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業シリーズ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March 18, 2021
3月22日(月)18:00よりイベント「呪い屋と孤月のコンチェルト〜東の国&西の国〜」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ファウスト・シノ・ネロのカードが新登場🧙♀️
――呪いは鏡のようなものだ。 #まほやく pic.twitter.com/53YumCMXil
동쪽으로 돌아가겠다는 파우스트와 강제로 동행하는 것으로 한 동쪽과 서쪽의 마법사들. 그들이 그곳에서 만난 것은 저주의 기색을 몸에 걸친 소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달이 빛나는 밤. 은은하게 밝은 밤은, 동쪽의 마법사들과 많이 닮았다.
――저주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1화
???: 젠장. 어째서 이렇게…….
???: 저 달 때문이야. 저것이, 나의 소중한 것을 다 빼앗어가는…….
???: 용서 못해. 절대로, 용서 못해…….
……응? 뭐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한가롭게 안뜰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이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시노: '맛차 스디파스!'
무르: 아하하, 아깝네!
클로에: 히스, 갈게. '스이스피시보 보이팅고크!'
히스클리프: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고……!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에……?!
나도 모르게 눈을 의심했다. 안뜰 상공에서 마법사들이 마법을 구사하며 싸우고 있었다. 무르는 시노의 공격을 되받아치고, 클로에와 히스클리프는 서로 공격한다. 네 사람의 싸움은 지상에서도 잘 보였다.
(어, 어떻게 된거야……? 어쨌든 말려야만 해)
여러분, 진정하세요……! 싸우지 마세요!
시노: 현자?
무르: 빈틈 발견! '에아뉴 랑블!'
시노: ?!
무르가 주문을 외우자 시노는 공중에서 쥐의 모습이 되었다. 그대로 거꾸로 떨어진다.
히스클리프 / 클로에: 시노!
무르: 현자님, 캐치 부탁해!
와아아?!
나는 당황하며 팔을 벌려 쥐가 된 시노를 간신히 받아냈다.
시노, 괜찮아요?
시노: 츄―!
파우스트: 거기까지.
네로: 시노 녀석, 빈틈이 많네.
라스티카: 다들 엄청난 활약이었어. 거기에, 현자님까지 합세해 주시다니.
샤일록: 더 바랄 나위 없는 서프라이즈예요. 그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겠죠.
여러분, 계셨나요? 그럼 이건 싸움이 아니라…….
파우스트: 전투훈련이다.
네로: 실전이 좋다고 시노가 얘기하니까, 서쪽의 마법사들에게 얘기해서 합동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어.
과연, 그랬군요.
휴우 하고 숨을 내뱉자 제자리에서 날고 있었던 마법사들이 돌아온다. 클로에와 히스클리프는 미안하다는듯 눈썹을 숙였다.
히스클리프: 놀래켜서 죄송합니다.
클로에: 현자님, 미안해. 놀랐지?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성급했었네요.
시노: 츄―!
라스티카: 어라, 시노가 뭐라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뭐라고 하고 있는걸까?
샤일록: 오웬이라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겠네요.
히스클리프: 가, 가능하다면 시노의 마법을 풀어주면 안될까?
무르: 그냥 내버려둬도 언젠가는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얼마나 걸리나요?
무르: 3일 정도!
파우스트: 돌려놔.
무르: '에아뉴 랑블!'
시노: ……젠장.
네로: 하하, 수고했어.
시노: 치사해. 쥐로 변한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파우스트: 전투의 기본은 적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밀어내는 것이 다가 아니야.
무르: 저기, 다음 훈련은 뭐야? 숨바꼭질 어때?
히스클리프: 에…… 숨바꼭질? 그거, 훈련이 되는거야?
무르: 응. 강한 마법사들은 다 잘해. 몸을 숨기는 방법이나, 낌새를 알아내는 방법이라던가!
라스티카: 역시 무르는 훈련 방법도 참신하네.
클로에: 그, 그런거야? 그럼 언제나 무르가 숨바꼭질에 날 초대하는 건 단련시키려고……?
