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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지난 날에 닿는 공장의 판타지아 ~남쪽&동쪽~] 1화~5화

 

 

 

 

레녹스에게. 그날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그것은 같은 이상의 아래에서 싸우고, 그리고 길을 떠난 옛 친구로부터의 갑작스러운 편지. 남쪽과 동쪽의 마법사는 발신인이 사는 대장장이가 모이는 거리로…….

폭풍의 자취처럼 나무들이 술렁인다. 그의 선택을, 과거를 아는 두 사람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1화


파우스트: 거기까지. 일단 휴식하도록.

시노: 벌써 휴식인가? 모처럼 좋은 부분인데.

미틸: 저도 조금만 더 하고 싶어요. 안 될까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하하. 팔팔하네, 미틸. 하지만 무리는 금물이야. 몸을 쉴 수 있는 것도 훈련의 일부니까.

루틸: 맞아, 미틸. 나무 그늘에 앉아서 형이랑 같이 차 마시자. 꿀을 넣은 허브티야.

미틸: 꿀 넣은 허브티……! 그러면 잠시 쉴게요.

그날, 나는 안뜰에서 동쪽과 남쪽의 마법사들의 훈련을 견학하고 있었다. 지각한 네로를 제외한 7명이 합동으로 마법 단련에 힘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팔팔했던 것은 미틸이었다. 미틸은 예전부터 마력이 강한 시노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좋은 의미에서 자극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미틸: 역시 시노 씨의 큰 낫, 멋있어…….

시노: 흐흥, 그렇지. 자, 잠깐 들게 해줄게.

미틸: 괜찮나요? 아싸!

미틸: 영차……. 무, 무, 무거워……!

레녹스: 괜찮니, 미틸.

미틸: 괘, 괜찮아요! 가까이서 보니까 더 멋있다. 이 부분이라던가…….

시노: 그렇지. 거기는 히스가 세공한거야.

히스클리프: 별 거 안했어. 세공장인이나 대장간의 사람이라면 더 예쁘게 무늬를 넣었을 텐데…….

파우스트: 하지만 네 나이에 이렇게 정밀하게 새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신분이 달랐다면 제자로 받아달라는 부모들이 줄을 섰겠지.

미틸: 헤에……! 히스클리프 씨, 대단해요!

히스클리프: 고, 고마워. 미틸.

시노: 좋아. 더 말해, 미틸. 이 녀석은 내가 칭찬하면 부끄러워하니까.

(시노도 미틸도, 왠지 즐거워 보이네.)

젊은 마법사들의 대화를, 나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레녹스도 온화한 표정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중얼거린다.

레녹스: ……왠지 그립네.

에?

레녹스: 아아, 죄송합니다. 그냥 혼잣말이에요.

미틸: 하지만 역시, 나는 이런 큰 무기는 못 쓸 것 같네……. 레노 씨만큼 힘이 세지 않은 이상.

레녹스: 아니, 잘 쓰는 건 나도 어려워. 무기를 다루려면 익숙해져야 하니까.

시노: 알고 있네, 레녹스. 혹시 너도 무기를 사용해 본 적 있나?

레녹스: 아아,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메이스라는 무기를 마도구로 삼고 있었어.

루틸: 메이스? 어떤 무기인가요?

피가로: 바위를 부수거나 할 때 쓰는 망치가 있지? 그걸 전투용으로 크게 만든 거야.

레녹스: 사용법도 망치와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아. 이런 식으로…….

메이스의 형상을 설명하면서 레녹스는 크게 팔을 휘둘렀다. 순간, 부쩍 강한 풍압을 느꼈다.

루틸 / 현자: 우왓!

미틸: 레노 씨, 멋있어!

레녹스: 하하…… 고마워. 멋있다는 말을 들은 정도는 아니지만.

미틸의 칭찬에 레녹스는 조금 난처한 듯 웃었다. 곧 팔의 자세를 풀어버린다.

피가로: 그거야, 레노는 지금은 양치기지만 전직 군인이니까. 현자님의 세계에서 말하는 '갭모에' 라는 거겠지?

파우스트: 에? 갭?

피가로: 으음, 상대의 의외의 일면을 알았을 때 자주 쓰는 말로……. 저의 세계의 젊은이들의 말…… 이라고나 할까?

파우스트: ……그런 말을 왜 네가 쓰고 있지?

피가로: 너보다 어리니까. 아직 젊은 걸, 피가로 선생님은.

파우스트: ……하아…….

(엄청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어…….)

시노: 어이, 다음에 메이스랑 낫으로 한 번 맞춰보자.

레녹스: 아니, 하지 말자. 상대를 제압하려면 맨손으로 충분해.

