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하얀 경치 속을 눈을 밟으며 걷는다. 얼음 숲은 넓고, 소리를 가두는 바람에 몹시 조용하다. 열심히 찾는지 옆으로 걸어가는 화이트의 말수도 적다. 아삭아삭 우리들이 밟은 눈이 울리고 있다.
(그러니까, 꽃을 찾는거지…….)
그럴듯한 꽃은 없을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 아등꽃의 모양이나 색깔을 아무것도 모른다.
저기, 화이트. 야등꽃은…….
화이트: 스노우는 아직도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화이트는 걸음을 멈추고 하얀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어른이 아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어떨까요……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그렇게 대답하자 화이트는 털썩 눈에 쓰러졌다.
화이트?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다가 흠칫했다. 여기는 예전에 얼음 숲에 왔을 때 화이트가 얘기했던 곳이다. 이 숲에서 자기는 스노우에게 살해당했다고.
화이트: 내가 죽은 자가 되어도, 축제는 장소를 바꾸어 똑같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이지.
하늘을 올려다본 채 화이트가 내뱉었다. 그 소리를 눈이 들이마셔 간다. 나는 가슴에 걸리던 말을 과감하게 물어보았다.
……저기, 화이트는 '초저녁 죽은 자의 연회' 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요?
화이트: 호호호, 들켜버렸나.
화이트는 혀를 내밀고 웃었다.
화이트: 함께 태어나 함께 살아온 우리 쌍둥이는 늘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꿈을 꾸어왔다. 하지만, 함께 죽는 것은 실현되지 않았지. 내가 죽고 나서 시곗바늘이 천천히, 우리들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있다. 죽은 나의 시계는 멈춰 있는데, 살아 있는 스노우의 시게는 계속 돌아가고 있는 탓이겠지.
화이트의 작은 손이 눈을 움켜쥐었다.
화이트: 스노우가 강렬하게 축제에 집착하게 된 것은, 내가 죽고 나서부터인가. 그때까지도 사람들이 축제를 한다고 하면 손을 빌려줬지만, 내 목숨을 잃은 이후 더 힘을 쏟게 되었다.
……그건 아마, 화이트를 위해…….
화이트: 그렇지. 나도 알고 있다. 스노우가 축제를 중요히 여기는 것은 나를 생각하여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괴롭구먼. 스노우의 옆에 있는 나는, 진짜가 아닌 그저 처음의 환상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화이트가 눈을 쥔 손을 놓는다.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살랑살랑 바람으로 흩어졌다.
화이트: 스노우의 마력이 약해지면 나는 사라져 버린다. 스노우의 마음이 변해도 사라져 버려. 내 존재를 이어주는 건 언제나 스노우지. 스노우가 원하는 한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있어. 축제 같은 건 하지 않아도 그건 변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스노우는 그걸 믿지 못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
잿빛 하늘에서, 조용한 눈이 떨어진다. 눈은 화이트의 긴 속눈썹에 닿아, 녹지 않고 거기에 머문다. 몇 개, 몇 개, 하얗게 쌓여간다. 마치 매장하듯.
화이트: 하지만, 내가 축제를 하지 않는 제일 큰 이유는 이제 스노우와 같지 않다고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세. 스노우가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축제를 소중히 여길수록 그 축제를 거부하는 자신과의 차이가 부각된다. 스노우와 같은 시간을 새길 수 없는 그 흔들림 없는 사실에 존재하지 않는 심장이 찔리는 느낌이 들어. 그것이…… 그게 무엇보다도 괴롭네.
화이트는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브래들리: 어이,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미스라: 우연이에요. 됐으니까 빨리 꽃이나 찾으세요.
브래들리: 이 녀석, 찾기 귀찮아서 날 따라온거군…….
미스라: 야등꽃이란 건 찾기 힘들죠. 수수하다기보다는 티도 안 나고. 이해할 수 없어요. 쌍둥이도, 저 거리의 무리도. 왜 굳이 애를 쓰면서까지 그런 축제를 하고 싶어하는 건가요? 뭘 해도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데.
