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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재회와 궤적의 뱅큇] 6화~10화

6화

 

……레녹스?

 

???: 응? 당신은…….

 

레녹스: ……여, 오랜만이군.

 

엣, 레녹스. 혹시 이 사람과 아는 사이였나요?

 

레녹스: 아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어젯밤 사막 속의 이상한 레스토랑 이야기 기억하고 계신가요, 현자님. 그 레스토랑의 주인이, 지금 눈 앞에 있습니다. 

 

…… 에?!

 

레녹스: 진정하세요, 현자님.

 

죄, 죄송해요. 그렇지만 이런 우연이……!

 

레녹스: ……. 저도 매우 놀라고 있습니다.

 

(그랬구나. 별로 놀라는 느낌은 안 나지만……)

 

매튜: 잊은 적이 없어. 계속 네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레녹스! 다시 만날 줄은 몰랐어. 운명이란 꽤나 얄미운 연출을 하는군. 다시 한 번 소개를 하지. 나는 매튜. 마법사다.

 

레녹스: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언젠가 그 때의 보답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어. 당신의 레스토랑과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이 요리를 대접해 주지 않았다면, 나의 여행은 도중에 끝났을지도 몰라. 정말로 고마워. 그 때 먹었던 음식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였다.

 

매튜: 하하. 예전보다 말을 잘하게 되지 않았나? 뭐, 초대한 손님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 그 이상의 비용도 받았고.

 

그건... 레녹스의 생애 이야기인가요?

 

매튜: 아아, 그 말대로. 레녹스, 저 사람이 네가 찾고 있었던 그 사람인가?

 

레녹스: 아니야. 이 분은 현자님이시고, 나는 지금 현자의 마법사다.

 

매튜: 설마, 또…….

 

레녹스: 아니. 그 덕분에 찾고 있었던 사람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어.

 

매튜: ……그거 다행이군! 난 변덕이 심해서 말이야. 문을 여는 장소도 기분에 따라 바꿔. 그래서 같은 손님이 두 번 방문한 적은 없지만,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레녹스, 다시 내 가게에 먹으러 오지 않겠나?

 

 

 

 

 

무르: 이상한 레스토랑에서는 어떤 맛있는 요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현자님.

 

으음…… 전혀 상상이 안 가니까 벌써부터 기대돼요.

 

무르: 어쩌면 요리하는 건 우리 쪽일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 두근거리고 설레여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샤일록: 자, 무르. 예의 바르게.

 

무르: 냥―!

 

시노: 나랑 무르가 그 아기 돼지를 잡았으니 그 이상한 레스토랑에 가게 됐지. 흐흥. 고마워해도 돼.

 

무르: 응응. 먹지 않아서 다행이야!

 

화이트: 호호호. 나도 기대되는구먼. 돌아올때 스노우에게 제대로 자랑해야지. 오즈도 기대돼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그렇지, 오즈!

 

오즈: 그런 말 한 적 없다.

 

레녹스: 설마 오즈 님도 와주실 줄은 전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오즈: ……끈질기게 권유받아서 거절하기가 귀찮아졌을 뿐이다.

 

시노: 오즈보다 파우스트가 가는 게 더 의외잖아. 은둔형 외톨이 주제에.

 

파우스트: 시끄러워. ……레녹스. 정말 내가 따라가도 되는 건가?

 

레녹스: 물론입니다. 아기 돼지를 구해 준 은인도 제발 같이 초대해달라고 했으니까요.

 

파우스트: 별 거 아니었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심부름꾼이 어슬렁거린다면 누구라도 보호했을거야.

 

레녹스: 그리고 매튜는 제가 당신을 찾고 있었던 것을 걱정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를 한 번 만나주셨으면 해요.

 

파우스트: ……얘기로 듣건대 그 주인은 자네의 생명의 은인인 것 같군. 나도 예의 정도는 갖추고 싶어. 게다가, 네가 극찬했던 그 음식의 맛도 궁금하니까.

 

레녹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님.

 

레녹스, 레스토랑에 가는 멤버는 이걸로 전부인가요?

 

레녹스: 네. 히스랑 네로, 리케도 초대했는데 슈가 도매점에서 설탕과자의 선약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가……. 네로도 궁금했을텐데. 같은 마법사 요리사의 가게고.

 

시노: 아아. 요리 감상을 가르쳐 달라고 아주 필사적으로 부탁했었어. 그래서 레몬파이 사흘 치에 들어줬지.

