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2 이벤트 스토리

[쇼콜라의 여왕은 누구의 손에] 1화~5화

 

 

세계 최고의 초콜릿과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법사들이 모이는 축제, '여왕의 전시회'. 거기서는 '여왕' 이라고 칭송받는 환상의 초콜릿을 선보인다고 하는데…….

——자, 입을 벌려. 누구나 빠져드는 매혹의 한 입을 줄게!


1화


햇빛이 부드러운 기분 좋은 날의 오후. 나는 중앙 나라의 시장에 물건을 사러 왔었다.

좋아. 제 쇼핑은 끝났어요. 나머지는 네로가 부탁한 올리브유네요.

아서: 네. 초록색이 진하고 신선한 걸 갖고 싶다고 했었죠.

레녹스: 자주 쓰는 거니까 조금 넉넉하게 사오라고도 했었습니다. 짐꾼이라면 맡겨주세요.

무르: 나도 들어줄게——! 오늘의 나는 현자님의 심부름꾼이니까.

고마워요, 세 명 다. 같이 와줘서 살았어요.

호위와 짐꾼을 맡아준 레녹스와 무르, 몰래 동행해 준 아서도 함께다.

서쪽 나라의 상인: 자, 어서 오세요. 매진 임박이야. 싼 물건들이 가득해!

원하는 것을 찾으며 걷고 있는데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상인이 가게를 내는 것 같았다.

서쪽 나라의 상인: 서쪽 나라에서 나는 허브나 향신료, 환상의 초콜렛 봉은 어때? 잡화도 장식도 가득!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 제일의 멋쟁이가 될 수 있어!

저건…….

레녹스: 조금 특이한 잡화나 식품을 파는 것 같네요. 서쪽 날에서 돈을 벌러 온 보따리 장수 같습니다.

무르: 재밌어보여! 라는 표정을 하고 있네, 현자님.

아하하, 들켰나요.

아서: 모처럼이니 저희도 조금 들여다볼까요. 뭔가 진귀한 물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마법서의 모두에게 선물을 사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노점에는 평소 시장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물건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선명한 빛깔의 과일과 야채, 과자류에 골동품, 잡화 같은 것까지 다양하다.

여러가지 있네요. 어라, 이 그림은……?

서쪽 나라의 상인: 여, 손님 눈이 높네! 그건 그 유명한 철학자 무르의 초상화야. 방에 장식하면 머리가 좋아져! 그 무르 인형은 서쪽에 두면 똑똑해지는 건 물론, 재물운 상승도 덤이야!

(무르의 그림에 무르의 인형……!? 진짜 무르가 여기에 있는데, 이건……)

무르: 헤에! 그러면 오늘부터 내가 현자님 방에 놓여질까?

서쪽 나라의 상인: 에, 무르!? 아니, 많이 닮은 사람……?

무르: 나의 효과가 다양하네. 그런데 분명 인형보다 진짜가 효과가 더 높을거야. 현자님의 방에서 매일 고양이 모습이 되어 냐앙—— 해줄게!

아, 아하하.

어안이 벙벙한 듯 무르와 초상화를 비교하고 있는 상인을 곁눈질하며 아서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무르에 관련된 물건은 다 저런 효과가 있나요?

아서: 전부인 것은 아니겠지만 혼이 깨지기 전의 무르는 세기의 지혜자라고 불렸으니까요. 오즈 님의 전승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효과가 전해지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과연……. 무르의 지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고마운 물건일지도 모르겠네요.

레녹스: 이 그림을 기념품으로 하시겠나요?

그렇네요……. 재밌을 것 같은 게 또…….

하지만 느긋하게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상품의 신기함에 낚인 사람들이 몰려들어 금세 떠내려갈 것만 같았다. 너무 붐벼서 일단 가게를 떠나기로 했다.

레녹스: 현자님, 괜찮나요? 아서 님도 이쪽으로.

네, 네. 고마워요.

무르: 저기저기, 봐! 아저씨가 기념으로 줬어.

레녹스: 그건…… 아까의 초상화인가.

무르: 응. 이렇게 무르를 꼭 닮은 사람을 만나다니, 평생에 한 번도 없는 기회라면서. 잘 그렸지? 샤일록의 바에 장식해야지! 그리고 현자님에겐 이걸 줄게. 환상의 초콜릿 봉봉!

와아, 사놓아주셨군요……! 고마워요. 모두 좋아해줄 것 같아요.

무르: 천만에!

아서: ……초콜릿을 보면 지난 일이 생각나네요.

나와 무르가 주고받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서가, 문득 생각이 떠오르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이어서 레녹스도 미소를 짓는다.

레녹스: 혹시 현자님께 배운 발렌타인, 이라는 행사를 개최했을 때 말인가요.

아서: 아아. 각국의 선생님들께 모두 초콜릿을 선물하며 감사를 전한 행사 말이야. 그건 너무 재밌었어. 오즈 님에게 뭘 보낼까, 다 같이 의논하며 협력해서 손수 만든 초콜릿을 준비하고…….

아서의 얘기를 들으며 나도 친구들과 보냈던 발렌타인 생각이 났다. 각 나라의 마법사들이 지혜를 모아 만든 초콜릿은 모두 취향이 담겨져 있었다.

