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아침의 한때
카인: 모두, 들어줘. 현자님이 새로운 마법사의 소환을 맡아주셨어.
식당에 가서 카인이 보고했다. 식당에는 무르와 샤일록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끌면서 카인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카인: 어라? 아직 아무도 없는 건가?
무르: 있어! 안녕, 카인. 현자님!
카인: 무르? 어디 있어?
무르: 주머니 속!
카인: 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와.
무르: 나와 있는데? 여기서 더 못 나가.
카인: 아하하, 바보.
카인…… 역시 눈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때, 스노우와 화이트가 왔다.
스노우: 좋은 아침.
화이트: 좋은 아침일세, 모두들.
샤일록: 좋은 아침입니다. 파우스트의 상태는…… 아야.
카인: 샤일록.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지 마.
샤일록: 부딪혀온 건 그쪽이죠. 심지어 정면에서.
카인: 에?
샤일록: 숙취인가요?
카인: 아니, 눈이 안 좋아서……. 그러고 보니 쌍둥이 선생님의 모습도 안 보여.
스노우: 호호호, 이상한 일도 다 있구먼.
화이트: 우리도 어제 벽의 그림에서 나올 수 없게 되었었네.
카인: 농담하지 말아줘. 내가 말하는 건 사실이야. 그것보다 들어줘, 현자님이 새로운 마법사의 소환을 맡아주셨어.
샤일록: 덕분에 살았네요. 현자님, 감사합니다.
무르: 아싸! 새로운 동료!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스노우: 고맙네, 현자여. 그러면 오후가 지나면 소환 의식을 치르도록 하지.
화이트: '거대한 재앙' 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나서가 좋으니까.
희미하게 하얗게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스노우와 화이트는 말했다. 샤일록은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샤일록: 그때까지는 푹 쉬어주세요. 우선 아침을 좀 먹을까요. 카인, 히스클리프 좀 깨워주세요. 마녀들이나 남쪽의 마법사들이 돌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침을 만들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카인: 그녀석, 만들 수 있어? 귀족 도련님이라고.
샤일록: 손재주가 좋은 아이니까요. 그가 아니면 누가 만들 건가요?
카인: 당신은? 술집을 하고 있지? 전에 만들어준 가벼운 식사 맛있었는데.
샤일록: 아침부터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싶지 않아요.
카인: 그러면 내가 만들게. 집어넣고 끓이면 되잖아.
아…… 저라도 괜찮다면 만들게요.
무르: 정말? 죽 만들 수 있어?
죽을 알고 있나요!? 죽 만들 수 있어요! 이 세계에서도 죽을 먹는군요!
카인: 엄청 감격하고 있네.
샤일록: 그러고 보니 전의 현자님도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려면 맛있는 밥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네요. 그러면 맡기겠습니다. 부엌으로 안내해 드리죠.
주방으로 안내된 나는 충격 받았다.
2화 아침밥과 부드러운 마법
잘 모르는 재료들이 투명한 병에 담겨 선반에 줄지어 서 있다. '아마도 다시마' 라고 쓰여진 건조하고 잘 모르는 해조류……. '아마도 쌀' 이라고 적힌 하얀 알갱이……. '아마도 된장' 이라고 쓰여진 진한 녹색을 띤 끈적끈적한 것…….
전의 현자님, 고생했구나…….
자 해보자, 라는 기분으로 냄비를 집어들었을 때 히스클리프가 달려왔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괜찮아요.
히스클리프: 안 돼요. 이래보여도 손재주는 좋으니까요. 도와드릴 수 있을 정도만 하게 해주세요.
히스클리프가 팔을 걷으며 웃는다. 어떨결에 반할 정도로 예쁜 사람이었어. 히스클리프의 웃는 얼굴은 어딘가 어색하다. 낯가리는 애가 열심히 다가오는 느낌. 사실은 사교적인 타입은 아니지만 파우스트도 있고 해서 다가가려고 하는 건지도 몰라. 고양이 할머니의 하나코가 그랬다. 다른 고양이들이 나를 신경쓰니까 나도 그럼…… 하는 느낌으로 쭈뼛쭈뼛 다가왔다. 가능한 한 그가 안심하도록 나는 웃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히스클리프: 아니에요. 그러면 뭘 만드는 되는 건가요?
죽이요.
히스클리프: 아아, 전에 현자님이 끓여주신 우유 같은 거다. 육수가 중요하죠.
