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무르: 저기,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마리: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무르: 봐, 또 거짓말 했어!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게 취미?
무르가 손가락을 탁탁 울리자 그 수중에 여러 구의 마리오네트가 나타난다. 무르에게 조종당한 인형들은 마리 씨의 심정을 표현한듯 당황하거나 슬퍼하거나 빙글빙글 몸짓을 바쳤다.
무르: 너의 눈은 계속 수영하고 있고 눈도 계속 깜빡이고 있어. 손으로 입도 가리고 있네. 그건 거짓말을 할 때의 전형적인 반응이야.
마리: …….
저기, 당신이 공중 그네를 타지 않는 것은 의상 때문인게 아니라……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요.
마리: 사정이라니……. 애초에 당신과는 관계 없는 일이잖아.
샤일록: 확실히 관계는 없군요. 하지만 관계가 없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겠죠. 고민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희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무거운 짐을 다 같이 조금씩 안듯이 당신이 혼자서 안고 있는 고민을 저희와 잠깐 나누시지 않겠나요?
마리: …….
부드럽고 잔잔한 목소리에 자극을 받아 마리는 망설이듯 입을 여닫는다. 라스티카도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라스티카: 저기, 마리. 너와 저 사자상에는 둘만의 둘도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연결 고리……?
라스티카: 네. 아까부터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주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거든요.
마리: ……맞아. 그는 나의 친구이자 은인이야. 내가 힘들때 지탱해준 매우…… 소중한……. 그래서 나, 그가 멋대로 헐리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고 있었어.
에!? 이 상, 헐려지는 건가요? 거리의 소중한 상징인게…….
샤일록: 이 거리는 마법사 쇼도 성행하고 이상한 힘이나 현상에도 관용적인 거리입니다. 그래도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은 헤아릴 수 없죠. 뒷걱정을 덜고 싶다는 여론으로 쏠리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마리: 게다가 어차피 오래된 거니까 이번 기회에 철거하고 새로운 거리의 상징물을 짓자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아. 나, 너무 무서워. 눈을 떼버리면 눈치 채기도 전에 그가 부서져 버릴까봐…….
그래도 처음에는 시간이 될 때마다 연습을 조금 벗어나 상황을 살피러 오는 정도였다고 한다.
마리: 하지만 점점 불안감이 커져서……. 밤 공연에 나가버리면 중간에 나올 수 없으니까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쉬고 있었어.
클로에: 그렇구나……. 마리는 정말 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네.
깊은 한숨을 내쉬던 입이 열렸다. 추억을 사랑하듯이, 마리 씨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마리: 응.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나의 은인이니까.
마리: ……나는 말이지, 어렸을 때 내가 인간인 줄 알았어. 부모님도 자상하시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려서…….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다고 바로 집을 나왔어. 마법사는 미움받는 사람이잖아? 만약 내가 마법사라고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면 가족에게도 폐를 끼치고 말 거야.
클로에: …….
하지만 어린 마리 씨에게 갈 곳은 없고 거리에서 거리로 계속 방황해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는 마법을 써서 범죄에 손을 대거나 구경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각오했을 때…… 순업 중이던 코모스를 만나 마리 씨의 인생은 바뀌었다.
마리: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구경거리가 되지 않아도 마법사이기 때문에 최고로 빛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 언젠가 그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우연히 좋은 만남이 있어서……. 나는 견습생으로 코모스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야.
입단 후 그녀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공중 그네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마리: 처음에는 매일 즐겁고 신이 났어. 내 연기를 봐준다는 것이 너무 기뻤어. 하지만…….
무르: 너의 공중 그네가 평판이 될 뿐. 기대가 부담으로 바뀐 거지?
마리: ……응.
코모스는 순업 하면서 거의 매일 공연을 하는 것 같다. 언제나 연기를 선보이는 그녀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마리: ……눈치챘을 때는 정말 좋아했을 터인 서커스가 너무 좋다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없게 되었어.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채로 이 거리에서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마리: 모든게 힘들어지고 서커스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어서 여기에 들렀어. 그랬더니 그가 말을 걸어준 거야.
