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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별이 가득 찬 바다에 소원을 건네며] 6화~10화

6화

 

피가로: 자, 기념할 만한 별에서는 누구의 소원이 튀어나올까?

 

피가로는 미소를 짓더니 내가 가리킨 별에 손을 얹었다.

 

피가로: '폿시데오'

 

내가 고른 별들이 마치 진짜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이윽고 작은 빛의 구슬처럼 되더니, 거기에 잘 알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

 

 

 

 

무르: 그러면 칠석을 축하하여, 저의 소원을 발표하겠습니다! 아찔한 소원과 설레는 소원과 절대 이룰 수 없는 소원 중 어느 것이 좋아? 내 추천은 절대 이룰 수 없는 소원!

 

라스티카: 추천을 받으니 궁금해지네. 무르가 말하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소원이라니, 너무 수수께끼같고 흥미로워.

 

클로에: 나는 설레는 소원이 좋아! 모처럼의 칠석인 걸. 다같이 즐겁게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

 

샤일록: 그러면 저는 아찔한 소원을 희망하죠. 칠석의 밤은 직녀와 건우의 사랑에 불타오르는 열대야일 테니까요.

 

무르: 그러면 전부 다 담아버리자! 오싹하고 설레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으로 결정~! 박수!

 

클로에: 와! 짝짝짝짝짝!

 

라스티카: 이 얼마나 화려하고 자극적인 울림인지. 즐거워졌네.

 

샤일록: 그러면 여기서 와인을 하나 딸까요. 칠석을 축하하며.

 

무르 / 클로에 / 라스티카: 건배!

 

 

 

 

 

한목소리를 내는 서쪽 마법사들의 모습을 끝으로 빛의 구슬은 사라졌다.

 

무르: 와이, 내가 일등! 칠석 축하해. 건배!

 

레녹스: 그런데 정작 소원이 없네. 무르는 뭘 바랬지?

 

무르: 그건 말이지…….

 

레녹스: 그건…….

 

무르: 모르겠어! 잊어버렸어!

 

루틸: 아하하! 하지만 모두들 엄청 즐거워 보여요.

 

오웬: 소원을 말하지 않은 채 끝내지 마.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게임이 안되잖아.

 

미스라: 잠깐, 현자님. 좀 더 기합해서 제대로 된 별을 고르세요.

 

아, 알겠어요. 그러면 기합을 넣어볼게요.

 

……하앗! 좋아, 이걸로 부탁드려요!

 

미스라: '아르시무'

 

내가 기합을 넣어 별을 가리키자 이번에는 미스라가 주문을 외웠다. 다시 별이 눈부신 빛을 발한다.

 

 

 

 

 

 

레녹스: 그렇네. 나의 소원은…… 파티 당일은 맑았으면 좋겠어. 미틸이 파우스트 님과의 약초 찾기를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루틸이 마음에 들었던 붓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고. 빨리 찾았으면 좋겠는데.

 

레녹스: 그리고 나머지는…… 피가로 선생님의 어깨 결림이 낫기를, 이려나.

 

 

 

 

 

 

끝인가요?

 

레녹스: 죄송해요,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만 많이 바라고 말았습니다.

 

아뇨, 욕심이랄까…….

 

루틸: 레노 씨, 붓이라면 오늘 아침에 찾았어요!

 

레녹스: 정말로?

 

루틸: 네, 책상 뒤에 떨어져 있던 것을 발견했어요. 그건 레노 씨 덕분이었군요.

 

피가로: 나도 어쩐지 평소보다 어깨가 가벼웠어. 분명 레노의 소원이 별에 닿은거겠지. 고마워.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도……. 다행입니다.

 

라스티카: 대단한걸. 아직까지는 레녹스가 우세해.

 

미스라: 잠깐, 지금 소원은 레녹스가 이룬 건가요?

 

무르: 그런 거 아니야? 무조건 마법으로 이뤄야한다는 것도 아니고!

 

오즈: ……너 자신의 소원은 없는가.

 

레녹스: 에?

 

오즈의 물음에 레녹스는 눈을 깜빡였다. 마치 지금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레녹스: 확실히……. 저의 소원은 없었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 소원은 제가 이루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거니까요.

 

오웬: 재미없는 녀석.

 

무르: 쭉쭉 가자! 다음은 이거!

