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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5 이벤트 스토리

[운명의 사랑은 하늘의 꽃 저편에] 6화~10화

6화

 

그때, 코코 씨는 모두의 몫의 커피도 내려주고 있었다.

 

코코: 허니는 어때? 커피, 마실래?

 

감사합니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그것을 가로막듯 두 인물이 내 눈앞에 섰다.

 

시노: 현자.

 

리케: 현자님.

 

시노, 리케. 무슨 일인가요?

 

시노: 맛있을 것 같은 초콜릿을 가지고 있네.

 

에?

 

시노는 내가 손에 쥔 상자에 든 봉봉 쇼콜라를 보고 몸을 기대듯 바로 옆에 있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게 입을 열어 어필하듯이 거기를 가리켰다.

 

시노: 아.

 

아?

 

자세히 보니 시노의 입은 크게 벌려져 있었다.

 

(……이건, 혹시 초콜릿을 입에 넣어달라는 건가? 시노치고는 상당히 응석을 부리네……?)

 

으음……. 그러면 실례할게요.

 

상자에서 하나 집어 그의 입에 넣자 시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시노: 응. 맛있어.

 

아하하. 다행이네요.

 

리케: 무. 시노만 치사해요.

 

에?

 

이번에는 리케가 다가와 눈앞의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또 하나의 손으로 막대가 달린 초콜릿을 흔들면서 리케는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매혹적으로 미소짓는다.

 

리케: 현자님. 아주 맛있는 초콜릿을 찾았으니 마지막 하나는 당신에게 드릴게요. 자, 입 벌리고. 제가 먹여드리겠습니다.

 

(왜, 왠지 리케가 샤일록 같은데……!?)

 

고…… 고마워요.

 

리케: 아.

 

아, 아~. 

 

응, 맛있어요!

 

리케: 에헤헤, 다행이다!

 

(뭐지, 둘 다. 오늘은 뭔가 유독 붙어오는 듯한…….)

 

시노: 어때. 방금 건 효과가 있었겠지.

 

리케: 분명 저희를 질투했을 거예요!

 

소곤소곤 무슨 말을 하는가 하면 왠지 두 사람은 기대한 듯한 눈으로 코코 씨를 쳐다본다.

 

코코: ……으음. 그래서 달링. 커피는 어떻게 할래?

 

아. 받을게요……!

 

코코: 그러면 내려올게. 사실 달링에게는 특별한 커피를 내리고 있거든.

 

그런가요? ……아, 그렇다면 붓는 건 제가 할게요. 시노, 리케. 미안해요. 잠깐 자리를 비울게요.

 

시노: 아, 아아…….

 

리케: 으음, 네.

 

시노 / 리케: …….

 

시노: 저 녀석, 표정이 전혀 바뀌지 않았어.

 

 

 

 

 

코코 씨를 따라가자 맛있는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잔을 빌려서 바로 코코 씨의 몫과 내 몫을 붓는다.

 

코코: 달링은 성실한 사람이네.

 

아뇨, 커피를 내려준 건 코코 씨고요. 저는 단지 잔에 따를 뿐…….

 

생글생글 내 모습을 바라보던 코코 씨는 더욱 더 반갑게 웃었다.

 

코코: 후후. 역시 너는 나의 운명의 사람이야. 부지런하고 겸손하며 매우 매력적이야.

 

아……. 감사, 합니…….

 

감사의 말을 하면서도 나는 코코 씨의 그 미소를 계속 볼 수 없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맑지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것은 확실히 내 안에서 커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지……. 코코 씨는 이렇게 잘 대해주는데, 이런 기분이 되는 건…….)

 

다 따라진 커피잔에 문득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올려다보면 코코 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서있었다.

 

코코: 저기, 허니. 슬슬 단둘이서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걸.

 

 

 

 

 

 

스노우: 아까 시노와 리케, 엄청 귀여웠지~. 나, 격에 맞지 않게 두근두근 해버렸어~. ……그렇지만, 내가 코코의 입장이었다면 분명 안달이 났었겠지.

 

시노: 그렇지? 우리도 그걸 기대하고 있었어. 그 녀석의 본심을 캐기 위해서.

 

리케: 하지만 코코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았어요.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얼굴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저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나 이외의 사람과 특별한 거리감으로 있는 걸 보면…… '나랑만 친하게 지내줘' 라고 서운해하거나 '나 이외의 사람이 그런 식으로 하다니' 라며 분노하거나 '이제 됐어' 라며 포기할 텐데.

 

클로에: 으음. 굉장히 자신이 있었다던가?

 

시노: 아니면 정말로 현자에 관심이 없다던가……. 아니면 질투하지 않는 성격일 가능성도 있나. 아서나 카인은 그런 스타일이잖아.

 

아서 / 카인: 에?

 

아서: 아하하. 그렇게 보였다면 기쁘지만, 나는 꽤 질투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카인: 나도 좀처럼 어른처럼 굴수는 없네. 어린애 같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리케: 아서 님도요? 질투하는 일이 있나요?