미틸: 그, 그렇죠. 레노 씨, 맨손으로도 엄청 세고. 그래도 좀 보고 싶었는데…….

조금 실망한 기색의 미틸에게 히스클리프가 물었다.

히스클리프: 미틸은 무기에 관심 있어? 낫 얘기도 메이스의 얘기도 엄청 재밌게 듣고 있었지.

미틸: 있어요! 시노 씨의 큰 낫도, 카인 씨의 검도 보기만 헤도 두근거려요. 메이스도 실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루틸: 무기의 도감도 가끔 읽거든.

미틸: 네! 세상에는 다양한 무기가 있구나 싶어서요.

미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멋있는 것을 동경할 나이다운 순진한 미소다.

시노: 그러면 미틸도 전용 무기를 들어보는 게 어때?

미틸: …….

시노: 싸울 길이 많은 것보다 나은 것은 없어. 레녹스도 마법과 맨손 뿐만이 아니라 메이스로도 싸울 수 있잖아.

시노의 말에 미틸은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미틸: 확실히 무기는 멋있긴 하지만, 스스로 드는 건 조금 무서운 것 같은…….

피가로: 무서우면 무리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남쪽 나라는 원래 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일어나지도 않고.

시노: 하지만 여기는 중앙의 나라잖아. 호신용으로 몸에 들고 있는 것 만으로도 든든해.

미틸: 으음…….

네로: 하아……. 큰일났네.

그때 지각했던 네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왠지 한숨 섞인 듯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이쪽으로 걸어온다.

파우스트: 늦었군, 네로. 오늘은 너도 용무가 없다고 해서 일찍부터 수업을 했는데.

네로: 미안, 선생.

파우스트: ……무슨 일이 있었나? 몸이 안 좋으면 무리하게 참가하지 않아도…….

네로: 아니, 별 거 아니야. 아까 부엌칼을 갈았는데 칼날이 결려서. 마법관에 원래부터 있던 물건이니까 꽤나 오래됐겠지. 사용하기 쉽고 마음에 들었었는데…….

네로는 가벼운 어조로 어깨를 으쓱하지만 분명히 낙심한 것 같았다.

루틸: 그건 유감이네요……. 고칠 수는 없나요?

네로: 칼날도 많이 닳았고, 이제 수명이 다 된 거야.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것을 찾아야지…….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대장장이들이 모이는 거리에 다녀오는 건? 마침 중앙의 나라에 있으니까.

네로: 아, 그 거리 말이지. 그러고 보니 가본 적도 없고, 조금 미뤄도 되려나.

루틸: 대장장이들이 모이는 거리?

히스클리프: 솜씨 좋은 대장간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한 중앙 나라의 시골 마을이야.

파우스트: 대장장이가 만드는 거라면 못 사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 중앙 요리사의 칼은 대체로 그 거리가 만든 거라는 얘기다.

대장장이들이 모이는 거리라니, 왠지 재밌을 것 같은 곳이네요!

뇌리에 퍼진 것은 동화의 삽화에 그려져 있을 법한 대장간의 광경이다. 과묵한 장인들이 모이는 작업장.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불꽃이 튀는 모습을 멋대로 상상하며 설렌다.

시노: 어떤 것이든 갖추고 있는 거라면 무기도 있나? 메이스라는 것도.

히스클리프: 어떠려나……. 꽤 오래된 무기니까. 그런데 웬만한 무기라면 대충 전부 있다고 들었어.

레녹스: 꽤 오래된……. 그런가…….

히스클리프: ……. 왜, 왠지 미안.

시노: 그러면 딱 좋네. 미틸, 너도 네로랑 다녀와. 무기를 좋아하지?

미틸: 와아, 가보고 싶어요! 네로 씨, 피가로 선생님, 괜찮나요?

네로: 나는 상관 없지만…….

피가로: 그러면 나도 따라갈까. 장인의 거리는 조금 거친 부분도 있으니까, 혹시 몰라서.

미틸: 정말이지, 괜찮아요! 저, 중앙의 왕도에서 혼자 물건도 살 수 있는걸요.


2화


콕로빈: 으, 으아아……!

그때 콕로빈 씨가 안뜰을 가로질러 갔다. 양손에 안고 있는 짐과 서류 더미가 무너져 흔들린다. 지체하지 않고 레녹스가 달려가 짐을 잡았다.

콕로빈: 가, 감사합니다 레녹스 씨!

레녹스: 상관 없어. 그것보다 괜찮아? 엄청난 양의 짐인데…….

콕로빈: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실은 별로……. 성에 도착해 있던 마법관 앞으로 온 짐과 서류를 가지고 왔습니다만, 양이 너무 많아서…….

