: 불안한 느낌이지. 피부도 희고, 만들어진 조각 같아.

 

미틸: 네……. 나쁜 뜻은 아니지만 마치 인형 같았어요.

 

리케: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도 보였습니다만…….

 

카인: 저 아이 자신도 예술품 같은 분위기였어. 왠지 모르게 속세를 떠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클로에: 하지만……. 예술가란 조금 그런 면이 있지. 라스티카도 그렇고.

 

아서: 확실히 그들은 독특한 세계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 나이에 훌륭한 창작가의 품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루틸: …….

 

루틸은 소녀가 떠난 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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