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피가로: 아하하, 그 두 사람에 대해서는 실례가 없도록 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키가 큰 사용인: 또 그런 겸손을. 내일 아침이면 여기로 다시 돌아오시는 거죠?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피가로: 상냥하게 도와줘서 고마워. 블랑셰 공과 부인에게도 안부 전해줘.
피가로: ……응?
샤일록 / 피가로: …….
안경을 쓴 사용인: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피가로: 아, 아니. 별 거 아니야. 수레도 고마워. 잘 먹을게.
피가로: (……숲에서 오웬의 마법의 기운이 느껴져. 그 녀석,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샤일록: ……오웬은 오두막으로 돌아간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의 곳곳에서 마법 같은 기운이…….
피가로: 위험한 기운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혹시 모르니 조금 서둘러 돌아갈까.
미스라의 이야기에 깊은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분명히 그냥 떠오른 생각을 입에 내뱉은 것 뿐일 테고, 가벼운 대화였지만…….
시노: ……나도, 내가 마법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받은 것을 천천히 씹어먹듯이, 시노는 말을 되돌려 주었다.
시노: 마님도 나으리고 상냥하고, 히스도 여러모로 신경 써줬어. 게다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블랑셰에 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분명, 이 숲에서 살지도 못했을 거고……. 히스와 만나기 전에 죽었을지도 모르겠네.
차가운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익은 과일이 떨어지고, 땅에 눌려 으깨졌다.
…….
고요함이 감싸는 숲 속에서,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 듯했다. 마치 시노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한 그의 얼굴이 흐릿하다. 하지만 미스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과일을 씹으며 붉은 꿀을 흘려댔다.
미스라: 그런가요? 그러면 운이 좋았던 거네요.
시노: ……그렇네. 원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고 있었어. 블랑셰에 고용되어 히스를 만나고, 이 숲에서 살아가며…….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옛날에, 이 숲에서 물고기를 만났을 때도…….
사크리피키움: …….
……? 사쿠 쨩, 왜 그래?
뭔가를 찾은 듯이 사쿠 쨩이 내 어깨에 앉은 채로 귀를 확 세운다. 언제부터인가 저녁 하늘의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밤의 어둠에 휩싸인 숲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보인다.
레녹스: ……리케도 히스클리프도 아직 자고 있는 건가. 꽤 추워졌네. 이 사이에 잠시 장작을 따러 다녀오자.
히스클리프: ……. ……으음…….
히스클리프: ……으, 우윽……. ……시노……. 잠깐, 시노……. 가지 마, 기다리라니까 ……!
히스클리프: ……! 하아, 하아……. 지금 건, 꿈……? 여기는…… 시노의 오두막…….
히스클리프: (맞아……. 모두 함께 낚시를 하고, 숲에서 놀고, 캠프를 설치하고……. 오두막으로 돌아온 뒤, 잠들어 버린 건가?)
히스클리프: (……싫은 꿈이었어. 시노가 빛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숲 속 깊은 곳에 가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꿈. 그런데 시노는 어디있지……? 현자님도…….)
히스클리프: ……! 벌써 밤이 되었어……. 시노……. 시노?
히스클리프: ……없어……! 시노!
히스클리프: (오늘 밤은 달이 없으니까 평소보다 어두워…….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히스클리프: 시노……! 근처에 있어!?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히스클리프: 어라……? 어째서……. 시노의 기운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게다가 이 기운은 뭐지? 평소와는 달라. 알 수 없는 기운이 숲에 가득 차있어. 어딘가 기억이 날 것 같은…….
히스클리프: ……비늘……. 낮에 본 별을 남기는 물고기의 비늘에서 느낀 것과 똑같아……. 설마……!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히스클리프: ……아, 안 되겠어. 어째서……. 시노…….
히스클리프: (……내 목소리가 밤의 숲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마치, 언젠가의 밤처럼.)
히스클리프: (시노를 찾아야 하는데……. 찾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시노가 ……!)
오웬: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오웬!
오웬: 경비견도 안 데리고 있고, 뭐하고 있는 거야? 밤의 숲에 혼자 있으면 짐승에게 잡아먹힐지도 몰…….
히스클리프: 오웬!!
오웬: 시끄러워……. 뭐야? 갑자기 달려와서. 큰 소리도 부르지 않아도 들리니까.
히스클리프: 시노가 없어! 어디로 갔는지 몰라!? 게다가…… 숲에서 낯선 기운이 느껴져. 그것에 방해받듯이 시노의 기운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원래라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마음도 차분하지 못해서, 마력이 불안정해서…….
오웬: ……시노는 몰라. 현자님과 미스라와 같이 있는 거 아니야?
히스클리프: 미스라가…….
오웬: 무슨 일이 생기면 미스라가 어떻게든 하겠지. 이상한 짓을 하면 피가로가 시끄러울 테니까.
히스클리프: ……그렇구나……. 하지만 나, 가지 않으면 안 돼……. 시노를 찾으러…….
오웬: 하하……. 불쌍하게도. 창백해지고, 숨도 얕아지고. 그렇게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 시노 뿐만이 아니라 너도 물고기에게 끌려갈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저기, 부탁이야. 오웬……. 시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
오웬: 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니, 불쌍한 귀공자님. 시노를 놓친 것이 정말로 무서워? 그러면 부끄럽게 기어다니며 부탁…….
히스클리프: ……알았어.
