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북쪽 마법사]

 

 

목차

1화 북쪽 마법사

 

…………!?

 

중앙 나라 귀부인: 꺄악…….

 

라스티카: 이런. 괜찮나요, 부인.

 

드러몬드: 부, 북쪽의 미스라라고 한다면 오즈에 버금가는 마력의 소유자……! 그 성격은 야만적이고 흉악합니다……! 호…… 혹시 지금의 말을 어디선가 듣고, 분노에 미쳐 우리들을 습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니콜라스: 서, 설마…….

 

빈센트: ……윽, 성 주위를 확인해라!

 

중앙 나라 귀족: 히, 히익……. 북쪽의 마법사에게 살해당할거야……!

 

스노우: 샤일록, 무르. 미스라가 날뛰면 막을 수 있겠나.

 

샤일록: 설마요.

 

무르: 무리.

 

화이트: 즉답 고마워.

 

무르 / 샤일록: 천만에.

 

카인: 파우스트를 불러올까? 불러도 미스라에게 가세해 주려나.

 

피가로: 아니. 그 아이, 본성은 성실하니까 일반인은 말려들게 하지는 않겠지…….

 

시노: 재밌군. 내가 상대해 줄게.

 

히스클리프: 바보! 물러서 있어!

 

시노: 바보라고?

 

히스클리프: ……너는 미스라를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시노: …….

 

히스클리프: ……어떡하면 좋지……. 저놈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오즈 님 정도라고…….

 

루틸: ……미스라……? 혹시, 미스라 아저씨……?

 

아서: 숙부님, 위험합니다! 뒤에!

 

빈센트: …………!

 

아서의 목소리에 모두가 빈센트 씨의 뒤를 돌아본다. 벽밖에 없었을 장소에 불가사의한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틈새로 창백한 빛을 내며 문이 열려간다.

 

……윽.

 

아서: 이건…….

 

빈센트 씨를 감싸며 쏟아진 빛의 눈부심에 아서가 얼굴을 찌푸린다. 열린 문으로 무언가가 들어닥쳤다. 눈보라다.

 

…………!

 

눈을 뜰 수 있게 될 때쯤 나는 보았다. 은빛 가루눈을 등 뒤에 받으며 조용히 문에 기대어 서있는 어두운 청년을. 짐승이라고 부르기에는 젖은 듯한 색기를 발하는 꽃미남이었다.

 

미스라: 안녕하세요.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입니다. 불청객입니다만. 실례하겠습니다.

 

느린 동작으로 문에서 몸을 떼고 날씬한 장신으로 걷기 시작한다. 스노우나 화이트, 샤일록이나 피가로조차도 긴장을 띄우고 있었다. 이어 이들은 절망을 띄운다. 문에서 나타난 사람의 그림자는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노우: ……오웬…….

 

화이트: 그대도인가…….

 

오웬: ……하하…….

 

죽은 사람 같은 청년이 엷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소름돋았다. 미소 짓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사람다운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불안할수록 냉담한 빛만. 하지만 그 눈동자의 색을 나는 알고 있다.

 

오웬: 너무하네.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는 거니.

 

오웬: 북쪽의 마법사 오웬이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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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오웬이 조용하게 큰방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모두들 창백한 얼굴로 발밑을 보며 오웬과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딱 한 명만 빼고.

 

카인: 오웬……! 

 

오웬: 이런, 기사님. 잘 어울리잖아, 내 눈알.

 

(그렇지……. 카인은 오웬에게 한쪽 눈을 빼앗겼다고……)

 

카인: 너의 모습만 보이다니……. 아이러니하군.

 

오웬: 후후…… 뭐라는거야.

 

오웬은 우스운 듯 미소를 머금으며 뒤를 돌아본다. 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나도 만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브래들리: 칫……. 북쪽의 마법사, 브래들리.

 

브래들리……!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브래들리다. 그는 죄수라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브래들리: 모처럼 자유의 몸이 되어 날개를 폈는데……. 험한 꼴을 당했다고.

 

몸에 묻은 눈을 털면서 브래들리는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그의 모습에 경악하며 서 있는 인물이 있었다.

 

네로: ………….

 

브래들리: 여, 네로. 오랜만이잖아. 내가 처박혀 있는 동안 도적단에서는 발을 씻었나?

 

리케: ……도적단……?

 

네로: ……네 녀석과는 관계없잖아.

 

브래들리: 아하하! 그 문장! 너도냐, 네로!

