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마법사와 인간의 적
드러몬드: 콕로빈, 무사했었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콕로빈: 월식의 관에 갇혀 있었어요. 하지만 마법사 분들 덕분에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어요!
드러몬드: 그랬던 건가요……. 정말이지, 터무니 없는 짓을 해서……. 에, 엣헴…… 현자님. 이번에는 부하가 폐를 끼치…….
아뇨, 콕로빈 씨 덕분에 큰일이 밝혀졌거든요.
드러몬드: 큰일이라는 건…….
콕로빈: '거대한 재앙' 을 소환하려고 한 어처구니 없는 놈들이 있다구요!
드러몬드: 뭐, 뭐라고!?
콕로빈: 뼈가 가득하고, 이상한 마법진이 있고, 게다가 거기에 우리 마법 과학 병단의 구동장치까 있었어요!
드러몬드: 마법 과학 병단의!? 도대체 무슨 일이야!?
샤일록: 저희도 진상을 알고 싶습니다. 월식의 관의 의식에 마법 과학 병단의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있는지를. 그 인물 때문에 저희가 10명의 동료를 잃고 세계 각지가 큰 피해를 입었다면, 그 인물이야말로 인간과 마법사의 공통의 적입니다.
드러몬드: 확실히, 네 말대로다……. 여기는 우리 마법관리부와 현자의 마법사들, 서로 협력해야 할지도 몰라…….
샤일록: 알아들으셨나 보군요. 그래서, 그 잘난 척 하는 남자는 어디있나요? 마법 과학 병단 단장의……
드러몬드: 니콜라스라면…….
하녀: 꺄아아아악…….
그때,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창문에 달려든 클로에가 성의 발코니 하나를 가리키며 외친다.
클로에: 봐, 저기!
라스티카: 저건 마법 과학 병단 단장인……!?
드러몬드: 니콜라스 공……!
…………!
창밖을 보고 나도 할 말을 잃었다. 마법 과학 병단의 단장인 니콜라스 씨가 성의 발코니에 모을 내밀고 있다. 신기한 날개나 도구도 장비하지 않고, 발코니 위에서 휘청휘청 서있다.
드러몬드: 니콜라스 공! 뭐하고 있는 겁니까!? 위험합니다, 니콜라스 공!
니콜라스 씨는 그대로 천천히 중심을 앞으로 숙여 나갔다.
클로에: 위험해……!
외치면서 빗자루를 꺼내 들고 클로에가 창문에서 날아오른다.
니콜라스: ………….
하지만 제지는 늦었고, 니콜라스 씨는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하녀: 꺄아아아아악……! 니콜라스 님……!
클로에: 아아……!
클로에의 손은 닿지 않고, 니콜라스 씨가 지상으로 낙하해 내려간다. 힘차게 니콜라스 씨의 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지상에서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2화 나쁜 소문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땅에 부딪히기 직전, 니콜라스 씨가 딱 멈추고 두둥실 땅바닥에 눕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에게, 그의 격돌을 마법으로 막아선 아서가 달려갔다.
아서: 니콜라스! 니콜라스, 괜찮은가!?
클로에: 아아, 다행이다……. 아서 왕자님, 고마워!
아서: 이쪽이야말로! 도대체, 니콜라스는 어떻게 된거지?
아서의 말에 이끌려 나는 발코니를 올려다보았다. 니콜라스 씨가 서 있던 발코니에 사람이 보인다. 그 사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오웬: …….
오웬이다. 지상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여자: 니콜라스 님이 스스로 뛰어내리셨어…….
남자: 니콜라스 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 저걸 봐! 북쪽의 마법사 오웬이다! 저 놈이 니콜라스 님을 조종해서 자살시키려고 한거야!
오웬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을 가리키는 사람들을 발견하자, 그는 비로소 옅은 냉소를 떠올렸다.
오웬: 하하……. 맞아.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너희들의 불행은 전부 내가 한 짓이야.
지상에 욕설을 퍼부으며 오웬은 느긋하게 몸을 돌린다. 그리고 발코니에서 실내로 사라졌다.