오웬: ……하? 잠깐만. 진흙에 무릎 대지 마. 그 정도까지 하라고 한 적 없……. ……뭔가 이 장면, 내가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히스클리프: …….
오웬: 그만해. 울 것 같은 얼굴이나 하고선…….
오웬: ……. ……하아…….
히스클리프: …….
오웬: …….
오웬 / 히스클리프: …….
오웬: 뭐야, 입이나 다물고. 이제 좀 머리가 식었어?
히스클리프: 응. 미안, 폐를 끼쳐서 …….
오웬: 끼쳐도 돼. 우선 내일 아침 식사는 디저트 풀코스로 할까.
히스클리프: ……응…….
히스클리프: ……저기, 오웬……. 왜 오늘은 우리를 따라와 줬어?
오웬: 네가 오라고 했잖아.
히스클리프: 그, 그렇긴 하지만……. 평소에는 의뢰와 임무를 부탁해도 쉽게 협조해주지 않으니까.
오웬: 네 얼굴이 재밌었으니까.
히스클리프: 얼굴……?
오웬: 아까의 꼴사나운 얼굴도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마법관에서 시노가 사후 세계로 끌려갈 뻔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얼굴이.
오웬: 시노를 숲 속에서 놓치면 어떡하지. 예전에는 우연히 살아남았을지도 모르지만, 두 번째는 없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겠지. 그래서 나를 부르고 기운을 차렸다. 아까도 그랬잖아. 신뢰해서가 아니라, 쓸 수 있는 건 뭐든지 쓰고 싶었던 거야.
히스클리프: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히스클리프: ……오웬이 말했던 것, 과연 사실일까. 별을 남기는 물고기가 지금도 시노를 찾고 있고, 데려가려고 한다는 거.
오웬: 그걸 확인하러 온 거잖아.
히스클리프: ……그렇네. …….
오웬: …….
히스클리프: 오웬, 나……. 그날 밤에 꿈을 꿨어. 옛날에, 숲에 별을 남기는 물고기가 찾아온 밤에. 시노와 헤어지는 꿈이었어.
오웬: …….
히스클리프: 잠에서 깨어나고,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어…….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한밤중에 성을 빠져나갔지. 밤의 숲은 어둡고, 무섭고, 불안했어. 하지만 그것보다, 시노가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이 더 무서웠어.
히스클리프: 그래서 숲 속에서 별빛에 빛인 시노의 붉은 눈동자가 보였을 때…… 안심하고 울어버렸던 기억이 나. 어두운 하늘에 밝은 별 하나를 찾은 기분이었어.
오웬: ……흐응. 그러면 그날 밤에는 네가 물고기를 방해한 거네.
히스클리프: 에……?
오웬: 별을 남기는 물고기는 외로움과 죽음의 기운에 이끌려 찾아오지. 조용하고 환상적이며, 아름다운 풍경에 둘러싸여 시노는 혼자 죽을 운명이었는데…….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도련님이 납치당할 뻔한 시노를 찾으며 시끄럽게 달려오니까. 물고기들도 실망한 거 아니야?
히스클리프: …….
7화
어둠 속을 떠다니던 것은 신비한 생물이었다. 조그맣게 불빛이 켜지는 듯이, 나무 시야를 가로질러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게 혹시…….
시노: 별을 남기는 물고기……?
미스라: 네, 꽤 깔끔하게 나왔네요. 어느새 밤이 되었네.
별을 남기는 물고기는 이름 그대로 반짝이는 비늘을 온 몸에 두르고 있었다. 날개옷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워 보이는 지느러미가 헤엄칠 때마다 우아하게 흔들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둥글게 돌아가서 숲쪽으로 향할 줄 알았는데 다시 이쪽으로 돌아온다. 마치 초대받은 듯이.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건가?)
죽음과 외로움의 기운에 이끌려 영혼을 데려가는 정령.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져서, 무심코 숨을 죽였다. 시노도 희미하게 경계하며 한 걸음 물러선다.

미스라: 겁이 많네.
미스라: 당신들도 저도 아무도 안 데려갈 거예요. 자, 이쪽.
시노: 아, 어이……!
몸을 굳힌 우리를 옆에서 바라보며, 미스라가 시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힘차게 숲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시노 / 아키라: ……!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한 그곳은, 낮에 모두가 한 번 방문했던 그 장소였다. 하지만 풍경은 전혀 다르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엄청난 수의 반짝임…… 물고기들의 무리였다. 마치 숲 전체를 거대한 수조에 넣은 드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다.
미스라: 눈부실 정도네요.
시노: …….
시노도 잠시 숨을 삼켰다. 무리를 올려다보는 표정은, 놀라움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미소로 변해간다.
시노: 이거야……. 이 풍경이었어! 역시 물고기는 있었어. 내가 본 건 꿈이 아니었어……!
시노는 목소리를 높이며 물고기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불꽃놀이를 올려다보는 순수한 아이처럼, 기쁨을 드러내며 눈을 반짝이고 있다. 걱정 없는 옆모습에, 한 번도 본 적 없을 터인 어린 시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의 시노도 이렇게 순수하게 기뻐했을까? 이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자신의 영혼을 데려가려고 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신비롭고 아름다운 밤의 숲에 넋을 잃으며 저승으로 손을 잡고 가는 아이. 그 풍경의 그림자는 너무나도 허무하고, 쓸쓸하며, 가슴이 아팠다. 그러던 중 시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딘가 밝은 목소리로 눈부시게, 눈을 가늘게 뜨며.