 

아서: 그렇네. 소중한 분이 평소에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표정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있으면.

 

레녹스: 카인, 너도?

 

카인: 연애 관련으로는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서: ? 왜 그래. 내 얼굴을 보고.

 

카인: 아니……! 으음, 그, 있잖아 레녹스. 예를 들어 너의 소중한 녀석의 곁에…… 뭐든지 할 수 있고, 너보다 훨씬 그 녀석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녀석이 있으면 질투하거나 하지 않을까?

 

레녹스: ……그렇네……. 자신의 힘의 미숙함에 치가 떨리기는 해. 하지만 나의 소중한 분 곁에 있던 것은 나보다 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윗사람이었어.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분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아. 전쟁터에서 혼자 강해도 승리는 이룰 수 없어. 적재적소가 최전의 전술이라는 것을, 너는 이해하고 있을 텐데.

 

카인: ……그런 점에서 질투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서: 귀여운 이야기를 하고 있네.

 

카인: 전하.

 

아서: 클로에는 어때? 질투하지 않아?

 

클로에: 에, 나?

 

클로에: 나는…… 쓸쓸하지만, 상대가 멋진 사람이라면 축복할 거야. 소중한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기쁘고.

 

클로에: 물론 현자님도 그래. 코코와 함께 있어 행복하다면, 그게 최고인 걸. ……라고,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역시 조금 시기하거나, 주눅들거나, 부러워하려나…….

 

미스라: 당신들. 아까부터 뭐 굽는 얘기하는 건가요? 고기인가요?

 

리케: 미스라.

 

시노: 이런 이야기와는 무관할 것 같은 녀석이 왔네.

 

미스라: 잘 모르겠지만 당신들, 괜찮나요?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코코가 현자님을 저쪽 방으로 데려가려고 하고 있던데요.

 

시노 / 리케: 에!?

 

미스라: 분명히 오늘은 현자님을 망보는 날이었죠.

 

카인: '망보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거야.

 

시노: 진짜다. 저 녀석, 우리의 눈을 피하다니 좋은 배짱이잖아.

 

리케: 곤란해요! 아직 코코가 현자님에게 적합한지 판별하지 못했는데.

 

시노: 이렇게 되면 은밀한 조사다. 가자고, 리케!

 

리케: 네!

 

클로에: 아……. 기다려, 둘 다! 다들 빨리 쫓아가고……. 어라, 스노우 님이 없어!? 도대체 어디에……?

 

 

 

 

 

 

커피를 들고 코코 씨를 따라가자 그곳에는 조금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2인용 소파를 중심으로 아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 소파를 둘러싸듯 사방에서 드리워진 아름다운 얇은 천들. 그 안쪽에 늘어선 소품들은 모두 한 쌍으로 배치되어 있다.

 

코코: 여기는 언젠가 만날 운명의 사람을 위해서 준비한 방이야. 소파도 이 티세트도. 둘이 쓰려고 모은 거지. 커피를 마시면 이번에는 이걸로 너를 위해 준비한 홍차를 우릴게. 자, 앉아줘.

 

네, 네.

 

소파 앞 왜건에 커피를 올려놓자 코코 씨는 그 옆에 상자를 곁들였다. 안에는 초콜릿이 여러 개 담겨져 있다.

 

이 초콜릿…….

 

(고양이 모양만 들어있어.)

 

내 발밑에 있는 사쿠 쨩에게 힐끗 시선을 주며 코코 씨는 말했다.

 

코코: 네가 좋다고 해서 모아온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

 

……고마워요. 기뻐요, 엄청.

 

코코: 그거 다행이다! 커피와 초콜릿은 어울리니까, 이거 먹어.

 

하지만 그런 코코 씨 앞에는 본인이 매우 좋아했을 터인 초콜릿은 없다.


7화

 

내가 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코코 씨는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코코: 자, 무슨 말을 할까. 허니는 뭘 하고 싶어?

 

……저는, 당신을.

 

코코: 나?

 

네. 코코 씨에 대해 알고 싶어요. 오늘 저는 당신의 고백을 거절할 때도……. 이 앞을 생각할 때도……. 우선은 당신과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 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이곳에 왔어요.

 

시선을 떼지 않고 그렇게 전하자 코코 씨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 ……알았어. 나에 대해 말이지.

 

커피잔을 받침 접시에 놓고 손을 무릎에 놓는다. 그리고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을 하고 코코 씨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코코: 나는…… 고아야. 이 서쪽 나라에서 부모를 모르고 자라왔어. 하지만 혼자는 아니었어. 소꿉친구가 있었거든. 멜이라는 아이인데, 마치 쌍둥이처럼 계속 함께하며 서로 돕고 살아왔지.

 

그렇군요. 멜 씨와는 지금도 사이가 좋나요?

 

코코: ……아니. 그 아이는 옛날에 내가 죽을 뻔했을 때, 나를 살려준채로 어디론가 가버렸어.