 

네로: ……윽.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북쪽 마법사들. 그들을 앞에 두고 화려했던 성의 큰방은 공포와 절망의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압도적인 그들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스라, 오웬, 브래들리. 분명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 성은 쉽게 정복되겠지. 빈센트 씨 조차도 꼼짝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불만스럽게 불가사의한 문을 돌아보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마지막으로 문에서 나온 것은…….

 

오즈: …….

 

오즈…….

 

아서: ……오즈 님……!

 

마지막으로 문에서 나온 사람은 신비로운 지팡이를 든 오즈였다. 오즈가 문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불가사의한 문이 닫힌다. 가루눈만 남기고 환상처럼 문은 소멸됐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오즈를 바라보고 있다. 오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즈…… 혹시…… 우리의 설득을 들어준건가……? 그래서 북쪽의 마법사들을 거느리고 이곳까지……)

 

오즈: 중앙의 마법사 오즈다. 이것으로 현자의 마법사는 전부 모였을 터. 중앙의 국왕의 동생이여, 달리 불복이 있다면 말해봐라.

 

빈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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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21명의 마법사

 

 

오즈가 똑바로 쳐다보고 빈센트 씨가 도망치듯 눈을 돌린다.

 

빈센트: ……마음으로부터 환영하지.

 

씁쓸한 듯한 빈센트 씨의 목소리에 큰방 사람들이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잔을 들며 무르가 웃는다.

 

무르: 그러면 파티를 다시 시작하자!

 

와아 하는 함성이 이어지고, 큰방은 다시 밝은 활기로 되돌아간다. 아서가 활짝 웃으며 오즈의 곁까지 달려간다.

 

아서: 오즈 님! 감사합니다!

 

오즈: …….

 

오즈는 잠자코 아서를 바라보더니 무뚝뚝하게 눈을 돌렸다.

 

오즈: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아서: ……아…….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기뻐해 줬어요.

 

오즈: ……현자여.

 

오즈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즈: 소임을 다했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마법서의 마법사들이 전부 모였다. 약간의 긴장감은 남았지만, 파티는 표면적으로는 즐겁게 계속되고 있었다. 난 미스라를 관찰했다. 늘씬한 장신은 보기 좋고 시원스러운 눈빛도 여자가 떠들어댈 것 같은 느낌이다.

 

(태도도 정중했고, 짐승 같은 느낌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미스라는 예술가처럼 긴 손가락으로 고기를 움켜쥐었다.

 

미스라: …….

 

그리고 곧바로 이를 세우고 물어뜯는다. 단정한 얼굴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과 입술을 기름으로 끈적이게 하고 미스라는 고기를 씹었다.

 

(……얼굴은 좋은데……)

 

스노우: 잘 왔구먼, 미스라. 지옥의 그림이 시작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네.

 

미스라: 오즈에게 강제로 끌려와서…….

 

버릇없이 손가락을 핥으면서 미스라는 불만스러운듯 눈을 가늘게 떴다. 거칠고 야생적인 행동인데도 나른한 색채가 있다.

 

미스라: 진짜로, 언젠가 죽여버릴 거예요.

 

화이트: 자자,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은가.

 

미스라: 마음에 들면 전부 똑같아서.

 

스노우: 그렇지. 현자를 소개하겠네.

 

스노우와 화이트의 말을 듣고 나는 흠칫했다. 미스라가 나른하게 나를 본다.

 

아……. 현자인 아키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미스라: 하아, 안녕하세요…….

 

아무렇게나 인사를 한 뒤 미스라는 갑자기 불쑥 얼굴을 들이댔다. 내 목덜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몸을 뗀다.

 

미스라: 흐응…….

 

(지, 지금 건 뭐야……!?)

 

미스라: 그런데 왜 불렀나요? 뭘 쓰러뜨리거나 죽이지 않아도 되나요?

 

스노우: 그대는 혈기왕성하군. 그대의 소임은 현자가 맡는다. 현자에게 물어보게나.

 

에!?

 

갑자기 화제를 바꿔 나는 당황했다. 고기를 물어뜯으며 미스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미스라: 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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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겁 없는 미소

 

 

에……. 오늘은 다른 마법사나 중앙의 사람들과 재밌게 식사해 주세요.

 

미스라: …………그것 뿐?

 

그…… 그것 뿐이에요.

 

미스라는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무엇이 이상했는지 갑자기 웃었다.

 

미스라: 아하하.

