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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1 이벤트 스토리

[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 ~남쪽&동쪽~] 1화~5화



창문으로 보이는 큰 나무. 약이 섞인 듯한 신기한 냄새. 피가로의 진료소는 남쪽의 형제에게 있어서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주변에서 기묘한 이변이 일어나…….

——수수방관하다가 큰 나무를 시들게 할 정도라면, 나는 병든 가지를 꺾을거야.


1화


그날 나는 도서관에서 현자의 서를 읽고 있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은 독서에 제격이다. .....하지만 오늘의 도서관은 아까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피가로: 여어, 파우스트잖아. 이렇게 잔뜩 책을 쌓아놓고, 뭔가 조사라도? 여전히 공부에 열심이네.

파우스트: 너와는 상관없어.

피가로: 자자, 나도 수업에 쓸 만한 자료를 찾는 길이야.

(……괘, 괜찮으려나. 이 둘이 같이 있으면 왠지 조마조마해……)

일찍이 파우스트는 혁명군으로 싸울 무렵, 피가로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피가로가 제자인 파우스트로부터 멀어져 갔고, 그 후 파우스트가 화형을 당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좋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파우스트는 피가로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있다.

피가로: 헤에, 시험을 만들고 있구나? 이게 설문 후보?

가시 돋친 태도에도 기죽지 않고, 피가로가 파우스트의 손을 들여다 보았다.

피가로: 과연.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아. 알기 쉽네.

파우스트: 어이, 적당히…….

피가로: 아, 잠깐. 여기 문제, 다른 사례를 본 적이 있어. 옛날에는 이 방법이 제일 좋았지만 요즘에는 이게 더 일반적이야. 나도 지금 이거 쓰고 있어.

파우스트: ……그래? 하지만 이쪽은 몸에 부담이 될 거야.

피가로: 요즘 이 약초와 나무 열매는 숲 속 깊은 곳에서만 구할 수 있게 됐지. 북쪽의 따뜻한 곳이나 동쪽에는 남아있지만, 이 약초를 구할 수 없을 경우 이걸 대용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이 정도면 부작용으로 고생해봐야 며칠 정도.

파우스트: ……여전하군. 치료도 그렇게 엄하게 하고 있는 건가?

피가로: 목숨은 있어야지. ……어라, 이 술식은 나도 시도해 본 적이 있어. 꽤 간략화했네. 잘 됐어?

파우스트: 아아, 긴급시라면 이쪽이 더 편리해. 이 방법을 대체할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피가로: 이러다간 힘 좀 꽤나 쓰겠는 걸. 북쪽의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더 강한 매개체가 필요해.

파우스트: 그런 사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지만……. 역시 이쪽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고마워. 참고가 됐어.

평소보다 조금 더 침착한 어조로 피가로가 파우스트에게 말을 건넸다. 처음에 냉담하게 대했던 파우스트도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고 상담을 계속하고 있다.

(……다행이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훈훈해져가는 분위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던 그때.

히스클리프: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시노: 피가로 있나!

시노, 히스클리프, 레녹스 세 명이 도서관으로 달려왔다. 레녹스의 팔에는 축 늘어진 미틸이 안겨져 있다.

미틸!? 무슨 일인가요?

시노: 우리랑 같이 숲에서 마법 훈련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어.

히스클리프: 저와 시노가 미틸을 업으려고 했더니, 우연히 지나가던 레녹스가 도와줘서…….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이 여기 계신다고 하여 데리고 왔습니다.

미틸이 살짝 눈을 떴다.

미틸: 선생님……?

피가로: 선생님은 여기에 있어.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눈 감아도 돼.

피가로는 용태를 살피듯 미틸의 이마에 손을 댔다.

피가로: ……응. 레노, 내 방까지 옮겨줄래?

레녹스: 알겠습니다.

시노: 피가로, 미틸은 괜찮은건가?

히스클리프: 혹시 계속 상태가 좋지 않았던걸까. 빨리 알아차렸으면 좋았을 텐데........

피가로: 괜찮아. 금방 좋아질 거야. 둘 다, 고마워.

파우스트: 그에게 맡겨 두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나중에 죽이나 만들어서 가져다 주는 게 좋아.

어른들이 달래서 조금 가라앉았는지,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침착해졌다.

시노: 알았어.

히스클리프: 병문안을 겸해서, 이따가 가져갈게요.

시노: 좋아, 히스. 미틸이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맛있는 죽을 만들자고.

시노, 죽을 만들 수 있나요?

시노: 네로가 잘 만들지.

