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루틸과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 그거 하나. 아…… 저것도 주세요.
중앙 나라의 상인: 현자의 마법사님……. 저기, 돈은…….
미스라: 저에게 요구를 한건가요?
중앙 나라의 상인: …….
미스라: 여기가 북쪽이었다면 죽였을텐데,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나요?
중앙 나라의 상인: 가, 가져가세요! 마음껏 가져가세요!
미스라: 하아, 네.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당신은?
루틸: 저는 남쪽의 마법사 루틸. 이 아이는 동생인 미틸이에요.
미틸: 안녕하세요…….
미스라: 하아…….
루틸: 물건을 사고 계셨나요?
미스라: 심심해서. 잘못하면 오즈가 가만있지 않을테니까요. 저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루틸: 저기, 미스라 아저씨……. 맞죠?
미스라: 미스라 아저씨.
루틸: 어렸을 때 뵌적이 있거든요. 기억 안 나시나요? 어머니의 친구라고 하시고, 미스라 아저씨라고 소개 받았었어요. 원숭이의 팔같은 걸 주셔서…….
미스라: 원숭이의 팔? 제가 당신들에게 그런 걸?
루틸: 네. 미틸은 아직 어머니의 뱃속이었지만.
미스라: 헤에…….
루틸: 아, 중요한 말을 까먹었네요. 저희 어머니는 마녀고, 성함은…….
미스라: 아무래도 좋아요. 기억 안 나니까.
루틸: ……아…….
미스라: 비켜주세요.
루틸: 죄, 죄송해요. 시간을 뺏어버려서…….
미틸: ……뭐야 저 녀석. 기분 나빠…….
루틸: 미안해, 미틸. 내 착각이었나 봐.
미틸: 북쪽의 마법사 중에 지인이라니, 있을 리가 없어요. 어머니는 위대한 마녀셨으니까요.
루틸: 또 그런 말을 하고. 북쪽의 마법사 분들도 좋은 분들이 많아.
중앙 나라의 상인: 잠깐, 형님. 아까 그 사람과 아는 사이야?
루틸: 에? 네. 그런데요…….
중앙 나라의 상인: 다행이다! 그 사람이 먹고 간 만큼 지불해 줘!
루틸: …….
미틸: 최악!
루틸: 그…… 그런 말 하면 안 돼. 지불하는 방법을 모르셨던 걸지도 몰라. 얼마인가요? 낼게요.
미틸: 형님은 너무 상냥해요! 북쪽의 마법사가 너무 제멋대로 하는 바람에, 마법사의 평판이 떨어지는 거라구요.
피가로: 여어 루틸, 미틸.
루틸: 피가로 선생님…… 레녹스 씨도. 뭐하고 계시나요?
레녹스: 수도의 복구를 도와달라고 부탁받았어. 괴이한 사건이 빈발해서 복구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의 망을…….
미틸: 그?
브래들리: 칫……. 봉사활동을 하면 사면이 있다고 쌍둥이가 그러잖아. 한시라도 빨리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도와야지.
루틸: 브래들리 씨.
미틸: ……또 북쪽의 마법사…….
…….
끝없이 넓은 어둠 속에 불타는 별들이 날아다닌다. 우주 공간 같은 곳에 나는 힘차게 떨어졌다. 아니, 공중에 떠있는 걸지도.
모두들! 모두, 어디에……!?
혼자 떠도는 공포에 정처없이 손을 뻗는다. 그 손을 누군가가 잡았다.
무르: …….
2화 또 한 명의 무르
무르……!
안심한 것도 잠시, 무르가 머금은 웃는 얼굴로 내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님을 깨닫는다. 지적인 눈빛은 칼처럼 날카롭고, 신사적인 미소는 훌륭한 마술처럼 그의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 똑같이 생겼는데도 다른 사람 같아.
무르: 실례, 현자님. 너무 놀래킨 것 같네.
무르는 춤을 추듯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당황하면서 그의 손바닥을 세게 뒤집는다. 혼자서 방황하는 것은 너무 무서우니까, 이 손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가 누군지는 몰라도.
처음 이 세계에 온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던 무르가 생각난다. '세계도 저도 꽤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요. 이 세계의 진실을 당신이 알아내줬으면 해.'
……당신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무르……?
입꼬리를 울리며 무르가 웃었다.
무르: 아니, 처음 뵙겠습니다야. 나는 계속 월식의 관에 있었어. 이 관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었으니까. 아득한 옛날 문명을 이룩했을 때부터 사람과 마법사가 남긴 보물이 잠들어 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의 조각도.
사랑하는 것의 조각……?