 

꿋꿋한 소년 같은 미소다. 예상치 못한 표정에 나는 눈을 빼앗겼다. 신나게 미스라가 고개를 흔든다.

 

미스라: 쉬운 일이에요. 오즈도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될 것을.

 

오…… 오즈는 뭐라고 했나요?

 

미스라: 나를 따르라고. 뭐, 서로 죽이기 시작했어요. 정말 화가 나는 사람이죠.

 

기름기가 묻은 끈적거리는 손으로 미스라가 긴 앞머리를 쓸어 올리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냅킨을 집어 그의 손가락 끝을 눌렀다. 미스라가 신기한 듯이 눈을 깜빡인다.

 

그, 머리에 기름이 묻게 되니까 닦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미스라: 무슨 문제가 있나요?

 

사, 상관없다면 됐지만…….

 

미스라: 하아……. 뭐, 써볼게요.

 

신기해 하면서 미스라는 냅킨으로 손가락을 닦고 있었다.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입꼬리도 똑같이 닦는다. 어째서인지 쌍둥이는 감동받았다.

 

스노우: 냅킨으로 입을 닦는 미스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다니…….

 

화이트: 인생 오래사고 볼 일이구먼…….

 

고급 음식점에서 우아한 식사가 어울릴 것 같은데 미스라는 여러 가지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닦은 후 옆에서 장식용 임교를 통째로 베어 먹는다.

 

미스라: 그러면 이 근처 걸어다닐게요. 말을 걸어온 상대와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거죠?

 

스노우: 아무도 그대에게 말을 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대먼저 말을 걸어보는게 좋다.

 

미스라: 하아……. 뭐라고?

 

화이트: 안녕, 이라던가.

 

스노우: 좋은 날씨네, 라던가.

 

미스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미스라: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걸 하고 싶어하죠.

 

스노우: 죽이지 말게나.

 

화이트: 죽이면 안되네.

 

미스라: 하아, 노력해 볼게요.

 

훌쩍 걷기 시작하는 미스라를 바라보며 쌍둥이는 나에게 말했다.

 

스노우: 그러면, 걱정되어서 미행하고 오겠네.

 

화이트: 현자도 느긋하게 즐겨주게나.

 

미스라: 네, 알겠어요.

 

나는 고개를 숙이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무섭다고 생각헀던 미스라와 평범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걸로 조금은 안심도 하고 있었다. 이러면 오웬이랑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만으로 행사장을 둘러봤지만, 바로 오웬이 보였다.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

 

웃은 다음의 순간, 나는 발코니에 있었다.

 

에……!?

 

오웬: 여어.

 

오웬……. 아까까지 실내에 있었는데…….

 

오웬: 내가 불렀어.

 

오웬이……?

 

오웬: 나에겐 친구가 없으니까. 말동무가 되어 주길 원했지, 현자님이.

 

무서운 소문을 많이 들었던 나는 반신반의하며 오웬을 바라보았다. 오웬은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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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말의 저주

 

 

오웬: 그 표정……. 괜찮아, 익숙해. 민폐였다면 실내로 돌려보낼게.

 

아…… 죄송해요. 그럴 생각은…….

 

슬픈 얼굴에 나는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것은 그의 소문 뿐이다. 진짜 오웬을 아는 것이 아니야.

 

이야기해요, 오웬. 저도 당신과 얘기하고 싶었어요.

 

오웬: 어떤 이야기?

 

에…… 오웬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만날 기회도 많아질거고, 좀 더 친해지면…….

 

오웬: 하하…….

 

오웬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등 뒤에서 석양이 타고 있었다. 예쁘고 섬뜩한 보라색 구름을 띄우면서.

 

오웬: 나도 내 얘기를 하고 싶지만, 나에 대해 잘 몰라.

 

에……?

 

오웬: 하지만, 너를 알고 있어. 외톨이 현자님.

 

카인과 같은 색의 눈동자가 웃는다. 그 는동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에 나는 불안해졌다.

 

오웬: 알려줘?

 

뭐를…….

 

오웬: 너에 대한 것 말이야.

 

오웬: 네가 어떻게 생각되고 있는가. 네가 뭘 하면 웃음거리가 되는가. 네가 뭘 하면 원망을 사는가. 네가 뭘 하면 칭찬받을 수 있는가. 퍼레이드는 즐거웠어? 파티는 기분 좋았어? 그런 건 꼬마의 속임수야. 네가 만난 마법사도, 이 세계의 사람들도. 너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거야.