샤일록: 너무 무르에게 어울려 주지 마세요. 그럴듯한 이유를 대서 놀고 싶은 거죠. 그것보다, 일단 휴식하지 않겠나요? 학생 여러분들도 피곤하실거에요.
파우스트: 그렇군. 다음 수업까지 쉬도록 하자.
클로에: ……저기, 파우스트. 뭐 좀 물어봐도 돼?
파우스트: 왜 그래?
클로에: 전에 히스가 말했는데, 항상 입고 다니는 검은 옷은 파우스트가 직접 만들었다면서.
파우스트: 검은 옷? 확실히 그건 내가 만든건데…….
클로에: 역시 그렇구나! 나, 계속 파우스트랑 그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그 옷, 마법사다운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지만 자세히 보면 무늬에 세심한 구애와 품위가 느껴져서 너무 멋져!
눈을 반짝이던 클로에의 기세에 눌려 파우스트는 한 걸음 물러섰다. 당황하면서도 향해오는 천진난만함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리라. 서먹서먹하게 안경을 밀러 올린다.
파우스트: 공교롭게도 네가 듣고 싶어하는 그런 이야기는 없어. 그건 고집이 있어서 만든 게 아니라 단순히 저주꾼 다운 옷차림이 필요했을 뿐이야.
시노: 애초에 저주꾼이란 어떤 직업이야?
클로에: 그거, 나도 좀 궁금할지도.
파우스트: 저주하고 싶은 대상에게 저주를 내린다. 행운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서 불운에 가까이하기 좋게 하지. 이것이 나의 기본 저주야. 의뢰를 받으면 대가와 맞바꾸고 실행한다. 그것 뿐.
시노: 흐응. 귀찮네.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다면 직접 손을 쓰는 게 빠를텐데.
네로: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것이 무서운 녀석도 있고, 손이 닿지 않는 장소에 있는 상대에게 어떻게든 한을 풀고 싶어서 저주하는 경우도 있잖아. 아마 그런 애들한테 필요한 일이지.
시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도 조금 알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 검은 감정으로 마음을 채우고 다른 사람을 저주한다. 사람을 그렇게 몰아붙일 정도의 증오를 나는 알고 있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파우스트: 마침 잘 됐어. 휴식도 취했고 이대로 좌학 수업으로 들어가자.
시노: 켁.
파우스트: 켁이 아냐. 또 쥐가 되어도 괜찮은건가?
무르: 츄―! 츄―! 다시 한 번 해볼래?
샤일록: 다음은 귀여운 강아지 같은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라스티카: 아름답게 노래하는 작은 새는 어떨까?
시노: ……수업을 받지.
파우스트 / 네로: 교묘하군…….
2화
파우스트: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과제물은 각자 다음 수업 때까지 해오도록.
히스클리프: 네. 감사합니다.
클로에 / 무르 /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시노: 또 숙제만 잔뜩 내고…….
네로: 사랑의 채찍이네. 고맙게 받아두라고.
샤일록: 단 사탕만 먹으면 오히려 안 좋으니까요.
부드럽게 말하는 서쪽의 마법사와 동쪽의 마법사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파우스트가 다가왔다.
파우스트: 현자. 잠깐 괜찮은가.
파우스트. 수고하셨어요. 무슨 일이에요?
파우스트: 잠시 마법관을 비우려고.
에…… 어디 멀리 나가시나요?
파우스트: 허브나 도구를 사러 가고 싶을 뿐이야. 마법 도구를 많이 취급하는 단골가게가 동쪽 나라에 있으니까.
히스클리프: 마법 도구 가게…….
흥미롭다는 듯 히스클리프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히스클리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별로 없어서……. 어떤 것을 팔고 있나요?
시노: 나도 궁금해. 멋있는 걸 팔 것 같지. 가보고 싶다.
클로에: 파우스트가 자주 갈 정도니까, 분명 희귀한 물건이 있는 특별한 가게겠지. 귀중한 마법의 천이라던가 팔고 있을지도!