앞치마를 두르면서 히스클리프는 지휘하듯 긴 손가락 끝을 흔들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창문이 열리고 밖에서 계란이 허공을 날아온다. 공중에 떠오른 주전자가 기울어져 냄비에 물이 부어지면 동시에 끓었다. 거기에 '아마도 다시마' 가 투입왰다. '아마도 다시마' 는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시고, 배 이상으로 불어나면 지느러미 모양이 된다.
……이건…….
히스클리프: 침몰조예요. 배에 얽혀 침몰시키는 해조죠. 저도 전까지는 먹어본 적이 없었네요.
히스클리프: 어제는 잘 주무셨나요?
아, 네. 현자의 서를 읽다가 졸아버려서…….
부엌을 난무하는 것을 바라보고 멍한 표정으로 나는 질문에 대답했다. 섬뜩한 소리를 울리면서 달걀이 깨지고 공 안에서 빙글빙글 섞여간다. 죽의 준비를 하면서 히스클리프는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마법사란 편리하네요…….
히스클리프: 에?
아, 아뇨! 커피는 제 세계에도 있었어요. 커피는 마법으로 만들지 않나요?
히스클리프: 하하, 마법으로 만들 수 있지만 직접 끓이는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서요. 슈가는 마법으로 만들 거에요. 슈가 만들기는 마법을 익힌 자가 처음에 연습하는 마법이에요. 쉬워 보이지만 예쁜 별 모양으로 만들거나, 당도 조절을 하기가 어려워서. 처음에는 그냥 가루설탕으로 됐다가, 별로 맛이 안 나거나, 설탕물이 됐거나 했었죠.
냄비에 넣은 '아마도 쌀' 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히스클리프는 계란물을 떨어뜨렸다. 예쁜 루프를 허공에서 그리면서 달걀물이 빙글빙글 돌며 냄비에 뚝뚝 떨어진다.
히스클리프: 마법사의 슈가는 체력 회복과 정신 안정에 도움을 주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사러 오기도 해요. 현자님, 손을 대주세요.
나는 시키는 대로 히스클리프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히스클리프가 내 손바닥을 집게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자 예쁜 별 모양의 설탕이 데굴데굴 몇 개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와아…… 대단하네요!
히스클리프는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3화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히스클리프: 별거 아니에요. 마법사라면 전부 다 할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집어 올리려 하자, 곧 사르르 부서졌다. 섬세한 감촉은 어딘가 그 다웠다.
(이것이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저기…… 마법사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건가요? 어제 외웠던 주문 같은 걸 외우면, 저도 쓸 수 있게 되는 건가요?
만약에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조금은 써보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며 묻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히스클리프: 그러니까…… 마법사는 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에요. 마법사는 인간에게서 갑자기 태어납니다. 마법사의 아이도 마법사가 아닐 수도 있고요. 뭐, 돌연변이 같은건가. 만 명 중 한 명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만큼 오래 살지만요. 작업 체인지가 아니라 뮤턴트 히어로냐고 전의 현자님께서 그러셨습니다.
과연……. 그러면 주문을 외운다고 해서 아무나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네요.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주문은 마력을 담은 마음을 강화하는 주술 같은 거에요. 그러니까 마법사에 따라 각자 다르죠. 입속에서 좋아하는 말을 외우다 보면 이상한 힘이 깃들게 된다고 배웠습니다.
좋아하는 말이 주문이 되는거네요. 히스클리프의 주문은 무슨 뜻인가요?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는 눈을 깜빡이며 깜짝 놀란 듯 입술을 다물었다. 부끄러워하듯이 눈꺼풀을 덮고, 뺨을 물들이면서 작은 소리로 내뱉었다.
히스클리프: ……해질녘과, 빗소리…….
해질녘과 빗소리…….
히스클리프: 이상, 한가요……?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해질녘이랑 빗소리를 좋아하거든요.
히스클리프는 안심하듯 웃었다. 어딘지 모르게 허물없는 모습으로 수줍어하면서 요리를 계속해간다.
히스클리프: 죄송해요. 별로 물어본 적이 없어서, 긴장해버려서…….
저야말로 죄송해요. 실례되는 질문이었나요?
히스클리프: 아뇨, 어린애 같나 싶어서. 진실한 사랑이라던가, 우주의 진리 같은 걸 주문으로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멋있네요. 나는 좋아하는 곡의 제목이나 고양이들의 이름이 되려나.
히스클리프: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
네, 진짜 좋아해요.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도 고양이를 좋아하셔요. 본인은 숨기려고 하지만, 몰래 신경 써주시는 걸 본 적 있어요.
