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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4 이벤트 스토리

[아르테레고의 규칙] 1화~5화

 

 

노성과 총성. 웃음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잡담. 이곳은 폭력과, 시간과, 별에서 떨어진 벚꽃이 지배하는 거리. 나를 도와준 요염한 청년은 샤일록이라고 자처했다. 무언가를 찾는 남자들. 길가에 바쳐진 꽃다발. 꽃잎이 되어 사라지는 사람들.

 

……산산조각인 이 거리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1화

 

푸른 눈동자의 아이: 으윽, 훌쩍, 죄송, 해요……. 저…….

 

검은 머리의 사나이: 울고…… 있는 건가요……? 괜, 찮…….

 

푸른 눈동자의 아이: 하지만 피가……. 저, 때문에…….

 

검은 머리의 사나이: 후후…….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단지, 오늘이 그 날…… 이었던 것 뿐.

 

검은 머리의 사나이: …….

 

푸른 눈동자의 아이: ……! 안 돼. 부탁이야. 일어나! 일어나줘……!

 

???: 이럴 수가……. 이렇게 심한 부상을…….

 

푸른 눈동자의 아이: ……! 당신……. 누구?

 

보랏빛 머리의 사나이: 누구라는 물음에는 무한한 대답이 있지만…… 지금은 그 죽어가는 자의 친구, 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겠지.

 

푸른 눈동자의 아이: 이 사람의 친구……? 죄송해요……! 이 사람, 저 때문에, 이런 일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가르쳐…….

 

보랏빛 머리의 사나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푸른 눈동자의 아이: 에…….

 

보랏빛 머리의 사나이: 그는 머지않아 죽을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푸른 눈동자의 아이: 그런…….

 

보랏빛 머리의 사나이: 그리고 나도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어. 조금만 더 빨랐다면 대화라도 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죽을 거야.

 

푸른 눈동자의 아이: 죽어……. ……그러면, 이 사람은 이제 못 만나나요 ……?

 

보랏빛 머리의 사나이: 아아. 그것이 세상의 이치야.

 

푸른 눈동자의 아이: ……! 그런……. 그런 거, 싫어……. 왜냐하면 아직, 도움 받은 감사의 말도 하지 못했는데……. ……부탁해요, 신님. 저, 뭐든지 할 테니까…….

 

푸른 눈동자의 아이: 제발, 다시 한 번 이 사람을 만나게 해 줘…….

 

보랏빛 머리의 사나이: …….

 

 

 

 

 

 

 

……그리운 소리가 들린다. 단단한 땅을 오가는 여러 개의 구두 소리. 스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언젠가 매일같이 들었던, 언젠가 들리지 않게 된 소리.

 

그리고 왠지 좋은 향기가 난다. 달콤하고 덧없는, 꽃 향기……? 이건, 분명…….

 

 

 

 

 

……어라……? 나, 자고 있었나……. ……여기는……?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자 거리의 웅성거림이 밀려왔다. 무언가를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곧 웃음소리로 바뀐다. 연기를 내뿜는 정장 차림의 사람에게 날카로운 눈초리로 등을 구부리고 다니는 사람. 내 옆을, 사람들이 잽싸게 빠져나간다.

 

아……. 죄송합니다…….

 

당황해서 길 옆으로 다가가자 시야 구석에서 사르르 무언가가 떨어지는 기척이 났다.

 

(이건…… 꽃잎?)

 

올려다보면 삐걱거리는 건물 틈은 꿰매듯 연분홍색 꽃이 난발해 있었다. 코끝을 스치고 간 꽃잎을 시선으로 쫓자, 바로 옆 처마 밑에서 무언가 엄한 남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 키르슈 페르슈는? 단서는 찾았나?

 

콧수염의 사나이: 아니……. 도무지 안 되네. 폭주하는 녀석이 있는 탓에 밤에는 돌아다니기 힘들어. 낮 동안에 뭐라도 단서를 얻고 싶은데…….

 

삭발한 사나이: 오늘 얻은 정보는, 서쪽의 구시가지에서 또 혼자 이상하게 사라진 한 녀석이 있었다는 정보 뿐이다.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 아아…… 요즘 유행하는 실종사건인가. 입고 있던 옷과 대량의 꽃잎을 남기고 사라진다고 하는. 정말이지, 도대체 이 거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폭주? 사람이 사라져? 뭔가 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 ……응? 어이, 너.

 

!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 이 근처에서는 못 본 얼굴인데. 어디 녀석이지?

 

그게…….

 

(……어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제가, 대체 누구일까요……?

 

콧수염의 사나이: 웃기고 있네. 그런 속임수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삭발한 사나이: 조금 따끔한 맛을 보면 떠오를지도 모르지.

 

기, 기다려 주세요……! 우왓……!

 

황급히 뒤로 물러난 탓에 돌담에 발이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셋에게 포위당한 나에게 도망갈 곳 따윈 없다.

 

(어, 어떡하지 …….)

 

???: 드디어 찾았네요.

 

에……?

 

실례합니다, 라고 남자들 사이를 스르르 빠져나와 부드러운 검은 머리를 하나로 묶은 남자가 나타났다.

 

???: 곤란하답니다, 고객님. 그렇게 저희 가게에서 원하시는대로 노셨으면서 대금 하나도 안 주시다니요.

 

남자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가까이서 본 붉은 눈동자는 어디까지나 짙은 색조로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말인가요?

 

???: 당신이고 말고요. 정말이지, 곤란하신 분.

 

그는 달콤하게 속삭이며 파이프의 연기를 후우, 나에게 불었다.

 

……!

 

연기로 눈앞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마치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았다.

 

???: 이분은 저희 가게의 손님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어젯밤의 취기로 기억이 희미하신 것 같군요. 제 쪽에서 확실히 끝을 맺고 싶어서요. 괜찮을까요?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 ……어떻게 할래?

 

콧수염의 사나이: 그런 거라면 우리가 참견할 때가 아니지.

 

삭발한 사나이: 기분 좋게 취한 만큼 잔뜩 보상하라고.

 

???: ……후우. 일단락 되었네요.

