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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쇼콜라의 여왕은 누구의 손에] 6화~10화

6화

 

오즈: …….

 

모두가 제각기 눈독 들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가운데, 오즈는 테이블 위의 초콜릿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안나벨라에 씌워져 있는 것은 마법이 아닌 일반 코팅이다. 웬만한 초콜릿을 좋아해서는 찾아내기 힘들 것이다.

 

……저기, 오즈. 괜찮다면 함께 안나벨라를 찾아주지 않겠나요?

 

오즈: ……뭐?

 

이렇게 많은 초콜릿이 있으면 눈이 쏠려버려서 혼자 찾기 힘들 것 같아서……. 그리고 레이디 쇼콜라가 말했듯이, 오즈는 초콜릿을 보는 눈이 있는 것 같으니까 도와주면 든든해요.

 

오즈의 시선이 테이블에 놓인 초콜릿으로 돌아간다. 살며시 손끝으로 집어 음미하듯 바라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오즈: 나는 초콜릿의 여왕같은 것엔 관심이 없어. 다른 초콜릿과도 알아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네가 원한다면 선처하도록 하지.

 

……고마워요, 오즈. 그러면 저는 일단 이쪽부터 찾아볼게요!

 

공연장 분위기에 밀리듯 무수히 진열된 초콜릿으로 손을 뻗는다. 진열대 위에 늘어선 초콜릿들은 카무플라주용이라고 하지만 모두 다 공들여 맛있을 것 같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즐겁다.

 

이건 뭘까요? 모양도 좋고 냄새도 좋아요.

 

오즈: 그건 아니다. 아까 팔던 것과 똑같은 모양이야.

 

……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러면 이건…….

 

오즈: 이건 아서가 중앙의 마법사들에게 선물로 산 물건이다. 너도 시식하고 있었어.

 

정말이다……! 고마워요, 오즈. 몰랐어요.

 

무르: 역시 오즈! 현자님의 말대로 심미안의 소유자네!

 

와앗! 

 

갑자기 머리 위에서 무르의 소리가 났다. 몇 개의 초코를 들고 편안한 듯 떠올라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무르, 벌써 안나벨라를 찾은건가요?

 

무르: 아니, 전혀 모르겠어. 현자님은?

 

저도요. 보면 볼수록 어떤 것도 특별한 초콜릿 같아서…….

 

하지만 더듬거리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 많은 마법사들도 여왕 찾기에 애쓰는 듯했다.

 

신사: 아아, 또 틀렸다! 이번에야말로 안나벨라라고 생각했는데…….

 

숙녀: 이 초콜릿이 안나벨라가 아니라니, 믿을 수가 없어. 하이힐 모양이라 엄청 귀여운데!

 

(답이 잘 안 나오나봐. 그런데 다들 재밌어보여)

 

전세계 초콜릿 마니아들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들떠 있다. 목적은 물론 안나벨라겠지만, 분명 순수하게 초콜릿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기쁠 것이다.

 

무르: 봐, 현자님도 서둘러야 돼! 누군가에게 안나벨라를 빼앗겨버려.

 

그렇네요. 계속 열심히 해볼게요……!

 

무르는 초콜릿을 집어들고 불빛을 비춰보기도 하고 확대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한다. 가끔 웃기도 하고 고개도 갸우뚱거리면서, 그 모습은 마치 광산에서 알 수 없는 보석을 찾는 학자같다. 이지적 눈동자에 천진난만한 탐구심이 엿보인다.

 

네로: 젠장, 이것도 아닌가…….

 

네로, 좀 어떤가요?

 

네로: 유감스럽게도 보는 바야. 역시 여왕님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네. 오감으로 찾는다면, 모습을 바꾸고 있다고는 해도 보기에도 꽤 차이가 나거나 하는걸까. 어쨌든 아마 제일 차이가 나는 것은 향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

 

네로: 응? 왜 그래, 현자 씨.

 

아…… 아뇨. 네로는 안나벨라 찾기에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의외라고.

 

네로: ……하하, 그래? 뭐, 내 나름대로 꽤 즐기고 있어, 이 보물찾기. 그나저나 그 오즈가 초콜릿 찾기라니…….

 

네로의 시선 끝에는 초콜릿 더미를 앞에 두고 팔짱을 끼고 있는 오즈가 있다.

 

네로: 여왕님보다 저게 훨씬 희귀해보이네.

 

레녹스와 히스클리프는 둘이서 뭔가를 상의하며 초콜릿을 비교하고 있다. 모두 각자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좀처럼 정답이 나오지 않네.)

 

보물찾기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을까. 처음엔 즐거워하던 참가자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히스클리프: 왠지 웅성거리고 있는데……?

 

샤일록: 여왕이 잘 나오지 않아 초조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만큼 오랫동안 했으니 무리도 아니지만요.

 

그러자 그때, 마법사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질렀다.

 

신사: 어이, 거기 너!

 

주최자: 고객님, 심사하실 거면 여기 줄에 서시면 됩니다. 순서대로 대응해 드릴테니.

 

신사: 그게 아냐. 진짜로 안나벨라는 이 안에 있는 건가? 혹시 전시회를 띄우려고 거짓말한게 아닌가. 사실은 준비하지 못한거지!

