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의외로 담백하게 미스라는 네로로부터 몸을 뗐다. 흩어진 교과서를 뒤적뒤적 넘겨 보고 있다.
괘, 괜찮나요?
네로: 아아……. 불량교에서는 이런 게 다반사야. 형편 없지? 이 녀석도 저 녀석도. 겨우 학원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는데…….
네로…….
카인: 무슨 소리야. 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아서: 2학년이라면 같은 학년이네. 진도가 늦은 거라면, 나도 가르쳐 줄 수 있어. 진학교의 학생회장이니까.
네로: ……너희들……. 괜찮아? 나 같은 거라도.
아서: 물론. 함께 배울 수 있어서 기뻐, 네로.
시노: 나는 반대로 불량교의 녀석들이 가르쳐 줬으면 좋겠는데. 싸우는 방법을.
파우스트: 시노.
시노: 연예계는 어려운 곳이라고 들었어. 만일의 경우, 나 자신과 다른 녀석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싶어.
네로: 하하……. 친구를 생각하는구나. 좋아, 정면승부가 되지 않도록 피하는 방법도 있어.
미스라: 왜 피하나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정면승부든 뭐든.
루틸: 미스라 씨가?
미스라: 대신 네로, 공부를 배우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네로: 하? 네가!? 진심으로?
미스라: 생각해보니 저는 얼굴도 몸도 돈도 권력도 축복 받았지만, 배움은 잘 못 받았거든요. 그래서 몸에 익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쁜 건 아니잖아요?
루틸: 물론이에요! 하지만 배운다면 네로 씨와 함께 진학교의 학생에게 배우는 건 어떤가요?
미스라: 아무나 상관 없어요.
파우스트: 하고 싶다고 한다면, 도와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맞아. 파우스트는 카인에게 SNS을 물어본다고 했었죠.
카인: 맞다! 그러기 위해서 핸드폰을 찾고 있었지. 미안해, 늦어버려서.
파우스트: 아니…….
카인: 전의 그 상담은 신중하게 해나가자. 모두들 협조해 줄 테니까.
아서: 물론이야.
카인: 계정은 있어?
파우스트: ……열쇠 달린 것이 하나. 거의 안 만져봤어.
카인: 새 계정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우선 내 이름을 검색하고…….
파우스트: ……? 전에 봤던 것과 UI가 전혀 다른데…….
카인: 아아, 곤란하지. 자주 바뀌거든. 봐, 이 버튼으로 팔로우 해.
파우스트: 고마워. 예능교 학생들은 짜증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친절하구나…….
루틸: 아하하, 그렇게 보였나요?
파우스트: 아, 아니…….
루틸: 사실 저도, 진학교나 불량교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니까 조금 무섭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시노: 알 것 같네. 무섭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는 분위기가 있으니까.
카인: 나도 옛날에, 아까 얘기했던 대로 전 불량교 녀석에게 꼬인 적이 있어서 솔직히 경계했었거든. 그래도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어. 의지해 주면 얼마든지 도와줄 거니까.
루틸: 참! 창립제 상담도 있고, 그룹 채팅을 만들죠. 아는 사람들도 초대해요!
시노: 좋아. 히스도 불러야지.
네로: 나는 어떻게 할까…….
루틸: 제 아는 사람들도 초대할게요!
아서: 전학생님, 저와도 연락처를 연결해 주시겠나요?
카인: 아! 나도!
파우스트: 나랑도.
미스라: 그러면 저도 일단.
와앗……. 그럼요! 으음…….
황급히 주머니를 뒤지다가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꺼내서 어플을 연다. 사람들과 SNS로 소통할 수 있다니 왠지 신선하고, 어딘가 그립고, 너무 기뻤다.
루틸이 연 그룹에 개성 있는 아이콘들이 줄줄이 날아든다. 그보다 더 개성적인 스탬프가 난무한다. 어느새 모두가 같은 화제로 들끓고 있다.
(걱정되는 것도 있지만, 다 같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예감이 들었다. 모두와 전부 친해지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해나갈 수 있는 예감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건 모두 똑같은 것 같았다.
아서의 토끼 스탬프, 재밌네요! 아이콘에 같이 나온 건 오즈인가요?
아서: 네. 이건 입학식 때의…….
미스라: 응? 이 남자…….
파우스트: 창립제도 어떻게든 무사히 맞이할 수 있겠군.
루틸: 그렇네요! 메인을 결정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요.
미스라: 저는 심심하지 않으면 뭐든지 좋아요.
아서: 분명 즐길 수 있어. 어떤 학생에게는 마지막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은 슬프지만…….
……저기…….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전원: …….
모두들, 계속 어떤 학생에게는 창립제가 마지막 추억이 된다고 했는데……. 어떤 학생이란 누구인가요?
???: 너야.
무르: 마사키 아키라.
12화
여기는……. 학생회실?
무르: 내가 불렀어. 창립제는 잘 마무리 되겠네. 네가 있어준 덕분이야.
무르: 축제는 정말 좋아해. 너는 축제를 좋아하니?
당신은…….