 

파우스트: ……그 일이라면 내가 대신 떠맡게 되었다. 그러니 레몬파이는 없는 일이야.

 

시노: 하? 어째서?!

 

파우스트: 어째서가 아니야. 애당초 이런걸로 대가를 요구하는게 아니……

 

오즈: 모두 물러서라.

 

이상한 식당으로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주변 일대의 공기가 팽팽하게 변한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미스라: '아르시무'

 

오즈: '복스노크'

 

갑자기 굉음이 울리더니 마치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친 것처럼 마법관이 크게 흔들렸다.

 

(이건……)

 

미스라: 여전히 고집이 세네요.

 

오즈: ……미스라. 뭐하러 왔나.

 

미스라: 뭐냐뇨. 당신을 죽이고 싶어서요. 이렇게, 후끈후끈해져서.

 

화이트: 매번 말하지만…… 살의는 숨겼으면 좋겠구먼.

 

미스라: 당신도 알잖아요. 북쪽의 마법사니까.

 

오즈: 너 따위가 나를 돌로 만들 수는 없어.

 

미스라: 말했네요. 지금 당장 시도해 보죠.

 

오즈: 식사 하기 전에 치워주지.

 

미스라 / 오즈: …….

 

두 사람이 각각의 마도구를 말없이 꺼냈다. 사랑방의 공기가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레녹스: 미스라.

 

미스라: 뭔가요. 설마 남쪽의 마법사 주제에 저를 방해할 생각입니까?

 

레녹스: 아니. 떠나기 전에 만나서 다행이야. 너만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말을 못 걸었었으니까. 이제부터 모두 레스토랑에 갈거야. 미스라도 같이 가지 않을래?

 

미스라: ……레스토랑?

 

레녹스의 말에 미스라가 흥미를 나타낸다.

 

마, 맞아요! 요전에 아기 돼지 주인이 레스토랑을 한다고 해서 보호해 준 답례로 저희를 초대해 주셨거든요.

 

레녹스: 아주 맛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야. 배가 부르면 그 살기도 좀 가라앉을지도 몰라.

 

미스라: ……듣고보니 배가 고파진 것 같아요. 장소는 어딘가요?

 

미스라가 휙하고 오즈로부터 등을 돌리자 드디어 찌릿찌릿한 공기가 완화됐다.

 

레녹스: 장소는 동쪽 나라와 북쪽 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산맥 속이라고 했다.

 

화이트: 일년 내내 눈이 쌓이는 황량한 지역이구먼.

 

시노: 그런 곳에 정말로 레스토랑이 있는건가?

 

무르: 사람 하나 없는 사막에서도 했었는걸. 분명 어디서든 할거야. 흘러가는 구름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샤일록: 후후, 그렇네요. 자 그럼, 모처럼 초대해 주셨으니까.

 

샤일록이 팟 하고 손가락을 울린다. 그 순간, 우리의 의상은 가지런한 디자인을 개별로 어레인지한, 우아한 의상으로 변해 있었다.

 

파우스트: 고맙군……. 하지만 이런 옷은 낯설어.

 

샤일록: 그런가요?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평소의 검은 복장도 멋지지만, 생각했던 대로 흰 복장도 당신의 섬세한 매력을 잘 북돋아 주는군요.

 

미스라: 양복으로 음식 맛이 달라지나요? 빨리 가죠.

 

무르: 준비는 끝! 동쪽 나라의 산맥 속에 있는 신기한 레스토랑으로 출발!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는 순간, 텅 빈 공간에 문이 나타난다. 모두가 차례대로 문을 통과했고 나와 레녹스, 미스라가 마지막이었다.

 

레녹스: 가죠, 현자님.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녹스와 함께 문을 통과했다.

 


7화

 

 



(달밤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한낮의 빛 속에 있었을 터인데, 마치 시공을 날았던 것 처럼 밤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매우 기묘한 감각이었다.

 

시노: 미스라의 마법은 시간도 넘을 수 있는건가.

 

미스라: 아뇨, 제가 아니에요. 이 밤하늘은 마법으로 만든 환상이네요.

 

화이트: 호호. 내가 그림속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그 증거일세. 하지만 정말 꿈 같은 풍경이구나.

 

그리고 밤의 눈밭에 어울리지 않는 레스토랑이 서 있었다. 달빛에 빛나는 레스토랑은 확실히 이 설원 속에서는 매우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레녹스: …….