 

주최자: 그럴 리가요! 분명히 안나벨라는 이 안에 있습니다. 정말로 초콜릿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사: 나는 과거에 몇 번이나 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런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아서: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군. 소란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레녹스: 그렇네요…….

 

(모두 안나벨라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레이디 쇼콜라도 어려워하는 걸까. 염원이라고 했고,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는데…….)

 

아서: 와앗……!

 

히스클리프: 아서 님……!?

 

그때, 초조한 듯한 아서와 히스클리프의 목소리가 났다. 이어서 덜컹덜컹 격렬한 목소리가 난다.

 

뭐, 뭐야……?

 

뒤돌아서서 나도 모르게 눈을 껌뻑였다. 큰방 천장에 닿을 만큼 키가 큰 아서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사: 갑자기 소년의 키가 커져서…… 마치 동화에서나 본 거인 같군!

 

숙녀: 정말이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작아진 걸지도……?

 

무르: 아하하! 아서가 커진 건가, 우리가 작아진 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아서: 아하하, 정말이야! 지금이라면 모두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회장의 초콜릿도 손가락 끝만한 크기로…… 아아, 미안해. 이 모습으로 떠들면 민폐가 되겠구나.

 

사람들은 소란스러웠지만 그 음색과 시선은 호기심에 넘쳤다. 서쪽 나라의 회장다운 분위기에 라스티카가 잔잔하게 내뱉었다.

 

라스티카: 이거 놀라운걸. 성장기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군요.

 

네로: 성장기로 치부해서 좋은 이야기인가?

 

레녹스: 그렇다면 너도 규격 밖이지만…….

 

오즈: 아서.

 

어느새 내 옆에 오즈가 서 있었다. 아서를 올려다보는 표정은 평소와 다름 없고, 낮은 목소리로 이어서 말한다.

 

오즈: 뭘 입에 댄거지.

 

아서: 심사를 했던 초콜릿입니다. 심사원이 권하는 바람에 먹어보니 순식간에 몸이 커져버려서…….

 

샤일록: 아아, 과연. 군데군데 장난기 초콜릿도 섞여 있었군요.

 

진열된 초콜릿을 곁눈질하며 오즈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오즈: 마법의 작용이 있는 초콜릿이었겠지. 이 자리에 늘어선 것들 몇 가지에 마법의 기색이 느껴진다. 여왕 찾기에 열중하는 것은 좋지만, 섣불리 행동하지 마라.

 

아서: 오즈 님…… 죄송합니다. '나를 먹어' 라고 적혀져 있어서 그만. 테이블이나 초콜릿도 어지럽혀버렸네요. 바로 도로 돌려놓겠습니다.

 

라스티카: 야아, 좋네요. 손바닥이 크니까 금방 치워지는구나. 나도 내 방을 청소할 때는 그 초콜릿을 먹고 커져볼까.

 

무르: 이 초콜릿을 먹으면 자기 방에 잘 안 들어가지 않나? 천장이 뚫어져버려!

 

오즈: '복스노크'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아서의 몸이 빛에 휩싸인다. 이윽고 빛이 사라지자 거기에 있던 건 원래 키의 아서이다.

 

신사: 아아, 아쉽군. 소년이 원래 크기로 돌아가버렸어.

 

숙녀: 그런데 지금 소년은 저 남자를 오즈라고 부른 거야? 이 강한 마력의 기색, 혹시 그…….

 

아서: 원래대로 돌아왔어……! 감사합니다, 오즈 님! 모두도 걱정을 끼쳐 미안해.

 

히스클리프: 아뇨……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서가 오즈들에게 달려간다. 그 모습에 휴우 하고 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저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했어.)

 

레이디 쇼콜라: …….

 

시야 끝에서 초콜릿색 드레스가 흔들린다.

 

레이디 쇼콜라……?

 

(무슨 일이지. 뭔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은…….)


7화

 

일시적인 소동의 여운에 술렁이는 회의장 속에서 그녀의 표정이 흐려졌다. 뭔가에 당황한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안나벨라를 찾겠다고 벼르던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가 생각나서 엉겁결에 말을 걸었다.

 

저기…….

 

레이디 쇼콜라: ……아아, 당신. 무슨 일이죠?

 

아뇨, 조금 어두운 알굴을 하고 있어서 신경이 쓰여서요. 안나벨라는 찾았나요? 저는 아직 전혀 점찍지도 못하고, 역시 어렵네요.

 

레이디 쇼콜라: ……맞아. 나도야. 역시 안나벨라네.

 

레이디 쇼콜라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역시 기운이 없어 보인다. 안나벨라는 그녀가 유일하게 만나본 적 없는 초콜릿. 아까 조금만 얘기해도 그 강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이 공연장에서 가장 애를 태우고 있는 건 그녀일지도 몰라.

 

……레이디 쇼콜라,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없나요?

 

레이디 쇼콜라: 에……?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안나벨라도 당신처럼 그 이름을 말할 정도로 초콜릿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넘어간다면 행복할 거예요. 그러니 당신이 꿈을 손에 넣기 위해서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라고 해도, 당신만큼 지식은 없지만…….