 

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를 외면하고 코코 씨는 말을 이었다. 어린 아이 둘이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는 벅찼다는 것. 물론 달콤한 과자는 입에 담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코코 씨는 초콜릿을 동경했던 것. 그런 나날 중에, 멜 씨가 어떤 소문을……. 서쪽 나라와 북쪽 나라의 국경 산맥에서 눈이 녹은 초콜릿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눈이 녹은 초콜릿칩…….

 

 

 

 

 

점주: 눈이 녹은 초콜릿칩은 사람의 손이 더해진 것과는 달라. 천연 초콜릿이지! 눈에 섞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상하고 희귀한 초콜릿칩이야.

 

 

 

 

 

코코: 달링은 알고 있어?

 

최근에 이야기를 들었어요. 눈에 섞여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기하고 희귀한 초콜릿칩이죠?

 

코코: 맞아. 그 아주 희귀한, 천연 초콜릿. 초콜릿을 동경하던 나를 위해 멜은 소문에 의지해 국경의 산맥으로 가려고 했어.

 

그건…… 이 산맥을 말하는 건가요?하지만 여기는 아이가 탐색하기에는 매우…….

 

코코: 그렇네. 엄청 위험한 곳이야. 당연히 나도 말렸지. 멜만 있으면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멜은…… 자신은 마법사니까 괜찮다고…….

 

마치 신에게 참회하듯 코코 씨는 떨리는 두 손을 맞잡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코코: 그리고 나서, 멜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 '눈이 녹은 초콜릿칩의 소문을 알았을 때 코코의 얼굴……! 그건 먹어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을 때의 얼굴이었어. 꼭 내가 가져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코코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아서…….

 

…….

 

코코 씨가 한 말은 멜 씨를 탓하는 의미일텐데, 어째서인지 그 울림은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렸다.

 

코코: 걱정돼서 결국 나도 따라가기로 했어. 하지만 그때는 눈이 많이 와서……. 눈 속에서…… 둘이서 길을 잃고 말았어. 그래서, 내 쪽이 미끄러 넘어져서……. 멜과 떨어지게 되었어.

 

……그런…….

 

꿈을 꾸고 뛰쳐나온 곳에서 당한 사고. 너무나 슬픈 결말에 입을 여는 것조차 꺼려졌다.

 

코코: ……하하. 말을 너무 많이 했네. 멜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자. 달링은 나에게 더 궁금한 건 없어?

 

……반대로, 코코 씨는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은 없나요?

 

코코: ……? 너에게? 어째서?

 

……. 제가 듣기만 했으니까……. 코코 씨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도 괜찮은 건가요?

 

그 물음에 코코 씨는 멀뚱멀뚱 눈동자를 깜빡였지만……. 이내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싸쥐며 망설임없는 미소를 돌려줬다.

 

코코: 네가 어떤 사람이든 나는 신경쓰지 않아. 성직자처럼 순결해도, 악마처럼 그 손을 피로 물들이고 있어도. 네가 나의 운명의 상대인 한,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

 

황홀하게 볼을 붉히고 고하는 모습은 사랑을 하는 사람 그 자체다. 하지만 그 붉음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내 안에서 맑지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 구멍을 뚫는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코코 씨는 어떤 나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있어. 전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이란, 분명 좀처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렇지만……. 어째서 이렇게 쓸쓸한 기분이 들지?)

 

고개를 숙이자 코코 씨가 준비해준 초콜릿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억지로 미소를 지은 듯한 얼굴로 초콜릿을 먹는 코코 씨가 생각났다.

 

……. ……코코 씨. 운명의 사람이라고 예언을 받아서 저를 억지로 좋아하는게 아닌가요?

 

코코: ……설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나는 너를 좋아해.

 

……만약, 그 말이 진짜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이걸 먹어주실 수 있나요?

 

코코 씨의 손을 살짝 뗴고 나는 상자 안에서 초콜릿 한 알을 집어들었다. 고양이를 본뜬 것 속에 섞여 하나만 들어있던 심플한 모양의 초콜릿. 그것이 묘하게 자신인 것 같아서, 코코 씨의 입에 들이댔다.

 

코코: …….

 

코코 씨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 응, 알았어.

 

얇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내가 가져다댄 초콜릿에 코코 씨가 얼굴을 가져다댔다. 그때…….

 

스노우: 그대에게 그 초콜릿은 줄 수 없네.

 

아키라 / 코코: 에!?

 

어디선가 스노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쌍으로 준비된 찻잔의 한쪽이 보라색 빛을 발한다.

 

다음 순간, 내 눈앞에 스노우가 있었다. 내 넥타이를 슬쩍 만지작거리다가 어느새 코코 씨에게 내민 초콜릿을 돌아본다.

 

스노우: 현자가 건네는 초콜릿도, 현자 본인도 우리들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을 걸세.

 

코코: 윽, 변신 마법이라니……. 스노우. 어느 사이에 숨어들어왔지.

 

스노우: 호호호. 언제일까. 취한 그대의 틈을 찌르는 것 따위 쉬운 일이네.

 

에? 취했어……?

 

코코: ……무슨 소리인지.

