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샤일록: …….
샤일록: 아직 개점 전이에요.
무르: 여어, 샤일록.
샤일록: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죠?
무르: 무슨 일이라니?
샤일록: 모자를 깊이 쓰고, 입 밖에 보이지 않고……. 입가도 웃고 있지만 결코 쾌활한 기분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습니다.
무르: 대단한 걸. 마법사 같아.
샤일록: 농담도 시원찮아.
무르: …….
샤일록: 평소 마시던 칵테일을?
무르: 아니, 앞뒤가 맞지 않는 독한 술을.
샤일록: ……제 가게에서 술에 취하실 건가요? 당신이?
무르: 어느 북쪽 마법사를 만나서 화나게 했다고 했잖아.
샤일록: 네.
무르: 나보다 마력이 강한 마법사였어. 하지만 무섭지 않았지. 어떤 승부든 지혜가 있으면 이기는 법이니까.
샤일록: …….
무르: 실제로 내가 이겼어. 마도구도 보물도 빼앗아 연구 비용을 위해 팔아 치웠지.
샤일록: 또 심한 짓을 하고.
무르: 하지만 생각보다 원한을 산 것 같아. 연구실의 소재지가 파헤쳐져서 모두 불태워졌어.
샤일록: ……전부?
무르: 전부. 나의 모든 것이.
샤일록: 어느 정도의 세월이…….
무르: 800년. 800년 동안 '거대한 재앙' 을 관측한 기록을 전부 잃었어.
샤일록: …….
무르: 내 생애 800년이 무로 돌아갔어. 그래서…… 너를 만나러 왔어.
샤일록: ……고개 들지 마세요. 오늘 밤은 가게 문을 닫도록 하죠. 지금의 당신의 얼굴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무르: 상냥하네. 나는 너의 집고양이가 되지 않을 건데.
샤일록: 또 시원찮은 농담을……. ……커튼을 쳐드리죠. 달이 뜨기 전에.
무르: …….
샤일록: 무르. 저는 무로 돌아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기록은 소실되었다고 해도, 당신의 800년은 여기에 있었어요. 제가 지켜봤습니다.
무르: 우리는 서쪽의 마법사. 강자에게도 사랑이든 지혜든 승부를 걸고 파멸하지!
샤일록: 파멸하시겠나요?
무르: 우리는 결국 현혹하고 있는 거야. 사랑이나 지혜로. 산다는 것에 관해서 생물학적으로, 그것들은 전혀 상관 없어! 북쪽 나라처럼 힘으로 생존할 것인가. 남쪽 나라처럼 떼지어 생존할 것인가. 그것 뿐이야! 사랑이나 지혜로 이기는 것은 기술! 그러니까 복수 당하고 파멸해!
샤일록: …….
무르: 샤일록, 눈치챘어? 모두 오즈와 미스라에게 정신이 팔려 있지만…… 이 섬은 이상해. 너 때문에 가라앉은, 그 섬의 기척이 나.
무르: 조만간 무서운 일이 생길지도 몰라. 조만간 또 이 섬에 올 기회가 올지도!
샤일록: 이런. 그거 기대되네요.
라스티카: 클로에, 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니?
클로에: 그게……. 분명 세사에서 가장 슬픈 일은…… 갖고 있었던 줄 알았던 것은 사실은 들고 있지 않았을 때 같아.
라스티카: 그래?
클로에: 그래. 그러니까 유성우는 슬퍼. 보였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니까……. 모처럼 발견했는데 구하지 못한 단추 같아.
클로에: 이런 멋진 것을 얻게 되다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라고 기뻐하고 신나서 ……. 있는 그대로의 멋진 공상을 상상하는 만큼 상상한 후에 사라져 버리다니 말이야. 텅 빈 채로 있는 것보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는 후에 텅 비어 있는 것이 더 슬프지.
라스티카: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그건 마치 내 새장 이야기 같아.
클로에: 에……?
라스티카: 내 새장에는 작은 새가 없으니까. 처음부터 없었던 걸까? 아니면 특별한 작은 새가 있었는데…… 사라져 버린 걸까.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나의 작은 새……. 나의…….
클로에: ……라스티카, 봐! 별이 잔뜩 내리고 있어.
라스티카: ……아, 진짜다! 너무 아름다워.
클로에: 라스티카, 중요한 질문을 할게. 잘 들어줘.
라스티카: 듣고 있어, 클로에.
클로에: 나와……. 전에도 나와 같이 유성군을 봤던 거, 기억나?
라스티카: …….
클로에: 멋진 밤이었어! 라스티카와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 너의 생각과 네가 아는 것을 듣고 네 인생을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엄청…… 기뻤어. 나만의 별을 받은 것 같아서.
클로에: 그날 밤의 일……. 내가 평생 잊지 못할 밤을…… 라스티카는 기억하고 있어?
라스티카: 글쎄. 잊어버렸어.
클로에: …….
