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무르: 미스라는 돌아가는거지? 하지만 미스라보다 강한 오즈가 와준다면, 만일의 경우에도 안심!
시노: 괜찮네. 도망친 미스라의 구멍을 오즈에게 메워달라고 하자.
라스티카: 이런, 오즈 님과 바캉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걸까? 하지만 미스라가 사라지는 것은 쓸쓸한 걸.
화이트: 어쩔 수 없군. 미스라 쨩이 꼬리를 감고 돌아간다고 하니 강한 오즈 쨩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
클로에: 나는 미스라와 더 얘기하고 놀고 싶었는데. 하지만 억지로 붙잡는 것도 안되겠지…….
무르: 응, 엄청 아쉽지만! 자, 이별 해야지! 미스라, 바이바이! 그리고 오즈 데리고 와!
미스라: ……그 남자는 밤이 되면 나뭇가지보다 도움이 안되잖아요. 강한 제가 남을게요.
클로에: 에, 진짜?
무르: 아싸!
라스티카: 고마워, 미스라. 네가 있어줘서 정말 든든해.
(서쪽 마법사들도 든든하다…….)
시노: 그건 그렇고 오웬은 어디로 갔지? 영문 모를 소리로 거리의 무리들을 위협해 놓고 사라지다니 어이가 없네.
화이트: 낌새는 가시지 않았다. 이 거리 어딘가에 있는 것 같군. 다시 훌쩍 나타날걸세. 자, 나 혼자서 숙박은 안되겠지. 해가 지기 전에 스노우를 부를까.
카인: 그럼 여기서 일단 해산하고 밤까지 각자 조사하자. 저녁 시간에 또 모이자고. 현자님은 함께 탐문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을래? 나의 눈이 되어줘.
네. 맡겨주세요.
마법사들은 집합 시간까지 각자 거리를 조사하게 되었다.
(오웬, 어디로 간걸까. 밤까지는 돌아와주면 좋겠는데…….)
그리고 저녁 시간. 약속 장소인 카인이 추천한 술집으로 모인다. 술집은 개방적인 외관으로, 좌석의 절반이 테라스로 되어 있다. 우리 자리에서도 호수가 잘 보였다.
이거, 엄청 맛있어요! 진하고 감칠 맛이 있어서 씹기 전에 녹네. 고급 가게의 토로같아…….
라스티카: 네, 와인에도 잘 맞습니다.
카인: 낮에 시노들이 잡아온 생선의 간이야. 손질해 달라고 부탁했어.
시노: 흐흥, 맛있지? 마음껏 먹으라고.
미스라: 이 가게, 숯은 없나요?
클로에: 에, 으음, 메뉴에는 없는 것 같아.
무르: 쌍둥이 선생님, 아앙.
화이트: 아니아니아니,
스노우: 그 생선, 거의 뼈잖아.
나란히 앉아 있는 스노우와 화이트는 무르가 내민 포크에 나란히 고개를 흔들고 있다.
스노우, 미안해요. 갑자기 불러서.
스노우: 뭐, 늦게 바캉스에 합류했다고 생각하면 즐겁네. 브래들리의 봉사활동도 잘 끝났으니.
클로에: 미안해, 옷을 준비하지 못해서. 천을 다 써버려서 못 만들었어. 다음에는 스노우 님에게도 멋진 걸 만들어 줄게!
스노우: 호호호, 그거 기대되는군.
잔을 기울이며 접시의 요리를 먹는다. 여행지 특유의 공기와 식사를 즐기며 우리는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
시노: 시장 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사건으로 이어질 만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어. 오히려 장사에 신경을 쓴 가게 주인에게 물건을 살 뻔했지.
클로에: 우리도 그래. 가게 직원이 용사 세토를 봤다고 해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가게 상품이 화제가 되어버려 무심코 이것저것 사버렸어. 이거 봐. 이거, 이거랑 이것도.
이 글래스, 엄청 예쁘네요. 호수 색깔이랑 똑같다.
클로에: 그렇지? 샤일록에게 주려고.
화이트: 흠. 다 똑같은 것 같군.
라스티카: 화이트 님들도 구매하셨나요?