 

저, 저기……! 저, 당신의 가게에서 엉뚱한 짓을 해버렸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 고개를 들어주세요. 저야말로 거짓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헤? 거짓말……?

 

???: 조금 전의 행동은 당신을 돕기 위해 내뱉은 거짓말. 저와 당신은 초면이에요. 이 거리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하는 순수하고 귀여운 분이 곤란해하고 계시길래, 손을 내밀고 싶어져서요.

 

그, 그런 거였나요……!

 

다행이다, 하고 온몸에서 힘이 빠진다.

 

샤일록: 인사가 늦었군요. 저는 샤일록 베넷. 샤일록이라고 불러주세요. 모처럼의 만남이니, 당신의 성함을 여쭤봐도?

 

저는 아키라라고 해요. 샤일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샤일록: 아키라……. 멋진 이름이군요. 이 거리에 온 건 처음인가요?

 

그런, 건가…….

 

샤일록: ……?

 

이름 말고는 제가 누군지 모르거든요.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샤일록: 그렇군요. 미아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더더니, 정말 미아였다는 건가.

 

샤일록은 모양 좋은 턱을 만지고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떨어지더니 내 안에서 서서히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어떡하지. 돈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어. 아까처럼 무서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면…….)

 

샤일록: ……갈 곳이 없다면, 저와 함께 하겠나요?

 

에……. 괜찮나요? 제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상당히 수상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샤일록: 정말로 수상한 분은 그런 말은 하지 않죠. 게다가, 당신을 더 알고 싶어져서요.

 

그건 기쁘지만, 저는 과거의 기억이 없고…….

 

샤일록: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의 당신이 아닌 지금의 당신입니다. 기억을 잃어버려도 저와 편안한 대화를 해주시는, 그런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그 말에 마움이 두둥실 가벼워졌다. 기억이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런 나라도 여기 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서.

 

샤일록: 그렇다고 해도, 초면인 사람을 따라오는 것은 불안하죠. 수상하다고 하면, 당신보다 제가 보기에도 수상한 남자일 테고…….

 

샤일록은 수상하지 않아요. 위험한 상황에 구해준 은인이잖아요. 그리고…….

 

샤일록: 그리고?

 

아, 아니에요…….

 

(왠지 당신을 따라가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라고 말하면, 이상하려나.)

 

샤일록: 자세한 이야기는 안정된 장소에서 할까요. 일단…….

 

수염이 있는 사나이: 보스!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금 전의 남자들이 깊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들의 예의가 향하는 곳, 돌담길을 걸어오는 것은 검은 머리의 남자. 인형 같은 얼굴에 당밀 같은 금빛 눈동자가 반짝인다. 활짝 핀 꽃을 등에 지고 우산을 쓰는 모습은, 무서운 그림 같았다.

 

???: …….

 

…….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탁 하고 눈앞에서 불꽃이 튄 것 같아 나는 숨을 삼켰다.

 

샤일록: 가죠, 아키라.

 

샤일록이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며 내 손을 끌어 걸어간다. 

 

샤일록: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걸어주세요. 뒤도 돌아보지 말고요.

 

아, 알겠어요. 저 사람은 대체……?

 

샤일록: 벤티스카 패밀리의 보스, 돈 스노우. 이 거리에서 제일가는 무투파 조직을 묶는 강자입니다. 목숨이 아깝다면 계속 쳐다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아요.

 

샤일록은 당연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런 태도가 무서워서 나는 침을 삼켰다.

 

(이 거리는, 왠지 굉장히 소란스러운 것 같네…….)


2화

 

히스클리프: ……방금 돌아왔습니다.

 

아서: 히스클리프! 빨리 돌아왔네.

 

히스클리프: 아서! 오랜만……. 키가 조금 컸네?

 

아서: 아아, 히스클리프도. 서로 어른이 되었네. 자, 짐 들어줄게.

 

히스클리프: 고마워.

 

아서: 유학지의 갑작스러운 호출로 힘들었을 텐데. 피곤하지는 않아?

 

히스클리프: 괜찮아. 어젯밤은 오랜만에 은인에게 꽃을 바칠 수도 있었고. 그쪽이야말로 여러가지로 힘들었겠지. 거리 전체가 들뜨고 있으니까.

 

아서: 아아. 원래부터 치안은 좋지 않다고 해도, 최근 폴몬트 타운에서 이변이 이어지고 있어. 하나. 밤이 되면 자아를 잃은 듯 날뛰는 자가 거리에 나타난다. 둘. 마피아 관계자를 중심으로 몸에 지니고 있던 의복과 대량의 꽃잎을 남기고 실종되는 사건이 빈번. 셋. 벤티스카 패밀리가 키르슈 페르슈라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히스클리프: 자아를 잃은 괴한에 실종 사건. 게다가 벤티스카 패밀리의 수상한 움직임인가. 생각보다 큰일인데.

 

아서: 전화다. ……여보세요?

 

히스클리프: (3개의 소동……. 이것들은 모두 각자의 사건인지, 아니면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그 벤티스카 패밀리가 수수께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네.)

 

아서: 아아, 시노구나. ……뭐라고? ……알았어.

 

히스클리프: 무슨 일이야?

 

아서: 서쪽의 구시가지에서 쓰러져 있는 우리 일원을 발견했다고 해.

 

히스클리프: ……! 상태는?

 

아서: 중상이지만 루틸이 치료하고 있어. 수법으로 보아, 최근 빈번한 수수께끼의 폭한에 말려든 것은 아닐까하고 말하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그런가……. 별로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는 것 같네. 아서. 미안하지만 패밀리를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아줄래?

 

히스클리프: 두 사건과 키르슈 페르슈의 조사를 시작한다. 지휘는 내가 하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난 뒤, 샤일록에 이끌린 채 나는 낯선 거리를 걷고 있었다. 여러 양식의 건물들이 회색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어간다. 포렴이나 빨래가 나부끼는 것이 만국기 같다.

 

샤일록: 신기한 경치죠? 이곳, 폴몬트 타운은 노닥다리 거리.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여러 건물이 있고, 거리의 사람들의 복장이 제각각인 거군요.

