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셔우드의 숲
이상한 세계에 온, 그날 밤—— 침대 속에서 잠든 나는, 전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동쪽 나라, 셔우드의 숲.
동쪽 상인: ……무서운 밤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거대한 재앙' 이 저렇게 가까워지다니…….
???: …….
동쪽 상인: 분명 뽑힌 마법사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거야! 녀석들은 교활하고……. 우왓…… 안내인! 갑자기 걸음을 멈추지 마!
???: 안내는 여기까지다.
동쪽 상인: 뭐, 뭐라고!? 길 안내 요금은 냈잖아. 오늘 밤 안으로 숲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 마법사는 약삭빠르고 교활하잖아?
동쪽 상인: 너…… 너도 마법사였나…….
???: 그렇다면?
동쪽 상인: 시, 싫다. 농담이야. 이런 데서 버리지 말아줘, 제발. 동쪽의 마법사.
시노: 시노다.
동쪽 상인: 시, 시노. 부탁할게. 숲을 빠져나가면 요금을 더 줄테니까.
시노: 흥. 약삭빠르고 교활한 건 누구인지.
동쪽 상인: 헤헤…… 미안하다니까.
시노: 따라 와.
동쪽 상인: ……정말이지, 잘난 체 하는 녀석이군. 꼬맹이 주제에…….
시노: 하? 꼬맹이라고 했냐, 지금. 늑대의 밥이 되고 싶은 거야?
동쪽 상인: 설마, 설마! 봐, 마법사라면 하늘을 날 수 있잖아? 붕——하고 하늘을 날아서 숲을 넘어가면 되는 거 아니야?
시노: 네가 나라고 해서, 구두쇠 아저씨를 빗자루에 태우면 즐거울 것 같아?
동쪽 상인: …….
시노: 어떻게 해서라든 이라고 한다면, 추가 요금을 받겠어.
동쪽 상인: 돈을 뜯는건가……. 그 밖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어?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던가, 여기에 숙소를 만드는 건?
시노: 공간 이동은 고급 마법이야. 자연으로부터 물질을 모아 거대한 구축을 하는 것도. 굴 정도면 만들어 줄 수 있지.
동쪽 상인: 다른 특기는?
시노: 마물 사냥.
동쪽 상인: ……마물……?
동쪽 상인: ……깜짝아……. 새가……. 야, 야…… 뭐랄까, 숲의 모습이 이상하지 않아? 이 숲은 언제나 이런가? 왠지…… 숲 사이가 쨍쨍해서 무서운데.
시노: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이겠지. 생명력이 더해져 나무둘이 웅성거리고 있어. 숲 전체에 환희가 넘치고 뜨뜻미지근한 입을 뿜어내는 생물 같아.
동쪽 상인: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 줘…….
시노: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
동쪽 상인: 히익……! 땅이 흔들렸어……!
시노: ……지진이 아니야. 땅이 울리는 거다. 뭐가 떨어졌나?
동쪽 상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세계가 멸망해 버린다던가……. 선택받은 마법사들은 전멸한거야!?
2화 마법사의 왕자
시노: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동쪽 상인: 하지만…….
시노: 전멸은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람이 마법서에 있어. 걔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아.
동쪽 상인: 어, 어떻게.
시노: 마법사는 약속을 하지 않아.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으니까. 하지만, 허술한 스승에게 속아서 나는 형제제자와 약속을 했다. 서로를 지켜주겠다고.
시노: ——숨을 멈춰.
동쪽 상인: …….
시노: 태고의 안개 기색이다……. 저쪽으로 가. 이쪽으로 오지 말고. 보통 사람이 들이마시면 잠들어 버릴 거야. '거대한 재앙' 이 너무 가까워진 영향으로 숲이나 공기가 원시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
동쪽 상인: 후아아…… 갑자기 졸려…….
시노: ……!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젠장, 무거워……. ……그 녀석,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분명 울상 짓고 있겠지. 도련님이니까…….
