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솜씨의 의사 선생님 1화
현자의 서를 읽으러 온 건 좋은데……. 왠지 집중이 잘 안 되네. 일단 쉴까.
미틸 / 리케: 아, 안녕하세요! 현자님.
미틸, 리케. 안녕하세요. 아, 루틸도……. 오늘은 여기서 공부하나요?
루틸: 네! 가끔은 장소를 바꾸는 것도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미틸: 도서실이니까 좀 조용히 해야하는데……. 왠지 몸이 긴장돼요!
리케: 네, 이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요. 저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루틸: 그러면 거기 책상에 다 같이 앉을까. 그러면 현자님, 저희는 실례하겠습니다!
(루틸들도 공부하는구나. 그러면 나도 조금 더 힘내야지)
근데…………어라? 왠지 눈앞이 흔들리는………….
루틸: 와, 현자님……!?
……응……. 어라? 왜 나는 자고 있지…….
피가로: 안녕, 현자님. 귀여운 잠자는 얼굴이었어.
우왓, 피가로! 어째서 제 방에?
피가로: 현자님, 도서실에서 쓰러졌어. 나는 루틸들에게 불려져서. 세 명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다고. 그래도 득이 됐네. 덕분에 현자님을 안다니, 값진 경험도 할 수 있었고.
그랬던 건가요……. 여기까지 데려다 주셨군요.
피가로: 가벼워서 아무렇지도 않았어. 오즈가 쓰러지면 곤란한데. 그놈을 공주님 안기를 할 수는 없잖아?
(그건 좀 보고 싶을지도……)
피가로: 그건 그렇고 현자님, 엄청난 열이었어. 해열제를 먹였는데 기분은 어때?
꽤 개운해졌어요. 고마워요, 피가로. 맞다, 미틸들에게도 고맙다고 해야지.
피가로: 네, 스톱.
에?
피가로: 안 돼. 아직 자지 않으면. 지금은 약 때문에 일시적이 열이 내린 것 뿐. 무리하면 금방 도져.
하지만 이제 몸도 가벼워져서 괜찮……
피가로: 사실은 말이지, 루틸들에게 '현자님을 낫게 해주세요!' 라고 열심히 부탁받았거든. 그렇게 귀엽게 부탁하면 나도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잖아?
열심히 하다니…… 뭘?
피가로: 물론, 너의 간병 말이야. 그런 이유로 오늘은 하루 종일 돌봐줄 테니 잘 부탁해. 아아, 걱정은 하지 마. 재미있게, 건전하게 할테니까.
(왜일까……. 뭔가 느낌이 안 좋아…….)
굉장한 솜씨의 의사 선생님 2화
피가로: 현자님, 살짝 이마를 만질게.
(피가로의 손, 크다. 게다가 시원해서 기분 좋아)
피가로: ……다시 조금 열이 오른걸까. 역시 아까는 약으로 진정된 거였구나.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피가로.
피가로: 불안한 얼굴 하지 마. 나는 훌륭한 의사니까, 설령 치료해 실패해서 네가 죽더라도 내가 좀비로 만들어 살릴게.
좀비요……!?
피가로: 맞아. 그러면 계속 우리랑 있을 수 있잖아. 현자님은 싫어?
싫다고나 할까…… 좀비는 조금 묘한 기분이네요…….
피가로: 그런가, 유감. 뭐 농담이니까 신경쓰지 마.
(농담이었나……. 피가로가 말하니 헷갈리네)
피가로: 그런데 현자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혹시 밤샘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렇네요…….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금방 잠이 안 오는 날도 있어요.
피가로: 역시. 그런 나쁜 아이인 현자님에게는, 이거.
뭔가요, 이거……? 거무튀튀하고 거품이…….
피가로: 물론 약이야. 아, 참고로 한 번에 안 마시면 효과가 없어.
(이걸 한 번에……. 엄청 맛없어 보이는데)
피가로: 자, 힘 내. 그렇게 열심히 쳐다봐도 약은 듣지 않아.
아, 알겠어요……. 힘내 볼게요.
(이건…… 생각보다 더 맛 없어……!)
엄청난 맛이었어요…….
피가로: 잘 마셨어. 참고로 그 약의 효능을 말하지 않았네.
에? 감기약 아닌가요?
피가로: 그건 말이지…… 좀비가 되는 약.
에에!
피가로: 아하하! 거짓말이야. 현자님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만.
(뭔가 아까부터 놀리고 있는 것 같은……)
피가로: 자, 누워봐. 남은 시간은 푹 자고. 난 여기서 책이나 읽고 있을게. 혹시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얘기해 줘.
……고마워요, 피가로.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
(어쩌지, 전혀 졸리지 않아……)
피가로: ……혹시 잠이 안 와?
네……. 저기, 몸이 달아오르고 있는 건지, 자기 힘들어서.
피가로: 그런가. 그러면 현자님이 잠들 수 있도록, 옛날 얘기나 해볼까?
옛날 이야기, 인가요?
피가로: 맞아. 엄청난 옛날 얘기.
굉장한 솜씨의 의사 선생님 3화
피가로: 자, 현자님.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렇네요, 에…………
피가로: 뭐든 상관없어. 예를 들어서 오즈의 어렸을 때 부끄러운 이야기라던가, 파우스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던가. 어때, 현자님. 다 재밌을 것 같지?
으음, 엄청 궁금하긴 한데……. 그건 본인에게 들을 때까지 기대하고 싶어요.
피가로: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어. 현자님은 성실하네.
피가로: 그러면 나부터 질문 하나 해도 될까? 성실한 현자님이라면 분명히 알고 있을 것 같아.
저에게 질문이요? 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피가로: 고마워. 그러면, 현자님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사, 사랑, 이요? 갑자기 철학적인…….
(이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사랑, 사랑……?)
피가로: …….
피가로: ……네, 시간 끝. 그럼 잘자, 상냥하고 성실한 현자님.
피가로: '폿시데오'
응……? 어라…… 열이 있었을 텐데, 편안해졌어…….
(언제 잠든거지……. 으음, 기억이 안 나)
피가로: 안녕 현자님. 잘 잤어?
리케: 현자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루틸 / 미틸: 정말이지! 걱정했어요!
피가로: 모두 병문안을 오고 싶다고 해서. 현자님은 인기인이네.
걱정을 끼쳐버렸네요. 이제 괜찮아요!
루틸: 피가로 선생님께서 봐주신 덕분이네요. 감사합니다.
피가로: 뭐, 현자님도 열심히 했으니까. 쓴 약도 제대로 다 먹었꼬. 그리고 나, 이번에 특별한 봉사를 해줬어.
……그렇지, 현자님. 내 마법 잘 들었지?
마법……? 아, 혹시 그때…….
피가로: 아하하, 그 말대로. 현자님, 금방 잠들어버려서 나 좀 서운했을지도.
루틸: 그러면 현자님은 건강해 지셨으니 병문안은 이 정도로 할까요.
피가로: 그렇네. 현자님, 오늘은 자신을 아껴줘.
……네. 고마워요, 피가로.
피가로: 아, 그리고.
(와, 피가로의 얼굴이 가까워……)
피가로: 아까의 이야기는, 현자님과 나만의 비밀이야?
……아까의 이야기?
피가로: 자, 갈까.
(아까라니……. 사랑이 뭐냐는 얘기 말일까?)
사랑, 사랑……. 도대체 뭘까. 모르겠어……. 어려운 생각만 하면 왠지 열이 도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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