저도 엄청 재밌었어요. 개성이 담긴 초콜릿들이 잔뜩이었고. 보기만 해도 두근두근거렸어요.

무르: 아서들이 만든 오즈의 등신대 초코, 완성도 높았었지!

아서: 정말? 기쁘다. 진짜 오즈 님의 웅장함에는 못 미치지만, 좋은 점까지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

레녹스들의 메시지가 담긴 초콜릿도 정성이 담겨져 있어서 예뻤어요. 어미의 ☆ 마크도 귀여웠고.

레녹스: 하하, 감사합니다. 평소의 감사함을 초콜릿에 담아 상대방에게 건네는 것은 저도 신기했어요.

아서: 저희에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뇨, 저야말로. 제 세계의 행사를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모두 덕분에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그렇지, 이번에는 내가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모두에게 전할 차례가 아닐까? 멋진 발렌타인의 추억을, 이번에는 내가 모두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무르: 현자님?

……저기, 모두가 괜찮다면 다시 발렌타인을 하지 않겠나요? 여러분들께는 평소 생활이나 임무를 신세 지고 있으니까요. 평소의 감사를 담아…….

아서: 그것은 매우 영광입니다만…… 그 마음으로도 충분히 기쁩니다.

아뇨,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어요. 선물은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것도 즐겁잖아요? 제가 즐겁게 고르고, 또 여러분들이 좋아해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렇게, 윈윈이라던가…….

레녹스: 윈윈?

즈, 즉. 둘 다 즐길 수 있다는 거죠. 연인이나 가족은 물론, 더 부담없이 친구들끼리도……!

내가 앞으로 고꾸라지자 두 사람은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미소를 지었다. 무르도 흐뭇한 눈살을 찌푸린다.

무르: 와——이! 현자님에게 초콜릿을 받을 수 있다니 최고! 윈윈, 이네!

레녹스: 그렇네……. 현자님이 즐기실 수 있다면 저도 기쁩니다. 혹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아서: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초콜릿을 고르는 건 물론, 초코의 동상이든 바다든 만들어 드릴게요!

고마워요. 여러분들에게 초콜릿을 전하는 것이 기대되네요!









히스클리프: 다녀오셨어요, 현자님.

히스, 네로. 지금 막 돌아왔어요. 올리브유 사왔어요.

네로: 고마워, 현자 씨. 양치기군들도. 저녁식사 준비하느라 손을 못 떼서. 덕분에 살았어.

식당에 인접한 주방에서 가볍게 손을 드는 네로와 샐러드를 담는 히스클리프의 모습이 보인다. 부엌에서는 아직도 향긋한 냄새가 나지만, 테이블에도 이미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다.

무르: 사슴 소테에 오믈렛……. 케이크랑 츄로스도 있네! 오늘 무슨 파티?

네로: 그런 건 아니지만 오늘은 여러가지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여러 가지 만들다 보니 거창해졌어.

히스클리프: 너무 많아 힘들 것 같아서, 저도 뭔가 도와주려고 말을 걸었어요.

둘 다 고마워요. 화려한 구색을 갖추고 있어서 굉장히 맛있을 것 같아요! 아…… 그래. 네로는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죠.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는 발렌타인 계획에 대해 두 사람에게 말하고, 어떤 초콜릿을 선물 받았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히스클리프: 현자님으로부터 선물이라니…….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네로: 맞아맞아. 우리도 평소에 당신에게 신세를 지고 있고 말이야.

둘 다 기뻐하면서도 어딘가 꺼려하는 반응이다. 그러자 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2화


아서: 모두가 사양하는 심정은 이해해. 나도 그 말씀을 들었을 때 과분한 배려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현자님은 친구로서 우리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어. 그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야.

라스티카: 네, 그렇네요. 현자님의 상냥함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네로 / 히스클리프: 라, 라스티카!?

라스티카: 좋은 아침이에요, 모두들.

레녹스: 엄청난 잠버릇이네……. 혹시 지금까지 자고 있었던건가.

라스티카: 잠버릇? ……아아, 정말이다. 오늘은 클로에가 외출해서 못 알아봤어. 여러분, 무슨 말씀을 하고 계셨나요? 복도에도 즐거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기…… 라스티카. 좋아하는 초콜릿이라던가 있나요? 맛이나 종류라던지. 아까도 말했듯이 제가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초콜릿을 보내려고…….

라스티카: 대단해. 당신의 선물을 제가 요청할 수 있다니. 하지만 바로 대답하기는 어렵네요. 단 것도 쓴 것도 차가운 것도 따뜻한 것도…… 현자님께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초콜릿도 저에게 있어서 아주 좋아하는 초콜릿이 될 테니까요.

라스티카…… 고마워요.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니까, 모두가 가장 기뻐할 만한 맛있는 초콜릿을 고르고 싶어……)

무르: 그렇지! 초콜릿을 찾으려면 딱 좋은 행사가 있어. 전 세계의 초코가 짠! 희귀한 것이나 반짝반짝한 초콜릿이 가득 있는 곳!

퍼뜩 생각난 듯 두 팔을 벌리고 흐뭇하게 말하는 무르를 보며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라스티카가 손뼉을 쳤다.

라스티카: 혹시 이번에 개최되는 소문의 전시회 말이니?

아서: 소문의 전시회?

라스티카: 네. 마법사들이 모이는 초콜릿 전시회가 열리거든요.

