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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음악가와 광조의 콘체르토 ~서쪽&북쪽~] 6화~10화

6화

 

라스티카: 왜 그러시나요?

소녀: ……윽.

소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가 도망치듯 달려가 버렸다.

브래들리: ……뭐야 저거.

클로에: 무슨 일일까. 꽃 이야기를 하자마자 도망갔어…….

(뭔가에 겁을 먹었던 것 같았지……)

브래들리: 그것보다 영감들. 애가초가 뭐야?

스노우: 그대들은 못 들어봤을지도 모르겠구나. 애가초는 노래나 음악을 양분으로 해서 자라는 희귀한 식물을 말하는 걸세.

라스티카: 노래나 음악을 양분으로?

그런 식물이 있나요?

화이트: 있었었네. 과거의 유물이지. 그렇지 않아도 수가 적었었던 애가초는 최근의 토양 오염으로 점점 자취를 감추어 마침내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르: 멸종 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는데. 이건 뭐야? 망령?

스노우: 확실히 저 특이한 성질은 한 두 개가 있는게 아니야. 아마도 이 덩굴의 정체는 애가초일 것이다.

화이트: 우리가 아는 애가초는 좀 더 가련한 모습이었었지만.

샤일록: 이변이 일어났던 시기로 미루어 보아, '거대한 재앙' 이 애가초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보군요.

클로에: 그건, 즉…….

스노우: 음. 무해한 식물이었던 애가초가 '거대한 재앙' 으로 인해 찌그러진 형태로 되살아난 것이 틀림없다.

오웬: 아하하, 그런 거였나. 음악으로 성장하는 식물과 매일같이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할 정도로 명랑한 거리. 월등히 최상의 조합이네. 이 거리의 놈들은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 것을 쑥쑥 키웠던 거야.

오웬: 우습고 불쌍한 생물이네. 아아, 그래도 사랑하는 음악에 죽임을 당한다면 그것도 본망이려나.

흥겨운 듯한 오웬의 손가락에 튕겨져 애가초의 초록 꽃잎이 흔들렸다. 거리의 상징이었던 사랑스러운 음악이 그들의 삶을 앗아갔다고 생각하니 눈앞의 풍경이 더욱 더 안타깝다.

스노우: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아까 그 소녀의 반응이구먼. 왜 그렇게까지 겁을 먹고 있었던 거지?

화이트: 애가초는 일부 마법사 밖에 모르는 희귀한 식물일세. 보통 인간에게는 친숙하지 않을 텐데…….







촌장: 초, 초록색 꽃……?

조사의 보고를 겸하여 우리들은 의뢰주인 촌장님을 찾아갔다. 그 역시 애가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소녀와 마찬가지로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브래들리: 어이, 또냐. 초록색 꽃이 대체 뭐야? 아까 길거리에서 만났던 꼬마도 똑같은 반응이었어.

촌장: 히익…….

스노우: 브래들리 쨩! 무서운 얼굴 하지 않기!

화이트: 아저씨, 미안해. 이 아이 지금 약간 반항기여서. 난폭하게 굴지는 않을테니까 얘기 좀 해줄래?

촌장: ……네, 네. 애가초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쌍둥이에게 위로 받고 촌장님은 초록 꽃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촌장: 이 거리에서는 오래 전부터 '초록색 꽃' 은 비극이나 재앙을 불러오는 저주의 꽃이라며 두려워 하고 있었거든요. 전쟁 발발 중에는 반드시 초록 꽃이 만발하며 참혹한 희생을 치뤘다고……. 그래서 거리에 피어나는 초록색 꽃을 모두 불태우고 두 번 다시 거리에 재앙이 닥치지 않도록 물리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클로에: 재앙을 부르는 꽃…….

그래서 그 여자아이도 겁을 먹고 도망쳤군요.

샤일록: 그런 저주 받은 꽃 이야기,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당시 모든 꽃을 불태워버렸던 것은 조금 난폭한 것 같군요.

오웬: 후후, 정말이지 인간이란 어리석어. 어쩌면 더 저주받을 수도 있는데. 지금 거리가 이렇게 되어 있는 건 불태워진 꽃들이 인간에게 복수 하려는 거 아니야? 너희들도 똑같이 고통 받아 보라면서.

오웬의 말에 촌장님은 파랗게 질려 벌벌 떨었다.

촌장: 아아…… 정말로 저주일지도 몰라. 그 초록 꽃이 애가초라면, 거리가 이렇게 된 것은 그때의 복수일수도…….