무르: 달의 파편…… 달의 돌이야. '거대한 재앙' 으로부터 온 작은 운석이지.
'거대한 재앙' 을……? '거대한 재앙' 이 가장 사랑하는 것인가요?
무르: 맞아. 사랑하고 있어.
나는 무르를 쳐다보았다. 잘 관찰해 보면 처음 만난 엘리베이터 안의 무르하고도 어딘가 느낌이 다르다. 아주 조금 도전적이고, 아주 조금 거만하다.
당신은 누구죠?
무르: 서쪽의 마법사 무르야. 철학자나 천문학자나. 기재의 발명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 샤일록은 이렇게 불렀었네. 달에 사랑하다 패가망신하는 민폐남 무르. 나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 희극의 제목…… 아니면 묘비의 이름 같아서 좋아.
앞에 있는 무르의 말도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불타는 별 같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빨려들 것만 같았다.
……당신은 누구……?
무르: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는 것은 지루해. 어프로치를 바꿔보면? 답은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야.
……당신은 저와 같이 있던 무르와 다른 사람? 아니면, 당신이 진짜 무르?
무르: 둘 다 정답이고 틀렸어.
……모르겠어…….
무르: 생각해봐. 나는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이 좋아.
무르는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무르: 가사된 듯 움직임을 멈추면서 머리와 마음 속을 숨가쁘게 더듬어 간다. 그 기색은 고요하고 생생하고 아름다워. 차갑게 반짝이던 별빛이 사실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정도의 열인 것처럼, 지성이란 세차게 불타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현자님, 진실의 탐구에 몸부림치는 그 사랑스러운 기색으로 내 정체에 다가와줘.
즐거워 보이는 무르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함께 있었던 무르도 괴짜였지만, 당신도 충분히 괴짜네요…….
무르:칭찬이네. 다른 누구랑 다를 게 없다면 살아 있는 의미도 없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무르를 바라보며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샤일록이 뭐라고 했었더라? 그에게서 무르의 이야기를 몇 번 들었을 것이다. 무르는 지적인 신사. 마법 과학 기술의 발명자. 하지만, '거대한 재앙' 의 비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바람에…… 영혼이 부서졌다.
……설마, 부서진 무르의 영혼……?
3화 신사가 아는 비밀
무르는 기분 좋게 내 손을 잡고 빙글 춤을 추었다.
무르: 정답! 난 세계에 흩어진 무르의 영혼의 조각 중 하나야. 형체 없이 이곳에 떨어져 있었지만, '거대한 재앙' 이 다가온 날 어째서인지 실체를 얻을 수 있었어. 그 아름답고 '거대한 재앙' 은 다가오면 영향을 준다. 이번에는 너무 가까이 와준 것 같아. 그러니 '거대한 재앙' 과 싸운 무르의 몸이 영향을 받아서 영혼의 조각이 실체화된 걸지도 모르지.
부서진 영혼이 실체화……. 그것이 무르의 기묘한 상처군요…….
무르: 기묘한 상처인가. 재밌는 말투네. 아주 마음에 들어.
저기…… 온 세계에 당신 같은 무르들이 있고, 다 모으면 무르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가요?
무르: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별로 찬성할 수 없어. 무르는 너무 영리해서 여기저기 관심이 떨어질 거야. 나는 나만의 탐구에 잠기고 싶어. 안될까?
저에게 말해도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무르: 그런가. 이런 안건은 어디로 신청해야 할까. 영혼의 조각에도 인권이 있으려나?
코…… 콕로빈 씨는 어째서 납치했나요? 탐구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무르: 납치하지 않았어. 안방으로 나가려는 걸 말린거야. 강력한 비술의 낌새가 있었으니까.
강력한 비술?
무르: 아아. 불성립한 인바카레가 조화롭게 변모하고 있어. 달의 돌을 매개로 했는데, 낡은 걸로는 약간 부족하지. 게다가 주인이 마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무…… 무슨 말인가요? 조금만 더 알기 쉽게…….
무르가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무르: '거대한 재앙' 을 부르려는 사람이 있어. 아마 전 세계에서. 이곳은 커다란 마법진의 일부일 뿐이야.
'거대한 재앙' 을 부르려고……?
무르는 미소를 머금은 채엿다. 나는 헷갈렸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전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다. '거대한 재앙' 이 오면 세상이 망한다고. 그래서 현자의 마법사들이 '거대한 재앙' 을 물리쳐야 한다. 그런데…….
'거대한 재앙' 을 초래하는 누군가가 있고, 그 때문에 큰 피해가 난건가요? 세계가 망해버리는데, 어째서…….
