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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5 이벤트 스토리

[언젠가 예전의 모습으로 웃는 주방에서] 6화~10화

6화

 

괴팍한 영감: ……너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러 와봤더니……. 내가 직접 이 눈으로 봤다고! 너는 지금 혐오스러운 힘으로 그 접시를 고쳤어! 너, 마법사군!?

 

네로: ……아아.

 

괴팍한 영감: ……! 젠장, 젠장, 젠장! 우리들을 속여서 밥을 먹이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셈이었지!? 서, 설마 밥에 저주의 독을…….

 

네로: 넣을 것 같냐. 그런 귀찮은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아도, 나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너희를 죽일 수 있는데.

 

괴팍한 영감: ……! 지, 지금 당장 이 거리에서 사라져라! 가증스러운 마법사 녀석!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지금 너를 불에 태워…….

 

네로: ……알고 있어. '아도노디스 옴니스'

 

괴팍한 영감: ……!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빗자루와 가방이…….

 

네로: ……가게 청소도 끝났어. 이제 나갈 거야. 그럼.

 

네로: ……아, 맞다.

 

괴팍한 영감: 히익…….

 

네로: ……마지막으로 말해두고 싶어서. 우리 가게가 망해갈 때, 너는 친절하게 굴어줬었지. 그 이외의 때도…… 도움을 받고 있었어. 고마워.

 

괴팍한 영감: …….

 

네로: ……내가 만든 요리, 맛있었어?

 

괴팍한 영감: ……. ……맛있었다.

 

네로: 그래. 그러면…… 다행이네.

 

괴팍한 영감: …….

 

 

 

 

 

 

 

네로: ……같은 느낌. 뭐, 자주 있는 이야기지만.

 

깔끔하게 마무리한 그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헤매고 헤매다가 철새의 그림자가 스친 것을 계기로 살짝 말을 걸었다.

 

저기…… 네로. 만약 그 가게에서 요리하는 것이 힘들다면…….

 

네로: 헤? ……아, 쫓겨났기 때문인가. 딱히 이제 신경도 안 써. 뭐, 쫓겨나서 하늘을 날 때는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와서 생각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친절하게 대해진 기억들 뿐이야.

 

고요한 보리밭을 비춘 듯한 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씁쓸하고 아픔을 참은 듯, 잔잔하게 웃는 듯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면 둘 다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하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맑은 하늘과 눈물빛 머리가 헝클어져 나는 그의 표정을 쳐다본다.

 

네로: 정말로 상냥했어, 다들. 내가 '인간' 이었을 때는.

 

……네로 …….

 

네로: 나는 아무도 내 출신을 모르는 타관자이자 신참자였어.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나를 받아들이고 친절하게 대해줬지. 그러니까 처음 가게를 여는 장소치고는 좋은 곳이네, 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

 

욱신욱신 가슴이 아프다. 상처가 따뜻하게 곪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생각되는 사람들과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날들이었다면…… 좀 더…… 좋은 끝을 맺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다른 세계의 인간이기 때문일까…….)

 

나는 모르겠다. 몇 번이나 이런 이별을 해온 마법사의 마음도, 눈 깜빡임 하나로 자신을 죽여버릴지도 모르는 이웃과 살아온 인간의 마음도.

 

(……그래도…….)

 

네로: 아……. 현자 씨.

 

입을 다물어버린 나에게 네로가 조금 눈살을 찌푸려 나는 서둘러 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약간 멍때리고 있었어요.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네로: 아니…… 괜찮아. 살 것도 다 샀고, 이제 가게로 돌아가자.

 

 

 

 

 

 

 

 

리케: 현자님, 네로. 어서오세요!

 

네로: 다녀왔어.

 

여러분, 돌아오셨군요.

 

카인: 아아. …….

 

나를 본 카인이 잠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이내 웃는 얼굴로 손짓한다.

 

카인: 현자님, 짐 맡아줄게. 이쪽으로 와.

 

감사합니다…….

 

짐을 건네려고 다가가는 순간 카인이 자연스럽게 몸을 굽혔다.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귓가에 살며시 속삭인다.

 

카인: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안 좋아.

 

아…….

 

놀라서 고개를 들자 위로하는 듯 카인이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겨울의 햇살이 비치는 것처럼, 안심하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고마워요, 카인. ……그…….

 

카인: ……말하기 어렵다면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돼. 당신이 괜찮다면, 그걸로 됐어.

 

의지할 수 있는 오빠 같은 그의 미소에 나도 웃음을 되받아쳤다. 누군가에게 상냥하게 대해지고, 나를 신경써주는 것은 매우 기쁘다. 분명 인간이든 마법사든.

 

저는, 괜찮아요.

 

카인: 그럼 다행이다.

 

네로: 어라? 다들 돌아왔다고 했는데, 미스라는?

 

레녹스: 팬트리에 있어. 수프용 생고기를 한 덩어리 들고.

 

스노우: 여기서 기다리는데 질려서 훔쳐먹는 중일세.

 

네로: 진심이냐. 빨리 요리에 착수하지 않으면. 그 녀석, 재료를 다 먹어치울 것 같아.

 

라스티카: 그렇네. 미스라의 배가 터지기 전에 요리교실을 시작하자.

 

피가로: 그러면 일단 모두가 사온 식재료를 네로에게 보여줄까.

 

레녹스: 수프와 샐러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해줘야 하니까요.

 

리케: 저희 사과도 봤으면 좋겠어요! 가게 분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거든요.

 

네로: 하하, 좋은 가게에 당첨됐구나. 그러면 여기 카운터에 식자재를 진열해줘. 현자 씨, 당신은 이 조미료를 팬트리에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알겠어요.