 

오웬: 네가 똑똑하게 굴면 상대를 해주지만, 역할을 잊자마자 몰아세울지도 몰라. 현자가 아닌 너 따위, 아무도 볼일은 없는걸.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무슨 말을…….

 

오웬: 네가 너를 생각할 때, 너는 너무…… 불안해 지지는 않아?

 

………….

 

나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눈웃음을 지으며 오웬이 다가온다.

 

오웬: 어째서 도망가는 거야. 난 너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너는 네가 싫은 거니? 진짜 너의 모습은 외면하고 싶어지는 거야?

 

붉은 보라색 노을이 빛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색이 다른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오웬이 웃는다. 비틀거리는 나에게 그가 손을 뻗는다.

 

오웬: 저기…… 네 이야기를 하자. 자, 도망가지 마. 불쌍한 나를 버리지 마. 부디 이끌어줘, 현자님.

 

오즈: 오웬.

 

오웬: ………….

 

정신을 차려보니 발코니에 오즈가 있었다. 오웬은 흥이 깨진 듯 입을 삐죽거린다.

 

오웬: 뭐야? 지금 이야기 중인데.

 

오즈: 현자에게 접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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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자신의 이름

 

오웬: 헤에? 네가 부른건데?

 

썩소를 짓는 오웬에게 오즈는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오즈: 그래.

 

오웬: …흥.

 

오웬은 삐친 듯 오즈를 노려보았다. 슬쩍 사적으로 떨어져 나간다.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오웬은 짓궃게 오즈에게 웃음을 건다.

 

오웬: 착한 척해도 안 돼, 오즈. 너의 정체를 나는 알고 있어. '거대한 재앙' 보다 무서운 마왕이지.

 

오즈: 또 죽고 싶은 건가, 오웬.

 

오웬: 큭큭…… 아하하…….

 

웃음소리만 남기고 오웬은 사라졌다.

 

……아…….

 

오즈: 걱정하지 마라. 어디 가까이 있겠지.

 

나는 휴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모처럼 오즈가 데려와 주었는데 내쫓아버린 줄 알았다. 해질녘의 바람이 연보라 구름을 흘러간다.

 

……또 죽고 싶다니, 무슨 뜻인가요……?

 

오즈: 오웬은 영혼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죽고 몇 번이고 되살아나지. 오웬과 무슨 이야기를 했지?

 

……아니…….

 

오즈: 오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라. 그 남자의 말은 마음을 좀먹는다.

 

…….

 

오즈: 저주 받았나?

 

저주같은 건…… 자신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뿐이에요.

 

오즈: 그것이 저주다. 마음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자신을 말하는 것은 누구든 고통이겠지.

 

오즈의 말에 나는 안심했다. 오웬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어딘가 불안함과 꺼림칙함을 느꼈었으니까.

 

오즈: …….

 

오즈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노을이 지는 하늘에 시선을 던진다.

 

오즈: 너의 이름은?

 

아…… 아키라요.

 

오즈: 아키라.

 

아주 정중하게, 오즈는 내 이름을 불렀다.

 

오즈: 그 이름을 잊지 마라. 역할이 무거울수록 이름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국왕도, 의사도, 기사도, 어머니도, 아이도, 현자도, 북쪽의 마법사도. 이름이 있는 것이기도 전에 부과된 역할에 짓눌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간다. 그러던 나도, 벌써 전의 현자의 이름을 잊어버렸지…….

 

오즈…….

 

오즈: 하지만, 너에게는 너의 이름이 있다. 절대 잊지 말고, 누구에게도 잊게 하지 마라.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나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오즈에게 물었다.

 

……그건, 마법사이지 중앙 나라의 왕자인 아서를 말하는 건가요?

 

오즈: …….

 

오즈는 무연했다. 굉장히 언짢아 보이지만 조금 쑥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오즈: ……무슨 말이지.

 

아서의 양부모죠?

 

오즈: 바보같군.

 

오즈는 불쑥 고개를 돌렸다.

 

오즈: 그 아이는 마력이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 돌로 만들려고 주웠지.

 

그랬던 건가요……?

 

오즈: 그래. 그리고 지금은 부모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것 뿐인 이야기다.

 

하지만…….

 

오즈: 남의 일은 아무래도 좋다. 너야말로 충고를 잊지 마라. 현자로 있는 것이 지치면 역할을 포기해도 좋다. 그럼에도 너는 너니까. 역할을 따라가려고 하지 마라. 버리고 가더라도 역할이 너를 따라갈테니. 사소한 저주에 휘둘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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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탑의 수복

 

오즈의 목소리는 엄격헀지만, 그것은 아마 격려와 위로였다. 나는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오즈. 고마워요.