 

레녹스, 왜 그래요?

 

레녹스: 아뇨……. 그, 레스토랑이 옛날 그대로라서…….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파우스트: 그런가…….

 

레녹스: 오늘까지 그 사막에서의 기묘한 하룻밤은 단지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파우스트님, 당신이 옆에 있으니까요. 레스토랑에 방문한 것도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난 것은 분명 현실일 것입니다.

 

파우스트: 아아. 내가 레노의 꿈속의 등장인물이 아니라면 말이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저절로 열렸다.

 

샤일록: 아무래도 초대해주고 계신 것 같군요.

 

무르: 그러면 초대 받아버릴까!

 

 

 

 

 

매튜: 어서오세요. 제 가게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튜가 공손히 절을 하며 반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시노: 아, 그 아기 돼지.

 

무르: 포크 소테―!

 

아기 돼지: 후―――?!

 

시노와 무르를 본 아기 돼지는 황급히 가게를 도망다닌다.

 

미스라: '아르시무'

 

아기 돼지는 얇은 빛의 베일에 휩싸였고, 공중을 떠서 슬그머니 미스라의 팔 안으로 들어갔다.

 

미스라: 오늘 밤 식재료, 잡았어요.

 

매튜: 아니, 오늘 밤 코스에는 쓰지 않아. 그 아이는 내 심부름꾼이니까.

 

미스라: 그런가요? 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미스라는 흥미를 잃은 듯 아기 돼지를 허공에 날린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기 돼지는 매튜의 뒤로 숨어들어갔다.

 

매튜: 하하하! 이런 상태라니, 이 녀석은 대모험을 한 것 같군.

 

아기 돼지: 후――!

 

레녹스: 오늘은 신세를 지지. 그런데, 좀 인원이 많나?

 

매튜: 아니, 떠들썩해서 좋아. 음식도 푸짐하게 준비해놓았으니 걱정 마. 자, 손님. 자리에.

 

아기 돼지: 후―!

 

신기하게도 자리에는 이미 각자의 명찰이 놓여 있었다.

 

…….

 

파우스트: ……아아. 현자는 이 세계의 글자를 못 읽지. 네 자리는 저 쪽인 것 같다.

 

가, 감사합니다!

 

레녹스, 파우스트. 오즈, 화이트, 미스라, 아키라. 무르, 샤일록, 시노. 명찰에 쓰여진 이름에 따라 각자 세 테이블로 갈라져 자리에 앉는다.

 

오즈와 미스라가 같은 테이블에…….

 

화이트: 음. 우리 테이블은 의외의 조합이구먼. 달아오를 것 같네!

 

미스라: 그렇네요. 모처럼이니 칼로 잘라서 요리의 토핑으로 올려 드릴까요, 오즈?

 

오즈: 흥을 깨는 짓은 그만둬.

 

아하하…….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본다. 찬란한데도, 차분한 인상으로 천박함은 전혀 없다.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조명이 마치 바다 밑바닥에 드러누워 수면의 빛을 보는 기분이었다. 매튜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순간 테이블에 나이프와 포크, 그리고 냅킨이 나타난다.

 

매튜: 자 그럼, 오늘의 요리에 이름을 붙인다면…… 레녹스의 풀코스.

 

레녹스: 나의……?

 

미스라: 의미를 모르겠네요.

 

샤일록: 이거 흥미롭군요. 어떤 요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매튜.

 

매튜: 음유시인이 사람의 운명을 시로 노래하듯 나는 사람의 생애를 접시 위에 나타낸다. 손님을 초대해 요리를 대접하고 대가로 상대의 생애를 듣지. 그리고 그 이야기르 바탕으로 또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거야. 그것이 나의 탐구의 길이고, 기쁨이다.

 

레녹스: 기다려. 그것은 즉…… 당신에게 이야기한 내 생애의 모든 것이 오늘의 요리가 되어 나온다는 것인가. 내가 아직 여행하고 있었을 때의 일도…….

 

매튜: 아아, 물론.

 

레녹스: 기다려줘……! 그런 이야기 듣지 못했어.

 

매튜: 아니. 처음 만났을 때 말했을텐데. 생애를 풀코스로 해서 손님에게 내놓으며 그 손님의 생애를 또 요리로 만들고 있다고.

 

레녹스: 그런, 가…….