 

무르가 어떤 별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계속 고르고 싶어서 근질거렸던 것 같다.

 

무르: '에아뉴 랑블!'

 

 

 

 

 

오즈: 소원 같은 건 없다.

 

 

 

 

 

(몇 초만에 끝났다……!)

 

미스라: 오즈의 오너먼트 같은 건 뽑지 마세요. 센스 없네.

 

무르: 야옹! 미스라에게 센스를 지적당했다! 그러면 다음은 이거.

 

무르: '에아뉴 랑블!'

 

 

 

 

 

루틸: 미틸이랑 파우스트 씨가 무사히 남쪽 나라에서 돌아오기를. 아, 하나 더 괜찮나요? 견우 씨와 직녀 씨가 은하수에서 무사히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라스티카: 전 세계의 연인들이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로맨틱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무르: 그러면 전 세계에 초콜릿을 뿌려버리자!

 

시노: 어이, 이 근처에서 내 지갑 못 봤어?

 

히스클리프: 야, 시노! 지금 라스티카가 소원을 빌고 있으니까 말 걸지 마……!

 

 

 

 

 

 

 

미스라: 오즈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줄게요. 따끔한 일을 당한 후에는 풀을 뜯게 하죠. 어울리는 일이잖아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자 차례대로 그들의 환영이 나타났다. 귀여운 것이 우아한 것, 그냥 선전포고 등. 모두가 그들답고 웃고 조마조마하다 보니 감정이 몹시 바쁘다.

 

레녹스: 현자님의 소원도 이 안에 있나요?

 

아, 네. 일단 장식을 해두긴 했지만…….

 

무르: 현자님의 별은 어디!

 

오즈: 이거다.

 

하나의 별이 오즈의 수중으로 둥둥 이동한다. 그것은 틀림없이 내가 장식한 별이었다. 오너먼트를 든 오즈는 조용히 손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오즈: …….

 

오즈: '복스노크'

 

 

 

 

 

무르: 그러면 시작할게! 3, 2, 1, 자!

 

에, 저는…….

 

무르: 현자님, 얼굴이 굳었어! 웃어!

 

죄, 죄송합니다. 이런 건 적응이 안돼서 조금 부끄럽네요. 

 

저의 소원은, 그……. 제 소원은, 마법관의 모두가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있어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마법관에서의 생활이 모두에게 있어서 기분 좋은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무르: 아싸, 맞았다~! 역시 오즈. 센스가 좋구나.

 

비춰진 것은 나의 환영이었다.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굳은 내 미소를 다시 보니 너무 부끄럽다.

 

라스티카: ……현자님은 저희들을 위해 바라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루틸: 마법관에서의 생활, 저는 매우 즐거워요. 매일 떠들썩하고, 오늘처럼 멋진 파티에도 참여할 수 있고!


7화

 

오즈: ……하지만, 너도 너 자신의 소원은 빌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즈: 루틸도 레녹스도, 너희는 남의 일 뿐이다. 남쪽 마법사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지. 그런 점에서 현자는 남쪽 마법사와 비슷하군.

 

오즈의 말을 듣고 셋이서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내 소원이 선택되어서, 조금 안심했어……. 뭘까, 이 느낌. 클래스 발표회의 출연이 끝났다, 라는 느낌.)

 

피가로: 혹시 현자님의 소원, 아까 그거 하나로 끝이야?

 

…… 네. 저것 말고는 좀처럼 생각이 안 나서요.

 

피가로의 말에 환영을 가둘 때 무르에게도 질문을 받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이라는 소원이 떠오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 가진 모든 것을 바라게 된다. 그것을 모두가 주최해 준 파티에서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금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는 피가로의 얼굴이 문득 온화한 것으로 변한다. 거기에 게으른 목소리가 던져졌다.

 

미스라: 질리네요.

 

목소리의 주인은 미스라였다. 계단에 앉아 잠시 우리를 관망하던 그가 이의를 제기한다.

 

무르: 질렸어? 미스라, 쿠키 먹을래?

 

레녹스: 샤일록의 칵테일도 있어.

 

미스라: 됐어요. 그것보다 이건 언제 끝나나요? 변변한 소원도 없는데, 승부가 나질 않잖아요.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오웬도 그 뒤를 이었다.