 

샤일록: 네. 여기에 원래 있던 모든 것이 한 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공생 중입니다.

 

에……? 사라지다뇨……?

 

샤일록: 운석이에요. 옛날에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서 여기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죠. 운석은 달 조각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진상은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일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뿐.

 

솔직히 말하자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본다.

 

샤일록: 지금의 거리를 보면 상상할 수 없죠?

 

네……. 정말로요. 이렇게 사람과 물건이 넘쳐 세계를 꽉 하나로 묶은 것 같은데…….

 

샤일록: 후후. 그 혼돈은 바로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 운석으로 아무것도 없어진 이 장소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각지에서 불량배나 떠돌이가 찾아왔습니다. 다른 거리에는 뿌리내리지 못한 자들, 추방당한 자들, 모든 것을 버리고 온 자들. 그런 사람들에게 이곳은 안성맞춘인 집이 된 것이죠.

 

샤일록: 그들은 제각기 집을 짓고, 제각기 장사를 하고, 제각기 거리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누더기 거리. 다소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도시의 일부로 받아 주는 것이죠.

 

그렇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거리를 수놓는 색채가 사람들의 생명력처럼 빛났다. 건물 틈 사이로 나는 연분홍 꽃 또한 우람하다.

 

그러고 보니…… 그 꽃도 누군가가 들여온 것일까요? 거리에 피어있죠?

 

샤일록: 낙월화 말씀이신가요? 그것도 운석이 떨어진 후에 갑자기 군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른 어디에도 없는 신종이라고 해서, 우주에서 온 식물이라는 말도 있어요.

 

우주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면 그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는 분홍색이나 노란색의 아름다운 결정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낮인데 별이 떠다니는 것 같아…….)

 

샤일록: !

 

뭐, 뭐지……!?

 

요란한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샤일록이 나를 감싸듯 앞으로 나섰다. 다음 순간, 그의 소매에서 미끄러져 나온 무언가가 뛰어온 유리조각을 튕겨냈다. 그것은 가늘고 긴 밧줄로 연결된 창끝 같은 칼이었다.

 

(에……. 지금, 뭐가……?)

 

수염의 남성: 이 자식……!

 

지저분한 돌담길에 내던져진 남자가 길가의 가게에 호통을 친다. 그는 유리를 뚫고 가게에서 나온 것 같다.

 

샤일록: ……아키라, 이쪽으로. 이대로는 말려들고 말 거예요.

 

네, 네……!

 

샤일록에 이끌려 나는 영문도 모르게 샛길로 뛰어들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거리는 걸어가기만 해도 성가신 일에 휘말릴 것 같다. 그것만은 확실한 일인 것 같았다.

 

샤일록: 아키라. 뛰어가죠. 살고 싶다면 조금만 힘내주세요.

 

아, 알겠어요……!

 

 

 

 

 

하아……. 하아…….

 

샤일록: 여기까지 오면 일단은 안전할 겁니다. 잘 했어요.

 

감사합니다……. 또, 도움 받아버렸네요.

 

어떻게든 숨을 고르고 샤일록을 본다. 그는 이제 완전히 평소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 미소짓고 있었다.

 

( ……샤일록. 그런 상황이었는데 엄청 냉정했어. 게다가 굉장히 멋있게 무기를 다루고 있었고…….)

 

……샤일록.

 

샤일록: 네.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요? 아까 그 행동,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마치 싸움이 익숙하다는 듯…….

 

샤일록: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샤일록 베넷. 저도 이 도시의 폭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루나피에나라는 마피아의 일원이죠.

 

마피아…….

 

샤일록: 조금 전의 무기는 저의 소중한 파트너. 그와 함께 여러 번 아수라장을 넘어왔습니다. ……제가 무서워졌나요?

 

아니요. 조금 놀랐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샤일록은 두 번이나 저를 지켜줬으니까요.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당신이 싸우는 모습은 예쁘고 멋있었어요.

 

샤일록: 이런……. 사랑스러운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대담하시군요.

 

그, 그런가요?

 

샤일록: 네. 앞으로의 당신을 알아가는 것이 점점 더 기대가 됩니다.

 

샤일록: ……자. 돌아가는 길을 서둘러야 해요. 예상치 못한 옆길로 새어버렸군요.

 

여기는 샤일록의 목적지에서 먼가요?

 

샤일록: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조금 돌아가는 길이 된다고나 할까…….

 

둘러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낡은 건물들이 늘어선, 빛바랜 좁은 길. 그 도중에 동그랗게 색채가 떨어져 있다.

 

꽃…….

 

샤일록: 꽃?

 

저쪽이에요. 꽃다발이 떨어져 있어요. 이미 시들어 버렸지만.

 

샤일록: ……이 장소는…….

 

샤일록은 중얼거리며 이마를 눌렀다. 붉은 눈동자는 어딘가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샤일록, 괜찮나요? 왠지 안색이 안 좋아보이는데…….

 

샤일록: 아아…… 실례……. 조금 어지러웠을 뿐이에요.

 

샤일록은 겨우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내 쪽은 보지 않았다. 그 눈동자에 비친 것은 시든 꽃다발 뿐. 샤일록은 걷기 시작했다. 그는 꽃다발 옆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샤일록: ……생각했던 대로군요. 이 꽃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어젯밤에 두었던 것 같네요.

 

어젯밤……. 그래서 시들었군요.

 

샤일록: 원래부터 그런 꽃이었던 거죠. 밤에 순백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아침에는 시든다. 그래서일까요. 이 꽃에는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라는 뜻이 있거든요.

 

……여기에 꽃다발을 놓은 사람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샤일록: 알았다고 해도, 몰랐다고 해도, 이것은 이 장소를 향한 꽃.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면 샤일록의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 마치 시든 꽃이 되살아난 것처럼.

 

샤일록: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흘러드는 장소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덧없이 죽어가는 장소이기도 하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고작이고, 누군가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샤일록: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여기에도 아직 이렇게 꽃을 만지는 마음의 소유자가 있었군요.