 

파우스트: 레녹스.

 

레녹스: 면목 없습니다, 파우스트 님. 이렇게 되다니…….

 

파우스트: 사과 안 해도 돼. 먹자. 너의 은인이 모처럼 대접해 주는 요리다.

 

레녹스: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매튜: 이야기는 끝났나? 레녹스의 생애는 꽤 거물이었어. 음식을 완성하기까지 삼백 년 걸렸다.

 

사, 삼백 년?!

 

시노: 흐응. 그만큼 시간을 들였다면 맛도 상당하겠군.

 

매튜: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까.

 

매튜가 절을 하자 식전 음료와 요리가 담긴 작은 접시가 하나 놓여 있었다.

 

무르: 아뮤즈는 파프리카의 무스 구제르야. 이것이 레녹스 생애의 첫입이 되는구나. 

 

시노: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맛있어 보이네.

 

샤일록: 후후, 생애를 맛보는 풀코스……. 다음 음식이 기대가 되는군요.

 

무르: 본인의 인생이 풀코스가 되다니 재미있어. 메인 디쉬는 어느 시대의 레녹스가 될 것인가!

 

샤일록: ……무르. 당신은 자신의 생애가 풀코스가 된다면 어떤 맛이 날 것 같나요?

 

샤일록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어딘가 시험해 보는 듯이 무르에게 묻는다.

 

무르: 나는 계속 그 달에 사랑을 하고 있었으니까―― '거대한 재앙' 의 맛이 났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풀코스가 된다면, 샤일록에게 제일 먼저 맛보게 해줄게!

 

무르의 말에 샤일록은 빈정거리는건지, 친근한건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샤일록: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시노: 저기, 아직 먹으면 안되는건가.

 

무르: 그렇네. 빨리 안 먹으면 아까워.

 

무르가 천천히 일어서며 잔을 들고 모두를 돌아보았다. 그 눈동자는 비밀스러운 빛을 머금고, 이 불가사의한 레스토랑 안에 있어서, 현실에서 꿈으로 유혹하는 안내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르: 훌륭한 요리와 시간에 건배.

 

치링, 하고 잔이 합쳐지는 시원한 소리. 모두가 준비된 음료를 즐기는 조용한 순간이 온다―. 유리컵에 담긴 연복숭아 색의 액체를 한 모금 마시면 과일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다른 모두는 술 같은데, 이건 무알콜 음료야……. 어느 틈에 내 취향을 알게된거지?)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향긋한 음료를 즐긴다.

 

샤일록: 이것은…… 좋은 포도를 사용하고 있군요.

 

매튜: 저희 가게의 자랑인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무르: 응. 아뮤즈와도 잘 어울려! 이 구제르도 맛있네!

 

매튜: 레녹스라는 남자. 그 기구한 운명의 윤곽을 나타낸 것이 이 음료와 아뮤즈다. 달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맛이 깊어. 깊이 있는 풍미는 그대로 레녹스라는 남자 자신을 드러내지.

 

매튜는 칭찬을 여유있게 받아들여 장난치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나타낸다. 매튜가 다시 손가락을 올리자 요리가 담긴 접시가 나타났다.

 


8화

 

양배추 꽃봉오리 같은 채소. 그것이 로스팅 되어 검어진 것이 소테가 되어있다. 그 옆에는 소시지가 곁들여져 있었다. 검은 꽃망울이 인상에 남는 한 접시다.

 

레녹스: 이건…….

 

매튜: 이 접시는 너의 생애를 나타내고 있는거야.

 

레녹스: …….

 

레녹스는 당황한 듯이 요리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그것을 입으로 가져댔다.

 

화이트: 음. 아삭아삭한 소테의 식감이 견딜 수가 없구먼. 소시지도 양념이 잘 되어있어서 그런지 재료의 맛이 잘 느껴진다.

 

미스라: 잘 먹겠습니다.

 

앗, 미스라. 가능하면 맨손으로 먹지 않는게……. 옷이 더러워지니까요.

 

화이트: 이런이런. 미스라는 먹는 방법이 완전히 어린애구먼. 오즈도 수저의 사용법은 금방 배웠었는데. 

 

오즈: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라. 이렇게…….

 

미스라: 하아? 당신, 나한테 명령할 생각인가요. ……뭐, 해보겠습니다만…….

 

오즈의 손길을 힐끗 본 뒤 마찬가지로 미스라는 포크로 음식을 입안에 가져간다.