무르: 아쉽게도 그 답을 나는 몰라. 다른 무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다음에 일어날 비극 뿐이야.
비극…….
무르: 여기서 행해진 인바카레……. 즉, 달의 소환술은 성립되지 않았어. 다른 의미를 가진 기로 변질된 거야. 토비카게리가 나타났지. 북쪽의 쌍둥이들이라면 알지 않을까. 그들도 이제 노인이니까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샤일록: 그 손을 놓으세요.
갑자기, 무르의 목덜미에 파이프가 닿았다. 무르가 힐끗 뒤를 쳐다본다. 거기엔 샤일록이 있었다. 라스티카와 클로에 역시 뒤늦게 찾아온다.
라스티카: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클로에: 그 남자는…… 아까 보였던, 또 한 명의 무르!?
무르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샤일록을 곁눈질하며 웃고 있었다.
무르: 여어, 샤일록. 너의 파이프 냄새는 오랜만이네. 밤새도록 토론을 벌였던 날들이 생각나.
샤일록: 요설한 무르도 오랜만이네요. 당신은 무르의 영혼의 조각이죠.
무르: 맞아.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샤일록: 회수해서 무르에게 돌려줄 겁니다.
무르: 정말로? 내 친구 샤일록. 너는 정말 그런 걸 하고 싶니?
샤일록: ……무슨 뜻인가요.
무르: 너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 도둑고양이처럼 뒹구는 천진난만하고 안이한 나를.
샤일록: …….
4화 무르와 그 친구
무르: 너를 모욕하지 않아. 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어리석고 귀여운, 너만의 무르. 나를 좋아하고 싫어했던 네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리가 없어.
웃는 무르에게 샤일록은 뺨을 씰룩꺼렸다.
샤일록: ……밉살스러운 무르. 하지만 친구라고 부를 거라면, 조금 더 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하네요.
무르:이해할 생각이야. 너는 마법 과학 기술의 발명을 멈추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너의 거리는 오염되었고 동물들은 죽고 파도 소리는 멈췄어. 무조건 날 원망하는 게 분명해.
무르: 하지만 너는 의외로 집착적이어서 나를 향한 애착을 버릴 수가 없어. 너의 사랑하는 갈등으로 나를 계속 생각하고 있어.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꾸짖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틀려?
샤일록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면서 파이프의 흡입구를 천천히 입술로 가져간다.
샤일록: 제가 당신을 때려눕힌다면, 당신을 완벽한 모습으로 만든 후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무르: 바보네.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넌 이길 수 없어. 나는 너보다 강하고 똑똑하니까. 그래서 내가 싫었던 거지?
샤일록: '임비벨'
사랑을 속삭이듯 주문을 외우자, 무르의 몸이 파이프 연기에 휩싸였다. 독을 맞은 것처럼 무르의 몸이 보라색으로 변색되어 간다. 추하게 변해가는 무르를 샤일록은 얼어붙는 듯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샤일록: 늘 생각했거든요. 당신에게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무르: 아, 아, 아…….
샤일록: 걱정마세요. 새로운 무르에게는 제대로 할테니까.
샤일록은 사정없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무르에게 연기를 뿜었다.
라스티카: 샤…… 샤일록. 너무 심한게……. 눈을 가리고 싶어질 지경이라서…….
샤일록: 그러면 눈을 가리시는게?
무르: 아, 아…….
샤일록: '임비벨'
클로에: 가, 가차 없네……. 화났어, 샤일록…….
샤일록: 이 남자 말이 맞아요.
짧게 연기를 내뿜으면서 샤일록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샤일록: 저는 계속 무르에게 화나있고, 계속 복수를 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친근하게 생각하면서.
변색된 무르는 고통 속에 질퍽질퍽 녹아 형체를 잃어갔다. 이윽고 사파이어 색의 작은 조각이 된다. 사파이어 색 조각이 뚝 떨어지자마자, 우리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윽.
클로에: 하아……. 다행이다……. 그 이상한 공간은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만들었나보네…….
샤일록: 그런 것 같네요.
샤일록은 바닥에 떨어진 조각을 소중하게 주워 올렸다. 그때,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빗자루 위에 탄 무르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르: 우주였다! 봤어!?
클로에: 봤어! 그것보다 무르가 큰일이었어.
무르: 큰일?
샤일록: 벌써 끝났어요. 입을 벌리세요.
샤일록은 무르에게 퍼플 사파이어 조각을 내밀었다. 무르는 순순히 입을 연다.
무르: 아.
샤일록: 무르.
무르: 왜?
샤일록: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무르는 입을 다물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무르: 좋아해!