 

스노우: 나도 술에 약하기 때문에 아네. 그대가 먹었던 초콜릿 안에는 위스키가 들어있었겠지.

 

코코: ……아아. 그 씁쓸한 거, 술이었나……. 어쩐지 유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생각했어…….

 

(진짜 취했던 건가……!)

 

나를 떠나 스노우는 코코 씨의 앞에 섰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노우: 거기까지 하게나. ……멜.

 

코코: ……!

 

에…….

 

(코코 씨가 아니라 멜 씨……?)

 

무심코 코코 씨를 보면 지금까지 떠올렸떤 미소는 사라지고 무서운 얼굴로 스노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코코: 너…….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 마! 나는 '코코' 다! 멜이 아니야! 나는……. 나는 멜 같은게 아니야……!

 

…….

 

길을 잃은 아이같은 얼굴로 코코 씨는 나를 돌아보았다. 살려달라는 말을 모르는 외로운 바다의 눈동자.

 

코코: ……저기, 허니. 나는 '코코' 지? 나는…… 나는 멜이 아니야……. 나는 코코이고, 너와 나는 운명……. 달링, 그렇지……?

 

……코코, 씨…….

 

너무나도 필사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이름을 불렀다. 그저 그거였을 뿐인데.

 

코코: …….

 

고독한 바다가 북극성을 비춘 듯 조금 빛을 되찾았다.

 

……코코 씨, 괜찮아요. 저는 당신을 코코 씨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괜찮아…….

 

코코: ……응…….

 

조심스럽게, 소중히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흐트러졌던 코코 씨의 숨결이 조금씩 정돈되어 간다.


8화

 

코코: ……날뛰어서 미안해, 허니.

 

아뇨…….

 

스노우: 멜이여. 그대를 속인 채로 그대에게 현자를 맡길 수 없네. 무엇보다 현자도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운명의 사람' 이 원하는 것이 '코코' 의 본연의 모습인가?

 

코코: …….

 

듣기 싫었을 이름으로 불려 듣고 싶지 않을 것을 들으니 코코 씨의 얼굴이 굳어진다.

 

(……코코 씨가 그런 얼굴을 해줬으면 하는게 아니야. ……하지만…….)

 

……코코 씨. 괜찮으시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 순간, 제 눈앞에 있는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지금 묻지 않으면, '코코 씨' 를 다시는 모를 것 같았다.

 

코코: …….

 

코코 씨는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그 얇은 입술을 열고 닫는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기색이 역력하고, 후우 하고 입김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난다. 다음 순간, 잔잔한 수면 같은 목소리가 내 고막을 흔들었다.

 

코코: ……알았어. 얘기할게. '코코' 와 '멜' 의 진실에 대해서.

 

 

 

 

 

 

 

???: 하아……. 하아……. 겨우, 찾았다…….

 

화이트: 이런. 처음 보는 얼굴이군.

 

스노우: 그대, 일부러 얼음의 숲까지 오다니……. 우리에게 무슨 일인가.

 

???: 위대한 북쪽의 마법사 스노우. 고독을 견디고 살아남은 당신을 만나러 왔어.

 

스노우: …….

 

???: 나는 코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처음 뵙겠습니다. 그 후, 멜이 기적을 일으켜서 말이야. 당신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목숨을 건졌어.

 

화이트: 뭔가. 스노우와 아는 사이인가?

 

스노우: ……뭐……. 그렇지.

 

화이트: 우리 중에 한 명만 아는 사람이라니. 드문 일이로군.

 

???: ……. 그런가……. 그쪽이 그대의 반쪽이구나.

 

스노우: …….

 

화이트: 하지만 코코라는 자여. 안색이 좋지 않군.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북쪽의 추위를 견디고 온 건가?

 

???: ……아아, 이건 아니야. 여기에 도달하기 전에 초콜릿을 조금 많이 먹어버려서.

 

???: ……우욱. 윽……. 콜록……. 컥…….

 

화이트: 이런, 토해버리다니. 몸에 안 좋을 정도로 먹지 말게나.

 

???: 콜록……. 하……. 하아, 하아…….

 

스노우: ……코코라는 자여. 서쪽나라에서 멀리 북쪽의 땅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만나러 온 것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나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그대는 성장한 코코의 모습으로 둔갑한 멜이지.

 

멜: ……!

 

스노우: 성장했다고 해도 그대의 상상 속 모습일 뿐이지만.

 

멜: ……. 하지만…… 하지만, 멜은 견딜 수 없어. 자기 때문에 코코가 죽고……. 코코가 없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면 안된다니…….

 

스노우: …….

 

화이트: …….

 

스노우: 그래서, 그대 자신이 코코가 되려고?

 

멜: ……맞아. 진짜 코코가 어떻게 생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스노우: 그렇군. 듣고 보니 만났을 때의 그대들은 성별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정도의 어린아이였지.

 

멜: ……남자라던지, 여자라던지, 아무래도 좋아. 코코가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 하지만 이제 그 아이는 없어. 그래서 나는 코코로 살 거야. 왜냐하면 코코를 죽인 멜은 이 세상에 필요 없으니까. 살아야할 것은 멜이 아니라 코코야. 코코가 못 겪어본 행복 전부, 내가 '코코' 로서 맛봐야지.

