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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0 이벤트 스토리

[청춘과 화풍의 노스탤지어] 6화~10화

6화

 

그럴 듯한 학생은 없네요…….

 

아서: ……분명 이쪽입니다.

 

아서는 도서실을 둘러보고 벽가에 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주저하는 듯 선반 가장자리에 손을 얹고 힘을 준다. 그러자, 미닫이 문처럼 되어 있던 선반이 움직였고 안쪽에서 숨겨진 문이 드러났다.

 

문이…….

 

아서: 파우스트 선배는 아마 이 안쪽에 계실 거예요.

 

미스라: 그러면 제가…….

 

아서: 기다려줘. 내가 갈게. 부름에 응해 주시면 좋겠는데…….

 

아서: 파우스트 선배님, 아서입니다. 어떻게든 의견을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문 너머의 기척: …….

 

아서: 파우스트 선배. ……선배…….

 

미스라: 하아…… 귀찮네요. 비켜주세요.

 

아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미스라: 협박하려고요. 그래도 안 된다면 부술게요.

 

아서: 안 돼. 억지로 데리고 나갈 수는 없어.

 

루틸: 저희가 즐거워하면 얼굴을 내밀지도 몰라요. 뭐하고 있는 거지? 하면서.

 

미스라: 좋아하는 것을 두고 꾀어내는 건? 고양이를 좋아하죠.

 

루틸: 그러면 고양이가 있다! 라고 하면 나와줄지도 모르겠네요!

 

아서: 과연.

 

루틸: 냐옹냐옹 냐옹냐옹.

 

아서: 야옹! 야옹!

 

미스라: 냐오.

 

골골골골골…….

 

문 너머의 기척: …….

 

루틸: 안되나봐요. 고양이의 힘이 부족한 걸까요…….

 

따지고 보면 고양이 사진이 원인이었고, 부추김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을까요…….

 

아서: …….

 

루틸: 괜찮아요! 고양이에게 죄는 없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알아줄 거예요.

 

미스라: 역시, 여기는 힘으로…….

 

아서: 기다려줘, 미스라 선배. 보건실의 피가로 선생님을 모셔오자. 선생님은 말을 잘하시니까.

 

루틸: 아서 군, 피가로 선생님을 아시나요? 저희 학교에 계시던 보건 선생님이세요.

 

아서: 예전에 진학교에 근무하신 적이 있어. 나의 보호자와도 옛 친구 분이시고…….

 

미스라: 그 남자, 여기에 부임했나요? 몇 년 전에는 불량교의 보건의였는데요.

 

전임이 많은 편이네요?

 

아서: 사교적이고 각 학교의 정세에도 밝은 편이십니다. 파우스트 선배와는 안면이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라고 예전에 선생님께서…….

 

문 너머의 목소리: 그만해.

 

전원: ……!

 

문 너머의 목소리: 그 남자에게는 내가 있는 곳을 알리지 마. 무슨 일이지, 아서.

 

아서: 파우스트 선배……! 창립제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여기서 나와서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파우스트의 목소리: 거절한다. 학교의 행사 따위는 이제 나와는 무관해. 너희들끼리 어떻게든 되겠지.

 

아서: 사실은 의견을 듣고 싶은 것만이 아니라, 파우스트 선배께서도 창립제에 참석해 다시 한 번 학원생활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진학교의 개혁에 심혈을 기울이시던 선배는 누구보다도 학교와 학생을 사랑하고 계셨죠. 선배도 기대하고 계셨을 겁니다.

 

파우스트의 목소리: …….

 

아서: 게다가……. 창립제는 어떤 학생에게 있어서는 헤어지기 전의 추억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추억을 쌓고 싶어요. 부디.

 

파우스트의 목소리: …….

 

(이별 전의 추억 만들기……?)

 

아서: 파우스트 선배!

 

파우스트: 그 학생을 위해 아이디어는 내겠다. 하지만 SNS에서 불이 붙은 내 의견을 모두가 듣고 싶어할 것 같지는 않군.

 

불꽃? 고양이 사진이 인터넷에서 불타고 있었나요?

 

아서: 아니요……. 뻑뻑하긴 했지만 불길이 치솟고 있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파우스트: 탔어. 사진이 저렇게나 퍼져서, 악성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미스라: 어떤?

 

파우스트: ……말랑말랑이라던가, 복슬복슬이라던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언어들이다.