화이트: 그게 아니다. 헛스윙했다는 애기일세. 무르와 함께 거리에 남은 일화를 모은 자료를 알아봤는데…….
무르: 눈에 띄는 건 없었어. 색다른 것도, 눈길을 끄는 이야기도.
조사 결과는 대체로 같다. 어디에서도 심각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곳을 알아보던 우리도 비슷한 성과다.
카인: 여러 가지 탐문하고 다녔는데, 주민들 반응이 조금 특이하더라고. 뭐 달라진게 없냐고 물어보면 다들 '있기는 있는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라는 반응이야.
클로에: 알 것 같아! 정말 어디든 그런 느낌이야. 환상을 보거나 아무도 없는 밤길에서 목소리가 들리거나 방의 창가에 둔 우유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없어지거나. 여기저기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노: 흔히 있는 일이지. 라는 태도였어.
그렇군요. 조금 놀랄 만한 일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무르: 아까 우리에게 문헌을 보여준 수염 아저씨가 그러더라고.
무르는 턱수염을 긁는 듯한 몸짓을 하더니 쉰 목소리를 냈다.
무르: '이 땅은 예전에 있었던 성배의 영향으로 신기한 힘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라스티카: 아하하, 역시 무르. 엄청 닮았어.
시노: 누구를 따라하는 건데?
라스티카: 글쎄. 모르겠네.
미스라: 제가 더 닮았어요.
시노: 미스라, 지금 누구 흉내인지 알아?
미스라: 모르겠는데요.
화이트: 그렇군. 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현상은 토지 정령의 힘이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스노우: 신성한 기운이 강한 곳에는 정령이나 요정 같은 거룩한 존재들이 모이기 쉬우니까 말일세.
그러고 보니 여기에 왔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죠. 이 땅은 정령의 기운이 짙다고.
화이트: 그렇다. 이 거리처럼 정령의 힘이 강한 땅에서는 신비한 현상이 종종 일어나지. 물건이 없어지거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정령이나 요정의 장난이겠구먼.
스노우: 또는 의도적으로 관여하지 않더라도, 그 힘과 기척으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네.
라스티카: 거리 사람들에게 신기한 일은 가끔 만나는 지인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군요. 모습도 이름도 모르는 상대지만, 누구나 알고 있고.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스쳤다고 주민들끼리 서로 소문을 내는 것 같은.
화이트: 음. 이곳 사람들은 모두 과도하게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런 것을 생활의 일부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은 이상한 기색과 잘 어울렸겠지.
관광객이야 어떻든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이상한 이야기나 기묘한 일에 대해 평화로웠다. 다른 땅에 사는 사람이 들으면 섬뜩할 체험도, 날씨 얘기를 하는 식으로 별 일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카인: 뭐 어쨌든, 그런 탓도 있으니 조금 이상한 일이 있어도 자주 있는 이야기로 끝낼 수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용사 세토를 봤다는 이야기도 요즘 많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정도로 큰 소동이 일어나지 않는 거겠지.
7화
클로에: 뭔가 좋다, 그런 거. 나, 이 거리가 좋아.
시노: 음식도 맛있고. 이 고기, 한 접시 더 먹어도 되나?
미스라: 저는 저 과일 음료 좀 주세요. 아까 바삭바삭한 껍질의 그거.
화이트: 미스라 쨩, 그 딱딱한 껍질이 마음에 들었구나.
바캉스를 왔다가 하루종일 조사하러 움직여서 그런지 마법사들은 평소보다 더 잘 마시고 잘 먹고 잘 수다를 떨었다. 마법사들 뿐만이 아니라 술집 테이블은 온통 들썩였다. 옆의 단체 손님에게서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건배사가 들려왔다. 잔을 한 손에 들고 무르가 그곳으로 뛰어든다.
무르: 건배!
손님: 건배! 어라, 형씨는 누구야?
손님: 뭐 어때. 마시자!
흥겨운 분위기에 이끌려 곧 라스티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음아그로 술집은 더욱 흥이 돋아진다. 흥청망청 떠들썩하지만 듣기 좋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카인: 사실 나도 옛날에 세토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혼잣말 같은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카인은 잔을 들며 호수를 보고 있었다. 고요한 옆얼굴에 술집의 소란이 조금 멀어진다.