라스티카가 말하기를, 그 전시회는 서쪽 나라 변두리의 공연장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행사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수십년간은 개최되지 않았고, 회장도 닫힌 채였다고 한다.

라스티카: 최근 들어 수십 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공연장 문이, 신기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내 세계에서도 가끔 대대적인 초콜릿 축제가 열리는데, 그런 느낌인가…….)

마법사가 여는 초콜릿 축제. 도대체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는 초콜릿이 있을까.

네로: 그러고 보니 나도 들어봤어. 확실히, 행사의 주역이 되는 귀중한 초코가 있었지?

라스티카: 과거에는 초콜릿의 여왕으로 유명한 '안나벨라' 를 선보였었지.

무르: 응! 맛도 재료도 최고급인 초콜릿이래. 그걸 다들 여왕 안나벨라라고 불러. 고귀하고 품위있고, 한 입 먹으면 어라 신기해!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히스클리프: 사, 사랑받아?

무르: 그런 전설이 있어! 안나벨라를 먹은 사람은 누구나 빠져드는 매력을 얻을 수 있대. 그래서 다들 주목하고 있어. 전설의 초콜릿이 백 년 만에 선보일 수도 있으니까.

레녹스: 백 년인가……. 꽤 시간이 비었네.

라스티카: 상품 전시회는 비정기적인 개최지만, 안나벨라의 출품은 더 비정기적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안나벨라가 출품되는 것은 이 전시회뿐인 것 같아서……. '여왕의 전시회' 라고 불리고 있죠.

헤에…… 그러니까 그 전시회는 안나벨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군요.

하지만 개최될 때마다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신기한 전설이 덤.

왠지 두근두근거리네요. 신기한 매력을 얻을 수 있는 초콜릿이라니.

무르: 현자님도 누구나 빠져드는 매력을 얻고 싶어?

아, 아뇨. 매력을 손에 넣고 싶다고나 할까, 어떤 초콜릿인지 조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무르: 그러면 같이 여왕의 모습을 보러 가자!

에, 저도 가도 되나요?

무르: 물론. 그야 우리들의 현자님인걸! 게다가 여왕의 전시회는 초콜릿을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거부하지 않아.

아서: 그렇다면 나도 참석할 수 있을까?

라스티카: 나도 가보고 싶어. 초콜릿 향기에 이끌려 내 신부도 찾아왔을지도 모르니까.

히스클리프: 저도 어떤 초콜릿인지 관심이 있을지도……. 역시 생김새부터 다르려나.

네로: 여왕이라고 불리는 초콜릿……. 먹어보고 싶냐고 물어보면 먹어보고는 싶지만…… 진짜로 누구에게나 사랑받게 되면 조금 귀찮을 것 같네.

히스클리프: 그, 그런 말을 들으니 확실히…….

동쪽의 마법사인 두 사람은 착잡한 얼굴이 되었다. 조용한 삶을 좋아하는 이들로서는 오히려 머뭇되는 요소일 수도 있다.

레녹스: 무르, 안나벨라 말고 또 어떤 초콜릿이 있지?

무르: 그 어느 것도 특이하고 신통한 일품이야. 외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나, 새로운 식재료를 도입해서 창작한 것이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 뿐! 그 길의 현인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자신작만이 모여들고 있으니까.

라스티카: 멋있거나 귀엽거나. 양 모양의 초콜릿도 있을지도 모르겠네.

레녹스: 양 모양의 초콜릿인가……. 루틸이나 미틸이 좋아할 것 같아.

(모두들, 여왕의 전시회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나로서도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모두에게 줄 좋은 초콜릿을 찾을 지도 몰라. 아직 보지 못한 초콜릿 얘기로 들떠 있는데, 무르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무르: 그러면 모두 같이 가보자! 여왕의 전시회에!









며칠 후, 드디어 여왕의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나는 모두와 함께 큰방에 모여 있었다.

아서: 현자님, 기다리셨습니다.

오즈: …….

안녕하세요, 아서. 오즈도 같이 와주는 건가요?

아서: 네. 조언을 듣자고 제가 권유했어요.

오즈: 초콜릿을 분간할 수는 없지만…… 선처하지.

샤일록: 안녕하세요, 현자님. 회장 안내역이라면 맡겨주세요. 여러 번 참여했으니까요.

무르: 샤일록은 원래부터 갈 생각이었대!

고마워요. 든든해요! 샤일록도 안나벨라를 알고 있나요?

샤일록: 네. 좀처럼 볼 수 없는 변덕스럽고 매력적인 여왕이라고.

레녹스: 루틸과 미틸도 같이 가자고 했는데, 다른 계획이 있다고 해서 선물을 사가지고 가려고요.

라스티카: 클로에와의 예정이라는 것 같아. 그도 오고 싶어했지만, 대신 오늘을 위한 옷을 준비해줬어. '아모레스트 비엣셰'

와아……!

 

라스티카가 주문을 외우자 금세 우리의 옷이 변했다. 모두 쇼콜라의 데코레이션을 연상시키는 공들인 의상이다.

라스티카: 여왕의 전시회는 복장에 초콜릿 색을 도입하는 게 드레스코드입니다.

무르: 최고! 뜯고 싶어져!

무르: 다들 준비됐어? 그럼 출발!











