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첫 파티
카인: 오즈와 북쪽 마법사는 없지만 아서 님에 이어서 우리도 중앙의 수도로 향하자. 모두에게 출발 준비를 하라고 하지 않으면…….
네.
클로에: 현자님, 현자님! 손님이 오셔서 데려왔어!
손님?
사신: 수, 수도에서 온 사신입니다. 아서 전하의 지시로 준비가 안 되었으니 출발은 기다려 달라고.
카인: 그런가. 왕도도 큰일이겠지.
언제 쯤 출발하면 될까요?
사신: 모레였나……. 준비가 되는 대로 다시 사신을 보내겠습니다. 그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세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그럼 모두들, 잠시 마법서에서 기다릴까요.
퍼레이드에 파티……. 친척 결혼식 밖에 안 가봤는데, 괜찮을까……. 매너라던가…….
클로에: 현자님, 들어가도 돼?
클로에? 네, 들어오세요.
클로에: 실례합니다. 잠깐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가요?
클로에: 어제, 파티라던가 퍼레이드라던가 서임식이라고 말했었잖아. 그거, 우리도 참석할 수 있어?
네, 중앙의 나라에서 한다고 해요.
클로에: 아싸——!
두 손을 들고 클로에는 펄쩍 뛰었다.
클로에: 계속 파티에 가보고 싶었어! 파티 옷은 만들어 봤지만 파티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거든. 기쁘다! 나, 옷 만드는 거 좋아해. 어떤 옷을 만들까!
빙글빙글 춤을 추듯이 돌아가며 클로에는 무척 기뻐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좋아해 주시다니 저까지 기뻐요.
클로에: 그야 파티인걸! 현자님은 파티 안 좋아해?
저는 많이 가본 적이 없어서…….
클로에: 그럼 똑같네! 현자님에게도 특별한 옷을 만들어줄게. 라스티카한테도 만들어 줄거야. 라스티카는 날씬하고 멋있거든. 그래서 옷이 잘 어울려. 하지만 입히기까지가 힘들어! 단추도 잘못 채우고, 끈은 풀리고. 이상한 곳에서 어설퍼.
힘들다고 하면서 클로에는 라스티카를 돌보는 일이 즐거워 보인다.
2화 마법사 친구
클로에는 라스티카랑 사이가 좋네요.
클로에: 응, 그렇지. 어떠려나? 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라스티카는 특이하니까……. 라스티카는 귀족이야. 유명한 챔벌로 연주자이기도 해. 파티에 나간 적도 있대. 라스티카는 파티에 나갈 때는 눈이 빙글빙글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어.
눈이 빙글빙글?
클로에: 사람이 많아서 눈이 돌고, 춤을 춰도 눈이 돌고, 술에 취해도 눈이 빙글빙글 돈대.
아하하!
어딘가 얼빠진 충고에 나는 웃었다. 클로에는 더욱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클로에: 웃어줬다! 기쁘네. 현자님은 다른 세계에서 혼자 온거지? 나도 라스티카를 만날 때까지는 혼자였으니까……. 그러니,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현자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 노력할게!
나를 격려하듯 클로에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배려에 나도 기뻤다.
고마워요, 클로에. 다 같이 파티를 즐겨요.
클로에: 응!
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있니?
클로에: 아, 라스티카가 부른다. 또 분명 뭔가를 잃어버렸나봐. 나, 가야겠다. 다음에 봐, 현자님!
네.
파티에 긍정적인 사람도 있었고, 내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맛있어……. 이 빵, 네로가 구운 건가요?
네로: 뭐 그렇지.
엄청 맛있어요! 밀 향이 나고,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탄력이 있어서 쫄깃쫄깃하고…….
네로: 고마워.
브래들리가 있으면 기뻐했을텐데. 브래들리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대요.
네로: 헤에…….
네로: 저기, 현자 씨. 아직도 집에 가면 안 돼?
죄송하지만…… 공동생활은 별개로 친다고 해도 파티와 퍼레이드에는 참가해 주셨으면 해요.