세토의 모습을……?
카인: 아아. 기사단에 잇을 때 이렇게 술집에서 마시다가 문득 눈을 떴을 때 호수 위에 있었어. 낮의 아이가 말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그건 정말 세토의 환영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네.
카인을 따라 나도 호수 쪽을 보았다. 따가운 태양 아래 빛나는 낮과 달리, 해질녘의 호수는 얌전하다. 눈을 가늘게 뜨고나서 그는 천천히 이쪽을 향했다.
카인: 세토가 성배에 이끌려 용사가 된다. 나는 그 동화를 좋아했어. 세토가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멋있어서 그 페이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고. 어느 날 페이지를 넘겼는데 너덜너덜해져서.
찢어졌나요?
카인: 맞아맞아.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생일에 겨우 받은 거였으니까. 원래대로 하려고 초조해져서 점토를 페이지에 붙였어. 그랬더니 더 엉망이 되어서, 그때는 정말 우울했지.
아하하.
활짝 웃으며 카인이 눈을 깜빡였다. 미소의 분위기가 그리워하는 듯한 다정한 것으로 변한다.
카인: 마법사라는 것을 숨기고 살았던 나에게는 가까운 듯한, 먼 인연이 없는 이야기였어. 기사단을 그만둘 때까지 마법사로 사는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래도 세토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젠가 나도 마법을 써서 싸울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했었지.
말하는 소리는 조용하지만, 울림에 감상은 없다.
카인: 분명 동경했던 거야. 동화 속에 나오는 세토는 망설이지도 않고 당당해 보였으니까.
카인: 내가 싫어하는 뱀 괴물을 쓰러뜨린다는 것도 멋있었고.
그렇게 말하며 카인이 수줍게 웃는다. 늘 소탈하고 오빠 같은 그가, 그 순간은 설레며 그림책을 펴는 아이처럼 보였다. 용사 세토는 이야기 속에서 마법사로 살아 용감하게 검을 휘두른다.
(……어린 카인이, 자신도 그렇게 있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던 모습이었을까.)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저 멀리서 빛나는 별을 눈부시게 올라다보았던 것처럼. 지금도 분명 카인의 마음속에서 씩씩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밤도 깊어지고 잔치도 열려 마법사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나와 카인은 밤바람을 쐬기 위해 호수 주변을 조금 걷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하아, 무심코 과식해 버렸어요.
카인: 저 술집, 서비스가 푸짐하니까. 호수 한 바퀴 걸으면 나아질거야.
낮에는 북적이던 호수도 이 시간은 조용하다. 밤의 경치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걷고 있는데 나무 그늘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오웬: …….
오웬?
카인: 너, 어디 갔었어. 저녁 정도는 같이…….
오웬: 내가 어디서 뭘 하든 내 마음이야. 아아, 혹시 불평 하나라도 하고 싶었어? 너 때문에 마법관에 못 가게 되었다고.
카인: 그럴 생각은 없어. 여기에 남은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같이 판단한 결과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한거야? 세토가 용사가 아니라고 했는데, 넌 뭔가를 알고 있는 건가?
오웬: …….
오웬은 기름을 튀기듯 모양 좋은 입술에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오웬: 얼마 전에 브래들리와 미스라랑 있을 때 브래들리한테 들었어. 심심풀이 잡담이지만. 옛날에 짓궃은 마법사 도둑이 있어서 북쪽 나라에서 쫓아냈대. 걔 이름이 세토야.
카인: 세토…….
오웬: 녀석은 브래들리를 몹시 원망했던 모양이야. 복수를 위해 성배의 힘을 이용하려고 한 나라의 정령이 지키는 땅에 손을 댔어. 하지만 결과는 참패. 세토는 난쟁이 도둑일 뿐이었으니까 당연하지만. 그런 작고 비참한 우스갯소리야.
해가 지면 사막의 밤은 바람이 차갑다. 술집에서의 열이나 고양을 식히듯 뺨을 스르르 쓰다듬어 간다.
오웬: 브래들리도 부하의 보고로 들었대. 설마 그 시시한 이야기가 미담이 될 줄은 몰랐지만.