그렇구나. 마음이 맞을 것 같아요.
히스클리프: 무섭지만 좋은 선생님이세요.
어느새 히스클리프와 눈을 마주치면서 웃음을 건네기 시작했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몸과 물건을 연결해서 쓰듯이, 마법은 마음과 자연을 연결해서 쓴다고.
마음과 자연…….
히스클리프: 네. 마음에 그리는 힘이 강해질수록 마법은 성공하고 강해져요.
마음에 그리는 힘……. 그 힘이 강해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나요?
히스클리프: 마법으로 할 수 있는 건 마법사의 마력의 세기나 특기, 잘 못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네요. 시간을 되감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던가 그런 건 할 수 없어요.
그렇군요. 어제 히스클리프는 시게를 잡고 군사의 시간을 멈춘 것 처럼 보였었는데.
히스클리프: 아아, 아니에요! 시간이 멈추는 걸 이미지하고,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을 뿐이에요.
눈썹을 수그리고 히스클리프는 웃었다.
히스클리프: 시간이 돌아오면 좋죠. 저는 다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다운 소감에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법이라니 깜짝 놀랐지만, 역시 마음은 모두 인간과 같구나)
히스클리프: ……좋아, 완성했어요.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가져갈게요.
네, 부탁드릴게요.
4화 마법사와 아침 식사를
무르: 와——이, 아침밥이다!
샤일록: 무르, 하늘 날지 말고 앉아서 식사하세요.
스노우: 오오, 이건 먹어본 적 있네. 숙이지.
화이트: 욱이잖아.
카인: 죽이요.
소금을 뿌……
브래들리: 아프잖아! 뭐야, 갑자기!
카인: 브래들리……. 언제부터 있었어?
브래들리: 아까부터 있었잖아! 눈알 어디다가 붙여놓은거야!
히스클리프: 아까 나도 보지 못했어. 괜찮아? 카인…….
카인: 곤란한데.... 뭐, 지금은 밥이나 먹자. 식기 전에.
샤일록: 전부터 생각했던건데, 이 죽이라는 건 커피와 안 어울리네요.
그들과 지내다 보니 그들의 인품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르는 변덕스럽고 충동적. 샤일록은 어른스럽지만 마이 페이스. 카인은 씩씩해서 오빠 같아. 히스클리프는 낯을 가리고, 잘 모르겠지만 브래들리는 화를 잘 낸다. 스노우와 화이트는 모두에게 주목 받고 있어. 고양이 할머니 집 마당에서 각자 마음대로 생활하던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사이가 좋은 건지, 사이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는, 제멋대로인 그 느낌과 닮았다. 덜그럭거리는 대화 내용마저.
스노우: 그렇지. '거대한 재앙' 에 대해서 현자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네.
카인: 아아, 아까 내가 얘기했어.
화이트: 그랬었나. 그렇다면 그걸로 됐네. 수고가 덜렸다.
스노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무르에게 물어보게나. 무르는 '거대한 재앙' 에 관한 연구를 했었지.
샤일록: 지금의 그에게는 무리에요. 비밀에 너무 가까워져 영혼이 나가떨어졌거든요.
영혼이 나가 떨어지다……. 그런 건 자주 있는 일인가요?
샤일록: 보통은 없습니다. 눈알을 교환하거나 귀신을 마법으로 이어붙이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네요.
브래들리: 흥, 괴짜들의 모임이군.
샤일록: 저는 좋아하는데요. 인물이나 술이나 뛰어난 것만큼 기묘하고 이질적인 것들은, 풍성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카인: 서쪽의 마법사답네.
샤일록: 당신도 중앙의 마법사답게, 성격이 꼿꼿하시네요.
저기…… 서쪽답다, 중앙답다 라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스노우: 이 세계에는 다섯 나라가 있다. 중앙, 북쪽, 서쪽, 동쪽, 남쪽.
화이트: 사는 나라에 따라 마법사의 인품이 다르지. 전의 현자가 현자의 서에 적어 놓았네.
현자의 서에…….
나는 식사를 마친 후, 방에서 가져온 현자의 서를 열었다.
'현자의 마법사는 중앙의 나라, 동쪽의 나라, 서쪽의 나라, 남쪽의 나라, 북쪽의 나라에서 4명씩 모여드는 것 같다. 선택은 초자연적인 어떤 힘으로, 현자의 의사로는 선택할 수 없다. 프리티 마녀군단은 못하나 봐. 유감! 마법사는 지역마다 성격에 특징이 있다. 꼭 출신지가 아니라, 오래 살다 보면 그 고장의 기질이 몸에 밴다는 듯하다. 서쪽 태생이라도 동쪽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놈도 있다.'