샤일록은 비로소 웃으며 무르의 입 속에 영혼 조각을 넣었다. 꿀꺽, 하고 혼을 삼킨 무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샤일록: 저도요.
무르: 아싸!
라스티카: 하하, 흐뭇한 광경이네.
클로에: 그런가……? 직전에 그 잔혹한 광경을 본 후라서 오싹오싹 속이 쓰린데…….
라스티카: 그들은 오래 살았으니까. 조금 우애가 과격할 뿐이야.
클로에: 라스티카도 오래 살았지? 우리, 과격하지 않은 쪽의 우애를 쌓자……?
라스티카: 노력할게. 무르, 영혼의 조각을 먹고 생각난게 있니?
무르는 눈을 깜빡이며 반지를 낀 오른손을 들었다.
무르: '에아뉴 랑블!'
콕로빈: 와앗……!!
콕로빈 씨!
무르가 마법을 부리자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콕로빈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5화 인연의 재회
무르의 얼굴을 보고 콕로빈 씨는 비명을 질렀다.
콕로빈: 그만! 죽이지 말아줘!!
샤일록: 괜찮습니다. 당신을 가둔 건 무르이기도 하고, 무르가 아니기도 해요.
콕로빈: 무, 무슨 뜻이지?
안방에 가지 못하게 가둔거래요. 당신을 돕기 위해서였어요.
콕로빈: 그…… 그랬던 거군요. 평생 갇히는 줄 알았어. 현자님,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라면 그들에게. 도와준 건 제가 아니라 그들이니까요.
콕로빈: 아…… 감사합니다. 현자님의 마법사분들.
클로에: 괜찮아! 그런 것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
콕로빈: 에, 분명…… 월식의 관 관리인의 부탁을 받고 혼자서 월식의 관을 돌아다녔었어요.
라스티카: 대단하네. 당신은 아주 용감하시군요.
라스티카의 칭찬을 받고 콕로빈 씨는 수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콕로빈: 아, 아뇨. 천만에! 원래 겁이 많아요. 그렇지만 빗자루에 얹혀져 하늘을 날거나 해서…… 다른 자신이 될 것 같았다고나 할까, 다신을 바꾸어 보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콕로빈: 아아, 죄송해요! 쓸데없는 얘기였네요. 어쨌든 관을 구경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안 좋은 분위기가 나는 문을 발견했어요. 각오하고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무르가 나타나 밤하늘 같은 곳으로 날아가 그 뒤로 계속 헤매고 있었어요.
클로에: 그거 큰일이었네.
샤일록: 불쾌한 분위기의 방……. 그곳으로 저희를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콕로빈: 네, 물론이에요.
중앙의 기사: 어서오세요, 카인 님.
카인: 우왓……. 수, 수고했어.
중앙의 기사: ……? 괜찮으신가요? 피곤하신게 아닌지……?
카인: 미안해. 요즘 눈이 안 좋아서.
중앙의 기사: 그거 큰일이군……. 당장 의사를……!
카인: 아니아니, 별 일 아니니까. 그냥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을래?
중앙의 기사: 손을…… 잡아요……?
카인: 아아, 딱 한 번만.
중앙의 기사: 중앙의 나라 최강의 기사라 불려진 전 기사단장이자 영우 카인 님의 손에……. 분명이 여신의 행운이겠지요!
카인: 그런 과장은…….
중앙의 기사: 하지만, 손톱 안이 더러워져 있습니다. 지금 당장 씻어서……!
카인: 됐으니까, 됐으니까. 여긴가?
중앙의 기사: 아…….
카인: 아아, 드디어 보였다.
중앙의 기사: ……카인 님의 손, 크다…….
카인: 뭐 그렇지. '거대한 재앙' 의 내습으로 기사단에 피해는 없었나? 올해는 현자의 마법사들도 고전하고 큰 피해를 입었어. 너희들은 괜찮았나?
중앙의 기사: 네. 카인 님의 지도 덕분에……
니콜라스: 뭘 하고 있나. 자리로 돌아가.
중앙의 기사: 네……!
카인: 나와 이야기하고 있었어.
니콜라스: 경어를 써라.
카인: 저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니콜라스 기사단장. 아니, 지금은 마법 과학 병단 대장인가.
니콜라스: 내 뒤를 이어 네가 기사단장이 된 것도 과거의 이야기다. 마법사라는 것이 발각돼서 기사단장 자리에서 나오게 됐다면서. 어쩐지, 인간의 검술 실력이 아니었다.
카인: 당신과 싸웠을 때 마법은 쓴 적 없어.
니콜라스: 경어.