브래들리: ……너는 있는 거냐? 죽은 놈을 살려내고 싶다는 생각.
미스라: 있어요. 하지만 소용 없는 거죠. 원한다고 해도 역시 죽은 자는 살아날 수 없고, 무리하게 손을 대면 이쪽이 죽을 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아무리 축제를 해도 의미는 없는 거에요.
브래들리: 그거야 그렇지. 너도 말했잖아, 그건 자기만족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아. 살아남은 놈도 앞을 보고 살려면 가끔 뒤돌아보는 것도 중요해.
미스라: 그런가요, 헤에.
브래들리: 맥빠진 대답이군.
미스라: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몰라서.
브래들리: 뭐, 요컨대 기분의 문제라는 거야. 의미가 있든 없든, 그놈의 마음이 결정하는 거다. 그리고 혹시 죽은 자들의 잔치에 끌려가, 보고 싶은 놈이 돌아올 수도 있잖아?
미스라: 하아, 배 고프네…… 저녁식사는 언제죠.
브래들리: 얘기 좀 들어!
화이트: ……흑, 히끅…….
화이트…….
눈 위에 나뒹군 채 화이트는 어린애처럼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는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지둥 그에게 쌓인 눈을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때, 눈을 틈타 푹신푹신 하얀 것이 떨어졌다.
(……이거, 꽃잎?)
7화
이끌리듯 하늘을 쳐다본다. 머리 위에 빗자루를 탄 오웬의 모습이 있어다. 휴지통에 던지는 것처럼 하얀 꽃을 화이트 위에 뿌리고 있다.
오웬?
오웬은 기가 막힌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오웬: 쌍둥이는 정말 어디까지나 똑같구나. 어제 스노우도 지금의 너처럼 바에서 투덜투덜 울고불고 난리였어.
하얀 꽃에 파묻히면서 화이트는 조심스럽게 눈을 깜빡인다.
화이트: 스노우도, 나랑 똑같이……?
오웬: 하지만 울고 싶은 마음도 알아. 죽은 사람을 맞이하는 축제에, 죽인 쪽이 살해당한 쪽을 데리고 오다니. 애잔하고 비참한 화이트. 스노우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하면 좋을 텐데. 민폐라고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 본인이 전달하기 불편한거야? 그러면 내가 대신 전해줘도 돼.
화이트: ………….
입가를 치켜올리며, 오웬이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오웬: ……아아, 근데 무서운건가? 스노우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너는 금방 지워질 수도 있어. 남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다 스노우 하기 나름. 죽은 너는 이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 해. 정말로 불쌍하네, 화이트.
짓궃은 웃음소리가 하얀 꽃잎과 함께 내려온다. 아래로 떨어지면 눈의 색깔과 동화되어 한순간 잃어버릴 것 같은 부드러운 꽃이다. 이게 야등꽃이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화이트는 눈으로 착각한 꽃잎을 손에 들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화이트: 훗, 아하하. 불쌍한 건 그쪽이 아닌가. 부러운 거지, 내가.
오웬: ……하?
화이트: 죽어서도 스노우는 나를 곁에 둔다. 매년 축제를 빠짐없이 열어 스노우는 결코 나를 잊지 않아. 그대에게도 있나? 그대가 죽어도 그대를 계속 생각하며 잊지 않아 줄 것 같은 상대가.
오웬: ………….
화이트: 정말로 불쌍한 것은 내가 아니다. 그대일세, 오웬.
오웬: 바보잖아. 그런 상대, 난 필요 없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오웬은 대꾸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지고 있다.
화이트: 글쎄, 그건 어떠려나. 그대의 말은 언제나 반대로구나. 욕보이고 부러워하고 시기해 봤자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없어. 그대의 공허는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오웬: 헤에, 설교 해주는구나. 역시 가장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죽인 선생님은 달라. 스노우에게 살해당한 장소에서 스노우와의 유대를 말한 기분이 어때?