네로: 파티와 퍼레이드 말이지……. 그거, 꼭 나가야 되는거야?
네로는 나가고 싶지 않나요?
네로: 그닥…….
식당을 했었다면 사람들 앞은 익숙하지 않나요?
네로: 사람인 척 하고 가게를 차렸었어. 마법사 식당은 마법사 밖에 안 오거든. 마법사라고 자칭하자마자 동경받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의심받기도 하고, 어려워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해. 그런 거, 이제 지쳤어.
네로…….
3화 따뜻한 밥
네로: 당신이나 아서 같은 사람은 마법사를 위해서 노력해 줄 생각인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마법사가 아닌 척 하면 귀찮은 것에 벗어날 수 있어.
리케: 신이 내린 특별한 기적의 힘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지 않고 본인만 편한 나날을 보낼 건가요?
리케…….
네로: 하하…… 아침부터 힘든 대사네. 좋은 아침, 중앙의 꼬마 씨. 아침밥은 어떻게 할래?
리케: 저는 더럽혀진 음식은 입에 대지 않습니다.
네로: 하? 썩은 걸 내주겠냐. 나의 위생관리에 트집을 잡을 셈?
리케: 그런 게 아니라…… 저는 성스러운 콩이랑 성스러운 우유, 성스러운 달걀과 과일밖에 먹지 못해요.
네로: 뭐야 그거……. 그림으로 그려봐.
리케: ……이런 빨간 거라던가……. 이런 노란 거…….
네로: 네네, 바나나와 사과 말이지. 어린애니까 영양을 더 섭취하라고. 주식은? 빵은 먹을 수 있나?
리케: 빵은 먹을 수 있어요.
네로: 알았어.
네로는 마법을 쓰지 않고 솜씨 좋게 조리기구를 다루며 요리를 시작했다. 부엌에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날렵한 손놀림은 믿음직스럽고, 마치 악기 연주자나 춤처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네로: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까 구운 지 얼마 안 돼서 빵도 아직 따뜻해.
리케: …….
네로: 왜 그래?
리케: 따뜻한 요리 같은 거, 먹어본 적이 없어요…….
네로: 하아? 어떻게 살았던거야. 괴롭힘을 당했나?
리케: 아뇨, 애지중지 아껴주셨습니다.
네로: 흐응. 소중한 사람에게 찬 밥 같은 거, 나 같으면 안 낼텐데.
리케: 잘 먹겠습니다.
네로: 그래. 어쨌든 파티나 퍼레이드 같은 건 나로서는 절대로 거절……
리케: ……맛있어…….
네로: 응? 아하하. 그렇지, 그렇지.
리케: ……이렇게 맛있는거, 난생 처음 먹어봤어요…….
네로: …….
리케: 입안이 천국이 된 것 같아……. 정말 맛있어……. 고마워요, 네로.
네로: ……천만에.
리케: ……바깥 세계에는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었군요. 아…… 하지만, 이게 유혹인걸까…….
네로: 유혹이라니? 무슨 얘기야?
리케: 사제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바깥 세계는 더럽혀지고 유혹이 많아서 사람도 마법사도 타락해 버린다고. 그래서 제 힘이 올바르게 쓰이는 날까지 교단 분들께서 바깥 세계로부터 지켜주시는 거예요. 빨리 더럽혀진 문장을 지우고 교단 분들께 돌아가야 하는데…….
4화 말의 마법
네로: 사제라니? 마법사야?
리케: 아뇨. 인간이지만, 신에게 선택받은 분이십니다. 신님의 목소리가 들리시거든요. 제가 사는 길을 알려주셨어요.
네로: …………인간놈들은, 이런 아이들까지 이용하려는 거냐고…….
리케: 에?
네로: 너, 몇 살?
리케: 16살이요.
네로: 나이에 비해 어린 인상이군……. 갇혀서 자란 탓인가…….
리케: 갇혀있었던게 아니에요. 외계의 예로부터 보호해 주신 겁니다. 모두 착하신 분이에요.
네로: ……알았어. 사양 말고 먹으면 돼. 더 있으니까.