시노: ……이 녀석들이 죽음으로 이끄는 물고기라는 것을 알 것 같아. 그 밤에 봤던 풍경도, 그 정도로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
시노…….
시노: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했고, 좋은 경험도 했어. 그래서 맞이하는 사람이 온 걸지도 몰라. 그러니 괜찮다고 생각했어. 최악의 일만 계속하고, 그다지 좋은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신이라는 녀석이 있다면 이제는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해도 어쩔 수 없지. 마지막에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다니, 멋진 녀석이라고까지 생각했어.
시노: 하지만…….
빛의 꼬리를 끌며 헤엄치는 물고기들에게 이끌리듯, 시노가 손을 뻗었다. 아름답게 흔들리는 꼬리 지느러미에 손을 대며,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갑자기 손을 멈췄다. 하늘에 올려진 채로 자신의 손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치유되지 않는 오래된 상처를 확인하듯, 우울하게.
시노: ……그때,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면. 이 녀석들에게, 데려가졌다면.
시노: 나는…….
히스클리프: 시노!
그때,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밝은 금빛 머리카락이 달려왔다.
시노: 히스…….
오웬: 아, 찾았다. 잘 됐네, 히스클리프. 이제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않아도 되겠어.
오웬……!
미스라: 당신, 돌아왔나요?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나요.
오웬: 농땡이.
히스클리프: 윽, 하……. 시노…….
시노: ……뭐야, 드디어 일어난 건가.
시노가 한 번 코를 툭툭 울리듯이 킁킁거렸다. 그건 부끄러움을 가리듯이, 아까 잠시 흐려진 얼굴을 속이는 것 같기도 했다.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숨이 차오르는 히스클리프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시노: 그렇게 서둘러서 오다니 무슨 일이야. 일어났을 때 내가 없어서 외로웠나?
히스클리프: 하아……. 외롭다, 라고나 할까……. 멋대로 사라지지 마! 항상 걱정만 끼치고. 몸에 별다른 증상은 없어? 물고기에 뭔가 당했다든가…….
시노: 보다시피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지.
시노: 그것보다 봐, 히스. 별을 남기는 물고기 무리야! 그날 내가 본 풍경과 똑같아. 드디어 너에게 보여줄 수 있겠어. 꿈도 환상도 아니었지?
시노는 자신만만하게 흔들리며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가리켰다. 맑은 하늘처럼 웃는 시노를 보며, 히스클리프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쉬며 힘이 빠진 듯이 웃었다.
히스클리프: 정말이지……. 나는 그럴 여유도 없었는데. 컨디션도 좋다니까.
히스클리프: ……하지만, 그렇네. 정말 아름다워.
나란히 서 있는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모두와 함께 숲을 올려다보았다. 꿈같은 풍경 속에서, 소년들의 순수한 눈빛 또한 반짝거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감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때 시노가 바랐던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그 안에서 나무에 기대고 있는 오웬의 주변에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더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오웬: 어이, 방해되잖아. 달라붙지 말라고.
……물고기들이 오웬을 좋아하는 걸까요?
시노: 대인기네. 먹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미스라: 심장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심장 박동도 들리지 않으니, 죽음의 기운을 가늠하기도 어렵고.
시노: 과연. 얼굴도 마치 죽은 사람처럼 하얗고.
히스클리프: 어이, 불안한 말 하지 마.
(오웬, 수족관 사육사처럼 보이네. 먹이를 들고 수조에 들어가서 무리에 둘러싸이는…….)
샤일록: 아아, 역시 여기였군요.
레녹스: 다행이다. 모두 모였구나.
새로운 발소리가 들려 얼굴을 돌린다. 숲속에서 나타난 것은 성으로 향한 샤일록과 피가로. 그리고 집을 지키고 있던 레녹스와 리케였다.

피가로: 오웬. 너, 숲에서 뭐하고 있었어?
피가로: 여기에 오는 동안에도 숲의 곳곳에서 희미하게 네 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중간부터 물고기가 나와서 기운이 섞이는 바람에, 잘 따라가지 못했지만……. 오두막을 떠난 사이에 무슨 장난이라도 친 거 아니야?
오웬: 딱히 아무것도? 숲이 불편하니까 마법 정도는 쓸 수도 있잖아.
피가로: 정말일까……. 평소 행실이 나쁘니까, 신뢰가 없다고. 너.
오웬: 너무하네. 그것보다 아이 돌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어. 자, 선생님들에게 돌아가.
히스클리프: 와앗……!
시노: 히스에게 거칠게 굴지 마. 게다가 네가 나를 돌본 기억은 없어.
오웬: 너 대신에 네 도련님을 돌봐준 거야. 같은 거잖아.
시노: 엄청난 영예잖아. 오히려 감사……. ……우왓, 뭐야?
그때, 작은 물고기가 한 마리 시노의 옆에 다가왔다. 소매 안으로 들어가려 하거나, 손발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도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그 행동은 어딘가 친근하고,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노: 너, 혹시……? 그날 길을 잃었던 작은 물고기인가?
아, 이 아이……! 잘 보면 비늘이 깨져있지 않나요?
히스클리프: 확실히 오른쪽 부분이……. 아니, 왼쪽인가?
리케: 잠시 가만히 있어 주세요! 움직이면 잘 안 보여서…….
미스라: 콰직.
에? 움켜쥐었어……!?