 

스노우 / 화이트: …….

 

스노우: 토할 정도로 초콜릿을 먹은 것도 코코로서의 행복을 구현하려고 한 건가.

 

멜: ……아아. 결국 코코한테는 끝까지 초콜릿을 먹여주지 못했으니까. 그 밖에도 크고 따뜻한 집에서 편히 자는 생활을 하거나, 어렸을 때는 생각도 못했던 호화로운 식사를 하거나. 웬만한 일은 다 했지만…… 그 아이가 말했던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산다' 라는 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어.

 

멜: '코코' 는 사랑을 해야 해. 그래서 너를 찾는 여행을 떠났어.

 

스노우: …….

 

멜: 스노우. 코코의 운명의 사람은 누구야? 다음에 만날 일이 있으면 나에게 이정표를 준다고 했잖아. 자……! 예언을 내려줘!

 

 

 

 

 

 

…….

 

코코 씨의 장렬한 삶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의 코코 씨는 사실 멜 씨였다. 하지만 '멜' 인 자신을 지우고, '코코' 로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필요해…….)

 

스노우: 현자. 이 녀석이 한 말에 거짓말은 없네. 지금의 '코코' 의 정체지.

 

코코: ……역시, 놀라게 해버렸을까. 그래도 괜찮아. 내 안에 소중한 상대를 죽게 할 만한, 실패한 멜은 이제 없어. 너의 눈앞에 있는 것은 상냥하고 영리한 완벽한 코코야. 그러니까……. 내 운명의 사람……. 부디 연인이 되어줘.

 

맹세의 키스를 하듯 코코 씨가 나의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비통한 과거를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신성한 의식을 닮은 그 모습이 어딘가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가슴이 답답해진다.

 

……코코 씨…….

 

여기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분명 코코 씨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겠지.

 

(하지만 만약, '아니요' 라고 대답한다면……?)

 

만난 지 얼마 안 된 나를 열심히 기쁘게 해주려 했던 이 사람을 실의의 구렁이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다.

 

…….

 

다음 말을 망설이고 있던 그때, 따스한 손바닥이 살며시 내 어꺠에 닿았다.

 

스노우: 현자여. 그대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상냥한 아이일세. 그래서 상대방의 바람에 자신의 마음을 보태려고 하지. 하지만 그대는 코코도 멜도 아니다. 둘이서 하나인 우리들과도 다르다. 그대의 마음은 그대만의 것. 설령 감정이나 마음이 상대의 바람과 반대되는 것이라도 결코 틀린 것은 아니네. 그대의 마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된다.

 

스노우……. ……그렇, 네요……. 고마워요.

 

코코: …….

 

(내 마음에 솔직히…….)

 

스노우의 말에 등을 떠밀린 나는 코코 씨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노 / 리케: …….

 

레녹스: ……! 현자님이 고백에 대답하려고…….

 

미스라: 이거, 말리지 않아도 되나요?

 

리케: ……괜찮아요.

 

시노: 여기서 막으러 들어가는 건 촌스럽잖아.

 

카인: 자신 때문에 죽은 소꿉친구를 위해서라……. ……그 녀석이 짊어지고 있는 것의 부피를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말을 얹을 수 없지.

 

아서: 스노우 님은 늘 말씀하셨어.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

 

 

 

 

 

……코코 씨. 당신은 상냥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불타는 듯한 사랑의 말도, 설탕 과자 같은 상냥함도, 녹을 정도로 달콤한 초콜릿도 주었고요. ……하지만……. 함께 있는 나 자신이 아니라 '운명의 사람' 으로서의 저만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건 엄청 외로운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돼요.

 

코코: 외롭다니…….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 뒤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들의 말로 열심히 하는 내가 사랑스럽다고 말해준 스노우. 조금 얼빠진 것도 귀엽다고 말해준 시노. 나와의 대화를 좋아한다며 미소를 지은 리케. 다른 것도 잔뜩. 모두가 나에게 준 말과 눈빛이 따스하게 떠오른다.

 

현자의 마법사의 모두는 현자로서의 저 뿐만이 아니라…… 마사키 아키라로서의 저도 잘 보고 소중히 대해주니까. 그러니까, 쓸데없이 그 차이를 느끼고 쓸쓸해져 버려서…….

 

코코: 그건……. 내가 잘 대접하지 못해서……? 아, 아직 연인이 되기에는 타이밍이 빨랐다는 건가……? 괜찮아. 나는 얼마나 걸린다고 해도…….

 

아뇨……. 어느 쪽도 아니에요. 죄송해요, 코코 씨.


9화 

 

코코: ……그런. 어째서……. 우리들은 운명이잖아……?

 

코코 씨의 얼굴이 슬픈 듯이 일그러진다. 그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

 

저는……. 당신의 운명의 사람이라고 예언받았어요. ……하지만, 도저히 응할 수 없어…….