스노우: 어느 쪽이든 이 덩굴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일세. 음악을 버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덩굴을 거두어 나갈 것인가, 마법의 힘으로 붙태워 소멸시킬 것인가.

화이트: 하지만 후자를 택할 경우, 거리가 불바다가 될 가능성이 있네.

비장한 선택을 강요 받아 촌장님은 말문이 막혔다.

촌장: 그런…….

클로에: …….

음악의 거리에 애틋한 추억이 있는 클로에 역시 슬픈 듯 속눈썹을 덮었다.

미스라: 태워버리면 되잖아요. 이런 거리, 5초도 안 걸리고 갱지로 만들어 드릴게요.

고개를 떨군 촌장님은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촌장: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저희는 큰 것을 잃을 겁니다.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기에는…….

음악을 뺏겨도, 거리 자체가 소멸되어도, '음악의 거리' 자체는 사라지게 된다. 거리와 음악을 사랑했던 자들에게 살을 베는 듯한 고통이 아닐 수가 없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탁 하며 손뼉 치는 소리가 밝게 울렸다.

라스티카: 그렇지. 음악을 듣고 자라는 식물이라면 분명 음악을 좋아하는 거니까, 더 많이 듣게 해주는 것은 어떤가요? 그렇게 마음을 보내면 저희의 사정을 알아줄지도 모릅니다.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하?


7화


번뜩이듯 말한 라스티카에게 북쪽의 마법사들은 독기가 터진듯 입을 열었다.

미스라: 식물에게 마음을……?

오웬: 진심으로 말하는거면 정신 나간거네.

브래들리: 이거 덩굴만 쭉쭉 뻗을 뿐이잖아. 너 얘기 듣긴 한거냐?

라스티카: 이런, 그런거려나? 명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음악을 들려준다……?)

라스티카의 말에 나는 문득 원래의 세계에 있을 때 화분을 망쳐버렸던 일이 생각났다. 확실히 그때 좋으라고 비료나 물을 너무 많이 준 결과, 식물은 자라지 못하고 말라 버린 것이다.

혹시…….

무르: 뭐야 뭐야?

방금의 라스티카의 제안, 시도해볼 만 해요.

브래들리: 어이, 현자…….

미스라: 하아. 현자님의 머리도 이상해졌군요.

아, 아니요. 사실은 제가 있던 세계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




샤일록: ……과연. 영양 과다로 식물이 말라버렸다고.

네. 그러니까 질 좋은 음악을 계속 들려주면 애가초가 마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해서…….

스노우: 확실히 일리는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내기일 수도 있네.

화이트: 음악을 양식으로 덩굴이 끝없이 성장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몰라.

……그건.

오웬: 그게 시든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데 현자님은 무책임하네. 쭉쭉 뻗은 덩굴이 거리를 넘어 다른 거리도 뒤덮을지도 몰라. 육지럴 넘어, 바다를 넘어, 마지막에는 온 세상을 뒤덮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됐을 때,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칼로 쓰다듬는 듯한 오웬의 목소리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더니 라스티카가 다정하게 어깨를 건드렸다.

라스티카: 그렇게 된다면 세상이 훨씬 가까워지겠네. 뻗은 덩굴을 붙잡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할 거야.

오웬: 하?

무르: 아하하! 좋네, 그거!

샤일록: 빗자루 없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닐 수 있겠네요.

클로에: 정말이지, 그런 말을 하고……. 하지만 확실히 재밌을 지도!

웃음소리가 울리며 굳어 있던 어깨의 힘이 빠진다. 그렇다. 그들은 즐기기를 잘하는 서쪽의 마법사. 내리기 시작한 비를 걱정하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우산을 쓰게 되는 것을 기뻐하며, 밖으로 뛰어나갈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촌장: ……알겠습니다. 그 방법을 시도해 보죠.

각오를 다진 듯, 촌장님은 명을 내렸다.

촌장: 음악을 버리는 것도, 거리를 불태우는 것도 저희에게는 힘든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걸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냥 포기하고 끝나는 것보다 끝까지 음악과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이 동네 답지 않겠습니까.

샤일록: ……역시 당신도 서쪽 나라의 사람이군요.

스노우: 잘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쪽도 진지하게 일을 하지.

화이트: 여기에는 세계 제일의 챔발로 연주자가 있으니까.