몇 시간 후, 성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성의 사람: 니콜라스 님이 현자님의 마법사에게 살해당할뻔 하다니……!
성의 사람: 뭐라고!? 어째서 현자님의 마법사가…….
성의 사람: 북쪽의 마법사야! 그놈들은 나쁜 마법사라고! 사람은 노예로밖에 생각하지 않아! '거대한 재앙' 의 피해가 컸던 것도 북쪽의 마법사들이 못된 짓을 한 탓이래! 나도 아는 사람들에게 들은건데, 현자님의 마법사들은 아서 님을 농락하고 있는 모양이야!
성의 사람: 하지만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주신 분들인데…….
성의 사람: 마법사를 믿으면 안 돼! 넌 젊고 미인이니까, 마음이 조종당할거야. 멋대로 당하고 말 거라고!
성의 사람: 무서워…….
성의 사람: 무서워……! 빨리 성에서 나갔으면 좋겠어…….
빈센트: 북쪽의 마법사가 니콜라스를 조종해서 발코니에 몸을 던지게 했다고?
드러몬드: 아…… 아직 확증은 없습니다만……. 빈센트 님, 그건 그렇고 큰일입니다. '거대한 재앙' 을 초래하려고 했던 자가 있습니다. 그 정체가 저희 마법 과학 병단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마법 관리성과 현자의 마법사이 합동으로 조사를…….
빈센트: 니콜라스를 죽이려고 했던 놈들과 합동조사?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현자의 마법사들은 즉각 성에서 내보내 마법서로 되돌려보내.
드러몬드: 하지만 서임식이 아직…….
빈센트: 모반인에게 서임식 같은 건 필요 없다. 아서에게도 따끔하게 말해두지 않으면.
드러몬드: 기다려 주세요! 빈센트 님! '거대한 재앙' 을 초래한 것이나, 왕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괴이한 해결도 포함해 저희에게는 마법사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빈센트: 마법 과학 병단이 있으면 문제없다.
드러몬드: ……그런…….
3화 깨질 뻔한 신뢰
피가로: 오웬이 마법 과학 병단장을 죽이려고 했다면서?
주…… 죽이지는 않았어요. 니콜라스 님도 살아있고.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못한 것 같지만…….
피가로: 살아 있나. 오웬이 숨통을 끊어버리려나?
스노우: 죽일 생각은 아니었을지도 모르네. 오웬은 직접적으로 손을 쓰지 않아도 마음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해서…….
화이트: 오웬이 수다를 떠는 동안 몰린 니콜라스가 탑에서 몸을 던져지고 싶어진 걸지도 모르겠군.
그런 바보같은……. 이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오웬과 대화할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와 말만 나누기만 해도 정체 모를 불안감이 솟구쳤다.
카인: 그 녀석, 무슨 짓을……. 이러다간 또 마법사에 대한 경계가 깊어질 뿐이잖아. 서쪽의 마법사들에게서 들은 월식의 관에 남아 있던 의식에 대해서도 빨리 조사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스노우: 월식의 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네. 사실은…….
카인: ……기다려 줘. 밖이 소란스러워.
화이트: 미틸들의 목소리……? 누군가와 다투고 있는 것 같군.
피가로: ……보고 오자.
병사: 너희들의 동료가 니콜리스 님을 죽이려고 했어! 마법 과학 병단에게 영웅의 자리를 빼앗길 것 같아서. 이 얼마나 잔혹한 짓을……!
미틸: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오웬의 북쪽의 마법사잖아요!? 저희들 남쪽의 마법사는……
병사: 마법사들은 다 똑같아! 어서 성에서 나가! 아서 님을 속이지 말라고!
미틸: 저희들은 불려 온건데요!?
루틸: 그만해, 미틸. 병사 씨들은 무서워하고 있을 뿐이야.
미틸: 하지만 저희들은 나쁘지 않은데……!
루틸: 그렇다고 해도……. ……윽.