리케: 네. 감사합니다!
미틸: 리케!
리케: 미틸…….
미틸: 아…… 현자님, 네로 씨, 안녕하세요. 네로 씨, 아침 맛있었어요!
네로: 고마워.
미틸: 리케, 밥 먹고 안뜰로 가요. 형님이 공부를 가르쳐주신대요!
리케: 미틸의 형이라면 루틸? 저도 함께해도 괜찮나요?
미틸: 물론이에요! 리케와는 친구가 됐으니까!
리케: 친구……. 알겠어요.
미틸: 아…… 현자님과 네로 씨도 함께 어떠신가요?
네로: 나는 됐어. 열심히 공부하고 와.
저는 나중에 상황을 살피러 가볼게요.
미틸: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뵈어요!
리케와 미틸은 사이좋은 듯 서로 웃고 있었다. 아직 어린 둘의 교류는 보기만 해도 포근함을 느끼게 했다.
루틸: 그럼 미틸, 리케. 둘에게 새로운 말을 알려줄게.
리케 / 미틸: 네!
루틸: 리케는 글자를 어디까지 쓸 수 있어?
리케: 글자…….
미틸: 읽고 써 본 적이 없나요?
리케: 제 일이 아니어서……. 모두들, 글을 쓸 수 있나요?
미틸: 저는 형님에게 배웠어요!
리케: ……그렇구나…….
루틸: 그러면 리케의 이름 쓰는 법부터 배워볼까. 리케라는 이름, 울림이 예뻐서 나는 좋아해. 리케는?
리케: 아…… 저도 좋아해요…….
루틸: 다행이다. Riquet. 이게 리케 이름의 철자야.
리케: 리…… 케…….
루틸: 잘하네! 다음엔 미틸이 이름을 써보자. 리케가 읽기 좋게 꼼꼼하게.
미틸: 알겠어요! 리케, 봐주세요. Mitile…… 이게 제 이름이에요.
리케: 미……치……루……. 미틸이네요. 외웠어요! 저, 써볼게요!
루틸: 둘 다 너무 잘하네. 사람도 마법사도 말을 써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지? 그러니 말은 굉장히 중요해. 말은 마음을 나타내는 거지만, 말에 마음이 끌리는 법이니까. 상냥한 말을 쓰면 상냥한 사람으로, 몹쓸 말을 쓰면 몹쓸 사람에게 쓰는 말로 마음도 물들어 가. 쓰는 분들도 마음이 물들어가고. 심한 말이나 엄한 말만 듣다보면 마음이 움츠러들고 말아.
루틸: 그러니 말은 마법과 같은 거야. 자신과 남을 축복할 수도 있고, 저주할 수도 있어.
리케: 그렇군요…….
5화 루틸의 추억
리케: 저는 축복의 말을 썼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을 축복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니까. 미틸이나 루틸에 대한 것도.
루틸: 고마워. 엄청 기뻐. 리케는 착한 아이네. 미틸도 상냥한 아이야. 난 두 사람이 정말 좋아.
미틸: 에헤헤…….
리케: 에헤헤…….
루틸의 칭찬을 받고 리케와 미틸이 검연쩍게 웃는다. 다정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네로가 다가왔다. 검연쩍은 듯 눈을 돌리면서 작은 소리로 말한다.
네로: 참가할게. 파티랑 퍼레이드.
에? 정말인가요……?
네로: 이번에는 일단 동쪽의 나라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파티나 퍼레이드에 참가해서 강하게 보이면 태평스러운 놈들을 이용하는 무리도 줄어들잖아.
네로…… 고마워요.
네로: 답례를 들을 만한 일도 아니야. 공짜로 먹고 마시는 것 뿐이잖아. 북쪽의 마법사들은? 그놈들은 어차피 안 오겠지?
할 수 있으면 와주면 좋겠지만…… 자기들보다 더 강한 오즈의 명령이 아니면 따르지 않을거라고…….
네로: 뭐, 그렇겠지. ……그 편이 좋아…….
네로?