레녹스: 네로가 만드는건가.

히스클리프: 병문안이니까 우리끼리 만들자. 만드는 방법이라면 내가 알려줄게.

시노: 그렇네. 특별하게 강한 죽을 만들어 주지. 기다려라, 미틸.

강한 죽……?

파우스트: 어이, 이상한 거 넣지 말라고……?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미틸의 상태는…….

피가로: 조금 열이 높네. 일시적인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요즘 열심히 훈련했으니 그 피로가 쌓인 거겠지. 미틸, 입을 벌려봐. 피가로 선생님만의 슈가와 약초를 달인 약이야.

미틸: …….

피가로: 어때? 좀 개운해졌어?

미틸: 네……. 조금 편해졌어요. 저, 훈련하고 있었더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피가로: 미틸은 최근에 굉장히 열심히 했으니까. 몸이 조금 깜짝 놀란거야.

미틸: 피가로 선생님, 레노 씨.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폐를 끼쳐버렸네요.

레녹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도 모두 걱정했을 뿐이야.

피가로: 조금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금방 좋아질 거야. 빨리 모두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심 시키자.

미틸: ……왠지 옛날 같네요.

피가로: 옛날?

미틸: 네. 제가 어렸을 때, 항상 이렇게 해주셨잖아요.

레녹스: 어린이는 금방 아프니까. 내가 마을에 있었을 때는 빗자루로 태워 데려가기도 했었지.

피가로: 맞아맞아. 루틸이 맨날 걱정했었지. 보통은 하룻밤이면 회복되는데, 좀처럼 열이 내리지 않을 때도 있어서.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한동안 집에서 돌봤었나.

미틸: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에서 지냈던 거, 저 아직도 기억나요. 진료소의 창문에서 보이는 큰 나무라던지, 약이 섞인 것 같은 냄새라던지……. 아까 약이랑 슈가를 먹었을 때 그때가 생각나서 왠지 그리워져서…….

피가로: 선생님도 생각났어. 진찰하려고 하는데, 미틸이 내 손을 움켜쥔 거. 그때 미틸의 손, 작았었지.

미틸: 에에? 그런가요? 그, 그건 전혀 기억이 안 나요.

피가로: 지금보다 훨씬 아기였으니까.

미틸: 우우…… 조금 부끄러워요.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리케에게는…….

피가로: 아하하, 알겠어. 여기서만 하는 얘기인걸로.

레녹스: 아아, 비밀은 지킬게.

미틸: 에헤헤, 감사합니다.


2화


피가로: 생각해 보면 마법서에서 생활한 지가 꽤 됐네. 둘이서 얘기하니까 나도 좀 그리워졌어. 지금은 의뢰도 별로 없고, 다음에 남쪽 마법사 다 같이 남쪽 나라로 돌아갈까. 저쪽에서 잠시 한가롭게 지내자.

미틸: 에, 하지만……. 저희에게는 현자의 마법사로서의 역할이…….

피가로: 역할이 있기 때문이야. 항상 열심히 하는 만큼 휴식도 잘 취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을 때 만반의 상태로 움직일 수 없게 돼.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써.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마음에 무리를 줘서는 안 돼.

미틸: ……네, 선생님. 알겠어요.

피가로: 착한 아이네. 아직 몸이 나른하지, 조금 쉬어.

미틸: 네…….

레녹스: ……잠든 것 같네요.

피가로: 약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을 테니까. 이번 컨디션 난조는 피로뿐만이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에도 원인이 있는 거겠지. 아마 가벼운 향수병이 몸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야.

레녹스: 그것도 있어서 남쪽 나라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하신 거군요.

피가로: 뭐 그렇지. 지금의 미틸에게는 고향의 공기가 제일 좋은 약이 돼. 본인은 무자각이겠지만, 애착이 가는 땅을 오래 떠나는 건 겉옷을 벗어 던지는 것과 같아. 어쩐지 추운 것 같아서, 가끔 마음이 기침을 하지. 땅의 정령과 깊이 관련된 마법사라면 더욱.

레녹스: 그렇군요……. 어쨌든, 오늘 일은 루틸에게도 나중에 이야기 해두겠습니다.

피가로: ……이런,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레녹스: 누가 루틸에게 미틸의 소식을 알려준걸까요.

피가로: .그럴지도. 여어, 어서와 루틸. 마침 잘 됐다.

루틸: 아, 피가로 선생님.

미틸의 상태는 어떤가요?

피가로: .어라, 현자님? 혹시 네가 루틸에게 알려준거니.