아! 무르 학원장……!? 초상화에 그려져 있던 분이죠?
무르: 명답.
무르: 사립 폴몬트 학원 이사장, 겸 학원 원장, 겸 창립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학사, 그리고 마법사.
마법사?
무르: 전학생님. 학원 생활은 재밌게 보냈어?
학원 생활……. 참, 아까 이야기는 무슨 뜻인가요? 저는 전학생이고, 이 학원에 온지 얼마 안됐는데 마지막 추억이라니…….
무르: 전학생 같은 것이 아니야. 너는 계속 여기에 있었어. 교사도, 교실도, 친구도, 모두 잘 알고 있었을 거야.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었지?
무르: 네 부탁이었어. 기억을 지우고 전학생으로서 이 세상을 즐기고 싶다고. 그래서 너에게 마법을 걸고, 모두도 그것을 어울려 준 거야. 축제처럼 말이지.
마법…….
무르: 너는 축제를 좋아해? 학원 생활은 즐거웠어?
마법과 마법사. 믿지 않았을 말이었다. 가공의 세계에만 있는 것. 예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나는 분명히 마법과 마법을 다루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 내 옆에 있었다.
아…….!
마법과 마법사. 달과 별, 비밀과 전승, 기적과 공포, 주문과 문장, 축복과 저주, 흐른 피와 눈물. 지금까지의 기억이 갑자기 흘러들어와 나는 입가를 가렸다. 그걸 본 무르가 미소 지었다.
무르: 다 끝났어. 즐거운 축제는 끝. 너는, 네가 태어난 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니까 이건 우리의 세계에서 꾸고 있는 마지막 꿈이야.
끝났다니……. '거대한 재앙' 과의 싸움은요? 모두의 훈련이나, 마법관의 임무도 아직…….
무르: 너와는 이제 관계 없어. 너는 돌아가고 싶어 했지. 이 세계의 경치를 보고 안심했을 거야.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네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무르: '에아뉴 랑블!'
무르가 주문을 외우자 마루판이 튀어 오르고 숨은 문이 나타났다.
무르: 이 문을 벗어나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안녕은 괴롭지만 어쩔 수 없네. 자, 여기 있습니다. 현자님.
무르: 그동안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
감사의 말은 왠지 내동댕이쳐진 듯 울렸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기다리던 순간이었을 텐데, 문을 앞에 두고 나는 움츠러들고 말았다. 마법관의 모두와 이야기한 것, 울었던 것, 무서워했던 것, 분노한 것, 당황한 것, 그래도 즐겁고 웃었던 매일매일. 모두와의 추억이 스쳐지나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해낸 일이나, 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마지막 추억 따위는 싫어요!
무르: …….
아서: 전학생님!
루틸: 전학생님…….!
미스라: 다행이다. 여기 있었군요.
시노: 갑자기 없어져서……. 찾았다고.
파우스트: 걱정했어. 무사했구나.
모두들…….
무르: 모두들! 창립제 상담은 끝났어? 설레고 조마조마할 수 있을 것 같아?
카인: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 너는 잘 못 기다리지.
무르: 아하하, 못 기다려!
시노: 그런데 무대 위주가 될 것 같아. 보고만 있어도 즐길 수 있게.
파우스트: 전직 학생회 친구들에게도 부탁해 완벽한 유도를 해보이겠다.
미스라: 자세히 들어보니 싸움도 춤도 몸을 움직이는 건 똑같으니까요.
네로: 움직임, 맞추기 힘들 것 같지. 우리 팀은 인원은 많지만 이기적인 녀석들이 많으니까.
루틸: 얼마든지 알려드릴게요. 모두들 금방 외울 수 있을 거예요!
무르: 샤일록도 춤을 잘 춰! 선생님도 같이 하는 건? 뒤죽박죽 섞이는 건 분명 즐거워!
콕로빈: 교감 선생님, 해주시려나요……?
무르: 할 거야~! 전학생님이 부탁한다면, 무조건 해!
카인: 그렇네. 전학생이 있어서 다행이야. 창립제는 네가 없으면 시작하지 않아.
시노: 히스와의 노래도 아직 안 보여줬어.
미스라: 아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요.
모두들…….
고마워요. 저도 모두와 같이 있고 싶어요. 같이 여러 가지를 즐기고 싶어요.
순순히 그렇게 말하자 모두는 얼굴을 마주보며 조금 수줍은 듯한 미소가 돌아왔다. 어디선가 그리운 꽃 향기가 풍겨온다.
루틸: 그럼요!
네로: 우리들도 앞으로 당신이 없으면 뿔뿔이 흩어질 테니까.
아서: 부디, 당신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함께 걷게 해주세요.
따뜻한 목소리에 휩싸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기뻤다. 아서와 눈이 마주치고 미소 짓는다. 한 걸음 다가가서 내 손을 잡으며 아서가 말한다.
아서: 그래서……. 중요한 것은 떠올리셨나요?
아서: 아키라 님.
13화
……!