샤일록: 아, 팔딱팔딱거리고 있네요…….
피가로: 미스라. 잡을 거라면 조금 더 부드럽게 해.
미스라: 하아……. 이 정도로요?
레녹스: ……정말이다. 작고 보기 힘들지만, 꼬리 지느러미 근처가 한 장 빠져 있어.
시노: ……네 비늘이었구나. 좋아. 움직이지 마.
시노가 가슴 속의 비늘을 꺼내 보여주자 물고기는 그것에 이끌리듯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깨진 부분에 비늘을 대면 퍼즐처럼 딱 맞게 끼워진다. 비늘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8화
리케: 기뻐하는 것 같아요!
샤일록: 역시 이걸 찾으러 숲을 헤매고 있었던 것 같군요.
미스라: 봐요, 제가 말한대로였죠.
오웬: 우연일 거야.
피가로: 부주의한 정령도 있구나.
레녹스: 어쨌든, 이걸로 한시름 놓였네.
히스클리프: ……다행이다…….
우선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놓았다. 비늘을 돌려받은 물고기는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듯이 작게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다.
리케: ……이 물고기들은 언제까지 헤엄칠까요? 별의 밤에 나타난다면, 새벽이 밝을 때까지인가?
피가로: 아니, 별이 가장 밝게 보이는 한밤중에 하늘로 돌아가. 그때 무리가 모여 나선형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지. 가까이서 보면 큰 해류 같은 느낌이라 꽤 볼 만한 가치가 있어.
시노: ……아아, 알고 있어.
이를 꽉 물듯이 고개를 끄덕인 시노가, 히스클리프를 되돌아본다.
시노: 히스, 그것도 같이 보자. 이 기회에. 괜찮지?
히스클리프: ……응, 물론.
피가로: 그러면 물고기들을 우리가 있는 곳까지 데려가볼까. 캠프 준비도 열심히 했으니까. 오웬, 물고기를 이끌어줘.
오웬: 왜 나야?
샤일록: 물고기들에게 대인기인 것 같아서요. 인기 비결이 뭔가요?
오웬: 죽는 순간이라면 인기가 많아지겠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싶다면 내가 해줄 수도 있는데.
샤일록: 어머, 무서워라. 그런데 방금 성에서 야식을 잔뜩 가져왔거든요. 오두막에 두고 왔는데, 그걸 우선 먹고 싶어서. 오웬도 드시겠나요? 디저트도 있었어요.
오웬: ……먹을래.
오웬이 걸어나가자 물고기들은 바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뿜는 은은한 빛 아래, 피가로들이 성에서 구해온 물건들을 모두 함께 신나게 진열한다. 목재 테이블에 진열된 것은 알록달록한 가벼운 식사와 과일에 구운 과자, 따뜻한 수프도 있다. 풍부한 야식은 긴 밤의 좋은 동반자다. 그걸 안주로 삼아 푹신한 담요에몸을 감싸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빛을 발하는 물고기들이 바로 위를 헤엄쳐 나간다.
별이 흐르는 해저에서, 점점 깊어져가는 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레녹스: 리케, 차를 끓였는데 마실래? 졸음이 달아날 거야.
리케: 감사합니다, 레녹스. 후후, 평소라면 잘 잘 수 있게 코코아나 차를 줬을 텐데. 오늘은 상황이 반대네요.
레녹스: 확실히 그렇네. 리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까, 보통은 이미 자고 있을 시간이잖아. 졸리지는 않아?
리케: 아까 잔뜩 잤으니까 괜찮아요!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레녹스가 졸리면 제가 깨워드릴게요.
레녹스: 하하, 그거 안심이네. 의지하고 있을게.
미스라: 오웬, 견과류 먹을래요?
오웬: 필요 없어. 나는 크림 파이를 먹고 있으니까.
미스라: 아까 시노와 현자님과 여러 가지 따왔어요. 크림 파이에 올려드릴게요. 빨간 것과 파란…….
오웬: 필요 없다고. 사람 말 좀 들어라.
미스라: 괜찮나요? 꽤 달콤한 열매인데.
오웬: 그래? 두 개 전부?
미스라: 한쪽은 독이 있대요. 저리는 느낌이 들 때 바로 토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웬: ……어느 쪽인데?
미스라: 글쎄요. 먹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샤일록: 받으시죠.
피가로: 미인에게 받는 술은 기쁘네. 그러면 보답으로 나도.

샤일록: 감사합니다. 그러면…….
피가로: ……하아, 맛있네. 역시 블랑셰 가문이 준비한 만큼이야.
샤일록: 네. 정말 고급스러운 맛이군요. 입 안에 퍼지는 고급 과일주도, 눈앞에 퍼진 이 풍경도……. 달이 없는 밤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길을 잃은 사람이 별을 보며 방향을 보는 것처럼 이끌리게 되죠.
피가로: ……그렇네. 외로운 죽음의 순간은 마치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겠지. 그 앞에 있는 것이 위안이나 구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마……. 미숙한 영혼은 어슬렁거릴 뿐이며, 자신이 죽음의 가장조리에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까.
피가로: 그런 아이가 혼자서 끌려가버리는 건 가혹한 이야기야.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네.
샤일록: 네…… 그렇네요.
풍성한 야식을 먹은 뒤, 시노와 히스클리프에게 초대받아 오두막 옆을 흐르는 시냇가를 산책한다. 사쿠 쨩도 휘날리듯 날아다니며 내 옆을 따라왔다. 마찬가지로, 방금 비늘을 되찾은 물고기 한 마리가 시노를 따라다니고 있다.