말하면서 그녀는 사자상 앞발을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리: '신난다' 라고 그가 말했을 때, 나에게는 '당신은 지금 즐거운가' 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 순간 가슴이 벅차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약한 소리도 고민도 다 그에게 털어놨어. 그랬더니 다음 날부터 연습도 실전도 예전처럼 잘 되게 된 거야. 그 덕분에 나는 서커스를 너무 좋아한다고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되었어.
클로에: ……나도 알 것 같아, 그 마음.
클로에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물 앨범을 바라보는 듯한 따뜻한 눈동자로 사자상을 올려다본다. 그리운 기억에 살며시 다가서듯 그는 한 걸음 사자상에 다가갔다.
7화
클로에: 지금보다 재단사로서 더 미숙했던 시절, 소중한 친구가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어. 당연히 기쁘고 열심히 하겠다고 바로 대답했지. 그는 기대된다고 웃어줬어. 그 순간, 너무 무서웠던게 기억이 나.
클로에: 친구는 상냥하고, 우아하고, 멋있고……. 이런 멋진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내가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민을 하고 망설이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마지막에는 디자인을 생각하는 손을 멈춰버렸어.
마리: …….
클로에: 하지만 그런 마음을 계속 혼자 안고 숨기면서 지내다 보니 그가 말을 걸어줬어. 친구에게 클로에는 옷 만드는 걸 좋아해? 라고 들으면 나는 깜짝 놀라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어. 하지만 그때 깨닫게 된 거야. 멋진 옷을 만드는 것에 너무 필사적이어서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마음을 두고 갔다는 것을.
클로에: 그 후에는 용기를 내서 계속 고민했던 것도 무서워했던 것도 그에게 다 말할 수 있었어. 옷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소중한 친구들이 좋아할 옷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클로에는 라스티카를 돌아보자 소중한 친구를 자랑하듯이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라스티카: …….
마리: 옷은 잘 완성됐어?
클로에: 응. 시간은 조금 걸리긴 했지만. 하지만 분명 이 일은 나에게 자신감이 되었을 거야. 왜냐하면 전보다 옷을 만드는게 더 좋아졌으니까! 아마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래서 사자상을…….
마리: …….
그때,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카인: 아아, 다행이다! 찾았구나.
여러분…….
리케: 클로에의 의상, 마음에 들었나요?
클로에: 그거 말인데……. 으음…….
마리: ……괜찮아. 내가 얘기할게. 사실은…….
아서: 그렇구나. 그건 고민스러운 문제네…….
저기, 거리 사람에게 상을 부수지 말라고 부탁하는 건 어떤가요?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라고 하면 알아줄지도 몰라요. 저 상이 헐리지 않으면 마리도 마음 놓고 서커스에 참가할 수 있는 거죠?
리케의 물음에 그녀는 말하기 어렵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잠깐의 정적을 일렁이게 한 것은 평소와 다름없는 컨디션의 무르였다.
무르: 설사 헐지 않는다고 해도 오가는 결말은 똑같아.
샤일록: 무르.
카인 / 리케: …….
말뜻을 몰라서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자 샤일록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뜻을 알려줬다.
샤일록: 아쉽게도 이 상은 수명이 다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사이에 썩어버릴 거예요.
마리: 역시……. 왠지 모르게 눈치채고 있었어. 내가 여기 다니는 동안에도 점점 금이나 깨진 부분이 많아졌거든. 지금은 거의 말도 못 해. 그러니까 적어도…… 최후의 때까지 조금이라도 곁에 있고 싶어.
정말 어떻게는 안 될까요? 예를 들어 상을 마법으로 복구한다던가…….
오즈: 복구는 쉽다. 외형도 상태도 새것과 손색없이 갖추어질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재앙' 으로 인해 상에 깃든 희박하고 불안정한 마력도 원상태로 돌아가겠지.
그건……. 지금 상에 일어나고 있는 이변이 가라앉는다는 건가요……?
샤일록: 네. 모든 것이 올바른 형태로 돌아가고 말하는 사자상은 말을 하지 않는 평범한 사자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원래대로 돌아온 그는 마리의 친구가 아니겠죠.
샤일록은 힐끗 무르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알아차린 무르가 길고양이처럼 히죽 웃는다.