오웬: 이 거리에 전해지는 동화는 전부 엉터리. 퇴치된 건 구렁이가 아니라 세토. 성난 정령들에게 묻혀, 그때 막강한 힘을 가진 성배도 부서졌어.
카인: 혹시…… 네가 따라와 준 이유는 그 성배가 목표였나?
화들짝 놀란 카인에게 오웬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오웬: 너희들의 권유를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미스라는 성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고, 독차지 하려고 한 거야. 조각 정도는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출발 전에 미스라에게 거리에 대해 물었던 거군요…….
오웬: 하지만 그냥 헛걸음이었어. 결국 성배는 못 찾고…….
카인: …….
동화의 뒷면을 듣고 바라보던 꽃을 구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세토를 동경했던 카인은 더 충격이 클 것이다. 착잡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다. 말문이 막힌 우리를 보며 오웬은 만족했다. 다리를 꼰 채로 빗자루에 타고, 카인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오웬: 그러고 보니 기사님은 세토를 동경했다면서. 정체가 그냥 쓰레기였다니, 용서할 수 있어? 아니면 내 말이라서 믿을 수 없어? 믿고 싶지도 않나?
빙글빙글 고개를 돌려 오웬은 호수를 돌아본다.
오웬: 그러면 딱 좋아. 진실은 저 녀석한테 물어봐.
카인: ……!
8화
호수 위에 희미한 인적 같은 것이 떠오르고 있었다. 흔들흔들 흔들리며 무언가를 호소하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련하게나마 그 사람의 그림자의 허리에는 커다란 덩굴 같은 것이 보였다.
설마, 저게 세토……!?
카인: 오웬의 말대로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세토의 사념이 되살아난건가. 거리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정화하지 않으면……!
카인은 곧바로 빗자루에 올라 호수로 날아갔다. 흔들리는 그림자에 다가가 마도구인 검을 겨눈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주문을 외우면서 검을 내리치고 그림자를 두동강 냈다. 그러나 그림자는 살짝 흔들릴 뿐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크게 벌어져 카인에게 다가간다.
카인: 뭐……!?
카인!
카인: (젠장, 방심했어……! 빨리 수면에 올라가지 않으면……!)
카인: (……응? 호수 밑바닥에 뭔가 있는데. 혹시 이건……)
카인, 카인……!
오웬은 호수에서 카인이 분투하는 모습을 비아냥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어떡해, 안 올라와……! 오웬, 카인이……!
도움을 청하듯 옆의 오웬을 돌아본다. 하지만 그는 내가 기대할 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
오웬: 하하, 좋은 얼굴. 그 녀석이 동경했던 용사 세토가 도와주기를 기도해 보면?
킬킬거리다가 문득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오웬: …….
그때, 등 뒤에서 난폭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무르: 야호!
클로에: 현자님, 괜찮아!?
문에서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차례차례 뛰어나왔다. 마지막으로 쌍둥이의 그림을 안은 미스라가 나타났다.
모두들……! 와주셨군요!
미스라: 쌍둥이에게 재촉을 받았거든요. 지금 바로 호수로 가라고.
그림 속의 화이트: 호수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껴서 말일세.
그림 속의 스노우: 이건 예삿일이 아니군.
나는 창백해지면서 쌍둥이에게 호소했다.
스노우, 화이트! 아까 카인이 호수에 빠진 이후로 올라오질 않아요!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뭐라고!
직후, 땅바닥에서 무언가가 날뛰듯 호수 주위를 진동이 덮쳤다.
……!
균형을 잃을 뻔했을 때, 즉 시등에 손이 실린다.
라스티카: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라스티카……! 고마워요.
라스티카: 이쪽으로 와주세요.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라스티카는 그대로 춤추듯 빙글빙글 나를 회전시켜 등에 감쌌다.
클로에: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가슴이 찌릿거려……!
무르: 모르겠어! 공기가 찌릿찌릿해서 감전될 것 같아……!
시노: 아무튼 싫은 기색이다.
시노는 경계심을 내비치며 큰 낫을 두 손으로 겨누었다. 다른 마법사들도 전투 태세로 호수를 노려보며 저마다 마도구를 갖추고 있다.
그림 속의 화이트: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하네.