 

꽃다발을 내려다보는 샤일록의 옆모습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먼 기억을 덧씌우는 듯한, 무언가 덧없는 것을 자처하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였다.


3화

 

샤일록이 안내해 준 곳은 골목의 좁은 내리막 계단 끝. 'close' 간판이 내려와 있는 새빨간 문 앞이었다.

 

 

샤일록: 여기가 오늘 저녁 묵을 장소.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아지트입니다.

 

여기가…….

 

???: 비켜.

 

아, 죄송합니다. 

 

무디한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안쪽에서 온 누군가와 마주치고 말았다. 은의 머리가 흔들려서 그 사람의 눈동자가 살짝 보였다.

 

(어라……. 좌우의 눈의 색이 달라.)

 

???: ……누구야?

 

샤일록: 당신도 와있었군요. 이 분은 거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데려왔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키라예요.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오웬: 흐응. 나는 오웬. 심장을 숨기고 있으니까 몇 번이라도 죽을 수 있어. 그럼 안녕.

 

에, 심장을……?

 

그런 말을 남기고 오웬은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어서 금발의 소년이 안쪽에서 찾아온다.

 

???: 죄송해요, 샤일록. 그리고 아키라 씨였나요.

 

샤일록: 리케. 여기에 남은 건 당신 뿐인가요?

 

리케: 네. 모두들 먼저 '붕배의 의식' 을 끝냈어요.

 

(붕배의 의식……?)

 

샤일록: 괜찮아요. 저희는 원래부터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 뿐이니까요.

 

샤일록: 아키라, 원하는 자리에 앉아주세요. 중간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피곤하죠? 필요하다면 음료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합니다. 그러면 말씀을 받아들여서…….

 

샤일록은 카운터 안쪽으로 돌아가자 가벼운 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카운터 앞의 스톨에 걸터앉아 나는 재차 주위를 바라본다. 실내는 주황색 등불로 희미하게 비춰지고 카운터와 테이블석이 설치되어 있다. 카운터 안쪽에는 형형색색의 술병이 늘어서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사진이 여러 장 붙어져 있다. 어딘지 모르게 정겨운 공기가 흐르는 곳이다.

 

멋진 장소네요. 왠지 안정된다고나 할까…….

 

샤일록: 마음에 드셨나요? 마치 술집 같죠.

 

리케: 실제로 루나피에나의 아지트가 되기 전에는 술집으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해요. 옆에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리케: 감사합니다. 저는 리케예요. 당신도 어딘가의 패밀리의 사람인가요?

 

으음, 그건…….

 

샤일록: 어느 쪽도 아닌 그냥 아키라예요. 이름 이외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셨다고.

 

리케: 이름 이외의 모든 것을……? 많이 고생하셨겠네요.

 

불안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샤일록을 만났으니까요.

 

리케: 불행 중 다행이었네요. 샤일록이 붕배의 의식에 지각을 하다니, 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면 납득이에요. 맞다, 샤일록. 모처럼의 기회니 아키라 씨도 함께 셋이서 붕배의 의식을 하지 않겠나요?

 

샤일록: 그렇네요……. 아키라도 괜찮다면 저는 기꺼이.

 

저기, 아까부터 궁금했지만 붕배의 의식이란 대체……?

 

샤일록: 저희 패밀리가 유대를 돈독히 하기 위한 의식의 이름입니다. 저희는 다른 마피아들에 비해 상하 관계나 조직으로서의 규칙은 느슨하지만, 딱 하나의 규칙이 존재하죠. 그것은 한 달에 한 번씩 붕배의 의식을 하는 것. 그 날 이외에는 보스의 지령이 있을 때까지 각자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리케: 그래서 저희 패밀리는 별로 다른 조직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이웃으로 있거나, 가게 주인으로 있거나, 다양한 형태로 이 거리에 녹아왔죠.

 

샤일록: 예를 들면…… 하나마치의 남자들이라든가.

 

하, 하나마치……!?

 

리케: 파우스트가 항상 걱정하고 있잖아요. '레녹스에게 구애하는 유녀가 끊이지 않아' 라고.

 

샤일록: 레녹스는 성실하고 주위의 신뢰도 두터우니까요. 하룻밤의 꿈에 사는 꽃에게는 안심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대지 같은 존재겠죠. 그런 파우스트도, 거울 장인으로서 하나마치에 들어왔을 때 흡연초를 권해졌다고 하지만…… 그 숨겨진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고요.

 

레녹스에 파우스트……. 둘 다 미남인가봐요.

 

리케: 그 밖에도 클로에는 도박장에서 딜러로 일하고 있고, 평소 생활은 십인십색이에요. 그의 카드 처리의 아름다움은 폴먼트 타운에서도 유명해요. 한 번 들러보는 걸 추천할게요!

 

샤일록: 고양이처럼 제멋대로 무리지어 흩어져 간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이 풍부한 구성원이 패밀리로서 하나로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과연……. 확실히, 지금 듣기만 해도 모두의 개성적인 분위기를 느꼈어요. 그리고 루나피에나 패밀리가 변덕스러운 사람에게 적합한 것도.

 

샤일록: 보스인 무르가 변덕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인물이니까요. 지금도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샤일록은 입술에 쓴 웃음을 머금고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 여기 올 때까지 얼핏 들은 거지만, 이 거리에는 그 밖에도 이런 조직……. 마피아가, 존재하는 거죠.

 

리케: 네. 양대 세력은 벤티스카 패밀리와 판테라 패밀리예요. 벤시트카는 이 도시에서 제일가는 무투파로, 그들의 세력권에 날뛰면 목숨은 없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판테라는 역사와 부가 뛰어난 조직으로, 매우 훌륭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저는 가본 적 없지만.

 

카지노……. 왠지 위험해 보이는데요……!

 

샤일록: 판테라의 카지노는 심한 짓은 하지 않으면 신사적으로 맞이해 줍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안내해 드리죠. 

 

샤일록: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허브티 드세요. 아키라, 리케. 진정할 수 있도록.

 

리케: 와아, 제 것까지 만들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샤일록. 잘 마실게요.