 

카인: 내친 김에 미스라의 모습도 봐주면 고맙겠어. 배탈이 나서 힘들어할 수도 있으니까.

 

아하하, 괜찮을 것 같지만요. 잠시 다녀올게요.

 

와글와글 떠들썩한 마법사의 고리에서 빠져나와 나는 주방 안쪽의 작은 문을 열었다.

 

안녕하……. 아, 미스라.

 

미스라: 와삭, 와삭…….

 

팬트리 바닥에 엉거주춤하게 웅크린 미스라가 문소리에 반응해 얼굴만 이쪽으로 돌렸다. 어디선가 가져온 국자로 손장난을 치며 주먹만한 고깃덩어리를 야생 짐승처럼 물어뜯고 입을 벌리고 있다. 버릇없는 혀가 둘만의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붉게 젖어있었다.

 

미스라: 와작와작……. 와작와작와작……. 아삭, 아삭아삭아삭…….

 

(씹는 소리 대박…….)

 

미스라: ……꿀꺽. 현자님, 돌아오셨네요.

 

아, 네. 요리교실도 곧 시작할 거예요. 지금 네로가 어떤 수프와 샐러드로 할지 결정하고 있거든요.

 

미스라: …….

 

미스라?

 

미스라: 비라도 올 것 같았나요?

 

에……?

 

미스라: 왠지, 그런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요.

 

그러면서도 미스라는 우물우물 아삭아삭 마이페이스로 고기를 물고 있었다. 스스로 물어놓고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왠지 힘이 빠진다. 내 고민에 빠져버릴 것 같은 상냥하고 성실한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것도, 그에게라면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까, 네로에게 이 가게를 나온 경위를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마법사 여러분들에 대한 거나, 이 세계의 일이라던가…….

 

미스라: …….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이가 좋은 상냥한 사람들끼리 싫은 이별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미스라: 그러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

 

미스라: 실제로 너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당신에게는 그런 힘이 없으니까.

 

인간을 하늘을 날 수 없다고 말하는 어조였다. 엄격하지도 차갑지고 않고, 그냥 평평한. 이 세계에서 천 년 이상 살아온 그가 섭리를 설파하는 어조.

 

그건 알고 있어요. ……알고 있지만…….

 

미스라: ……아, 하지만 스노우는 변한다고 말했었지.

 

에?

 

미스라: 저희가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거리가 망하지 않게 돼. 산들바람이 꽃잎의 앞길을 바꾼다…….

 

그건, 무슨…….


7화

 

미스라: 뭐 됐나. 기운이 났나요?

 

미스라가 갑자기 나를 올려다봤다. 한 번, 두 번 눈을 깜빡이고서야 비로소 그의 말을 이해했다.

 

……지금, 저에게 기운내게 하려고 한 거였나요?

 

미스라: 맞아요. 자, 빨리 그 얇고 바삭바삭한거 만들어 주세요.

 

나도 모르게 나는 웃고 말았다.

 

(위로해주려고 한거였어. 전혀 몰랐어. 하지만…….)

 

얼른 펜트리를 나오려던 그의 등을 나는 뒤쫓았다.

 

미스라, 같이 가요. 덕분에 기운이 났어요. 고마워요!

 

미스라: 하아, 그런가요. 잘 됐네요.

 

 

 

 

 

 

여러분, 돌아왔어요. 미스라도 같이요.

 

레녹스: 어서오세요.

 

카인: 샐러드와 수프 메뉴 정했어. 네로가 방금 레시피를 다 쓴 참이야.

 

다 쓰다니?

 

네로: 우리 선생이나 루틸처럼 잘 설명할 수 없어서. 그러니까…….

 

리케: 레시피 메모를 보면서 각자 조리하고 네로가 거기에 조언을 주는 형태를 제안했거든요. 저나 미틸이 요리할 때도 대체로 그런 느낌으로 시범을 보이니까.

 

그렇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스노우: 레시피도 갖추고 사람도 모였겠다! 드디어 요리교실 시작~!

 

전원: 오오!

 

네로: 이번에 끓이는 수프는 역기의 늦겨울 수프야.

 

레녹스: 역기의…….

 

네로: 쫄깃쫄깃한 건더기를 향신료로 진하게 간을 해서 어떻게든 기합으로 정리한다.

 

피가로: 설명만으로도 전도다난하네.

 

네로: 맛의 얼룩을 생각하면 당근은 한 입 크기로 하고 싶어. 이런 느낌으로. 나머지는 셋한테 부탁할테니까 곤란해지면 불러줘.

 

피가로 / 스노우 / 레녹스: 네에.

 

 

 

 

 

피가로: ……좋아. 이것으로 대충 끝냈나.

 

레녹스: 빠르네요, 피가로 선생님. 마무리도 시범대로 하고.

 

피가로: 뭐, 요령은 좋은 편이니까. 너도 솜씨는 좋지만…… 뭔가 크지 않아?

 

레녹스: ……듣고 보니……? 그런데 '한 입' 이면 이 정도 아닌가요?

 

리케: 네로! 당근의 크기는 이 정도로 될까요?

 

네로: 어디보자…….

 

피가로: 아, 마침 리케도 같은 걸 듣고 있어. 저기, 둘 다 이쪽에서 레노의 당근과 비교해주지 않을래?

 

리케: 좋아요. 자, 이게 제 거예요.

 

레녹스: 이게 내 거고 이게 견본이네.

 

리케 / 레녹스: ……이렇게 보니…….