'중앙의 마법사는 정의감이 강하다. 끼리끼리 알아서 싫은 일도 자진해서 해준다. 리더 기질.'
(중앙의 마법사……. 카인과 오즈다. 카인은 뭔가 알 것 같아.)
'동쪽의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해. 마음을 닫은 느낌. 혼자가 좋아. 뿌리는 착해. 따르면 귀여워져. 화나게 하면 평생 앙심을 품는다.'
(동쪽의 마법사……. 히스클리프와 파우스트다)
'서쪽의 마법사는 기분파고 변덕스러워. 말이 안 통해. 마이 페이스. 축제를 좋아해. 이상한 애가 많다.'
(서쪽의 마법사……. 무르와 샤일록이지.)
'남쪽의 마법사는 착하고 친절해. 따스한 치유계. 사람 살리는 게 좋아. 마력은 약한데 남을 감싸니까 걱정…….'
(남쪽의 마법사……. 그러고 보니, 만난 적 없네……. 만나 보고 싶다……. 치유계의 친절한 마법사…….)
'북쪽의 마법사들은 무섭다. 기가 세. 사이가 안 좋아. 자기중심적. 이놈들은 세계가 망해도 살아남을거야.'
5화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아마도 걔네들만큼은 살아남을 테니까 자세히 적어둔다. 스노우와 화이트는 비교적 온후. 비교적 협조적. 농담 좋아해. 맏형 마법사로 수천 년을 살았다.'
(스노우와 화이트……. 상상 외로 오래 살았네.)
'브래들리. 요주의.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였다. 지금은 죄수. 화나면 정말 무섭지만 음식으로 약간 회유할 수 있어.'
(그러고 보니 죽도 잘 먹었었지…….)
'오웬. 요주의. 섬뜩해. 대화하면 정신 무너질 것 같아. 관심 가지지 않으려고만 하면 된다.'
(카인에게서 들었던 사람이다……. 뭔가 무섭네…….)
'미스라. MAX 요주의. 겉모습과 존댓말에 속지 않는게 좋아. 짐승. 살해 당할거야.'
(짐승……. 죽는다니…… 진짜 만나고 싶지 않아…….)
(어라……? 하나 더…….)
'오즈. 북쪽의 마법사인데 중앙에서 소환됐다. 과거 마법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악명 높은 마법사.'
(……마법으로 세계를 지배……. 악명 높은 지배자……. 무서울 것 같은 사람이었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지)
샤일록: 뭐하고 계시나요?
현자의 서를 읽고 있는데 샤일록이 옆에 걸터앉았다. 김을 내뿜는 와인 병과, 여러 가지 모양의 잎사귀, 작은 나무 열매와 장미 꽃봉오리를 테이블에 늘어놓고 있다.
아……. 의식을 할 예정인 정오까지 시간이 남아서 현자의 서를 읽고 있었어요.
샤일록: 정신없이 읽고 계셨네요. 재밌었나요?
네. 이 세계의 이야기나, 마법사 시들의 이야기는 모두 흥미로워서…….
샤일록: 다행이군요.
샤일록은 미소 지으며 나뭇잎과 나무 열매, 장미 꽃봉이를 말려서 와인병에 넣었다. 와인이 쏟아질 것 같으면 텀플러에 이어 직접 마셨다. 그리고 또 잘게 썬 잎을 넣어 간다. 그의 작업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샤일록은 뭘 하고 있나요?
샤일록: 허브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서쪽 나라에서 술집을 하고 있거든요.
세계를 구하는 마법사인데, 술집에서 일을 하나요?
장미 꽃잎을 병에 담으며, 샤일록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샤일록: 세계를 구해도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세계를 구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는 없지만.
크, 큰일이네요.
샤일록: 아니요, 재밌어요. 저는 이 일을 좋아하거든요. 귀찮은 일도 많이 있지만, 스스로 자신을 즐길 시간이 있으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샤일록의 말에 나는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모처럼 기묘한 세계에 왔는데 난 이 세계를 다 즐기고 못하고 있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이 세계를 다 즐기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마법을 보여달라고 하면 실례가 되나요?