 

오웬: 정말로. 이룰 수 없는 구체성이 부족한 것들 뿐이야. 이러면 승패 따윈 안 나잖아.

 

미스라: 그리고 피가로.

 

그가 허공에 손을 얹자 조금 전까지 책상에 놓여 있던 경품의 왕관이 드러났다. 단정한 입꼬리를 도발적으로 일그러뜨리며 미스라가 말을 이었다.

 

미스라: 이것을 손에 쥔 사람이 승자이고, 오즈나 피가로를 부려먹을 수 있는 거죠?

 

피가로: 그렇네. 그 도구만 있으면 확실히 나를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 황제 파워라는 것이 발동을 해서.

 

미스라: 흐응. 그런데 이 왕관에 그런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적당한 허튼 소리로 저를 속인 거라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오웬: 게임 같은 건 이제 끝내자. 그게 잡동사니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하면 돼. 간간이 소원을 들어주는 것보다 그게 더 빠르잖아.

 

피가로: 핏기가 많네. 말했잖아. 거기엔 올바른 사용법이 있다고. 뭐, 그래도 하차할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도발적인 북쪽 마법사들에게 피가로는 느긋한 자세를 잃지 않은 채 낭랑하게 말한다.

 

피가로: 너희들이 제대로 게임에 참여해서 승리하면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텐데.

 

미스라 / 오웬: 하?

 

피가로: '폿시데오'

 

피가로는 옅은 미소를 띠고 그 입술에 주문을 얹었다. 금세 빛의 입자가 날아오른다. 마치 지휘자의 신호로 오케스트라가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의 긴 손가락을 빛이 추적하며 궤적을 그린다. 이윽고 그 빛은 중앙의 나무를 감쌌다.

 

무르: 와아! 반짝반짝 대합창이다!

 

라스티카: 아름다워……. 장식된 별들이 일제히 빛나고 있네.

 

피가로: 이 승부, 내가 참여하면 안 된다는 말은 없었지? 게임은 이제부터가 실전이다.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장식되어 있으니까.

 

눈부신 광경에 눈길을 빼앗기는 우리 앞에서 이윽고 하나의 별이 허공을 날았다.

 

 

 

 

 

미틸: 엄청나게 큰 양과 함께 낮잠을 자고 싶어요! 푹신푹신해서 기분 좋겠지…….

 

 

 

 

 

피가로: 귀여운 소원이네. 선생님, 힘내볼까.

 

피가로: '폿시데오'

 

피가로가 손을 대자 곳곳에 레녹스의 양이 나타난다. 그리고 솜사탕이 커지듯이 동그란 몸이 부풀어오른다.

 

루틸: ……! 양 씨가 커졌어……!

 

대단해, 복슬복슬하다……!

 

피가로: 자, 쭉쭉 갈까.

 

펼쳐지는 쇼 같은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르: 피가로, 대단해! 모두의 소원이 점점 이루어져 가!

 

루틸: 네, 정말로! 하지만 피가로 선생님, 그렇게 마법을 많이 써서 피곤하지는 않으신가요?

 

레녹스: 그러고 보니 피가로 선생님, 어제 스노우 님들께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하셨죠.

 

피가로: 맞아. 나도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서 쌍둥이 선생님의 힘을 빌리러 갔거든. 두 분한테 슈가를 받았으니 당분간은 괜찮아.

 

루틸: 스노우 님들도 협조해 주셨군요. 피가로 선생님이 차례차례 여러가지 마법을 쓰셔서 조금 놀랐어요!

 

오웬: 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불복하는 듯한 목소리가 귀를 쓰다듬는다. 별 모양 쿠키를 만지작거리며 오웬은 말을 던졌다.

 

피가로: 무슨 뜻이야?

 

오웬: 처음부터 왕관을 줄 생각이 없었던거지. 우리들은 네가 착한 척을 하기 위한 발판이었던거야.

 

피가로: 의외네. 일찌감치 게임을 하차하려고 한 건 너희잖아. 정말이지, 북쪽의 마법사는 포기가 빠르다니까.

 

미스라: 어느 입이 말…… 우극.

 

오웬: 우극.

 

말하던 입에 사탕을 집어넣어 미스라와 오웬의 쓴소리가 끊긴다.

 

피가로: 자, 아직 소원은 남았으니까 더 이루고 가자.