그림 속의 스노우: 다들, 멋대로 움직이지 말게나.
보면 아까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호수면은 시화처럼 파도가 일며 거칠었다.
저 그림자는…….
세토처럼 보이는 사람의 그림자는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르고 수면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카인……!)
시노: 신중하게 가면 되잖아. 상황을 보고 올게.
시노는 바로 호수 상공으로 뛰어나갔다.
무르: 나도!
무르도 빗자루 위에 일어나 마치 샌드보드에서 미끄러지듯 시노의 뒤를 따랐다.
그림 속의 화이트: 시노, 무르. 위험이 느껴지면 바로 돌아오는 게다!
시노: 큭……!
무르: 와앗!
사나운 호수 상공을 선화하는 두 사람은 온몸으로 강풍을 맞고 있는 것처럼 손을 감싸도 상체를 젖히며 겁에 질려있다. 호수 주위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도 웅성거리듯 흔들리고 있었다.
무르: 대단해! 날아가고 있는데 거꾸로 끌려갈 것 같아!
뭔가에 부추기듯이 시노가 순간 균형을 잃는다.
시노: ……!
간발의 차이로 무르가 시노의 목덜미를 잡았다.
무르: 나이스 캐치!
무르에게 목덜미가 잡힌 채 시노는 바로 아래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시노: 여기다! 이 바닥에서 카인의 기척이 나!
그림 속의 화이트: 이질적인 기색이 가장 짙은 곳이군. 카인은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걸지도 모르네.
그림 속의 스노우: 미스라, 부탁 좀 들어주게나. 호수의 물을 가르는게다!
미스라: 하아? 벌써 충분히 일했는데요.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멋있고 최강인 미스라 쨩, 부탁해!
미스라: 시끄러워……. '아르시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자 호수 위로 곧게 선이 달리며 케이크를 자르는 것처럼 세토의 그림자째 두 동강 냈다.
카인!
카인: ……!? 호수가……!
찢기고 드러난 호수의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카인의 모습이 보였다. 손에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다. 멀리서도 알 수 있을 정돌 눈부신 빛을 발하는 황금잔이었다.
저건 혹시…….
오웬: 성배!
시노: 카인, 지금 당장 호수에서 나와!
카인은 깜짝 놀란 채 빗자루에 올라 호수 위로 탈출했다. 호수는 크게 물결치며 하나로 돌아간다.
카인: ……윽, 크윽…….
성배를 들고 있는 카인은 무언가를 견디듯 얼굴을 찡그렸다. 도우러 가려해도 강렬한 빛과 찌릿찌릿 피부에 느껴지는 신기한 힘에 밀려 아무도 카인에게 다가갈 수 없다.
카인: 엄청나군. 이것이 성배가 가진 힘인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가져갈 수 없을 것 같아.
카인: 아니, 성배의 힘만이 아니야. 이건…….
그때, 카인의 눈앞에서 커다란 물보라가 일었다. 물 속에서 신장 5m는 되어보이는 구렁이가 나타난다.
클로에 / 시노 / 무르: !?
라스티카: 이런.
미스라: …….
카인: 이 녀석은……!
구렁이는 금빛 비늘에 싸여 성배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높은 곳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고대 신과 같은 풍격이었다.
(저, 저게 뭐야……!)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났다.
오웬: 성배를 파괴해!
카인: 오웬……!?
9화
스노우와 화이트도 그림 속에서 몸을 내밀어 카인을 향해 외친다.
그림 속의 화이트: 오웬의 말이 맞네.
그림 속의 스노우: 이번 원흉은 그 성배에 있다!
카인: 무슨 말이야!? 애초에 성배는 먼 옛날에 부서졌을텐데……. 사실은 부서지지 않고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았다는 건가?
오웬: 아니, 틀림없이 성배는 과거에 파괴되었어.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것은 세토가 아니야. 성배 쪽이지.
성배가……!?
그림 속의 화이트: 그 구렁이는 일찍이 이땅을 지키던 정령의 화신일세! 카인이 성배를 만지면서 성배가 되살려낸 것이겠지.
그림 속의 스노우: 내버려두면 참사를 초래한다. 진정시켜줄 수 있는 건 카인, 그대밖에 없네!