 

매튜: 마카로니 소테와 소시지. 물론 마법의 풍미를 조금. 이 접시는 "탄광부" 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고된 노동 속에 있었던 레녹스의 탄광부 시절을 나타낸 요리라고 했다.

 

매튜: 하지만 레녹스에게는 같은 처지의 동료가 있어, 마법사로서 의지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는 괴롭기도 하고, 그러나 젋음과 활력이 넘쳤던 그 시대를 접시 위에 나타냈다.

 

미스라: 레녹스의 생애에 관심은 없지만, 이거 맛있을 것 같네요.

 

매튜: 그 사람의 이야기에 실례가 되지 않도록 최고의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나의 신조. 최고의 칭찬이야.

 

딱 하면서 손가락 치는 울린다. 나타난 것은 구운 토마토가 인상적인 붉고 투명한 수프였다.

 

무르: 헤에. 톡 쏘는 맛! 

 

매튜: 구운 토마토 콩소메 수프. 향신료와 고추기름으로 매운맛을 앞세워 토마토의 단맛이랑 어울릴거야. 제목은 "분노."

 

매튜: 학대받는 광부들과 함께 지배자에게 저항하며 일어선 봉기의 시대―. 억압받던 이들의 분노는 폭발한다. 그 불꽃에 레녹스도 몸을 태웠지. 그 때의 추억을 수프에 가두었다.

 

화이트: 그 때는 전란의 시대였었지. 싸움이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었구먼. 누군가가 어중간하게 세계를 정복하려 했던 탓이었다. 그렇지, 오즈여.

 

오즈: …….

 

오즈는 조용히 수프를 먹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화이트: 뭐 됐어. 그것보다 아까 무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었구먼.

 

제 생애가 만약 풀코스가 된다면 어떤 맛이 날까 인가요?

 

화이트: 그렇네. 만약 오즈의 풀코스가 있다면 어떤 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자여.

 

에, 오즈 본인이 아니라 저에게 묻는 건가요?

 

화이트: 아니, 왜냐하면 오즈쨩한테 물어보면 알까보냐― 하면서 회피할뿐이고. 절대로 신나지 않는걸!

 

미스라: 틀림없네요.

 

오즈: 입 다물어라.

 

화이트: ……오즈도 미스라도 나도 천년 이상 살고 있다. 아마 자신의 풀코스의 맛 따위는 대답할 수 없겠지. 그렇게까지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니 말일세. 하지만…… 그대라면, 오즈의 생애 풀코스의 맛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오즈의 생애…….

 


9화

 

화이트나 오즈가 나에게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현자가 되고나서 현자의 마법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자다. 상냥하고, 엄하고, 재밌고, 진지하고, 그런 개성적인 그들을 이끄는, 오직 한 사람의 현자로서. 그러니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름대로 이 물음에 성의 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오즈의 생애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에요.

 

미스라: 뭐, 이 사람 쓸데없이 오래 사니까요.

 

분명 화이트나 미스라 쪽이 오즈의 생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오즈의 생애는 정말 일부분일 뿐. 소중하게 지켜야 할 자가 생긴 현자의 마법사 오즈일 뿐이죠.

 

오즈: …….

 

에, 그러니까.... 그렇네요. 즉…….

 

화이트: 서두르지 않아도 되네. 그대의, 그대다운 대답을 들려주게.

 

그러니까, 제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만약 오즈의 생애를 풀코스로 한다면 분명 부드러운 맛이 될 것 같아요. 폭신폭신한 팬케이크 같은, 우유가 듬뿍 들어간 스튜 같은.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오즈: 현자.

 

네, 네.

 

오즈: 나는 내 생애를 되돌아보고, 하물며 맛을 생각하는 일 등은 시도한 적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와는 다른 말을 할 것이다. 그것만은 알아.

 

내가 실제로 본 것은 아니지만, 오즈는 한 때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던 세계 최강의 마법사라고 들었다. 잔인하고 냉혹한 마왕이라는 일화도 각지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그것들을 생각하면 오즈의 생애와 팬케이크나 스튜를 연결하는 것은, 엉뚱한 발상이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몰라.

 

오즈: 그 풀코스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만 나올 것 같군.

 

오즈…….

 

그렇게 말하며 오즈는 아주 조금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렇네요. 분명 아서도 리케도 기뻐하면서 먹고 싶다고 할 것 같아요.