히스클리프: 저 물고기, 완전히 시노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네.
시노: 아아. 내가 잃어버린 걸 찾아줬으니까, 감사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이 아이는 다른 물고기보다 두 배 정도 작죠. 아직 아이일까요? 아니, 정령에게는 아이라는 개념이 없나……?
시노: 글쎄. 하지만 꽤 귀여운 녀석이야.
물고기는 시노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나서 강가 쪽으로 헤엄쳐 나간다. 마치 놀자고 말하는 듯이, 시노를 향해 반대편 시냇가에서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움직였다.
시노: 여기로 오라고 초대하고 있는 건가? 좋아, 기다리고 있으라고.
히스클리프: ……윽, 시노!
시노: 우왓!?
물고기에 이끌려 뛰어넘으려던 시노의 팔을, 히스클리프가 재빨리 잡았다. 그대로 두 사람 모두 시냇가의 가장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시노, 히스클리프!
시노 / 히스클리프: 푸하…….
시냇가는 미스라의 다리로 한 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고, 발목 정도의 깊이 밖에 없었다.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물웅덩이에 넘어진 것처럼 흠뻑 젖었다.
……괜찮나요?
시노: 얕은 물이라서 괜찮아. 히스, 갑자기 왜 그래?
히스클리프: 미안해……. 이미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시노가 물고기를 따라가는 것이 무서워서…….
시노: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히스를 두고 갈 리가 없잖아.
시노는 그렇게 말하며 시냇가 위를 떠다니는 물고기를 바라본다.
시노: ……이게 어떤 녀석인지 예전의 나는 몰랐지만, 이 녀석들이 모여서 하늘로 올라가며 회전하는 소용돌이 속까지 함께 나아간다면…… 뭔가,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히스클리프: ……무섭지는 않았어?
시노: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 하지만 그 녀석들을 따라가면…… 히스를 다시 만날 수 없잖아.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보여줄 수 없고, 같이 노는 것도, 옆에 서는 것도……. 너를 지키는 것도 하지 못 해. 전부, 중단되는 거야.
시노: 그렇게 생각했더니 발이 멈췄어. 가고 싶지 않다고, 여기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그때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서웠던 걸지도 몰라. 네 곁에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복잡한 감정에 당황하듯이, 시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히스클리프의 긴 손가락이 그의 앞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털어낸다.
히스클리프: 시노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돌아와줘서, 지금 이곳에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 밤에 조금이라도 나를 떠올려 준 것이 …… 나는 기뻐.
시노: ……응…….
갈 길을 헤매는 붉은 빛이 히스클리프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고개를 숙인 시노를 바라보며, 히스클리프가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히스클리프: 저기, 시노. 이거…….
시노: ……편지…….
그것은 타입캡슐에 들어 있던 편지였다. 수호 마법을 걸었던 건지, 히스클리프는 젖어 잇는데도 편지에는 물방울 하나 붙지 않았다.
시노: …….
시노는 그것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깜짝 놀라듯 움직임이 멈춘다. 시노의 손은 진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진홍색 눈동자가 바람에 흔들리듯 떨리고 있다. 아까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닿으려고 뻗은 손을 집어넣었을 때와 같은 눈빛이었다. 무언가에 휘둘리고 흔들리며, 방황하고 혼란스러워 어느 쪽에도 갈 수 없는 채 서있다.
히스클리프가 굳어버린 시노의 손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고, 그대로 편지를 열었다.
히스클리프: 아까 몰래 내 편지를 봤었어. 그리고 떠올린 거야. 우리 둘이서, 편지에 소원을 적었잖아. 내 소원은, '언제나, 시노와 친구로 있을 수 있기를' 였어.
히스클리프: 시노의 편지는 내가 대신 썼었지. 그때의 시노는 아직 글자를 제대로 못 썼으니까.
9화
히스클리프: ……시노. 예전의 너는, 무슨 소원을 바랐어?
시노: …….
시노: '언제나, 히스 도련님의 옆에 있을 수 있기를' …….
편지를 바라보는 시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린 시노: 아, 아까 그 작은 녀석이다. 뭐야? 나를 소용돌이 속으로 유인하고 있는 건가?
어린 시노: ……아니, 나는 그쪽으로 가지 않아. 너, 혼자가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동료에게 돌아가라고. 나도 돌아갈 곳이 ……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으니까.
어린 시노: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헤어지자. 한 번만 더 지느러미를 만지고…….)
어린 시노: (……아, 내 손이 진흙으로 더러워졌어. 만지면 저 녀석도 더러워질 거야.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어린 시노: 아…….
어린 시노: (……사라졌다. 히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린 시노: (내가 돌아갈 곳은…… 내가 나를 위해 정비한 숲속의 작은 오두막. ……돌아가고 싶은 곳은, 히스 도련님의 옆. 그런 걸 순간적으로 생각하다니……. 히스도, 마님도, 나으리도, 모두 상냥하니까 이런 나라도 받아줄지도 몰라.)
어린 시노: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울릴까?
어린 시노: (아름답고 상냥하며, 따뜻한 해바라기 같은 사람들. 분명 나는 어울리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 뿐. 하지만…….)
어린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시노의 어깨가 떨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고통스럽게 목소리를 억누른다.