카인: 없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이상해. 마법을 싫어했었는데, 어째서 마법 과학 병단에 지원했지?
니콜라스: ……네가 알 턱이 있나.
카인: 하?
니콜라스: 방금처럼 중앙의 기사단에 대해 관계자 같은 행동은 하지 마라. 넌 외부인의 마법사야.
6화 무너진 동네에서
니콜라스: 마법사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지. 어떠한 문에도 잠입할 수 있다. 쉽게 국가기밀을 입수할 수도 있고.
카인: 무슨 뜻이지. 내가 나라를 판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니콜라스: 마법사는 조직을 불안하게 만든다. 기사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아서 전하의 호의를 받들지 말고, 동료를 거느린 채 이 성에서 나가라.
카인: 너…….
카인: ……! 엎드려!
니콜라스: ……!?
오웬: 이런이런. 왜 감싸줬어?
카인: 오웬……!
오웬: 죽이려고 했는데.
니콜라스: 네놈……!
카인: 도망가. 네가 당해낼 상대가 아니야.
니콜라스: 시끄럽다! 북쪽의 마법사 오웬, 여기까지 내려와라. 무릎을 꿇고 그 가방의 내용물을 꺼내.
오웬: 가방?
니콜라스: 그래. 의심스러운 물건을 성에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니까.
오웬: 상관 없지만, 이 가방을 열면 넌 죽을거야.
니콜라스: …….
카인: 가. 아아, 가주세요. 여긴 내가…….
니콜라스: ……윽, 괴물 놈……!
카인: …….
오웬: 아하하, 너는 감싸줬는데 나랑 같이 욕먹었어. 사람으로 보면 우린 똑같은 괴물이야, 자상한 기사님.
카인: 똑같을 리가.
오웬: 똑같아. 아하하……!
카인: ……사라졌다…….
카인: ……젠장…….
중앙 나라의 사람: 저기, 전해를 치우는 것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레녹스: 알겠습니다.
브래들리: 젠장……. 뭐가 사면이냐. 왜 브래들리 님이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건데.
피가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마.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 자유의 몸으로 있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미틸: 피가로 선생님, 잠깐 와주세요.
피가로: 지금 갈게.
브래들리: ……너는 뭔데. 남쪽의 마법사 따위와 어울리면서. 북쪽의 마법사 피가로. 네놈이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놈들은 모두 노예로 만들 수 있어. 아니면 무력한 인간들을 살릴 수도 있지.
피가로: 인간을 좋아해서 그래. 그리고 내출신은 저 아이들에게는 비밀이야. 입 밖에 내면 끝장이야, 브래들리.
브래들리: 칫…….
피가로: 그러면 다녀올테니까, 다음은 레녹스에게 물어봐. 레녹스, 그를 부탁할게.
레녹스: 알겠습니다. 브래들리, 잔해를 건너편 광장으로 옮겨 줘. 사람이 말려들지 않게 조심해.
브래들리: 젠장, 귀찮네……. 자! 이러면 되냐?
레녹스: 아아, 고마워.
브래들리: 흥……. 너는 피가로만큼 세지 않아. 내가 너를 죽이고 도망치면 어떡할건데?
레녹스: 곤란하네.
브래들리: 그것 뿐이냐!?
레녹스: 아니…… 정말로 곤란해.
브래들리: 흥.
레녹스: 작업을 계속해 줘. 이 길을 지나가게 되면 모두 괜찮아질거야.
브래들리: 착한 척이나 하고. 좋은 거 알려줄게. 너 같은 멍한 녀석이야말로 여차하면 여자애를 덮치고는 하지. 흥분해서 분별을 잃으면서.
레녹스: …….
7화 미틸의 마음
브래들리: 흐흥, 화났냐? 잘 알고 있지. 나에게는 많은 부하들이 있었으니까.
브래들리: 어이, 뭐라고 좀 해 봐.
레녹스: 수다를 좋아하는구나.
브래들리: 아아!?
레녹스: 미안하지만, 난 잘 못해. 순간적으로 말이 안 나와서 말이지……. 루틸한테도 자주 듣는데.
브래들리: ……진짜로 멍한 녀석이군. 독기가 싹 가버리네.
레녹스: 그런가.
브래들리: 아아.
레녹스: 작업을 계속해 줘.
브래들리: 시끄럽네! 아까도 했다고! 정말이지…….
중앙 나리의 아이: 마법사 씨!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빵, 엄마가…….
레녹스: 고마…… 아…….
브래들리: 내가 일하고 있어. 내가 먹는다.
레녹스: 배가 고팠던 건가.
브래들리: 그래.
레녹스: 그런가. 배가 고프면 짜증나지.