샤일록: 때와 장소와 사람에 따라 다르네요. 지금의 시간과, 현자님과 저라면 적어도 전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법을 보여달라고 조르는 건, 안 되는 놀이 같아서 싫어하지도 않고요. 부끄러운 척하며 당신에게 보여주는 거라면, 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봐져서, 왠지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렇군요…….
샤일록이 손가락을 울리자, 와인병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하얀 김을 내뿜으면서, 병 속에서 뜯어진 잎이나 장미 봉오리, 나무 열매가 빙글빙글 춤을 춘다.
와아…….
샤일록: 저는 봉사계라서 조르시기 전에 그만 서비스를 해버렸네요. 다음에는 사랑스러운 소원을 들려주세요.
6화 소환 의식
어른스러운 추파를 보이며, 샤일록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샤일록: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씁니다. 그래서 사랑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동시에 사랑이 무섭고도 밉죠. 그러면서도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동물에게도 별에게도, 마법사는 사랑을 합니다. 바람을 사랑하고, 온 세상을 쫓고, 꽃을 두려워하고, 온 세상을 덮으려다가 일생을 마치는 마법사도 있죠. 바보같을 수도 있지만, 부디 웃지 말아주세요. 현자님.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진지하게 본인의 성질과, 그것들이 운반되는 날들을 받아들이고 즐기고, 행복을 찾고 있거든요.
와인병의 김이 줄면서 테이블 위를 치우자, 샤일록은 일어섰다.
샤일록: 방해해버렸군요. 부디, 독서의 계속을 즐기세요.
아…… 아뇨……. 다시 들려주세요. 마법사 얘기, 정말 재밌어요. 마법사의 이야기, 저는 좋아해요.
샤일록은 눈을 깜빡이다가 기쁜 듯이 웃었다.
샤일록: 물론이죠. 기쁩니다.
정오가 되자 스노우와 화이트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모여들었다. 새로운 마법사를 소환하기 위해.
스노우: 하는 방법은 의식을 하면서 가르치지. OJT 일세.
OJT……?
화이트: 전의 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실천하면서 방법을 알려주는 건 OJT.
스노우: 좌학으로 전하는 것은 연수.
화이트: 대화는 미팅.
스노우: 마무리 역할은 트레이너. 우리는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지.
알겠어요……. 저기, 하나만 먼저 물어봐도 되나요? 아프거나 무섭거나 할까요……?
샤일록과 무르가 눈을 마주쳤다.
샤일록: 저희에게는 아파 보이거나 무서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무르: 전의 현자님은 울고 있었던가?
나는 기가 꺾여 뒤로 물러섰다.
기, 기다려 주세요. 현자의 서를 읽고 나서 해도 될까요? 사전에 정보를 넣고 나서 도전해도..........
카인: 물론이야. 소환 의식에 대해서 써져 있으면 좋겠네.
나는 황급히 책장을 넘기며 소환 의식에 대한 기술 내용을 찾았다.
……있다!
'새로운 마법사의 소환법. 마력이 쇠약해져 문장이 사라졌을 때, 현자의 마법사는 은퇴한다. 그때 현자가 새 마법사를 소환한다. 이런 일은 드물지만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에서 마법사가 돌이 되었을 때도 없어진 만큼 새 마법사를 소환한다. 자세한 소환 방식은 아래와 같아. 어쩌다 (잊었다) 라는 고블렛에 마나석을 투입해서 솟아나온 검은 물을 마시고, 하늘로 약하게 만든다. 검은 물은 피 같은 냄새가 나고, 꽃의 꿀과 날 생선, 허브와 치즈를 최악의 방법으로 울면서 마셨다.'
……후핫…….
스노우: 잘 했다.
화이트: 잘 했네, 현자여.
마…… 마셨어요……. 우우…….
브래들리: ……잘도 마시네…….
카인: 열심히 했어, 아키라!
히스클리프: 이따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릴게요!
무르: 역시 울었다!
샤일록: 저라도 울었을겁니다.
스노우: 현자여, '장리의 고블렛' 을 머리 위에 쓰는 게다.
화이트: 무슨 일이 있어도 고블렛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
울먹이면서 시키는 대로 두 손으로 머리 위에 고블렛을 쓴다. 그러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신이 이제부터 뭔가를 채우기 위한 고블렛이 된 것 같은…….
……!
몸 속 깊은 곳에서 상쾌한 충동이, 하늘로 솟는 용처럼 치밀어오른다. 그것은 진짜 바람이 되어 내 주위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큰방의 천장이 어둡게 변한다.
(……이게 소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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