라스티카: 미안해, 클로에. 그래도 네가 함께였다면 너무나도 즐거운 밤이었을 거야! 별이 내리는 밤에 새벽까지 수다를 떠는 우리들은 분명 행복했겠지. 마음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클로에도 그렇지?
클로에: 나는……. ……나는, 가슴이 아파…….
라스티카: …….
클로에: 아하하…… 거짓말이야. 라스티카가 잊어버리기 쉬운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저기 봐! 라스티카! 별이 빛났어. 빛이, 사라져 가…….
라스티카: 정말이다……. 별의 여행은 덧없네. 금방 사라져버려.
클로에: …….
라스티카: 하지만 작은 별의 반짝임이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아. 찾아줘서 고맙다고.
어린 클로에: 라스티카 씨! 라스티카, 봐 줘! 별똥별이 가득해! 저기……. 저기도!
라스티카: 그렇네.
어린 클로에: 이 별똥별도 라스티카가 준 거야?
라스티카: …….
어린 클로에: 트, 틀렸어……? 만나고 난 이후로부터, 라스티카 씨는 언제나 멋진 것을 주니까…….
라스티카: 나의 선물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네가 원하는 만큼 저 별을 받아도 돼.
어린 클로에: 정말로?
라스티카: 응. 이 세상이 너에게 주는 거야. 어때, 클로에. 이 세상은 아름답지.
어린 클로에: 나에게 보여주고 있는 거야……?
라스티카: 맞아.
어린 클로에: 아니야, 라스티카. 나는 왕자님이나 귀족님도 아니고, 특별하고 착한 아이도 아니니까.
라스티카: 그거면 돼. 이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선물. 아침의 빛도, 밤의 고요함도 너의 것. 네가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날을 보내기 위한 것이야.
어린 클로에: ……그렇구나……. 기쁘지만…….
라스티카: 잘 모르겠니?
어린 클로에: 으음……. 나는 이 세상보다 라스티카가 더 좋으니까……. 아침의 빛이나 밤의 고요함이 내 것이 아니어도 좋아. 별똥별도 내 것이 아니어도 돼. 라스티카가 준 것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해!
라스티카: 그래?
어린 클로에: 응! 정말 좋아해, 라스티카. 계속 옆에 있어줘.
라스티카: 물론이야.
어린 클로에: ……나를 잊어버려서, 어디론가 가지 말아줘…….
오웬: ……아파. 이럴 거면 한 번 죽을 걸 그랬어.
오웬: ……별이 빛났다. 유성우인가……. 흥……. 족보의 유성우라니 시시해. 나는 아무한테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아무한테도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 나만으로 완결되어 살아가.
오웬: 누군가에게 마법을 가르치다니,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바보.
카인: 오웬이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어……. 괜찮을까, 저 녀석…….
카인: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나도 빨리 저 녀석처럼. ……강해지지 않으면…….
히스클리프: 선생님, 꽤 취하셨네……. 이 병이 마지막이라고 하자.
시노: 가끔은 좋잖아, 과음도.
히스클리프: 그런가…….
시노: 뭐가 불안해.
히스클리프: 현자님의 힘…….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저기, 시노. 나의 '거대한 재앙' 의 상처는 뭘까…….
시노: …….
히스클리프: 내 옆에 있는 것은 시노야. 뭔가 눈치챈 것은 없어? 잠든 사이에 뭔가 한다던가.
시노: 글쎄.
히스클리프: ……눈을 돌렸어.
시노: 돌리지 않았어. 별똥별을 눈으로 쫓았을 뿐이야.
히스클리프: 정말로 몰라?
시노: 몰라.
히스클리프: ……만약, 뭔가 눈치챈다면……. 제일 먼저 나에게 알려줘. 무서워하거나 하지 않고 받아들일 테니까…….
시노: ……알고 있어. 당연하잖아.
아서: 아, 카인! 이쪽이야!
리케: 어디 계셨나요? 바베큐가 벌써 시작됐어요.
카인: 미안 미안. 친구를 찾고 있었는데 못 찾아서.
리케: 오즈가 조개를 캐는 걸 잊어버렸어요. 하지만 물고기는 잔뜩 있으니까, 미틸도 많이 드세요.
미틸: 네! 잘 먹겠습니다!
아서: 오즈 님, 오즈 님도 작은 물고기를 드시겠나요?
오즈: …….
아서: 오즈 님?
아서: 아! 하늘을 봐주세요! 대단해! 별이 저렇게 많이……!
미틸: 와아, 정말이다……!
아서: 예쁘다…….
오즈: …….
어린 아서: 오즈 님! 오즈 님! 봐주세요. 별똥별……!
오즈: 창문을 열지 마라, 아서. 감기에 걸린다.
어린 아서: 예쁘다…….
오즈: …….
어린 아서: 오즈 님, 내일은 별까지 날 수 있는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오즈: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 먼저다. 책을 떨어뜨린다. 읽지 않을 거면 버려라.
어린 아서: 아직 읽을 겁니다!