 

건네받은 잔을 들여다보니 내 얼굴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샤일록의 눈동자와 같은 색이다. 따뜻해.)

 

소중하게 입에 옮기면, 선명한 향기와 함께 따뜻한 액체가 목구멍에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때면,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샤일록, 리케. 붕배의 의식, 저도 부디 참여하게 해주세요.

 

샤일록 / 리케: 물론이에요.

 

샤일록: 그러면, 바로 붕배의 의식을 시작해 볼까요.

 

 

 

 

 

 

 

미스라: 하아……. 지루하네요. 원하는 만큼 날뛰려고 벤티스카에 있는 건데, 이 내가 물건이나 찾고 있다니.

 

카인: 그렇게 말하지 마. 키르슈 페르슈의 수색……. 보스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미스라: 아이에게 반한 남자의 명령 따위 듣고 싶지 않은데요. 애초에 그 꼬마는 대체 뭔가요? 벌써…… 2년이나 지났나. 보스가 데리고 있었잖아요.

 

카인: 누구라고 해도 보스의 중요한 사람이야.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는 없어.

 

미스라: 저희가 눈치 채지 않아도 다른 조직은 눈치챌 거예요. 게다가 그게 아이라니, 멋없는 약점이잖아요. 이 거리에서 약점을 보이면 끝. 목구멍에 걸려드는 것은 시간 문제. 그럴 바에는 제가 먹어버릴 겁니다.

 

카인: 미스라. 굶주린 짐승 같은 눈을 하면서 그런 말은 하지 마. 이 조직에서 배싲나가 어떤 상황에 처해지는지, 너도 잘 알잖아?

 

미스라: ……아아, 브래들리인가. 처리하라고 파트너였던 네로에게 행방을 쫓게 하고 잇죠. 예전에는 '벤티스카의 들개' 라고 불렸던 두 사람이 불쌍하네요.

 

카인: 이 벤티스카의 일원이 된 이상 우리는 죽을 때까지 조직의 일부야. 배신은 용서할 수 없어. 조직을 빠져나가려고 한 오즈와 보스의 충돌이 일으킨 참극……. 벤티스카의 악몽도 끔찍했다지.

 

미스라: 그래도 저는 할 거예요. 그 남자가 제 위에 서는 걸 허락할 수 없게 되는 날이 올 때.

 

카인: ……알았어. 그게 네가 내놓은 대답이라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네. 

 

카인: ……자,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마침 저기 사람이 있는데 키르슈 페르슈에 대해 물어보자.

 

카인: 미안해! 조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지나가는 남자: ……! 너, 너, 그 눈! 오드아이……!?

 

카인: 아아, 선천적이야. 희귀하지?

 

지나가는 남자: 도, 도와줘! 죽을 거야……!

 

카인: 에? 잠깐……. ……가버렸다…….

 

카인: 어이, 미스라. 오드아이가 그렇게 무섭나?

 

미스라: 무서울 리가 없지만……. 당신과 같은 오드아이이고, 당신보다 흉포한 녀석이 있어요.

 

카인: 나와 같은……?

 

미스라: 네. '제 동료와 같은 눈이네요' 라고 했더니, 싫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어라. 이거 당신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었나. 뭐, 상관 없나.

 

카인: 나는 별로 상관 없지만…… 그런 녀석이 있구나. 곤란하네. 이러면 오드아이라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사고 말아. 돈 스노우가 찾는 것에는 탐문을 빼놓을 수 없는데.

 

아서: ……돈 스노우. 너희들, 벤티스카 패밀리의 사람이군?

 

미스라 / 카인: !

 

카인: ……그러면 어떻게 할래? 지금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놀아줄 시간은 없어.

 

아서: ……!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에 금빛과 붉은 색의 오드아이. 너, 글로리아 자경단의 카인이 아닌가!?

 

카인: 에? 아, 아아…….

 

아서: 기쁘다. 옛날에 소문을 듣고 나서 계속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카인: …….

 

미스라: 글로리아…… 뭐요?

 

아서: 글로리아 자경단. 비열한 방법으로 일대를 지배하던 마피아에 맞선 용감한 청년들이야. 카인은 그들의 리더였지.

 

미스라: 헤에, 아마추어 모임이 마피아에게 방패를 들이대다니. 당신, 그런 아무 이득도 없을 것 같은 일을 하고 있었군요.

 

카인: ……이득 같은 문제가 아니야. 가족이나 친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어. 하지만 우리는 힘이 없었어. '위험해. 이대로라면 죽는다.' 라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적의 마피아와 대립하고 있던 벤티스카 패밀리가 그들을 일소했지.

 

카인: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4화

 

아서: 그렇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피아를 상대로 나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너희들의 행동으로 마음을 복돋운 사람은 적지 않았겠지. 너희들은 모두의 마음을 지켰어. 나는 멋있다고 생각해.

 

카인: 그렇게 똑바로 칭찬을 받은 건 처음일지도 ……. 뭔가 부끄럽네.

 

미스라: 뭘 칠칠치 못한 얼굴을 하고 있나요. 이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아서: 아아, 맞아. 자기소개가 늦어졌네. 나는 판테라 패밀리의 아서라고 해. 너희들에게 말을 건 것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야.

 

카인: 이야기?

 

아서: 벤티스카 패밀리가 말하는 '키르슈 페르슈' 란 뭐지? 요즘 세력권 안이나 밖이나 상관 없이, 폴먼트 타운 안을 찾아 헤매고 있지. 필사적으로.

 

미스라 / 카인: …….

 

카인: ……아서. 유감이지만 키르슈 페르슈에 대해서는 우리도 자세히 몰라.

 

아서: 그래?

 

카인: 아아. 키르슈 페르슈가 뭔지도 몰라. 이렇게 찾는데도. 신기하지. 하지만, 조금 알고 있는 것도 있어.

 

미스라: ……설마, 이야기할 셈인가요?

 

카인: 이 정도로 화려하게 찾아다녔다면 조만간 다른 패밀리들이 눈치를 챈다는 것은 보스도 알고 있을 거야. 그래도 이 찾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그들도 끌어들일 의도가 있다는 것이겠지. 아서는 자신의 정체와 소망을 숨김없이 드러내 줬어. 그런 녀석은 믿을 만 해. 서로 죽이기 전에 거래를 할 수 있으니까, 협력자에게는 최적이야.