시노: 내가 블랑셰에게 주워진 건 정말로 운이 좋았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고 생각했어. 이 가문을 위해 죽는 것이 나의 바람이야. 그 소원이 중간에 막히더라도…… 내 행운이 전부 떨어진 거라고.
말을 이어가던 시노가 코를 훌쩍였다. 끊어진 목소리는 쉰 것 같았다. 시노의 눈동자가 흔들리면 눈가에 작은 눈물이 고여간다. 시노가 히스클리프를 똑바로 바라본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게.
시노: 너와는 서로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었지. 나는 목숨을 걸고 히스를 지킬 거야. 그 마음은 과거도 지금도 변하지 않아.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임무를 완수할 때……. 누가 히스를 지키지?
눈을 깜빡임과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래 속눈썹을 적시고, 볼을 타고 흐른다.
시노: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히스를 지키는 건 싫어. 나 외에 다른 사람이 히스의 수행자가 되는 미래는 보고 싶지 않아. 이기적이라는 것도, 모순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럼에도 나는…….
시노: ……언제나, 너의 곁에 있고 싶어…….
'언제나 히스 도련님의 곁에 있을 수 있기를'. 시노는 언젠가의 소원이 적힌 편지를 꼭 쥐고, 숨을 헐떡였다.
히스클리프: 시노…….
눈물 섞인 목소리로 뱉어낸 시노의 말은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처럼 솔직했다. 히스클리프는 은은하게 놀라움을 내비친 뒤, 표정을 굳혔다. 본심을 드러낸 어린 시절의 친구에게 응답하려고, 정중하고 성실하게 말을 엮어 나간다.
히스클리프: 나도 같은 마음이야. 네가 혼자서 죽을 것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나도 너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
히스클리프: 그렇게, 약속했잖아?
시노: ……윽……. ……응…….
히스클리프: 나도 강해질 테니까, 시노도 자신을 소중히 여겨줘. 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 있어주기 위해.
시노: ……. ……그건, 명령인가?
히스클리프: ……그래. 그리고, 나의 소원이야.
히스클리프: 시노. 나를 두고 죽지 마. 배신하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위엄이 넘치는 어조와 달리, 부끄러워하며 말하는 그 얼굴은 맑고 화사했다. 불안해 보이던 푸른 눈동자는 이제 당당하고 단호하게 빛나며, 눈앞에 있는 시노만을 한결같이 비추고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길을 잃은 아이를 비추는, 믿음직한 일등성처럼.
시노: 하, 하하……. 도련님의 명령이래. 저기, 현자도 들었어? 들었지?
증인을 찾듯이, 시노가 나를 바라보았다. 젖은 눈가를 가늘게 뜨고, 코가 막히고 눈물이 섞인 목소리를 기쁘게 튀게 한다.
네, 들었어요. 확실하게 이 귀로. 잘 됐네요, 시노!
시노: 아아…….
히스클리프: 시노, 답은?
시노: ……말, 씀하신. 대로…….
시노는 대답하려고 했지만 흐느낌에 방해받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댐을 뚫린 듯이, 흐느끼듯 큰 눈물이 넘쳐흐른다.
히스클리프: 정말이지, 울지 마. 현자님도 보고 계시잖아.
시노: 시끄러워……. 멋대로 나오는 거라고.
히스클리프: 그때는 내가 울고 있었는데.
히스클리프는 부드럽게 웃으며, 시노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닦아내지 못한 한 줄기가 시노의 윤곽을 따라 시냇가의 물에 떨어진다. 팟, 하고 튀어오른 물방울은 시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듯이 확실하게 물의 표면으로 퍼져 나간다.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의 사이를, 몇 마리의 물고기들이 흔들리며 헤엄쳐 스쳐 지나간다.
주변을 떠다니던 물고기들이 어느새 시냇물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천천히 소용돌이치며 나선형 해류를 만들듯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
내가 목소리를 흘림과 동시에, 눈가가 붉어진 채로 시노가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시노: 히스, 저거……!
오웬: 별이 더욱 밝아졌네. 슬슬 시간인 것 같아.
소리도 없이 오웬이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숲에 흩어져 있던 물고기들이 동료들엑 끌려 점점 시냇가에 모여든다.
오웬: …….뭐야. 나는 안 갈 거야. 안타깝게도 나는 죽음에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거든. 자, 빨리 가버려.
오웬이 데리고 있던 물고기들도 한 마리씩, 또 한 마리씩 떨어져 나간다. 무리는 점차 커지고, 나선형의 줄은 더욱 부풀어 퍼져 나간다. 점점 강렬해지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은 곧 눈앞에서 펼쳐질 세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예감하게 했다.
히스클리프: 대단해……. 해류와 토네이도가 생겨나는 것 같아…….
히스클리프도 기대의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무리의 선두가 하늘을 향하고, 드디어라는 순간에.
오웬: '쿠레 메미니'
그 순간, 어두운 베일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검은 막이 하늘을 뒤덮는다.
시노 / 히스클리프 / 아키라: 아……!?
그것은 순식간에 일대를 뒤덮어 별하늘을 가려버렸다. 광활한 숲을 완전히 감싸는 거대한 막은, 하늘로 돌아가려던 물고기들의 행방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다.
시노: 뭐하는 거야, 오웬! 이렇게 하면 물고기가 하늘로 돌아갈 수 없잖아. 설마 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오웬: 당연하지. 그냥 따라와서 애 돌보기만 하고 집에 가는 건 싫어. 실망하고 낙담하고, 불쾌한 표정 하나는 보여줘야…….