 

레녹스: 내 거는 너무 크고 리케는 조금 작네. 한 입으로 너무 의식해서 자신의 한 입이 기준이 되었을지도 몰라.

 

리케: 저도…….

 

네로: 내 말투가 조잡했어……. 그래도 늦겨울 수프는 적당함이 묘미니까 이대로 가자. 끓일 때 양치기 군은 다른 뿌리채소들보다 빠르게. 리케는 늦게 냄비에 넣어줘.

 

리케: 알겠어요! 현자님과 카인에게는 견본의 크기를 잘 따르라고 말해둘게요.

 

스노우: ……아, 됐다! 봐봐, 완전 귀여운 당근!

 

피가로: 스노우 님. 아까부터 이상하게 조용하다 싶더니, 음식을 가지고 놀고…….

 

스노우: 놀고있지 않았는 걸! 이걸 넣으면 수프도 완전 무조건일세!

 

네로: 저기……. 기분 탓이라면 미안하지만. 당근, 그 한 조각 밖에 안 잘린 것처럼 보이…… 는데……?

 

스노우: 기분 탓 아니야~.

 

네로: 그렇…… 구나……. ……가능하면, 조금 더 서줄러 줄 수 있으면…….

 

피가로: 미안해, 네로. 자, 스노우 님. 엉망진창은 이제 됐으니 싹싹하게 해주세요.

 

스노우: 에에~…….

 

레녹스: 조금이라도 괜찮잖아요, 선생님. 화려한 자르는 법을 기억하고 돌아가면 미틸과 루틸도 좋아할 것 같고요. 스노우 님, 그리고 몇 개 정도 엄청 귀여운 당근을 만들고 나머지는 일반적으로 잘라버리죠. 저와 선생님도 도와드릴게요.

 

스노우: 와이! 고마워, 레노! 이 마법관에서 품이 깊은 남자!

 

피가로: 이런이런…….

 

 

 

 

 

 

라스티카: 양상추를 작게, 작게…….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서…….

 

미스라: 하아……. 어깨가 뻐근해졌다……. 왜 우리가 이런 걸 해야 되죠?

 

라스티카: 으음, 파프리카와 토마토와 도마랑 칼을 전부 날려버려서 그런가. 대신 양상추를 뜯는 작업을 모두의 몫까지 다 맡긴다고 네로가 그랬어. 이 양상추는 샐러드의 주역이 된대. 중요한 역할을 맡게되어 영광이야. 그런데 이 양상추는 어느 정도까지 뜯어야할 것 같아?

 

미스라: 글쎄요……? 네로를 데려오죠. '아르시무'

 

네로: 우왓……!?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아르시무 하지 마!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라스티카: 여어, 네로 선생님. 조금 물어봐도 될까?

 

미스라: 이 양상추, 어디까지 찢어야 되나요?

 

네로: 아아……. 그 작은 잎사귀, 역시 양상추였나. 엄청 뜯었네. 이제 됐어. 그릇에 정리해서…….

 

라스티카: 이제 된 거니? 그러면 나는 수프 만들기에 도전할까. 방금 날아간 칼은 어디갔지?

 

미스라: 그러면 저는 고기를 튀길래요. 기름은 얼마나 뜨겁게 해야 하나요? 발화할 정도로?

 

네로: 역시 좋지 않아! 기다려! 스톱!

 

미스라 / 라스티카: 에?

 

네로: 아직 더 작게 하자. 둘은 이 상태로 계속 부탁해.

 

미스라: ……? 하아, 알겠어요.

 

라스티카: 여기서 더 뜯기는 조금 힘들 것 같네. 같이 힘내자, 미스라.

 

 

 

 

 

칼의 리드미컬한 소리와 식기가 맞닿는 가벼운 소리. 그리고 밝은 웃음소리. 리케와 카인과 함께 파이 반죽에 달걀을 바르면서 그만 입꼬리가 풀렸다.

 

(레녹스들이 말했던대로 교실이라기보다는 다같이 밥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자유롭고, 번화하고, 즐겁고…….)

 

카인: ……좋아. 이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겠네.

 

리케: 애플파이, 맛있게 될까요?

 

카인: 물론. 리케가 계속 레시피를 확인해줬으니까.

 

리케: 정말. 그건 카인이 너무 적당히 해서 그래요. 제가 확인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계란의 수도 설탕의 양도 틀려서…….

 

카인: 미안미안.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자, 마지막은 슈니첼인가. 튀김은 내가 잘하는 분야야.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게!

 

기대할게요, 카인!

 

(으음, 고기는 두드려 펴서 밑간이었나. 빵가루도 빻았으니까, 다음은…….)

 

네로: 현자 씨들. 지금 어떤 느낌?

 

네로.

 

리케: 지금으로서는 순조로워요.

 

카인: 샐러드의 야채는 다 썰었고, 애플파이는 오븐에 넣었어. 수프는 약한 불에서 끓이고 있고. 지금은 슈니첼의 옷을 입히는 공정에 들어가는 중이야.

 

네로: 오, 좋은 느낌이네. 당신들은 안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꽤 힘든 느낌이었나……?)

 

리케: 네로! 저희가 튀기는 거, 보고 있어주세요.

 

네로: 아아, 좋아.

 

카인: 고마워. 으음, 레시피는 ……. '많은 양의 기름을 프라이팬에 데운다' 지. 으음, 이 정도인가?

 

(우와!? 꽤 대담한 양이 ……!)

 

네로: 아, 저기, 기사 씨. 내가 쓰는 방법이 나빴을지도. 기름은 이 정도로 …….