파우스트: 기다려. 누구를 데리고 갈 생각은…….
샤일록: 동쪽에 있는 마법 도구 가게라고 하면은 모두가 아는 그 가게가 아닌가요? 확실히 유명한 와인의 생산지가 가까운 땅이군요. 막 들여다보려던 참이었는데, 괜찮으시다면 저도 부디 함께하게 해주세요.
일록이 빙그레 파우스트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 옆에서 클로에가 그를 향해 간청한다.
클로에: 파우스트, 안될까? 절대 쇼핑을 방해하지 않을거고 파우스트를 위해 소중한 옷을 만들테니까....!
라스티카: 그렇다면 저는, 파우스트를 위해 소중한 곡을 만들게요.
무르: 그럼 난 파우스트를 위해 춤을 출게!
샤일록: 클로에의 옷에 라스티카의 연주, 무르의 춤이라니 호화로운 대접이네요.
무르: 파우스트를 기쁘게 한다면 데려다 준다! 협상성립!
파우스트: 하……?
네로: 성립된건가?
라스티카: 고마워, 파우스트. 함께 나가게 되어서 기뻐.
클로에: 응. 정말 고마워! 여행 준비를 시작해야지.
샤일록: 후후, 기대되네요. 동쪽 나라는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것들과 만날 수 있는 땅이니까요.
서쪽의 마법사들의 명랑한 힘에 의해 어느새 다 같이 놀러가자는 쪽으로 얘기가 모아지고 있었다.
(엄청난 스피드감이다……)
히스클리프: 괘, 괜찮으려나……. 그런 흐름이 되어버렸는데.
시노: 상관없잖아. 싫었다면 파우스트도 그렇게 말했을거야. 그렇지?
파우스트: ……마음대로 해.
항복하듯 파우스트로부터 한숨이 나왔다. 딱 잘라 거절할 수없다. 그의 사람됨이 보여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만다.
네로: 밀어주는 거에 약하지, 우리 선생은.
아하하, 상냥하네요.
대화가 들렸는지 파우스트가 힐끗 이쪽을 쳐다본다.
파우스트: 네로, 현자. 너희들도 와.
에?
네로: 나도?
파우스트: 나만 그들을 돌보는건 사양이니까. 괜찮지, 네로.
네로: 아, 네…….
밀어주는 것에 약한 것은, 파우스트 뿐만이 아니었나보다. 둘이 주고 받는것에 나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완전히 보호자다……)
그로부터 며칠 후, 우리는 원하는 상점으로 가기 위해 동쪽 나라의 탑으로 도착했다.
새로운 의상,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로 다들 잘 어울리네요.
라스티카: 현자님도 멋지십니다.
샤일록: 예. 비밀스러워서 밤에 안겨있는 것 같아요.
무르: 움직이기 편해! 공중제비 해버려야지!
시노: 검은색이라 멋있어. 뭔가 강해진 것 같다.
히스클리프: 클로에, 고마워.
클로에: 에헤헤. 당장 오늘 외출에 맞춰서 파우스트를 위해 의상을 만들어 봤어.
네로: 내 몫까지 만들어줘도 괜찮은거야? 고맙지만 힘들었겠네.
클로에: 으응, 전혀! 정말 기분 좋았고 모두 세트인 옷을 입고 놀러 나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학교 소풍 같은 분위기네……. 수학여행이라던가……)
파우스트: 마법사다워서 좋아. 사람들이 무서워해서 도망갈 것 같다.
시노: 동쪽 나라에서는 티가 나겠는데. 그 나라에서는 마법사를 기이한 눈으로 쳐다봐.
클로에: 앗, 마법사 답지 않은 옷이 더 좋았을까? 괜히 들떠버려서 빤히 쳐다본다던가....
시노: 우린 마법사니까 당당하게 있으면 돼.
파우스트: 맞아. 마음대로 겁먹게 내버려둬.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알 바 아니다.
히스클리프: 강하네 두 사람 다…….