병사: 중얼중얼 뭐라는거야!? 빨리 성에서 나가!
미틸: 그만해! 형님에게 난폭하게 굴지 마……!
레녹스: 그 손 놔.
병사: 누구야!?
루틸: ……레노 씨…….
레녹스: 남쪽의 마법사다. 하지만 마법을 쓰지 않아도 3초만에 너희를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어. 5초면 목숨도 뺏을 수 있다. 어떻게 할래.
병사: ……칫……. 마법사가 고용한 용벙인가.
레녹스: 양치기다.
병사: 그럴 리가 있냐! 간다……. 너희들도 짐 싸서 나가.
레녹스: ……진짠데……. 괜찮니, 루틸.
병사: 네……. 감사합니다, 레노 씨. 요즘 등장 방식이 멋있네요.
레녹스: 그런가…….
미틸: 형님의 머리를 잡아당겼어요! 남쪽 나라의 도둑보다도 중앙의 병사들은 야만적이에요!
루틸: 우리가 동료를 죽일 뻔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거야.
미틸: 그렇다고 해도 폭력은 좋지 않잖아요!? 안 좋은 거라고 형님이 알려주셨어요!
루틸: 그렇네…… 미틸은 착해. 형 때문에 화내줘서 고마워. 하지만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어떤 일도 해버리니까…….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에게 몹쓸 짓도 하고 싶지 않았어.
미틸: 형님은 너무 착해요! 그놈들이 저희에게 온 건 남쪽 마법사들이 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오즈나 북쪽 마법사들 앞에서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기만 하면서, 우리 앞에서는 잘난 척 해!
루틸: ……미틸…….
4화 찢어진 스카프
미틸: ……전부 우리들이 손해를 봐! 오웬이라는 녀석이 나쁜거야! 그 녀석도 북쪽의 마법사죠!? 북쪽의 마법사가 있기 때문에 마법사가 미움받는 거예요……! 북쪽의 녀석들은 정말 싫어……!
피가로: 루틸, 미틸! 레노도 괜찮아?
미틸: 피가로 선생님……! 우와앙……. 북쪽의 마법사 때문에 형님이, 형님이…….
피가로: 루틸이?
루틸: 괜찮아요. 조금 잡혀서…….
미틸: ……윽, 피가로 선생님! 북쪽의 마법사가 나쁜 짓을 한건데, 왜 저희가 이런 일을 당하는거죠!? 북쪽의 마법사 따위 싫어요. 걔네들한테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저희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은 더 싫어!
피가로: 미틸…….
미틸: 피가로 선생님, 죄송해요……. 선생님이 저번에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저는…… 저는 독재자라도 좋아요……. 나만의 나라가 있다면 나쁜 놈들은 추방하겠어……. 형님이나 모두를 보호할텐데…….
레녹스: ……미틸에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성안은 엄청난 소동입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루틸: ……하지만, 서임식이…….
피가로: 지금은 발코니에 서서 인사해도 박수가 아니라 욕이 날아오겠지. 이렇게 되면 인간은 벌과 같아. 소중한 벌집에서 적이 멀어질 때까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다가, 닥치는대로 쏘는거야. 뭘 화내고 뭘 공격하고 있는건지,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채 멈출 수가 없어.
루틸: …….
피가로: 루틸, 정말로 다친 데는 없니?
루틸: 몸은……. 가슴 쪽이 아파요. ……다툼이라니 슬퍼요.
라스티카: 클로에. 여기 있었구나.
클로에: …….
라스티카: 서쪽 사람들도 변덕스럽지만 중앙 분들도 기분파인가 봐. 아침에는 인사해 주던 사람이 저녁에는 째려보고 갔어. 조금 놀랐네.
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아…… 라스티카. 미안미안! 뭐라고 했어?
라스티카: 뒤에 뭔가 숨기지 않았니?
클로에: 안 숨겼어, 안 숨겼어!
라스티카: 아하하, 클로에도 날 놀라게 할 생각이지? 뭘 숨겼어? 새? 나비?