 

카인: 아, 그렇구나. 튀김 '구이' 니까. 나도 모르게 '구이' 쪽에 의식이 팔려버려서. 그래서 기름을 데우는 동안에……. 고기에 밀가루를 묻혀서 달걀물에 담그는 거지. 꼬록꼬록꼬록. 

 

네로: ……!

 

카인: 그리고 빵가루를 묻힌다. 팟팟팟……. ……오! 튀김옷이 다 입혀졌고 마침 기름도 데워진 것 같아. 좋아! 가자!

 

네로: 가게 둘 것 같냐! 레시피에 튀김옷은 얇고 고르게라고 써져있잖아!!

 

카인: 죄송합니다!!

 

군인의 반사신경일 것이다. 시범처럼 잘 통하는 목소리와 함께 카인이 한순간에 자세를 바로 잡았다. 동시에 네로가 화들짝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든다.

 

네로: 아, 미, 미안해…….

 

카인: 사과하지 마. 지금 건 내가 잘못했잖아. 튀김옷은 더 얇고 고르게, 맞지. 해볼게. 그런 데 너, 화나면 박력있구나! 기사단 선배한테 혼난 것 같았어.

 

네로: 하하하…….

 

리케: 네로, 네로! 저도 튀김옷 입혔어요! 튀겨도 될까요?

 

네로: 오, 잘하고 있네. 이거면 합격이야.

 

리케: 아싸! 그러면 갑니다! 슬쩍…….

 

리케: 와앗!? 기름이……!

 

꽤 튀네요……!


8화

 

리케: 뜨거워! 아와, 와, 와와와…….

 

네로: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만 참아.

 

겁에 질려 뒷걸음치던 리케의 등을 네로가 얼른 붙잡았다. 두 명을 걸치듯이 뒤에서 리케를 안고 손을 잡는다.

 

네로: 지금 고기를 누르지 않으면 마무리가 틀어져. 자, 뒤집개 들고. 꾸욱, 이런 식으로 누르고…….

 

리케: 뜨겁다……. 이렇게요?

 

네로: 조금만 더 세게 해도 돼. 이만큼.

 

리케: 꾸욱…….

 

네로: 느낌 좋네. 이대로 노릇노릇 익을 때까지 눌러줘.

 

리케: 알겠어요!

 

네로: 현자 씨는? 익었나?

 

지금부터 구울 참이에요. 읏챠…….

 

(오, 오오……. 이걸 겁먹지 않고 억누르는 건, 꽤 각오가 필요한…….)

 

네로: 현자 씨도 처음에는 같이 하자.

 

엉거주춤해진 내 뒤로 네로가 돌아섰다. 뒤집개를 든 내 손에 씩씩하고 힘줄이 선 손이 포개진다. 향수류를 거의 뿌리지 않은 그에게서는 희미하게 늦가을의 황혼 같은 향기가 났다. 조용하고, 풍요롭고, 어딘가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열리지 않는, 겨울 바로 앞의 계절.

 

네로: 현자 씨는 가끔 요리하고 있고, 얇은 고기가 익으면 쭈글쭈글하게 줄어드는 것도 알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에서는 줄어들기 전에 고기를 눌러줘. ……이 느낌으로. 알겠어?

 

아하하, 알기 쉬워요. 이런 느낌?

 

네로: 오, 맞아 맞아. 잘하네, 현자 씨.

 

네로의 미소가 내 머리를 싱겁게 흔든다. 슈니첼을 누르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의 손은 따뜻했다.

 

(……아. 환영이…….)

 

내 옆에 하늘하늘 얇고 투명한 과거의 네로가 나타났다. 옛날의 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슈니첼을 굽고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네로에게 손을 빼앗긴 채 나는 일심불란하게 고기를 눌렀다. 그래도 눈 가장자리에 비치는 것은 있다. 어느새, 가게 안에도 주방에도 과거의 환영이 교대로 나타나 있었다. 책을 읽는 손님이 있다. 수다를 떠는 손님이 있다. 의자에 앉은 아이가 어슬렁어슬렁 다리를 흔든다. 모든 눈동자가 흘끗, 안절부절못하며 주방을 살피고 있다.

 

이들의 시선 앞에서 주인인 네로가 간판 요리인 슈니첼을 튀기고 있다. 열심히. 그런데 즐겁게. 부서지고 잃어버린 언젠가의 광경. 사랑스러운 나날들.

 

레녹스: 네로. 잠깐 와주지 않을래?

 

네로: 알겠어. ……그러면 현자 씨, 곤란하면 불러줘.

 

꽈악 한 순간만 잡힌 손의 온기가 뚝 떨어져 서먹서먹하게 식어간다. 시원하게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에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한결같이, 열심히, 손님을 위해 요리를 하는 언젠가의 그의 옆에서.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는 아직 모르는 채로 있다.

 

 

 

 

 

스노우: 요리, 완성~!

 

리케 / 라스티카: 와아! 짝짝짝짝!

 

테이블에는 조금 투박하고 맛있을 것 같은 음식이 쭉 진열되어 있다. 양상추가 아주 작은 샐러드에 매콤한 향의 걸쭉한 수프. 황금빛으로 반들반들 빛나는 애플파이. 그리고 후끈후끈 김을 내는 슈니첼.

 

카인: 좋은 냄새네!

 

레녹스: 아아. 수프와 샐러드도 무사히 완성해서 다행이야.

 

스노우: 빨리 먹도록 하지! 자, 네로도 이쪽으로 오게나.

 

리케: 부엌 정리를 하고 있나요? 이따가 저희가 할게요.