콕로빈 씨는 축 늘어졌다. 안색도 맑지 않고 보기에도 지친 기색이다. 레녹스가 피가로와 파우스트를 돌아보았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파우스트 님. 훈련도 일단락 된 참인데 저희가 도와드리면 어떨까요?

피가로: 그렇네. 급한 일도 없고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 파우스트.

파우스트: ……뭐, 급한 서류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콕로빈: 가, 감사합니다! 그러면 마법관 앞까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양은 많지 않지만, 수신처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요. 사실은 서류도 부탁하고 싶지 …….기밀 정보도 있고, 왕궁 쪽 이외에 보여드리면 드러몬드 님한테 혼나서…….

루틸: 맡겨주세요! 다 같이 구분해서 여러분께 전달할 때까지 해둘게요.

그러면 저는 차라도 끓여올게요.

네로: 나도 같이 갈게. 어제 구운 파운드 케이크가 슬슬 먹을 때가 되었을 거야. 잠깐 쉬었다가 구분하자.

루틸 / 미틸 / 콕로빈: 와아! 현자님의 차와 네로 씨의 케이크다~!

시노: 콕로빈도 먹는 건가.

아하하. 그러면 잠시 다녀올게요!











차와 네로의 케이크로 한숨 돌린 후, 콕로빈 씨는 아서 앞으로 급한 서류를 찾았다며 황급히 달려갔다. 남쪽과 동쪽의 마법사들은 담화실로 이동해 짐과 편지를 구분해 나간다.

여러분, 차 한 잔 더 끓여왔어요. 여기 놓을테니 괜찮으시다면 드세요!

루틸: 감사합니다! 아, 피가로 선생님. 이 편지, 선생님 앞으로 왔어요.

피가로: 오, 러브레터인가?

레녹스: 글쎄요. 파란 지붕의 집 따님으로부터 온 것 같습니다만, 짐작 가는 건 없나요?

피가로: 아, 그 4살 짜리 아이구나. 저번에 충치를 고쳐준 답례인.

네로: 가끔은 이런 일도 좋네. 긴장하지 않고 느긋하게 할 수 있다고나 할까.

파우스트: 그렇네. 적어도 생명의 위험은 없어 보여.

네로의 말대로 담화실에는 한가롭고 평온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종이와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기분 좋다.

히스클리프: 루틸, 편지는 여기 있는 게 전부야?

루틸: 아니, 이쪽에 더 있어! 레노 씨, 이 편지는 레노 씨 앞으로 온 것 같아요.

레녹스: 나한테?

루틸에게 편지를 받은 레녹스는 발신인을 보자마자 어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가요? 레녹스.

레녹스: 아뇨, 그게……. 발신인의 이름도 도착지의 주소도 적혀 있지 않아서요. 다만, '레녹스에게. 대장장이가 모이는 거리에서' 라고.

루틸: 그, 그것 뿐인가요……? 어떻게 마법관까지 도착했을까요?

피가로: 원래는 레노에게 직접 닿게 마법이 걸린 것 같아. 꽤 약한 마법이었던 것 같지만. 마법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력이 사라질 것 같아서 마지막 힘으로 왕궁 앞 짐에 뒤섞인 것이 아닐까.

시노: 대장장이가 모이는 거리라면 아까 말했던 곳이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진작 말하라고.

레녹스: 아니. ……이 거리에 지인은 없어. 적어도 금방 생각나는 사람은 없고.

네로: 그런데 일부러 마법으로 보낸 거라면 잘못 보냈을 리도 없지.

피가로: 일단 안을 확인해보는 게 어때?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레녹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큰 손으로 천천히 편지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 있던 상아색 편지지를 펼치면 안경 렌즈 너머의 눈동자가 살짝 보인다.

레녹스: …….

미틸: 누구의 편지인지 아시겠나요?

레녹스: 아아. ……이단, 이라고 하는 오랜 친구로부터의 편지야.

파우스트: 이단……?

피가로: …….

레녹스는 눈을 내리깔고 편지지의 필적을 살짝 건드렸다. 마치 추억을 더듬듯이.

루틸: 레노 씨의 친구 분이 보내주신 편지였군요. 이단 씨는 어떤 분인가요?

레녹스: 나에게 무기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야. 정비하고 손질하는 법도 전부 이 사람에게 배웠어. 용감하고 아주 강했지. 죽은 동생을 닮았다며 나를 잘 챙겨주고. 친구이기도 하고 형 같기도 한 사람이었어. 있느 것만으로도 든든한,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미틸: 의지할 수 있는 나이 많은 친구……. 왠지 시노 씨가 생각났어요.

시노: 확실히, 너에게 있어서 나는 그런 존재지.