 

코코: …….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 기뻐지거나 그 사람의 옆에 없는 것만으로 불안해지거나……. 웃는 얼굴에 편안함을 받거나, 눈물에 기대기를 바라거나.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의 존재에 마음을 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코 씨. 당신의 마음은, 제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흔들리고 있었나요……? 저에게는…… 당신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인 것 같아서.

 

상냥하고 지혜롭고 완벽했다는 소꿉친구의 이름을 반복하는 코코 씨. 그 모습을 떠올리며 똑바로 눈을 보고 고하자 코코 씨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코코: 그런……. 그런 거……. 너는…… 내 운명의 사람이고…….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하고…….

 

윤기가 흐르던 얇은 입술은 파랗게 질리고 앙탈을 부리는 아이처럼 고개를 흔든다. 분명 필사적일 것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내 대답을 전해야 해. 내 마음을 위해서. 여기까지 따라와준 마법사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당신에게 성실하게 보답하고 싶어서.

 

코코 씨, 저는…… 당신과 연인이 될 수 없어요.

 

코코: ……. …………. 거짓, 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는지 코코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중력을 따르는 긴 앞머리가 봄비처럼 코코 씨의 표정을 가려버린다. 그래도 살짝 떨리는 주먹, 빠르게 얕아지는 호흡으로 코코 씨의 절망이 전해졌다.

 

(나는 코코 씨의 운명의 사람……. 그렇게 예언되었을 텐데. ……그래도…….)

 

스노우: …….

 

……그대의 마음은 그대만의 것. 내 등을 밀어준, 여러 겹의 별과 눈이 스미는 금빛과 눈이 마주친다.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마음에 성실하게 마주하고 싶어. 나도 모두가 아껴주는 나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코코 씨…….

 

코코 씨에게 한껏 성의를 표한다. 그리고 찾아오는 정적. 한순간인 것 같은, 영원인 것 같은 시간의 끝……. 코코 씨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코코: 저기, 스노우. 어쨰서 이런 일이 된 거야……? 말했잖아. 너의 예언은 절대로 어긋나지 않지……?

 

스노우: 그렇네. 나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현자는 지금도 그대의 운명의 상대일세.

 

코코: 그러면 왜……!

 

스노우: 현자는 그대의 운명……. 자신을 코코라고 속이고 살아온 그대가, 멜로서의 인생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사람일세.

 

코코: 하……?

 

에……?

 

(그게 무슨…….)

 

나의 시선을 받아든 스노우는 달래듯이 미소지으며 코코 씨에게 돌아섰다.

 

스노우: 운명의 상대란 사랑만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지. 나는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운명을 예언했을 뿐일세.

 

아키라 / 코코: …….

 

코코: ……하하……. 뭐야 그게. 엉뚱한 사기꾼 자식. 이제와서 멜의 인생으로 돌아가라고? 그런 어중간한 연민과 상냥함따윈 필요없어 ……!

 

스노우: 호호호. 예언을 내리고 그대가 떠난 후, 화이트에게도 그렇게 혼났었지. 그러나 나는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네. 그때 만난 것도 무슨 인연이었고, 그대를 구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대가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위에서 미쳤나는 말을 해도, 반쪽을 놓아줄 수 없는 나처럼.

 

스노우의 말에 코코 씨는 단번에 힘을 잃었다. 꼬깃꼬깃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고 휘청 무너져 내린다.

 

코코: 그런……. 그런 건 이기적이야…….

 

스노우: 호호호. 그 방자함이 나의 성품인걸.

 

코코: ……. 나는…… 코코를 위해 사랑을 했어야 했는데……. 운명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어……. 평생의 사랑을 맹세하고 ……. 나는 이제 코코에게, 그것밖에 해줄 수 없으니까…….

 

스노우: 남겨진 자의 이기심이지.

 

코코: …….

 

스노우: 죽어서도 그 존재가 세상에 얽매여지는 것. 자신의 존재로 그대의 인생을 묶는 것. 그 일을 코코가 정말로 바라고 있을까.

 

코코: ……그러면…….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코코 씨가 말을 흘렸다. 스노우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스노우: 그건 그대 자신이 생각하게나. 옛날에 말했을텐데. 나도 그대처럼 반쪽을 잃어버린 몸이라고. 그리고 나도 그대와 비슷한 짓을 했다. 정신없이, 필사적으로, 선악이라고는 생각할 여유도 없는 채로. ……우리의 분열은 어떻게 생각하지?

 

문득 웃더니 스노우는 눈을 감았다. 감긴 눈망울 속에는 분명 그와 똑같을 얼굴을 한 아이가 있을 것이다.

 

스노우: 이 물음은, 우리들 남겨진 쪽으로만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네.

 

코코: ……하지만 이제 코코는 없어. 코코에게 그 대답을 들을 수도 없어.

 

고개를 숙이는 코코 씨의 어깨에 스노우의 손이 살짝 닿는다. 코코 씨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노우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스노우: 멜이여.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 대신 나의 새로운 예언을 주겠네. 명예의 만회도 할 겸.