오즈의 마법으로 우리는 여왕의 전시회장으로 왔다. 휘향찬란한 건물의 큰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대단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궁전의 무도회 같은 큰 방. 샹들리에의 불꽃이 흔들리는 소파 공간에서는 마법사들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색도 모양도 다양한 초콜릿을 즐기고 있다.

라스티카: 소문대로 여왕의 이름에 걸맞는 우아한 전시회네. 카카오와 와인의 향과 모두의 웃음소리가 달콤하고 향기로운 선율을 자아내고 있어.

아서: 이 층은 초콜릿을 시식할 수 있는 살롱같네. 위에 가보면 초콜릿 전시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안나벨라는 벌써 출품되어 있을까요?

무르: 아직이 아니려나. 안나벨라가 나왔으면 더 시끄러웠을거야!

샤일록: 네. 안나벨라는 주역이 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주최자 측도 발표를 초조하게 하는 겁니다. 애초에 안나벨라를 구하려면 우선 구매권을 획득해야 하고, 아무나 구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네로: 그런거야?

샤일록: 네. 입수 방법은 매번 조건이 달라요. 그 조건은 전시회의 후반부에 발표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참고로 저번에는 마법이 아닌 완력 승부로 이겨낸 자에게 구입권이 주어졌었죠.


3화


에, 마법사들이 모이는 전시회인데 완력으로 겨루는 건가요?

샤일록: 후후, 서쪽 나라다운 변덕스러운 주최자죠. 이번에도 같은 조건으로 경쟁한다면…….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레녹스에게로 쏠렸다.

레녹스: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르: 레녹스가 있으면 든든하네! 마력의 승부라면 오즈에게 부탁하자!

오즈: …….

아서: 아니, 그때는 내가 맡을게. 평소에 단련한 성과를 살릴 수 있을 거야.

(쉽게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초콜릿……. 정말 여왕님 같은 느낌이네)

안나벨라가 선보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해서 그때까지 각자 자유롭게 공연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네로: 난 저쪽을 보고 올게. 신경쓰이는게 있어서.

히스클리프: 아까 봤던 트러플?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네로: 아아, 물론.

샤일록: 즐겁게 다녀오세요. 저는 일단 이 소파에서 홍차를 마시며 숨 좀 돌리겠습니다.

라스티카: 그거 좋네. 그러면 받은 홍차의 맛에 가장 잘 어울리는 초콜릿을 찾는 건 어떨까?

레녹스: 그러면 나도 여기에 남을게. 루틸들도 홍차에 맞는 초콜릿을 선물받으면 좋아할거야.

무르: 나는 한 번 둘러보고 올게! 현자님도 같이 갈래?

네, 꼭 부탁드려요!

아서: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오즈 님도 함께 어떠신가요?

오즈: 아아.











샤일록: 설마 그 오즈가 초콜릿을 고르는 모습을 두 번이나 이 눈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레녹스: 예전에 선생님들끼리 과자 마녀의 성에 갔을 때였지. 그때도 오즈 님이 모두에게 줄 선물인 초콜릿을 골라줬다고 했는데.

라스티카: 현자님의 세계에서는 '두 번 일어난 것은 세 번째도 일어난다' 라는게 있는 것 같아. 운이 좋으면 세 번째 목격자가 될 지도 모르겠네.

샤일록: 세 번째가 있다면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해야겠죠. ……아아, 거기 분. 이 홍차에 어울릴 것 같은 초콜릿 몇 개를 골라주실 수 있겠나요? 가능하다면 진한 것으로.

웨이터: 알겠습니다.

레녹스: ……스스로 찾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골라주기도 하는 건가.

샤일록: 네. 자기 발로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재미도 쏠쏠하죠? 남의 손에 맡김으로써 뜻하지 않는 만남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처럼.

웨이터: 기다리셨습니다. 코냑을 듬뿍 쓴 여기 이 쇼콜라는 어떠신가요? 향기롭고 싱싱한 엄선된 포도를 사용하여, 두툼한 프랜디의 풍미가 찻잎을 돋보이게 합니다.

라스티카: 고마워. ……아아, 정말 좋은 향기. 홍차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이렇게 예쁜 초콜릿을 골라주다니, 넌 분명 내 신부임에 틀림없어.

웨이터: 에?

라스티카: 자, 새장으로 들어 와. 초콜릿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들려줘.

웨이터: 에, 저기. 에…………!

레녹스: 뜻밖의 만남……?

샤일록: 물론 예외도 있는거죠. 그는 나중에 돌려드리겠습니다.










히스클리프: 이 플로어가 전시공간…….

네로: 보이는 게 온통 초콜릿 투성이네. 오늘 중으로 전부 다 돌 수 있을까……?

히스클리프: 다 예뻐 보여서 자꾸 눈이 쏠리네. 아…… 시계 모양 초콜릿이 있어.

네로: 헤에, 태엽 장치로 실제 시계 같은 부품을 초코로 재현했대.

히스클리프: 대단해……. 정말 전부 초콜릿으로 만들었구나. 작은 부품까지 하나하나 만들어 조립하다니, 시간도 끈기도 꽤 걸리겠지만 재밌겠다…….

네로: 여기 초콜릿은 그날 날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아.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단맛이 강해진다고 했어. 초콜릿 안에 특별한 향신료라도 들어있는 건가. 조금 신경 쓰이네…….