네. 아까 루틸이랑 복도에서 만나서.

나와 루틸의 얼굴을 보며, 피가로가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피가로: .이제 진정했으니까 괜찮아. 금방 좋아질 거야.

레녹스: 지금 피가로 선생님의 약을 먹고 잠들었어요.

루틸: 정말인가요? 다행이다…….

우리는 휴우 하고 숨을 쉬었다. 하지만 볼은 긴장한 채로 좀처럼 웃는 얼굴로 돌아갈 수 없다.

피가로, 사실 상의할 게 있어서…….

피가로: ……느긋하게 지내는 건, 조금 더 맡겨둘까.

뭔가 짐작한 듯 피가로가 우리를 방으로 초대했다.

레녹스: 남쪽 나라에서 이변인가요?

네. 두 분이 도서실을 떠난 후에 조사 의뢰가 왔거든요. 루틸에게는 이미 설명했지만..........

의뢰서에 의하면 최근 남쪽 나라의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반발하고 있는 것 같다. 절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땅에 묘한 구멍이 뚫리면서 피해는 점차 확대되고 부상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중 되어 한시라도 빨리 원인을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피해 상황도 상당히 심각한데, 그 지역이…….

루틸: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 바로 근처인 것 같아요.

피가로 / 레녹스: …….

피가로와 레녹스도 역시 눈을 흘겼다.

레녹스: 진료소 근처에서 지진이……?

피가로: 으——음, 그 근처는 지진 같은 게 일어날 만한 장소는 아닐텐데……. 어쩌면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루틸: 아무튼, 가서 알아봐요.

레녹스: 그렇네. 일단 현장 상황을 좀 확인해보고 싶어.

피가로: 현자님, 출발은 미틸의 회복을 기다리고 나서라도 괜찮아?

물론이에요. 준비도 해야 하고, 미틸의 몸 상태가 만전이 된 후에 조사를 하러 가죠. 그리고, 이번에는 피해 규모가 큰 것 같아서 서포트로 다른 나라의 마법사와 동행을 부탁하려고 하는데…….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어서, 잘 아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파우스트: 피가로, 있나.

피가로: 파우스트? 드문 일이네. 네가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야?

의외라는 시선에 파우스트는 멋쩍은 듯 모자를 내렸다.

파우스트: 미안하군, 아픈 사람이 있을 때.

피가로: 별 일 아니야. 지금은 약 먹고 쉬게 하고 있어.

파우스트: 그래…….

퉁명스러운 대답 속에서 희미하게 안도의 기색이 있었다.

파우스트: 아까 얼핏 들었는데, 남쪽 마법사 앞으로 외뢰가 왔다면서. 만약 일손이 필요하다면 동쪽의 마법사가 동행해도 된다. 그 말을 전하러 왔어.

담담하게 고백한 파우스트는 순간 침대 쪽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기피하기 쉬운 그가 스스로 동행을 자처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틸을 잘 챙겨주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전달 되었다.

피가로: 파우스트…….

레녹스: 파우스트 님…….

루틸: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 뭐, 뭐야. 에워싸지 마. 필요하다면 하라는 얘기지, 일손이 있다면 뭐…….

피가로: 아니, 부디 부탁할게. 고마워, 파우스트. 너희들이 와준다니 정말 든든해.

파우스트: …….

기뻐보이는 피가로에 파우스트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후, 미틸의 회복을 확인하고 조사를 떠나려는 남쪽과 동쪽의 마법사들은 남쪽 탑에 도착했다.

레녹스: 여기부터는 빗자루로 이동해야겠네.

루틸: 저희가 안내해드릴테니 동쪽의 마법사 분들은 따라와 주세요.

네로: 아아, 잘 부탁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로 부탁할게.

파우스트: 그건 그렇고, 의상 때문인지 의사들의 집단으로 보이는군.

진료소에 들어갈거니 환자들이 친숙해지도록 클로에가 챙겨줬어요.

피가로: 착한 아이지. 배려가 세심해.

미틸: 오늘의 의상도 너무 멋있어요. 나중에 클로에 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가야지.

시노: 미틸, 몸은 괜찮나?

히스클리프: 만약 상태가 나빠지면 사양하지 말고 말해줘.

미틸: 감사합니다. 이제 진짜 좋아졌어요. 그때는 두 분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병문안도 와주시고……. 죽, 엄청 맛있었어요!

히스클리프: 천만에.

시노: 흐흥, 그렇지.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약초를 달인 약을 가져왔으니까.

