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윽…….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식의 배의 갑판에 있었다. 왠지 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미틸: 현자님.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나요?
물론. 미틸이죠.
미틸: 다행이다……!
신기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미틸이 기쁘게 웃었다.
미틸: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기뻐서요.
그런가요. 열심히 해줬네요, 미틸.
미틸: 네! 나중에 잔뜩 이야기해 드릴게요.
아침 햇살에 비친 선내는 무언가의 시작인지, 무언가의 끝인지, 그런 느낌으로 펄럭이고 있었다.
루틸: 여러분, 이것이 해독제예요. 이쪽이 성인용이고 이쪽이 어린이용.
미스라: 루틸. 제가 누군지 알겠나요?
루틸: 물론이에요, 미스라 씨. 저, 기억을 잃었었죠.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미스라: 하……. 쉽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반성하세요. 반성문을 써주세요.
루틸: 에?
파우스트: 나도 기억을 잃었던 건가.
레녹스: 네. 해독제가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군요.
파우스트: 폐를 끼쳤겠지. 미안해.
레녹스: 아뇨……. 하지만 순간, 해독제를 건넬지 망설여버렸습니다.
파우스트: 어째서?
레녹스: 기억을 잃은 파우스트 님은 저를 향해 따라오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파우스트: …….
레녹스: 망설여졌습니다.
시노: 히스. 얼굴의 상처 왜 그래?
히스클리프: 넘어졌어.
시노: 어디에 부딪힌 거야. 내가 혼내줄게. 문이든 가구든.
히스클리프: 괜찮아.
시노: 저기, 나도 기억이 없었지? 걱정했어? 울었어? 울었겠지, 히스는.
히스클리프: 나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었어. 우리 집에 막 왔을 때의 시노였으니까.
시노: 좋네. 그 시절로 돌아가서 한 번 더 만나고 싶어.
히스클리프: 만났었어. 태평하기는.
오웬: 기사님은 왠지 의욕이 넘쳤었어.
카인: 의욕?
오웬: 눈을 되찾을.
카인: 지금은 없는 것처럼 말하지 마. 있으니까.
오웬: 있으니까가 아니야.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했어. 아니, 이번이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이상해지고 있던 거였어.
카인: 오웬?
오웬: 보통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잔뜩 해버렸어. 예를 들면 네가 평소에 하는 것들.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 기생해서 사역하는 버섯처럼.
카인: ……잘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해졌다는 이야기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말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만.
오웬: 하?
카인: 이런 것도 지성인가? 타인의 행동을 배우는 거라고나 할까.
오웬: 너한테 배울 리가 없잖아. 네가 배워.
카인: 아, 사라졌다…….
클로에: 라스티카의 기억이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이지~. 기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몰라서 답답했어.
라스티카: 걱정하게 해버렸네, 클로에. 리케와 미틸도 고마워.
리케: 천만에요!
미틸: 이번에는 활약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공부했던 것의 성과를 잔뜩 낼 수 있었어요.
리케: 저도요!
클로에: 둘 다 믿음직스러웠어! 고마워!
라스티카: 지식의 배가 미래를 위한 유산이라면, 바로 리케나 미틸들 같은 아이들을 위한 배니까. 침몰선의 망령들도 두 사람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었던 것을, 분명 기뻐할 거야.
미틸 / 리케: ……그랬으면 좋겠다!
아서: 리케들에게 들은 하일만 박사와 크란츠에 대한 걸 생각하게 됐어.
오즈: …….
아서: 그 중에서도 특히 무르와 샤일록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존경심을 품게 됐고.
샤일록: 저희들에게?
무르: 인연?
아서: 샤일록은 서쪽 나라의 인기자잖아. 동쪽의 하일만 박사처럼 모두가 의지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서 무르의 신용을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고, 그의 재능을 독점하는 일도 하지 않아.
샤일록: 무르도 충분히 사교적이니까요. 게다가 무르의 재능을 둘러싸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서요.
무르: 샤일록은 개인주의니까! 나에게 간섭하는 것은 그의 철학에 어긋나는 거야!
샤일록: …….
샤일록: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것이 밤이라 다행이군요, 오즈 님.
오즈: …….
무르: 기억이 없는 채로 마법을 쓸 수 있는 오즈는 분명 혼자 탈출했을 거야! 배도 번개로 침몰했을지도 몰라!
오즈: 그렇군……. '거대한 재앙' 의 상처……. 가증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서: 신기한 것이군요. 좋아야 할 것이 나쁜 영향을 주거나, 나빠야 할 것이 좋은 영향을 주거나. 나라의 지성을 모았을 사업이 한 사람의 감정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게 되거나…….
샤일록: 인간들의 활동은 어려운 것입니다. 저희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따라 와인의 마개를 따도록 하죠.
무르: 건배하자!
오즈: ……. ……아침부터…….
아서: 오즈 님, 보세요! 아침 해가 바다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오즈: ……아름답군.
브래들리: …….
네로: …….
브래들리: 여.
네로: 아, 보스…….
브래들리: 아니……. 언제까지 하는 거야. 이미 해독제는 먹었잖아.
네로: 네…….
브래들리: …….
네로: 보스는 평범하게 살아가라고 했지만 …….
브래들리: 아니아니, 기다려 기다려. 왜 효과가 없는 거야. 다들 기억하고 있는데.
네로: ……죄송합니다 …….
브래들리: …….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네로: ……잘 모르겠는데…….
브래들리: 네가 음식점을 열면…….
네로: 또 그 이야기인가요.
브래들리: 뭐, 들어봐. 명물 요리는 뭐로 할 거야? 그 이유는? 말해봐.
네로: 에에……? 제가 가게를 낸다는 건 도적을 그만둘 때잖아요. 추방이라는 거죠.