네로: 뭐, 너희들은 그럴 줄 알았지만.
샤일록: 저도 신경 안 써요. 눈에 띈다는 것은 그만큼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죠?
라스티카: 클로에가 만들어준 옷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다니 멋져.
무르: 모두가 보고 싶어한다면 자랑스럽게 굴자!
파우스트: 그런거다. 가자.
클로에: 에헤헤……. 모두, 고마워.
파우스트의 단골가게라는 곳은 거리 변두리의 작은 숲 속에서 나무 속에 숨듯이 영업하고 있었다. 어둡고 괴이하게 꾸며진 실내에서 마법사들은 열심히 물건을 물색하고 상의하며 각자 원하는 물건을 구하고 있었다.
클로에: 아―, 역시 오길 잘했다! 구하기 힘든 천을 샀어.
시노: 나도 강해 보이는 것을 손에 넣었어. 시험하는게 벌써부터 기대되네.
히스클리프: 재미있는 가게였네. 보고만 있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어.
파우스트: 구색이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것만 사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어.
네로는 아무것도 사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은가요?
네로: 나는 처음부터 구경만 할 작정이었어. 저 가게에서는 요리에 쓸만한 것이 없으니까.
파우스트: 다른 짓을 하는 일행들은 와인을 사러 갔겠지. 그쪽을 따라가는 것이 더 재밌었던 것이 아닌가?
네로: 유명한 와인에는 다소 마음이 끌렸지만, 텐션을 생각하면 말이야……. 이쪽이 더 편하잖아.
우리는 와인을 사러 갔던 멤버들을 떠올렸다. 샤일록, 무르, 라스티카.
네로: ……그렇지?
파우스트 / 시노 / 히스클리프: 확실히.
3화
시노: 야. 아까 그 가게 다음에 또 가자. 아직도 가지고 싶은 도구들이 잔뜩 있었어.
클로에: 다음은 루틸이나 미틸도 데리고 오자. 약 같은 것도 많이 있었으니까 좋아하겠지?
히스클리프: 그렇네. 섬뜩한 것도 많았으니까 미틸은 무서워할지도 모르지만……. 그 개성있는 가면이라던가.
그건 조금 무서웠죠……. 갑자기 막 떠들거나 웃기 시작해서…….
네로: 방에 놔두기에는 너무 시끄럽네. 안면방해잖아.
시노: 그래? 저번에 새벽에 마법서 안을 뛰어다녔던 무르보다는 얌전했었는데.
파우스트: 시끄럽다고 생각했었더니, 그런 짓을 하고 있었던가....
정든 나라라서일까, 숲속을 거니는 동쪽 마법사들의 얼굴은 왠지 편안해 보인다. 클로에가 만들어준 세트의 옷을 입고 가볍게 말을 하거나, 기분 좋게 웃거나, 분주한 나날을 잠시 잊는 마음 편하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볼일은 다 봤고,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요?
네로: 그렇네. 시간도 있고. 이대로 조금 거리 쪽으로 나가서....
시노: ……?
인기척이 없는 숲으로 보였지만 갑자기 소년이 나무 그늘에서 나타났다. 한눈을 팔고 있었는지 그는 시노와 부딪혔다.
???: 앗, 죄송합니다…….
사과하면서 시노를 본 소년은 눈을 깜빡였다. 시노의 옷차림을 위에서 아래까지 바라보다가 쭈뼛쭈뼛 입을 연다.
???: 혹시, 마법사……?
시노: 맞아.
히스클리프: 어이……!
시노가 대답하자 겁먹은 소년의 눈빛이 뜻밖에도 놀라움에서 친밀함으로 변했다.
???: 테오 말고 다른 마법사, 처음 봤어.
(테오……?)
소년의 아빠: 이런 곳에 있었던건가. 이 근처에는 마법사가 나타나는 위험한 장소니까 접근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소년의 엄마: 몸은 괜찮아? 요즘 계속 아프니까 혹시 악화라도 된다면…….
소년의 아빠: 히익…… 마법사?! 설마 저…….