그렇게 말하며 시노의 얼굴에 눈길을 두던 오웬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시노는 깜짝 놀라며 남은 눈물을 닦았지만, 오웬은 나쁜 미소를 지었다.
오웬: 히스클리프가 괴롭히기라도 했어?
히스클리프: 에.
시노: 아니, 아니야. 이건…….
시노가 등을 돌리려는 얼굴을 억지로 잡고, 오웬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오웬: 헤에? 항상 건방지지만 그런 표정도 할 수 있구나. 귀여운 점도 있잖아. 물놀이를 하며 울다니, 역시 아직 어린 아이네.
시노: ……이거 놔……!
오웬: '쿠레 메미니'
오웬이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운다. 그러더니 머리 위에서 차가운 것이 스며시 떨어졌다.
히스클리프: 이건…….
비……?
리케: 무슨 일인가요?
레녹스: 갑자기 별이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오웬의 마법인가요?
이상 현상을 알아차린 다른 마법사들도 모여들었다. 샤일록과 피가로는 역시라는 표정으로 오웬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일록: 역시, 당신의 장난이었나요.
피가로: 암막의 결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거짓말이나 하고,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어? 게다가 비까지 내리게 하다니. 이것 좀 봐. 날씨가 갑자기 변하고 별이 숨겨져서인지, 물고기들이 당황하고 있잖아.
행로를 잃은 물고기의 무리들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당황한 듯 흩어져 주변을 떠돌고 있다.

오웬: 하하, 좋은 풍경이네.
돌아온 물고기들을 몸에 두른 채, 별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웬은 웃음소리를 냈다.
오웬: 하늘도, 숲도, 모두가 울고 있는 것 같잖아.
오웬이 내린 비는 오웬 자신도. 그 외에도 구분 없이 쏟아져 우리를 적셔간다. 그 덕분에 나중에 온 마법사들은 시노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10화
피가로: 이런이런……. 뭐, 이 녀석이 얌전히 있을 리도 없고.
미스라: 좋지 않나요? 마침 물놀이를 하고 싶은 기분이었거든요. 경치도 나쁘지 않고, 음식도 있고, 대화 상대도 있고……. 매일 이런 밤이라면, 지루하지 않겠네요.
오웬: ……또 하나, 나에게 빚을 졌네.
얇게 웃는 오웬이 시노와 히스클리프의 귀에 속삭였다. 두 사람이 함께 눈을 크게 뜨고, 히스클리프는 미소를 짓고, 시노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히스클리프: ……응. 고마워, 오웬.
시노: 역시 이런 녀석은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일단, 감사 인사는 해둘게.
물고기들은 당황한 듯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다. 좌우로 헤매면서도, 반짝이는 꼬리 지느러미를 흔들며 밤의 숲을 헤엄치는 모습은 열대어처럼 우아하고 윤기있다.
레녹스: 하늘은 결계에 가려졌는데……. 이 물고기들은 돌아갈 수 있을까요?
피가로: 아침이 찾아오고 진짜 별이 보이지 않게 되면 사라질 거야. 가장 볼 만한 풍경은 미뤄졌지만.
리케: 하지만 밤에는 남아주는 거죠? 이제 돌아가 버리는 건가 하고 조금 외로웠으니…….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건 기뻐요.
리케가 조용히 손을 뻗으면 흥미를 보인 물고기들 몇 마리가 다가온다.
리케: 아하하, 간지러워.
미스라: 어라……. 왜 여기로 다가오는 건가요? 오웬이라면 저쪽이에요. 저희는 심장이 있고, 죽음에도 가깝지 않거든요. 틀리지 마세요.
혹시 저희들의 의상의 반짝임을 별빛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히스클리프: 그럴지도요…….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오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모여든 물고기들은 우리의 손발에 순수하게 장난을 치고 있다. 선명하게 반짝이는 비늘과 지느러미는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며, 별과 교감하고 있는 것 같다.
샤일록: 물고기들과 옷의 눈부신 빛이 결계의 검은 베일에 반사되어……. 마치 이 일대가 별빛으로 뒤덮인 것 같군요. 별이 보이는 비 내리는 날도, 멋진 것이네요.
레녹스: 아아……. 마치, 그 비가 내리던 정원 같아.
히스클리프: 시노가 말했던 풍경을 볼 수 없었던 건 아쉽지만……. 이건, 오늘만 볼 수 있는 것이니까.
비와 물고기의 반짝임이 어우러진 풍경에 매료되어, 히스클리프는 감탄의 숨을 내쉰다. 그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눈물처럼 눈가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시노는 살짝 미소 지었다.

시노: 너도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나와 똑같아.
히스클리프: 똑같다니…….
시노: 아아. 그날 밤에, 울면서 나를 찾아왔었잖아. 히스의 눈물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그 밤에는 유난히 눈부셨고, 반짝반짝 빛나고, 한층 더 아름다웠어. 마치, 별이 빛나는 것처럼.
시노: 그걸 또 볼 수 있다면, 하늘에 별이 없어도 괜찮을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아하하, 뭐야 그게.

히스클리프: ……있잖아, 시노.
히스클리프: 그날, 숲 속에서 너를 발견했을 때……. 내가 너를 다시 데려온 걸지도 몰라.
시노: ……히스가, 나를?