 

미스라: 하아. 애초에 오즈의 풀코스 같은 것은 만들 필요가 없어요. 제가 언젠가 돌로 만들어 먹어버릴테니까. 

 

불온한 말을 하면서 미스라는 다시 수프를 마신다. 그 말과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런 저런 말을 하지만 그도 분명 이 풀코스와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겠지.

 

화이트: 호호호.

 

무슨 일인가요, 화이트.

 

화이트: 생각해 보면 이 상황이 꽤 기적적이라고 생각해서 말일세. 다시 건배를 하지.

 

화이트: 수백, 수 천 년 동안 서로 죽여 온 우리가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축하하며.

 

오즈: ……그리고, 그 기적을 지탱하는 현자에게,

 

미스라: 건배.

 

잔을 맞추는 시원한 소리가 울렸다.

 

 

 

 

 

 

다시 손가락이 딱 소리를 낸다. 나타난 것은 고기 요리. 구운 오리 고기에 노란 소스가 곁들여져 있었다.

 

매튜: 메인 디쉬는 오렌지 맛의 오리 포와레. 제목은 '혁명'.

 

레녹스 / 파우스트: …….

 

매튜: 커다란 싸움 속에서 많은 피가 흘렀다. 그런 혼돈과 그 앞에 자리 잡은 확실한 승리의 예감―. 이 접시에 담긴 것은 레녹스의 심정이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드시는 것이 힘드시다면 무리는 하지 않는 편이....

 

파우스트: ……아니, 괜찮다. 식기 전에 먹기로 하지.

 

레녹스: …….

 

파우스트: 오렌지 소스의 씁쓸한 맛, 그리고 단맛과 희미한 산미가 인상에 남는데……. 씹을 때마다 고기의 맛이 느껴진다. 응, 맛있군.

 

레녹스: 예. 입 안에서 맛이 변해가는군요.

 

레녹스는 한입 베어먹더니 잠시 입을 다물고 깊게 음미하면서 무엇인가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우스트: ……너야말로 괜찮은가? 나라면 내 생애가 풀코스가 되는 것은 참기 힘들텐데.

 

레녹스: 그렇, 네요……. 좀 신기하지만 이런 표현도 있나 싶어서요. 이런 맛있는 요리가 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졌습니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한다. 그 눈동자에 희미한 흔들림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의 일이었다.

 

파우스트: ……네가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된 것은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하지만 너와 다시 만난 것을, 다시 한 번 말을 나누게 된 것을 기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을게. 오늘 멋진 식사에 초대해줘서 고마워, 레노.

 

레녹스: ……당신의 그 말에서, 충분히 보답받은 기분입니다. 

 

레녹스: 자, 건배하죠. 우리들의 재회를 축하하며…….

 

파우스트: 건배.

 

 

 

 

매튜: 자, 이제 마지막 디저트다.

 

테이블에 나타난 것은, 감귤류의 노란 시럽이 뿌려진 얼음 과자다.

 

매튜: 자몽의 그라니테. 이름은 '자립'.

 

레녹스: 자립……?

 

매튜: 레녹스, 그대에게 있어서는 주인을 찾는 고난의 여정이었을지도 몰라. 그걸 이 그라니테에 표현했다.

 

매튜의 설명을 듣고 이 그라니테는 분명 쓴 맛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우스트: 달군.

 

네. 쓴 맛도 있지만, 상쾌하고 아주 맛있어요……!

 

레녹스: 이것이, 그 여행의 맛…….

 

매튜: 당신이 자유와 고독의 불안을 알고, 같은 정도의 기쁨을 알게 된 것이 그 여행이었다. 난 그렇게 생각해. 그 그라니테의 달콤함과 쓴맛은 풀코스를 마감하기에 제격이지?

 

레녹스: ……아아. 고마워, 매튜. 확실히 그 여행을 표현한다면, 이 맛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

 

레녹스의 여정은 괴롭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성실하고 상냥한 지금의 레녹스를 형성하는, 따뜻한 기쁨이나 발견이 있었다는 것도 표현하고 있는 것이겠지. 마치 쭉 곁에서 레녹스의 여행길을 바라봐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상냥한 맛을 한 그라니테였다.

 

매튜: 나야말로 고마워, 레녹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네가 만족해 준다면― 이 요리를 위해서만 있었던 나의 삼백년은 충분히 보답받을거야.