 

네로: 아니, 냄비에 남은 수프를 보온하고 싶어서. 금방 끝나니까 당신들 먼저 먹어.

 

스노우: 그런가? 그러면 먼저…….

 

전원: 잘 먹겠습니다~!

 

레녹스: ……'역기의 늦겨울 수프', 맛있네요. 향신료 맛이 나는 스튜 같아요.

 

피가로: 초코 퍼지와 걸쭉걸쭉 병조림이 들어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

 

스노우: 맛있어~……. 오오! 너무 귀여운 당근 발견일세. 레녹스, 나눠주지.

 

레녹스: 괜찮나요?

 

스노우: 음. 나의 수프를 배식한 것은 피가로일세. 엄청 귀여운 당근은 내 접시에 담았겠지. 이러니 저러니해도 배려심 많은 아이니까.

 

피가로: 그런 건 아닌데…….

 

스노우: 호호호. 자, 피가로에게도 엄청 귀여운 당근.

 

피가로: 감사…….

 

레녹스: 하하. 다행이네요, 선생님.

 

미스라: 우물우물. 아삭아삭…….

 

카인: 응! 맛있네, 슈니첼! 조금 타버렸지만.

 

미스라: 제 건 안 탔어요. 부럽죠.

 

라스티카: 내 것도 안 탔어. 네로가 만든 거니까.

 

카인: 둘은 슈니첼이나 파이는 안 만들었으니까. 대신 만들어 준 것이 이 양상추 샐러드인데……. 이거, 왜 야채가 다져져 있지?

 

미스라: 네로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라스티카: 다진게 아니라 손으로 뜯은 거야. 잘게, 잘게, 정성껏.

 

카인: 그렇구나……?

 

미스라: 이렇게 양상추가 고운 샐러드, 네로도 태어나서 처음이래요. 마음으로 감사하면서 드세요.

 

리케: 음……! 애플파이, 맛있어!

 

대성공이네요! 리케가 제대로 분량이나 절차를 확인해준 덕분이에요.

 

리케: 에헤헤……. 이 애플파이라면 아서 님과 오즈에게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네로도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따뜻할 때!

 

네로: 알았어 알았어. 기다리라니까…….

 

리케: 무우…….

 

아하하. 그렇다면 애플파이를 주방 쪽으로 가져갈까요?

 

리케: 와아, 멋진 생각이에요! 꼭 부탁드려요.

 

리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나는 네로의 접시에 애플파이를 넣고 카운터를 돌았다.

 

여기요, 네로.

 

네로: 미안해, 현자 씨. 거기 놔둬.

 

(아, 그렇구나. 이쪽으로 가져와도 바로 손이 안 비는 건 변하지 않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어 ……. 아, 하지만 …….)

 

나는 포크로 파이를 잘라냈다. 황금빛 필링이 김을 내뿜으며 사르르 흐른다. 그리고는 네로 옆에 서서 가급적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입가에 한 입 크기의 파이를 내밀었다.

 

이렇게 하면 지금 먹을 수 있겠나요? 여기 있어요, 네로.

 

네로: 아……. 에……. 무언가의 서비스……?

 

무, 무언가의? 뜨거울 때 애플파이를 먹을 수 있는 서비스……?

 

네로: 그런 뜻은 아니지만…….

 

리케: 와아, 필링이 떨어질 것 같아……. 네로, 빨리 드세요!

 

네로: 아, 아니. 그렇지. 받을게. 아…….

 

네로: ……응, 맛있어.

 

리케: 에헤헤, 그렇죠!

 

다행이네요, 리케!

 

나와 리케가 서로 웃었던 그때였다.

 

라스티카: 이런. 누가 왔나봐.

 

스노우: 이 기척, 인간이 아니군.

 

네로: 내가 나갈게.

 

???: 안녕하세요.

 

문을 연 앞에는 스틱을 든 노신사가 서있었다. 모락모락 나타났다 사라지는 환영에 어깨를 움찔거리고, 눈썹 뿌리에 주름을 잡은 힘겨운 표정에 왠지 기시감이 있다. 누구지, 하고 생각하기 전에 가볍게 눈을 부릅뜬 네로의 옆모습에서 정신을 차렸다.

 

(네로의 슈니첼을 먹던 그 찡그린 얼굴의 할아버지와 닮았어…….)

 

네로: 안녕. 어떤 분이신지?

 

???: 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 가게의 보전 조합의 대표입니다. 마법관에 의뢰한 유, 유령 조사의 건으로, 인사하러…… 왔습니다…….

 

스노우: 이런. 환영 …… 유령이 무서운가. 걱정하지 말게나. 해는 없으니.

 

???: 하지만 저, 저주 받으면…….

 

스노우: 귀찮……. 아니, 에, 유령에게서 눈을 떼면 괜찮을 걸세. 그 뭐냐, 그런 거니까…….

 

피가로: 영혼과 인연만 맺지 않으면 당신을 해치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 그렇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네. 제가 현자고, 이쪽에 있는 모두가 현자의 마법사예요.

 

카인: 지금은 당신에게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유령을 애도하기 위해 요리를 바치던 참이야.

 

???: 그러셨군요. 많은 일로 인해 처음부터 입회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덧붙여서, 해결의 전망은…….


9화

 

레녹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해결될 것 같아.

 

노신사: 오오! 다행이다, 다행이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나디 님의 가게에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하니까요.

 

전원: 나디 님의 가게?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나디는 이 도시의 지킴이 같은 전설의 대어지. 그 나디의 가게……?)