히스클리프: ……후후, 역시 네로는 요리에 관련되면 눈이 진지해지지.

네로: 그래? 그렇게 말하는 너도 꽤 즐기고 있나 봐. 사람이 붐비는 것 같으면 바로 말 해.

히스클리프: 응, 괜찮아. 사람은 많지만 다들 초콜릿에 빠져서 말도 잘 안 걸고……. ……아.

네로: 왜 그래?

히스클리프: 이 초콜릿, 고양이 모양이야. 현자님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아?

 

네로: 오, 진짜다. 현자 씨의 선물로 사갈까?

히스클리프: 응. 파우스트 선생님도 좋아하실지도. 시노에게도 선물을 사가야겠다.

네로: 단 거랑 쓴 거, 어느 쪽으로 하지?

히스클리프: 시노는 둘 다 좋아할 것 같은데…… 본인에게 물어보면 '제일 맛있는 초콜릿이 갖고 싶어' 라고 할 것 같아.

네로: 하하, 상상되네. '제일 큰 거' 이런 것도 좋아할 것 같아. 다른 초콜릿보다 강할 것 같다면서…….

점원: 어서오세요. 이 상품 전시회에서 가장 큰 초콜릿을 찾으시나요?

히스클리프: 네, 네!

점원: 그러면 이쪽의 성을 모티브로 한 초콜릿은 어떠실까요?

네로: ……응? 근데 이거, 그렇게 크지는 않네. 손바닥에 올라가.

점원: 지금은 마법으로 작게 하고 있습니다. 먹을 때 마법을 풀면 진짜 성만한 크기로 돌아가죠.

네로: 진짜 성!? 그거 다 먹을 수 있는 거야?

히스클리프: 여, 역시. 보통의 초콜릿으로 할까…….








점원: 자, 둘러봐 주세요. 빛으로 숙성시켜 위스키를 듬뿍 사용한 독약처럼 달콤한 쇼콜라입니다. 이 가토 쇼콜라는 선대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레시피를 고안핸 것으로, 한입 먹을 때마다 한 살이 젊어진다고…….

대, 대단해……! 상품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봐야할지 모르겠어.

전시 공간에 늘어선 것은 언뜻 보기에는 초콜릿인지 알 수 없는 형태를 한 것, 특이한 맛을 한 것, 신기한 효과가 있는 것, 원래의 세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여러 가지 초콜릿이 있어서 둘러보기만 해도 너무 설레었다.

(사로네제 씨의 성에 있던 초콜릿도 희귀한 것이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서 재밌어……!)

무르: 현자님, 어때? 즐거워?

네, 엄청요! 이만큼 종류가 있으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초콜릿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서: 아…… 현자님, 봐 주세요. 이것도 초콜릿일까요?

아서가 가리킨 것은 여러 장의 트럼프로 짜여진 피라미드형 오브제였다.

트럼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회장에 장식되어 있다는 것은…….

무르: 물론 이것도 초콜릿! 게다가 사기꾼 전용 트럼프. 초콜릿은 먹으면 없어지니까. 게임 중에 먹으면 돼!

아서: 과연…… 식품이라는 특성을 살린 사용법인가. 공부가 됐어.

무르: 이쪽에도 재밌는 초콜릿이 있어. 손을 가까이하면 차갑지?

와, 진짜다. 드라이아이스 같네요.

무르: 만지면 손이 붙어서 다시는 못 뗴버릴 정도로 차가운 영구동토 초콜릿이래!

그, 그건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오즈: …….

문득 우리들이 주고받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오즈가, 한곳에 시선을 멈추고 있다.

아서: 오즈 님, 뭘 보고 계시나요?

오즈는 천천히 우리를 곁눈질하며 다시 시선을 흘긴다.

오즈: ……저것을.

그 끝에는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섬세한 초콜릿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려져 있는 것은 설경에 우뚝 솟은 웅장한 산들과 숲의 나무들이다. 마법이 걸렸는지 가루눈이 조용히 쏟아지고 있다.

예쁘다……. 이건 북쪽 나라의 풍경인가요?

아서: 네, 그렇네요. 화이트 초코로 설산을 표현하고 가루설탕으로 눈을 내리게 하고……. 색감도 아주 아름다워요.

점원: 고객님, 안목이 높으시네요. 그것은 화가 겸 파티시에인 마법사가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며 만든 것입니다.

오즈: ……하나 받도록 하지.

(오즈의 성에서 보이는 풍경을 닮은 것 같아. 그래서 그리워하는 걸까……. 스노우와 화이트의 선물로 좋을지도)

어느 부스를 보더라도 각자 만들어낸 초콜릿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손님들도 다들 열심이어서 활기가 넘쳤다.


4화


신사: 너, 이 접시 위에 초콜릿이 한 알만 올려져 있는데. 이건 어떤 상품이지?

점원: 안목이 높으시군요. 그것은 입에 넣기만 하면 초콜릿 풀코스를 맛볼 수 있는 일품입니다. 상쾌한 오란젯의 풍미에서 시작하여 녹는 듯한 부드러운 달콤함의 화이트 초콜릿. 우유향이 빠진 곳에는…….

신사: 곳에는……?

점원: 궁금하시다면 이쪽 시식공간으로 와 주시길. 직접 맛보시길 바랍니다.