무르: 뭐야? 누구의 이야기?
샤일록: 글쎄……. 누구일까요.
한숨을 쉬듯이 샤일록이 중얼거렸다.
샤일록: 뭐가 됐든 상을 복구하든 말든 마리가 수다스러운 친구를 잃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설령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마리 씨는 그의 말에 구원 받았는데…….)
마리: ……나는…….
그녀의 중얼거림은 갈 곳도 없이 어둠에 녹는다. 그리고 주변이 침묵에 휩싸였을 때.
사자상: ……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사자상은 말하던 말과 정반대의 의미의 말을 큰 소리로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사자상: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카인: 무슨 일이야……!? 분명 이 녀석, '즐겁다' 밖에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마리: 응.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처음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마리 씨가 걱정스럽게 그의 앞발을 쓰다듬는다. 하지만 호소하는 듯한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사자상: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리케: 오, 오즈. 이것도 액재의 영향인가요?
오즈: …….
라스티카: ……그는 슬퍼하고 있는게 아닐까. 마리가 그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처럼 분명 그도 마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거야. 그런 그녀가 자신이 없어지는 것을 슬퍼하고 좋아하는 서커스에 나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마리: 그래서 이 아이는 즐겁지 않다고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떨리는 목소리에 고뇌가 번진다.
클로에: ……아.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던 클로에는 문득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들었다.
클로에: 그렇다면 사자상이 마리의 쇼를 가까이서 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마리는 사자상에서 떠나지 않아도 되고 쇼에도 나갈 수 있어. 무엇보다 마리가 정말 좋아하는 서커스를 사랑하는 사자상에도 보여줄 수 있지?
마리: ……확실히, 그게 가능하다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단장이 허락해줄 리가…….
클로에: 제대로 사정을 이야기 해보자. 혼자 이야기하는게 무섭다면 나도 도와줄게. 너희들의 힘이 되고 싶어. 그러니까 마리, 조금만 용기를 내. 너의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라도.
마리: ……응!
8화
우리는 일단 광장을 떠나 단장과 의논하기 위해 회장으로 돌아왔다.
무르: 단장 발견! 저쪽이야!
마리: 저기! 단…….
단장: 마리! 늦었군. 텐트를 닫을 뻔했잖아.
마리: 저기, 부탁이야. 내 말을…….
단장: 만족스러운 의상은 만들어 주었나? 소매는 꿰었어? 쇼에는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카인: 여전히 성격이 급하네…….
마리: 그게 아니라 나, 공중 그네를…….
단장: 뭐야. 역시 그만하고 싶은 건가? 그런 거라면 공중 그네는 정식으로 상연 목록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어. 내일부터는 다른 공연을 간판에 세우자. 너는 이제 쉬고 훗날 다시 의논을.
단장은 바쁜 듯이 말을 빠르게 해 참견할 틈도 없었다. 마리 씨의 눈이 슬픔에 젖는다.
(위험해. 이대로라면 사자상에 마리 씨의 공중 그네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저기……!
어떻게든 하려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을 때.
라스티카: 단장님, 일단 휴식을 취하지 않겠나요? 저와 천천히 차라도…….
단장: 죄송합니다만 저는 지금 마리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용건은 나중에…….
라스티카: 자, 여기 꽃다발도 받으세요. 부드러운 향기가 당신을 편안하게 해줄 거예요.
단장: 아, 아아……?
라스티카가 부드러운 색의 꽃다발을 내밀자 테이블에 단장의 머리와 옷에 다양한 꽃이 장식되어 있다.
(딴장이 꽃으로 된 설남처럼 되어 있어…….)
클로에: 라스티카, 단장이 떨고 있어……! 엄청 혼나는 건 아닌지…….
단장: ……하하. 하하, 아하하! 뭐야 이건! 아하하하!
샤일록: 즐거워 보이는군요.
무르: 좋은 미소네!
단장: 이거 기가 막히는군! 다음 공연 연출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라스티카: 즐겨주셔서 다행입니다.
단장: 네! 관객들도 이 연출을 보면 성대하게 기뻐하겠죠.
라스티카: 그거 다행이다. 당신은 서커스를 즐겁게 하기 위해 날마다 전력하고 있겠지요.