 

무르: 자, 오즈도! 세계 최강의 마법사가 이루는 소원은 대체 어떤 소원일까?

 

오즈: …….

 

라스티카: 이런, 저도 안 질 거예요. '아모레스트 비엣셰'

 

루틸: 후후, 나도!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마법사들이 차례차례 주문을 외워간다. 미스라도 오웬도 겨루기 시작했다.


8화

 

클로에: 으음, 저는 세상의 귀엽고 반짝반짝하고 멋진 원단을 원해요! 그리고 현자의 마법사와 현자님께 많은 옷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어!

 

샤일록: 후후, 멋지네요. 그러면 저는 칠석 한정 최고급 칵테일을 바에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을 마셔주시는 분이 바에 와주시는게 제 소원입니다. 어느 분이 오실지 기대되는군요.

 

 

 

 

 

 

스노우: 앞으로도 계속 화이트 쨩과 같이 있을 수 있기를.

 

화이트: 앞으로도 계속 스노우 쨩의 옆에 있을 수 있기를.

 

브래들리: 빨리 '거대한 재앙' 의 상처가 낫기를…… 에, 에.

 

스노우 / 화이트: !

 

브래들리: 에취!

 

스노우 / 화이트: ……이상, 북쪽의 마법사의 소원이었습니다!

 

 

 

 

 

 

파우스트: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기를.

 

네로: 똑같습니다.

 

시노: 어이, 제대로 생각해. 히스가 대답하기 힘들잖아.

 

히스클리프: 으음, 나도 똑같을지도.

 

시노: 동쪽의 마법사가 최강이라고 다른 나라의 마법사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파우스트 / 네로 / 히스클리프: 아니, 그건 좀…….

 

 

 

 

 

 

아서: 칠석 파티를.

 

리케: 현자님과 마법사분들이.

 

카인: 즐길 수 있기를.

 

아서 / 리케 / 카인: 진심으로 축복을!

 

 

 

 

 

 

많은 소원들과 웃음소리가 중앙 홀을 휘감아 간다.

 

무르: 결과 발표! 제 1회 칠석 기념 황제 대결 우승자는, 피가로로 결정!

 

미스라: 부우.

 

오웬: 부부.

 

(야유하고 있어…….)

 

대부분의 환영을 재생할 때쯤, 피가로의 손을 잡고 들어올리면서 무르가 드높게 고했다. 다른 마법사들도 분투했지만 흐르듯 차례차례 소원을 이뤄가던 피가로에게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피가로: 고마워. 분위기가 고조된 것 같아서 다행이네.

 

라스티카: 피가로 선생님은 만만치 않군요. 저는 모두의 소원을 아는 것이 즐거워서 저도 모르게 환영에 빠져버렸습니다.

 

루틸: 저도요. 그리고 어떤 소원도 멋있으니까 어떤 것부터 이룰까 고민이 돼서.

 

무르: 오즈가 이룬 소원, 재밌었어! '레녹스의 양들의 잠자리를 새롭게 해주고 싶어' 가!

 

레녹스: 오즈 님, 감사합니다. 성 같은 훌륭한 오두막을 받게 되다니.

 

오즈: 내가 본 사람들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보다 성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 윤기가 더 좋았다. 비슷한 곳에서 살면 양털도 좋아질 것이다. 

 

레녹스: ……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소원들이 있었는데 거의 다 이루다니, 모두들 대단하네요. 마법관에 돌아온 모두가 어떤 반응을 할지 기대돼요!

 

미스라: 정말로. 엎드려 감사하라고요.

 

오웬: 단 것이 없었다면 이미 돌아갔을 거야.

 

미스라와 오웬은 가끔식 야유를 보내면서도 이 자리에 남아줬다. 칵테일이나 쿠키에 손을 뻗는 김에 요행히 환영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몇 가지를 이뤄줬을지도 모른다.

 

무르: 피가로 선수, 축하드립니다! 한마디 해 줘!

 

피가로: 불만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좀 더 어울려 줄 수 있을까?

 

피가로가 손가락을 올리자 어느새 미스라의 손에서 떨어져 있던 왕관이 둥둥 떠다닌다.

 

무르: 황제의 관이다! 그걸 흔들면 돼? 아니면 때려눕혀볼래?