무르: 잘됐네 아저씨. 라스티카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촌장: 아까부터 그 이름을 듣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름 높은 챔발로 연주자 라스티카 님이셨나요.

라스티카는 우아하게, 그리고 듬직하게 웃어 보였다.

라스티카: 이 근사한 음악의 거리를 위해, 최고의 연주를 해보이겠습니다.










거리에 음악을 울리기 위해, 우리는 도시의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돌아왔다.

무르: 이렇게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어! 연주를 들으러 온걸까?

클로에: 앗, 무르. 옷깃이 꺾여버려. ……응, 이제 됐다!

라스티카: 클로에, 나는?

클로에: 라스티카는 괜찮…… 지 않아! 단추가 풀려져 있어!

샤일록: 후후, 클로에는 부지런하네요.

주민: 저게 촌장님께 꾀를 부린 마법사인가?

주민: 굳이 덩굴을 성장 시키려 하다니, 정말로 괜찮은거야……?

광장에는 거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피난도 겸해 있어서 많이 모여 있다. 그들은 멀찌감치 이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주민: 저 녀석들, 분명 장난 삼아 거리를 엉망으로 만들 거야.

주민: 아아 무서워. 우리도 이제 끝인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미 동네 사람들은 촌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왔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따스하지 않다. 째려보는 자, 겁먹은 자, 포기하는 자……. 자신들의 앞날을 비관하는 듯한 어두운 분위기가 광장에 감돌고 있었다.

(……어쩌지, 갑자기 불안해졌어. 만약 이게 잘 되지 않는다면 이 거리와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그때, 살짝 살살 볼을 어루어 만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노우: 현자여, 무슨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가.

화이트: 아직 시작도 안 했네. 낙담 하기에는 아직 일러!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 낙심한 얼굴은 실패할 때까지 아껴두는 게 좋다.

화이트: 괜찮을게야.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있어. 그리고 하늘 위에는 든든한 망이 있다.

미스라: 후아암…… 아직도 시작 안 했나요? 이대로 돌아갈까.

브래들리: 금방 들킬거라고. 저 쌍둥이, 짜증날 정도로 눈치가 빠르니까.

오웬: 나는 보고 갈래. 이렇게 재미있는 쇼는 별로 없고.

덩굴이 자라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위해 북쪽의 마법사들에게는 상공으로부터 거리를 지키는 역할을 부탁했다.

스노우: 자, 즐거운 음악제의 시작일세.

화이트: 웃자 웃자!

양쪽에서 볼을 잡혀 덩달아 웃는다.

네……! 고마워요, 둘 다.

라스티카: 모두, 준비는 됐니?


8화

 

무르: 오케이—!

클로에: 완벽해!

샤일록: 언제든지.

라스티카의 구호 소리에 맞춰 서쪽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악기를 준비했다. 예전에서 안뜰에서 정했을 때처럼 무르는 탬버린, 샤일록은 트롬본, 클로에와 라스티카는 트럼펫을 들고 있다.

(……어라? 연주하는 건 라스티카인줄 알았는데……)

저기, 라스티카. 챔발로를 연주 하는 게 아니었나요?

그렇게 묻자 트럼펫을 든 라스티카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연주를 시작했다. 라스티카에 이어 세 명의 악기를 통해서도 경쾌한 음색이 들리기 시작한다. 네 사람의 소리로 이루어진 멜로디가 답답했던 공기를 물리치듯 광장으로 흘러나왔다.

우와…….

(대단해……. 모두 잘 맞춰지고 있어!)

라스티카는 물론 다른 세 사람의 연주도 훌륭했다. 소리가 휘청거리지도, 어긋나지도 않고 네 가지 음이 겹쳐 부드러운 멜로디가 연주되어 간다. 힘들어 보이기는 커녕, 악기를 연주하면서 네 사람은 서로 웃을 여유마저 있었다.

(혹시 네 사람 모두 몰래 연습을……?)

놀라면서 서쪽의 마법사들을 보자, 그들은 연주를 멈추지 않고 이쪽을 향해 윙크를 했다.

스노우: 호오……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선율이군.

화이트: 하지만 이 얼마나 신나는 곡인가.

네 명이 연주하는 건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다. 하지만 듣고만 있어도 선물을 뜯을 때 처럼 참을 수 없이 설레인다. 가만히 있기 아까울 정도로 좋아서, 웃고 싶어서 마음이 뛰었다.

(우와아, 엄청 즐거워……!)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주민: 이 얼마나 기분 좋은 곡인가. 노래를 하고 싶어져.