주전자에서 꽃향기가 나는 홍차를 따르며 라스티카는 클로에에게 눈짓을 했다.
클로에: ……!
클로에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단장에게 전해지도록 목소리를 높였따.
클로에: 단장, 들어줘! 서커스를 더 즐겁게 하기 위해 할 말이 있어!
단장: 호오, 어떤 일인가요? 당신의 의상을 이용한 쇼? 아니면 아까 꽃 같은 서프라이즈? 훌륭한 것이라면 당장 내일부터 쇼에 도입하도록 하죠. 아니, 새로운 공연으로 하는 것도 좋겠다.
마리: 잠깐, 단장! 그 이야기는 클로에 씨가 아니라 나부터 할게.
단장: ……너부터?
(아, 제대로 들으려고 해주고 있어……!)
긴장한 모습으로 또렷하게 목소리를 낸 그녀를 클로에와 라스티카가 지켜보고 있다.
마리: 단장. 저에게 다시 한 번 공중 그네를 하게 해주세요.
단장: ……뭐라고?
제가 계속 쉬고 있었던 것은 소중한 친구가 걱정 되어서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연에 구멍은 뚫지 말았어야 했어. 관객에게도 단원분들에게도, 그리고 단장에게도 너무나도 무례한 짓을 했다고 생각해.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그녀는 열심히 지금까지의 경위를 단장에게 전했다. 이별이 다가오는 친구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의 근처에서 공중 그네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단장: …….
마리: 이렇게 공연에 구멍을 냈는데 또 쇼에 나가서 친구에게 쇼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다니, 이기적이기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 이상으로 공중 그네를 띄어볼 테니까……. 제발 부탁해!
긴장해서 목소리를 울먹이면서도 마리 씨는 고개를 계속 크게 숙였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장은 잠시 후 깊은 숨을 내쉬고 나서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단장: ……알았다. 공중 그네는 코모스의 간판. 너의 쇼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아. 사자상에 대해서도 잘 알겠다. 뒷쪽에는 내가 이야기를 풀어놓을게.
마리: 단장……!
단장: 내일부터, 누구나 너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쇼를 부탁하겠다!
마리 씨는 단장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이 일하러 간 후, 우리는 내일을 위해 작전 회의를 열었다.
클로에: 으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샤일록: 대략적으로 사자상을 여기로 옮기는 것과 자리 준비일까요? 그의 크기라면 저희가 앉는 자리에서는 조금 답답할 테니까요.
아서: 그러면 내가 동상 이동 허가를 받고 좌석까지 데리고 갈게. 이런 협상에는 익숙하니까.
카인: 그건 고맙지만 괜찮겠어? 협상 중에 중앙의 왕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외교 문제가 될 거야.
아서: 알고 있어. 나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거듭 주의할게. 그는 거리의 상징이니 백성이나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낮에는 광장에 있는 것이 좋겠어. 이동은 일몰 후 실시할게.
그러면 쇼가 시작되기 직전에 회장에 도착하는 느낌인가요?
아서: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오즈 님, 그때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의 상태를 생각하면 안내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싶어요. 마법의 정도를 지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즈: 알겠다.
오즈는 일몰이 되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원래는 그에게 사자상을 마법으로 운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원활할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서는 오즈에게 지도륵 부탁한 거겠지.
9화
샤일록: 그러면 좌석에 대해서는 제가 단장님과 상의하도록 하죠.
라스티카: 나도 도와줄게. 그는 매우 유쾌한 분이라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무르: 나도 갈래!
클로에: 그러면 나는…….
클로에: 마리. 너의 친구에게도 내일을 위한 의상을 만들어도 될까?
마리: 의상을……?
클로에: 응. 내일은 너와 그에게 특별한 시간이 되잖아? 그러니까 그에게도 특별한 의상을 준비하고 싶어!
마리: ……매우 멋지지만, 정말 부탁해도 될까?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클로에: 물론!
카인: 우리도 도와줄 테니까 안심해줘. 꼭 내일 공연에 맞춰 보일게.
리케: 저도 도와드릴게요! 이제 가위로 잘 자를 수 있으니까요!
클로에, 저도 도와드릴게요.