히스클리프: 아, 그거……. 저번에 시험에 나왔던 약이지.

시노: 맞아. 먹으면 피로가 풀린대. 파우스트의 말대로 좌학도 가끔은 도움이 되는군.

루틸: 후후, 미틸에게는 착한 형들이 많이 생겼네.

네로: 저 녀석들, 미틸을 계속 걱정했으니까.

세 사람의 교류를 지켜보던 루틸과 네로는 보호자의 눈빛에 서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젊은 마법사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미틸을 돌보는 모습은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이 치유된다.

피가로: 슬슬 출발할까. 미틸은 페이스 배분을 지켜서 선생님과 함께 가자.

미틸: 네!

레녹스: 현자님은 부디 제 빗자루로.

감사합니다. 부탁드릴게요.

피가로의 진료소가 있는 러셀 호수는 구름 거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빗자루에서 날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마을에 도착했다.


3화







피가로: 자 도착이다. 모두, 수고했어.

여기가 피가로의 진료소…….

커다란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러셀 호수는 호반을 중심으로 한 취락인 것 같다. 피가로의 진료소는 그 호수에 면해 있었다. 소박한 사이는 친근한 분위기가 난다.

미틸: 뭔가 오랜만에 온 것 같네요.

루틸: 요즘은 올 기회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 같아.

그리운 풍경에 둘러싸여 미틸과 루틸은 흐뭇해한다. 레녹스도 마음 탓인지 표정이 부드럽다.

레녹스도 역시 그리운 느낌인가요?

레녹스: 그렇네요. 저도 오랜만이어서.

시노: 호수가 가깝네. 나쁘지 않아.

히스클리프: 예쁜 조망이네. 몸을 돌보기에는 딱 맞는 환경인 것 같아.

미틸: 정말 멋진 곳이죠?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에는 옛날부터 신세를 지고 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피가로 선생님을 의지하고 있거든요.

루틸: 약을 받거나, 상처를 치료받거나, 병의 일을 상담하거나……. 모두에게 있어서 굉장히 든든하고 중요한 장소예요.

피가로: 그렇게 칭찬받으면 부끄러운 걸.

피가로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틸과 루틸은 웃는 얼굴로 가슴을 폈다. 그것은 고향인 구름의 거리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같았다.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안도감에 차 있다.

(미틸과 루틸에게 있어서는 이곳이 또 하나의 집 같은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한 후, 현기증 같은 감각이 엄습했다.

……윽.

시노 / 히스클리프: !?

네로: 우왓?

파우스트: 지진이……!

흔들림은 컸다. 몸서리치는 땅에 몸이 휘둘린다. 갑작스러웠던 탓에 다들 휘청거렸다. 나도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레녹스가 받쳐줬다.

레녹스: 현자님, 잡아주세요.

고, 고마워요……!

흔들림은 곧 진정되었다. 일동 크게 숨을 내쉰다.

루틸 / 미틸: 깜짝 놀랐다……!

시노: 히스, 무사한가!?

히스클리프: 으, 응. 괜찮아……!

파우스트: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는 말은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군.

네로: 도착하자마자 조우하게 될 줄은 몰랐네. 심지어 큰 녀석을.

모두 얼굴이 굳었다. 얘기만 들어도 실제로 체험해 봐야 그 무서움을 아니까. 우리는 몸으로 이변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레녹스: 이 규모의 지진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난다면 상당한 피해가 날 수도 있어.

루틸: 이미 무너진 건물도 있대요. 이대로 지진이 계속된다면 진료소도 무사하지 못할지도…….

미틸: 그런……. 빨리 어떻게든 해야 돼. 더 이상 큰일나기 전에 저희끼리 이변을 멈추도록 해요!

루틸: 응! 모두의 소중한 자리는 우리가 지켜야지.

낯익은 땅이라 그런지 미틸과 루틸은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한편, 피가로가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일어섰는가 하면 신통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

피가로: …….

피가로?

파우스트: ……어이. 이 땅은.

피가로: 파우스트. 일단은 진료소 안에서 향후의 조사의 방침에 대해 상담하고 싶어. 그리고 모처럼 여기까지 와줬으니, 멀리 와준 손님을 조금 환영할 수 있으면 좋겠네.




피가로에게 초대되어 일단 진료소에 방문하기로 했다. 건물은 그다지 넓지 않다. 한정된 공간에 사용된 책상과 의자, 침대와 약장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어느 곳이나 양지바르고 깨끗하다. 약해진 심신에는 분명 상냥한 공간일 것이다.