청년: 이야, 이건 기가 막히네! 정교한 유리 세공처럼 보이는데 이것도 초콜릿으로 되어 있다니.

점원: 네. 이쪽 부분에는 과일 색소를 섞은 특수한 초콜릿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서는 나이도 신분도 상관없다. 취미를 같이 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친밀하고 아늑한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오즈와 무르를 선두로 가게를 둘러보고 있는데 아서가 걸음을 멈췄다.

아서: ……이상한 색이네. 각도에 따라 푸른색도 금색도 보여. 이런 초콜릿은 본 적이 없어.

점원: 감사합니다. 쇼콜라티에가 백 년의 연구를 거듭하여 완성시킨 '극광의 노래' 라는 이름의 신작입니다. 얼음에 갇힌 세계로 날아드는 오로라를 형상화하여 희소한 꽃과 꿀을 아낌없이 사용하였습니다. 이 상품 전시회를 위하여 준비한 물건이죠.

아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눈길을 사로잡는 훌륭한 물건이다. 그런데 왜 이 전시회는 거의 개최되지 않는 거지? 어떤 출품도 최고품목으로 몇 번이라도 방문하고 싶어지는데…….

점원: 그것이야말로 주최자의 고집입니다. 만족할 만한 초콜릿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몇 백 년이 걸려도 개최할 수 없습니다. 초콜릿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들에 의한, 초콜릿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전시회니까요. 출품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연장에 열기가 있는 거네요…….

아마 이 상품 전시회는 오랜 세월에 걸쳐 주최자와 고객이 신뢰 관계를 쌓아 온 것이다. 점원의 말에서 그 긍지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아서: ……현자님, 괜찮으시다면 이 초콜릿을 함께 드셔주시지 않겠나요?

네, 꼭이요!

(오즈와 무르는…… 다른 곳의 초콜릿을 보고 있는 것 같네.)

아서는 점원에게 상자를 받더니 나를 근처의 소파로 에스코트 해주었다. 품위 있고 세련된 공간 속에서 손을 내미는 아서는, 신사적이고 평소보다 조금 어른스러워 보인다. 마치 은신처로라도 데리고 들어가는 듯한 스마트한 인도에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서: 현자님, 받아주세요.

와아……! 정말 예쁜 초콜릿이네요. 파란색에 금가루가 섞여 마치 라피스라즐리 같은……. 먹지 않고 이대로 계속 장식해 두고 싶을 정도예요.

아서: 그렇네요. 이런 예술품들을 입 안에서 녹여버리는 건 너무 죄 많은 일 같아요. 하지만 그 죄를 즐기는 것이 초콜릿의 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금 전에 해버렸습니다.

나도 동의하고 있었다. 반대로 이만큼 배덕감을 느끼게하는 과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먼저 먹어볼게요.

……와아, 맛있다! 엄청 달아……. 좀 더 개성있는 맛일 줄 알았는데, 먹기 편하고 맛있어요!

아서: 다행이다! 그럼, 저도 하나…….

 

아서는 긴 손가락으로 초콜릿 한 알을 집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우아하면서도 손끝에 닿은 배덕을 애써 감질나게 다루는 듯한 달콤한 몸짓이었다.

 

아서가 바라보는 깊은 파란색 조각은 탁하지 않는 보석 같고, 그의 눈동자와도 닮아 보인다.

아서: ……지금, 입 안에서 꽃 같은 풍미가 퍼졌습니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세련된 풍미에 아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말을 잇는다.

아서: 이것이 백 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맛이군요.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서는 웃었다. 같은 죄의 깊음을 맛 본 공범자에게 그렇게 하도록. 선물의 초콜릿을 사면서 잠시 현장을 둘러보다가 레녹스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서: 레녹스. 홍차에 맞는 초콜릿은 찾았나?

레녹스: 네. 스트레이트 티와 합치면 밀크티 같은 맛이 나는 초콜릿을 찾았습니다. 현자님들은 좋은 걸 찾으셨나요?

사실은 너무 많아서 고민이에요. 몇 개는 샀는데, 맛에 연연할지 외형적인 임팩트를 고집할지 고민이라서……. 어라? 그러고 보니 무르가 없네요. 방금까지 같이 있었는데…….

오즈: 저기에 있다.

오즈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무르가 있었다. 누구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무르? 그 분은…….

무르: 현자님! 이 부인으로부터 초콜릿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 안녕하세요, 여러분.

무르의 옆에 있던 사람은 고급스러운 초콜릿 브라운 드레스를 입은 부인이었다. 우리를 눈치채면 피식 미소를 지어준다.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친근한 미소가 매력적인 여자다. 잘 손질된 긴 곱슬머리가 너울너울 흔들리고 있다.

무르의 지인인가요?

무르: 전혀. 이제 막 알게 됐어! 이 사람이 춤추면서 공연장을 보고 있길래, 나도 춤추면서 얘기했어. 춤추면서 전시회를 보다니 재밌어!

???: 후후, 전시회가 너무 신나서 몸이 막 움직여 버렸거든.

레이디 쇼콜라: 실례.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레이디 쇼콜라라고 합니다.

레이디 쇼콜라……?