이름이 불리자 나는 깜짝 놀랐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고개를 들어 무르의 초상화와 격언을 발견한다. '바라는 것은 숨겨진 두 번째 홀수의 문에 있다.'
(바라는……. 숨겨진, 두 번째 홀수의 문…….)
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미스라: 전학생?
루틸: 전학생님……!
꽃향기처럼 불리는 소리를 뿌리치고 튀어오른 바다겡 나타난 숨은 문으로 달려갔다. 문 너머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
무릎을 꿇고 무거운 문을 연다. 그 너머는 캄캄한 어둠이었다. 하지만 깊은 구멍 같은 그 안쪽으로 눈을 돌리면, 네모난 창문 같은 불빛이 보인다. 익숙한 침대와 작은 책상. 잠든 나를 모두가 들여다보고 있다. 저것은 마법관의 내 방이다.
(돌아가야해. 모두에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문 너머로 뛰어들었다.
아서: 아키라 님!
큰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아서와 눈이 마주친다.
어라……. 여기는…….
눈을 깜빡이며 묻자 아서는 안심한 듯 숨을 쉬고, 조금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아서: 다행이다…….
루틸: 다행이에요…….
무르: 9시간 16분 18초. 생각보다 빨리 깼네!
밝은 무르의 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방에는 이외에도 마법사들이 모여 있고 아서와 똑같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시노: 놀랐다고…….
카인: 깨어나줘서 다행이야.
네로: 목 마르지 않아? 자, 물 마셔.
저기……?
무르: 꿈속에서 모험을 할 수 있는 마법의 차를 마신 거야! 기억 안 나?
마법의 차……? 그러면 지금까지 저는 꿈을 꾼 거군요.
미스라: 효과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괜찮은 것 같으면 저도 해보고 싶은데요.
루틸: 그만 두는 게 좋아요, 미스라 씨. 못 일어날 수도 있다고 들은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아서: 즐거운 꿈을 꾸기 위한 찻잎이지만, 무의식의 공포가 나타나거나 꿈의 세계에 사로잡혀 깨어나지 않게 되는 자도 있다고 합니다.
무의식의 공포…….
(어쩌면 나, 어느새 모두가 있는 이 세계에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전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혼자 돌아가는 것이 외롭다는 마음이 여러가지 섞여 꿈에 나온 걸지도.)
파우스트: 그런 위험한 걸 현자에게 먹이다니…….
무르: 조금은 위험해야 즐거워! 그렇지?
콕로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무르: 모험은 했어? 즐거웠어?
아하하……. 네.
루틸: 어떤 꿈을 꾸셨나요?
마법관의 모두가 나타났어요. 그리운 느낌으로, 즐겁게……. 하지만 조금 외로웠어요.
무르: 나도 나왔어? 춤추고 있었어? 어떤 역할이었어?
으음, 무르는 조금 무섭고, 조금 심술궂고……. ……하지만 힌트를 주었끼 때문에 사실은 상냥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르: 에! 평소와 같아?
미스라: 악몽을 꾸는 건 싫네.
무르: 그러면 지금은 상냥하게 해줄게! 머리 쓰다듬어 줄까? 전에 아키라가 얘기했던 버블티라는 거 만들어올까?
버……. 버블티는 보고 싶지 않네요…….
무르: 어째서?
네로: 뭐든지 만들어 줄게. 아키라가 좋아하는 건, 분명…….
미스라: 아키라, 곰고기가 좋다고 말해주세요.
시노: 아키라, 나는 파이가 좋아.
루틸: 일어나자마자 고기나 케이크는 무거워요. 원하는 것이 있나요? 아키라 님.
뭐…… 뭔가 호칭이……?
카인: 아아, 아까까지 다 같이 부르고 있었어. 아키라, 일어나라고.
아서: 기운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파우스트도?
파우스트: 불렀어. 아키라.
콕로빈: 외람되지만, 저도!
무르: 꿈의 내용에 밖에서 간섭할 수 있다면 재밌었겠다! 효과는 있었어?
……있었어요. 아마 모두들 불러줬다고 생각해요.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미스라: 해결 방법이 있다면 좋겠네요. 이거, 저도 타주세요.
네로: 그만 두라니까…….
제가 마신 건 어떤 차였나요?
무르: 이 꽃의 차!
무르가 손가락을 올리자 눈앞에 작은 꽃을 단 가지가 나타난다. 보는 순간 그리움이 가슴 속에서 부풀어올라 조금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만남과 이별의 계절이 지나간다.
그것은, 벚나무 가지와 매우 비슷했다.
'魔法使いの約束 > 2020 이벤트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고한 도적의 에튀드 ~북쪽&서쪽] 6화~10화 (0) | 2021.06.03 |
---|---|
[고고한 도적의 에튀드 ~북쪽&서쪽~] 1화~5화 (0) | 2021.05.28 |
[청춘과 화풍의 노스탤지어] 6화~10화 (0) | 2021.05.24 |
[청춘과 화풍의 노스탤지어] 1화~5화 (0) | 2021.05.24 |
[몽환의 성의 콩피즈리] 6화~10화 (0) | 202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