화이트도 오웬도 서로 보이지 않는 칼날을 마주하고 있다. 날아다니는 살기로 살갗이 베일 것 같아. 중재에 나설 용기도 나지 않는다.
브래들리: 뭐야, 너희들이냐. 다른 사람 모이게 한 채로 땡땡이 치지 말라고.
미스라: 잠깐 오웬. 설마 벌써 끝낸 건 아니겠죠. 보상은 제 거예요.
브래들리, 미스라…….
순간적으로 살아났다. 둘에게 찬물을 끼얹은 형태로 살벌한 기운이 이제야 풀린다. 묘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브래들리가 의아스러운 듯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브래들리: ……무슨 일 있었냐?
에, 그게…….
화이트: 호호호, 야등꽃을 찾지 않고 휴식하고 있던 것을 오웬에게 들켜버렸네. 잔소리를 듣던 참이었다. 그것보다도 그 쪽은 많이 모아왔구먼. 축제에 필요한 양이 얼마 남지 않았네. 조금만 더 분발일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기를 집어넣고, 화이트는 손뼉을 치며 모두를 작업에 재촉했다.
브래들리: 하아, 아직도 부족한 거냐고.
미스라: 현자님, 꽃을 모으면 저에게 주세요. 승패가 달려있어서.
브래들리: 당당하게 반칙하지 마.
북쪽의 마법사들은 투덜거리며 다시 꽃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갔다.
오웬: …….
떠나려는 순간, 오웬이 화이트를 노려보았다. 건드리면 끊어질 것 같은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가슴이 울렸다.
이윽고 야등꽃들은 충분히 모이고, 우리는 얼음 거리로 돌아왔다. 거리에는 스노우와 서쪽의 마법사들이 기분 좋은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스노우: 돌아온 것 같구먼.
무르: 현자님, 이쪽 이쪽!
라스티카: 어서 오세요. 얼음 숲에서의 산책은 어떠셨나요?
샤일록: 이런, 모두들. 꽃으로 가득 찬 바구니를 세트로 들고 오시다니, 사랑스럽기도 하지.
다 같이 열심히 모아왔어요.
브래들리: 이제 두 번 다시 안 할 거야.
오웬: 미스라, 상이 결국 그 벨이었지? 시험삼아 울려보지 그래?
미스라: 죽어도 안 울릴 거에요. 마그마에 버리고 올까.
화이트: 호호호, 버린다고 해도 벨은 아직 많이 남아있네.
모두들, 저택은 어땠나요?
클로에: 응, 완벽해! 축제 의상은 찾았어!
화이트: 그거 다행이구먼.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네.
샤일록: 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좋은 향기가 나! 라며 무르가 향로가 늘어선 선반에 얼굴을 처박으려고 하거나, 이상한 소리! 라며 이상한 뼈 쪽으로 달려가거나 했던 것 빼고는.
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스노우: 확실히 등꼴이 서늘한 장면도 있었지만..... 의상 찾기는 대성공이었네. 자, 클로에. 옷 갈아입을 시간이다.
클로에: 응.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8화
우왓.
주문에 맞춰 옷차림이 바뀐다. 마법사도 나도, 신비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오웬: ……뭐야, 이 옷.
스노우: 오늘 저녁 축제의 의상일세.
샤일록: 저택에서 찾은 걸 참고해서 클로에가 만들어 준겁니다.
무르: 어때, 멋있지?
미스라: 헤에, 괜찮네요.
브래들리: 나쁘지 않네.
이 짧은 시간에 저희들의 의상까지…… 클로에, 고마워요. 힘들었죠?
화이트: 모두 다 잘 어울리고 보기 좋게 만들어졌다. 그대는 정말로 대단하구나.
라스티카: 네, 그렇습니다. 대단하죠.
브래들리: 왜 너가 득의양양한거야.