브래들리: 배고프다고 투덜대고 있었던 게 아니야! 정말이지, 남쪽의 마법사들은 태평하군……. 흥…… 저 녀석의 빵, 맛 없지는 않네.
중앙 나리의 아이: …….
브래들리: 뭘 봐. 너도 먹어버린다.
중앙 나리의 아이: 으아앙…….
레녹스: 어린애를 겁주지 마……. 고마워. 어머니께 안부 전해줘.
중앙 나리의 아이: 응…….
미틸: 잠깐! 왜 괴롭히고 있는 건가요!
레녹스: 미틸.
브래들리: 뭐야, 너. 너도 울려줄까.
미틸: 마…… 마법사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면 곤란해요.
브래들리: 나는 곤란하지 않아. 곤란한 건 너처럼 착한 척 하는 약한 놈들 뿐이잖아. 약하도 해도 사람보다는 강할 텐데, 뭘 사람 비위를 맞추고 있어?
미틸: 비위 맞추는 게 아니에요! 모두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브래들리: 그러니까, 왜 사이좋게 지낼 필요가 있는 거냐고? 우리는 혼자서도 살 수 있잖아. 거리가 잔해에 묻히면 잔해에 묻히지 않은 거리를 찾으면 돼. 이런 빌어먹을 짓 하지 말고. 새로 마음에 드는 거리를 찾아서 네놈의 세력권에 해두면 되잖아.
미틸: 이곳은 모두가 살던 동네에요. 모두 여기에 애착이 있는 거라고요.
브래들리: 모두잖아. 난 아니야.
미틸: 곤란할 때에는 서로 돕는 거죠! 모두와 함께 살기 위해서…….
브래들리: 그러니까, 왜 모두냐고. 왜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건데.
미틸: 보통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고, 좋아하고 싶고, 싫어하고 싶지 않아요! 북쪽의 마법사한테는 아닐지는 몰라도!
브래들리: 아아, 모르겠네. 왜 좋아하고 싶은데? 왜 미움 받는 게 싫어?
미틸: 그건…….
브래들리: 몰라? 대답을 못한다는 건 너도 같은 처지잖아.
미틸: …….
브래들리: 흥, 쓸모없네.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두 모두 거리고 있었던 거냐.
미틸: ……. ……내가…….
브래들리: ……어이, 우는 거냐? 이래서 꼬맹이는…….
레녹스: 브래들리, 그쯤 해둬.
미틸: 내가 강한 마법사가 된다면, 절대로 너를 쓰러뜨리고 말 거야…….
브래들리: …….
미틸: 절대로, 절대로. 가차없이 해치워버리겠어!!
브래들리: ……큭큭……. 아하하! 그거 좋네!
미틸: 뭐가 웃긴가요!?
브래들리: 짜증나는 녀석을 쓰러뜨리고 싶다는 건 나도 알기 쉬운 이치야.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야, 남쪽의 꼬마. 너는 의외로 북쪽의 삶이 성에 맞을 수도 있어.
미틸: ……누가 북쪽 따위에게! 너같은 나쁜 놈하고 같은 취급 하지 마!
피가로: 미틸, 무슨 일이니.
8화 예언의 아이
미틸: 피가로 선생님……. 북쪽의 마법사가 몰상식한 소리만 해요…….
피가로: 이런이런, 북쪽의 마법사는 몹쓸 놈들이야. 피가로 선생님이 지켜줄게.
브래들리: 피가로 녀석…… 이 이중인격 놈이…….
레녹스: 자, 한 번 더 일하자. 간다.
브래들리: 끌지마! 알겠냐!? 날 막지 말라고! 다음에 뭘 할지 결정하는 건 나…….
레녹스: 알았어. 그럼 네가 알아서 해 줘도 돼. 일단 잘 먹고.
브래들리: 잘 먹으라니……. 어이, 너 날 얕보고 있는 거지!
피가로: 아이고 시끄러워라. 미틸, 이제 괜찮아.
미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왜?
미틸: 저, 강해지고 싶어요……. 강한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저에게도 강한 마법을 알려주세요.
피가로: …….
미틸: 제가 강했다면 브래들리 씨도 말을 들어줬을 거예요! 제가 하는 말은 맞으니까! 형이나 피가로 선생님이 가르쳐 준, 모두를 위한 옳은 거니까! 그러니까 강해지고 싶어요. 피가로 선생님, 어쨰서 강한 마법을 가르쳐 주시지 않는 건가요? 저에게는 마법의 소질이 없는 건가요……?
피가로: 그런 거 아니야. 미틸은 아직 어리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미틸: 하지만…….
