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法使いの家シリーズ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September 16, 2024
9月18日(水) 18:00よりイベント「散花奏でる涙のオブリガート」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オズ・カイン・ラスティカのカードが新登場🧙♀️
――僕が、お教えしましょう。
喪失を。
愛を。#まほやく pic.twitter.com/IR0Df4bTwc
1월 8일 18:00부터 「떨어진 꽃을 연주하는 눈물의 오블리가토」 를 개최예정! 가챠에는 SSR 오즈・카인・라스티카의 카드가 새롭게 등장🧙♀️
탄광의 건을 계기로 한층 더 북적임을 보여주는 마법사의 집. 라스티카에게 날아온 것은 결혼기념일의 연주 의뢰. 하지만 마법사들을 맞이한 것은…… 괴물로 변해버린 부인의 모습.
……제가 알려드리죠. 상실을. 사랑을.
1화
드러몬드: 빈센트 님. 마법사의 집에 관한 보고가 있습니다.
빈센트: 이야기는 이미 듣고 있다. 현자의 마법사가 신문의 기사에 실렸더군.
드러몬드: 네. '탄광의 구세주가 나타남' 이라고, 실로 눈길을 끄는 표제로 ……! 그 기사가 계기가 되어 더 많은 주민들이 마법사의 집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상태로 지지를 확산시켜가면 마법 조사단의 설립도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빈센트: 그렇게 쉽지는 않다. 중앙의 국민이 마법 조사단을 환영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거라고는 할 수 없는 것.
드러몬드: 라고 말씀하신다면…….
빈센트: 권력의 집중을 경계하며 누구나 눈을 번뜩이고 있다. 특히 중앙의 나라가 마법관을 소유하는 것에 난색을 표해온 이웃나라……. 서쪽 나라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기분 좋게 화창한 날. 마법사의 집에는 인간들과의 교류의 일환으로 라스티카의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쳄발로를 우아하게 연주하는 그와 거기서 나오는 화려한 음색을, 많은 관객들이 둘러싸고 있다.
하아……. 역시 라스티카의 연주는 멋지네요.
히스클리프: 네, 정말로요.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고나 할까…….
피가로: 생각해보면 라스티카의 라이브 연주라니, 터무니없이 사치스러운 일이지.
카인: 말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 다들 집중하면서 듣고 있는 거겠지.
라스티카는 현자의 마법사이자 고명한 음악가이다. 그의 연주는 감싸득 부드럽고, 때로는 격렬하고, 열정적이다. 꿈을 꾸는 듯한 음색에 우리도 관객도 사쿠 쨩도 모인 모두가 심취하면서 듣고 있었다. 여러 곡이 선보이며 큰 박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쉬움 속에 연주회는 막을 내렸다.
고상해 보이는 여인: 정말 멋졌어! 마법사의 집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오길 잘했네.
햇볕에 탄 청년: 오늘은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또 들려줘!
라스티카: 물론. 기꺼이 선보이도록 하죠. 또 여러분과 만날 날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라스티카, 수고했어요. 정말 멋진 연주회였어요!
라스티카: 감사합니다. 현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카인: 너는 항상 최고지만 오늘도 유난히 좋았어. 특히 마지막게 좋았네.
히스클리프: 처음 듣는 멜로디였는데 굉장히 가볍고 신나는 곡이었어.
라스티카: 정말이니? 마음에 들었다니 기쁘네. 연주회가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흥이 오른 기분 그대로 즉흥적으로 연주해봤어.
카인 / 히스클리프: 에.
피가로: 그 자리에서 만들었다는 거야? 감으로?
라스티카: 네. 감으로.
모두들, 엄청 신나하고 있었어요. 역시 라스티카.
눈치채고보니 관객은 전부 돌아간 것 같다. 흥분과 웅성거림의 여운도 조금씩 사라져 남은 것은 우리뿐. 그때, 현관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손님의 기척이 사쿠 쨩이 귀를 쫑긋 세운다.
???: 저……. 여기에 오면 도움을 주신다고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만…….