화이트의 말에 막강한 힘을 가졌을 미스라와 오웬도 반박하지 않았다. 사나운 호수를 내려다보며 살갗을 찌르는 듯한 기색에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며 낮게 중얼거린다.
미스라: 뭐…… 확실히 그 사람에게 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오웬: 흥. 내 눈알이 찌그러지면 용서 못해.
시노: 쳇……. 잘 모르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없군. 카인, 할 수 있겠어!?
카인: 알았어……! 아무튼 부수면 되는거지!?
그림 속의 화이트: 음! 충격에 대비해서 결계를 치겠다.
그림 속의 스노우: 모두들, 서두르게나!
클로에: 으, 응! 카인, 제발 버텨줘……!
라스티카: 현자님은 부디 제 빗자루에.
네!
스노우와 화이트의 구령에 따라 마법사들은 호수 상공에 모였다.
(이것이 정령의 화신…….)
구렁이는 온도 없는 눈으로 카인을 노려보며 위협하듯 입을 크게 열었다. 카인을 응시한 채 몸을 비틀어 긴 꼬리를 내리친다.
카인!
카인: ……윽!
카인은 빗자루를 날리며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뱀의 꼬리가 수면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으로 기둥처럼 물보라가 치솟는다. 그것에 겁먹을 겨를도 없이 구렁이의 꼬리는 다시 치켜올라 카인을 덮쳤다.
카인: 이 녀석, 어슬렁어슬렁 거리기나 하고……!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검을 겨눈다. 망설임 없는 참격은 꼬리의 끝을 쳤다.
카인: 큭, 칼날이 떨려……. 성배를 들고만 있어도 팔이 삐걱거리는데……!
우리에겐 일절 눈길도 주지 않고 구렁이는 카인만 집요하게 노려본다. 그 움직임은 산이 움직이는 것처럼 위엄이 넘치며 거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바라보고만 있어도 소리치고 싶은 충동이 등에서 기어오른다. 라스티카가 손바닥을 내 시야에 가져다 댔다.
라스티카: 현자님, 몸이 떨리고 계시는군요. 부디 제쪽을 봐주세요.
무르: 내가 해도 돼. 저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분명 머리가 까져서 뇌가 부서져버릴 거야!
조, 조심할게요……!
시노: 스노우, 화이트! 준비됐어!
무르: 언제든지 좋아~!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그러면 시작한다.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다른 마법사들도 스노우와 화이트에 이어 주문을 외웠다.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무르: '에아뉴 랑블!'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시노: '맛차 스디파스!'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아레 모리토'
여덞 명의 주문이 겹치면서 거대한 마법진이 호수에 하얗게 떠오른다.
그림 속의 화이트: 카인, 지금일세!
카인: 아아!
구렁이의 공격을 피해 카인은 성배를 다시 쥐고 빛나는 호수 위에 내려섰다. 성배가 내뿜는 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날카롭고, 공기는 따끔하다.
카인: ……윽.
엄청난 힘이 그를 찢으려 하고 있다.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통증을 떨쳐버리듯 두 팔을 들어올렸다. 오른손에 검을, 왼손에 성배를. 그리고 카인은 주문을 외웠다. 음유시인이 부르는 용사 세토처럼.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힘찬 참격을 받고 성배는 부서졌다. 섬광이 비치고 호수 젠처가 금빛으로 물든다.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심에 나도 ㅁ르게 눈을 감았다.
…….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나웠던 호수는 고요했다. 카인을 덮치던 구렁이의 모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
단 하나 호수에 남아 있던 것은, 세토라고 생각했던 검은 사람의 그림자. 그것은 카인의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며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카인: …….
바람이 불어 나무들을 부드럽게 흔든다. 무거운 것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왠지 맑아진 것 같았다.
시노: 카인, 괜찮나!
다친 곳은 없나요!?
카인은 땅에 발을 짚는 순간 조금 비틀거렸다. 하지만 우리가 황급히 달려오니 안심시키려는 듯 웃어보인다.
카인: 아아, 문제없어. 손이 조금 저리는 정도야.
클로에: 다행이다. 카인도 무사하고, 거리에 피해도 안 나고…….