히스클리프: 스스로 말하지 마…….

(……무슨 일이지, 레녹스.)

이단의 사람됨을 말하는 레녹스는 드물게 요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눈빛에는 당혹스럼과도 비슷한 빛이 떠 있는 것 같았다.

레녹스: ……작업을 멈추게 해서 죄송합니다. 구분된 짐은 제가 모두에게 전하러 가겠습니다.

히스클리프: 아, 그러면 내가 편지를 옮길게.

미틸: 저도!

루틸: 나도!

그럼 이왕이니 다 같이 갈까요?

루틸 / 미틸: 네!










레녹스, 아키라예요. 잠깐 괜찮나요?

레녹스: 네, 여기 있습니다.

구분 작업이 끝난 후 나는 레녹스의 방을 방문헀다. 그 편지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상아색 편지지가 펼쳐져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레녹스: 해가 지면 저녁 식사네요. 배가 고프지 않게 차를 끓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게, 방에 온 것은 아까 그 편지 때문에…….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죄송해요. 혹시 옛날에 이단 씨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해서…….

레녹스: 과연. 그래서 일부러…….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현자님.

레녹스는 나에게 차를 내놓은 뒤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서 천천히 손가락을 꼰다.

레녹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습니다,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만약 그렇다면 나를 찾아와라. 이단.'

그날……?

레녹스: 이단은 제가 혁명군에 소속되어 있을 때의 마법사 친구입니다.

레녹스: 그의 인품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사이가 좋았던 동생을 불합리하게 잃고, 이 나라를 바꿀 혁명에 희망을 찾고 있었죠. 너는 남동생과 조금 닮은 점이 있다며 저를 귀여워해 주고……. 저도 그를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레녹스는 말을 끊었다. 자신의 말을 확인하듯, 동시에 의심하듯 천천히 이어간다.

레녹스: 이단은 변해버렸습니다. ……파우스트 님이 불에 탄 그날을 계기로.


3화


파우스트의 처형의 날…….

내 가슴에도 쓴 것이 퍼졌다. 과거 혁명군 시절 중앙 나라 초대 국왕 알렉의 오른팔로 전쟁터를 뛰었던 파우스트. 인간과 마법사의 공존을 위해 세상을 바꾸려고 애쓴 그를 기다린 것은 처형이라는 끔찍한 말로였다.

레녹스: ……그 사건을 계기로 혁명군은 많은 동료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군을 떠나기 전 제가 마지막으로 본 이단의 모습은…… 인간의 배신에 상처받고 분노, 한탄, 저주의 말을 내뱉는 모습이었습니다.

…….

이윽고 중앙의 국왕도 대체되었을 무렵, 레녹스는 여행지라는 소문을 들었다. 중앙의 나라에 인간에게 저주를 내리는 대장장이 마법사가 있는 것 같다고.

레녹스: 그 대장장이 마법사는 인간인 척 초면인 인간의 무기 정비를 친절하게 맡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방편. 정비한다고 가장해 주인의 인간에게 상처를 주는 저주를 내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그 소문을 들었을 때, 저는 이단을 떠올렸습니다.

……?

레녹스: 이단은 대장장이였거든요. 혁명군에 있을 때도 저희의 무기 정비를 맡아줬습니다. 대장장이 마법사라니, 그럴 줄은 몰랐어. 인간을 저주할 정도의 원한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얼마나 슬프고 혼란스러운 소원인가. 이상을 내건 혁명의 말로를 한탄하며 분노, 원망, 간한 저주를 남기고 죽어버린 해바라기의 밭의 마녀를 떠올렸다. 그녀도 원래는 마음씨 착한 마녀라고 들었다. 레녹스의 친구도 슬픔에 마음을 뒤틀려 변해버린 것일까.

레녹스: 그 마법사의 피해를 입은 인간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을 잘못 봤으면 하고……. 만나서 직접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중앙의 나라를 찾았습니다만…… 이단의 거처는 잡지 못한 채였죠. 이 편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과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형처럼 따르던 옛 친구. 그가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만날 수 없었던……. 공백의 수백 년을 거쳐 편지가 도착했을 때, 레녹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레녹스는 잠시 편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든다.

레녹스: 현자님. 이단을 만나기 위해 잠시 동안 외출을 허락해 주시겠나요. 이번에야말로 그를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 허락 같은 건 없어도 마음대로 나가도 괜찮아요. 마법관에 있는 것은 의무가 아니니까…….

(……하지만…….)

레녹스가 알려준 이단의 과거에 가슴이 움찔했다. 이대로 레녹스를 배웅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가기 전에 이 일을 파우스트와 피가로에게 의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혁명군 쪽이라면 두 분도 아는 사이인 거죠. 그렇다면 분명 편지도 신경쓰고 있지 않을까 해서……. 괜찮다면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하러 가보지 않겠나요?