 

루틸: 혹시 파우스트 씨, SNS를 잘 안하시나요?

 

파우스트: …….

 

루틸: 악플과 화제는 전혀 다른 것이에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이 퍼지는 것은 부끄러웠을지도 모르지만…… SNS는 인물이 나오니까 무리하게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쉬울 거예요.

 

파우스트: 그래도 나는 사진이 확산되기 전의 쿨하고 더티한 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루틸: ……?

 

미스라: 당신, 별로 쿨하고 더티한 이미지는 아닌데요.

 

파우스트: 그렇지 않아.

 

아서: 파우스트 선배는 청순하고 고결한 진학교의 영웅이었습니다. 쿨하고 더티라니, 무슨…….

 

파우스트: 시끄러워. 방에 짚인형 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 느낌 말이야.

 

미스라: 음침한게 아닌지……?

 

파우스트: 어쨌든, 만난 적 없는 녀석들에게 흐뭇한 시선을 받는 것은 딱 질색이다. 나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한 채 모두의 앞에 나갈 생각은 없어.

 

전원: …….


7화

 

아서: 선배가 마음이 답답하지 않게 밖에 나가기 위해서, 저에게 뭔가 힘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협력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인터넷에서 한 번 붙은 인상을 바꾼다는 건 꽤 어렵지 않을까요…….

 

미스라: 뭔가 다른 이미지의 사진이 고양이 사진 이상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싸움에서 누군가를 너덜너덜하게 하는 거라던가.

 

루틸: 그러면 정말로 악플이 달려 버릴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은 좋은 방안일지도 모르겠어요.

 

루틸: ……그렇지!

 

루틸,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요?

 

루틸: 예능교 친구 중에 카인이라는 인플루언서가 있거든요. 그와 상의해서 파우스트 씨의 이미지 변화에 협력해 달라고 하는 건 어떤가요?

 

아서: 카인이라면 나도 알아. SNS에서 팔로우 받은 걸 계기로 자주 주고 받게 됐어.

 

미스라: 괜찮지 않나요? 인플루언서라면 SNS 사용법도 뛰어나고요.

 

루틸: 어떤가요?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 ……알았어. 이야기만 듣는 거라면.

 

 

 

 

 

 

팔로워 125만명……?

 

루틸: 네. 카인은 전 예능교 학생 중에 SNS 팔로워가 제일 많아요. 지금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배우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데뷔 전인 건가요!?

 

루틸: 정식으로는 아직 아니었나? 직접 찍은 학교 생활이나 춤 동영상이 유명하거든요. 여러 업계에 아는 분들도 많고, 분명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아서: 도착했습니다, 전학생님. 여기가 음악실이에요.

 

누군가가 노래하고 있어……. 팝하고 귀엽고 청춘 같은 곡이네요.

 

루틸: 이 목소리는 분명 시노예요. 1학년 아이돌이죠.

 

아이돌…….

 

도착한 음악실은 작은 홀처럼 되어 있었다. 무대 후면에 있는 대형 LED 디스플레이가 진짜 아이돌의 콘서트 같은 영상을 아찔하게 담고 있다. 손뼉을 치고 싶어지는 경쾌한 음악 속,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한 명 무대 한쪽에서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반대쪽에 누가 서면 완성할 것 같은 안무로.

 

루틸: 시노!

 

옆에 있던 루틸이 그를 향해 외쳐서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든다. 

 

눈치챈 그가 포즈를 취하고 우리에게 시선을 흘리자 극상의 윙크와 키스를 보내줬다.

 

루틸 / 아키라: 와아! 멋있어……!

 

시노: 흐흥. 루틸인가. 우리의 팬을 데려온 거야?

 

루틸: 팬 후보려나. 학생회장 아서 군과 미스라 군, 파우스트 씨와 전학생님이야.

 

시노: 전학생. 헤에, 네가.

 

처음 뵙겠습니다. 노래도 춤도 엄청 멋있었어요!

 

아서: 즐거웠어! 나는 이미 팬이 되었어! 파우스트 선배도 몸을 흔들고 계셨죠!

 

파우스트: ……뭐, 나쁘지는 않았다.

 

시노: 그렇지. 하지만 지금 건 완성형이 아니야. 파트너가 돌아오면 다시 불러줄게.

 

파트너라니, 2인 유닛인가요?