레이디 쇼콜라: 후후, 별난 이름이죠? 저는 초콜릿 평론가랍니다. 원조 레이디 쇼콜라인 이모님께 이름을 물려받았어요. 할머니께서 직접 전해 주신 초콜릿 지식을 바탕으로 초콜릿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고 싶어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무르: 선대의 레이디 쇼콜라라면 나도 알아! 전세계의 초콜릿을 다 먹어치웠다고 하는 초콜릿의 제일인자야. 너는 그 혈육이구나.

레이디 쇼콜라: 네. 저도 할머니를 따라 본 적 없는 초콜릿을 찾으러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는데……. 어머나, 그 초콜릿!

레녹스: 이거 말인가?

그녀는 레녹스가 들고 있던 초콜릿 포장을 보자마자 무르의 소개를 내팽겨치고 달려들었다.

레이디 쇼콜라: 그 초콜릿은 홍차와 곁들이면 맛있는데, 거기에 치즈를 더하면 깊이가 더해져 전혀 다른 맛이 나. 페퍼를 더 맞춰도 돼. 짜릿한 자극이 액센트가 되어서 최고야. 그리고 소금과 견과류도…….

이름 그대로 그녀는 마음속 깊이 초코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그 말투에서 열정이 전해져 온다.

신사: 방금 한 얘기 들었어? 저 초콜릿이 맛있나 봐.

숙녀: 레이디 쇼콜라라면 추천이라면 틀림없지. 당장 사자!

그러자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레녹스와 같은 초콜릿을 구하러 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일대에서 레이디 쇼콜라는 유명인사 같다. 그 영향력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레이디 쇼콜라: 초콜릿은 속이 깊어. 식재료나 조합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거야. 아아…… 거기 백발 아이, 네가 들고 있는 초콜릿도 아름다워.

아서: 고마워. 내 초콜릿은 이 분이 골라주신 거야. 아주 뛰어난 심미안을 가지고 계시니까.

오즈: …….

레이디 쇼콜라: 그렇구나. 좋은 센스를 가지고 있네, 당신.

오즈: ……그런가.

무르: 레이디 쇼콜라, 이름 그대로 정말 초콜릿을 사랑하는구나! 넌 벌써 마음에 드는 초콜릿을 찾았니?


5화


레이디 쇼콜라: 유감스럽게도 아직 아니에요. 저의 목적은 안나벨라 딱 한 개. 오늘 저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까요. 초콜릿의 최고봉이자 여왕이라고 불리는 안나벨라는, 저에게 있어서 동경이며 세계에서 가장 찾고 있는 초콜릿입니다.

레이디 쇼콜라는 그렇게 말한 뒤 조금 애타게 눈을 내리깔았다.

레이디 쇼콜라: 저는 전세계의 초콜릿을 알고 있습니다만, 안나벨라만은 만난 적이 없어서…….

무르: 안나벨라가 전시회에 출품되는 건 분명 백년 만이지!

레이디 쇼콜라: 네. 저번 출품은 내가 태어난 해였기 때문에, 계속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니까 꼭 갖고 말겠어!

라스티카: 이 얼마나 열정적인 분인가. 혹시 내 신부인게?

(응?)

그 목소리에 돌아보니 라스티카가 있었다. 옆에서는 샤일록이 우리에게로 우아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라스티카: 그 초콜릿 브라운 드레스는 나를 위한 신부 의상인가? 자, 들어와. 아름다운 너.

(위험해, 레이디 쇼콜라가 갇히고 말거야!)

라스티카, 그 사람은……!

하지만 조마조마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새장을 들고 다가오는 라스티카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보냈다.

레이디 쇼콜라: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 제가 사랑하는 건 초콜릿 뿐인 걸요. 당신의 신부가 될 수 없어요.

라스티카: 이런…… 이거 실례. 말씀대로 당신은 초콜릿의 신부 같아. 그 증거로 만지기만 해도 녹아버릴 것 같은, 가련하고 아름다운 드레스가 너무 잘 어울려.

레녹스: 라스티카가 순순히 새장을 치웠다…….

샤일록: 후후, 아무래도 그녀의 초콜릿 사랑이 이긴 것 같군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이디 쇼콜라. 그 유명한 선대의 이름을 이은 젊은 초콜릿의 일인자라고 소문 많이 들었습니다.

레이디 쇼콜라: 어머, 이쪽이야말로 영광입니다. 저는 이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최고의 초콜릿을 추구해 왔습니다.

라스티카: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군요. 저와 똑같네요. 사랑의 나그네, 레이디 쇼콜라. 당신의 사랑에게도 인사를 드리죠. 지금은 어디에?

레이디 쇼콜라: 안나벨라라면 이 공연장 어딘가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을 거야. 곧 선보이겠지만,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몰라. 나도 빨리 만나고 싶은데…….

라스티카: 그거는 점점 더 기대되는군요. 그러면 그동안 여행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랑을 찾아나섰던 긴 여정 이야기를.

레이디 쇼콜라: 네, 기쁘게! 하지만 아주 긴 이야기가 될 거야. 나는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온 세상의 초콜릿을 다 알며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아직 모르는 초콜릿은 여왕 안나벨라가 아마 마지막 하나. 긴 세월을 거쳐서 오늘에야 겨우 도착했다…….

무르: 마지막 초콜릿을 오늘 당도해버려서, 정말 괜찮아?

레이디 쇼콜라: 에?