 

이상해 보이는 우리의 모습을 깨달았을 것이다. 주위를 꺼리듯 둘러보더니 노신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노신사: 소란이 일어나면 보전 활동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은밀하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사실 이곳은 나디 님이 인간으로 둔갑하여 열려 있던 가게입니다. 마지막에는 인간들이 나디 님을 내쫓아 버렸지만요.

 

……에…….

 

리케: 인간이 쫓아냈다니……. ……네로의…….

 

네로: …….

 

노신사: 믿을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실 제 증조부가 나디 님 가게의 단골이었거든요. 이것은 증조부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 옛날, 여기에 한 청년이 찾아와 식당을 열었다. 그는 차분하고, 온화하고, 요리를 잘했다. 좋은 주인이었고, 좋은 이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딘가 보통의 청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속세를 벗어난 분위기가 있었다. 손님들은 어느새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은 마법사가 아닐까?' 

 

그리고 어느 날 밤, 한 손님이 그를 직접 따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 주인 청년은 정체를 드러냈다. 푸르고 아름다운, 이 거리르 지키는 대어 나디로서의 모습을.

 

노신사: ……가게 주인을 따진 손님이, 저의 증조부입니다. 증조부는 그 눈으로 나디 님이 대하로 돌아가 물밑으로 헤엄쳐 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네로: …….

 

(……얼굴을 찌푸린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할아버지는 다음날 아침 손님들에게 이 진실을 전했다. 손님들은 그를 의심했던 것을 깊이 뉘우치고 이 가게를 지켜나가기로 결심했다. 불신과 의심에 상처받아 떠나버린 그들의 이웃이……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오길 기도하면서.

 

……손님들은 믿었을까요? 가게 주인이 나디라는 것을…….

 

노신사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이자 카인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카인: 아니……. 역시 너무 황당하니까. 이 거리는 그렇게까지 미신이 깊은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말이 끊겼다. 네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씁쓸하게 상상한다. 네로가 사라진 밤, 빗자루로 떠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한 할아버지. 다시는 열리지 않는 텅 빈 가게 앞에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가 나디였다고 받아들인 단골손님들. 나디의…… 마법사의 가게를 부수지 않고 지켜나가겠다고 결정한 그들. 침묵.

 

(이기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이야기다. 본인들이 내쫓은 주제에…….)

 

네로: …….

 

네로가 몇 번 눈을 깜빡였다. 몇 번, 느린 호흡을 하고 나서 문득 어깨의 힘을 뺀다.

 

네로: 그렇구나. 뭐, 성당이 지어지는 것보다야 낫겠지.

 

노신사: 성당?

 

네로: 이쪽의 이야기야.

 

농담조로 어깨를 으쓱거리는 행동은 이제 평소와 같았다. 삐걱거리듯 가슴이 아파 나는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희미하고 상냥하게 환영이 흔들린다. 언젠가의 네로와 손님들이 눈을 마주치고 웃고 있다.

 

(……어째서…….)

 

네로: 영감님. 관리하는 주방을 사용하기도 했고, 당신도 좀 먹어. 고기는 먹을 수 있나? 리필용으로 튀겨 놓은 슈니첼, 어때?

 

노신사: 오오, 부디!

 

노신사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벌떡 볼을 풀었다. 슈니첼을 입에 넣는 순간 인상을 찌푸린 할아버지와 겹쳐보였다.

 

노신사: 이야, 기쁘다. 사실 여기서 슈니첼을 먹는게 어릴 때부터의 동경이었거든요. 돌아가신 증조부꼐서 나디 님의 가게의 슈니첼에 대해 이야기 하셨으니까요.

 

네로: ……맛있다고?

 

노신사: 네. '나도 오래 살았지만 나디 님의 가게보다 더 맛있는 슈니첼을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고.

 

네로: ……흐응.

 

그는 웃었다. 예전에 여기 주방에 서있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네로: 내 슈니첼은, 그 나디 님에게도 지지 않을 걸.

 

 

 

 

 

 

 

 

슈니첼을 먹은 노신사는 몇 번이나 맛있었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우리의 식사와 뒷정리도 끝나고…….

 

스노우: 그러면 임무의 마무리일세. 달의 영향을 완벽하게 없애기 위해서는 마법으로 마지막 한 번을 밀어붙여야 한다. 네로, 그대의 손으로 끝내는게 좋겠네.

 

네로: ……아아.

 

주방에 선 네로가 고개를 끄덕일 때, 바로 앞 카운터에 손님들의 환영이 여러 개 나타났다. 마주보는 네로와 손님들은 어느 날의 내후처럼 보였다. 손님들 앞에는 언젠가의 네로가 정성껏 만든 먹음직스러운 슈니첼이 늘어서있다.

 

손님: …….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덥석 무는 아저씨. 요리의 여운에 젖듯 눈을 감는 젊은 여성. 입가에 소스를 묻힌 채 웃는 청년. 찌푸린 얼굴의 할아버지가 크게 자른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진심으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들은 네로를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이웃인 온화하고 요리 잘하는 청년에게 웃음을 지으며.

 

손님: ……!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두둥실 조용한 바람이 분다. 낡은 의자를, 카운터를, 주방을, 언젠가의 손님들을, 살며시 어루어만지며 먼 곳에 붙잡아 간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폐점을 알리는 소리다. 웃는 얼굴의 인상만 남기고 소리없이 환영이 사라져 간다. 눈꺼풀 안쪽이 쿡쿡 쑤셔져서 나는 강하게 눈을 감았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친밀감이 서린 목소리. 울고 싶을 정도로.

 

손님: ……당신은 최고야. 주인 씨!