 

아서: 카인. 너의 신뢰를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나도 믿음에는 믿음으로 돌려주고 싶어.

 

카인: 고마워. ……우리가 키르슈 페르슈를 찾고 있는 것은, 수수께끼의 폭한과 조우한 것이 계기야.

 

아서: ……그것은, 최근 향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는 그건가.

 

카인: 아아. 돈 스노우가 어느 날 밤, 눈동자를 새빨갛게 빛낸 남자에게 습격당했어. 보스는 우리가 지켜냈지만…… 그 녀석이 최후에 그랬어. '키르슈 페르슈가 있다면 편해질 텐데' 라고.

 

아서: 키르슈 페르슈가 있다면, 편해진다…….

 

카인: 남자가 남긴 말은 거기까지야. 우리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키르슈 페르슈를 찾고 있어.

 

아서: 눈동자가 붉게 빛나다니. 그 남자가 날뛰고 있었던 원인은 괴질인가……?

 

카인: 몰라. 하지만, 남자의 말을 믿는다면 수수께끼의 폭주는 키르슈 페르슈로 낫거나 억제될 가능성이 있어.

 

아서: 과연. 그 말을 들으니 키르슈 페르슈는 약 같은 것인가…….

 

카인: 뭐, 아직 가설이지만 말이야.

 

아서: 아니, 충분해. 대답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나는 벤티스카 패밀리를 오해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미스라: 무슨 뜻이죠?

 

아서: 지금의 이야기로 보면, 키르슈 페르슈를 찾는 이유는 폭주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되는 거잖아? 돈 스노우에 대해서는 무투파로서 밖에 몰랐지만, 거리의 치안 유지에도 관심이 있었구나.

 

미스라: 관심, 말이죠.

 

아서: 아닌가?

 

카인: ……아서. 너는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아서: ……에?

 

카인: 아……. 미안해. 그, 우리는 핏기가 많으니까 그만큼 죽어가는 놈들도 많아서. 그러니까, 네가 있는 곳은 어떨까 하고…….

 

아서: 그렇구나. 확실히 벤티스카 패밀리보다는 그런 이별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렇네……. 미틸……. 내 동료는 난치병을 가진 친구가 갑자기 실종됐다면서 몹시 우울해했어.

 

카인: 아픈 채로 사라져 버린 건가? 그건 큰일이네.

 

아서: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아이를 맡고 있던 암의사가 말하기를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하기 위해서라고……. 미틸은 인사도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으니까, 그 아이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라고 자주 말했었지.

 

카인: ……그렇구나…….

 

아서: ……카인.

 

카인: 응?

 

아서: 너는 괜찮아?

 

카인: ……하하, 괜찮아. 미안해. 신경쓰이게 해서.

 

미스라: 맞아요. 저도 신경 썼어요.

 

카인: 그래?

 

미스라: 네. 당신이 배가 뚫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어요.

 

카인: 그런 얼굴은 한 적 없는데……. 그래도 고마워. 

 

카인: 아서.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죽음과 이별에는 익숙해져 있어. 마음의 정리도 꽤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저…….

 

아서: 그저?

 

카인: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녀석도 있어. 그 녀석은, 조금 마음에 걸린다 … 라고나 할까.

 

카인: (그 때, 상처 입은 늑대 같았던 그 녀석. 제대로 건강해졌으면 좋겠는데…….)

 

 

 

 

 

 

 

(붕배의 의식……. 마피아가 하는 의식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리케 같은 어린 아이도 하고 있는 것 같고, 무서운 건…… 아니겠지?)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안고 카운터 너머에서 그가 찬장에서 잔을 세 개 꺼내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샤일록: 아키라. 술은 마실 수 있나요?

 

술…….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왠지 마실 수 없는 기분이.

 

샤일록: 그렇군요. 그러면 그렇게 준비하죠. 루나피에나의 귀여운 신입 씨에게,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한 잔을.

 

신입……. 네!? 저, 패밀리의 일원이 된다는 건가요?

 

샤일록: 네. 갈 곳이 없다면, 라는 말로 당신을 초대했잖아요. 여기에 오신 이상, 당신은 이미 루나피에나의 일원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저는 갑자기 온 사람인데, 괜찮은 걸까요?

 

샤일록: 문제 없어요. 조직에 속하는 편이 불필요한 불똥도 튀지 않고요. 

 

리케: 그렇네요. 샤일록의 소개라면, 보스도 허락해 줄 거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키라 씨. 가 아니라, 아키라!

 

네……! 잘 부탁드려요!

 

누군지 모르고, 돌아갈 장소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거처가 생겼다.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아키라…….)

 

새로 태어난 그이름을 푹신푹신한 마음으로 되새긴다. 

 

리케: 후후. 아키라, 기쁜 얼굴. 저도 여기가 중요한 장소니까요. 마음은 알아요.

 

리케도?

 

리케: 네. 저는 옛날에 불치병에 걸려서 계속 피가로의……. 어느 암의사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거든요. 병실에서 혼자, 아침부터 밤까지 누워만 있는 생활. 그런 날들에서 구해준 것이 보스 무르였습니다.

 

헤 ……. 그렇다는 건 보스도 의사인가요?

 

리케: 아뇨,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박식하고 학자 같은 면은 있는 사람이지만요.

 

그러면 불치병을 도대체 어떻게…….

 

리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건강한 몸이 되어있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몰라요. 하지만 보스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분명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걸 거예요.

 

리케는 순진하게 웃고 있지만, 나는 옅은 위화감을 느꼈다.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애매한 것 같은데……. 많이 어렸을 때 이야기인가?)

 

샤일록: …….

 

궁금하지만 처음 만나는 상대의 과거를 캐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 마음에 떠오른 물음표를 삼켰다.

 

젊은 나이에 어려운 질병과 싸워왔다니, 리케는 정말 대단하네요.