 

 

 

 

 

 

 

 

 

그 후, '예언의 결과는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지' 라고 하는 스노우의 말을 신호로…… 모두 코코 씨의 집을 나와 북쪽 나라를 향해 하늘을 날았다. 나와 사쿠 쨩은 스노우의 빗자루에 올라탔다. 그 옆을 코코 씨의 빗자루가 곧은 선을 그리고 있다.

 

코코: 대체 어디로 데려갈 셈?

 

스노우: 뭐, 잠자코 따라오게나.

 

스노우를 선두로 가는 빗자루의 집단. 돌아보면 조금 거리를 두고 모두가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클로에: 코코…… 멜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시노: 글쎄. 저 녀석이 현자에게 반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칭찬할 수 없지만……. 자기 때문에 소중한 녀석이 죽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는 기분은 나도 이해할 수 있어.

 

클로에: …….

 

시노: 지금은 아직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아닐까. 무리하게 바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클로에: ……그렇네. 마법사의 시간은 기니까……. 그게 좋을 때도, 나쁠 떄도 있지만 앞으로 천천히 고민하면서 망설이고……. 그 시간이 …… 부디 멜의 마음을 치유해주길.

 

리케: …….

 

카인: 리케, 얼굴이 어두워.

 

아서: 가슴에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입 밖으로 꺼내는 거이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어. 우리라도 괜찮다면 이야기를 들을게.

 

리케: 아서 님, 카인……. ……저는 현자님을 너무 생각한 나머지 멜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말았어요. 하지만 분명 그 동안에도 멜은 괴로워하고 있었겠죠…….

 

아서 / 카인: …….

 

리케: 그 새하얀 공간에 초콜릿만 있는 방……. 그건 분명 멜의 헌신이었어요. 죽은 코코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집을 열심히 만든 것이겠죠. 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 하나 두지 않고.

 

카인: ……그것이 그 녀석 나름의 보상이었떤 건가……. 그만큼 '코코' 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야. 멜로서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를 수도 있겠네.

 

리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는 멜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찾아갈 수 있기를.

 

아서: ……그렇네. 같이 빌자. 이 앞으로 멜의 인생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10화

 

아래로 펼쳐진 경치가 제법 하얗게 질 무렵, 스노우는 빗자루를 멈췄다.

 

스노우: 음. 이 근처일세. 시간도 딱 맞아.

 

여기인가요……?

 

주위를 둘러봐도 험준한 산맥과 하늘이 펼쳐지기만 한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는다.

 

코코: 아무것도 없는데……. 스노우, 도대체 뭘 예언한 거야? 설마, 또 나를 가지고 논 건…….

 

클로에: 모두들, 이것 좀 봐! 하늘에서 뭔가가 내려오고 있어! 눈과 함께!

 

코코: 에…….

 

코코 씨가 허둥지둥 하늘을 쳐다봤다. 조금씩 내리는 눈 속에 섞여 클로에의 말대로 두둥실 무언가가 흩날렸다.

 

코코: ……이거……. 눈이 녹은 초콜릿칩……?

 

새하얀 반짝임을 감싼 둥글고 작은 덩어리. 함박눈 같은 그것은 부드럽게 바람을 타고 우리 곁으로 내려온다.

 

리케: 눈이 녹은 초콜릿칩……?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가장 먼저 하늘을 향해 입을 연 것은 시노다. 하늘의 은혜를 작은 입으로 받아들이며 시노는 얼굴을 빛냈다.

 

시노: 응, 맛있어!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모두들 시노를 따라했다.

 

리케: 와아, 눈이 녹듯이 혀 위에서 녹아내려요……!

 

미스라: 이거, 금방 사라져서 뭔가 먹은 것 같지가 않아요.

 

클로에: 그런데 엄청 진하지 않아? 작지만 달달함이 꽉 차있는 느낌!

 

레녹스: 모처럼의 희귀한 초콜릿이야. 마법으로 모아서 선물로 가져갈까.

 

아서: 그거 좋네. '우정초코' 라는 선물도 될 것 같아!

 

카인: 오웬에게 전부 뺏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나눠줘야겠네.

 

달아오르는 모두를 보고 나도 하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자 곧 작은 덩어리 하나가 들어온다.

 

……!

 

스노우: 어떤가, 현자. 갓 딴 눈이 녹은 초콜릿칩을 입에 넣을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네.

 

어…… 엄청 맛있어요! 두둥실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에 퍼져서……. 녹아가는 감촉이 버릇이 될 것 같은 초코예요!

 

스노우: 그런가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코코: …….

 

코코 씨는 계속 하늘을 쳐다봤다. 입을 벌리지 않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눈이 녹은 초콜릿칩을 바라보고 있다.

 

코코: 네가 예언한 것은, 이거였구나…….

 

그렇게 말하는 입술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분명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 아직 어렸던 이 사람이 …… 소중한 반쪽과 이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얼마나 바랐을까.

 

……코코 씨도 먹어보는 건 어떤가요? 멜 씨가, 당신이 먹어줬으면 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눈이 녹은 초콜릿칩을…….