 

시노: 맞아. 레몬 파이 러버즈. 2학년 히스클리프랑 같이 하고 있어.

 

미스라: 아, 생각났어요. 카인 영상에 여러 번 나왔었죠? 근데 나올 때마다 유닛명이 달랐던 것 같은…….

 

시노: 의견이 안 맞는 경우도 많아서 몇 번 해체하고 재결성했어. 그 때마다 카인이 홍보하라고 영상에 올려주는 거다. 걔, 팔로워 많으니까.

 

아서: 카인, 상냥하네.

 

이건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파우스트: …….

 

루틸: 카인은 같이 있는 게 아니었나요? 협력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만나러 왔는데.

 

시노: 카인은 지금 바빠. 다음에 해 줘.

 

전원: ……!?

 

미스라: 중요한 용건이 있어요.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시노: 안 돼.

 

미스라: 하?

 

시노: 지금 우리 신곡의 작곡이랑 춤 안무를 부탁하고 있어. 빨리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음 라이브 시간에 못 맞춰. 농땡이는 안 돼.

 

미스라: 시시해. 제 알 바 아니에요.

 

시노: 시시하다고?

 

미스라: 따끔한 일을 당하기 싫으면 얼른 카인이 있는 곳을 말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시노: 하. 해 봐.

 

미스라: ……예능교 따위가…….

 

루틸: 둘 다! 싸우면 안 돼요!


8화

 

루틸: 시노, 부탁해. 우리도 카인의 협력이 필요해.

 

시노: 안 돼. 우리가 카인이랑 더 친하고, 우리 의뢰가 먼저였어.

 

루틸: 창립제와도 관계가 있어. 어떤 학생에게는 헤어지기 전에 중요한 행사가 되잖아? 다 같이 성공시키고 싶어. 그건 시노도 같은 생각이지.

 

시노: ……그렇지……. 이쪽이야.

 

시노는 우리를 무대 쪽으로 초대한다. 벽에는 한꺼번에 걸려 있는 커다란 배경막 뒤로, 도서실에서 본 듯한 숨겨진 문이 있었다.

 

또 문이…….

 

시노: 들어가서 작업할 때 쓰는 방이야. 지금 3학년 라스티카와 함께 곡을 만들고 있겠지.

 

루틸: 라스티카 군도 있구나. 신곡, 좋은 곡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시노: 뭐 그렇지.

 

루틸: 라스티카 군은 어렸을 때부터 활약하던 작곡가거든요. 전학생님은 작사를 할 줄 아시나요?

 

작사인가요……? 아니요, 안 해봤어요.

 

루틸: 그렇군요. 라스티카 군은 계속 운명의 작사가를 찾고 있거든요.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서 가두는 버릇이 있는 바람에, 조금 조심해야 해서.

 

미스라: 그거, 버릇으로 쳐도 되는 건가요?

 

시노: 카인, 잠깐 나와줘.

 

카인: 시노. 클로에가 의상 맞추고 싶다고 해서 히스 먼저 데리고 갔어. 

 

시노: 새 의상은 순조로워 보이네. 너는?

 

카인: 미안하지만 신곡 쪽은 아직 걸릴 것 같아.

 

시노: 진척되고 있나?

 

카인: 진척되고는 있어. 라스티카의 편곡도 지금까지 없던 느낌이야.

 

시노: 좋네. 벌써 듣고 싶어.

 

카인: 그러니까 아직 안 됐다니까. 응? 손님인가?

 

시노: 너한테 상의할 게 있대.

 

루틸: 카인, SNS에 대해 잘 알고 있죠. 인터넷에 퍼진 파우스트 씨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협조해줬으면 해요.

 

카인: 하하, 꽤 힘들 것 같은 상담이네. 무슨 일 있었어?

 

아서: 사실 파우스트 선배의 귀여운 사진이 나돌아다니는 것이 곤란해. 진짜 선배는 쿨하고 더티하다는 정보를 확산시키고 싶어.

 

카인: 어? 너는 아서 아니야? SNS에서는 자주 얘기하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네!

 

아서: 아아. 저번에 카인이 DM에서 알려준 한정 버블티, 엄청 맛있었어.

 

카인: 다행이다. 취향일 거라고 생각했어. 다음에는 같이 가자.

 

미스라: 한정 버블티? 어느 가게인가요?