클로에: 아……!
라스티카: 보여주렴.
클로에: …….
라스티카: ……찢어진 스카프? 이건 클로에가 수놓은거 아니야? 봐, 이 파랑새. 네가 수놓았던게 기억나.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거든. 어째서 찢어진거니?
클로에: ……아……. ……줬어……. 파티에서 친구가 된 애에게.
라스티카: …….
클로에: 예쁘다고 해줘서 친구가 된 기념으로 준다고 했었어. 그랬더니 엄청 좋아해줬어! 가족이랑 친구들한테 자랑한다고! ……그런데, 오늘 아침……. 마법사의 스카프 같은 건 무서운 저주가 걸렸을 테니까 필요없다고……. 속여서 저주로 죽일 작정이냐며 찢겨져 버렸어…….
5화 라스티카의 소원
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괜찮아, 괜찮아! 우울하지 않아! 이런 건 익숙하니까!
클로에: ……하지만, 나도 바보니까 편리한 상상만 하고 있었어. 이 스카프를 주면 다음 날에는 스카프를 매고 인사하러 와주지 않을까 하고. 나는 간지러운 기분이 들고, 그래도 기쁘지 않을까 하고. 어울린다고 말하겠지 라던가……. 저 아이의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받아서 바빠져 버릴지도 몰라, 라던가…….
클로에: ……신나서 날아오르고 자기 전에 하는 쓸데없는 공상 같은 걸 잔뜩 했어……. 저주가 무섭대……. 그야 그렇지……. ……나는 바보야…….
라스티카: 바보가 아니야.
클로에: ……바보야…….
라스티카: 너의 꿈을 정말 멋져. 그 아이가 필요없다고 하면, 이 스카프를 나에게 주면 안되겠니?
클로에: ……그렇게 좋은 게 아니야. 라스티카는 멋있으니까 좀 더 고급스러운 걸 써.
라스티카: 이것보다 더 좋은 스카프는 없어.
클로에: ……그렇지 않아. 고급 천이나 실을 쓴 것도 아니고.
라스티카: 하지만, 이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잖아. 너밖에 만들 수 없는 거야.
클로에: …….
라스티카: 흔한 고급보다 너밖에 못 만드는 것이 더 특별해. 달의 돌보다도, 어떤 보석보다도. 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클로에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스카프야. 내가 좋아하는 파랑새도 있어. 조금 찢어졌지만 안심해. 나에게는 바느질을 잘하는 친구가 있거든.
라스티카: 그 아이는 분명, 잘 고쳐줄 거야. 이 파랑새는 몇 번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갈 거야.
라스티카: 그렇지, 클로에.
클로에: ……으……응……. 다시 꿰맬게, 몇 번이라도……. ……고마워, 라스티카…….
라스티카: 나야말로 고마워. 울지 말아줘……. 웃어줘, 클로에.
클로에: ……윽……응…….
라스티카: 부디 상처받지 말아줘. 우리들은 하늘에 빛나는 달처럼 가까워졌다가 밀려버리지만…… 어떤 장소에서도 웃을 수 있고, 어떤 장소에서도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좋아하는 사람과 춤출 수 있어.
빈센트: 북쪽의 마법사 오웬 녀석……. 역시 북쪽의 마법사 따위는 믿지 말았어야 해. 니콜라스는 무사히 목숨을 건졌지만 현자의 마법사들에게는 즉시 성을 떠나게 하겠다. 서임식은 물론 중지다.
아서: 기다려 주세요, 숙부님…….
빈센트: 정사는 나에게 맡기고 너도 잠시 다른 곳에서 사는 게 어떠냐.
아서: 에……?
빈센트: 나쁜 소문이 돌고 있다. 네가 오즈에게 주워진 건 오즈가 중앙의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아서 왕자도 이미 조종당했고, 언젠가는 나라를 오즈에게 뺏긴다고.
아서: 바보 같은……. 오즈 님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빈센트: 그 증거는 어디에 있지!? 백성을 불안하게 한 것은 너희들의 짓이 아니냐! 열기가 식을 때까지 너는 이궁에 유폐……
오즈: …….