소년의 부모로 보이는 깔끔한 옷 차림의 남녀가 안색을 바꾸고 날아들었다. 두 사람은 우리를 보자마자 혐오감을 드러냈다.
소년의 아빠: 아니야. 하지만 뭘 할지 몰라. 자, 빨리 가자!
소년의 엄마: 싫어, 저주받을거야……!
???: ……아…….
그들은 우리들에게서 떼어내듯이 황급히 소년을 데리고 갔다.
클로에: 미, 미안. 내가 만든 옷이 역시 너무 무서웠던걸지도……. 모두를 나쁜 마법사라고, 그 사람들이 오해하게 해버렸어…….
히스클리프: 아니야 클로에. 동쪽 나라는 원래 편견이 강해. 물론 모두가 마법사에게 부정적으로 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클로에의 옷 때문은 절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모처럼 동쪽나라에 와줬는데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시노: …….
시노는 신경 쓸 틈도 없었다는 듯이 딴 데에 정신을 빼앗긴듯 떠나간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노: 부딪혔을 때, 저 녀석……. 이상한 기척이 들었어.
이상한 기척?
파우스트: 아아. 저주의 기척이야. 저 아이 자신이 저주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전원: !
편치 않은 말을 듣고 일제히 눈을 찡그린다.
저주라니…….
파우스트: 당장 목숨이 걸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저대로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클로에: 그런……. 저 아이, 아직 미틸 정도의 나이였다고?
히스클리프: 늦기 전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파우스트. 그를 도와줄 수는 없나요?
파우스트: …….
시노: 가봤자 환영받지 못해. 저주를 풀려고 왔다고 해봤자 쫓겨나기 십상이야.
(확실히, 아까 그 상태로는……)
네로: 그러면, 이건 어때?
히스클리프: 정말 괜찮을까. 방에 숨어들다니.
시노: 상관없잖아. 딱히 도둑질 하는 것도 아니고.
네로: 맞아맞아. 현관으로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야.
마법사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우리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소년의 방으로 숨어들어가기로 했다. 버릇없는 수단에 끝까지 불만을 표했던 파우스트는 굴복한 것 같다.
파우스트: 너까지 어울릴 필요는 없었어.
빗자루 뒤에 타고 있는 나를 고개를 비틀어 돌아본다.
죄송해요. 저도 그 아이가 신경 쓰여서…….
시노: 그러고보니 서쪽의 마법사들은?
네로: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어. 지금쯤 사들인 와인이라도 따고 있지 않을까?
히스클리프: 우리랑 어울리겠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거절하셨어.
파우스트: 대인원으로 움직이면 눈에 띄기 쉬워. 소란이 일어나면 곤란하니까.
마법으로 기척을 더듬은 곳은 거리 변두리에 지어진 큰 집이었다. 광대한 부지를 장미꽃이 휘감기는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다.
네로: 헤에. 참 훌륭하네. 귀족 도련님이었던건가. 그런데 저 저택…….
히스클리프: 응.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반쯤 탄 것 같아.
건물 자체에 붕괴는 없지만 벽 색깔이나 창문이 중간부터 변색되어 있거나 일그러져 있다. 마치 반만 태워진 것 같아.
혹시 이것도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인걸까요...
시노: 아마도. 이 거리도 피해를 입었겠지.
네로: ……뭐야? 마당에 뭐가 있는데.
눈을 찡그린 네로가 손가락을 가리킨다. 순간 괴물이 서 있는 줄 알았다.
파우스트: 저건…….
어둠에 떠오르는 세로로 긴 그림자의 정체는 허름한 작은 탑이었다. 땅 끝에 세워져 있기는 하나 멀리서 봐도 묘하게 존재감이 느껴졌다.
네로: 보러 가볼래?
파우스트: 수상하지만 나중에 하자. 우선은 그 소년에게…….
히스클리프: ……! 갑자기 한기가…….
히스클리프가 진저리를 친다. 나 역시 불안에 가슴이 설렁이는 것을 느낀다.