클로에: 에헤헤, 모두도 도와줘서 조금도 힘들지 않았어. 그리고 너무 멋있는 의상이라 나도 즐거웠어!
화이트: 고맙네, 클로에. 의상도 축제의 흥을 돋우는 중요한 요소이니.
스노우: 의상도 갖추어지고, 야등꽃도 있다.
화이트: 준비는 끝났네.
스노우 / 화이트: 자, '초저녁 죽은 자의 연회' 를 시작하자.
우리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축제의 무대가 되는 호수로 이동했다.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그 호수는, 혹독한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고 아름다운 수면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해는 지고 주위는 밤에 물들어 완전히 어둡다. 드디어 의식의 시작이다.
화이트: 제대로 잡아줘, 브래들리 쨩.
스노우: 소중하게 다뤄줘, 브래들리 쨩.
브래들리: 시끄럽네, 너무 떠들면 호수에 던져버린다.
스노우 / 화이트: 안돼 안돼!
스노우와 화이트는 이미 그림 속에 들어가 있다. 그림을 안고 있는 역의 브래들리는 잡는 법에 이래저래 주문을 받아 벌써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이다.
클로에: 우리들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되는거지?
샤일록: 오늘 밤은 두 분의 뜻대로 순종하는 손발이 되도록 하죠.
팽팽한 모습의 서쪽 마법사들이 그림 속 쌍둥이를 에워싸고 축제의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그림 속에서 쌍둥이가 지시를 내려 이들이 이에 따라 의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스노우: 부탁하겠네, 그대들.
라스티카: 네, 맡겨주세요.
무르: 부탁 받았다——!
서쪽의 마법사들이 의상 자락을 휘날리며 각자 자기 자리로 날아간다.
자, 모두들. 꽃 받으세요.
바구니에 든 야등꽃을 내밀자, 주민들은 저마자 손에 들고 그것을 호수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초저녁을 밝히는 등불은 랜턴 같다. 그것이 떼를 지어 호수에 뜨는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대단해……. 예쁘네요…….
스노우: 그렇지. 일 년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전망일세.
화이트: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축제는 아직 지금부터일세. 자, 다음은…….
쌍둥이가 축제 지시를 내리려고 할 때, 브래들리의 손에서 그림이 들려온다.
브래들리: 아?
스노우 / 화이트: 뭐지?
놀라는 사이에 쌍둥이의 그림은 무엇에 이끌리듯 쭉쭉 날아간다. 그 앞에는 빗자루 위에서 다리를 꼬는 오웬이 있었다.
오웬: 안녕, 쌍둥이 선생님. 나도 너희에게 협조해 줄게.
오웬은 그대로 그림과 함께 빗자루로 날아가 버렸다.
스노우, 화이트!
브래들리: 무슨 생각하는거야, 저 녀석.
클로에: 오웬을 쫓아가지 않으면 축제를 진행하지 못 하게 되어버려!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든 클로에와 라스티카, 샤일록이 빗자루에 올라 오웬을 뒤쫓는다.
라스티카: 오웬,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을 데리고 어디로 가는거니?
샤일록: 술래잡기를 원하신다면 날을 다시 잡아 주셨으면 합니다만.
클로에: 오웬! 부탁이야! 두 사람을 놔 줘!
오웬: 싫어. 놔주길 바란다면 전력을 다해 봐. 정신 나간 서쪽의 마법사 풍치에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야.
샤일록: '임비벨'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클로에: '스위스피시 보이팅고크!'
세 사람은 쌍둥이의 그림을 되찾으려 하지만 오웬은 비웃듯 그들의 마법을 가볍게 피했다. 그대로 호수 쪽으로 날아간다.
스노우: 오웬, 장난이 심하네!
화이트: 우리를 훔치다니, 무슨 생각인겐가!
오웬: 이대로 둘이 사이좋게 야등꽃과 함께 호수로 보내줄게. 계속 눈에 거슬렸거든. 너희가 죽으면 이제 잘난 척 할 것도 없어.