레녹스: ……알겠습니다.

레녹스는 순간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즉시 피가로와 파우스트를 불러 편지와 대장장이 마법사에 대해 설명했다. 역시 둘 다 이단이라는 마법사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피가로: 그런가. 옛 친구에게 편지를 받은 것 치고는 어려운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정이었다니.

파우스트: 내가 아는 이단은 인간을 저주하는 놈은 아니었지만, 기질은 때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착하고 정직하고 애정이 깊기 때문에 믿음에 짓밟히고 배신당할 때 증오와 저주에 사로잡히지.

파우스트는 중얼거리다가 말을 다물고 말았다. 편지를 향한 눈빛이 공감도 분노도…… 그 어느 것도 아닌 것으로 보여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피가로와 레녹스도 말없이 그의 옆모습을 보고 있었다. 씁쓸한 것 같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은, 나는 측정할 수 없는 표정으로.

피가로: ……그러면 다음에 남쪽과 동쪽의 마법사와 현자님끼리 그 거리로 가볼까?

레녹스: 다 함께요?

피가로: 아까 칼을 사러 갈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던 미틸이랑 네로가 있었는데, 미틸이 이왕이면 모두와 가자고 해서. 우리가 거리를 관광하는 동안 레노는 이단의 모습을 보고 오면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빗자루로 바로 달려갈 수 있는 거리라면 안심이겠지?

파우스트: ……그렇지. 레녹스를 혼자 보내고 싶지는 않아. 네가 괜찮다면 같은 거리까지라도 동행하고 싶어.

레녹스: ……저는 상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피가로 님, 파우스트 님.

피가로: 그러면 남쪽과 동쪽의 마법사는 결정이네. 현자님은 어떻게 할래?

물론 꼭 같이 가게 해주세요.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대답하자 레녹스가 살짝 미소 지었다.

레녹스: 현자님도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 함께 갈까요.








……그리고 며칠 뒤. 우리는 대장장이가 모이는 거리에 왔다.

미틸: 보세요, 형님. 대장간이 엄청 많아요!

루틸: 저쪽엔 프라이팬. 저쪽엔 호미랑 검도 파네! 정말로 안 파는 게 없나 봐.

석조 건물이 즐비한 거리 곳곳에는 쇠박는 소리가 들리고, 작업복 차림의 장인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거리의 규모는 작지만 어느 공방이나 상점이나 도구를 사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히스클리프: 어이, 시노! 어디에 있어?

시노: 여기다 히스. 공방의 화로를 보고 있었어.

네로: 이야, 완전 거리에 녹아 있었네.

피가로: 하하, 다들 잘 어울리네. 지금 당장 장인 견습생으로 갈 수 있을 정도야.

마법사들은 모두 장인다운 분위기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피가로에게 권유받은 것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쾌활하면서도 어딘가 장인다운 투박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파우스트: 하지만 이 거리는 붐비고 있군……. 인파에 휩쓸릴 것 같아.

레녹스: 괜찮으신가요, 파우스트 님. 저쪽에 벤치가 있으니 쉬고 오세요.

파우스트: 됐어. 늙은이 취급하지 마. 너보다는 젊어.

히스클리프: …….

네로: 히스, 뭘 보고 있어? 계속 보고 있으면 지갑 털린다.

히스클리프: 아, 미안해. 저기 냄비를 보고 있었어. 멀리서 봐도 화려한 세공이구나 싶어서.

네로: 오, 진짜네. 솜씨 좋은 장인이 있을 것 같은데. 조리기구 공방인가봐.

히스클리프: 칼을 찾을 때 나중에 들여다봐도 되겠다.

활기찬 거리에 들뜬 마법사들과 함께 나도 거리를 둘러본다.


4화


거대한 주전자에 작은 가위……. 뭐든지 갖추어져 있었지만 며칠 전의 일도 있어 아무래도 무기에 눈이 갔다. 검과 도끼 뿐만이 아니라 가시가 돋친 막대기와 원반 모양의 칼 등 이름 모를 무기들도 즐비하다.

(무기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지만…… 작품으로 보면 모두 멋있네. 레녹스의 친구인 이단도 이 거리 어딘가에서 무기를 만들고 있을까…….)

피가로: 레노, 너는 이단을 만나고 와. 우리는 이 근처를 보고 있을게.

파우스트: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돌아오고.

레녹스: 알겠습니다. 두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미틸: 그러고 보니 레노 씨의 친구 분은 옛날에 같이 싸우기도 했던 전우 같은 사람이죠?