(뭐지……. 어두워서 그런지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어.)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을 때 파우스트의 소리가 울렸다.
파우스트: ……현자. 나에게서 떨어지지 마.
4화
우리는 어렵지 않게 저택 위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히스클리프: ……왠지 공기가 무겁네요…….
파우스트: 괜찮은가, 히스.
히스클리프: 네, 네. 그것보다도 그 아이의 방은 어디에 있을까요?
시노: 일단 호화스러워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 보자.
파우스트: 기다려. 선뜻 다가가지 마.
네로: 이럴 때는 신중하게 눈치를 보면서…….
그때 마침 모퉁이 방 창가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낮에 만난 소년이다. 창가에 선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윽.
!
소년은 갑자기 가슴을 누르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창틀에 기대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예사롭지 않은 상태에, 우리는 방의 창문으로 달려갔다.
시노: 어이, 괜찮은가?
???: ……테오……?!
네로: 이런, 큰 소리 내면 위험해.
방에 들여보내줘서 고마워요. 저기, 몸의 상태는…….
???: 응, 이제 괜찮아. 조금 진정됐어……. 가끔 이렇게 돼. 앉아 있으면 점점 좋아져.
의자에 몸을 맡긴 그가 힘없이 머리를 숙인다. 이따금씩 휙휙 목구멍에서 새어나오는 고통스러운 소리가 애처롭다.
히스클리프: 야밤에 들이닥쳐서 미안해……. 우리는 너에게 중요한 볼일이 있어.
???: 중요한 볼일……?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안경 너머로 조용히 주의 깊게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든 식물을 눈빛으로 살피듯이. 이윽고 그는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파우스트: 너의 이름은?
조슈아: ……조슈아.
파우스트: 조슈아. 테오라는 것은 마법사의 이름인가?
―테오. 아까 방에 들여보내줬을 때도, 낮에 시노랑 부딪혔을 때도. 그는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조슈아: 응. 친구였어. 나의, 단 하나뿐인.
간신히 가다듬은 호흡을 달래듯이 조슈아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조슈아: 나,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어서……. 어렸을 때는 침대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만 있었어. 그럴 때, 테오가 내 앞에 나타났어. 아까 당신들처럼 밤하늘을 빗자루로 날면서. 테오는 머리도 까맣고 앞머리도 눈을 가릴 정도로 길었어.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무서웠었지.
조슈아는 그리운 듯 창가를 바라보았다.
시노: 테오는 뭐하러 왔던거지?
조슈아: 얘기를 해보고 싶었대. 잠깐 얘기하다가 테오는 금방 갔어. 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된다는 말을 남기고……. 엄청 신기했어. 처음에는 귀신일 수도 있고, 좋은 꿈이었다는 생각도 했었어. 왜냐하면 나, 그렇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계속 갖고 싶었거든.
……그것이 테오와 친구가 된 계기였던거네요.
조슈아: 응. 그때 이후로 테오가 가끔씩 오더라고. 그러다가 나도 깨달았어. 그는 귀신도 환상도 아닌 마법사라고. 그래서 나는 마법사 좋아해. 아버님이나 어머님은 싫어하시는 것 같지만…….
가슴에 대고 있던 손을, 조슈아는 꽉 잡았다.
조슈아: 나는 테오가 마법사여서 기뻤어. 아니었다면 나랑 테오는 만나지 못했을거고, 친구가 되지 못했을테니까.
테오를 말하는 조슈아의 목소리는 보물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액자 같은 방의 창문으로 으스스한 달밤이 보인다. 아름다운 전망도 굳게 닫혀있으면 고독하다. 이 창문을 두드리며 찾아오는 친구의 존재는 긴 밤을 보내는 소년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가.
히스클리프: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구나.
시노: 아아.
실감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말했다.
파우스트 / 네로: …….