라스티카: 큰 뱀도 돌아간 것 같고.
카인: 하아…… 정말 컸지. 저건 이제 질렸어.
무르: 아, 카인 소름 돋았다!
클로에: 진짜네. 괜찮아? 역시 무서웠어?
무르: 아니면 뱀은 서툴다던가? 구렁이 나왔을 때 겍 이라는 얼굴 하고 있었지!
오웬: ……헤에?
왁자지껄하게 말다툼을 하면서 전원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카인: ……설마 전설의 성배가 되살아났다니. 내가 손에 쥐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손에 닿았을 때 무서울 정도의 힘을 느꼈다. 심신이 찢어지는 성스러운 힘을…….
그림 속의 스노우: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도 모르네. 원래부터 성배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군.
그림 속의 화이트: 거기에 '거대한 재앙' 의 힘이 더해져 엄청난 힘을 간직하고 만 것이겠지.
무르: 성배를 넘어선 초성배네. 화신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에 망한 정령까지 불러내다니!
클로에: 하지만 성스러운 힘이라는 건 성배 자체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 부수지 않고 호수로 돌려보내는 건 안 됐을까?
그림 속의 스노우: 만약 호수로 돌려보낸다고해도 또 누군가 성배를 드는 일이 생기면 다시 구렁이는 소환된다.
그림 속의 화이트: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지나치면 재앙이 아닐 수 없지. 조화를 어지럽히고 땅에 해를 끼치네.
그러면, 만약 저대로 내버려뒀다면…….
오웬: 사막 일대가 지워졌을지도.
현자 / 클로에: 히에…….
10화
그림 속의 스노우: 꽤 위험할 뻔했군. 정령을 상대로 힘으로 비틀어 끝이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 속의 화이트: 특히 중앙의 정령들은 북쪽의 기질을 싫어하네. 우리가 섣불리 손을 댔다면 더욱 화를 내고 사태를 악화시켰을지도 모르지. 이 자리에서 성배를 파괴하고 온화하게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중앙의 마법사 카인 뿐이다. 잘했네.
쌍둥이에게 팔을 끌려 카인이 허리를 굽힌다. 칭찬하듯 작은 손에 머리를 쓰다듬어지며 카인은 웃었다.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미스라: 저 뱀…… 중앙의 나라치고는 성질 사나운 정령이었는데요. '거대한 재앙' 으로 되살아난 성배에게 불린 탓에 힘이 이상하게 부풀어 올랐군요.
오웬: 호수 주변에 정령의 기운이 모여 떠들썩했을 거야. 이미 망한 존재가 호수 밑바닥에서 이질적인 형태로 깨어나려 했으니.
카인: ……그렇군.
카인은 지그시 고개를 끄덕이며 호수로 눈을 돌렸다. 사람의 그림자가 떠오르던 수면에, 지금은 달이 비치고 있다.
카인: ……세토는 성배가 되살아난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닐까.
클로에와 시노는 눈을 깜빡인다. 나도 조그맣게 깜짝 놀랐다. 덩굴을 허리에 꽂은 사람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흔들리는 것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클로에: 세토는 확실히 동화 속에서 들을 만한 용사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라스티카: 이 땅에 묻히면서 아름다운 경치의 일부가 되었으며, 오류의 전승이라 할지라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어. 그로 인해 죄를 뉘우치고 사람들에게 위기를 알리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
무르: 성배가 저 정도의 힘을 가진다면 거리가 삼켜졌을지도 모르고!
시노: 자기 대신 성배를 파괴해 줄 놈을 기다렸는지도 모르지.
…….
(……사실은 어떤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죄를 뉘우친 걸까. 사람들이 말하는 용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만큼은 용사다운 일을 하려고. 그렇게 생각한걸까.
오웬: 꾸미는 듯한 미담이네. 욕심을 부려 멋대로 자멸한 죄인의 전말일 뿐인데, 아직도 예쁘게 꾸밀 셈? 편리한 해석에도 정도가 있어.
어이없는 말로 내뱉는 오웬에게 그림에서 나온 화이트가 빙그레 웃는다.
