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카레의 소원 1화
오른쪽을 쳐다보면 초콜릿, 왼쪽을 쳐다보면 갓 만든 쉬폰. 위를 올려다보면 신선한 과일……. 닥터 돌체의 숲은 어디에를 봐도 먹음직스러운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매혹적인 향에 휩싸여 있던 나에게 상쾌한 홍차향이 닿았다.
라스티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현자님. 이 숲에 어울리는 홍차예요.
감사합니다, 라스티카. 와아…… 좋은 향이네요.
라스티카가 준비해준 테이블 세트를 돌려보며 나는 받은 홍차에 입을 댄다.
……맛있다. 왠지 상쾌한 기분이 드는 홍차네요.
라스티카: 현자님의 입맞에 맞다니 다행입니다. 이 숲의 매혹적인 달콤한 향기를 더 즐기고 싶어서 이 홍차를 선택했거든요.
그렇군요. 숲속의 달콤한 향기 또한 신선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스티카: 이런? 찻잔이 하나 더 필요하려나?
내 뒤를 보며 라스티카가 미소짓는다. 덩달아 뒤돌아보면 거기에는 미스라가 서있었다.
미스라: 당신들도 먹을래요?
와앗……!
미스라는 양손 가득 안고 있던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라스티카: 대량이네. 이건 과일인가?
여기 이쪽은 과자인가요?
미스라: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그 근처 땅에서 자라고 있어서 가져온거라……. 냠.
그, 그런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건가요? 특이한 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미스라: 약간 목이 따끔거리거나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만 의외로 괜찮아요.
그거 정말 괜찮은 건가요!?
라스티카: 근사한걸. 미스라는 어떤 음식이든 똑같이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튼튼한 몸이구나. 뱃속에서 나오는 소리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니?
미스라: 그런 것보다 배탈이 심한데 어떻게 좀 해줄래요?
라스티카와 함께 미스라의 배에 귀를 기울인다.
어라? 목소리라기보다는 왠지 울고 있는 것 같은……?
미스라: 하? 웃고 있는 건데요.
라스티카: 아무래도 이 울음소리는 미스라의 배와는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군요.
미스라 / 현자: 다른 장소……?
만도카레의 소원 2화
과자 열매: 훌쩍훌쩍……. 이대로 썩어서 떨어져 버릴 거야.
(에, 나무 열매가 울고 있어……!?)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한 그루의 나무 열매가 벌벌 떨고 있었다. 주위의 동그스름한 분홍색 나무 열매들과는 달리 너무 익은건지 군데군데가 무너진 듯 함몰되어 그 하나만 붉은 갈색을 띠고 있다.
라스티카: 울음소리의 주인은 너였구나.
당신들은…….
미스라: 뭐야. 만도카레 열매잖아요.
알고 있나요?
라스티카: 행인에게 스스로 '먹어줘' 라고 권유하는 재미있는 과자의 열매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슬퍼하는 만도카레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군요.
확실히 주위 나무 열매들을 보면 슬퍼하고 있는 건 이 아이뿐인 것 같네요.
라스티카: 어째서 울고 있니?
과자 열매: 훌쩍……. 너무 익어서 아무도 날 먹어주지 않아. '제발 먹어줘' 라고 이 숲에 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있는데……. 먹어지려고 태어났는데, 이대로 썩어서 땅바닥에 내동당이 쳐버려져…….
과자의 비통한 마음. 그것은 한평생을 다하고 싶다는 가절한 생명의 외침으로 들렸다.
누가 먹어준다면 이 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그렇다면 제가…….
미스라: 죽고 싶은 건가요?
에?
라스티카: 현자님은 상냥하시군요. 하지만 저도 당신의 마법사로서 그 아이를 먹는 건 그만두게 해주세요.
어째서죠……?
라스티카: 이 열매를 입에 올리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운 환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만…… 그 대가로 생명력을 빼앗기고 폐인처럼 되어버린다던가.
폐, 폐인……. 그런…….
(이 아이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라스티카: 어째서 순진한 소원일수록 슬픈 숙명에 농락당하는 걸까요.
라스티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짧고 애틋한 숨을 내쉰다.
과자 열매: 우와앙. 역시 나는 썩어갈 수 밖에 없는 거야아아아……!
미스라: 시끄럽네요. 귀찮으니 제가 먹어드릴게요. 만도카레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과자 열매: 저, 정말로!?
미스라: 뭐, 맛없으면 뱉겠지만.
자, 잠시만요 미스라! 먹어줄 수 있는 것이 제일이긴 하지만…….
(역시 미스라라도 위험하지 않을까…….)
도움을 청하며 무심코 라스티카를 쳐다본다. 그러자 포근포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라스티카: 그 아이는 제가 먹도록 하죠.
만도카레의 소원 3화
미스라: 당신의 마력으로는 잘못하면 폐인이 되고 말 텐데요.
다같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요!
라스티카: 두 분 다 부디 저를 믿어주세요. 너는 그걸로 괜찮겠니?
과자 열매: …….
라스티카가 살짝 만도카레 열매를 건드렸다. 그 온기에 몸을 맡기듯 그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티카: 내가 먹어버린다면 너의 의식은 없어져 버리겠지. 하지만 안심해줘. 너는 나와 같이 살아가는 거야. 앞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게 되고, 춤을 추고 싶어질 것 같은……. 그런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어.
과자 열매: 응. 고마워…….
행복한 듯 미소를 지은 만도카레는 조용히 라스티카의 입안으로 사라져 간다.
라스티카: …….
그러자 라스티카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문득 미소를 지었다.
라스티카……. 괜찮나요?
라스티카: ……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 다행이다…….
미스라: 뭐야. 당신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은 대단한 독이 아니었군요.
라스티카: 꽤 오랫동안 환상의 세계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에요. 눈앞에 펼쳐진 경치가 아름다워서 그만 오래 있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라스티카가 먹은 건 한순간이었는데요?
라스티카: 환상 속의 시간은 이쪽의 시간과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미스라: 하아. 독도 없다면 이제 여기에 볼일은 없어요. 좀 더 버릇이 강한 과자를 찾아올게요. 주술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스티카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건 그렇고, 어째서 독의 효과가 나오지 않은 걸까요?
라스티카: 그건 독을 지우는 홍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독을 지우는 홍차……. 언제 마신 건가요?
라스티카: 아까 현자님과 함께.
에!? 그 홍차, 독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었나요?
라스티카: 네. 이 숲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군데군데 버릇이 나쁜 괒도 있는 것 같았 기 때문에. 현자님게 무슨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고마워요, 라스티카. 만도카레 열매 뿐만이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저도 라스티카의 도움을 받고 있었군요.
라스티카: 천만의 말씀을. 오늘은 멋진 숲에서 현자님과 다과회를 열고, 만도카레 열매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즐거운 날인가요. 제 안에서도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느껴져요.
다정한 라스티카의 말에 마지막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던 만도카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람에게도 과자에게도 가리지 않고 미소를 지어주는 라스티카이기에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그때, 독을 지우는 차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라스티카는 어떻게 됐을까.)
라스티카: 자, 현자님. 다과회를 재개하도록 하죠. 맛있는 과자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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