 

레이디 쇼콜라: …….

 

그녀는 뭐라고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곧 고민하는 듯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는 느슨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거기에는 뭔가에 망설임이 배어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그녀는 감싸는 듯한 미소를 보인다.

 

레이디 쇼콜라: ……아니, 괜찮아. 당신도 안나벨라를 찾으러 온거잖아. 여왕은 변덕이야. 사랑과 지식이 필요한 건 물론이지만, 분명히 그것만으로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러니 아무쪼록 당신도 자신의 목적을 우선시해.

 

……그렇, 네요. 죄송해요. 주제넘은 말을 해서.

 

레이디 쇼콜라: 아니, 마음은 매우 기뻐…………윽.

 

……!

 

말하다 말고 갑자기 레이디 쇼콜라의 몸이 휘청 기울어졌다.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그 몸을 받친다.

 

괜찮나요……!? 어디 몸이 안 좋은게…….

 

레이디 쇼콜라: 아…… 미안해. 폐를 끼쳐서. 조금 휘청거렸을 뿐이니까 걱정할 건 없어. 받쳐줘서 고마워. 상냥한 당신에게 초콜릿의 여왕이 미소 짓기를.

 

그녀는 드레스 자락을 털어내며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떠났다.

 

(좋은 사람이야……. 나까지 챙겨주다니)

 

레이디 쇼콜라를 배웅하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꼿꼿한 시선을 느끼고 돌아본다. 시선 끝에는 무르가 있었다. 루페를 들여다보고 나를 관찰하듯 진지한 표정으로.

 

그때였다. 장내가 순식간에 어두워진게.

 

에……?

 

지상에서 모든 색과 빛이 빼앗긴 것 같은 완전한 어둠이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주위가 술렁인다. 하지만 곧 장내가 밝아졌다. 안심한 것도 잠시, 눈앞에 낯선 굵은 막대기 같은 것이 있었다.

 

(뭐야, 이건……?)

 

주위를 빙 둘러보면 갈색 막대기 몇 개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새장처럼 생겼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아서: 이건 어찌된 일이지……!?

 

모두들……!

 

갑작스러운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아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째서인지 나는 우리 안에 갇혀버린 것 같다. 심지어 초콜릿으로 된 커다란 우리다.

 

라스티카: 어째서 현자님이 우리 안에…….

 

샤일록: 여흥치고는 꽤 취미가 나쁘군요.

 

오즈: …….

 

오즈는 지팡이를 꺼내 금방이라도 주문을 외울 것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금방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오즈 나름대로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주최자: 여러분, 이건 여흥이 아닙니다. 아쉽게도 이 신성한 초콜릿 전시회에 죄인이 한 명 들어가 있던 것 같군요.

 

레녹스: 죄인……?

 

주최자: 네. 그 죄인은 이번 전시회의 주역인 안나벨라를 훔치려고 했습니다.

 

신사: 뭐라고……!?

 

주위가 술렁이며 찌르는 듯한 시선이 모인다. 우리 안에 있는 나에게로.

 

에, 에……?

 

주최자: 조금 전 은발이 소년이 거대해지고 난 후 안나벨라가 있어야 할 곳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마 여왕을 찾아낸 뒤 소란스러움을 틈타 저와 심사원의 눈을 피해 품에 집어넣은거겠죠.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보시는 대로 안나벨라를 훔친 죄인을 잡았습니다!

 

주최자: 자, 자백하는 겁니다. 당신, 안나벨라를 훔쳐서 주머니에 숨겼죠?

 

에!? 제가요?

 

주최자는 나만을 바라보며 따진다. 갑작스러운 일에 머리가 돌아가지가 않는다. 순간, 회의장에 화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레이디 쇼콜라: 기다리세요……!

 

인파를 헤치고 나타난 것은 레이디 쇼콜라다. 주최자를 향해 기도하듯 손을 올린다.

 

레이디 쇼콜라: 그분은 무고해. 죄인일 리가 없어! 본인도 안나벨라를 찾고 있었는데, 내가 여왕님을 찾길 바란다고 해주신 자상한 분이셔. 그런 분이 설마 도둑질을 하다니, 무슨 오해가 있는게 아닌지?

 

레이디 쇼콜라…….

 

그녀의 비통한 호소에 불안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서도 고개를 숙이고 의연한 태도를 주최자에게 향한다. 

 

아서: 그녀의 말대로다. 이 분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 난폭한 짓은 그만두길 바라. 지금 당장 그분을 풀어줘.

 

마, 맞아요! 안나벨라를 찾은 적도 없고, 훔친 적도…….

 

(……응?)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주머니 속에 넣은 내 손에 뭔가 단단한 물건이 닿았다. 이상하게 느끼며 그걸 꺼내면……

 

신사: 아!

 

숙녀: 그건……!

 

초콜릿……!?

 

손에 든 것은 일그러진 오각형 초콜릿. 그게 웬일인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예상 밖의 물증을 앞에 두고 마법사들도 놀란 듯 내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디 쇼콜라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레이디 쇼콜라: 아…….