네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루틸.
루틸: 현자님.
멀리서 듣고 있었어요. 저도 다음에 참가하게 해주세요. 모두와 함께 세계를 기억하고 싶어요.
루틸: 현자님께 공부라니, 긴장되네요. 그래도 기뻐요!
루틸과 미틸은 형제 마법사죠. 부모님도 마법사였나요?
루틸: 아버지는 인간이었지만 어머니가 마녀였어요. 대마녀 치렛타라고 하는데, 유명한 사람이었나봐요. 미틸을 낳고 돌아가셨지만 밝고 쾌활한 마녀였어요.
그랬나요……. 좋은 어머니였기에 루틸도 상냥한 분인거겠죠.
루틸: 감사합니다. 어머님 덕분도 있지만, 어머님의 친구분 덕분이기도 해요.
치렛타 씨의 친구?
루틸: 네. 미틸이 배 안에 있을 때 만났어요. 어린 제가 봐도 멋있는 아저씨였는데. 강한 마법사나 마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할 수 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자신은 길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놀라서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에게 어머니의 친구 분이 마법을 보여주셨어요. 산이 순식간에 날아갈 정도로 엄청난 마법이었어요.
산이 순식간에……. 마법으로 그렇게까지 할 수 있군요…….
루틸: 네. 아저씨는 마법을 보여주고 나서 저에게 이상한 부적을 주시고 약속을 해주셨거든요. 당신과 당신의 동생은 제가 지킵니다 라면서.
루틸은 수줍어하며 웃었다.
6화 마법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루틸: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든든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혼자가 아니라고. 아저씨의 말대로 저의 남동생이 태어났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두 형제만 남게 되었습니다만……. 그 아저씨가 지켜봐 준다고 생각하면, 마음 놓고 꼿꼿이 설 수 있어요. 정신 차리자, 열심히 하자면서.
멋진 분이시네요. 제 세계에 있는 이야기의 키다리 아저씨 같아요…….
루틸: 키다리? 다리는 길었어요! 아저씨라고 소개만 받았을 뿐 사실 좀 더 젊은 편이었던 것 같고.
루틸: 아! 말을 너무 많이 해버렸네요. 그만 그리워져서…….
아뇨, 들려주셔서 고마워요. 나중에 키다리 아저씨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루틸: 네!
중앙 나라의 사람: 오늘은 현자님의 마법사의 퍼레이드야! '거대한 재앙' 을 물리친 영웅들을 볼 수 있어!
중앙 나라의 사람: 하지만 마법사 씨들, 늦으시네…….
중앙 나라의 사람: 영웅이라고 해도 마법사의 본질은 거짓말쟁이고 변덕쟁이야. 귀찮아진거 아냐?
중앙 나라의 사람: 그런……. 복구 작업하면서 최대한 환영할 준비를 했는데…….
중앙 나라의 사람: '거대한 재앙' 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충대충 싸웠을게 뻔해……. 그 바람에 이렇게 큰 피해가…….
중앙 나라의 사람: ……힘든 건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왜 그런 놈들을 환영해야 하는 거야…….
아서: ……현자님들, 늦으시네…….
콕로빈: 그러게요…….
아서: 변두리의 이곳에서 합류해 함께 퍼레이드를 한다고 카인에게 설명했을텐데……. 이제 약속시간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잠깐 내가 보러 갔다 올게.
콕로빈: 아, 안됩니다! 아서 님이 친히 모시고 오시다니! 아서 님까지 없다면…….
아서: 그러면 콕로빈, 보러 가줄 수 있나?
콕로빈: 알겠습니다. 마차로 출발하면 반나절에…….
아서: 아니, 그렇게 하면 늦어. 군함새의 속도라면 금방 도착하겠지.
콕로빈: 그건 그렇지만, 저는 군함새가………………. ……!?
아서:'파르녹턴 닉스지오!'
콕로빈: 쿠, 쿄쿄쿄쿄쿄!?
아서: 부탁할게, 콕로빈.
콕로빈: 쿄…… 쿄쿄쿄쿄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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