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魔法使いの約束/2020 이벤트 스토리

[비를 피하는 개구리의 에튀드 ~남쪽&북쪽~] 1화~5화

* 수정 전 스토리입니다

 

 

 

남쪽과 북쪽의 마법사들이 임무로 향한 곳은 비가 그치지 않는 이상한 마을. 레녹스는 그곳에서 옛날, 여행중이었던 마법사를 떠올린다. 비에 떠내려가듯 잃어가는 것, 잃어버린 것들.

오늘 밤, 드디어 기나긴 비가 끝난다.


1화


왠지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네…….

……비라고 하면…….

 

나는 책상 서랍 속에서 개구리 모양의 장식물을 꺼냈다. 낡고 금이 간 자주색 개구리. 정성스럽게 개구리 장식물을 만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립네……. 그게 남쪽 나라의 마법사들과 처음 임무를 나갔던 날이었나.

가만히 책상 위에 올려놓은 개구리 장식물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는다. 창 밖에서는 빗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남쪽 나라 마법사들의 첫 임무가 정해졌을 때, 루틸과 미틸은 소리 높여 기뻐했다.

미틸: 아싸! 저, 열심히 해서 현자님께 도움이 될게요!

루틸: 드디어네요, 현자님. 조금 떨리지만 다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요!

그런 두 사람을 다정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던 건 레녹스였다. 레녹스는 과묵하고 언뜻 보기에 무뚝뚝해 보이지만, 매우 친절하고 잘 돌봐주는 마법사다. 역전의 전사이기도 하다는 그는, 이제 막 현자의 마법사가 된 형제를 늘 지켜주고 있었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이랑 나도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 조심하는거야.

루틸 / 미틸: 네!

힘내세요, 루틸, 미틸! 저도 동행할테니까요!

미틸: 현자님도 지켜드릴게요! 그래서 어떤 임무인가요?

레녹스: 조사야. 남쪽 나라의 황야를 여행한 사람이 이상한 보고를 했어. 황야 안에 비가 그치지 않는 이상한 마을을 봤으니 상황을 조금 봐달라고.

루틸: 비가 그치지 않는 마을……. 비가 그치지 않는다니 큰일이네요. 홍수나 산사태가 일어나게 되어요.

레녹스: 아아. 빨리 조사해서 손을 써야지.

미틸: 저희들의 고향을 지키기 위한 일이군요! 기쁘다! 높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을까요? 학교 친구들도 내 소문을 들으려나?

루틸: 소문으로 알면 섭섭해. 열심히 하고 맹활약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편지를 써 봐. 고향을 위해 노력했어요. 모두에게 칭찬 받고 싶어요, 라고.

미틸: 하지만…… 자랑이라고 생각 되어서 친구들이 싫어하지는 않을까요?

루틸: 열심히 했다고 칭찬받고 싶은 건 자랑이랑 다르니까 괜찮아. 체험을 나누는 건 중요하니까.

미틸: 알겠어요! 친구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힘내야지!

임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임무가 잘됐을 때의 이야기를 말하는 형제들에게 레녹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레녹스: 임무에 나서기 전에 조사 때 유의할 것을 알려줄게. 이따가 내 방으로 와 줘.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요?

레녹스: 물론, 피가로 선생님도 같이……

그때, 등 뒤에서 미스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스라: 안 돼요.

루틸: 왓……! 미스라 씨……!?

미스라: 이야기는 들었어요. 임무 같은 건 그만두세요. 민폐니까.

루틸 / 미틸: 에!?

미스라: 에, 가 아니에요. 루틸도 미틸도 약하니까 그 근처는 어슬렁거리지 마세요.

루틸과 미틸을 내려다보며 미스라는 귀찮다는 듯 쏘아붙였다. 그 대사에는 일단 이유가 있었다. 미스라는 남쪽의 형제를 지켜주겠다고 그들의 어머니 치렛타와 약속한 것이다. 약속을 못 지키면 마법사는 마력을 잃는 것 같아. 그래서 그는 두 사람을 과보호 하고 있는 것이다.