화이트: 바보 같은 짓을……. 그런 짓을 해도 아무 소용도 없다.
오웬: 하하…… 이건 다 너희들을 위해서야.
오웬: 이런 축제를 열지 않아도, 같이 죽으면 헤어질 일도 없어. 서로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거야. 그 편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잖아? 화이트도 사실 그걸 원하는 거 아니야?
화이트: ……윽…….
9화
스노우: 생사의 여부로 우리가 갈라진다고 생각하지 마라. 죽든 살든 상관없는 일일세. 우리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다른 꿈을 꾸기도 해. 그래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결코 흐려지지 않는다. 우린 계속 함께인게야. 이렇게 화이트가 다가온 행복에,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화이트: 스노우…….
스노우: 앞으로도 화이트와 영원히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과 감사를 담아, 우리는 벌써 몇백 년 동안 '초저녁 죽은 자의 연회' 를 거듭해 왔다. 오웬이여, 그대의 조그만 악의에 굴복할 그런 어설픈 유대가 아닐세. 화이트, 손을!
화이트: 응!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오웬: !? 젠장, 눈속임인가……!
호수 상공에서 눈부신 빛이 튀었다. 직후, 스노우와 화이트의 그림 같은 게 떨어지는 것이 먼발치로 보인다.
스노우: 꺄——! 그랬었지, 호수 위였다!
화이트: 죽어 죽어——! 아니 이미 죽었지만!
스노우 / 화이트: 누가 좀——!
무르: 불렀어?
스노우 / 화이트: 무르!
무르: 캐치 성공!
스노우 / 화이트: ……하아, 살았다…….
무르: 조금만 더 늦었으면 호수에 풍덩이었네! 수영 하고 싶다면 다시 떨어뜨리겠지만?
스노우 / 화이트: 이대로가 좋네!
스노우: 무르, 해냈구먼. 덕분에 살았다.
화이트: 나중에 상을 듬뿍 주마.
무르: 정말로? 그러면 다음에 눈가리개 없이 둘의 저택에 들어가도 돼?
스노우 / 화이트: 그건 아닌걸로.
무르: 유감!
스노우: 그건 그렇고, 오웬에게도 곤란한 일일세.
화이트: 아아, 정말이지. ……하지만, 흥분시킨 원인은 나에게 있네. 아까는 감정적이 되어서 그만 말이 심하게 나와버렸다. 미안하구먼, 오웬.
오웬: ………….
그림에 담긴 쌍둥이와 무르를 남기고 오웬은 연기처럼 훅 사라져 버렸다. 스노우와 화이트가 모두의 품으로 돌아가 축제는 무사히 재개되었다. 호숫가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쌍둥이의 지시에 따라 작은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야등꽃이 비치는 호수 위로 섬뜩한 소리를 내며 불꽃이 튀었다.
스노우 / 화이트: 좋아, 지금일세!
미스라: '아르시무'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미스라들이 주문을 외우자 타오르는 불꽃에 맞춰 꿈틀거리던 야등꽃이 날아올랐다. 풍선떼가 천천히 쏘아진 듯, 빛을 안고 하늘로 올라간다. 그것을 보는 이도 모르게 엄숙한 마음으로 유혹하는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클로에: 와아…….
라스티카: 이거 근사한 걸.
샤일록: 네, 정말로……. 감동 받아버리네요.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 속에서 화이트가 내뱉었다.
화이트: 저것이 잔치의 문일세.
스노우: 이 빛을 표지로, 죽은 자들이 사랑스러운 자들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걸 다 같이 마중하는 것이지.
주위를 살펴보니,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신묘한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낡은 시계나 액세서리, 아이의 구두........ 추억의 물건 같은 것을 제각기 손에 쥐고 있다. 나는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안도하는 듯 한 미소를 떠올렸다.
(……죽은 자가 그리운 자에게 돌아간다…….)