피가로: 좁은 곳이지만 마음대로 편히 쉬어.

피가로, 차까지 내줘서 고마워요.

히스클리프: 이거, 엄청 좋은 향이네.

피가로: 마음에 들다니 기뻐. 약초를 달인 피로회복의 차야. 모두, 여기까지 이동해서 피곤하지?

네로: 그거야 뭐.

히스클리프: 잘 마시겠습니다.

……쓰…….

시노: 써!!

루틸: 오랜만이네, 피가로 선생님의 쓴 맛.

미틸: 으으……. 이 차, 언제 마셔도 써요.

모두가 고전하는 가운데 파우스트와 레녹스는 묵묵히 차를 들이켰다.

네로: 둘 다 태연하게도 마시네. 안 써?

파우스트: 쓴맛이 나는 차는 익숙하니까.

히스클리프: 레녹스도?

레녹스: 아니, 써.

(쓰구나……)

미틸: 맛은 조금 개성적일 수도 있지만 이 쓴 차, 정말 몸에 좋거든요. 이거 마시고 하룻밤 자면 아주 건강해져요.

루틸: 맞아맞아. 그리고 계속 마시면 이 맛에 이골이 난다고 할까……. 미틸과 함께 차를 마시러 자주 왔었지.

미틸: 네, 그립네요!

피가로: 에, 혹시 둘이 여기 자주 왔던 건 이 차가 목적이었어? 피가로 선생님을 만나러 와줬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쓸쓸하네.

루틸 / 미틸: 아하하, 농담이에요.

미틸: 저는…… 피가로 선생님도, 이 병원도 엄청 좋아해요. 아프거나 다치면 아무래도 불안해지겠죠. 여기는 그걸 괜찮아, 안심해 라고 받아주는 곳이니까. 그래서 장래에는 선생님 진료소에서 약사로 일하면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해서........

피가로: 미틸…….

미틸: 사실 그 공부도 할 겸 진료소에 온 것도 있어요. 아, 물론 피가로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에요!

피가로: 아하하, 고마워. 엄청 기분 좋아졌어. 그럼, 네 책상은 여기에 두는 게 어때?

미틸: 에……? 괘, 괜찮나요? 제가 여기서 일하게 되어도…….

피가로: 물론. 약장이랑 작업대도 옆으로 옮겨야 일이 쉽겠지.

미래를 이야기하며 잔잔하게 웃는 피가로와 미틸의 얼굴에 웃음이 드러난다. 그걸 지켜보는 다른 마법사들의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이 진료소는 남쪽의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장소구나……)

???: 저기, 실례합니다……. 피가로 선생님 계신가요!?

갑자기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진료소의 문이 두드려졌다. 찾아온 것은 젊은 부부로 보이는 남녀. 남성의 팔에는 아기가 안겨져 있다. 두 사람은 피가로의 얼굴을 보자 대놓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아이의 아빠: 다행이다, 있어주셔서……! 여러분이 하늘을 날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혹시나 해서 찾아왔습니다……!

아이의 엄마: 선생님, 제발 이 아이를 진찰해 주세요! 어젯밤부터 계속 울고 우유를 먹여도 토해버려요.

피가로: 정말이다. 힘들게 울고 있네. 자, 안으로 들어와.

부부는 이 근처 마을에서 사는 모양이다. 마을에 의사가 없어 이곳이 가장 가까운 진료소가 된다고 한다.

아이의 아빠: 정말로 하늘의 도움이에요. 피가로가 선생님이 오시다니. 젊은 선생님이 계신 구름 거리의 진료소에 의지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조금 멀어서…….

젊은 선생님? 구름 거리에도 의사가 있나요?

미틸: 네. 젊은 선생님은 클라크 씨를 말씀하시는 거죠?

아이의 엄마: 맞아맞아, 그 분이야. 가끔 피가로 선생님 대신 이 진료소에 와서 진찰해주셔. 그래서 젊은 선생님이 여기 오길 기다릴까, 기다리지 말고 구름의 거리로 갈까 남편과 상의하고 있었는데……. 일단 호수 근처까지 와봤더니 피가로 선생님의 모습이 보여서 부리나케 달려온거야.

피가로: 딱 좋았네. 병은 기다려 주지 않고, 그 아이도 바쁜 몸이라 그렇게 자주 오지는 않을거야.

레녹스: 구름 거리의 환자분께서 많이 의지하시는 것 같네요. 젊은데도 솜씨가 좋다고 평판이 좋아요.

루틸: 역시 피가로 선생님의 제자답네요!