 

피가로: 흔드는 것도 때리는 것도 안돼. 이 보석 부분이 망가질 테니까. 주문을 외우면서 이걸 누르면…….

 

피가로가 보석에 닿자마자 눈부신 빛이 왕관을 감쌌다. 잠시 후, 빛의 베일이 풀리자 거기에 나타난 것은…….

 

레녹스: 이건…….

 

무르: 모양이 바뀌었다!

 

엄숙했던 왕관은 눈이 부신 반짝이는 것으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표면에는 수수께끼의 문양이 떠올랐고 과장될 정도로 가시 돋친 비늘을 든 드래곤이 휘감겨 있다.

 

피가로: 아까까지의 것은 임시 모습. 이게 진짜 황제의 왕관이야. 번쩍번쩍하고 멋있지. 이걸 쓴 사람을 그만 따르고 싶을 정도로.

 

루틸: 후후, 피가로 선생님이 그걸 쓰시니 북쪽 마법사 분들처럼 보이네요. 

 

오웬: 어디가. 촌스럽잖아.

 

미스라: 저는 꽤 취향일지도. 따르고 싶지는 않지만요.

 

무르: 즉, 이건 마법의 속임수로 변형되는 군더더기였구나!

 

레녹스: 원래가 간소했던 만큼 인상이 크게 바뀌네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디자인일지도 모릅니다. 

 

저기…… 그건 외형이 눈길을 끄는 것 외에도 마법의 효과가 있나요?

 

피가로: 없네.

 

없군요!?

 

오웬: 정말로 그냥 잡동사니였어…….

 

미스라: ……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요. 부전패를 면하기 위해서라지만 헛된 시간이었네.

 

반응이 좋지 않은 마법사들을 한 번 쳐다보며 피가로는 왕관을 손가락에 건다.

 

피가로: 어쨌든 이걸 손에 넣었으니 지금부터 내가 황제다. 조건대로 다들 내 말에 따르도록 해.

 

피가로: 일단 미스라, 공간의 문을 열어줘.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미스라: 하아, 싫어요. 더 이상은 안 어울려 줄 거예요.

 

레녹스: 하지만 피가로 선생님이 가고 싶은 곳, 궁금하지 않아?

 

미스라: 전혀요.

 

루틸: 굉장히 즐거운 곳일지도 몰라요. 무인도거나 구름 위거나 바닷속이라던가!

 

미스라: 바닷속이라니 농담하지 마세요. 빠지면 어떡해요. 당신, 죽고 싶나요?

 

피가로: 나는 아직 어디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미스라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

 

미스라: 제가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제가 결정해요. 뭐랄까, 직접 하는 건 어때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텐데요. 아니면 한가해 보이는 오즈에게라도 부탁해보세요.

 

피가로: 너밖에 부탁할 수 없어. 봐, 창밖은 이제 깜깜하니까.

 

어두운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그 앞에 있는 하늘은 완전히 어둠이었다. '거대한 재앙' 의 상처 때문에 오즈는 밤이 되면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무르: 즉, 지금은 미스라가 세계 최강의 마법사!

 

무르의 말을 들은 미스라가 후 하고 입가룰 풀며 오즈를 한 번 쳐다본다.

 

미스라: 정말이지, 오즈는 못 써먹겠네요. 이런 마법도 못 쓰다니.

 

오즈: …….

 

라스티카: 공간 이동의 마법은 매우 어려운 마법이야. 그걸 '이런 마법' 이라고 하다니, 역시 미스라네.

 

무르: 역시 세계 최강!

 

그 말에 더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스라는 마도구를 꺼냈다.

 

미스라: 어쩔 수 없으니 제가 공간의 문을 열어드리죠. 그래서, 어디에 공간을 연결하면 되나요?


9화

 

피가로: 중앙 나라의 아득한 상공. 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부탁할게.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가 선뜻 주문을 외우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문이 나타났다.

 

루틸: 혹시 밤하늘 산책인가요?

 

라스티카: 별에 소원을 건 다음에 별을 만나러 가다니, 낭만 있군요.

 

오웬: 그러면 마법관 위도 괜찮잖아. 나는 안 갈거니까.

 

미스라: 무슨 소리인가요? 이 제가 모처럼 공간의 문을 열어준 거니까 당신도 오세요.

 

피가로: 레노, 현자님을 부탁해.