피가로: 그리고 지금의 미틸은 정말로 모두를 위해서 강해지고 싶은 걸까?
미틸: 에……?
피가로: 브래들리한테 진 자신을 위한 게 아니야? 그 모두의 안에, 브래들리는 들어 있어?
미틸: …….
피가로: 진정하고 제대로 생각해 봐. 자신의 욕망을 모두를 위한 정의로 만들면, 마음에 안 드는 놈을 처형하는 독재자와 똑같아. 브래들리 때문에 속상했지. 그러면 다음엔 그에게 올 말을 찾아보자. 큰 힘 따윈 필요 없어.
미틸: ……네…….
피가로: 아, 봐. 루틸이 저쪽에 있어. 뭔가 곤란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와주고 오렴.
미틸: ……알겠습니다. 다녀올게요.
피가로: 응, 다녀와.
피가로: ……곤란하네……. 미틸도 눈치챈건가. 내가 일부러 강한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미틸, 미안하지만 너에게는 평생 가르쳐줄 수 없어.
스노우: 브래들리의 감시를 남쪽의 마법사에게 떠넘겨버렸는데, 괜찮으려나?
화이트: 피가로가 있으면 문제 없네. 예언의 아이도 아직 이상하지 않은 것 같고.
스노우: 치렛타가 죽기 전에, 우리가 예언했었지.
스노우 / 화이트: 우리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는다.
스노우: 치렛타가 다음에 낳을 아이는, 남쪽의 마법사를 전멸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화이트: 실제로 그 아이를 낳고 위대한 대마녀 치렛타도 죽어버렸지.
스노우: 자 그럼, 어떻게 되려나. 예언의 성취가 10년 후일지, 100년 후일지는 모르겠지만…….
미틸: 형님……. 어라? 같이 있는 그 아이는…….
루틸: 거리 수리를 도와줬어. 하지만 약간 질문 공세를 받고 있어서…….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저기, 어떻게 하면 마법사가 될 수 있어? 어떻게 하면 나도 마법을 쓸 수 있어?
미틸: ……마법사가 되고 싶은 건가요?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응! 마법을 쓸 수 있으면 여러 가지 할 수 있고, 일도 곤란하지 않잖아!
루틸: 인간이 마법사가 될 수는 없어. 태어났을 때 정해지거든.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하지만 인간에게도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
루틸: 서쪽에서 시작된 마법 과학을 말하는 건가? 그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어.
루틸: ……어라? 배가 부풀었네. 무슨 일이야? 옷 밑에 뭘 넣은거니?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일 때문에 조금!
미틸: 무거워 보이네요. 괜찮나요?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괜찮아! 현자의 마법사인 미스라 님에게 부탁받은 중요한 일이니까!
루틸: 미스라 씨에게……?
9화 책략의 마법사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아, 볼일이 생각났어! 나, 가지 않으면 안돼! 그러면 나중에 봐……!
루틸: 아…….
루틸: 미스라 씨…… 저런 아이에게 뭘 부탁한걸까.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아! 있다있다. 미스라 씨!
미스라: …….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현자의 마법사들을 만났어! 미스라 씨의 말대로 만나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어! 그래도 점점 커지고 있어! 봐봐……
미스라: 옷 풀어헤치지 마요. 사람들 앞에 그걸 내놓지 말라고 했잖아요.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미, 미안해……. ……저기, 시키는 대로 하면 정말로 이거 나 주는 거야? 대단한 보물이잖아?
미스라: 물론.
중앙 나라의 마른 아이: 아싸! 팔면 분명 부자가 될 거야! 이런 예쁜…… 달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여기가 안방……. 이쪽으로 들어가려다가 콕로빈 씨가 말려진 거군요.
콕로빈: 네, 네…….
라스티카: 이건 너무하네……. 모르고 들어가면 마음이 붕괴됐을 수도 있어요.
클로에: 그런 거야……? 난 잘 모르겠는데…….
샤일록: 모든 것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귀찮고 강력한 술수가 파탄나서 장의 질서가 오염되어 있는 거예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건가요?
샤일록: 어떤가요, 무르.
무르: 해볼게.
무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반지가 반짝이는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무르: '에아뉴 랑블'
……!
순간, 공기가 엄청난 소리를 냈다. 떠돌던 싫은 기색이 마음 탓인지 희미해진 것 같다.
무르: 일시적으로 이치를 짰어. 하지만 금방 헷갈리기 시작할 것 같아. 안으로 들어가려면 서둘러!
알겠어요.
샤일록: 얼마나 갈 것 같나요?
무르: 내가 하늘에서 중간 고리로 세 바퀴를 돌 정도!