 

카인: 우와, 혹시 모델 미스라인가? 'twins wins'의 악세서리, 좋아하거든. 사진도 좋았지만 진짜도 아우라가 넘치네! 만나서 영광이다. 나중에 SNS 팔로우 하게 해 줘.

 

(엄청 인싸다……. 엄청 좋은 사람 같아…….)

 

카인: 당신은? 혹시 당신이 전학생인가?

 

네, 네.

 

카인: 아서한테 얘기는 들었어. 이런 시기에 전입이라니 큰일이네. 나는 3학년 카인이야. 지금은 뮤지션을 목표로 하고 있어. 괜찮다면 나랑도 사이좋게 지내줘.

 

고마워요. 잘 부탁드릴게요……. 엄청 유명한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카인: 아하하, 나는 아직 멀었어. 요즘 양한테 지고 있어서.

 

양?

 

카인: 반려동물 미니 양 사진을 올리는 계정이 인기가 많거든. 보고 있으면 엄청 힐링 돼. 나중에 알려줄게.

 

카인: 그래서, 당신이 사실은 쿨하고 더티한 파우스트 선배인가. 

 

파우스트: ……그렇다.

 

카인: 큰일이겠네……. 우리도 자주 주간지에 있지도 않은 일들이 써져서 곤란해.

 

파우스트: …….

 

카인: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도와줄게. 사양 말고 말해줘.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신세 좀 지지.

 

루틸: 고마워, 카인! 매우 도움이 돼! 

 

카인: 신경쓰지 마. 앞으로는 같은 학교의 학생이잖아. 어려울 것 같은 문제지만, 다 같이 대처하자고.

 

카인: ……라고 말한 건 좋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시노: 뭔데?

 

카인: 교내 어디선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어. 작곡 중에는 사용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찾으려고 했는데……. 이러면 바로 찾아야겠네. 미안하지만 도움을 받아도 될까?

 

물론이에요!

 

루틸: 내가 카인의 휴대폰으로 전화해볼게. 주운 사람이 받을지도 몰라.

 

카인: 아아, 부탁해.

 

루틸: 모두에게 들릴 수 있도록 스피커로 해야지. 으음…….

 

전화의 목소리: ……여보세요?


9화

 

루틸: 아! 연결 됐다!

 

하지만 조금 갈라진 느낌이…….

 

카인: 내가 받을게.

 

카인: 여보세요, 3학년 카인이다. 그거, 내 핸드폰이라서 말이지. 떨어뜨려서 찾고 있었어. 주워줘서 고마워. 지금 교내에 있는 건가? 바로 사용할 일이 있어서 가능하면…….

 

전화의 목소리: 옥상에 있어. 돌려받고 싶다면 그쪽이 가지러 와.

 

카인: 끊어졌다…….

 

미스라: 뭔가 들어본 목소리였네요. 누구지…….

 

아서: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것은 미스라 선배의 아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전 불량교의 누군가일지도.

 

전 불량교…….

 

카인: 옥상이라고 했지. 바로 가지러 갔다 올게. 모두는 기다려줘.

 

미스라: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카인: 어째서.

 

미스라: 옥상, 저희 학생들이 먹고 있으니까요. 혼자 가면 얻어터져요.

 

카인: 괜찮잖아. 전 불량교라고 해도, 그렇게 나쁜 놈들만 있는 게…….

 

미스라: 아뇨, 당할 거예요. 그렇게 하라고 해서요.

 

어째서 그런 짓을…….

 

미스라: 하아……. 못 먹게 하려고요.

 

루틸: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정말이지, 그러면 다 같이 가요. 다 같이 가면 괜찮죠.

 

미스라: 귀찮아…….

 

루틸: 미스라 씨가 말을 꺼낸 거니까요! 자, 서두르죠!

 

 

 

 

 

 

 

미스라의 안내를 받으면서 우리는 옥상으로 향했다.

 

(꽤 모두 낙관적이지만, 공짜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같은 무서운 사람들이 나오면 어떡하지…….)

 

학생이 적은 복도를 내심 두근거리며 가고 있는데 문득 열린 창문에서 꽃 향기가 났다. 교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벚꽃이 만개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 때마다 팔랑팔랑 꽃잎이 흩날린다.

 

함께 걷는 친구들의 무심한 화제. 교정 어딘가의 웃음소리.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 불이 꺼진 한낮의 교실과 파란 하늘의 정문.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안도하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무언가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아.