시노: ……? 뭐야, 이 소리는……. 생물의 표효……? ……! 이리로 다가온다…….
시노: ……!! 뭐야, 저건……!?
중앙의 나라, 수도.
중앙 국민: 봐! 저쪽에 토네이도가……. 토네이도가 거리에서 난리치고 있어! 대지도 심하게 갈라지고……!
중앙 국민: 아아…… 날이 밝았더니 거리가 이 지경이 되어 버렸어……. 훌륭한 성도 저렇게 무너지고……. ……아……! 또 성벽이 무너진다……!
중앙 국민: 도망쳐! 기와에 깔린다!
아이: ……엄마…….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중앙 국민: ……! 기, 기와장이 공중에서 멈췄어……!
아서: 이 사이에 도망쳐! 이제 괜찮아.
아이: ……아…….
아이의 엄마: 이쪽으로 와!
중앙 국민: 다행이다! 모두 도망쳤어! 구해 준 마법사는 도대체…….
아이: 오빠, 고마워…….
아서: 천만의 말씀. 다친 곳은 없어?
아이: 응!
아서: 너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아이의 엄마: 저기, 답례를……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아서: 답례라니…….
병사: 아서 왕자님!
아이: 왕자님……?
아이의 엄마: 왕자님이라고……!?
병사: 왕자님, 여기는 위험합니다! 혼자서 돌아다니지 말아주세요!
아서: 미안해, 금방 갈게. 그럼.
아이: 왕자님, 고마워!
아이의 엄마: 감사했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병사: 왕자님, 이쪽으로!
아서: 피해 확인을! 부상자의 수당을 우선시 해 줘!
병사: 네!
아서: 모두,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되겠지만 부디 참아 줘. 이 나라의 평화는 반드시 내가 지킬테니.
중앙 국민: 아서 왕자님, 만세!
중앙 국민: 우리에겐 아서 왕자님이 있어!
중앙 국민: 이 얼마나 아름답고, 상냥한 왕자님인지…….
3화 심복의 기도
아서: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으로, 현자님은 사라져 버린 건가…….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무사히 돌아가셨으면 좋겠네……. 새로운 현자님의 소환에는 성공한건가?
드러몬드: 네, 네. 하지만 선택받은 마법사들이 멋대로 마법서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아서: 어째서?
드러몬드: 그게, 죽어가는 마법사를 살리려고…….
아서: 마법사들에게 피해가 생긴거야? 어째서 보고하지 않았어?
드러몬드: 거,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에서 잃은 마법사들은, 현자의 소환으로 보충할 수 있고…….
아서: 보충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 줘. 마법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마법사는 활이나 총 같은 무기가 아니야.
드러몬드: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저희에게 있어서 마법사는 무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마법사이신 아서 님이 마법사의 편을 드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서: ……편이라니…….
드러몬드: 애초에 마법사는 인간을 돕는 좋은 녀석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일찍이 두려움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오즈가 바로 그 예시가 아닙니까! 나쁜 마법사에게, 사람들은 학대를 받아 왔습니다!
아서: …….
드러몬드: 그렇기에 사람과 마법사의 다리를 놓는 현자를 이쪽으로 데려오고, 단단히 고삐를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서 전하도 마법사가 아니라 저희 인간 편을 들어주십시오! 아서 전하는 중앙 나라의 왕자님이십니다!
아서: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야. 현자님처럼 나도 인간과 마법사들의 다리를 놓고 싶어. '거대한 재앙' 은 이 세계의 위협이야. 인간과 마법사가 서로 협력하며 맞서야 해.
드러몬드: 알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아서: …….
아서: 후우……. 사람과 마법사 사이의 골은 아직 깊지만, 포기해서는 안 돼. 언젠가는 모두 알아줄거야. 마법서의 마법사들도, 새로운 현자님도. 부디 무사하시길…….