빈센트: 오즈…… 어디서…….
6화 거짓의 이유
아서: 오즈 님…….
오즈: 내가 원한다면 이런 아이를 부리지 않고도 중앙의 나라를 지배할 수 있다. 나의 힘을 보여주길 바라나.
빈센트: ……괘씸한 놈! 모두, 오즈를 잡아라……!
아서: 숙부님!
중앙의 병사: 오, 오즈를……!? 오즈를 잡는 일 같은 건, 누구도…….
빈센트: 해가 곧 진다. 오즈는 마법을 쓸 수 없어!
오즈: 지금은 순식간에 이 수도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첫 번째로 너부터 불로 태워주지.
아서: 오즈 님, 그만해 주세요! 화내시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오즈: 비켜.
아서: ……농담이시죠?
오즈: ……'복스노크'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빈센트: …….윽.
중앙의 병사: 다, 다행이다……! 아서 님이 지켜주셨어!
중앙의 병사: 역시 아서 님은 우리 편이야! 오즈에게 조종당하고 있지 않아!
오즈: …….
아서: 오즈 님…….
오즈: 목숨을 건졌군.
아서: ……오즈 님, 기다려 주세요……! 오즈…… ……사라졌다…….
빈센트: 다시는 오즈를 성에 들이지 마라! 나를 죽이려 했던 반역자다……!
아서: 아닙니다! 오즈 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오즈 님은…… 이 성에 제가 있을 곳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빈센트: ……흥……. 믿을 것 같냐. 저것이 오즈의 본성이다. 모두들! 오웬 만이 아니야! 오즈도 찾아라!
아서: ……오즈 님……. 저의 명예를 지켜주시려고, 저를 피하고 계셨던 건가요……. 저는 아직, 아무런 보답도 못했는데…….
오즈: ……오랜만에, 가까이서 얼굴을 봤다.
오즈: ……키가 자랐군…….
아서: ……실례했습니다.
아서……. 괜찮나요. 빈센트 씨에게 호출 당했다고…….
아서: ……현자님의 마법사들은 성에서 퇴거하여 마법서로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서임식은 취소……. 마법 과학 병단들만으로만 실시하고…… 니콜라스가 깨어나 그의 이야기에 따라 오웬을 투옥하고, 오즈 님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발랄한 아서가 어색하게 고개를 들었다. 맑게 갠 그의 눈동자가 매우 미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슬퍼하고 있는 것보다도, 그가 화내고 있는 것 보다도, 사과의 눈빛에 나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서: ……제가 부족한 탓에, 저의 역량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현자님이나 오즈 님들에게 보답도 못하고 이렇게 되어버려서…….
그런 얼굴 하지 말아주세요……. 아서의 탓이 아니에요…….
아서: ……하지만…….
오웬을 찾으면 그에게서 이야기를 들어요……. 이건 분명 현자인 제 몫일 테니까, 당신만 책임지지 말아주세요. 저를, 마법사들을, 그리고 이 성에 있는 모두를 아서가 아끼는 것은 확실히 전해지고 있으니까…….
꾸밈없는 솔직한 정성. 아서는 우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서: ……감사합니다, 현자님……. 현자님의 상냥함에 구원받았습니다. 탄식하고 있을 수만은 없네요. 모두에게 사과하고 조사를 이어 성을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요.
아서: 괜찮습니다. 현자님이랑 얘기하면서 힘이 났어요. 다녀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7화 오웬의 상처
아서를 배웅하고 긴 숨을 내뱉는다. 걸어가려고 뒤돌아봤을 때, 예고도 없이 눈앞에 오웬이 있었다.
…………! 오웬……!
오웬: …….
쿵쾅쿵쾅 거리는 왼쪽 가슴을 누르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오웬을 살펴봤다. 오웬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내 앞에 나타났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어. 그 표정은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뭔가 불만이 있는 듯 보였다. 엷은 웃음을 띄우지 않는 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차가운 유리 같으면서도 생생한, 연분홍색 붉은 눈동자……. 도자기 인형처럼 흰 피부…….