 

주최자: 죄송하지만, 레이디 쇼콜라. 죄인이 가진 그것은 틀림없는 안나벨라입니다. 당신이라면 알겠지요. 이것이 증거입니다. 초콜릿 코팅을 벗겨내면 금방 알아보실 겁니다! 이 자는 우리의 여왕을 훔쳐내려고 한 죄인입니다!

 

아, 아니에요! 어느새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거……

 

(어쩌지, 어떻게 하면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애초에 왜 초콜릿이 주머니 안에……)

 

신사: 설마 도둑이 섞여있었을 줄은…….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숙녀: 우리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욕심도 유분수지!

 

무르: 응, 이상하지! 정말로 안나벨라를 찾았다면 숨기지 않아도 독차지할 수 있는데 말이야.

 

신사: 그래!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도……. ……응?

 

그때, 갑자기 소란이 그쳤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르에게로 쏠린다.

 

무르: 그야, 안나벨라를 찾은 사람이 소유권을 받을 수 있는거지? 왜 굳이 훔칠 필요가 있는거야?

 

숙녀: ……확실히…….

 

무르의 말을 계기로 차츰 풍향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꼈다. 갖가지 의견이 내 귀에 들어온다. 

 

신사: ……아까도 누군가가 말했지만, 혹시 이번 전시회에 안나벨라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닌지? 나도 생각했어. 주최측이 여왕을 준비하지 모해서 일부러 소란을 피워 무마시키려 한 것은 아닌지…….

 

숙녀: 코팅을 벗기면 알 수 있다고는 했지만, 본모습을 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죠? 게다가 안나벨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마다 증언은 가지각색. 진짜 정체를 확실하게 모르면 위장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주최자: 아뇨, 사실무근입니다! 안나벨라는 정말로 있습니다……!

 

신사: 흥…… 뭐가 됐든 수상쩍어. 주최자도 우리 안의 도둑도 은발의 소년도 처음부터 입을 맞추고 있던게 아닌가?

 

아서: 내가?

 

비난의 눈길이 주최자와 나뿐만이 아니라 아서에게도 쏠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냉정하게 주위를 살폈다.


8화

 

아서: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것은 알아. 하지만 우리의 말을 듣지 말고 죄인으로 몰지는 말아줘. 현자님은 누구를 속이실 분이 아니야. 물론 나도 그렇다. 비상시일수록 올바른 정보와 판단이 필요해. 너무 당황하면 진짜 답을 찾을 수 없어.

 

진지한 눈빛과 똑바른 아서의 말이 행사장에 울려 퍼진다.

 

아서: 그리고 부디,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오늘 이 장소는…… 초콜릿을 사랑하는 자들의 모임이다. 모두 초콜릿의 여왕을 만나러 온거겠지. 그녀는 이런 싸움을 바라고 있찌 않아. 분명 이 공연장에 있는 너희들도.

 

숙녀: 그건…….

 

아서: 이 멋진 전시회가 전시회를 사랑하는 자들에 의해 앙금이 남는 행사가 되어 버리는 것은 슬퍼. 여기 있는 주최자는 모두와 똑같이 초콜릿을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멋진 전시회를 열어주셨다. 이곳은 주최자와 방문객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자리. 부디, 조금만 냉정하게 되돌아봐주지 않겠나? 마음이 안정되면 다른 답이 보일 수도 있어.

 

(아서……)

 

그의 말대로 이제는 초콜릿을 내팽개치는 분위기가 되었다. 신나는 듯한 즐거운 공연장의 공기가 생각나서 왠지 슬퍼졌다.

 

신사: ……아아, 그 말대로다. 우리는 초콜릿을 좋아해서 이곳에 있어.

 

숙녀: 그렇네. 싸움 따윈 멋없어. 여왕의 전시회에는 안 어울리는걸.

 

어느새 모두가 아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달라붙는 듯한 그 부름이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다. 

 

신사: ……그런데 결국 안나벨라 찾기는 어떻게 되는거지?

 

숙녀: 일단 발견된걸로 된게 아닌가……?

 

신사: 그런가? 하지만…….

 

그러나 일단 소동은 가라앉았찌만 나의 혐의가 불식된 것은 아니다.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무르: 현자님.

 

그러자 경쾌한 발소리와 함께 무르들이 우리의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 살짝 시선이 마주친다.

 

무르…….

 

무르: 괜찮아, 고개를 들어. 이 사건은 곧 해결될 거야. 여기 있는 건 초콜릿을 깊게 한결같이 사랑하는 자들 뿐. 그렇기 때문에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도 그들이지. 그 초콜릿을 너의 주머니에 넣은 그 사람도, 분명.

 

무르는 우리 안에서 초콜릿을 들고 있는 내 오른손을 가리키며 가볍게 윙크를 했다.

 

무르: 왜냐하면 그 사람은 초콜릿을 사랑하는데 초콜릿을 사랑하는 자들의 축제를 엉망으로 만들려고 했어. 분명 이러고 있는 지금도 괴로울 거야.

 

무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레이디 쇼콜라.

 

무르는 휙 뒤를 돌아보며 마치 세상 이야기를 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레이디 쇼콜라에게 말한다.

 

레이디 쇼콜라: ………….