드러몬드: 정말이지, 아서 전하의 마법사 인색도 난처한 노릇이군.
빈센트: 드러몬드.
드러몬드: 비, 빈센트 님…….
빈센트: 일찌감치 현자를 중앙의 성으로 데려오라고 했지만, 실패한 것 같군.
드러몬드: 며, 면목 없습니다! 마법사 패거리들에게 방해를 받아서…….
빈센트: '거대한 재앙' 의 피해가 컸던 것은 마법사 녀석들이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현자에게 순종한다고 하니 새로운 마법사들이 모이기 전에 현자를 납치해서 우리를 따르게 하도록 해.
드러몬드: 하, 하지만 현자를 납치하거나 하면 마법사들을 더욱 더 화나게 하는게 아닌지…….
빈센트: 걱정할 필요 없어. 현자를 우리 수중에 넣으면 그들도 말을 따를 것이다. 이 또한 중앙 나라의 백성을 위해서다. ……국왕인 형님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더 이상 아서의 마음대로 하게 둘까보냐.
한 새벽,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나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이것이 나의 현실인 것 같다.
(아직 믿겨지지가 않네…….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는 창문을 열었다. 새소리에 아침 이슬 냄새, 어디선가 물소리도 들린다. 바람이 데려오는 꽃냄새에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시원하고 상쾌한 깨어남이다. 싱싱한 자연에 싸여 있자니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졌다.
(분주하지 않는 아침이라니, 얼마만인지……. 빠질 것 같은 푸른 하늘이다. 예쁘네……)
(……아……. 흰색의 큰 달이, 저렇게 또렷하게 하늘에 남아있어.)
아…… 네!
카인: 좋은 아침입니다, 현자님.
4화 그 손에 닿아서
카인의 목소리다.
(카인은 중앙 나라의 기사니까, 중앙 나라의 아서 왕자와 아는 사이라고 말했었지……)
카인: 현자님, 아직 자고 있어?
이, 일어났어요! 잠깐 기다려주세요. 몸가짐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카인: 그런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자고 일어나도 현자님은 멋져.
…….
(굉장한 대사를……. 이 사람, 인기 많을 것 같아)
카인: 하지만 뭐, 기사의 매너다. 기다리겠습니다.
고, 고마워요.
카인: 천천히.
나는 준비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웃는 얼굴을 하고 있던 카인이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카인: 어라? 어디 있어?
에? 여기에 있어요.
카인: 어디에?
눈 앞에…….
카인: 눈 앞에? 없잖아.
우왓, 얼굴 부딪힌다!
카인: 에?
눈 앞에 있어요. 자, 여기…….
카인의 손을 양손으로 잡는다. 순간,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카인: 아, 있다. 어째서 숨어있던 거야?
숨지 않았어요. 저는 마법을 못 쓰잖아요.
카인: 그런건가……. 그렇다면 왜 안보였던거지.
…….
카인은 조금 생각에 잠기자 벌떡 고개를 들었다.
카인: 뭐 됐나.
되, 된건가요?
카인: 이 한쪽 눈 때문인 걸 수도 있어. 봐, 이쪽 눈은 빨갛지?
카인은 몸을 굽혀 나에게 시선의 높이를 맞추며 한쪽 눈을 가리켰다.
카인: 이 빨간 눈은 원래 내 눈이 아니야.
카인의 눈이 아니야……?
카인: 아아, 성격 나쁜 마법사가 억지로 한쪽 눈을 도려내서 말이야.
에……!?
카인: 거기에 그 녀석의 눈을 박았어.
무…… 무서운 걸 하는 사람이 있네요.
카인: 나도 섣불렀어. 언젠가 그 놈을 이겨서 되찾을 생각이지만.
아, 아프진 않았나요?
카인: 물론 아팠지. 한동안 내 말도 안 듣고 마음대로 남의 걸 보려고 하고.
한껏 눈썹을 찡그린 후, 카인은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카인: 오웬이야.