(과보호라고나 할까, 무리한 안전관리라고나 할까…… 루틸들은 불끈하고 있네……)

루틸: 미스라 씨, 걱정해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미스라: 하아, 딱히 안 하는데요.

루틸: 저희도 현자님의 마법사예요. 저희들도 모두와 같이 세계를 지키…… 냐……!

미스라에게 코를 잡혀 루틸은 으깨진 고양이 같은 소리를 냈다. 이어서 미틸의 코도 잡는다.

미틸: 냐……!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미스라: 뭔가 말하려고 했잖아요. 너무해, 미스라 씨 라던가. 아무튼 당신들은 집이나 봐주세요.

미스라는 레녹스를 보고 흥미가 없다는 듯이 내뱉었다.

미스라: 피가로와 당신이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죠. 대충 치우고 오세요.

팔짱을 풀고 레녹스가 안경을 밀어 올렸다. 미스라에게 기압당하지 않고, 그렇다고 분노하는 것도 아니고, 온화하게 반박한다.


2화


레녹스: 두 사람은 임무를 기대하고 있어. 나도 두 사람이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고, 임무에 데려가고 싶어. 미스라가 두 사람을 안전한 장소에 남겨두고 싶은 이유도 알지만…….

미스라: 알고 있다니, 당신들 얘기한건가요? 제 약속에 대해서.

미틸: 얘기하면 안 되나요?

미스라: 당연하죠. 제가 마력을 잃고 기뻐할 마법사가 몇 명이나 되는데.

루틸: 레노 씨는 퍼뜨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레노 씨 몰래 뭔가 할 수가 없어요. 저희는 가족이나 다름 없으니까.

미스라는 눈썹을 치켜들고 레녹스를 쳐다봤다. 그는 한 손을 들고 시선에 응한다.

레녹스: 그런거다.

미스라: 하?

레녹스: 에?

미스라: 그런게 뭔데요?

레녹스: 뭐냐니…… 무간히 발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스라: 그러면 약속해 주세요.

레녹스: 그건 못 해.

미스라: 하아?

레녹스: 어떤 사태가 올지 몰라. 아마 얘기는 안 할거라고 생각해. 두 사람을 데리고 가도 괜찮겠나?

미스라: ……어쩔 수 없네요. 그러면 저도 따라갈게요.

뜻밖의 제안에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녹스: 미스라가?

루틸: 미스라 씨가?

미틸: 남쪽 나라의 임무에 따라와 주신다고요?

미스라: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피가로나 그에게 제 명운을 맡기는 게 좀 불안해서.

레녹스: ……나로는 루틸과 미틸을 지킬 수 없다는 건가?

미스라: 네.

레녹스: …….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그러면 출발 예정이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바로 처리할 테니까요.

미틸: 그러면 저희들도 훈련이 안…… 정말……! 가버렸다…….

일방적으로 말하고 일방적으로 떠나간 미스라의 등을 바라보며 우리는 당황했다.

미스라도 함께 온다니, 괜찮으려나……?

미틸: 저, 어엿한 마법사가 되어서 더욱 활약하고 싶은데…….

루틸: 죄송해요, 레노 씨. 미스라 씨가 실례되는 말을…….

레녹스: 아니…….

미안해 보이는 루틸의 사과에 레녹스는 안경을 밀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그림자를 드리운 눈빛으로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레녹스: ……내가 지키지 못한 사람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피가로: 에? 미스라도 온다고?

미스라도 라니…… 또 누가 오나요?

피가로: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봉상활동을 시키기 위해 브래들리를 데리고 온다고 했어.

그런가요? 이걸로 오웬까지 오면 북쪽 나라의 마법사가 총집합이네요.

피가로: 아하하, 설마. 걔는 남쪽 나라까지 오거나 하지 않겠지. 미스라도 뭐,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있으면 이상한 짓은 안하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지만……. 둘 다 첫 임무를 기대했으니까.

피가로: 괜찮아 괜찮아. 미스라니까 금방 질려서 어디론가 사라질거야.