파우스트: ……제자?

시노: 제자라는 건 걔도 마법사인가?

피가로: 아니, 인간이야. 의사가 되고 싶어했으니까, 내가 조금 도와준 것 뿐이지. 자, 그럼…….


4화


침대에 눕혀도 아기는 불이 붙은 것처럼 계속 울고 있다.

피가로: 자 자, 착한 아이지.

피가로가 아기를 달래며 목구멍과 눈빛을 들여다보면서 상태를 살폈다.

피가로: ……응, 어디 앓고 있는 건 아니네.

피가로는 작은 몸에 손을 얹고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흐느끼던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피가로: 조금 나쁜 게 들어간 것 같아. 회복의 마법을 걸었으니 금방 괜찮아질 거야. 오늘 밤 푹 자면 내일 아침 쯤에는 건강해질 걸.

아이의 엄마: 정말인가요!? 아아, 다행이다……!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부부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린다.

아이의 아빠: 선생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며, 저희들…….

피가로: 괜찮아, 쉽게 지지 않는 강한 애야. 그렇지? 아가씨.

아기의 코를 살살 찔렀다. 아기가 순간 웃고 부부도 긴장이 풀렸는지 웃고 있다.

아이의 아빠: 맞다, 피가로 선생님. 일이 안정되면 저희 마을에 들러주세요. 동네의 모두를 모아서 대접하겠습니다.

아이의 엄마: 네, 꼭 대접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고 나서 허리가 아픈 게 나아졌다고 계속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해요.

피가로: 아하하, 고마워. 다음에 천천히 들를게.

왔을 때 불안해 보였던 부부는 이미 환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를 안은 손에도 안도가 느껴진다. 피가로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틸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든든하고, 소중한 곳……)

오늘 뿐만 아니라 부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피가로에게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분명 여기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여기는 모두에게 안심을 주는 중요한 곳이구나……)

부부가 진료소를 떠나고 드디어 자리를 잡았을 때.

피가로: 자 그럼,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자.

루틸: 피가로 선생님, 뭘 하면 되나요?

미틸: 저희들, 뭐든지 할게요!

피가로: 응, 둘에게는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리고 시노랑 히스클리프, 네로랑도. 다섯 명은 우선 이 주변을 날아서 뭔가 눈에 띄는 이변이 없는지 확인해줬으면 해. 그동안 우리도 좀 알아볼테니까.

루틸 / 미틸: 네!

시노 / 네로: 알겠어.

모두, 조심해요.

루틸: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다섯 명이 후다닥 나가고 진료소의 문이 닫힌다. 짐작했다는 듯이 파우스트가 말을 꺼냈다.

파우스트: ……너, 이미 이변의 원인이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에……. 그런 건가요?

피가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피가로: 아마도지만, 이 지진의 원인은 산의 늪이야.

레녹스: ……산의 늪?

피가로: 초목은 물론, 만져지는 건 다 녹여버리는 거추장스러운 늪이지. 남쪽 나라에서 사는 생물에게는 맹독 그 자체야. 거기에 있는 것만으롣 지반이 안정되지 않고 여러가지 재해를 일으켜. 끓여도 구워도 못 막아.

그런 무서운 늪이 있나요……?

피가로: 정확히는 있었다, 이려나. 먼 옛날에 묻었으니까. 개척하기 시작했을 때의 오래된 이야기지만 묻기 전에 산의 늪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이변이 일어났었어.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도 하고, 땅바닥에 갑자기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파우스트: 이번 이변과 거의 비슷하군.

피가로: 아아, 우연의 일치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매립된 늪이 이제 와서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발 밑으로 떨어뜨려 땅 밑바닥에 묻힌 꺼림칙한 늪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그런 위험한 곳에 이 진료소를 지은건가요?

피가로: 설마!

의외라는 듯 피가로가 고개를 크게 흔든다.

피가로: 산의 늪이 있었던 곳은 여기가 아니야. 아주 먼 외딴 마을에서 떨어진 곳이었지. 원래 생물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땅이었지만, 그대로 놔두는 것도 위험하니까. 땅속 깊이 파묻고 봉인했어. 그러니까 지금은 안전하고, 꽤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진료소 주변까지 영향이 끼치지는 않았을 거야.

파우스트: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이변이 일어나고 있어. 짐작 가는 바가 있는 거지.

조금 멋쩍은 듯 피가로가 팔꿈치 뒷면을 긁었다.

피가로: 나에 대한 복수려나.

레녹스: 복수, 인가요.