클로에: 고마워. 3명이 있어준다면 너무 든든하지!
마리: 저기, 클로에 씨. 아까 보여줬던 내 의상 다시 봐도 될까?
클로에: 물론. 그건 너를 위한 의상이니까.
클로에는 다시 마법으로 의상을 내놓고 그녀에게 내밀었다. 마리 씨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의상을 받고 보물처럼 껴안았다.
마리: 아까는 트집을 잡아서 미안해. 사실은 이걸 입고 바로 공중 그네를 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의상이라고 생각했어!
클로에: 정말로!? 에헤헤, 그렇다면 다행이다!
의상을 가슴에 다시 안은 그녀를 보며 클로에는 진심으로 기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고, 다음 날 공연 전. 나는 사자상 의상 만드는 것을 도운 후 마리 씨에게 선보인다는 클로에들과 헤어진 뒤 모두의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
와아, 상이 둥둥 공중에 떠있어!
텐트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면 오즈와 아서가 사자상을 가져다 주었다.
아서: 현자님, 오래 기다리셨죠!
오즈: 아서, 집중해라. 앞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마력을 세게 해버린다면 상이 부서진다.
아서: 와앗……. 죄송합니다, 오즈 님. 현자님과 합류한다는 것에 마음이 풀려서.
역시 옮기는 거, 힘들죠…….
오즈: 보기 이상으로 속이 썩어가고 있다. 어젯밤 유창하게 말한 것은 기적이군.
그렇다면 빨리 자리로 안내해 드려야겠네요.
아서: 네. 좌석 준비는 되었나요?
무르: 현자님~! 자리 준비됐어!
바로 왔네요……. 여러분, 감사해요!
샤일록: 단장이 객석 일각에 저희와 그만이 앉을 수 있는 특등석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라스티카: 단장, 감사…….
단장: 아뇨. 어제 저희 서커스에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신 답례입니다.
라스티카: ……합니다. 네. 서커스 후에는 또 차…….
단장: 네! 오늘 공연 후에는 제가 수집하고 있는 술도 내놓죠!
샤일록: 이런, 그거 멋지네요.
(대화의 템포는 여전하지만 제대로 통하고 있어…….)
샤일록: 그러면 슬슬 주인공을 자리로 모실까요. 저희가 안내해 드리죠.
와아……! 특등석, 전망이 엄청 좋네요!
아서: 여기라면 공중 그네도 잘 보일 것 같네요.
자, 그럼 나머지는…….
클로에: 얘들아, 기다렸지! 의상 가져왔어!
리케: 클로에, 당장 그에게 입혀드리죠!
클로에: 응!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클로에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마도구에서 의상이 불쑥 떠올라 사자상을 부드럽게 감싼다. 서커스다운 화사한 케이프가 스트라이프 리본으로 묶여있어 금빛 왕관을 씌워 낡은 상은 기품에 찬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라스티카: 훌륭한 걸.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어. 오늘에 어울리는 의상이네.
카인: 아아. 멋지네, 너. 이 거리를 게속 지켜봐 온 훌륭한 왕다운 관록이 있어.
카인은 사자상에게 말을 걸고 소탈하지만 상냥함을 느끼는 손으로 그 갈기를 쓰다듬었다.
카인: 혹시 의상의 분위기를 그녀의 의상과 맞춘 건가?
클로에: 대정답! 마리 의상이랑 어울리게 만든 거야.
클로에는 수줍게 뺨을 물들였다. 그때, 서커스 개막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라스티카: 그럼, 저희도 자리에 앉도록 하죠.
드디어 시작이네요! 카인, 의상을 보여줄 때 마리 씨와 악수는 했나요?
카인: 아아. 다른 단원들과도 대화를 조금 할 수 있어서 그 녀석들과도 악수하고 왔어. 그러니까 아마 반 정도는 너희와 같은 경치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렇다는 건 단원의 절반과 악수했다는 건가……. 역시 카인…….)
사자상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다 같이 무대에 주목한다. 이윽고 회장이 어두워지자 무대에 강한 빛이 비쳐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커스가 시작된다.
리케: 와아……!
대단해……!