 

(레이디 쇼콜라…… 괜찮으려나, 왠지 안색이 안 좋아보이는데. 이 소동에 속상해하는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상태가…….)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가운데 굳이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그녀는 조금 전의 소란 이후부터 계속 침착하지 못한 듯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이디 쇼콜라: ……네, 정말 그 말대로예요. 이런 괴로운 일은 더 없겠지.

 

말을 끊은 그녀는 조그맣게 입술을 깨물더니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이디 쇼콜라: 그 사람은 나쁘지 않아! 모두 내가 한 일이야. 내가 안나벨라를 찾아서 저 사람의 주머니에 넣었어.

 

레이디 쇼콜라는 의연하게 쏘아붙였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서 그녀에게로 일제히 옮겨간다.

 

신사: 뭐라고……?

 

숙녀: 그런……. 그 레이디 쇼콜라가?

 

신사: 그거야말로 뭔가 잘못된게 아닌가? 그녀만큼 이 행사를 사랑하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정으로 부정을…….

 

관람객들 사이에 당혹감이 커진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리만치 냉정했다. 가지고 있던 초콜릿과 레이디 쇼콜라를 번갈아 보면서 납득이 간 사실을 그녀에게로 돌린다.

 

레이디 쇼콜라, 계속 당신의 상태가 신경 쓰였어요. 뭔가 고민하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제가 휘청거리는 당신을 부축했을 때, 이 초콜릿을 주머니에 넣은거죠?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몸 앞에서 잡은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조용히 내뱉는다.

 

레이디 쇼콜라: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믿어줘. 이런 식으로 전시회를 망칠 생각은 없었어. 당신을 모함할 생각도 없었다고…….

 

네로: ……일단 그 사람을 거기서 빼내야겠어. 얘기는 그때부터다.

 

오즈: '복스노……'

 

레녹스: ——핫!

 

!?

 

현자의 마법사들: !

 

오즈가 주문을 외우는 것보다 빠르게 레녹스가 죽 늘어서 있는 초콜릿을 뛰어넘어 내 눈앞으로 뛰어올랐다. 망설임 없이 레녹스의 오른손이 우리에 강렬한 일타를 날린다.

 

그 순간, 우리가 박살났다. 머리 위에서 초콜릿 조각이 후드득 쏟아진다. 마치 초콜릿 비처럼. 그 풍경 너머에는 주먹을 쥐고 자세를 취하는 레녹스가 있었다.

 

레녹스: 현자님에 대한 누명은 모두 벗겨진 것 같고, 이대로는 대화가 어려울 테니까요. 

 

물벼락을 맞은 것 같은 분위기가 공연장을 감싼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마법사들은 표정을 풀었다.

 

무르: ——! 멋있어!

 

샤일록: 후후, 레녹스는 항상 놀라운 짓을 하네요.

 

오즈: 어째서 마법을 쓰지 않는거지…….

 

레녹스: 아…… 그랬었죠. 저도 모르게 그만.

 

네로: 설마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우리를 맨손으로 부숴버릴 줄이야.

 

히스클리프: 정말로 대단하지. 나도 몸을 조금 더 단련할까……. 그리고 레녹스 덕분에 회의장의 분위기도 바뀐 것 같아.

 

라스티카: 그렇네. 나도 안심했어. 초콜릿을 제쳐놓고 모두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했으니까.

 

아서: 아아. 여기는 의회도 전쟁터도 아니야. 주최 측과 고객 측이 맞서도 소용없는 것이다. 그렇지, 레이디 쇼콜라.

 

아서가 잔잔한 시선을 그녀에게 돌린다. 생각지도 못한 소동을 일으켜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건 분명 그녀니까. 레녹스의 손을 빌려 무너진 우리에서 빠져 나온다.

 

……레이디 쇼콜라, 당신의 목표는 안나벨라였죠. 그렇다면 어째서 모처럼 발견한 안나벨라를 제 주머니에? 발견한 시점에서 이름을 댔다면…….

 

레이디 쇼콜라: ……확실히 발견한 순간에는 기뻤어. 손에 쥐었을 때 이초콜릿은 다른 것과 전혀 다르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으니까. 코팅을 해도 알 수 있는 별 같은 빛에 눈처럼 차가운 감촉. 꿀처럼 달콤한 향은 쉽게 감출 수 없어. 심사를 받을 것도 없이 이건 안나벨라라고 확신했지. 오랜 꿈이 이루어져서 정말 기뻤어.

 

레이디 쇼콜라: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가늘게 떨며 땅으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아마 이 날을 위해 꾸민 초콜릿색 드레스의 화려한 모습인데, 그 자리에는 어딘지 공허함이 배어 있었다.

 

레이디 쇼콜라: 하지만, 발견해 버리면 나의 꿈은 끝이야. 그래서 무서워졌어. ……난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지? 꿈을 이룬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

 

무르는 그녀에게 물었었다. '여행의 종말을 맞은 너는 다음에 뭘 원하는거니?' 라고. 소망을 이룬 그녀가 얻은 것은 기쁨. 그것과 동등한 상실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초콜릿을 사랑하기 때문에.


9화

 

레이디 쇼콜라: ……나는 생각했어. 아무도 안나벨라를 찾이 못하면 아직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최고의 초콜릿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레이디 쇼콜라로 남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버려서…….