……에?
카인: 내 눈을 훔친 녀석. 북쪽의 마법사 오웬이라고 해.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오웬을 만난다면 먼저 눈을 돌려. 그 다음에는 오웬의 말은 듣지 마. 오웬과 대화하면 끝이야.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바로 사이의 바닥으로 끌려가.
……알겠어요…….
긴장하는 나를 보고 카인이 정겹게 웃었다.
카인: 괜찮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지켜줄게. 오웬은 잘 만나지도 못하고. 이런, 경어를 까먹었네요. 죄송합니다, 현자님.
아……. 존댓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카인: 그래? 고마워. 예의범절은 잘 못 지키거든.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 줘. 밖에 좀 걸을까. 산책하면서 너의 부탁, 들어줄게.
에?
카인: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에게 들었어. 아서 전하를 만나고 싶은 거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카인은 쓸쓸하게 웃었다.
카인: 나는 당신이 이 세계에 있어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5화 거대한 재앙
카인과 나란히 밖을 걸으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커다랗고 흰 달이 푸른 하늘에 희미하게 떠있다.
역시 크네요…….
카인: 뭐가?
달이요. 이 세계의 달은 크구나, 해서.
카인: 어제 내습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내습……?
카인은 눈을 찡그리며 달을 노려보았다.
카인: 저게 '거대한 재앙' 이야. 일 년에 한 번, 내습하여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지. 우리가 싸우고 있는 상대야.
달……? 달과 싸우고 있는 건가요……!?
카인: 맞아. 내습하는 달을 공격하여 하늘로 돌려보내는 것이 현자의 마법사의 역할이야.
달과 싸우는 마법사…….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나는 말문이 막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런 큰 것이 다가오고, 그때마다 그것을 되받아쳐 세계를 지켜야 하다니.
매년……?
카인: 아아, 매년.
계속이요……?
카인: 계속.
카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카인: 한 번에 딱 없어지면 편할 텐데. 하지만 세계에 있는 귀찮은 일은 대개 그런 거야. 치우면 또 문제가 생기고……. 반복, 반복. 어떻게든 해. 동화 같은 예쁜 끝이란 없어. 참을성 있게 계속 할 수 밖에.
…….
카인: ……라고, 딱 잘라 말했는데. 올해의 '거대한 재앙'은 이상했어.
이상하다니…….
카인: 말도 안 되게 강력했어. 마법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이 세계에 접근해서……. 덕분에 20명 있던 동료가 반으로 줄어들었어…….
눈을 내리깔고 카인은 입을 다물었다. 아침 햇살 속에 고요히 바람이 불어간다.
카인: ……'거대한 재앙' 이 너무 접근한 탓에 왕도에도 큰 피해가 있을 거야. 아서 전하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 아서 전하는 그랑벨 성에 계셔. 나도 평소에는 성에 출입하고 있으니 당신을 데리고 갈 수도 있을 거야. 전하께서도 분명 환영해 주시겠지. 하지만 왕도의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복구 작업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지 않을래?
(……피해 규모……. 달이 다가온거야. 상상도 할 수 없는 피해겠지……)
알겠어요……. 힘든 시기에 제멋대로 굴어서 죄송해요.
카인: 무슨 말이야. 네가 힘들 때 이쪽이 제멋대로 굴었는 걸. 가능하다면 이 세계나 우리를 좋아했으면 좋았을텐데...... 어쩔 수 없어. 정든 집에는 못 당하겠지.
뭔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여기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카인: 정말로?
네, 네. 청소든 뭐든…….
카인: 그런 건 우리들이 할게. 새로운 마법사를 소환해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마법사?
카인: 아아. 반이 전멸했다고 했지? 현자의 마법사는 원래 20명이야. 결원이 생겼을 때는 현자만이 소환할 수 있어. 괜찮다면, 너에게 부탁해도 될까?
카인의 진지한 표정에 잠시 망설이고, 나는 대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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