하늘에 떠오르는 불빛. 창백한 달빛을 받고 있는 데도 야등꽃은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다. 저 빛의 수는 담긴 추억의 수다. 상처받은 누구나 소리 없이 소망하고, 기도하고 있다.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생각을 건드린 것 같아, 나는 저절로 기도하듯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웬은 어디로 갔지.)
호수 상공에서 사라진 이후로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나는 모두에게서 떨어져서 오웬을 찾았다. 조금 걷자, 인파에서 떨어진 곳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시큰둥한 얼굴로 축제와 축제를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웬, 여기 있었군요.
오웬: ……뭐야.
아니, 모습이 안 보여서 어디갔나 싶어서…….
오웬: 시끄러워서 떨어져 있었던 거야. 쌍둥이의 집에는 잠입할 수 없고, 꽃 같은 것도 모였고, 시시한 축제에 어울리게 되고. 최악. 오지 않는 편이 좋았어. 이런 곳, 오즈 놈에게 벼락이나 맞는 게 차라리 나아.
오웬은 꺼림칙하게 증오를 늘어놓았다.
그래도 봐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 불꽃놀이도, 야등꽃도!
내가 가리킨 하늘에서 문득 오웬은 시선을 딴데로 돌린다.
오웬: ……화이트의 말대로, 내가 돌이 된 이후로 이런 축제를 해주려는 놈은 어차피 없어.
오웬은 툭 내뱉었다. 불꽃의 빛을 받으며 듣기엔 그 소리가 너무 쓸쓸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렇지 않아요. 오웬이 돌이 된다니,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저는 반드시 야등꽃을 찾을 거에요. '초저녁 죽은 자의 연회' 에서 오웬을 맞이하기 위해.
오웬: 하?
그때, 폭음이 울리면서 고막이 진동했다.
뭐, 뭐야……!?
10화
소리의 정체는 엄청나게 큰 불꽃. 시야에 잡히지 않는 불꽃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쏘아올린 건 미스라였다.
미스라: 저렇게 희미하고 약한 빛으로는 어디를 표시해야할지 모르잖아요? 이 정도는 튀겨야 의미가 있죠.
브래들리: 정말이지, 화려한 놈이네……. 괜찮냐? 저거.
스노우: 좋아좋아!
화이트: 고조될 수 있다면 뭐든지 좋아!
불꽃은 끊어지지 않고 꽝꽝 튀어오른다. 허공을 뚫을 듯 격렬하다 보니, 밤의 어두움도 불안도 어디로 가버릴 것 같다.
역시 미스라는 호쾌하네요…….
우리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서 불꽃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웬이 웃는다.
오웬: 저기, 아까 이야기 말인데. 야등꽃 같은 건 찾지 마. 내가 돌이 됐을 때는, 저것보다 큰 불꽃을 터뜨려 줘.
오웬: 그러면…… 조금은 생각해도 좋아. 너에게로 돌아오는 것도 말이야.
주민: 엄마, 봐 봐! 큰 불꽃이 가득!
주민: 올해의 축제는 매우 화려하네.
주민: 성대해서 좋잖아! 죽은 아들도 분명 웃고 있을 거야.
클로에: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어! 미스라는 무섭지만 역시 대단하네.
샤일록: 이건 저희도 질 수 없겠네요.
라스티카: 멋진 축제를 보여줬어. 답례를 해야지.
무르: 불타올랐다! 우리도 최대한 화려하게 하자!
샤일록: 그렇다면, 얼음의 거리로 돌아가는 죽은 자의 영혼에게, 서쪽의 마법사로부터 경의를 담아.
샤일록: '임비벨'
무르: '에아뉴 랑블!'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서쪽의 마법사들이 노래하듯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미스라와 마을 사람들이 터뜨린 불꽃이 형형색색의 나비로 모습을 바꾸었다. 불꽃이 피어오를 때마다 나비가 태어나 우아하게 날갯짓을 한다. 꽃과 나비의 공연으로 밤하늘은 더욱 빛으로 넘쳤다. 번화가의 네온이나 강렬한 서치라이트와도 달라. 달도 별도 떠 있는데, 대낮처럼 밝아서 눈을 뜬 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스라: ……? 브래들리, 지금 저 불렀나요?