 

레녹스: 알겠습니다. 현자님, 제 빗자루 뒤에 앉으세요.

 

무르: 다들 피가로의 명령을 듣네. 황제의 힘이다! 대단해!

 

확실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은……?

 

라스티카: 그러면, 오즈 님도 함께 가죠.

 

오즈: ……아아.

 

우리가 빗자루를 타자 피가로는 마법으로 빛 구슬 같은 물건을 꺼냈다. 그 구슬은 피가로의 손을 떠나 둥둥 떴다. 우리를 선도하듯 문 너머 어둠으로 날아간다.

 

피가로: 자, 갈까? 모두들, 제대로 따라와.

 

무르: 네에!

 

 

 

 

 

 

 

 

피가로의 뒤를 이어 한동안 우리는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빗자루는 벌써 몇 번이나 타봤지만 오늘은 훨씬 높은 곳을 나는 것 같다.

 

레녹스: 괜찮으신가요, 현자님.

 

내가 불안해 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레녹스가 말을 걸어준다.

 

왠지 아까보다 하늘이 더 어두운 것 같아서. 날씨가 조금 풀린 걸까요? 비는 안 왔으면 좋겠는데…….

 

레녹스: 분명 괜찮을 겁니다. 혹시 불안하시다면 무슨 이야기라도 할까요? 조금 나아질지도 몰라요.

 

레녹스……. 고마워요.

 

간단한 이야기를 하면서 빗자루는 천천히 나아간다. 이윽고 피가로의 앞을 선도하던 빛의 구슬이 속도를 줄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별들은 모두 구름에 가려져 있다. 피가로의 머리가 밤바람에 흔들린다. 그는 어둠을 주시하고 있었다. 감각을 날카롭게 하고, 무언가를 기다리듯이.

 

여기는……?

 

오즈도, 미스라도, 오웬도, 모두들 말없이 하늘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소리만이 주변을 지배한다.

 

피가로: 거의 다 왔으려나. ……봐, 보이기 시작했어.

 

……!

 

나는 숨을 꿀꺽 삼켰다. 피가로의 시선을 따라가면 어둠 저편에서 빛의 알갱이들이 일제히 이쪽을 향해 왔다.

 

(별똥별? 아냐, 저건…….)

 

별똥별치고는 궤도가 불규칙하고 완만하다. 둥둥 뛰고, 빙글빙글 회전하며. 마치 빛 자체가 공중 유영을 즐기는 것 같다. 물을 얻은 물고기처럼. 이 밤하늘이라는 바닷속에서…….

 

루틸: ……물고기?

 

에?

 

무르: 공유어야. 공유어 떼가 이리로 온다!

 

무르가 소리치는 순간 형형색색의 물고기 뗴가 몰려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빛나는 물고기들의 속에 있었다.

 

와아……!?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밤하늘을 종횡무진 누비는 빛나는 무수한 물고기들을.

 

대단해,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치고 있어……!

 

피가로: 꽤 장관이지? 그들을 엄밀히 말하면 물고기는 아니지만, 공유어라고 불리는 물고기의 모습을 한 마법 생물이야.

 

레녹스: 이렇게 큰 무리는 드물군요……. 하지만 공유어는 이미 망한 고대 종이 아니었나요?

 

오즈: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이겠지.

 

고고한 눈동자에 밤하늘을 비추던 오즈가 입을 열었다.

 

오즈: 깊은 잠에 빠진 마법 생물들이 이변을 틈타 불러 일으켜 섣불리 하늘을 여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무르: 응응. 온 세상을 날아다니면서 이 시기에 이 자리에 나타나는거지!

 

피가로: 오늘 밤은 운이 좋았어. 만약 비라도 왔으면 그들은 다른 길은 택했을지도 모르니까.

 

루틸: 하늘인데 바닷속에 있는 것 같아……. 너무 신기한 기분이에요!

 

미스라: 잠깐, 너무 날뛰어서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오웬: 이런 거, 우물쭈물하고 방해될 뿐이야.

 

미스라와 오웬의 반응은 희박하지만 회유하는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시선으로 쫓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일까.

 

라스티카: 현자님의 세계의 견우와 직녀에게도 이 경치를 보여주고 싶네.