그리고 임무 당일이 왔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고 해서 클로에가 예쁜 비오는 날의 옷을 만들어 주었다.

(예쁜 레인코트다. 이거라면 흠뻑 젖어도 괜찮을 것 같아……)

 

레녹스: 현자님.

아…… 레녹스. 모두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어요.

레녹스: 제 양을 보지 못하셨나요?

양?

레녹스: 네……. 아침부터 한 마리가 사라졌거든요.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저번에 잘못해서 저녁식사의 재료가 될 뻔해서…….

그 사랑스러운 양이 무언가의 착오로 식탁에 올라와 버리는 것은 확실히 착잡하다. 그때, 양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소리가 났어요. 저쪽에서 들렸으니 가보죠.

레녹스: 네. 죄송합니다, 출발 전에…….

아뇨아뇨!

우리들은 양들의 울음소리를 따라 안뜰 쪽으로 갔다.


3화


안뜰에 이르자 오웬이 양팔에 양을 안고 있었다. 식탁에 올려질까봐 나는 반사적으로 경계한다. 하지만 어딘가 상태가 이상했다.

오웬: 복슬복슬 복슬복슬 따뜻하네.

어색한 손놀림으로 즐거운 듯이 양털을 다듬고 있다. 그 표정은 어딘가 어린아이 같았다.

(이건…… 설마……)

레녹스: 오웬, 그 양은 내 소중한 양이야. 돌려주지 않겠나.

레녹스가 말을 건네자 오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양을 안고 천천히 일어선다. 그대로 나무 그늘에 숨는다.

레녹스: 오웬……?

평소에는 대담무쌍한 오웬이 심약한 듯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레녹스는 의아스럽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마도 액재의 기묘한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거겠지……. 레노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오웬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에 대해서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던데……)

레녹스: 양을 돌려주지 않을래?

오웬: ……싫어…….

레녹스: 짓궃게 굴지 마. 너는 고기보다 단 걸 좋아하잖아.

오웬: 단 거…….

레녹스: 아아.

오웬: 으음…… 단 거 가지고 있어?

레녹스: 아니…… 미안해…….

오웬: …….

레녹스: …….

이상한 눈싸움이 잠시 계속되었다. 레녹스가 먼저 이변을 알아차린다.

레녹스: ……오웬의 상태가 뭔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아…… 그게…… 잘못 먹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기묘한 마법의 열매라던가…….

레녹스: 아아, 과연…….

레녹스는 안경을 밀어올리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에게 말을 걸듯이 쪼그리고 앉는다.

레녹스: 오웬, 그 아이를 데려가고 싶은 장소가 있어. 그 아이의 동료도 함께야.

오웬은 색이 다른 눈동자로 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레녹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녹스: 혼자 내버려 두면 불쌍하잖아. 그 아이를 돌려줘.

오웬: 나는……?

레녹스: 에?

오웬: 나는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 거야?

갑자기 툭, 하고 작은 빗방울이 땅에 떨어졌다. 습기찬 공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자근자근 부드러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은빛 하늘은 조용하고 어둑어둑하다. 레녹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오웬에게 제안했다.

레녹스: 네가 가고 싶다면 데리고 갈게. 어차피 미스라들도 함께야. 어떻게 하고 싶어?

오웬: …….

괜찮나요, 레녹스…….

레녹스: 안될지도 모르지만…… 쌍둥이 선생님과 피가로 선생님도 계시고, 두고 가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압니다.

나는 레녹스를 쳐다보았다. 오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그는 입을 연다. 뚝 떨어진 목소리는 빗소리 같았다.

레녹스: 어떻게 해야 할까.

부드러운 비에 젖어도 춥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았다. 단지, 지면의 색이 변해간다. 오웬이 눈을 깜빡거렸다. 이윽고 뒷머리를 끌리는 걸음으로 양을 안고 나무 그늘에서 나온다. 오웬은 잠자코 레녹스에게 양을 내밀었다. 레녹스는 양을 받아들고 웃는다.