 

오즈는 눈썹을 찡그렸다. 홱 고개를 돌려 아서를 향한 것과 똑같은 말을 한다.

 

오즈: 답례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무서워 보이지만 왠지 오즈는 상냥한 사람으로 보였다. 근처에 있던 고양이와 닮았어. 도도하고 사람은 따르지 않지만 어미 고양이나 아기 고양이에게는 친절했던, 훌륭한 굵은 다리의 고양이. 잠자코 생각나서 웃음을 짓고 있는데 오즈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즈: 뭐지……?

 

빈센트: 현자 공, 오즈. 여기에 있었나.

 

당신은 아서의 숙부인…….

 

오즈: …….

 

빈센트: 조금 전에는 니콜라스가 실례했다. 당신들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부탁할 일……?

 

빈센트: 북쪽을 바라봐 다오. 무너진 탑이 있지.

 

저건…… 제가 이 세계에 왔을 때 봤던 큰 탑…….

 

빈센트: 중앙의 나라를 상징하는 탑이었는데, 오늘 아침의 지진으로 무너졌다.

 

지진이 났었나요?

 

빈센트: 국지적인 지진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피해는 없지만, 그 탑과 근처의 문만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본래는 우리 손으로 복원하고 싶지만, 불길한 일이 일어날 전조가 아니냐면서 민중들이 두려워 하고 있다. 마법의 힘으로 복구를 할 수는 없는가. 마법 같은 불가사의를 눈앞에서 보면 백성들도 안도할 것이다. 아서에게도 부탁했지만 무리였다. 전설의 마법사 오즈, 너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오즈: …….

 

오즈는 입을 다문 채였다. 고압적인 빈센트 씨의 말투가 불쾌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아끼는 탑을 복원할 수 있다면 마법사에 대한 인상도 좋아질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오즈의 얼굴을 살폈다.

 

오즈…… 저도 부탁드릴게요. 해주실 수 있나요?

 

오즈: ……현자의 부탁이라면.

 

빈센트: 고맙군. 그럼 내일, 탑 옆까지 안내를…….

 

오즈: 여기서도 상관 없다.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오즈의 손끝에 어느새 지팡이가 나타났다.

 

빈센트: 여기서……? 지금 당장 복구를 하겠다는 건가……?

 

오즈: 불만인가?

 

빈센트: ……아니…….

 

정신을 차려 보니 하늘의 색은 검푸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거대한 재앙' 이 어렴풋이 드러나고 시작했다. 갑자기 난 생각났다. '거대한 재앙' 이 마법사에게 미친 상처에 대해서. 스노우와 화이트는 밤에는 그림이 되고, 카인은 만질 때까지 타인이 안 보인다. 샤일록은 갑자기 심장이 타오른다. '거대한 재앙' 이 입힌 상처를, 오즈나 다른 북쪽의 마법사들도 짊어지고 있는 것일까?

 

미스라: 뭘 하고 있나요?

 

미스라…….

 

아서: 오즈 님…… 오즈 님이 중앙의 탑을 복원해 주시는 건가요?

 

아서도……. 네, 맞아요.

 

미스라: 재밌네. 제가 견학 하나 시켜드릴게요.

 

오즈: 입에 음식을 머금고 말하지 마라.

 

미스라: 이거, 딱딱해요.

 

아서: 미스라, 조개껍질은 먹지 않고 남겨도 되는 거야. 내뱉어.

 

미스라: 왜요? 이걸 원하나요? 갖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먹어버릴건데.

 

아서: 그래……? 가리비 껍질이 치아에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미스라: 점점 비스킷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즈: 너희들, 조용히 해라.

 

아서: 죄, 죄송합니다!

 

미스라: 와! 와! 와!

 

오즈의 질책을 받자 아서는 사과를 했고, 미스라는 야유를 보냈다. 숨을 한 번 쉬면서 오즈가 지팡이를 하늘로 든다. 오즈는 엄숙하게 주문을 외웠다.

 

오즈: '복스노…….'

 

하지만 다 말하기 전에, 오즈의 눈꺼풀이 천천히 감겨지고…… 그의 몸이 나에게로 기울여진다. 다음 순간 오즈는 잠들어 있었다.

 

오즈: 쿨…….