 

 

 

 

 

 

 

며칠 후…….

 

스노우: 화이트 쨩~! 수프, 다 됐어~!

 

화이트: 아싸!

 

라스티카: 내 샐러드도 다 됐어.

 

클로에: 오, 오오 ……! 양상추가 다져졌지만 제대로 된 샐러드다! 대단해!

 

스노우와 리케, 라스티카의 발안으로 우리는 마법관에서 요리교실의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제멋대로인 미스라는 오지 않았지만.

 

스노우: 어때? 어때? 맛있어?

 

화이트: 맛있어~! 타지않은 밥, 최고!

 

스노우: 내 사랑이 느껴져?

 

화이트: 느껴져~!

 

라스티카: 클로에, 내 샐러드의 맛은? 사랑이 느껴지니?

 

클로에: 느껴져~!

 

루틸: 이 스튜……. 수프? 엄청 맛있다! 레노 씨, 피가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미틸: 아! 이 당근, 레노 씨가 썰었죠. 이쪽은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정답. 잘 알았네.

 

루틸: 알죠~. 크고 뒹굴뒹굴한게 레노 씨고, 껍질 벗기는 방법이 똘똘한게 피가로 선생님이에요.

 

미틸: 그리고 이 하트 당근은……. 에, 하트 당근?

 

레녹스: 아아, 엄청 귀여운 당근에 걸렸구나. 그건 내가 자른 거야.

 

루틸 / 미틸: 엄청 귀여운……?

 

리케: 아서 님, 오즈! 애플파이를 구웠어요!

 

아서: 오오! 윤기나고 맛있을 것 같아!

 

오즈: 무겁고 뜨거울 것 같군. 떨어뜨리지 않도록.

 

리케: 떨어뜨리지 않……. 와와와…….

 

카인: 리케, 역시 운반은 내가 할게. 대신 이 다음 서브를 부탁할 수 있을까? 나는 슈니첼을 만들어야 하니까.

 

리케: 알겠어요. 하지만 떨어뜨리지 마세요.

 

카인: 물론. 영차……. 자, 나머지는 부탁할게. 리케.

 

리케: 네!


10화

 

리케: 그러면 제가 책임지고 자를게요. 아서 님, 오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서: 도와줄까?

 

리케: 아뇨! 이것은 저에게 맡겨진 역할……. 앗뜨……. 앗뜨…….

 

아서: 조마조마…….

 

오즈: …….

 

리케: ……됐다! 자, 드세요.

 

아서: 호오……. 잘 먹겠습니다!

 

아서: ……맛있다! 달콤하고 뜨거워서 혀가 녹을 것 같아.

 

오즈: 맛있군.

 

리케: 다행이다! 지난 번 임무로 먹지 못했던 애플파이의 대신이 되었을까요?

 

아서: 대신보다 훨씬 더 맛있어. 리케가 우리를 위해 구워준 세상에서 하나뿐인 파이야. 고마워, 리케.

 

오즈: ……맛있다. 아주.

 

리케: 에헤헤…….

 

???: '아르시무'

 

리케: 우왓!?

 

라스티카: 이런. 안녕, 미스라.

 

미스라: 안녕하세요. 아, 옷은 그쪽이군요.

 

미스라가 펑펑 옷을 두드리자 옷이 순식간에 요리교실 때의 것으로 바뀌었다. 스노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스노우: 미스라, 이 모임은 강제 참여가 아니네. 오지 않아도 우리들은 화내거나 하지 않는데?

 

미스라: 그런데 당신들, 모여 있잖아요.

 

스노우: 무슨 말을. 그대가 그런 이유로 떼를 쓰나? 왜 이곳에 왔나.

 

앳된 외모보다 훨씬 더 노련한 눈망울로 스노우가 부드럽게 붇는다. 미스라는 너무 긴 삶에 비해 때로 이상할 정도로 어려보이는 눈망울을 번번이 깜빡였다. 순간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털썩 의자에 앉는다.

 

미스라: ……밥 먹으러 왔어요. 뭐 있나요?

 

레녹스: 수프가 있어. 미스라도 먹을거면 이쪽으로 와.

 

루틸: 저의 엄청 귀여운 당근, 나눠드릴게요.

 

미틸: 제 것도요!

 

리케: 애플파이도 있어요. 아서 님과 오즈가 괜찮다면 나눠드릴게요.

 

아서: 나는 상관없어. 오즈 님도 괜찮으시죠?

 

오즈: ……아아.

 

라스티카: 샐러드도 있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샐러드가.

 

클로에: 그거, 만들지 '않은' 아니야? 어라, 이거 철학??

 

와글와글 미스라 앞에 음식이 차려진다. 테이블 구석에서 카인의 슈니첼을 기다리며 나는 그 광경에 미소지었다. 옆에서 네로도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네로: 이런이런, 미스라까지 오다니. 그래도 다들 잘 만들어서 다행이야.

 

네로는 만들지 않나요? 저와 함께 카인을 기다려주고 있지만…….

 

네로: 오늘은 보기만 하려고. 요리사가 주방에 있으면 하기 힘든 것도 있잖아. 나도 모르게 손을 대고 싶어져 버리니까, 여기가 딱 좋아.

 

모두를 바라보는 황금빛 눈동자는 즐거웠다. 그래도 나는 왠지 모르게 쓸쓸해졌다. 이게 제멋대로인 감상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와 모두를 가르는 거리는 부엌과 카운터를 가르는 거리보다 더 멀고, 신중하고, 고독하다.

 

카인: ……현자님, 다 됐어! 아, 네로도 있네.