레녹스: 고마워.

오웬: …….

갑자기 오웬이 몸을 돌렸다. 도망치듯 달려나가는 등에, 레녹스가 살짝 소리를 지른다.

레녹스: 같이 가지 않는 건가.

오웬: 안 가.

그 소리는 겁먹은 것 같기도 하고, 장난감을 내던지는 것 같이 들렸다. 비웃는 듯한 냉소의 울림 같기도 했다. 어깨 너머로 일별하는 눈빛은 차갑고 날카롭다. 그것이 아이의 변덕인지, 원래대로 돌아간 탓인지 모르겠다. 오웬의 품에서 돌아온 양은 레녹스의 팔에 안겨 흐뭇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레녹스: 루틸같네.

양이……?

레녹스: 오웬이, 요. 어렸을 때 제 안경을 무서워해서…… 그렇게 경계를 받고 있었습니다.

레녹스의 양을 안는 손놀림은 마치 아이를 안는 것 같았다. 나는 레녹스와 남쪽 형제들 사이에 있는 많고 소중한 추억들을 느꼈다. 얼마 전 그가 미스라를 향한 말을 머리 한구석에 스쳐지나가면서. '나로는 루틸과 미틸을 지킬 수 없다는 건가?' 오웬의 사라진 안뜰을 바라보며 레녹스는 섬뜩해진다.

레녹스: ……비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4화


스노우: 오오, 왔다왔다. 현자, 레녹스여.

화이트: 레녹스가 지각이라니 별일이군. 무슨 일이 있었나?

레녹스: 양이 길을 잃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루틸: 무사히 찾으셨나요?

레녹스: 아아.

미틸: 다행이다!

브래들리: 잘 간직해 둬. 거기쯤 있으면 잡아먹을 거야.

미스라: 네. 양은 음식이니까요.

미틸: 레노 씨의 양은 음식이 아니에요!

엘리베이터 앞은 시끌벅적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그런지 미스라도 브래들리도 얌전하다.

피가로: 그러면 출발할까. 일단은 남쪽 탑까지 가서 아무것도 없는 황야 위를 여럿이서 훨훨 날아갈 건데.

레녹스: 그렇게 따분하게 말하지 않아도.

피가로: 일부러야.

미스라가 귀찮다는 듯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손바닥을 댔다.

미스라: 제가 공간을 연결할게요.

스노우 / 화이트: ——이!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문이 출현했다. 루틸이 감격한 듯 주먹을 불끈 쥔다.

루틸: 이거, 중앙의 사건 때 저도 빠져나갔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대단하네요, 미스라 씨.

미스라: 하아, 빨리 가세요.

루틸: 정말이지, 칭찬 했는데!

눈썹을 치켜올리는 루틸도, 귀찮게 돌보는 미스라도 왠지 즐거운 분위기였다.

브래들리: 편리하지. 빗자루를 타고 하는 긴 여행도 싫지는 않지만. 뭐, 작은 놈은 무리인가.

미틸: 윽…… 저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도 긴 여행 정도는 할 수 있어요. ……해본 적은 없지만…….

브래들리는 히죽 웃으며 미틸의 작은 등을 경쾌하게 두드렸다.

브래들리: 그러면 다음에 피가로한테 데려달라고 해. 너는 나는 법도 나쁘지 않고.

미틸: 정말로!?

브래들리: 아아. ……윽, 잡아당기지 마!

미틸: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그 이야기에 대해서…….

브래들리: 기분 좋으니까 절 칭찬해주세요, 잖아. 이럴 때는 솔직한 게 좋네.

미틸: 아, 아니에요! 저는 마법 공부 중이라서…….

브래들리: 알았어 알았어. 간다, 자.

미틸의 목덜미를 잡고 브래들리가 문 너머로 데려간다. 이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피가로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레녹스를 재촉한다.

피가로: 시끌벅적하고 흐뭇하네. 그럼 갈까, 레노.

레녹스: 네.