 

………….

 

레이디 쇼콜라: ……그래서 안나벨라를 숨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누구한테도 안 들키고 흐지무지 됐으면 좋겠어서. 그때, 당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줬었지. 그 상냥함에 그만 기대고 만거야. 당신의 주머니에 안나벨라를 숨기고, 가능하면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가져가기를 바래서…….

 

그녀로서는 떠돌이 배와 같은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망설이다가 도와줄까 하고 말을 건 것이 계기가 되어 나를 선택한 것이다.

 

레이디 쇼콜라: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이 죄인 취급을 받게 되었어. 내가 바보같은 짓을 한 탓으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축제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도 사과할게.

 

그녀는 먼저 나에게,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방문객들에게 깊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주최자에게로 눈을 돌린다.

 

레이디 쇼콜라: 이런 멋진 자리를 어지럽혀버린 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초콜릿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를 망쳐버려서……. 초콜릿 여왕의 이름으로 부디 저에게 벌을. 

 

그런, 벌이라니……!

 

무르: 저기저기, 어떻게 할래? 벌 줄거야?

 

주최자: 아니, 저기…….

 

상황을 지켜보던 주최 측은 물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역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샤일록: ……무르, 따지고 보면 당신의 실수가 일으킨 사태일텐데요.

 

무르: 으응, 그러려나?

 

레이디 쇼콜라: 아니, 그는 내가 지금까지 딴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던 일을 마주하게 된 계기를 주었을 뿐이야. 부디 저에게 벌을.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초콜릿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끝나버렸으니까…….

 

레녹스: ……끝났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잖아.

 

레이디 쇼콜라: ……?

 

레녹스: 확실히 추구하던 초콜릿을 찾아냈다면 거기가 여행의 종착점이 될지도 몰라. 여행의 시작은 끝을 향해 가는 것. 그 끝이 어딘지는 분명 너밖에 모르겠지. 그래도 거기 있는 것이 본인이 찾고 있던거라면, 축복해주면 될거라고 생각해.

 

레녹스는 말을 이어갔다. 하나하나의 의미가 그에게 익숙한, 자연스럽고 진지한 말이었다.

 

레녹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야. 네가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끝난 건 아니잖아.

 

레이디 쇼콜라: …….

 

레녹스: 변하는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 그러면 다음에는 변하지 않는 마음과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나도 좋지 않을까?

 

레녹스의 잔잔한 음성이 기분 좋게 귀에 들어온다. 무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무르: 맞아!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면 돼! 지금 있는 모든 초콜릿을 다 알아버린다고 해도, 새로운 초콜릿을 분명 누군가가 만들어 낼거야! 아직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신종 초콜릿을 다시 찾는 거야. 없으면 본인이 직접 만들어도 돼!

 

레이디 쇼콜라: 초콜릿을, 만들어? 내가……?

 

레이디 쇼콜라의 눈이 휘등그레졌다. 마치 난생 처음 마법을 본 소녀처럼, 눈동자 속을 빛내며.

 

네로: 하하, 그거 좋네. 전세계의 초콜릿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초콜릿은 분명 있을 거야. 물론 기술은 필요하겠지만 레시피를 생각하는 건 꽤 재밌고. 소재를 고르고 색도 따지거나 하면서 말이야.

 

라스티카: 본인이 만드는거라면 원하는 색으로 만들 수 있겠다. 당신이 만나고 싶은 초콜릿은 일곱가지 색? 아니, 투명이려나?

 

히스클리프: 투명 초콜릿? 정말로 만들 수 있다면 대단할지도……!

 

레이디 쇼콜라: ……그건 확실히, 나도 본 적이 없어.

 

신사: ……지금 들었나? 레이디 쇼콜라가 투명 초콜릿을 만든다고 했어!

 

숙녀: 투명한 초콜릿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투명한 소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미 사람들의 화두는 레이디 쇼콜라가 만드는 새로운 초콜릿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신사: 레이디 쇼콜라, 언제 그 초콜릿이 완성되지? 다음 전시회에서 선보이려나? 

 

레이디 쇼콜라: 기, 기다려 주세요. 갑자기 말씀드려도 아직 아무것도…….

 

레이디 쇼콜라의 주위로 사람이 몰린다. 사방에서 질문 공세를 받자 그녀도 당황하는 기색이다. 하지만 다들 설레고 있어. 긴 여행을 떠나기 전날과 같은 기대와 희망으로, 그녀의 표정도 점차 빛을 되찾아간다.

 

(……다행이다. 이 상태라면, 그녀의 여행도 당분간 끝나지 않겠지)

 

샤일록: 그런데 현자님, 그 손에 들려 있는 것이 진짜 안나벨라죠? 대단한 코팅이네요. 마법을 쓰지 못한다면 이걸 찾기에는 꽤나 어려웠을텐데.

 

…… 그렇죠. 이거, 레이디 쇼콜라에게 돌려드릴게요.

 

레이디 쇼콜라: ……?

 

이걸 찾은 건 당신이에요. 초콜릿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 안나벨라도 더 기뻐할 거예요. 그리고 저도. 전 세계의 초콜릿을 전부 알고 있는 레이디 쇼콜라가 만들어 줄 새로운 초콜릿이 기대 되니까요.