오즈: 요즘 그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군. 마음에 드나.
어린 아서: 피가로 님께서 주신 책이에요! 다른 책에서는 나쁜 건 모두 오즈 님이 원인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책은 반대입니다. 마왕 오즈가 나타난 줄 알았는데, 별의 무리라는 이야기예요. 분명 모두는 그런 식으로 오즈 님을 잘못 생각해 버렸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오즈: ……그런가…….
어린 아서: 네!
오즈: ……만약……. 만약, 다른 책에 쓰여져 있는 대로, 여행자가 말한 대로……. 세상을 파괴한 나쁜 마법사가 나라면…….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어린 아서: ……으음…….
어린 아서: ……슬플 거예요…….
오즈: …….
별이 내리는 밤 아래, 마법사들이 웃는다.
아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즈에게 별똥별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카인은 바베큐의 굽기 정도를 보면서 중간중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네로는 한숨과 쓴웃음이 섞인 얼굴로 브래들리의 치료를 하고 있었다.
라스티카가 류트를 연주한다. 클로에는 라스티카의 옆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별똥별보다 덧없는 것을 바라보듯이.
와인병을 서로 나눈 피가로와 파우스트, 레녹스가 술잔을 비운다. 어린 아이처럼 오늘 밤의 그들은 소리 높여 웃고 있엇다.
리케와 미틸이 네로에게 배운 구운 사과를 만들고 있다. 버터와 꿀을 듬뿍 뿌려 철판 위에서 굽는다. 새콤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찾아왔다. 밤하늘에서 내려온 오웬도, 밤바다에서 나온 미스라와 루틸도 거기에 합류한다. 구운 사과를 맞부딪치며 어느새 그들은 서로 웃고 있었다.
그림 속 쌍둥이들은 샤일록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건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설레는 복수 이야기.
밤하늘을 날고 춤추던 무르가 내 눈앞에 내려선다.
무르: 현자님! 같이 춤추자!
대답할 사이도 없이 무르에게 손을 빼앗긴다. 나의 몸은 순시간에 밤바람 속. 발 밑에 아무것도 없는 감각은 항상 조금 무섭다.
……!
갑자기 무르가 힘껏 고개를 숙였다. 무르가 떨어질 것 같아서 나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와앗…….
황급히 무르의 등을 받치자 무르는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 두 팔을 벌렸다. 피겨스케이팅 파트너 같은 포즈다. 유성 아래 일심동체가 된 듯한 달콤한 흥분에 두근거린다. 하지만 그 고양감은 금방 깨졌다. 내 팔 안의 무르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았으니까.
무르: 아름다워……. 사랑해. 나의 '거대한 재앙'.
내 바로 뒤에 빛나고 있는 '거대한 재앙' 을 돌아보지 않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닿아도 확실한 게 아니야. 하지만 잠깐 손가락 끝에 닿은 온도는 진짜다. 무르의 머리가 볼에 닿는다. 달빛 아래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모두가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다. 볼에 타서 떨어지는 유성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다음 날……. 결국 새로운 성주 디아누 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업무였겠지. 취임 파티는 본인 없이 모인 손님들끼리만 진행했다. 성주 대역의 사람은 이쪽이 미안할 정도로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내
일부터는 마법관으로 돌아가 평소의 생활이 시작된다. 함께 보낸 어제 계보 유성우의 밤을…… 도대체 몇 명의 마법사들이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죽고 수백 년이 지난 후에. 그 역시 답이 기대되는 의문이다.
미스라는 잠시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대접받은 스테이크를 주자 평소첢 돌아왔다.
미스라: 이 고기, 부드러워서 씹기 편하네요. 몇 개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서는 사교계의 왕자로서 상냥하게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카인과 리케가 있었다. 오즈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서를 지켜보고 있었다. 떠들썩한 회장에서 항상 밝은 클로에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나는 신경이 쓰여 말을 걸었다.
어제 유성우, 예뻤죠. 클로에는 즐거웠나요?
클로에: ……응…….
클로에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보라색 눈동자 속에는 애틋함과 결의가 옅게 흔들리고 있다.
클로에: 현자님, 나……. 라스티카의 과거를 찾아보려고.
과거를 찾는다고요……?
클로에: 응……. 어째서 신부를 잊었는가. 어째서, 잊은 것인가……. 어쩌면 라스티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비밀을 알게 된다면, 나도 계속 기억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생각,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손등을 눈가에 들이밀며 클로에가 중얼거렸다. 나는 클로에의 등을 만지며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라스티카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클로에가 결정한 것이니까요……. 저도 협력할게요……. 클로에도 라스티카도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상처받더라도, 둘의 사이가 깨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클로에: 응…….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면서 클로에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클로에: 고마워, 현자님…….
이렇게 우리의 기묘한 휴가는 끝났다. 계보의 유성우. 이 세상에 방불해 온 '거대한 재앙' 의 존재의 의미는.
그 덧없는 실을 이어받을 앞은, 아직 보지 못한 이야기에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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