불빛이 적은 방에 신묘한 시간이 흐른다. '친구' 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 그렇게 부르고 싶었던 존재, 예전에 그렇게 불렀던 존재... 저마다 마음속으로 그런것들을 떠올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조슈아: 테오는 맨날 밤에 와. 그래서 아까 너희가 나타났을 때 테오인 줄 알았어. 하지만 그럴리가 없어……. 왜냐하면 테오는…….
집사: 조슈아 님?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세요?
!
(위험해……. 지금 사람이 들어온다면……)
네로: 선생. 하인을 재울까?
파우스트: 아니. 오늘은 물러가자.
파우스트는 조슈아의 머리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파우스트: 다시 올게.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테오와 같은 대사에 조슈아는 살짝 웃으며 이마를 긁었다.
파우스트. 그 애의 저주를 풀지 않아도 괜찮나요?
파우스트: 저주는 조슈아만의 것이 아니야. 저 집 전체에서 저주의 기척이 느껴졌어.
에……?
파우스트: '거대한 재앙' 의 선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살금살금 조사해도 결말이 나지 않아.
파우스트: 현자. 내일은 너의 권력을 사용하도록 하지.
5화
다음날, 나는 파우스트가 말하는 '권력' 을 사용하려고 동쪽과 서쪽의 마법사들과 함께 당당하게 정면으로 저택을 찾아갔다. 햇빛 아래에서 다시 바라보니 역사 깊은 행로와 그을린 벽의 이질감이 뚜렷하게 드러나 묘하게 박력이 있다.
(기, 긴장돼……. 제대로 들어주려나.)
조슈아의 아빠: 히익……. 어제의 마법사 패거리가 아닌가……!
조슈아의 엄마: 여럿이서 와서 어쩔 셈? 우, 우리들을 협박할 생각이야?
갑자기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인한 이변을 가라앉히기 위해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슈아의 아빠: 현자의 마법사……?
라스티카: 예. 그렇습니다.
샤일록: 잘 알고 계시죠?
조슈아의 엄마: 소문으로는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서 현자님이 우리 집에는 대체 무슨 용건일까.
저택의 조사를 하게 해주실 수 있나요? 기분 나빠하실지도 모르지만, 불온한 기색이 있는 것 같아서…….
조슈아의 아빠: …….
순간 동요한 듯 두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불안스럽게 굳은 표정이다.
조슈아의 엄마: 하…… 바보같아. 불온한 일 따위 있을 것 같나. 얼른 조사하고 나가줘!
파우스트: ……잘 됐군.
무르: 역시 현자님!
(정말로 조금은 현자에게 권력이 있네……?!)
저택은 단아하게 꾸며져 있었다. 잘 닦여진 바닥에 값비싸 보이는 미술품들.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훌륭한 귀족의 저택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걸을 때마다 으스스한 기운이 등에 달라붙는다.
샤일록: ……확실히 이 집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군요.
히스클리프: ……이전에 여기에 왔을 때보다 공기가 무거워.
클로에: 응……. 싫은 느낌이 들어.
네로: 유서 깊은 집안 같네. 장식되어 있는 것은 모두 수집가들이 비싼 값을 칠 것 같은 물건들 뿐이야.
파우스트: 어이, 손 대지 마.
네로: 이럴 때 눈에 띄는 짓은 안한다니까! 단지 이만한 저택이라면 하인도 많을 테고, 조사하는 수단이라고.
시노: 블랑셰 성이 더 넓고 하인도 많아.
히스클리프: 경쟁하는게 아니잖아……. 확실히, 조택 조사는 쉽지 않을 것 같네.
샤일록: 그렇다면 조사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그쪽은 그 소년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죠?
파우스트: 괜찮은건가?
클로에: 물론, 맡겨줘!
라스티카: 멋진 저택 안을 산택하는 것은 매우 재밌을 것 같아.
무르: 아싸―! 탐험이다!
파우스트: 저택 밖으로 나갈 때에는 조심해줘.
샤일록: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럼 그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히스클리프: 그럼, 우리들은 조슈아의 방으로 가죠.
우리들이 찾아가면 침대에 누워 있던 조슈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조슈아: 우왓…… 어떻게?