미틸이 순진하게 물었다. 레녹스는 이곳에 오기 전 젊은 마법사들에게 이단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인간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털어놓지 않았다.

레녹스: 아아. 오랜만이야.

루틸: 그렇다면 기대되겠네요! 친구 분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레녹스: ……그렇네. 전해놓을게.

저기…… 레녹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레녹스: 현자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레녹스들에게만 들리도록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알리러 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잠시 상황을 보고 괜찮을 것 같으면 돌아올게요!

제안하면서도 나는 각오하고 있었다. 상태를 살피러 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을 저주했을지도 모르는 이단 씨에게 인간인 내가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피가로와 파우스트는 순간 마주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가로: 그렇네. 레노가 좋다면 따라가 줬으면 좋겠어.

레녹스: 저는…… 말씀에 응석받아 함께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네. 물론!

레녹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가로와 파우스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레녹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파우스트: …….

피가로: 역시 현자님도 같이 보낸 것이 불안해?

파우스트: 아니. 단지, 비록 이단이 인간을 저주하지 않았떠라도 레노 혼자가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피가로: 레노는 자기 의견은 분명하게 말하는 남자야. 저렇게 얘기했다는 것은 지금은 누군가가 같이 왔으면 하는 기분이었다는 거겠지. 수백 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상대방에게 갑자기 연락하고 싶은 이유는 제한적이다. 레노도 각오하고 있을 거야.

파우스트: ……아아, 그렇군. 그 편지도 이단의 마법치고는 너무 약했어. 이단은, 이제…….

루틸: 와아, 저기 파는 냄비, 특대 롤리토데포로도 끓일 수 있겠다! 미틸은 뭐가 신경 쓰여?

미틸: 저, 저쪽 모퉁이의 대장간을 보고 싶어요! 가게 앞에 멋있는 칼이 놓여 있어서요.

점주: 멋진 칼을 찾고 있니? 그러면 이건 어때.

미틸: 와아, 손잡이 부분에 드래곤 조각이! 그런데 여기 조그맣고 이상한 무늬가…….

히스클리프: 칼을 만든 공방의 각인이네. 자기 공방의 작품이라는 특이한 무늬를 새기는 거야. 유명한 공방의 작품들은 질 나쁜 짝퉁이 나돌기 쉬우니까.

미틸: 헤에!

점주: 형 씨의 말대로 무기라는 건 신용이 제일이니까. 믿을 수 있는 공방 작품을 믿을 수 있는 거부터 사는 것이 제일이지. 그렇지 않으면 저주의 무기를 빼앗기게 돼.

미틸: 저주의 무기?

점주: 아아. 주인에게 상처를 주는 저주가 걸린, 피에 굶주린 무기 말이야. 어떤 대장장이에게 무기 정비를 맡기면 정비가 끝았을 때 주인에게 상처를 주는 마의 무기가 생기지. 상처받은 주인은 무기를 전당포에 넘기고, 그 녀석을 손에 넣게 되면…….

미틸: ……!

점주: 하하, 이런! 옛날에는 그런 소문도 있었다는 거야. 협박해서 미안하네, 도련님.

 

시노: 뭐야, 그냥 소문인가.

네로: 뭐, 저주의 검이라던가 흔한 얘기니까. 나도 옛날에는 무서운거 보고 싶어서 도둑질을…….

루틸: 에? 도둑질……?

네로: 훔쳐보러 간 적이 있어. 잘못 말했다, 잘못 말했어.

파우스트 / 피가로: …….







거리의 사람들에게 찾아 헤매다 겨우 찾은 이단 씨의 집은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인적도 드문 탓인지 주위는 쓸쓸한 분위기에 휩싸여져 있다.

레녹스: 이단의 집은 아무래도 이 건물인 것 같습니다만…….

여기인가요……?

눈앞의 공방은 너덜너덜했다. 석조 벽과 지붕이 무너지고, 주위에는 잔해가 떨어져 있다.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는 방식이다.

(어라?)

그러자 불이 켜진 화로 근처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저 사람이 이단 씨인가요?

레녹스: 아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력이 안 느껴지니까 인간이 아닐까요.

거기에 있던 것은 헤이즐의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20대 초반 정도의 청년이다. 키는 크고 건장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건물 수리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혼자 묵묵히 무너진 벽의 돌을 다시 쌓고 있었다.

공방의 장인일까요? 왠지 다친 것 같은데…….

팔에도 다리에도 붕대가 감겨 목발을 짚고 있다. 안색도 안 좋고 발걸음도 휘청거리고 있었따. 그런데도 오로지 복원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윽!