피가로: 아아, 당시에 사람을 속이거나 마법으로 도둑질을 하는 마음가짐이 나쁜 마법사가 있었지. 돌로 만들어서 늪과 함께 묻었어. 한꺼번에 치워버렸다고나 할까.

피가로의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 말투에는 기죽은 기색도 없다.

(평소에는 소탈해서 잊어버렸을 뻔했지만……)

피가로는 수천 년을 살아온 마법사다. 낙숫물이 목덜미에 떨어진 것처럼 사르르 실감난다.

레녹스: 그럼 이번 이변은 그 마법사가 일으켰다는 건가요.

피가로: 라고 생각해. 방아쇠는 아마 '거대한 재앙' 이겠지. 저 달의 영향으로 마법사가 남긴 원한이 무언가에 깃들어 산의 늪의 정령과 결합된게 아닐까. 약한 만큼 집념이 강한 남자였으니까. 자아 같은 건 벌써 사라졌을 텐데, 나를 찾아 지맥을 기어다니고 이 진료소 지하까지 이동해 온걸거야. 정말이지, 일편단심이네.

그렇게 말하며, 피가로는 주문을 외웠다.

피가로: '폿시데오'

……우왓?

다시 크게 땅이 흔들렸다. 동시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눈앞에 불쑥 나타난다.

(……에? 뭐야……?)

레녹스: 이건…….

갑자기 짐승 울음 같은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 퍼져 무심코 귀를 막았다. 온몸에 감기는 것 같은 불쾌감. 듣기만 해도 기분 나빠. 실제로 들리고 있는 건 아니야. 그런데도 그 소리에서는 강한 원망과 증오가 느껴졌다. 괴로움, 몸부림침……. 뭐든지 빼앗아주겠어, 라고.

피가로: 미안해, 무섭게 해서.

팟, 하고 피가로가 손가락을 울린다. 그러더니 검은 안개도, 원망하는 기색도 꿈같이 사라졌다.

……지금 건…….

파우스트: 아까 느꼈던 저주의 기미는 이거였나…….

레녹스: 파우스트 님, 눈치채고 계셨나요?

파우스트: 어쩐지 불온함을 느끼고 있었던 정도다. 이 남자처럼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던 건 아니야.

파우스트는 흘끗 피가로를 보았다.

파우스트: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해결의 수단도 알고 있겠지.

피가로: 그렇네…….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집념의 대상은 나야. 나와 땅의 유대가 강한 것을 매개로 하면 당장이라도 소멸시킬 수 있어. 즉, 이 진료소다.

에…….


5화


피가로: 지하에 묻혀 있는 산의 늪은 마법사의 저주에 이끌리듯 이동하고 있어. 이 주변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게 그 증거야. 마을이나 마을의 거주 구역에까지 미치면 큰일이다. 더 늦기 전에 손을 쓰는 게 좋아.

레녹스: 그건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리둥절함에 흔들리는 가운데, 레녹스가 무겁게 묻는다.

레녹스: ……그건, 이 진료소를 통째로 없애겠다는 말씀이신가요……?

피가로: 그렇게 되네.

……그런…….

피가로: 이미 곳곳에서 피해가 났어. 꾸물거릴 시간은 없으니까.

파우스트 / 레녹스: …….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료소의 미래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던 따뜻한 실내의 공기가 바짝 식어가는 것 같다. 피가로가 하는 말은 맞을 수도 있다. 이 이상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이변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 풍경을 그립다고 좋아하던 루틸이나, 언젠가 이 자리에서 피가로와 함께 일하고 싶다며 웃는 얼굴로 꿈을 말하던 미틸. 그리고 피가로를 의지해 찾아온 부부의 얼굴. 그들이 피가로의 모습을 보았을 때 가슴을 쓸어내리며 흐느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짧은 체류 중에도 이곳이 둘도 없는 곳이라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런 소중한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다니……)

정말로 괜찮은 걸까. 이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결정해버리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피가로: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마. 진료소를 포기할 뿐이야.

미틸: 기다려 주세요!

루틸: 무슨 말씀이신가요!?

레녹스: 미틸, 루틸.

파우스트: 너희들, 벌써 돌아온건가?

히스클리프: 죄송해요. 시노가 중간에 배고프다고 해서…….

시노: 갑자기 생각난거야. 아직 점심을 안 먹었어.

네로: 그것보다, 지금 한 이야기는 무슨 소리야? 진료소를 포기하다니…….

피가로: 말 그대로야. 진료소는 처분하기로 했어.