주민: 좋아, 나도 힘껏 연주하지!

주민: 나, 나도!

어느덧 그들은 악기를 손에 쥐거나, 제각기 노래를 부르거나, 곡에 이끌려 한 명 한 명 음악의 대열에 합류했다.

(라스티카들의 주변에 계속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어……)

뿔뿔이 연주되는 수많은 노랫소리와 악기 소리. 그 모든 것이 서쪽 마법사들의 연주를 기반으로 신기하고 조화로운 멜로디가 되어간다. 인간도 마법사도 상관 없이 뒤섞여 어느덧 광장은 축제 분위기가 되고 있었다.

무르: 아하하! 점점 소리가 커져가네! 귀가 따끔따끔 해지고 있어!

무르: 이왕이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신나게 달아올라 버리자!

무르: '에아뉴 랑블!'

무르가 공중제비를 하면서 주문을 외우더니, 큰 불꽃이 여러 개 올라갔다.

샤일록: 이런, 오늘은 연주에 집중 해야 하는데 나쁜 아이네요. 그렇다면 저도 나쁜 아이 흉내를 내볼까요.

샤일록: '임비벨'

샤일록의 긴 손가락이 원을 그린다. 그러더니 불꽃이 피어나는 타이밍에 맞춰 형형색색의 색종이가 흩날렸다. 하늘이 터진 것처럼 불꽃과 꽃잎 같은 꽃가루가 우리 머리 위로 쏟아진다. 마법사들의 선물을 받은 광장은 음악 소리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모두 즐거운 듯이 웃고 있어……)

이 거리에서 몇 번 봤던 어두운 얼굴이나 체념의 얼굴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진심으로 음악에 도취되어 노래나 연주를 즐기고 있는 미소 뿐이다.

화이트: 자, 현자도 같이 춤 추지 않겠나!

스노우: 즐겁구먼. 마치 온 거리가 노래하는 것 같아.

떠들어대는 쌍둥이에게 이끌리면서 나는 라스티카나 트럼펫 소녀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즐겁고, 밝고, 시끌벅적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

말 그대로의 풍경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다. 분명 이것이야말로 진짜 '음악의 거리' 의 모습일 것이다.

브래들리: 뭐야 저거……. 모두 야단법석이네. 건방진 놈들이군. 덕분에 무럭무럭 덩굴이 뻗어나가고 있어.

브래들리: 너희들, 그쪽은 어때?

미스라: 아직까지는 이상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비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웬: 현자님이 원하시는 대로 덩굴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이 거리, 분명 끝장나겠지.

미스라: 하아. 제 마법으로 덩굴을 불태우면 순식간인데 왜 인간이나 서쪽의 마법사들은 이런 귀찮은 일을 하는 거죠.

오웬: 몰라. 하지만 이 기세라면 정말 온 세상이 덩굴로 뒤덮이는 거 아냐?

브래들리: 하하, 그럴지도!

미스라: ……그건 그렇고, 소란스럽네요. 저 사람들.

오웬: 저 녀석들, 본인의 동네가 망해가는데 울지도 않고 신나게 노래나 하고, 바보 같아. 벌써 덩굴 같은 건 잊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브래들리: 말 되네. 이 나라 사람들은 다 어딘가 이상하니까.

브래들리: ……하지만, 음악의 취미는 나쁘지 않아.

미스라: ……그렇네요.

오웬: …….


9화

 

연주회의 열기는 그로부터 길게 이어졌다. 황혼이 다가오고, 해가 지고, 하늘에 별이 깜짝여도 음악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도 무한히 연주할 수는 없다.

주민: 하아, 하아……. 팔을 못 움직이겠어…….

주민: 나도 이제 목소리가 안 나와.

날이 훤히 밝아올 무렵, 이들의 체력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샤일록: 밤샘에는 익숙해져 있다고는 해도, 이건 조금 힘드네요…….

무르: 이제 지쳤어—!

클로에: 나도 슬슬 안될지도…….

(모두 이제 한계야……. 다리도 손도 떨리고 있어. 맞다, 덩굴의 상태는……!?)

어슴푸레 밝아진 하늘이 밤의 장막을 걷어낸다.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거리의 풍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스노우: ……잘도 여기까지 자랐구나.

밤새도록 음악을 들이마신 덩굴은 무섭게 성장하여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다. 좀 더 굵고 길게 뻗어 거리를 삼키고 있었다.

그런…….