브래들리: 뭐, 그렇게 되네.
네로: ……. ……그러면, 뭐랄까……. 미라벨 가게 같은 느낌의…….
브래들리: 고개 너머 있는 은신처 옆 가게인가? 별로 크게 맛있지는 않잖아. 술 종류는 많지만.
네로: 보스나 동료들은 마음에 들어하잖아요.
브래들리: 뭐 그렇지.
네로: 보스는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니까. 뭐랄까, 튀김 가게로 할래요. 마음에 들어할 수 있도록.
브래들리: …….
네로: 아니, 하지만 추방이지……? 후라이드 치킨이나 튀김 같은 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 음식점 같은 건 안 할 거예요. 피라도 팔아야지.
브래들리: 네 녀석, 손재주가 있는 주제에 사는 의욕은 낮다니까…….
네로: 몰라…….
브래들리: ……네가 지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어.
네로: …….
브래들리: 폄하해서 미안해. 가고 싶었던 가게였으니까 기세로 아무것도 모른채 적당히 말했어. 진심으로 말한 건 아니야. 호황을 누리며 욕하는 것은 내 나쁜 버릇이다. 미안해.
네로: …….
브래들리: ……. ……돌아왔나?
네로: 무슨 말인가요?
브래들리: 그러니까…….
루틸: 네로 씨. 네로 씨에게 건네준 해독제, 어린이용이었던 것 같아요. 이것을 추가로 마시면 기억이 돌아올 거예요!
네로: 감사합니다.
브래들리: 그런 건 빨리 말하라고…….
그림 속의 화이트: 이런이런……. 이번에는 정신이 힘들었네.
피가로: 정말로요……. 무르의 지성을 먹은 버섯에게 지혜 겨루기에서 진 건 억울했어요.
그림 속의 화이트: 어쩔 수 없네. 보통은 발열이나 기억 장애의 이면에 전략이 걸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그림 속의 스노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 그렇지, 현자 쨩!
그렇네요……. 미틸이 가르쳐 준다고는 하긴 했지만. 선장님이나 하일만 박사도, 여러분이 도와준 건가요?
피가로: 하일만 박사는…… 긴 이야기가 될 거야.
그림 속의 화이트: 호호호. 그 이야기 모임에서 스노우는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부드럽게 위로해주면 되네.
그림 속의 스노우: 뭘 한 거지…….
피가로: 자, 현자님. 만일을 위해 한 번 더 열을 잴게. 그리고 제대로 기억이 돌아왔는지 기억에 대한 앙케이트를 받을 테니까.
네.
피가로: 너의 이름은?
마사키 아키라.
피가로: 살고 있는 곳은?
중앙 나라의 수도에 있는 마법관.
피가로: 눈앞에 있는 멋진 오빠는?
아하하! 피가로요.
피가로: 고마워. 기억해줘서. 우리도 가능한 한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 ……죽을 때까지 잊고 싶지 않네.
그림 속의 화이트: 으음, 어쩐지 시끄럽군.
피가로: 배의 흔들림도 심해진 것 같은…….
리케: 현자님, 갑판으로 와주세요!
미틸: 대단한 걸 볼 수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시노: 현자, 이쪽으로 와! 맨 앞의 특등석이다!
히스클리프: 저 방향……. 바다에서 무언가가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슈토룸 선장: ……저, 저건……. ……침몰했던 지식의 배……!?
바다의 바닥에서 떠오른 것은 해조류에 얽혀 바닷물로 물든, 까맣게 변한 거대한 침몰선이었다. 얼굴을 내다보는 고래처럼 천천히 비스듬히 위로 올라오면서, 침몰선은 하늘로 향해 떠오른다. 대량의 물이 쏟아져 그때마다 배의 판자가 벗겨져 내려갔다. 삐걱삐걱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큰 돛대도 쓰러져 간다. 배를 형성하는 건축 자재가 차례대로 부서지고, 벗겨지고, 낙하해가 큰 골격만 남았다. 그것을 가리키며 히스가 감격한 듯 돌아본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세리펀이에요! 저 용골이라는 배의 기초에 사용되고 있는 건축 자재는 고대의 화석이죠. 화석이라고 생각되지만 화석이 아니에요. 가사 상태로 침몰선과 함께 잠들어 있던 새예요. 그게 지금 깨어났어요!
상쾌한 눈부신 푸른 하늘 아래, 건축 자래를 떨쳐내면서 유연하게 거대한 새의 뼈의 날개를 펄럭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햇빛을 받는 동안 뼈만 있던 거대한 조형에 반투명한 막과 같은 윤곽이 생겼다. 반투명한 막은 물방울로 반짝이며 이윽고 날개가 되고, 경부가 되고, 몸통이 되어간다. 자고 있던 화석이 아침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깨어나 날개를 펄럭인다.
미스라: 견골조다. 오랜만에 봤네…….
태양의 빛에 눈부시게 눈을 가늘게 뜨며 미스라도 웃고 있었다. 먼 곳에 있는 아서가 감격을 숨기지 않고 오즈에게 묻고 있다.
아서: 오즈 님, 저건 뭔가요?
오즈: 저건…….
그것 또한 언젠가의 광경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다시 태어난 듯한 거대한 새가 크게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아간다. 감동의 여운과 한 조각의 외로움을 기억한 그때…… 마법으로 빗자루를 꺼내면서 무르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끝에 빛나는 반지. 검은 백합의 문장. 모험에 초대하는 말.
무르: 현자님. 더 가까이에서 볼래?
침몰선에서 벗어난 거대한 새가 높이 울부짖는다.
무르: 더 가까이까지 날아가서 저걸 만져보고 싶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 세계를, 그들을 알고 있으니까. 웃는 얼굴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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