히스클리프: 맞아. 나와 네가 같은 소원을 빌었던 것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이 함께라면, 고독을 느끼지 않으니까. 어둡고 무섭고, 매우 불안했지만, 시노를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야.
비의 눈물로 볼을 적신 소년들은 이마를 맞대고 웃었다. 밤의 어둠과 닮은 시노의 머리와, 별빛의 색의 히스클리프의 머리카락이 뒤섞인다. 그것은 마치, 작은 별하늘처럼 보였다.
곧, 숲에 새벽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늘의 가장자리가 천천히 밝아지고, 오웬의 결계가 얇아진다. 마법의 비도 점점 약해졌다.
히스클리프: 아, 물고기들이…….
주변을 떠돌던 물고기들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한 마리, 또 한 마리가 숲을 떠나 하늘을 향해 헤엄쳐 나간다. 빛을 잃어가고 있는 별하늘과 하나가 되듯이, 밤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로 사라져 가는 투명한 물고기들. 그 무리 안에는, 시노에게 비늘을 돌려받은 작은 물고기의 모습도 있었다. 인도하듯이, 한 마리의 작은 새를 이끌고 간다.
시노: 저 녀석, 둥지에 남아 있었던……!
그것은, 낮에 시노가 들여다본 둥지에 남아 있었던 약한 새였다. 힘없이 울고 있었지만 지금은 날개를 활짝 펴고, 새벽 숲을 날아다니며 작은 물고기와 놀고 있다. 가볍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분명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별을 남기는 물고기가, 저 새의 영혼을 데려가고 있는 거야.)
피가로: 물고기들은 별의 인도 아래 고독과 죽음의 기운에 이끌려 찾아오지. 수많은 영혼과 마음이, 맞물려도 이상하지 않아.
샤일록: 네……. 시노를 데려가려던 작은 물고기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옛날 어느 세계에서, 혼자서 사망한 누군가의 영혼이었을지도 모르죠.
시노: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야.
시노는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무리를 올려다보았다. 다른 마법사들도 조용히, 비에 젖은 얼굴을 들어 올리며 떠나는 물고기들을 배웅했다. 아름다운 꿈의 끝처럼, 밤도 별도 허무하게 멀어져 간다. 그리고 숲에 아침 햇살이 비칠 때…… 무리의 마지막 줄에서 헤엄치고 있던 작은 물고기와 작은 새의 모습도, 녹아 사라지는 듯했다.
우리는 숲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성으로 돌아가 잠시 쉬었다가 점심 전쯤에 마법관으로 돌아왔다.
미스라: 후아암……. 슬슬 졸린데. 현자님.
네, 이제 방으로 갈게요.
……어라? 좋은 냄새가 나네.
리케: 주방에서 나는 것 같아요.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었고,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파우스트: 어서 와.
네로: 수고했어.
시노: 파우스트. 네로.
히스클리프: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들도 돌아오셨군요.
샤일록: 먼 거리에서의 임무,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요.
네로: 일찍 정리했지.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의 일정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파우스트: 자리를 비워서 미안하군. 큰일은 아니었나?
피가로: 응. 별 거 아니었어. 작은 조사로 끝났고. 그렇지, 둘 다.
히스클리프: 네.
시노: 아아, 쉬운 일이었어.
파우스트 / 네로: ……그래.
두 사람의 상쾌한 얼굴을 보니 파우스트도 네로도 깊게 묻지 않았다.
네로: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선생하고 밥을 만들고 있었거든. 블랑셰 성에서 이미 먹고 왔으려나.
파우스트: 지금은 배에 들어가지 않겠지. 바구니에 담아 두었으니 배가 조금 고플 때마다 한 입씩 먹어줘.
네로: 시노와 히스도, 그걸로 괜찮아?
네로와 파우스트는 신경 쓰면서 그렇게 말해줬지만, 모두 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확실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이른 점심이라고 생각하면 배에 여유는 있다.
시노 / 히스클리프: 지금 먹자.
오웬: 나도.
리케: 으음……! 역시 네로의 오믈렛은 정말 맛있어요!
네로: 하하, 고마워. 뭐야, 잘 먹을 수 있네.
하아, 이 수프……. 편안함을 주는 맛이에요.
샤일록: 네. 블랑셰의 환대도 멋진 것이었지만…… 익숙한 장소에서 천천히 맛보는 것은 역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군요.
레녹스: 이 커피, 파우스트 님이 직접 내려주신 건가요? 향이 좋네요.
파우스트: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너희들도 너무 무리해서 먹지 마. 뭐든 적당히.
미스라: 우적우적.
오웬: 우적우적.
피가로: 너희들, 아침에도 그렇게 팬케이크와 스테이크를 많이 먹었으면서 잘도 먹네.
오웬: 디저트 배는 별개야.
미스라: 별개예요.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에 잠시 눈 좀 붙여야지.
네로: 자, 코코트. 뜨거울 때 바로 먹어.
히스클리프: 와아, 맛있어 보여……!
파우스트: 레몬 파이는 식후로 괜찮나?
시노: 아니, 오웬에게 뺏기면 안 돼. 먼저 잘라줘. 내 몫은 큰 걸로.
파우스트와 네로는 왠지 평소보다 더 활기차게 시노와 히스클리프를 돌봤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친숙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은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어릴 적 두 사람이 썼던 편지를 떠올린다.
먼 날에 그들이 바랐던 대로, 그리고 지금도 바라는 대로.
(부디, 시노와 히스클리프의 우정이 오래 이어지기를……..)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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