그러자, 그의 몸이 목재의 무게에 의해 흔드렸다. 내가 구하러 가려 하는 것보다 빨리 레녹스가 달려나가 청년의 등 뒤에서 버팀목으로 들어간다.

레녹스: 괜찮아?

???: 아, 아아. 고마워. ……으음, 너, 이 근처 사람이 아니지?

레녹스: 아아. 남쪽의 마법사 레녹스다. 오랜 친구 이단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찾아왔어.

???: 스승의 친구인가! 일부러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네.

레녹스: 스승님? 즉, 너는 이단의 제자인건가.

리암: 아아, 자기소개를 깜빡했네. 나는 리암.

레녹스: ……리암?

레녹스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옆에 선 나에게 겨우 들릴 정도의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리암 씨는 말을 이어갔다.

리암: 어렸을 때 스승…… 이단에게 끌려와 이 공방에서 대장장이로 일하고 있어. 아니, 일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공방은 보이는 것처럼 '거대한 재앙' 때문에 이 모양이야.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너덜너덜해진 공방을 바라보았다.

(리암 씨, 심한 부상인데 혼자서 가게를 고치고 있는 걸까……. 이단 씨는 어떻게 됐지?)

레녹스도 같은 것이 의문이었을 것이다. 가져온 편지에 눈을 떨어뜨리고 나서 리암 씨에게 묻는다.

레녹스: 리암, 가게가 힘든 차에 미안하지만 이안과 만날 수 있을까? 편지에 만나러 와달라고…….

리암: 아니 ……. 아쉽지만, 스승이라면 얼마 전에 돌이 됐어.

……?

레녹스: …….

순간, 레녹스가 안경 안쪽 눈동자가 커졌다. 하지만 곧 평소와 같은 표정이 된다. 예상 밖의 상황에 나는 할 말을 잃었따. 설마 돌아가셨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5화

 

리암: 요즘 계속 몸이 안 좋아서. '거대한 재앙' 이 찾아온 바로, 그대로…….

 

그런…….

 

리암: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걸 봤어. 너에게 보낸게 그 편지지? 그래도 그 때쯤엔 이제 거의 마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었으니까……. 

 

리암 씨는 미안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율의하고 성실한 인품이 그 모습에서 전해져 온다.

 

리암: 스승을 대신해서 사과할게. 모처럼 찾아와 줬는데 헛걸음을 하게 해서 미안해.

 

레녹스: 네가 사과할 건 없어. 이단이 이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만나러 왔을텐데……. 적어도 조의를 표할 수는 없을까. 그의 돌은 어디에?

 

리암: 이쪽이야. 네가 만나러 온 걸 알면 분명 스승도 좋아하실 거야.

 

 

 

 

 

 

 

 

리암 씨는 우리를 공방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무덤으로 안내해 주었다. 묘석에는 갓 딴 꽃이 올려져 있다. 아마 리암 씨는 지금도 매일 이렇게 스승님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리암: 내가 돌이 되면 이 공방 근처에 묻어줘. ……그것이 스승의 유언이었어. 이 공방 말고는 내가 돌아갈 곳이 없다고. 여기가 내가 있는 곳이라고.

 

레녹스: ……그만큼 소중했던 거구나. 이 공방도, 너도.

 

레녹스가 묘석을 보면서 아주 조금 볼을 풀었다. 정성껏 바친 꽃을 살짝 건드린다.

 

리암: 하하, 그렇게 말하니까 민망한데. 나도 스승도 동지니까. 뭐, 아들처럼 생각해 줬을 거야.

 

멋쩍은 듯 머리를 긁은 뒤 리암 씨는 입술을 다물고 너덜너덜한 공방을 돌아보았다.

 

리암: 스승이 살아 있는 동안 공방을 깨끗이 고칠 수가 없었어. 화로 근처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고쳤지만, 나머지 부분을 고칠 수 있을 만큼의 벌이는 아직 없어서…….

 

그렇군요……. 그 부상은 복구 작업 때문에?

 

리암: 아니, 이거는 '거대한 재앙' 에 휘말렸어. 쉬고 치료해야하는 것은 알지만……. 공방이 이 모양이면 푹 잘 엄두도 안 나고.

 

하지만 무리하게 작업하고 있는 것은 리암 씨의 얼굴빛에서 드러났다. 복구 진척도 그리 좋지는 않아 보인다.

 

레녹스: 리암, 나는 이틀 정도 이 거리에 머무를 예정이야. 괜찮다면 그동안 작업을 돕게 해주지 않을래?

 

리암: 에? 그거야 고맙지만…… 괜찮아?

 

레녹스: 물론이야. 여기가 이단의 인생의 끝에 닿은, '거처' 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였다면…… 나도 한시라도 빨리 고쳐주고 싶어. 현자님, 괜찮나요?