 

내가 내민 초콜릿을 보고 레이디 쇼콜라는 두 손으로 입을 감쌌다. 받아야 할지 망설이는 듯 눈동자가 흔들린다. 거기에 주최자의 헛기침이 끼어들었다.

 

주최자: 이곳은 여왕의 전시회. 역사 깊은, 유서 깊은 행사입니다. 이번 소동은 과거에 유래없는 일이지만, 여왕 안나벨라의 이름으로 개최 당초부터의 결정에 따라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레이디 쇼콜라, 수많은 군중 속에서 여왕을 찾아낸 것은 틀림없는 당신이다. 안나벨라의 소유권은 당신의 것입니다. 자, 어서 주문을 걸어주세요. 

 

레이디 쇼콜라: ……. 정말로, 괜찮나요……?

 

물론이에요. 찾은 건 당신이니까요!

 

그녀는 조금 망설이는 눈치였으나 나와 주최자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알자, 이윽고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그 아름다운 울림의 주문은 반짝이는 빛을 가지고 초콜릿 코팅을 부드럽게 벗겨간다.

 

레이디 쇼콜라: 아름다워……!

 

그녀의 손바닥에 나타난 안나벨라는 빛의 각도에 따라 거울처럼 반짝이며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빙글빙글 색을 바꾼다. 그 모습은 빛을 받은 스테인드 글라스에도, 눈부신 보석에도 비유하기 어렵다. 무지개 빛을 가리고 담은 만화경처럼, 선명하고 화려하고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매력과, 숨을 삼키는 아름다움에 취하도록 레이디 쇼콜라가 후, 하고 숨을 내쉰다.

 

레이디 쇼콜라: 이것이, 내가 찾고 있던 것……. 아아, 이 아름다움은 내가 알고 있는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있었다니. 후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왕 안나벨라.

 

레이디 쇼콜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만족스러운 듯 안나벨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나의 시선을 발견하면, 따뜻한 미소를 돌려온다.

 

레이디 쇼콜라: 고마워. 당신들 덕분에 최고의 빛을 이 눈으로 볼 수 있었어.

 

무르: 반짝반짝 거리네! 방금 연마한 보석 같아. 신비하고 수수께끼 같아. 이런 초콜릿이라면 레이디 쇼콜라가 매료된 것도 무리가 아니지!

 

매료되었다……?

 

무르: 처음에 말했잖아. 안나벨라를 먹은 자는 상대를 매료시키는 힘을 가진다고. 하지만 그런 이상한 초콜릿이라면 손에 넣은 상대를 매료시켜 조종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아무에게도 먹히지 않고, 여왕인 채로 계속 있고 싶었던 안나벨라의 마지막 저항이었을지도 모르지.

 


10화

 

샤일록: 재미있는 사고방식이네요. 즉, 이 전말은 안나벨라의 뜻이었다는 건가요.

 

(초콜릿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니, 믿기지는 않지만……)

 

하지만 그렇게 가정했다면 레이디 쇼콜라의 돌발적인 행동에도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이 상품의 전시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걸 본인이 망치려고 한다는 건 역시 예사롭지 않아. 그녀는 여왕을 발견한 시점에서 그 압도적인 매력에 빠져 마가 끼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무르: 하지만 유감! 넌 들켜버렸어! 여왕 안나벨라, 넌 매력적인 초콜릿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먹혀야 해!

 

 

 

 

 

 

 

 

 

점원: 어서오세요. 진한 초콜릿을 듬뿍 넣은 젤라또 어떠신가요? 

 

점원: 걸쭉한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환상의 가토 쇼콜라는 이쪽이야! 얼마 안 남았어!

 

안나벨라의 공연이 열린 뒤, 전시회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회장을 둘러보려고 했을 때, 주최자가 말을 걸었다.

 

주최자: 고객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난폭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그때는 의심받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최자: 하지만 모든 것은 저희의 확인 부족이 원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전시회도 무사히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나마 속죄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최자인 남성은 광장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아까 안나벨라가 섞여 있었던 엄청난 양의 초콜릿이 진열되어 있다.

 

주최자: 저기 있는 초콜릿을 모두, 당신과 그리고 공연장 여러분께 무상으로 선물해드릴까 하고.

 

에! 그, 그런……. 괜찮나요?

 

네로: 라고 해도, 엄청 많은데? 이 회장 전원에게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아…….

 

무르: 그러면 이렇게 하자. '에아뉴 랑블!'

 

앗……!

 

무르가 주문을 외우자 광장에 줄지어 있던 초콜릿들이 일제히 허공에 떴다.

 

신사: 뭐야……!? 초콜릿이 날아가고 있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초콜릿이 사방으로 팔랑팔랑 흩어진다. 마치 초콜릿이 공중유영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레녹스: 이렇게 보니 정말 다양한 초콜릿들이 있네요.

 

별이나 하트, 물고기나 악기, 다양한 모티브의 초콜릿들이 춤을 춘다. 달콤한 향기에 휩싸이면서. 꿈처럼.

 

무르: 현자님도 빨리 골라야 돼! 봐봐, 다 뺏길거야.

 

저는…….