 

콕로빈: 어라!? 모두들, 회의는 어떻게 된 건가요?

 

루틸: 콕로빈 선생님.

 

아서: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카인이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옥상에 가지러 가는 중이에요.

 

콕로빈: 옥상? 옥상이라고 하면, 전 불량교의 학생들이 놀고 있다고 하는…….

 

미스라: 딱 좋네요. 당신, 같이 따라오겠나요? 저희들끼리라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콕로빈: 미, 미스라 군도 같이 있었구나……. 선생님은 성실한 학생밖에 접해본 적이 없고, 전 불량교 학생은 무서워서 싫네.

 

미스라: 너무 확실하게 말하는 거 아니에요?

 

콕로빈: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나요? 전 불량교 선생님을 불러올게요. 아까 체육 선생님이 교무실에…….

 

아서: 오즈 사……. 오즈 선생님을? 그런 거라면 제가 연락드리죠. 마침 우유와 치약이 떨어져서 돌아가는 길에 사다 달라고 전해야 했거든요.

 

에? 아서가 얘기하던 학부모님이 이 학교의 선생님이었나요?

 

아서: 사실은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학교에서 비밀로 하라고 오즈 사……. 오즈 선생님이 그러셔서요.

 

미스라: 오즈라는 이름의 교사가 우리 학교에 있었나요? 있었다면 기억했을 텐데. 왠지 싫은 이름이네. 옜날에 같은 이름의 킬러에게 싸움이 걸고 진 적이 있거든요.

 

카인: 아니, 상대를 잘 골라야지.

 

미스라: 리벤지하고 싶어서 찾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흔적이 안 보여서요.

 

아서: 아쉽지만 내가 아는 오즈 선생님은 그런 야만적인 분이 아니야. 미스라의 숙적도 찾으면 좋겠네.

 

미스라: 요즘 약점이 생겼다고 하길래 정보를 모아서 거기를 때리려고요. 그래서 답장은 왔나요?

 

아서: 아니, 읽지도 않으셨어. 일하시는 중일지도 모라.

 

미스라: 그러면 빨리 가죠. 기다리는 건 지겨워요.

 

시노: 나도 지겨워. 가자. 전 불량교 학생 따위 무섭지 않아.

 

미스라: 잘 말하네요. 언젠가 당신을 울릴게요.

 

파우스트: 너희들, 참을성이 없구나.

 

미스라: 괜찮아요. 저를 거스르는 학생은 없으니까.

 

미스라가 걷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도 얼굴을 마주보고 뒤를 이었다.

 

콕로빈: 여러분, 싸우지 마세요! 소란이 있으면 바로 누군가 달려갈 테니까요!

 

 

 

 

 

 

와아……. 옥상, 이렇게 되어 있었군요. 보아하니 나빠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루틸: 아, 그런데 벤치에 누가 있어요. 저 사람이 주워준 건가?

 

카인: 말 걸어보자. 어이, 거기 너!

 

???: ……!


10화

 

 

흠칫 몸을 튀기더니 벤치에 있던 사람의 그림자가 고개를 들었다. 당황하듯 주변에 펼쳐놓은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카인: 아까 전화했던 카인이다! 통화 받아준거, 너지?

 

???: ……아아……. 뭐야…….

.

그는 카인의 목소리를 듣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손짓하여 그의 곁으로 발길을 돌린다. 카인의 핸드폰은 바로 돌려줬다.

 

???: 이거지? 계단에 있더라. 카인이라면, 유명한 그 카인?

 

카인: 너에게 핸드폰을 받은 카인이야. 고마워. 너는…….

 

네로: 네로다. 전 불량교 2학년. 

 

카인: 잘 부탁해, 네로. 이따가 SNS 팔로우 하러 갈게.

 

네로: 나는 이미 하고 있어. 전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작업하느라 손을 뗼 수가 없어서.

 

루틸: 네로 군, 3학년의 루틸이에요. 착한 사람이 주워줘서 다행이다. 옥상은 무서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네로: 아아……. 지금만 없을 뿐이야. 평소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아. 너는 전학생이지? 소문은 들었어. 너도 조심해.

 

알겠습니다……. 전 불량교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 봤거든요.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네로: 설마. 달짝지근한 건 나 뿐이야. 알겠지, 잘 들어. 특히 위험한 게 미스라, 오웬, 브래들리, 쌍둥이. 얘네들을 보게 되면 눈 돌려.