 

그럼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리암: 그렇구나……! 고마워. 

 

리암 씨는 기쁜 듯이 얼굴을 빛내며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친다. 

 

리암: ……아! 그러고 보니. 돌이 되기 전에 스승이 그랬어. 만약에 자기 친구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온다면 스승의 방으로 안내해 달라고.

 

레녹스: 이단의 방에?

 

리암: 아아, 들어와줘.

 

 

 

 

 

 

 

리암 씨가 안내해 준 곳은 대장간 중에서도 비교적 손상이 가벼워 보이는 일각이었다. 석조 굴뚝이 있고 공구 등의 작업 도구가 진열되어 있다. 그 안쪽으로 나아가자 리암 씨가 멈춰 섰다.

 

리암: 여기가 스승의 방이야.

 

레녹스: ……이건……?

 

낡은 나무 문을 앞에 두고 레녹스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레녹스, 왜 그러나요?

 

레녹스: 기분 탓일지도 모릅니다만…… 문에서 묘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에?

 

리암: 아마 스승이 아직 건강했을 때 열쇠 대신 걸어둔 마법일 거야. 나는 인간이라서 열 수 없지만, 너는 마법사지? 그렇다면 열어봐. 스승도 그걸 원할 거야.

 

레녹스: …….

 

리암 씨의 재촉을 받고 레녹스는 이내 손을 내려놓았다. 입가를 다문 채 문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문 너머에 있는 누군가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 무슨 일이지. 열면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는 걸까…….)

 

레녹스: ……오늘은 이미 늦었어. 내일 또 들르게 해 줘. 너도 복구 작업 중이었지. 도와줄게.

 

리암: 그래.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내일도 계속 여기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지 와줘.

 

 

 

 

 

 

 

 

 

방금 돌아왔습니다.

 

미틸: 어서 오세요, 현자님!

 

루틸: 어서 오세요, 레노 씨.

 

레녹스: 다녀왔습니다. 늦어서 미안해.

 

이단의 공방을 나온 뒤 나와 레녹스가 거리의 여관으로 돌아오자 선물을 안은 마법사들이 마중을 나왔다.

 

피가로: 어서 와, 둘 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레녹스: 감사합니다, 피가로 선생님. 파우스트 님께도 걱정을 끼쳐서.

 

파우스트: 상관 없어. 현자도 맡겨서 미안했군.

 

아뇨!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에요.

 

미틸: 현자님, 이거 보세요! 아까 거리에서 샀어요.

 

미틸이 기쁜 듯이 내민 것은 작은 칼이었다. 자루부터 칼날까지 유선형의 신비로운 무늬가 새겨져 있다.

 

와아, 신기한 모양이네요……. 이건 어디에 쓰는 건가요?

 

미틸: 부적용이에요! 나이프도 활도 멋있지만, 제가 드는 건 조금 무서워서……. 진짜 무기가 아닌 부적용을 사기로 했거든요. 시노 씨가 무기는 들고만 있어도 든든하다고 해서.

 

루틸: 부적용으로 좋은 거 없냐고 물어보니까 가게 직원 분들도 친근하게 추천 해주시더라고요.

 

레녹스: 수호의 칼인가…….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축복의 선물의 정석이었지. 잘 샀구나, 미틸.

 

미틸: 네! 네로 씨도 무사히 주방에서 쓸 칼을 찾은 거죠?

 

네로: 아아. 도련님이 눈짓해 준 틀림없는 일품을 말이야.

 

히스클리프: 공방의 도장을 확인했을 뿐이야. 너무 치켜세우지 마, 네로.

 

레녹스: 다들 각자의 목적을 다 이루었구나. 다행이네.

 

시노: 너의 목적은 달성했나? 옛날의 친구를 만나러 다녀온거지.

 

레녹스: ……아니, 못 만났어. 이단은 이미 죽어있었어. 오래 전에 보내 편지가 나에게 늦게 온 것 같아.

 

루틸 / 미틸: ……!

 

파우스트 / 피가로: …….

 

히스클리프: ……잘 말할 수는 없지만……. 낙심하지 말아줘, 레녹스.

 

레녹스의 보고에 특히 젊은 마법사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레녹스: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어. 편지가 도착했을 때부터.

 

레녹스의 목소리는 매우 조용했다. 그의 인생은 길다. 이런 이별도 그에게는 드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레녹스: 이단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단의 제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파우스트: 제자?

 

레녹스: 네. 리암이라는 청년입니다.

 

레녹스는 '거대한 재앙' 으로 인해 이단의 공방이 부서져 버린 것을 설명했다. 리암 씨가 복구하려고 분주했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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