그들은 조용히 문을 통과했다. 루틸이랑 미틸이 항상 같이 있으니까 몰랐어. 젊은 마법사들이 없을 때는 피가로도 레녹스도 차분한 것이다.

(……쓸쓸해 보이는 건…… 내 멋대로의 착각인가……)

비 오는 날의 나들이처럼 촉촉한 우울이 가슴 속에 쌓인다.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야. 어린애가 아니니까, 맑지 않으면 절대로 싫다고 떼쓰거나 하지 않아. 하지마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아. 그때, 쌍둥이가 내 손을 잡았다.

스노우: 자, 출발일세! 나와 손을 잡는 게야, 현자여!

화이트: 나랑도 손을 잡아주게나! 같이 나가는 걸세!

네, 네…….

미스라: 빨리 해주세요.

졸린 듯한 눈을 가늘게 뜨며 미스라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웅덩이를 뛰어넘듯이 나는 크게 다리를 벌리고 공간의 문을 빠져나갔다.

 

닿은 남쪽 나라의 황야에는 마른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에 섞여서 물소리가 나. 햇빛에 손을 대면서 브래들리가 비스듬히 앞을 가리켰다.

브래들리: 저기 아니야? 오아시스 처럼 초록색이 보이잖아.

미틸: 정말이다! 하지만 하늘은 맑아요. 비구름 같은 건 안 보이는데.

브래들리: 재밌을 것 같네. 이상한 보물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 가서 알아볼까.

미틸: 잠시만요! 이건 남쪽 나라의 일이에요. 제일 먼저 알아보는 건 제가……

브래들리: 시끄러워. 빠른 쪽이 이기는 거야.

미틸: 치사해요……!

총총걸음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브래들리를, 미틸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으려 한다.

피가로: 이런이런, 괜찮으려나.

레녹스: 브래들리는 잘 돌봐주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괜찮을 겁니다.

미스라: 믿음이 안 가네요. 따라가죠. 자, 가요.

루틸: 잠깐,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 미스라 씨, 우리들에게는 우리들만의 페이스가……

미스라: 하아, 몰라요.

루틸: 정말!

미스라는 루틸을 끌어안듯 제대 없이 하늘을 날았다. 미틸을 따라잡으려 한다.

레녹스: 괜찮을까…….

피가로: 괜찮아. 미스라는 마력을 잃고 싶지 않아하니까 저 형제들은 완벽하게 보호하겠지. 오즈에 버금가는 마력의 소유자가 저 아이들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의 역할은 없네.

피가로의 대사에 나는 놀랐다. 내친 건지 자학인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가벼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묵묵부답인 레녹스의 등을 툭툭 치며 걷기 시작한다.

피가로: 마음 편하게 가자.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은 포기가 빠르시군요.


5화


피가로: 포기? 무엇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어. 전환이 빠르다고 말해줄래?

레녹스: 그러면 전환하는 것이.

피가로: 집착해봤자 소용없어. 전부 빗방울 같은 거야. 머물지 않고 모양을 바꿔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잠깐 손바닥을 만지면 애착도 생기고 감회가 새롭기도 하지만, 그때만의 이야기다. 그냥 그것 뿐이야.

레녹스는 턱을 당기며 웃었다. 짜증나고 빈정거리는 듯한 미소에도, 상냥한 쓴웃음로도 보여 나는 당황했다. 수백 년을 살고 있다는 마법사의 표정은 아직도 모르겠어.

레녹스: 저는 집념이 강한 성격이라서.

피가로: 아아, 그랬었지.

레녹스: 당신이 부럽네요.

피가로: …….

칭찬에 피가로의 눈빛이 둔해졌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눈빛은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어 두렵다. 하지만 끈질긴 권유를 꺼려하듯 부담스럽기도 했다. 레녹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숨을 내쉰다.

레녹스: 걱정 되기 때문에 상태를 보고 오겠습니다. 제가 나설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둘 다 의욕이 넘치고 있으니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요.

피가로: 그렇네.

피가로가 속시원하게 수그리고 레녹스도 시원하게 걷기 시작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레녹스의 뒤를 따라갔다.