 

루틸: 미스라 씨도요?

 

네로: 이 녀석이 제일 위험해. 마피아 여자에게 주워져서 자랐고. 킬러와 다투고 있다던가, 스트리트 팀을 몇 개나 궤멸시켰다던가,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 뿐이야.

 

네로: 지금은 모델 같은 걸 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돈과 힘과 얼굴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아.

 

카인: 오웬은?

 

네로: 그 녀석은 섬뜩한 독불장군이라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아. 싸움은 혼자서만 하지만, 도전한 사람은 전원 자살하거나 행방불명이 되어 있지. 어떻게 싸우는지 의문이야. 학생모랑 장갑이랑 한쪽 귀의 귀걸이. 교복도 안 갈아입고 오니까 보면 금방 알게 될 거다. 절대로 도망가.

 

카인: ……기다려줘. 그 녀석,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네로: 오웬이랑? 설마. 사람을 잘못 본 거겠지. 그 녀석이랑 상대한 놈들은 모두 소식이 끊겼어.

 

카인: …….

 

아서: 쌍둥이는?

 

네로: 어린애같이 생긴 쌍둥이다. 보기에 속아 싸움을 걸면 반드시 반격 당해. 사실은 불량교 졸업생으로 아이의 모습으로 변장했을 뿐이라는 소문도 있어.

 

시노: 브래들리는.

 

네로: 브래드는……. 특히 미스라랑 적대적이야. 거대 스트리트 팀의 보스다. 지하 파이팅 챔피언이기도 하지. 아마추어에게는 손대지 않지만, 팀이 너무 커서 부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얽힌다면 포기하거나 나를 불러줘.

 

미스라: 과연. 잘 알겠어요.

 

네로: ……!? 있었냐, 미스라……!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아서: ……잘 들으라고 해서. 중요한 이야기라고…….

 

네로: 아, 말했었지. 확실히 말했어

.

미스라: …….

 

네로: 미스라……. 화내지 마. 지금 건 잊어줘. 어떻게든 온화하게 가자구…….

 

미스라: 평가에 대해서는 화나지 않았어요. 전부 사실이고 칭찬해 줬잖아요.

 

루틸: 칭찬했나요……?

 

아서: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미스라: 내가 묻고 싶은 건. 다른 학교 애들한테 싸움 하나 걸지 않고 뭘 태평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건가요, 입니다.

 

네로: ……지, 지금 걸려고 했어. 뭐야, 이 자식아! 하면서. 정말로.

 

미스라: 그리고 뭔가요, SNS 팔로우라니.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건가요?

 

네로: 풀게. 바로 풀게.

 

미스라: 생각났어요. 당신, 브래들리의 팀에 있었죠? 당신이 저에게 대드는 것은 브래들리가 저에게 시비를 건 것이나 다름없다. 맞죠?

 

네로: 아니야! 걔는 상관 없어. 내가 멋대로…….

 

미스라: 아까 뭐 숨기지 않았나요?

 

네로: ……! 기다려, 그건 정말로 상관 없어! 만지지…….

 

제지를 무시한 미스라가 한 손으로 네로의 짐을 빼앗아 든다. 나온 것은 노트와 참고서였다.

 

미스라: ……하?

 

아서: 이건……. 나의 학교 수업에서 사용하고 있던 교과서야.

 

미스라: 바보인가요? 왜 이런 걸 뜯어 내나요.

 

네로: 뜯은 거 아니야. 내 거라고.

 

그러면, 손을 뗄 수 없는 작업이란 건…….

 

네로: 모의고사 기출문제다. 시간 재면서 하고 있었거든.

 

루틸: 공부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네로: 별로, 나쁜 건 아니잖아. 학생이니까.

 

미스라: 이상해요. 당신, 자기 출신 학교 알고 있는 건가요?

 

네로: ……알고 있어. 그런데 뭐랄까, 적성에 안 맞는다고. 불량교의 교풍이. 주위에 맞춰서 장난을 치긴 했지만 …….합병해서 학원이 바뀐 것을 계기로 나도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미스라: …….

 

네로: 돌려줘. 부탁해.

 

미스라: 재미있나요? 이거?

 

네로: 재미있나? 하지만 몇 번을 말해도 죽을 뻔한 꼴을 당하고 싶어하는 바보보다는 마음이 맞을 것 같네.

 

미스라: 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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