 

리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거리에는 모두 적지 않은 생명의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샤일록과 오웬도 예외 없이.

 

에. 그런가요?

 

샤일록: 네…….

 

놀라서 샤일록을 올려다보면 그는 스르르 시선을 돌려 카운터 옆에 장식된 사진들을 본다. 낡아가는 사진 속에는 단발머리의 낯선 남성과 함께 요염하게 미소 짓는 샤일록의 모습도 있었다. 

 

샤일록: ……옛날 일이에요. 큰 부상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헤맨 듯 하지만, 저 자신은 기억이 잘 안 나서요. 왜 부상을 입었는지도 포함하여 그 전후의 기억이 빠져 있습니다.

 

중얼거린 그의 옆모습은 이상하게 사진 속의 그보다 그림자가 희미해 보였다.

 

기억이, 없다고…….

 

(나와 똑같아.)

 

샤일록: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분명 엉뚱한 짓을 한 거겠지요.

 

샤일록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마술사 같은 손놀림으로 세 개의 잔에 액체를 따랐다. 잔 안은 따뜻한 노란색이 바닥쪽으로, 꽃피는 분홍색이 위인 상냥한 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샤일록: 자. 붕배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예쁘다……. 혹시 아까 말했던 술이 이건가요?

 

샤일록: 네. 한 달에 한 번씩 다같이 모여서 이 술을 나누는 것이 붕배의 의식. 이름은, 키르슈 페르슈.

 

키르슈 페르슈…….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 ……아!)

 

 

 

 

 

볼에 상처가 있는 남자: 키르슈 페르슈는? 단서는 찾았나?

 

콧수염의 사나이: 아니……. 도무지 안 되네. 폭주하는 녀석이 있는 탓에 밤에는 돌아다니기 힘들어. 낮 동안에 뭐라도 단서를 얻고 싶은데…….

 

 

 

 

키르슈 페르슈란 술의 이름이었군요.

 

샤일록: 네. 루나피에나 패밀리에 전해지는 특제 리큐어입니다. 아름다운 색이죠?

 

네! 낙월화의 가지나 줄기에 붙어있는 결정과 같은 색이라서…….

 

샤일록: 이런, 날카롭군요. 키르슈 페르슈는 그 결정으로 만드는 술이거든요.

 

에!? 그거, 식용이었나요 ……?

 

샤일록: 보석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낙월화의 수액이 결정화된 것이기 때문이죠, 단, 이렇게 체내에 섭취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에 성공한 것은 저희 뿐일지도 모르겠꾼요. 이건 보스가 독자적인 제조법으로 만든 것이니까.

 

그렇군요. 그러니까, 벤티스카 패밀리…… 였나요? 다른 조직도 갖고 싶어했나요?


5화

 

리케: 저도 왠지 모르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요즘 돈 스노우가 부하를 이용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샤일록: 몸에 좋다는 말은 무르에게서 들은 적이 있지만 …… 그 벤티스카가 필사적으로 찾을 정도의 효능은 없을 것입니다. 도대체 돈 스노우는 어떤 소문을 들은 건지.

 

리케: ……아! 어쩌면 그 사람이 감동한 나머지 조금 과장되게 평판을 퍼뜨려 버린 것일지도.

 

샤일록 / 아키라: 그 사람?  

 

리케: 샤일록이 예전에 패밀리가 아닌 분에게도 키르슈 페르슈를 만들어줬다고 했잖아요.

 

샤일록: 아아, 그랬었죠. 해질녘에 이 지하로 헤매신 분에게 딱 한 번. 심하게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밤이 오는 것이 무섭다. 밤이 오면 힘들어진다. 라고 말씀하시기에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 기분 좋은 취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밤이 괜히 무서운 기분. 그건 왠지 모르게 나도 알 것 같았다. 그때 샤일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분명 밤의 어둠에 휩쓸릴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을 테니까. 조금 상상해봤다. 기억을 잃은자신이 터벅터벅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고, 아는 경치도 없다. 정신을 차리면 해질녘이 다가온다. 그럴 때 덩그러니 술집의 불빛을 발견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샤일록이 미소짓고 있고……. )

 

그건…… 저라도 퍼뜨려 버릴지도 몰라요. 이렇게 몸도 마음도 힐링되는 술은 마셔본 적도 없다고.    

 

샤일록: 기쁜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그러면 소동의 원인은 그런 것으로 해두도록 할까요.

 

약삭빠르게 웃은 샤일록은 달과 꽃을 가둔 듯한 잔을 두 개 카운터에 놓았다.  

 

샤일록: 리케와 아키라는 이쪽을. 무알코올입니다.

 

와아……. 감사합니다.

 

마음속 깊이 기쁨이 넘친다. 과거, 샤일록에게 키르슈 페르슈를 받은 사람도 분명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샤일록: 여러분. 잔은 들으셨나요?

 

리케: 네!

 

준비 완료예요!

 

샤일록: 그러면, 우리들의 인연과 아키라와의 만남을 축하하며…….

 

전원: 건배!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멋진 카지노였군……! 카드에 룰렛, 슬롯. 게임대도 딜러도 최고였어. 인테리어도 손님도 좋아. 판테라 패밀리의 카지노는 소문과 똑같군…….

 

히스클리프: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판테라의 오락은 이것 뿐만이 아니죠.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라고 한다면?

 

히스클리프: 당신에게 안내한 것은 표면의 세계. 뒤에는 더 위험하고, 과격하고, 마음껏 자신의 욕망에 빠져들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돈, 오락, 술……. 그 외, 여기서는 말할 수 없는 소망이라도. 이 히스클리프에게 협력해 주신다면, 이 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쾌락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 됩니다.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호오……. 들어보지. 뭘 원하나.

 

히스클리프: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어젯밤, 내 부하가 살해당할 뻔했어. 목숨을 건진 그가 말하길 자신을 해친 사람은 그쪽 패밀리의 사람이라더군. 왜 내 부하를 덮쳤지?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

 

히스클리프: 소중한 패밀리가 상처를 받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판테라의 이름이 사라진다. 화려한 돈다발을 준다면 대답하는 것은 간단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봐줄 수는 없어.