 

시노와 조용하게 매튜와 레녹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우리를 매튜는 천천히 둘러보았다.

 

매튜: 자, 오늘 밤의 디저트는 이것만이 아니야. 마지막 디저트는 특별 서비스다.

 

매튜가 손가락을 딱 치자, 반짝반짝 눈과 같은 결정체가 날아 올라간다. 시간을 되감듯이 결정은 빛나면서 하나의 모습을 형성하였다.

 



그것은 아주 크고 수정처럼 투명한 백합꽃이었다.

 


10화

 

매튜: 이것은 현자의 마법사들이 나의 가게를 방문한 기념과 레녹스가 찾는 사람과 재회하게 된 축하 선물이다.

 

무르: 아하하! 대단해 대단해! 이 한없이 투명하게 만들어진 백합의 꽃 세공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야. 아직 무엇에도 물들지 않은 이 백합은 이제부터 물들어 갈 우리의 미래 그 자체에 대한 축복이야! 

 

무르가 기뻐하며 의자에 앉은 채 둥실둥실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샤일록: 후후, 무르가 들떠버렸네요. 기분은 알겠지만요. 이만큼이나 오늘 저녁 근사한 저녁 식사를 마무리할 마땅한 물건도 없을 테니까요.

 

미스라: 먹을 수 있는 꽃이라니 좋네요. 마법관의 안뜰에 있는 꽃도 먹을 수 있게 되면 좋을텐데.

 

커다란 백합 주변에는 작은 꽃사탕 세공이 접시 위에 피어 마치 작은 꽃밭처럼 되었다. 게다가 울글불긋 많은 스위츠들이 어느새 각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매튜: 뷔페 형식으로, 자유롭게 드세요.

 

시노: 파우스트, 이거 맛있었어. 너도 먹으려면 집어줄게.

 

파우스트: 고마워. 그건 그렇고 풀코스를 먹은지 얼마 안됐으면서 잘도 그렇게 많이 먹는구나…….

 

시노: 흐흥. 이 정도는 여유다. 그리고 네로에게 맛 소감을 알려줘야 하니까. 이번만은 무료로.

 

파우스트: 잘된 일이지만, 입에 묻어있어. 자, 이걸로 닦아.

 

시노: 응.

 

파우스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냅킨을 내밀었고, 시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그걸 받았다.

 

시노: 그것보다, 자. 이거 안 먹을거야?

 

파우스트: ……그럼 사양하지 않고 한 가지만 받아 가기로 하지.

 

파우스트는 스위츠의 하나를 입에 가져와 감탄한 것 같은 표정을 보였다.

 

레녹스: …….

 

파우스트: 어이, 아까부터 뭘 자꾸 혼자 웃고 있는거야.

 

레녹스: 파우스트님이 웃고 계셔서요. 덩달아 같이 웃어버린 것 같습니다.

 

파우스트: 하? 그런…….

 

파우스트는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작게 숨을 몰아쉬고 표정을 느슨하게 하여 레녹스에게 디저트가 실린 접시를 내밀었다.

 

파우스트: 레노. 너도 먹는게 좋아.

 

레녹스: 감사합니다. 기꺼이.

 

작은 꽃들 중 하나를 시노가 집어 든다.

 

시노: 저기, 이 과자 중 하나를 선물로 가져가도 되나? 히스에게 보여주고 싶어.

 

매튜: 물론. 가져간 순간부터 그건 네거야, 시노.

 

시노: 아싸.

 

무르: 이왕이면 저 큰 백합꽃을 들고 돌아가자! 분명 모두 놀랄거야! 

 

확실히. 하지만 가져가기에는 좀 클 수도 있겠네요.

 

오즈: 작게 하면 된다.

 

오즈가 천천히 뚜벅뚜벅 앞으로 나서면 모두가 길을 비켜주듯 뒤로 물러나 오즈의 거동을 주시한다.

 

오즈: '복스노크'

 

오즈가 주문을 외우더니 사탕으로 만든 백합이 살짝 빛난다. 모두가 지켜보는 사이 백합은 금세 작아져 한 손으로도 들 수 있을 정도의 꽃다발로 바뀌었다. 리본과 포장지가 나타나 보기에도 아름다운, 투명한 백합의 꽃다발이 완성된다. 두둥실 공중에 뜬 꽃다발은 레녹스의 손에 들어갔다.