(역시, 잘 안된건가……?)

악연히 무릎을 꿇을 뻔했을 때, 화이트가 내 소매를 세게 잡아당겼다.

화이트: ……현자, 보게나!




고개를 들어보니 집을 뒤덮은 굵은 덩굴에 살짝 금이 간 것이 보인다. 금은 금세 번개처럼 덩굴 전체를 달리다가 산산조각이 났다.

……!

그것이 시작의 신호였다. 큰 소리를 내면서 덩굴이 차례차례 부서진다. 덩굴이 부서지는 그 소리는 마치 와인을 따는 축포처럼, 그리고 음악처럼 새벽 거리에 울려 퍼졌다.

주민: 덩굴이 사라진다!

주민: 됐어……! 성공한거야!

광장에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에 들끓고 있다. 그 안에서 라스티카만이 홀로 덩굴이 사라져가는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라스티카: ……고마워. 안녕.

라스티카가 그렇게 말하자, 덩굴은 아침 햇살에 녹듯이 사라져 갔다.










촌장: 거리를 뒤덮고 있던 모든 덩굴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라스티카: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쪽은 제쪽입니다. 길거리 분들이 연주에 참여해 주신 덕분에 길거리에 음악을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친 사람도 없었고, 모두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거리를 뒤덮었던 덩굴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고, 오늘 아침 음악의 거리는 어제와는 달리 평화로운 거리 그 자체였다. 덩굴이 뻗은 영향으로 일부 건물이 무너져 버렸지만 다른 큰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 거리에 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든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기뻐했다.

촌장: 음악도 이 거리도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끼리 힘을 합쳐 거리의 부흥에 힘 쓰겠습니다. 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와 거리가 원래대로 되면, 다시 음악제를 개최할 생각이에요.

촌장: 그때는 꼭 여러분들도 함께 와주세요. 거국적으로 대환영 하겠습니다!

무르: 아싸—! 이번에야말로 퍼레이드다!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더 바랄 나위 없는 권유에요.

눈가를 적신 촌장님의 힘찬 악수에 라스티카는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그리고 뭔가 눈치챈 듯…….

라스티카: ……이 손의 온기……. 혹시 당신은, 제 신부……?

스노우 / 화이트: 아.

클로에: 잠……!

라, 라스티카. 촌장님을 안에 넣으면 안돼요!

클로에: 아아, 이번에는 괜찮다며 방심하고 있었다…….

무르: 저기, 이 거리에서 다음 음악제가 열리는 건 언제일가? 모레는 어때?

브래들리: 빠르잖아.

오웬: 이만큼이나 떠들어놓고 아직도 모자라?

미스라: 저는 지금부터라도 상관 없어요. 뜨끈뜨끈하고 육즙이 있는 것이 입으로 들어온다면.

샤일록: 후후, 다음의 무대를 천천히 기다리도록 하죠. 그 사이에 우리는 연주 실력을 키워놓을까요. 다음에는 밤새도록 즐겨도 힘이 빠지지 않도록.

소녀: 저, 저기!

느닷없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면 골목길에서 만났던 트럼펫 소녀였다.

소녀: 어제는 도망가서 죄송해요. 초록색 꽃에는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어서 겁이 나서……. 그래도 어떻게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덩굴을 없애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이사하지 않아도 돼!

라스티카: 그거 다행이다. 다시 가족들과 웃는 얼굴로 살 수 있겠네.

소녀: 나, 앞으로 많이 연습해서 더 잘할 테니까, 또 놀러와 줄래?

라스티카: 물론. 그때는 꼭 합주하자.

소녀는 손을 흔들며 가볍게 떠나갔다. 골목길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활짝 갠 하늘 같은 미소를 띄우며.


10화

 

……그런데 어째서 이 거리에서는 애가초가 '재앙을 부르는 저주의 꽃' 이라고 불렸던 걸까요?

무르: 아아, 그거. 아마 인과역전일 거야.

인과역전……?

무르: 그 아저씨, 말했었지! 전쟁 전에 반드시 피며 재앙을 부르는 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반대야. 이 거리는 옛날 음악가들을 모은 음악제로 병사들의 사기를 올렸었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샤일록: ……아아, 그런거였나요. 병사들의 격려를 목적으로 열리는 음악제를 통해 애가초가 자라고, 그것이 남의 눈에 띄어버려 싫어하게 되었다는 말이로군요.

스노우: 재앙을 부르는 게 아니라 재앙을 위해 연주되는 음악을 받고 애가초가 핀 것이군.