샤일록: 100초 정도네요. 클로에, 당신은 콕로빈이랑 여기에 있어주세요. 10초 전에 되면 초읽기를 해주시고요.
클로에: 알았어!
콕로빈: 조심하세요!
우리는 안방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나아갈 때마다 사이가 희미해져서 방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인다. 라스티카가 작게 내뱉었다.
라스티카: ……무슨 짓을…….
사이사이로 떠오른 것은 원형으로 늘어놓은 많은 양의 인골이었다. 뼈와 뼈가 초록의 가시덤불로 엮여져 있다. 그것은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우리를 압도했다. 인골로 만든 거대한 고리의 중앙에는 제단 같은 것이 있었다.
샤일록: ……가시덤불의 담쟁이덩굴. 이건 살아있는 공물을 융합할 때 쓰는 순서입니다만…….
라스티카: 살아있는 제물은 준비하지 못했어. 그래서 낡은 뼈를 대신으로…….
수많은 인골을 바라보며 라스티카는 슬픈 듯 눈을 내리깔았다.
라스티카: 불쌍하게도……. 여기 있는 것들은 들판에 널려 있던 것들이 아니야. 애도받고 잠든 사람들의 것이지.
조상당해 잠들어 있었다……. 혹시 이 뼈는 묘지에 있던 뼈가 아닐지……. 그렇다면, 묘지 훼손의 범인이 여기서…….
무르는 물끄러미 제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르: 매개가 없어.
매개……?
라스티카: 이만큼 강력한 마법진을 만들려면 매개가 필요합니다. 별의 원석이나 신목, 영웅의 유품…….
샤일록: 월식의 관에 있던 것 중에 가장 적당한 매개체는…….
무르: 달의 돌.
라스티카: 달의 돌!? 달의 돌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 무엇보다 파탄난 마술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달의 돌이 계속 가지고 있어. 빨리 찾지 않으면 큰일이 나.
10화 관에 감춰진 진실
라스티카: 대체 누가, 뭘 위해서…….
라스티카의 물음에 나는 조금 전 무르의 말을 떠올렸다.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말했어요. 누가 달을 부르려고 했고, 이건 큰 마법진의 일부라고…….
샤일록: '거대한 재앙' 을 부르려고 했다……?
라스티카: 그 탓에 이런 피해가!? 아아, 이럴 수가…….
그 외에도…… 달의 소환술은 성립되지 않았다. 다른 의미를 가진 비기로 변질됐다고.
샤일록: 다른 의미를 가진 비기……? 대체 무슨 뜻인가요……?
토비……. 토비, 뭐라고 했었는데. 쌍둥이라면 뭔지 알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클로에: 10!
클로에의 목소리가 울려서 우리는 얼굴을 딱 마주보았다.
클로에: 9! 8!
라스티카: 지금은 먼저 방을 나갑시다. 현자님, 이쪽으로.
네!
샤일록: 가죠, 무르. ……무르?
무르: 저거, 뭘까?
무르는 제단까지 날아가서는 그 밑을 들여다보고 뭔가를 잡아당기려고 했다.
무르: 어라? 붙어 버렸어…….
클로에: 5! 4! 3!
샤일록: 무르! 빨리!
무르: 잠깐만, 기다려…….
클로에: 2! 1!
무르: 잡았다!
샤일록: '임비벨!'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무르가 날아감과 동시에 샤일록과 라스티카의 주문이 겹쳐졌다. 무르를 감싸려던 어둠이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무르는 무사히 우리에게로 왔다. 뭔가를 손에 쥔채로.
클로에: 깜짝 놀랐다! 늦을 줄 알았어! 정말이지, 걱정시키지 마!
무르: 이거 봐!
클로에: 뭐야 이게……?
무르가 우리에게 보여준 건 반쯤 용해된 무언가의 과학도구였다.
샤일록: 마법 과학의 구동장치 같네요. 마나석의 마력을 구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다지 볼 수 없는 형태입니다만…….
콕로빈: ……이건…… 중앙 나라의 마법 과학 병단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군요…….
클로에: 에!?
콕로빈: 틀림없어요……. 서쪽 기술을 도입하려고 마법관리부에서 발주한 것이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샤일록: 마법 과학 병단의 누군가가 관련되어 있는 것인가, 혹은 피해에 휘말린 것인가……. 중앙의 성으로 돌아가 보면 알 수 있겠죠.
콕로빈 씨도 무사했고, 일단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러분, 성으로 돌아가요.
라스티카: 네.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
클로에: 나도 친구에게 만든 스카프 전해줘야하고!
무르: 그러면 다 같이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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