 

라스티카는 미소를 머금고 심호흡을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곱 빛깔의 비늘을 빛내는 물고기가, 그의 주위에서 빙글빙글 춤을 춘다. 일 년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부부가 보기에는 최고의 경치다. 모든 것이 선명하고 반짝반짝 아름답다.

 

오즈: 조심해라, 현자.

 

레녹스: 저를 꽉 잡아주세요.

 

……?

 

갑자기 공기가 떨렸다. 갑자기  밑에서 올라오는 듯한 압력을 느끼며 나는 레녹스의 등에 매달렸다.

 

???: 오오오오오오오오…….

 

루틸 / 라스티카: !

 

바람과도 포효와도 다른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고, 발밑에 펼쳐진 어둠으로부터 반짝이는 하나의 빛이 보였다. 나는 눈을 의심헀다. 눈 밑에서 큰 물건이 떠오르는 비유를 하자면, 바다의 생물이 수면에 나와서 숨을 쉬는 것 같다.

 

이건…….

 

레녹스: 고래…….

 

시야를 꽉 채우는, 윤기나는 유선형의 검은 등.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와 지느러미. 그것도 은근히 믿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다. 세계를 여행하는 호화 여객선만한 거대 생물이 우리 눈 밑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피가로: 이거 거물이네. 우리가 즐거워하니까 반열에 오르고 싶었나봐.

 

무르: 뛰어드는 건 대환영! 여기서도 칠석 파티를 해버리자!

 

루틸: 보세요, 저렇게 큰 입……!

 

라스티카: 수염도 훌륭하네. 이 정도면 평생 바이올린 활에는 어려움이 없겠지. 하지만 여기는 앉기가 조금 불편한걸. 특등석에 어울리는 좌석으로 준비하자.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와아, 소파가……!

 

라스티카의 마법에 의해 공중에 여러 개의 소파가 나타났다. 앉는 느낌이 좋아 보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레녹스: 제 뒤에서는 경치를 보기 힘들죠. 가장 큰 소파로 오세요, 현자님.

 

감사합니다, 레녹스. ……와아, 푹신푹신해요!

 

물고기 한 마리가 긴 꼬리와 지느러미를 휘날리며 눈앞에 어른거린다.


10화

 

길을 잃은 걸까요?

 

레녹스: 그런 것 같네요. 양떼에도 가끔 있거든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놓치고 있는 녀석이.

 

레녹스: ……자, 동료는 저쪽에 있어.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거야.

 

레녹스는 느린 속도로 비행하면서 길 잃은 물고기를 무리로 유도한다. 양들에게 그러하듯 물고기를 지켜보는 그의 눈은 곱다. 따라가도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해준다.

 

(다행이야. 무리로 돌아간 것 같아.)

 

소파에서 편하게 쉬면서 물고기들을 바라보거나 빗자루를 탄 채 물고기들을 쫓아다닌다. 물고기에게 이끌려 폐를 끼치는 마법사도 있고, 물고기와 왈츠를 추는 마법사도 있다. 하늘이기도 하고 바다이기도 한 환상적인 공간을 저마다 마음껏 즐긴다.

 

피가로: 현자님, 이리 와.

 

소파에서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빗자루를 탄 피가로가 다가왔다. 그의 손을 잡으면 빗자루에 넘어가지 않아도 둥실둥실 춤을 추듯 몸이 허공에 뜬다.

 

피가로: 하늘 바다 산책이라니 로맨틱하지.

 

아하하, 잘 부탁드려요.

 

농담처럼 웃는 피가로에게 이끌려 별 모양의 비늘을 반짝이던 물고기들의 고리 속에 내려앉았다.

 

피가로: 자, 현자님. 우리 세계의 칠석은 어땠어?

 

최고예요! 이 경치도 모두의 소원도 과자도 모든 것들이. 이렇게 대단한 칠석은 처음이에요. 게다가 이런 멋진 장소에 데려와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피가로: 천만에.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

 

피가로: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네가 기뻐하는 것이었으니까. 조금은 쓸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을까?

 

그의 눈동자가 물고기들의 빛을 비추며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잔잔하게 빛나고 있다.

 

피가로: 현자님이 칠석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혹시 원래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  

 

그건…….