퍼포먼스도 시작되어 행사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연기자: 거기 요염한 형씨! 나랑 저글링 하자!
샤일록: 이런. 저를 지목한 건가요?
무르: 에에, 나도 가고 싶어!
샤일록: 후후. 아쉽네요, 무르. 아무래도 저 청년은 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아진 샤일록은 연기자의 권유로 무대에 올랐다.
연기자: 그러면 제가 저글링한 공을 당신에게 패스할테니 잡아주세요.
샤일록: 네, 알겠습니다.
연기자가 여러 개의 공을 공중으로 던지고 공갈처럼 손바닥으로 리금 있게 오간다. ㅂ마법으로 공이 꽃이나 병, 캔디나 채찍 등 다양한 것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즐기다 무르가 미소를 지었다.
무르: 저 사람, 신인이네. 샤일록이 좋아할 것 같아!
아서: 저렇게 공을 잘 다루는데 신인이라고?
무르: 응. 왜냐하면 긴장한 것처럼 시선이 안정되지 않거든. 움직임도.
아서: 아!
샤일록에게 패스된 공 중 하나가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린다. 청년의 얼굴에 초조함이 떠오른다.
10화
하지만, 샤일록이 미소짓는 순간…….
클로에: 와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공이 공중에서 무수한 비눗방울로 변했다. 비눗방울은 행사장 전체로 날아올라 터짐과 동시에 달콤한 꽃향기를 풍겼다.
관객: 와아, 정말 멋진 향기……!
관객: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갔을 때는 아찔했는데, 이런 연출이었다니!
환호성에 저글링 청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홀린 듯 객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샤일록이 그를 장난스럽게 쳐다본다.
연기자: ……! 여러분, 하룻밤만의 특별한 연출은 즐기셨나요? 도움을 준 이 형씨에게 부디 성대한 박수를!
샤일록: 후후. 사치스러운 한때를 줘서 고마워요.
꿈같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런데…….
아서: 마리가 나올 차례는 아직 멀었을까. 이대로라면 사자상이…….
서커스가 개막하고 나서 사자상은 썩어가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만지면 산산조각이 날 것 같다.
무르: 공중 그네는 이 다음인데 사자상이 유지할지는 애매하네.
그런……! 마리 씨의 쇼를 보여줄 수 없다니…….
오즈: ……지금이라면 아직 마법으로 복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상은 전부 썩어버려. 결단을 내릴 거라면 지금이다.
리케: 하지만…… 마법을 걸면 마리의 친구였던 사자상이 아니게 되는 거죠?
클로에: …….
아직 아무도 없는 무대와 썩어가는 사자상을 비교해서 울먹이는 얼굴로 클로에가 고개를 숙인다. 그 어깨에 살짝 상냥한 손길이 곁들여졌다.
라스티카: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
라스티카: 만약 내가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좋아하는 의상 만들기를 즐기고 있는 클로에가 정말 좋을 거야. 분명 사자상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와 나는 닮아서 잘 알고 있어.
라스티카: 저기, 클로에. 우리의 마법으로 친한 친구의 멋진 무대를 그에게 보여주자.
클로에: 으, 응……. 알겠어. 라스티카, 고마워. 사자상에 복원의 마법을 걸자.
라스티카: 모두들, 그래도 괜찮겠나요?
물론이에요. 부탁드려요. 클로에, 라스티카.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이 사자상을 살짝 건드렸다. 눈을 마주보며 두 사람은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사자상을 마법의 빛이 감싸고 작은 금까지 복원해 간다. 그 빛이 사라지면 새 것이나 다름없는 사자상의 모습이 있었다.
카인: 대단하네. 너덜너덜하게 썩어가던 게 거짓말 같아.
무르: 이변의 영향도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사라져버렸어! 이제 이 사자는 평범한 사자상이야.
클로에: 그렇네……. 하지만, 비록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마리의 친구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
사자상: …….
클로에: 우리와 같이 최고의 쇼를 즐기자.
그때 와아하고 객석이 솟았다. 마리 씨가 무대에 나온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표정부터 달라져 지금의 그녀는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서있다.
마리: …….
그녀가 주문과 같은 소리를 하자 새하얀 밧줄과 의자로 만든 그네가 손 안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 그네에 발을 얹어 그녀는 공중으로 뛰쳐나갔다.