 

레녹스: 오즈 님…….

 

오즈: 이 꽃은 너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네 마음대로 하는게 좋아.

 

레녹스: ……감사합니다.

 

레녹스: 그렇다면, 현자님. 이걸.

 

레녹스는 나에게 그 유리세공 같은 백합의 꽃다발을 내밀어 주었다.

 

저에게…… 말인가요? 하지만 이건 당신을 위한 꽃이고 레녹스가 가져가는 것이…….

 

레녹스: 아뇨, 당신이기 때문에 전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를 연결해주고 지지해주는 당신이기에 이 꽃을 받아주길 바라.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레녹스. 이 꽃을 마법서 모두에게 보여드리고 깜짝 놀라게 할게요. 오늘 추억담과 함께.

 

레녹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튜: ……그나저나, 현자님.

 

우왓?! 뭐, 뭔가요 매튜 씨.

 

매튜: 하하, 그렇게 놀라지 말아줘. 소문으로 듣건대 현자님은 이계에서 온 인간이지?

 

네. 그런데요…….

 

매튜: 그런가, 그런가! 그럼 빨리 가르쳐 줘, 네 생애 이야기를.

 

에?

 

매튜: 시장에서 너희들을 만났을 때부터 계속 궁금했어. 이계 인간의 생애란 분명 여태까지 만들어 본 적 없는 풀코스가 될거야.

 

레녹스: ……혹시 현자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레스토랑에 초대해준건가.

 

파우스트: 우리들의 재회를 축하해주는게 아니었군…….

 

매튜: 뭐 어때. 참고로 얘기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평생 돌려보내지 않을테니까.

 

에.

 

아기 돼지: 후――!

 

사역마인 아기 돼지의 눈이 "이 사람은 진심이야"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큰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 생애를 충분히 털어놓은 뒤, 조금 지친 몸으로 레스토랑을 나서자 이곳에 왔을 때와는 달리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힘껓 밟는 눈소리, 하늘의 그라데이션, 스쳐가는 바람. 모든 것이 어쩐지 신선해 보인다.

 

매튜: 그럼, 손님. 또 방문해주시는 것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런 목소리에 돌아보니,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샤일록: 이런이런. 레녹스의 말대로 신기한 레스토랑이었네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 레스토랑이 현실이었다고 해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손 안에 있는 이 아름다운 백합의 사탕 세공 뿐. 그때 레녹스가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같은 눈을 하며 물었다.

 

레녹스: ……현자님. 당신의 생애가 요리가 된다면 어떤 맛이 날 것 같나요?

 

레스토랑에서 화이트가 나에게 했던 똑같은 질문. 그리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돌려준다.

 

……모르겠어요. 그러니 다시 다 같이 가보지 않겠나요. 그의 이상한 레스토랑에.

 

샤일록: 역시 현자님. 좋은 생각입니다.

 

무르: 나도 같이 갈래―! 같이 '거대한 재앙' 맛의 풀코스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어!

 

시노: 그럼 다시 그 아기 돼지를 잡지. 안심해, 사냥은 자신 있어.

 

미스라: 저도 협력해서 해도 좋아요. 나이프랑 포크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화이트: 그럼 다음에는 스노우와 함께 와야지.

 

파우스트: 그때는 네로도 데려가줘. 오늘 못 온 것을 되게 미련스럽게 말했었거든.

 

그럼, 다음은 마법사 전원이군요!

 

오즈: ……아아.

 

그런 걸 다같이 얘기하고 있다가 파우스트에게 말을 거는 레녹스의 모습이 보였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오늘은 어울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답례로 다음에 한 잔 사도 될까요?

 

파우스트: 사줄 필요는 없어. 그냥 같이 마시자. 그때는 너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줘.

 

레녹스: 예, 부디.

 

삶은 어떤 장면을 오려내도 복잡하고, 단순한 희극도 고통스러운 비극도 없다. 그래서 매튜는 인생을 요리로 표현한다. 인생이 그토록 감칠맛 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의 쓴맛 속에도 달콤한 희망은 어딘가에 있고, 행복의 달콤함에 도취되어도 희미한 쓴맛이 마음을 잡아주니까. 그러니까, 어떤 때라도 제대로 인생을 맛보자.

 

(내 생애가 요리로 된다면 도대체 어떤 맛이 날까? 벌써부터 먹는게 기대되네.)

 

청량한 공기를 마시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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