(……이 사람도 얼굴이 좋네……. 마법사는 모두 미인인가……)
오웬: 저기.
아, 네. 아……! 니콜라스 씨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오웬: 그럴 줄 알고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내 말이 먼저야.
기다려 주세요! 그건, 그. 딴 데에 정신이 팔려서…….
오웬: 나를 눈앞에 두고? 다른 거에? 헤에, 말해봐.
가시 돋친 미소를 짓는 오웬에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마법사에게 거짓말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상 능글맞게 웃어서 몰랐는데…… 오웬은 예쁜 사람이구나 하고.
오웬: ……하하…….
순간 입을 다문 뒤 오웬은 능글맞게 웃으려 했다. 그런데 실패해서 눈썹을 찡그린다.
오웬: 그래서, 뭐?
죄송해요…….
오웬: 뭐, 아무려면 어때.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거대한 재앙' 에 대해.
'거대한 재앙' 에 대해? 그 전에 니콜라스 씨……
오웬: 시끄러워, 내가 먼저야. '거대한 재앙' 과 싸운 영향으로 이상한 상처가 생긴다고 했었지. 마법을 쓰려던 오즈가 잠든다거나, 스노우와 화이트가 한밤 중에 그림 속에 갇히거나 하는 거.
네…….
오웬: 그거, 기억도 사라져?
기억이 사라져? 오웬, 설마……. 기억을 잃었나요?
오웬: …….
언짢아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나는 흠칫 놀랐다. 오늘 아침 발코니에서 봤을 때 그는 어딘가 망연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건 이상한 광경이었어. 오웬은 나를 몰아붙이려 할 때도,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말을 할 때도 엷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니콜라스 씨와 같이 있었을 때의 기억이 없군요?
8화 그가 당한 처사
오웬은 무섭게, 불쾌한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오웬: 아니야.
하…… 하지만…….
오웬: 내가 걔를 죽였어. 그놈이 뛰어내리도록 마음을 조종한 거야.
왜 그런 짓을…….
오웬: 왜 그런 짓을? 토마토처럼 찌그러지는 그 남자가 보고 싶었기 때문인게 당연하잖아.
오웬은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유쾌해 죽겠다는 그 태도는 어딘가 연기같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오웬…… 만약 당신이 기억을 잃었다면 당신만의 책임이 아니에요. 이 이유를 얘기하면 모두도 이해해 줄거예요. 솔직히 말해줄 수 있나요?
오웬은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오웬: 내가 했어. 너무 재밌었어.
……오웬…….
오웬: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거대한 재앙' 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너는 고칠 수 있는 거야? 아니면 쓸모없어?
쓸모없다는 말에 벌컥 화가 나서 나는 그만 반박하고 말았다.
당신은 낫기를 바라는 거죠?
오웬: …….
오웬은 살기 등등했다. 나는 꾹 입을 다물었다. 계속 눈을 마주치는 것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공포가 치밀어오른다.
오웬: 나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있잖아.
나…… 나을 필요가 없다면 물어볼 필요는 없을 거예요.
오웬은 간살스러운 목소리가 되었다. 눈만은 웃지 않은 채.
오웬: 저기, 현자님……. 너를 죽이면 세계가 망할 수도 있겠지만, 죽는 것 보다 더 심한 처사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어. 알려줄까?
……알고 있어요. 그 중 하나를, 저는 당신에게 해버렸어요…….
오웬: ……뭐를.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단정짓고 의심해 버렸습니다.
오웬: …….
미안해요.
오웬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발코니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때처럼. 저 표정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손가락질 당하고, 욕을 먹고, 안심하며 엷은 웃음을 띄울 때까지.
오웬: 하하……. 맞아.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너희들의 불행은 전부 내가 한 짓이야.
오웬: ……바보 같아.
오웬! 잠깐……
잡는 소리를 무시하고 오웬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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