 

오, 오즈!?

 

아서: 오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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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거대한 재앙' 의 상처

 

자, 자지 말아주세요! 잠…… 무, 무거워요!

 

미스라: 뭐 하고 있는 건가요, 저 사람.

 

아서: 오즈 님, 오즈 님! 정신 차려주세요!

 

오즈: …….

 

아서가 몸을 흔들어 오즈는 눈을 떴다. 가만히 아서를 바라보고 나서 주위를 살핀다.

 

오즈: 여기는…… 그래, 중앙 성이지. 중앙 탑의 복원을 맡은 것이었군. 말만 잘하는 애송이에게.

 

빈센트: ……나에게 하는 말인가.

 

오즈: 있었나. 뭐 상관 없어. '복스노……'

 

오즈: 쿨…….

 

아서: 오즈 님……!

 

오즈……! 자지 마요……!

 

미스라: 아하하하! 지금 발코니에서 밀어줄게요.

 

아서: 실례되는 말을 하지 마! 오즈 님, 오즈 님! 괜찮으신가요?

 

오즈: ……여기는……. 그래, 중앙 성이지. 중앙 탑의 복원을 맡은 것이었군.

 

아서: 오즈 님, 그건 방금도…….

 

오즈: 뭐 됐어. 간단하게 끝내도록 하지. '복스노……'

 

오즈: 쿨…….

 

오즈 님……!

 

미스라: 아하하하! 세번째!

 

아서: ……오즈 님을 비웃지마!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

 

'거대한 재앙' 의 상처일지도 몰라요! '거대한 재앙' 과 싸운 자들에게 기묘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요. 미스라, 당신은 괜찮나요?

 

미스라: ……'거대한 재앙' 의 상처……?

 

오즈: ……여기는…….

 

아서: 오즈 님…… 여기는 중앙의 성입니다. 오즈 님은 마법으로 중앙의 탑을 복원하려고 하셨는데……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마법을 쓰면 잠들어 버리는 것 같아요.

 

오즈: ……바보 같은…… 그럴 리가 없어. 미스라나 오웬에게는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미스라: 그렇네요. 반 정도 죽었었지.

 

아서: 그러면 어째서…….

 

오웬: 밤에는 못 쓰는 거 아니야?

 

오웬…….

 

오즈: 오웬, 무슨 그림을 가지고 있지? 그 그림은…… 스노우와 화이트……?

 

오웬: 이 둘도 해가 지니까 갑자기 액자 속에 들어가 버렸어.

 

그림 속의 스노우: 오웬이여, 착한 아이로 있는 게야.

 

그림 속의 화이트: 우리를 난폭하게 다루면 못 써.

 

오웬: 그림 채로 하늘을 날 수 있으려나. 발코니에 던져서 시험해봐도 돼?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오웬: 에잇.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꺄아!

 

아서: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와 화이트의 그림은 오웬에게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괘, 괜찮을까요!?

 

오즈: 마력의 낌새가 있어. 걱정 없겠지.

 

오웬: 미스라.

 

미스라: 뭔가요.

 

오웬: 이렇게 던져버려, 오즈를.

 

미스라: …….

 

눈을 깜빡이다가 미스라는 씁쓸한 표정의 오즈를 바라보았다.

 

오웬: 지금이라면 오즈를 이길 수 있어. 이 녀석을 죽이면 따를 것도 없지.

 

미스라: 확실히.

 

오즈: 미스라…….

 

미스라: 마법을 쓰지 못하는 당신에게 질 리가 없어. '거대한 재앙' 이 이런 행운을 떨쳐버리고 가다니…….

 

오즈: …….

 

미스라! 잠깐……

 

아서: 기다려!

 

그때, 아서가 감싸듯 오즈의 앞에서 두 팔을 벌린다. 오즈가 눈을 부릅뜬다.

 

아서: 오즈 님에게 손을 대게 하지 않겠어.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내가 상대해 주지.

 

미스라: 헤에…….

 

오즈: 비켜라, 아서!

 

아서: 비키지 않습니다!

 

오즈: 너의 적수가 아니다!

 

아서: 그렇다고 해도!

 

오즈: …….

 

아서: 제가…… 제가 오즈 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어렸던 저를 눈사태나 늑대들로부터, 오즈 님이 지켜주신 것처럼! 반드시, 지켜보이겠습니다!

 

미스라: 재밌네. 상대해 드릴게요.

 

오즈: 멈춰, 미스라!

 

아서, 미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