무르: 맞아. 원인과 결과가 역전된 거야!

미스라: 결국 인간 때문이잖아요.

샤일록: 예나 지금이나 그 가련한 꽃은 인간의 형편에 의해 휘둘러버려진 것인가…….

클로에: ……왠지 불쌍하네. 애가초는 그저 피고 있었을 뿐인데 오해를 받고 불태워져 버려서……. 거리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마음대로 나쁜 놈 취급 받고 몹쓸 짓을 당한걸까…….

자신이 상처받은 듯 클로에의 얼굴빛이 흐려졌다.

오웬: ……기뻐했던 것 같아.

클로에: 에?

오웬: …….

클로에: 저, 저기. 오웬은 식물과도 이야기 할 수 있어?

오웬: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 덩굴이랄까, 꽃? 어제 하늘에서 봤을 때 그런 느낌이었어. 시끄러웠던 음악이었으니까 기뻐했던 거 아니야?

클로에: ……그런가. 고마워, 오웬.

오웬은 고개를 돌렸다. 그에게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로 마음이 좀 구원된 것 같았다.

라스티카: 어제 광장에서의 연주회는 저희에게도, 꽃에게 있어서도, 거리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멋진 추억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싶어요.

아침 노을이 지나간 거리는 새 하루를 맞은 청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어제가 끝나고 오늘이 시작된다. 긴 전주가 끝나고 아름다운 노래가 시작되는 것처럼.

그러고보니, 라스티카. 어제 연주했던 건 무슨 곡이었나요?

라스티카: 아아, 그건 미완성이지만 현자의 마법사의 퍼레이드에서 연주할 예정인 특별한 곡입니다. 최종적으로는 현자님을 포함한 스물두 분 전원이 연주를 할 수 있는 곡으로 하려고 해요.

저도인가요? 와아, 기뻐요……!

클로에: 전원 연주라니 굉장해! 분명 멋진 퍼레이드가 될 거야.

스노우: 완성이 기대되는구먼!

화이트: 죽을 때까지의 즐거움이 또 하나 늘어나 버렸네!

브래들리: 이미 죽었잖아.

오웬: 악기는 자유롭게 골라도 되지. 저기, 미스라는 그거 써. 죽을 때까지 계속 키는 바이올린.

미스라: 아아, 확실히. 연습하지 않고도 칠 수 있다면 편하고 좋네요.

클로에: 그, 그거 위험하지 않아?

무르: 그러면 악기 대신 대포를 쓰는 건 어때?

미스라: 나쁘지 않네요. 화려하고.

클로에: 그, 그거 위험하지 않아!?

라스티카: 괜찮아. 모두 몰래 준비하면 돼.

(우리가 들어버린 시점에서 별로 비밀은 아니지만, 괜찮은걸까……)

…….

문득 샤일록과 눈이 마주친다. 그는 탈선하는 서쪽의 마법사들을 지켜볼 때와 똑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샤일록: 당신과 함께 현자의 마법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어떤 울림이 될까요. 봐요, 상상만 해도 마음이 춤출 것 같지 않나요?

샤일록: 퍼레이드의 날이 기대되네요, 현자님.

네, 저도요!

샤일록: 후후, 다음번에는 더욱 더 저희다운 찬란하고 열정적인 연주로 기대에 보답하죠.

그때, 바람을 타고 음악이 들려왔다. 한두 개가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떠들어대는 수다처럼 들려온다.

무르: 아, 이 노래!

들려온 것은 어제 광장에서 연주했던 곡이었다. 클라리넷, 트럼펫, 트롬본……. 여러 악기가 연주하는 소리가 난다.

라스티카: 동네 사람들이 연주해 주고 있구나. 아름다워.

이제 이 거리에 초록색 꽃은 피지 않는다. 하지만 애가초가 기뻐했다는, 모두 함께 연주한 이 곡은 사람들의 기억에 뿌리를 내린다. 저주도 재앙도 아닌 내일에 대한 희망과, 거리를 구한 마법사의 축복으로서 소중한 마음의 서랍에 간직되어 간다.

……그럼, 여러분. 슬슬 돌아갈까요.

아름답고 즐거운 꿈 같던 그 곡을 현자의 마법사들 전원이 연주할 때, 이들의 눈에는 어떤 풍경이 비칠까. 그리고 마음의 서랍에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언젠가 그날이 오기를 꿈꾸면서,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는 거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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