브래들리: 아? 안 불렀어.
미스라: 그런가요. 그럼 기분 탓인가. 불린 것 같았거든요, 옛날에 자주 들었던 그리운 목소리로…….
미스라: ……아하하, 뭐 어찌되든 상관 없나. 만약 지금의 의식으로 당신이 돌아온거라면, 제가 아니라 그 형제에게로 가주세요.
언제까지 있을거야? 라는 오웬에게 쫓겨난 나는, 스노우와 화이트의 곁으로 돌아가려고 호수 주위를 걷고 있었다. 하늘 위는 여전히 쇼처럼 찬란하다. 불꽃놀이는 큰송이의 꽃을 피우고, 요염한 나비들이 춤을 춘다. 사람들은 그것을 올려다본다. 잠깐 돌아온 보고 싶은 사람과 함께 바라보고 있는 걸지도 몰라.
(정말로, 축제가 잘 돼서 다행이야……)
인파 뒤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에서 벗어난 스노우와 화이트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어깨를 나란히하고 축제 풍경을 지켜보고 있다.
스노우: 예쁘구먼.
화이트: 올해는 유난히 호화로운 잔치일세. 모두의 덕분이야.
스노우: 처음에는 어떻게 될까 하고 걱정했지만…….
화이트: 끝이 좋으면 전부 좋은걸세.
미스라에게 지지 않으려고 브래들리도 불꽃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더더욱 밝아지고, 와 하고 호수는 즐거운 목소리로 솟구친다.
스노우: 기억하고 있나, 화이트. 갓 태어난 거리의 갓난아이가 불꽃 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지.
화이트: 아아, 있었다 있었지! 우리가 마법으로 고양이 울음으로 바꾸지 않았는가.
스노우: 그것도 재밌다고 호평을 받았었지.
화이트: 그립구먼, 즐거운 밤이었어.
스노우: 화이트여, 올해도 이렇게 둘이서 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네. 그대는 이 축제를 나와 함께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었지. 그래서 어떻게든 중지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고집을 부려서 미안했네.
스노우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가득하다. 화이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천천히 흔든다.
화이트: 난 알고 있네, 스노우. 어제 그대는 나와 싸운 것을 한탄하며 우리가 같지 못하다는 것에 상처를 받고, 훌쩍훌쩍 울었었지?
스노우: ……! 어떻게 그걸. 미스라인가? 그녀석이 말했나? 정말이지, 입 가벼운 녀석이구먼. 내가 울었던 일은 비밀이라고, 그토록 입막음 했었는데…….
멋쩍은 듯 스노우는 우물쭈물 입을 움직였다.
화이트: ……스노우, 나도 같은 마음이다. 그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나도 스노우와 함께 있고 싶어.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
가냘픈 팔을 뻗고, 화이트는 꼬옥 스노우를 껴안았다. 유달리 큰 불꽃이 솟아올라 두 사람을 비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선악을 수놓는 나비와 불꽃놀이. 그 하늘을 그대로 거꾸로 비추는 호수면은 닦인 거울 같다. 같은 경치를 비추고, 같은 모습으로 보여도, 같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둘은 누구보다도 닮아서 무엇보다도 가까워.
스노우: 우리는 함께일세. 달라도, 똑같지 않아도.
스노우 / 화이트: 계속, 함께야.
스노우와 화이트는 서로 끌어안는 손에 힘을 준다. 죽은 사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그 손에 유품을 쥐고 있었던 것처럼. 산 자는 잃은 누군가를 애도하며 야등꽃에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죽은 자 또한 남겨두고 온 누군가를 생각하며 틀림없이 기도하고 있겠지.
달라도, 똑같지 않아도, 같이 죽지는 못하더라도. 부디 마음은 영원히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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