 

히스클리프: 그러니까 이건 마지막 자비야. 우선은 당신의 말을 듣고 피를 흘리게 해야 할지 판단하겠다.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아, 아니야 ……. 아니라고 ……!

 

히스클리프: 아니야?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이쪽도 너희에게 시비를 걸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렇지만, 무리라고……! 아아, 이것도 그 녀석 때문이야……. 꼭두각시를 데리고 있던…… 검은 실크 모자의 그 남자……. 그 자식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하니까……!

 

히스클리프: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 무슨 소리지……?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젠장. 싫어……. 싫어, 싫어. 밤이야. 밤이 온다……! 그 녀석이 그랬어. 키르슈 페르슈. 그것만 마실 수 있다면…… 나도 편하게…….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으……. 으아아아아아!! 

 

히스클리프: !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있어……!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죽어어어어어어!

 

히스클리프: ……!

 

아서: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윽.

 

담배를 물고 있는 사나이: ……아아…….

 

히스클리프: ……후우. 스탠건 스틱 덕분에 살았어.

 

아서: 미안해. 이럴 줄 알았다면 역시 나도 옆에 있을 걸.

 

히스클리프: 사과하지 마. 거래를 위해서 이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한 건 나잖아. ……하지만, 시노에게는 비밀로 해 줘. 자기가 외근 간 사이에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조건 화낼 테니까. 

 

아서: 하하, 알았어. 그래서 이 자는 어떻게 하지?

 

히스클리프: 눈 뜬 뒤에 또 날뛰면 곤란해. 구속하고 별채로 데려가 줘. 

 

히스클리프: ……하아. 다른 패밀리들이 얕보지 않게 행동하는 것도 꽤 지치네. 하지만 쉬기 전에 오즈가 준 벤티스카에 대한 보고서도 흝어봐야 하고. 

 

히스클리프: (그건 그렇고, 아까의 남자. 분명의 상태가 이상했어……. 저것이 소문의 폭주인가? 이 세 가지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다고 하면……?)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키르슈 페르슈를 찾는 벤티스카의 목적은…….   

 

고상한 목소리의 사나이: 실례하겠습니다. 시녈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응? 아아, 이 목소리. 라스티카구나. 무슨 일이지?

 

고상한 목소리의 사나이: 희귀한 고객님이 오셔서 보고하러. 벤티스카 패밀리의 돈 스노우께서 오셨습니다.

 

히스클리프: 뭐라고……? 알았어. 바로 모시고 와 줘.

 

스노우: 그렇게 말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네.

 

히스클리프: ……돈 스노우.

 

스노우: 라스티카라고 했던가. 저 자의 입담에는 사자도 고양이로 바꾸는 힘이 있더군. 나도 무심코 송곳니가 빠질 뻔했다. 역시 부와 역사를 자랑하는 판테라 패밀리. 좋은 입담을 가지고 있네.

 

히스클리프: 하하……. 칭찬을 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히스클리프: (이것이 젊은 나이에 그 벤티스카를 이끄는 남자……. 틈을 보이면 먹힐 것 같은 박력이다. 하지만…… 나도 물러날 수는 없어.)

 

히스클리프: 다시 한 번. 돈 스노우, 환영합니다. 판테라에. 이 히스클리프 블랑셰가 상대하죠. 오늘 밤은 무슨 일로?  

 

스노우: 호호호. 말이 빨라서 좋군.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스노우: ……히스클리프. 그대들도 키르슈 페르슈를 찾고 있는 것 같더군?

 

히스클리프: 꽤 귀가 빠르시군요.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저희들의 영역에서도 상당히 열심히 찾고 계시는 것 같으니, 저희로서도 그냥 둘 수가 없어서요. ……그렇지만, 이것도 당의 목적이었겠지요? 이렇게 해서 다른 조직에도 키르슈 페르슈라는 것의 정체와 있는 곳을 찾게 하는 것이.  

 

스노우: ……음. 그렇게까지 짐작하고 있다면 서론은 필요없겠군.

 

스노우: 히스클리프. 우리와 거래하지 않겠나? 키르슈 페르슈에 대해 유력한 정보를 입수했다면 반드시 우리에게도 보고를 한다는 조건으로. 대가는 선불로 내도록 하지.  

 

히스클리프: 이건…….

 

스노우: 판테라와의 협상에서는 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일세. 독자적인 루트로 구입한, 세계에서도 희귀한 허브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색에 따라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다르네. 특별히 수상한 것은 아니다. 요리를 하든, 담배를 피든, 마음대로 사용하기 나름일세.  

 

히스클리프: (설명을 받을 필요도 없어. 도원향의 허브라고도 불리는 환상의 물건이다. 이걸 이렇게 대량으로 준비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입수한 건지……. 시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어도, 꽤 필사적이잖아.)  

 

스노우: 자. 답은?

 

히스클리프: ……알겠습니다. 조금 검토해보도록 하죠. 단, 답을 내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스노우: 흠. 말해보게.

 

히스클리프: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나 키르슈 페르슈를 원하고 있는 거죠? 당신의 그 필사성은 뭔가 큰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아. 예를 들면…… 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던가.  

 

스노우: ……호호호! 무슨 말을 꺼내나 했더니, 엉뚱한 망상이었군. 죽은 자는 살아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세상의 이치일세. 

 

히스클리프: 하하……. 그렇죠. 이거 실례했군요. 하지만 이곳은 폴몬트 타운. 달의 돌이 떨어졌다는 땅이죠. 거리밖의 세계에서 낙월화는 미지의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기적도 일어날지도 몰라…… 라는 그림을 그려버리고 말았네요. 

 

스노우: 그 씩씩한 상상력, 소설이라도 쓰는 것이 좋겠군. 책을 낼 때는 사도록 하지.

 

히스클리프: 그거 참 고맙군요. ……당신이 사준다면, 타이틀은 이렇게 할까요.

 

히스클리프: '죽음으로 갈라진 쌍둥이 형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름다운 보스'……라고.

 

스노우: …….

 

스노우: 그대. 뭘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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