 

코코: ……윽. ……너 …… 아직도 나를 '코코' 라고 불러주는 거야? 그렇게…… 무력한 모습을 드러낸 나를…….

 

네. 당신이 아직…… '코코' 로 있고 싶어하는 걸까 싶어서. 당신이 '코코' 로 있고 싶은 한, 저는 당신을 코코 씨라고 부를 거예요. 몇 번이라도.

 

코코 씨의 푸른 눈동자가 활짝 열렸다. 푸른 보석에 천진난만하고 반짝이는 빛이 깃든다. 그것은 만난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스노우: 우리들의 현자는 정말 사랑스럽지?

 

코코: ……응, 정말로. 후후. 너무 매력적이라서 너를 정말로 좋아하게 될 것 같아.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얼굴로 웃은 뒤 코코 씨는 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열린 얇은 입술 안쪽으로 천천히 눈이 녹으며 초콜릿칩이 내려앉는다. 코코 씨는 맛을 보듯 눈을 감고…….

 

코코: ……저기, 코코. 역시 나한테 초콜릿은 너무 단 것 같아.

 

 

 

 

 

 

 

며칠 후, 나는 스노우와 함께 시장으로 왔다.

 

스노우: 운명이었다고는 하지만, 나의 예언으로 그대를 말려들게 한 사죄일세. 오늘은 뭐든지 그대가 좋아하는 걸로 사도록 하지.

 

그런, 사과라니…….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스노우: 호호호. 그러면 말투를 바꿀까. 나는 그대와 외출을 하고 싶었네. 사과는 그 구실 ……. 그렇게 하면 그대가 사양할 이유도 없어지지.

 

……아하하, 알겠어요. 그러면 말씀을 받아들일게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니 먹음직스러운 츄러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스노우와 화이트가 좋아하는 거다. 분명 저기라면 스노우도 즐길 수 있을 거야. 이 참에 화이트의 선물을 사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고…….)

 

스노우. 저 가게로 가…….

 

스노우: 츄러스 가게는 안되네.

 

……에……?

 

스노우: 지금, 그대는 우리도 즐길 수 있도록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려고 했지. 그런 그대도 물론 사랑스럽지만…… 말했을텐데. 그대는 그대의 마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된다.

 

이렇게까지 멋지게 속마음이 들켜버리면 더 이상 속일 수 없다. 나는 내 마음에 솔직하게 웃음이 터졌다.

 

……스노우는, 정말로 저를 좋게 봐주고 있네요.

 

스노우: 당연하지. 우리의 소중한 현자니까.

 

옆을 걷는 스노우가 부드럽게 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것에 다시 기쁨을 느끼고 있으면…….

 

???: 바이바이, 아키라.

 

인파 속에서 그렇게 목소리가 들렸다.

 

…….

 

스노우: 왜 그러나, 현자. 갑자기 돌아보고.

 

……아, 아니…….

 

와글와글 떠들썩한 인파. 거기에 내가 생각한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어쩌면 내 기억과는 다른 모습으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대로 코코 씨의……. 멜 씨의 운명의 사람이 되었을까요?

 

스노우: 물론일세. 그때, 그대가 '코코' 라고 불렀기 때문에 녀석도 구원받았겠지. 녀석은 코코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초콜릿을 대량으로 먹고 있었다. 그 밖에서 코코를 위해서라면 여러 가지 무리를 하고 있었을 걸세. 우리에게 예언을 받으려고 북쪽 땅을 헤매는 명불허전한 짓을 한 것처럼. ……그대로 멜로서의 운명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면, 녀석은 자신을 잃어 언젠가는 부서졌을 거다.

 

스노우…….

 

뇌리에 그날의 멜 씨가 떠오른다. 눈이 녹은 초콜릿칩을 입에 넣고 부드러운 푸른 눈동자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멜 씨.

 

……멜 씨가 구원을 받은 것은 스노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스노우: 응?

 

눈이 녹은 초콜릿칩의 예언을 스노우가 해줬으니까, 멜 씨는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스노우는 자신이 멋대로 한 일이라고 했지만…… 저는 그런 스노우의 상냥함에, 몇 번이나 구원을 받아왔으니까요.

 

스노우: ……호호호. 나의 변덕에 그런 말을 해주는 건 그대 정도일세.

 

스노우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스노우: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갈까.

 

에?

 

스노우: 시치미 떼지 말게나. 나는 아직 츄러스 이외의 그대의 바람을 듣지 못했네.

 

아, 그랬었죠……!

 

스노우: 다시 한 번 그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보지. 현자여. 그대는 어느 가게에 가고 싶나?

 

부드럽게 감싸는 손바닥도, 그 온기도……. 어쩌면 이기적인 마법사의 변덕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스노우, 저는…….

 

스노우가 나를 봐주고 있다. 손을 잡고 함께 걸어주고있다. 분명 기적같은 이 순간을……. 소중히 하고 싶다. 그렇게 가슴에 품고, 나는 스노우의 물음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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