 

피가로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확실히 나는 칠석의 기억과 함께 원래의 세계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피가로: 사실 조금 긴장했거든. 현자님이 별에 새긴 소원의 내용을 아는 것이. 너의 소원은 원래의 세계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아까 마법관에서 내 환영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나의 환영을 본 피가로는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잔잔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있었다.

 

피가로: 하지만 너의 소원을 보고 깨달았어. 현자님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우리 마법사들을 생각해 준다고. 그런 너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 라고 오늘의 파티에서 바라지 않겠지, 라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을 텐데도.

 

고요한 바람 같은 피가로의 목소리가 그때의 나의 마음을 그대로 방불케 한다. 

 

……피가로의 말이 맞아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어요. 하지만…… 모두나 이 세계를 내던지고 싶지는 않아요. 이 세상에서 생긴 추억이나 마법관에서의 매일도 지금의 저에게 소중한 것이니까.

 

피가로: ……고마워. 우리를 아껴주고 진심으로 대해줘서.

 

피가로는 지켜보는 듯 호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정겨운 목소리에 가슴 속이 따뜻해졌다. 내 마음에 피가로가 은근슬쩍 다가온 것 같다.

 

무르: 그런데 말이야! 피가로의 소원은 뭐야?

 

와아, 무르.

 

피가로: 당돌하네. 모처럼 현자님과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무르: 그 나무에는 피가로의 별이 하나도 없었어. 어째서?

 

듣고 보니 확실히……. 피가로의 환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피가로: 깊은 의미는 없어. 굳이 말하자면 내 몫은 다 내준 거야. 소원이 너무 많으면 이뤄주는 쪽도 바쁘고 힘들 테니까.

 

피가로는 미소를 지었다. 왠지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피가로 개인의 소원은 없는 건가요?

 

피가로: 으음,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네…….

 

피가로는 팔짱을 끼고 궁리하는 내색을 보였다. 주위를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무심코 흥미롭게 그의 곁으로 몰려온다. 아름다운 물고기를 감싼 채 피가로는 느긋하게 내 눈을 바라보았다.

 

피가로: 현자님, 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모르겠어. 그러니까 적어도 네가 여기 있는 동안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경치를 잔뜩 보고, 기뻐했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려나.

 

피가로…….

 

무르: 무무?

 

피가로: 불편해 보이네, 무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무르: 더 엉뚱한 소원을 빌 줄 알았어. 황제 폐하인데!

 

하지만 무르도 제대로 된 소원을 말하지 않은 것 같은……?

 

무르: 내 소원? 궁금하다면 알려줄게! '에아뉴 랑블!'

 

무르가 외운 주문이 밤하늘을 울린다. 순간, 은빛으로 빛나는 슈가가 반짝반짝 우리 주위를 휘감았다. 그러자 회유하던 물고기들이 일제히 모여든다. 어지럽게, 싱싱하게, 선명한 색으로.

 

무르: 내 소원은, 이 세상에서 많은 지식을 얻고, 이 눈으로 보면서 체험하는 것.

 

무르: 설마 멸종한 공유어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내 소원은 오늘 밤에 하나 이뤄진거야!

 

무르는 양팔을 벌린다. 은가루가 밤하늘을 수놓고 머리 위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어 간다.

 

오웬: 어이, 먹이 같은 거 주면 우르르 몰려오잖아.

 

루틸: 하지만 너무 예뻐요!

 

레녹스: 아아. 미틸이 봤다면 분명 좋아했을 거야.

 

라스티카: 나도 클로에에게 보여주고 싶어. 공유어들은 다음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미스라: 왠지 배고프네. 먹을 수 있나요? 이 생선.

 

오즈: ……모르겠군.

 

시야를 꽉 채우는 선명한 색의 홍수. 나는 문득 이 세상에 처음 왔을 때 본 꽃 조각의 파도가 생각났다. 조금 다르지만 그때와 비슷해. 꽃의 조각을 만졌을 때의 불안함과 동시에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어서, 물론 무서웠지만…….)

 

원래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물론 지금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도 늘었다. 마법사들과 다양한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서.

 

피가로: 현자님, 같이 고래의 등에 타보지 않을래? 더 멋진 장소로 데려다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네, 부디! 

 

나는 내밀어진 피가로의 손을 잡고 밤하늘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디뎠다.

 

예전에 멸종했던 물고기들과, 마법사들과. 새로운 경치를 이 눈에 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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