 

하지만 그때 카인이 주방에서 식당으로 돌아왔다. 감상과 외로움을 떨쳐내는 친근한 미소로 고리를 벗어난 우리에게 거침없이 다가온다. 네로의 미소가 보기 좋은 것으로 변해 팔랑팔랑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네로: 기사 씨. 슈니첼, 잘 됐어?

 

카인: 아아! 그동안 현자님께 좋은 점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 된 것 같아. 맛있게 먹어, 현자님.

 

도시에서 자란 듯한 능숙한 동작으로 카인이 접시를 내밀었다.

 

오오! 이것은…….

 

(……왠지 꽤 돈까스 같네? 전체적으로 두툼하고…….)

 

네로: 기사 씨, 고기 제대로 안 갈렸잖아. 그리고 튀김옷도 또 툭툭 튀겼고.

 

카인: 어라? 지난번보다 조심히, 신중하게 했는데……. 미안해 현자님. 다시 만들어와도 될까?

 

물론 카인이 납득할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그런데 그 슈니첼도 조금 맛봐도 될까요? 고향의 돈까스라는 요리와 비슷해서 그립거든요.

 

카인: 오, 그래? 그러면 한 입.

 

슈니첼의 접시를 집어든 카인이 선 채로 고기를 잘랐다. 바삭하게 포크에 꽂으면 부담스럽지 않은 행동으로 내 입가에 내밀어 온다.

 

카인: 자, 아앙.

 

(이, 이건……. 요전에 네로에게 무심코 해버렸지만, 당하는 쪽이 되면 의외로 부끄럽네……!)

 

카인: 응? 왜 그래?

 

아, 아뇨! 잘 먹겠습니다!

 

수줍은 마음을 감추고 슈니첼을 덥석 문다.

 

……맛있다! 거의 돈까스예요, 이거! 바삭바삭하고 육즙도 많고! 조금 더 두꺼운 돼지고기를 사용하면 완벽한 일본의 맛이에요.

 

네로: 진짜로? 그런 말을 들으니 신경쓰이네…….

 

카인: 네로도 시식해볼래? 그러면 한 입 더……. 우왓!?

 

미스라: 우물우물우물…….

 

카인: 깜짝이야! 미스라, 옆에서 강탈하지 마. 말해줬으면 나눠줬텐데.

 

네로: 그것보다 이 사이즈, 한 입 맞아? 목 막힐 것 같은데?

 

미스라: 우부붑…….

 

카인: 목이 막혔어!

 

네로: 물 마셔, 물!

 

어느새 네로 또한 왁자지껄하게 달아오르는 고리 속에 있었다. '가게 주인'이 아니라 '네로' 라고 부르면서. 나는 떠올렸다. 그를 가게 주인이라고 부른, 언젠가의 친밀한 목소리. 확실히 있었던 배려나 상냥함. 나눴던 마음.

 

미스라: ……꿀꺽. 감사합니다. 이거, 저번에 먹었던 것보다 먹는 맛이 있어서 좋네요. 마음에 들어요. 네로. 내일 저녁 식사, 이걸로 해주세요.

 

네로: 해주세요 라고 해도, 맛도 본 적 없는 걸 바로 만들 수는 없어.

 

미스라: 맛을 보면 되죠.

 

카인: 그 맛을 미스라가 지금 먹은 거야.

 

미스라: 그러면 뱉어낼까요? ……큭…….

 

카인 / 네로: 이봐이봐이봐이봐이봐!

 

그 가게에 있던 상냥한 날들. 그 안타까운 끝. 알아봤자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에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혜도, 권력도, 기적의 힘도 없다. 그래도 언젠가 쓰라린 이별을 반복했을 때, 이름을 부르며 웃는 이 날들이…… 그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드는 소소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결실을 포기한 늦가을에, 푸르고 넓고 밝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기도하면서 지금 옆에 있을 수는 있다.

 

네로: 어쩔 수 없지……. 현자 씨. 당신, '돈까스' 레시피 알아?

 

으음, 대충 어떻게든……?

 

미스라: 기억이 안 나나요? 기억을 끄집어내줄까요?

 

카인: 네로라면 대충인 레시피로도 만들 수 있어. 그렇지!

 

네로: 과대평가야. 뭐, 슈니첼과 비슷하다는 힌트도 있고 좋은 선은 될 것 같지만.

 

미스라 / 카인 / 아키라: 오오~!

 

네로: 하하……. 뭐, 그런 이유로 기억하는 만큼 나에게 가르쳐줘.

 

알겠어요. 아…… 하지만……. 대신 네로에게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네로: 에에? 어려운 거야?

 

어려울지 어떨지는 모르겠지……. 앞으로 돈까스를 만들 때 '이건 현자에게 배운 거야' 라고 떠올려주지 않겠나요?

 

마법사가 보기에 인간의 수명은 꽃의 생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나는 현자다. 불과 1년 전, 이곳에 있었을 이전의 현자님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찬가지로 나도 머지않은 미래에 잊혀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 현자가 돈까스라는 다른 세계의 요리를 가르친 것. 그쯤엔 마음을 나눈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급적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네로: …….

 

네로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리고 눈썹을 내리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이 조용히 잡혔다. 그 손길이 나와 같은 온도인게 기쁘고, 동시에 가슴이 아플 정도로 울고 싶어졌다. 부드럽게 번져가는 시야에서 언젠가 마사키 아키라를 잊게 될 그가, 그럼에도 미소짓는다. 늦가을 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기도색 머리를 흔들면서.

 

네로: 제대로 떠올릴게. 이 레시피는, 아키라에게 배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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