레녹스, 저도 같이 갈게요. 저기……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레녹스: 현자님……. 네, 부디.

지금 건…… 싸운 건가요?

레녹스는 난처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레녹스: 싸우지 않았습니다. 피가로 선생님은 위대한 마법사시고, 저는 일개 평범한 마법사니까요…….

…… 그런 건가요? 그러면 다행이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은 포기가 빠른 편이셔서……. 아…… 전환인가. 손을 놓칠 뻔하기 전에 손을 놓아버리는 겁니다. 파우스트 님 때도 아마 그랬던 걸거예요.

파우스트……?

레녹스: 전선을 이탈하게 된 계기의 이야기입니다. 제자로 삼아 귀여워하고 뜻을 이루려고 했더니…… 파우스트 님이 알렉 알렉 거리면서 알렉 님과의 혁명에 열중해 왠지 흥이 식어버렸다고…….

……그거, 파우스트는…….

레녹스: 모르겠네요. 저도 다시 만나고 처음 들어봤습니다. 뭐야 그게, 라며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만…… 피가로 님을 알아가면서 서툰 장난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알아가면서 숨겨진 속마음의 조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오아시스를 닮은 녹색이 가까워지자 주룩주룩 빗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레녹스는 희미하게 한숨을 내쉰다.

레녹스: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귀여워하시던 두 사람도 빗방울 정도라니. 허세든 본심이든, 오래 산 마법사가 보는 세상은 왠지 소리 없는 모래그림 같아요. 보람이 없다, 인가……. 사는 보람만은 어쩔 수 없네. 잃으면 계속 두고 가게되니까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 뒤를 긁적이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도 충분히 오래 산 마법사 같았기 때문에. 황야의 맑은 하늘 아래, 이상한 빗소리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와아……! 뭐야, 여기……!?

오아시스로 보였던 곳은 갑자기 나타난 신기한 공간이었다. 거대한 나무에서 첨벙첨벙 비가 쏟아지고 있다. 그 색은 보라색이나 하늘색, 분홍색을 하고 있었다. 운치 있는 물방앗간이나 다리, 마치 컬러풀한 정원 같다. 나는 떨어진 분홍색 나무를 핥았다.

맛은 특별히 없네요…….

레녹스: ……핥으신 건가요.

아, 안되는 건가요?

레녹스: 독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피가로 선생님이 계셔서 괜찮겠지만.

브래들리: 여, 현자. 레녹스.

브래들리의 목소리가 나서 우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마도구인 장총을 겨누고 나무를 밑에서 찔렀다. 나무는 흔들리고 진동이 전체에 전해지면, 쏴아아아…… 하고 큰 비가 내려온다.

와앗…… 젖었다……. 뭔가요, 이 나무. 비의 나무……?

브래들리: 글쎄. 마도구 아니면 무슨 짓이 아닐까 싶은데.

빗방울에 렌즈를 흐리면서 레녹스는 물끄러미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레녹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브래들리: 진심이냐. 그러고 보니 너,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었지.

레녹스: 루틸이랑 미틸은?

브래들리: 미스라가 데리고 갔어. 두 사람은 보호해 둘 테니까 알아서 조사하래.

보호라니…….

브래들리: 모르겠지만. ……응?

갑자기 브래들리가 눈썹을 찡그렸다. 불가사의한 정원 건너편, 우리가 지나왔던 황야를 응시한다. 뿐만 아니라 장총을 겨누고 한쪽 눈을 감으면서 조준을 맞추거나 빗나갔다.

……왜 그러나요?

브래들리: 이쪽으로 와, 현자. 이 총을 잘 보고 있어.

브래들리가 시키는 대로 나는 장총을 겨누었다. 총신에 있는 조준을 쳐다본다. 그리고 경치를 보는 동안 나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

레녹스: 현자님, 무슨 일이신가요?

황야의 경치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어……. ……이 정원, 움직이고 있어요…….

레녹스: ……움직이고 있어……?

레녹스: ……설마……. 클로로스의 여행하는 샘터…….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