 

마침 고양이 모양의 초콜릿을 발견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고양이는 긴 꼬리를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귀여워……! 으극.

 

히스클리프: 아, 초콜릿이 현자님의 입속으로 뛰어들었어……!

 

네로: 왠지 지금 살아 있는 것 같았어. 무르의 마법 때문인가?

 

까, 깜짝 놀랐다. 그래도 엄청 맛있어요!

 

그러자 내 주위에 떠있던 초콜릿들이 마치 춤이라도 추듯 신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르: 아하하, 모두 현자님에게 먹히고 싶어서 어필하고 있어!

 

라스티카: 재미있는걸. 그럼 나도…… '아모레스트 비엣셰'

 

샤일록: '임비벨'

 

마법사들이 연이어 주문을 외우며, 초콜릿에 목숨이 깃든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연장 안의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법사들이 초콜릿에 손을 뻗으며 활짝 웃는다.

 

오즈: ……서쪽의 마법사들의 생각은 모르겠군.

 

아서: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모두에게 빠르게 초콜릿을 나눠줄 수 있겠네요.

 

주최자들도 그 따뜻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만 모아놓은, 과부족 없는 순수한 행복만이 거기에 있었다.

 

(오늘, 여기 오길 잘했어. 나중에 마법사의 모두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보자. 선물의 초콜릿과, 함께 평소 감사했던 마음을 곁들어서…….)

 

수십 년에 한 번 열리는 여왕의 전시회.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법사들의 열광은 아직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레녹스: 현자님, 그 짐도 들어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 눈이 쏠려서 그만 많이 골라버렸어요.

 

아서: 초콜릿 선택은 대충 끝났습니다만, 왠지 아쉽네요…….

 

샤일록: 그만큼 이 공연장의 아늑함이 좋았던 것 같군요. 모두가 기대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라스티카: 다음에는 클로에도 데려오고 싶네. 그 아이가 이 광경을 본다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새로운 의상을 만들어줄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시노도 오늘은 카인이랑 단련한다고 했는데, 다음에는 같이 오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초콜릿을 보면 분명 놀랄 거야. 

 

네로: 하하, 리케가 본다면 놀라기는 커녕 엎어질 것 같네.

 

아서: 몇십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오즈 님!

 

오즈: ……그렇군.

 

(몇십 년 후인가……. 그때의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무르: 현자님, 입을 벌려!

 

에? 우극……!

 

그때, 갑자기 무르가 내 입 속에 뭘 집어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것은 초콜릿의 진한 달콤함이다. 그러면서도 과일향과 향신료같은 깊이도 느껴진다.

 

………….

 

무르는 나를 향해 얼굴을 들이댔다. 아무래도 내 반응을 관찰하는 것 같아.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는 큰 눈동자.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내 자신이 희소한 무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르: 어때, 현자님?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나게 맛있어요. 맛이 깊고, 풍미가 풍부하고……! 이런 초콜릿, 먹어본 적 없어요.

 

무르: 그거 다행이다! 역시 안나벨라네.

 

과연. 역시 안나베………… ……에?

 

멍한 나를 보며 무르가 태연하게 웃는다.

 

무르: 아까 레이디 쇼콜라에게 받았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면서!

 

그, 그런…… 정말로 괜찮나요!? 랄까, 저 한입에 먹어버렸는데요? 전설의 초콜릿인데……!

 

무르: 한입에 먹는 것이 정답! 그야 한입 사이즈니까!

 

안나벨라는 금세 입안에서 녹아내리며 이제는 향긋한 풍미만 남았다.

 

(엄청 귀중한 초콜릿인데 별로 맛보지도 못하고 먹어버렸네…….)

 

백 년 만에 전시회에 나타나 레이디 쇼콜라를 사로잡고 공연장의 모두가 찾던 초콜릿의 여왕. 마법사가 아닌 나에게 있어서는 평생 걸려도 입에 담기 어려운 물건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혀는 생생한 행복함을 기억한다. 세포에 강하게 새겨지는 것 같은 농후한 일순간의 달세였다.

 

……안나벨라는 역시 특별한 초콜릿이었네요. 정말 제가 먹어도 괜찮았나요?

 

무르: 물론! 이계에서 온 특별한 현자님께는, 특별한 초콜릿의 감사를 전해드려야지.

 

무르: 현자님, 항상 나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

 

무르…….

 

고마움을 전할 초콜릿을 찾으려고 온건데, 거꾸로 고마움을 받고 말았다. 초콜릿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안나벨라를 내가 먹어서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초콜릿도, 무르의 말도 정말 기뻐요!

 

무르: 천만에! 그럼 마법관에 돌아가면 천천히 검증하게 해 줘.

 

검증?

 

무르: 맞아. 먹으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력이 정말인지의 검증! 나를 바에 놔두면 좋을 것 같고, 우리의 관계는 윈윈이지!

 

아, 아하하…….

 

꽤 미심쩍인 전설이지만 무르의 큰 눈동자는 호기심 가득 빛나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안나벨라를 준 것은 과연 고마움 때문일까, 아니면 전설이 궁금해서일까. 어쨌거나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특별한 초콜릿의 단맛과, 특별한 오늘이라는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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