시노: 창문으로 일일이 널 보러 오긴 귀찮으니까. 밝은 시간이 서로의 얼굴이 더 잘 보여서 이야기하기 편해.
조슈아: 후, 아하하. 어제는 테오랑 똑같은 줄 알았는데, 엄청 다르네.
우스운 듯 웃는 모습은 천진난만하다. 그런데 금방 쓸쓸하게 그 눈을 내리깔았다.
조슈아: ……테오는 밤이 아니면 안 찾아왔으니까. 하지만 이제 밤이 되어도 테오를 만날 수 없어.
히스클리프: 어제 말을 꺼냈었던 것 같은데, 테오에게 무슨 일 있었어?
조슈아: ……돌이 되었어. '거대한 재앙' 이 내습한 날에.
!
저택에 불길이 치솟은 것은 밤이 깊었을 무렵. 방에서 잠을 자던 조슈아는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연기에 휩싸여 죽을 뻔했다고 했다.
조슈아: 테오가 그걸 구해줬어. 안뜰로 끌려나온 뒤 나는 기절했는지 잠시 기억이 없었는데…… 눈을 뜨니 테오가 앞에 서있었어. 그 때의 테오, 본 적도 없을 정도로 괴로워 보였었어. 축 늘어져 숨도 끊어지지 않고…….
파우스트: ……그 때, 테오랑 무슨 얘기라도 했었나?
조슈아: 아니. 나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테오가 혼잣말처럼 얘기했어. "저 달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라고.
조슈아의 가느다란 몸에서 똑같이 가느다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조슈아: ……그대로 테오는 돌이 되어 부숴졌어. 내 눈 앞에서…….
…….
어린 목소리로 말하기엔 너무 아픈 기억이었다. 보물처럼 말했던 소중한 '친구' 를 그는 바로 눈앞에서 잃었던 것이다.
히스클리프: 끔찍한 일을 생각나게 해버려서 미안해…….
눈물을 글썽이는 조슈아에게 손수건을 든 히스클리프가 다가선다.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그의 뺨을 닦아주었다.
파우스트: 조슈아. 테오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말에 뭔가 짚이는 게 있나?
조슈아: 테오는 옛날에 '거대한 재앙' 에게 엄마가 살해당했다고 했어.
네로: '거대한 재앙' 에게 살해당했다……?
조슈아: 그 때문에 테오는 '거대한 재앙' 을 증오하고 있었어. 나도 미워. 미워 죽겠어……. 테오의 소중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 테오까지 빼앗아간 그 '거대한 재앙' 이……!
달을 찾듯이 조슈아의 눈이 창문을 향한다. 그 직후, 고통스럽게 뻗어나가면서 그는 침대에 쓰러져 버렸다.
시노: 어이……?!
네로: 안색이 안 좋아. 사람을 부르는 편이 좋으려나?
저, 부모님을 불러 올게요……!
조슈아: 기다려……. 괜찮아. 분명 부르면 부모님이 난리를 치시고 너희를 내쫓을거야.
히스클리프: 하지만…….
조슈아: 괜찮아. 금방 가라앉아.
몸을 누인 조슈아는 안심시키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핏기가 가신 피부는 달빛처럼 희다.
파우스트: ……'사티루크나토 무르크리도'
파우스트: 치유의 마법을 걸어 뒀어. 조금은 편해지겠지.
파우스트는 조슈아의 몸에 손을 얹었다.
시노: 어젯밤도 아파보였는데. 언제나 이 모양인건가?
조슈아: 옛날보다는 건강해져야 했을 터인데, '거대한 재앙' 이 내습한 날부터 상태가 나빠져서……. 특히 밤이 되면 악화되거든.
파우스트: ……조슈아. 소중한 친구를 잊으라고는 말 안해. 하지만, 증오에만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좋아.
조슈아: 증오하지 말라고……? 그런 거, 할 수 없어.
파우스트: 그만큼 마음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미움은 끝이 없지만 사람의 마음과 몸에는 한계가 있어.
조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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