그림 속의 화이트: 그대도 나쁜 마법사지만, 현자의 마법사로서 세계 구제에 도움을 주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 그대의 미담도 세토처럼 후세에 전해질지도 모르네.
오웬: 하? 저런 것과 같은 취급 하지마.
클로에: 세계를 구한 현자의 마법사, 그 이름은 오웬~.
라스티카: 강하고 예쁜 북쪽의 마법사~. 노래가 좋아~.
무르: 개도 좋아해~.
오웬: 그만둬.
카인: 아하하.
오웬: 뭘 웃고 있어? 뱀이 천 마리에 있는 소굴에 쑤셔줄까?
카인: 잠, 그만둬! 아까 그 구렁이만 해도 힘들어.
이번에는 모두가 아하하 하고 웃었다. 고요한 호수에 웃음소리가 흘러간다.
카인: 어쨌든, 우리가 아는 이 땅을 지킨 세토는 다 거짓말이 아니었다는거야. 이 눈으로 그걸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행복한 동화는 행복한 채로가 좋으니까.
새벽, 어제와 다름없이 호수는 시원한 바람을 찾는 여행자들로 붐볐다. 카인이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카인: 여, 오웬. 휴가는 잘 보냈어? 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초대했는데, 내 추억담에 어울리게 해서 미안하네. 그래도 같이 싸울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때는 도와줘서 고마웠어.
오웬: 잠꼬대는 자고 나서 해.
오웬은 크레이프의 포장지를 둥글게 말아 카인에게 던졌다.
오웬: 나는 그 자리에서 가장 나은 수단을 선택했을 뿐이야. 너는 이용당한 거라고. 약한 중앙의 마법사 주제에 친한 척 하지마.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 가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듣기로는 오웬은 그 가게 디저트 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게에 들러 단 것을 먹으러 다녔다고 한다. 오웬이 원하는 것은 구할 수 없었지만, 이 짧은 시간을 나름대로 즐긴 것이 아닐까.
(오웬도 이번 바캉스를 즐겼으면 좋겠네……)
카인: 현자님, 있었구나.
미안해요.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카인: 아하하, 신경쓰지 말아줘. 평소대로라는 느낌이잖아.
카인: 하지만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동료로서 함께 싸울 수 있었어. 목적이 따로 있었더라도 이 거리에 같이 휴가를 올 수 있었어.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 까칠한 놈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저 녀석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네.
괴이는 무사히 수습되어 세토의 낙원에서의 바캉스도 끝을 알렸다. 대접해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세토의 환영이 자주 나타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주민: 뭐,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호수가 망할 뻔했다고?
주민: 그러면 호수에 세토가 나타난 건…….
카인: 아아, 이 땅에 남아있는 그의 사념이 모두에게 알려주고 있었던 거야. 덕분에 재앙을 방지할 수 있었어. 우리가 대처해놨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주민: 정말 고마워. 세토에게도, 현자의 마법사님들에게도 감사해야지.
세토가 죄인이었다는 사실이나 성배와 정령의 화신이 되살아났다는 것은 그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이 고장의 불가사의와 잘 어울려 사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동화의 이면이 필요 없다. 세토가 누구든, 세토가 발견한 호수는 지금도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돕고 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계속 지탱하고 있다.
시노: 호수도 완전히 조용해졌네.
네. 어제의 일이 거짓말처럼 평온해서…….
화이트: 하지만 호수의 바닥에서 지금도 성배의 잔재가 잠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네. 만약을 위해 떠나기 전에 조화의 마법을 걸도록 하지. 다시 성배가 깨어나 이 평온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화이트에게 시선으로 재촉받으며 중앙의 기질을 가진 카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카인: 간다.
화이트: 오웬, 그대도.
오웬: 시끄러워.
마법사들은 빛나는 호수에 손을 얹었다. 카인의 신호로 주문을 외워 조화의 마법을 뿜는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찰나, 별을 뿌린 듯 반짝반짝 호수가 반짝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반짝임은 물밑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간다.
카인: 좋아, 돌아갈까.
조화의 마법이 호수를 채운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낙원을 떠났다.
(……언젠가.)
……사막의 낙원에 찾아온 위기를 호수에서 되살린 용사 세토가 구했다. 그런 식으로 음유시인이 노래로 만들어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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