그러자 그때 무르가 눈동자를 쨍그랑 빛내며 물었다. 레이디 쇼콜라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한다. 웃는 얼굴에 약간의 당혹감이 섞였다.

무르: 너의 인생 여행의 이유는 미지의 초콜릿과의 만남을 즐기는거였잖아. 하지만 그 종말은 곧 오고 말아. 너의 인생 전부를 희생한 여행의 종언을 기다리는 건 기뻐? 아니면 슬퍼?

레이디 쇼콜라: 무, 무슨……. 기쁜 것이 당연하잖아……!

무르: 그러려나? 욕망과 공허는 표리일체야. 욕망 끝에 있는 것은 공허이고, 공허 끝에 있는 것은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어.

레이디 쇼콜라: …….

무르: 여행의 끝을 맞이한 너는 다음에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너의 다음 재미를 알려줘, 레이디 쇼콜라.

다그치는 듯한 물음에 레이디 쇼콜라는 안색을 흐리며 시선을 돌렸다.

레이디 쇼콜라: 그건…….

샤일록: 실례했습니다, 레이디 쇼콜라. 젊은데도 이름을 대는 당신의 열정은 아주 멋집니다. 그의 말은 제발 신경쓰지 마세요. 도둑 고양이에게 놀아났다고 생각해 주세요. 나중에 잘 훈육해 둘테니까.

무르: 냐앙!

샤일록: 자, 슬슬 기다리시던 시간입니다. 여왕님이 선보일 준비가 된 것 같네요.

정말이다……. 꼭대기 층 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네요.

레이디 쇼콜라: 네, 빨리 가지 않으면! 그러면 여러분, 실례하겠습니다.

레이디 쇼콜라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네로: ……뭐야,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네.

히스클리프: 중앙의 광장에 초콜릿이 잔뜩 진열되어 있어……. 무슨 특별한 이벤트라도 시작되는 걸까.

네로, 히스!

히스클리프: 현자님, 모두와 함께인가요?

네. 슬슬 안나벨라가 출품된다고 들어서 보러 왔는데…….

라스티카: 엄청난 수의 초콜릿이네요. 전시회의 물건이 여기에 모여져 있는 걸까요.

중앙의 광장에 설치된 받침대에 줄줄이 다양한 초콜릿이 진열되어 있다. 화려한 그 광경에 주위의 환성이 터져 나온다. 요정 같은 초콜릿 상이나 형형색색의 트러플, 흘러내리는 초콜릿 폭포 등 모두 눈길을 끄는 물건들이다. 초콜릿 진열이 끝나자, 이윽고 중앙에 연미복 차림의 수염이 긴 남자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주최측 인사인 것 같다.

주최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초콜릿의 여왕 안나벨라의 등장입니다!

그가 소리 높여 선언하자 장내가 떠나갈 듯한 박수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것을 막듯이, 그가 오른손을 든다.

주최자: ……그러면 이번에 안나벨라를 입수하는 조건을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회장에서는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쥐죽은 듯 조용해지고 주최자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주최자: 사실 우리의 여왕은, 여러분의 눈앞에 진열된 갖가지 초콜릿 속에 그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에……?

회장이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초콜릿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주최자: 안나벨라는 원래 보석처럼 아름다운 색과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흔한 초콜릿 코팅을 입히고 모습을 바꾸고 있죠. 어쩌면 이 트레이에 있는 초콜릿이 안나벨라일 수도 있고, 이쪽 상자에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안나벨라는 확실하게 이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즉, 이번에는 이 많은 초콜릿 중에서 진짜 안나벨라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여러분에게는 입수 조건이 됩니다.

신사: 기, 기다려! 안나벨라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환상의 초콜릿이야. 진짜를 본 사람은 거의 없어. 게다가 모습을 바꾸다니, 이건 이전의 문제가 아닌가?

주최자: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초콜릿의 지식, 오감을 구사하시면 분명 진정한 여왕은 빛을 발할 것입니다. 단, 마법은 쓰지 마십시오. 이거다 싶은 초콜릿을 찾으시면 각 테이블에 있는 심사원에 가져다 주세요.

네로: ……진짜로 이 안에서 찾는 건가?

히스클리프: 그런가보네. 하지만 천 개는 되는 것 같고, 양이 너무…….

레이디 쇼콜라: 저라면 찾아낼 수 있어요!

모두가 당황하는 가운데 레이디 쇼콜라가 소리쳤다.

레이디 쇼콜라: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어도 문제 없어요. 왜냐하면 전 세계의 초콜릿을 전부 알고 있는 레이디 쇼콜라니까요!

신사: 오오, 역시 레이디 쇼콜라. 그러면 나도 도전해야겠어. 초콜릿 지식이라면 지지 않지.

숙녀: 나도 찾아볼게! 백 년만의 호기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레이디 쇼콜라로 촉발됐는지 주변 사람들의 사기가 높아져 간다. 당장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초콜릿을 집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던 아서의 파란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아서: 마치 보물찾기 같군. 우리도 참가해도 될까?

무르: 물론. 누가 제일 먼저 찾나 경쟁하자! 난 저길 보고 올게!

라스티카: 그러면 나는 저 피아노 모양의 초콜릿부터 찾아볼까.

레녹스: 별로 자신은 없지만 저도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저 화이트 초콜릿을 보고 와야지.

그러면 나도…….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