마법사들: 와아……!
발레처럼 늠름하게 공중을 춤추는 아름다움에 회장의 누구나 사로잡힌다. 그것은 무대 위에 머물지 않고 그녀는 객석 상공에도 마법으로 그네를 내밀어 날아갔다.
아서: 대단하네. 저 나이에 이렇게 훌륭한 기술을…….
카인: 마리의 공중 그네가 코모스의 간판이라는 것도 납득이 가.
마리: …….
말없는 사자상이 물끄러미 공중 그네를 바라본다. 그런 그의 곁으로 마리 씨가 가볍게 날아왔다. 복원된 그의 모습을 눈치챈건지 우리를 본 마리 씨의 눈이 일순간 휘둥그레진다.
클로에: 마리…….
그 순간이었다.
사자상: ……즐……거……워.
클로에: 에……?
사자상: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사자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간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말을 한 그 반동처럼. '즐거워'. 그것은 분명 사자상이 목숨을 깎아서라도 정말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마리 씨는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처럼 찡그렸지만,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웃었다.
마리: ……!
노래하듯 주문을 외운 그녀는 손을 친한 친구에게 똑바로 내민다. 그러더니 손가락 끝에서 꽃잎이 넘쳐서…….
리케: 와아, 꽃밭 같아……!
상을 에워싸듯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여 공중 그네가 낳는 산들바람에 팔랑팔랑 꽃잎이 날아올랐다.
사자상: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기쁜 목소리와 함께 왕관만 남기고 상은 그 형태를 무너뜨려 간다. 무대에서 그네에서 내린 마리 씨가 절을 했다.
관객들: 와아아아아아!
함성과 기립 박수가 서커스 텐트를 흔든다. 갈채를 받으면서 텅 빈 특등석을 똑바로 올려다보는 마리 씨의 입술이 '고마워요' 하고 움직인 것 같았다.
함성 속에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의상을 입고 온 그녀가 호사스러운 왕관을 집어드는 것을 우리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 ……여러분, 고마워요. 여러분 덕분에 마지막으로 그와 제대로 헤어질 수 있었어. 그러니……. 지금은 슬프지만 내일부터 다시 최고의 쇼를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거야. 그가 즐겁다, 라고 기뻐해주는 쇼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보답인 걸. 클로에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클로에: ……! 응. 물론이지!
사랑스럽게 마리 씨는 왕관을 가슴에 꼭 껴안는다.
마리: 나, 당신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녀의 친구는 이미 거기에 없었지만 품에 안긴 왕관이 대답을 하는 것처럼 빛난 것 같았다.
마리: 너희가 준 특별한 시간은 절대 잊지 않을게.
클로에: 나도야. 최고의 쇼를 보여줘서 고마워, 마리.
마리: 저기, 이 의상도 왕관도 내 보물로 해도 될까?
클로에: 물론! 그런 식으로 말해주다니 나도 재단사로서 어깨가 펴지는 걸.
마리: 개선 공연은 곧 끝나. 그 후에는 또 어딘가 먼 거리에서 이어가겠지. 그러니까, 다음에 만날 수 있는 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내 쇼를 보러 와줘.
클로에: 응! 다음에 또 만나자, 마리.
클로에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리 씨는 그 손을 움켜쥐고 힘찬 미소를 지었다. 이 거리의 쇼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미소와 조금 색다르지만 둘도 없는 우정은 우리 가슴에 활기차고 다정한 기억을 남겼다.
형형색색의 꽃들과 언제까지나 빛나는 왕관과 함께.
'魔法使いの約束 > 2022 이벤트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가득 찬 바다에 소원을 건네며] 6화~10화 (0) | 2022.12.06 |
---|---|
[별이 가득 찬 바다에 소원을 건네며] 1화~5화 (0) | 2022.12.02 |
[꿈을 지키는 곡예단의 판타지아] 1화~5화 (0) | 2022.11.24 |
[꽃비와 셰리를 올려다보며] 6화~10화 (0) | 2022.11.20 |
[꽃비와 셰리를 올려다보며] 1화~5화 (0) | 202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