미틸: 그런. 어째서…….

피가로: 이변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나도 이 진료소에 애착을 가지고 있고, 추억도 잔뜩 있어. 하지만 이러다가 더 끔찍한 일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거나 슬퍼할 수도 있어.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꼿 필요한 일이야.

미틸: 어, 어떻게든 남길 수는 없나요? 왜냐하면 여기는, 우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추억이 많이 있는데…….

미틸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동요가 느껴졌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피가로가 지극히 차부난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꾸한다.

피가로: 남기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위험도 따르고 손이 많이 가. 여기는 미틸의 휴식도 겸해 와 있는 거고, 의뢰는 빨리 해치우고 싶잖아.

미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의 말을 듣고 미틸은 충격을 받은 듯 부릅떴다. 피가로는 아주 오래 산 마법사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집을 잃는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이 진료소도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얻거나 잃었던 것 중 하나. 하지만 미틸에게는 어릴 적 부터의 추억이 잔뜩 남은 곳으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와 함께 화목하게 지냈던 곳이다. 그런 자리를 갑자기 없애겠다고 하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슬픔과 반발이 느껴졌다.

미틸: 게다가…… 제가 나중에 약사가 되면 여기서 일하게 해주겠다고, 아까…….

피가로: ……미틸. 넌 똑똑하니까 알아줄거지?

미틸: ……몰라요.

몹시 슬픈 듯이 눈썹을 숙이고, 미틸은 고개를 흔들었다.

미틸: 저, 아무것도 몰라요. 알고 싶지 않아요……!

시노 / 히스클리프: 미틸!

루틸: 기다려, 미틸. 죄송해요, 선생님. 진료소에 대한 얘기인데. 하지만 미틸에게도 생각이 있는 것 같아서.

미틸을 따라 세 명이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진료소는 잠시 조용해졌다.

피가로: ……납득할 수 없는 걸까. 역시 남쪽의 젊은 마법사들은 땅에 대한 집착이 있구나.

레녹스: 지금은 당신도 남쪽 마법사잖아요.

레녹스가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던졌다. 한숨을 내쉬는 듯한 태도로 피가로가 천천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레녹스: 저도 미틸과 같은 의견입니다.

레녹스…….

피가로: 뭐야. 레노마저 반대하는 거야?

레녹스: 할 수 있을 만큼은 하고 포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게는 쓸데없는 짓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피가로: 시간이 있다면 낭비나 수고라도 사랑할 수 있지.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다소의 희생은 따르기 마련이야. 수수방관해서 큰 나무를 시들게 할 정도라면, 난 병든 가지를 꺾을 거야.

레녹스: 가지에도 통증이 있습니다. 그 가지에 기대어 날개를 쉬고 있는 아기새들도 있을 거예요. 이런 걸 또 반복하다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전 당신처럼 딱 잘라 말할 수 없어요.

레녹스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반항적이었다.

피가로: 너도 제법 말하는구나.

그에 반해, 피가로가 질린 듯한 임금님같은 입꼬리로 웃었다. 둘 사이에 험악한 기운이 감돈다.

네로: ……저기, 잘 모르겠지만 수단이라고 하는 건 그거 하나 밖에 없어?

네로의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파우스트로 쏠린다. 레녹스는 몸을 파우스트 쪽으로 돌렸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이외에 저주를 물리칠 방법은 없을까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파우스트는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 ……없는 건 아니야. 먼저 산의 늪과 그 마법사를 묻은 현장으로 가서 그 땅을 파내고, 원흉이 된 물건을 찾는다. 피가로가 뭔가 원한이 깃들어 있다고 했는데, 아마 마법사가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이나 마도구가 원인이겠지. 그다지 좋은 물건은 아닐거야. 주물이 된 그걸 찾아내서 잘 정화할 수 있다면, 이변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정말인가요……!?

희망이 보여서 순간 마음이 끓어오른다. 하지만 피가로의 한숨이 그걸 지워버린다.

피가로: 지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산의 늪은 상당히 깊은 지하에 묻었어. 주물을 찾는다면 엄청난 시간과 수고가 들을거야. 그러는 동안에도 저주가 산의 늪을 거느리고 마을로 이동하지 않을 거라는 법도 없어. 보아하니 아마 이틀 정도 남았겠지. 주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고, 애당초 발견되는 걸 보장할 만한 게 어디에도 없어.

레녹스: …….

모두에게 설명하면서도 피가로의 눈은 레녹스 쪽을 바라보고 있다.

(……설마 이 두 사람이 대립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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