조심스럽게 들어온 것은, 앞치마 드레스의 소녀였다. 나이는 히스클리프와 비슷한 정도. 맑은 녹색 눈동자와 곱게 땋은 검은 머리의 조합이 청초한 분위기다.
현자의 마법사에게 의뢰 상담인가요?
말을 걸자 불안해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조금은 안도의 빛을 내비쳤다.
졔이다: 아…… 네. 현자의 마법사로 라스티카 페르치 님이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꼭 그 분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나으리를 대신해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라스티카: 이런. 지명을 받다니 영광이네.
졔이다: 에……? 그럼 당신이…….
라스티카: 라스티카 페르치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새잎빛 눈동자의 아가씨.
졔이다: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졔이다 플린트라고 합니다.
그녀는 조금 당황하며 긴 치맛자락을 잡고 작게 인사를 했다. 들어보니 졔이다 씨는 서쪽 나라의 저택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으리는 로이드 르메르라는 서쪽 나라의 귀족이라고 한다.
졔이다: 로이드 님은 대단한 애처가로, 르메르 령에서는 매년 결혼 기념일에 축제가 열립니다. 흐뭇하고 화려한 축제로…… 덕분에 두 분의 화목함을 영지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죠.
카인: 헤에, 대단하네. 영지가 통째로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는 건가.
피가로: 금실 좋은 부부구나.
졔이다: 네. 정말 사이 좋은 부부시죠. 하지만…….
졔이다 씨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카인: ……졔이다?
무슨 일 있나요?
그녀는 얼마간 머뭇거리다가 닫았던 입을 몹시 무겁게 벌렸다.
졔이다: ……실은, 몇 달 전에……. 불행하게도 마님은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어…….
……그렇군요…….
히스클리프: …….
졔이다 씨의 얼굴에 깊은 시름이 스친다.
졔이다: 올해는…… 마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첫 축제가 됩니다. 마님은 생전에 고명한 음악가이신 라스티카 님의 열성적인 팬이셨습니다.
라스티카: 그런…….
졔이다: 그래서 르메르 가문에서 라스티카 님께 의뢰를 하자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축제에서 마님을 위해 연주를 선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라스티카: 물론입니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연주하도록 하죠. 로이드 공의 르메르 부인에 대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그리고 르메르 부인의 음악가 라스티카 페르치에 대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현자님, 괜찮으실까요?
네, 물론이에요. 지금으로서는 라스티카에게 급한 임무는 없으니까요.
라스티카: 잘됐다. 그러면 졔이다, 의뢰를 접수했다고 로이드 씨에게 전달해 줄 수 있겠니?
졔이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나으리께 알려드리겠습니다.
한 번 고개를 숙인 졔이다 씨는 왠지 침착하지 못하고 쭈뼛쭈뼛 라스티카를 올려다보았다.
졔이다: ……저기, 라스티카 님은 당일날 혼자 계시는 건가요?
라스티카: 그럴 생각입니다. 아아, 쳄발로가 무거워보여서 걱정해 주는 건가. 안심해 주세요. 이렇게 보여도 저는 마법사이기 때문에 혼자서 옮길 수 있거든요.
졔이다: 역시 현자의 마법사님. 믿음직스럽습니다. ……하지만 일단 호위 차원에서 함께 누군가 와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호위?
카인: 어째서지? 축제에서 연주하는 것 뿐이잖아?
졔이다: 아니, 그, 만약을 위해서라고 할까……. 축제에서 라스티카 님께 만일의 일이 있으면 큰일이니까요. 단지 죄송하게도, 르메르 가에서 호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라스티카 님 쪽에서…….
피가로 / 히스클리프: ……?
라스티카: 과연. 나는 마법사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 확실히 가는 도중에 아름다운 경치에 이끌려 미아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꽃과 함께 날아오는 바람에 빗자루가 휩쓸려 버릴지도 몰라. 안심하고 축제에 임할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동행을 부탁해볼까.
그리고 순식간에 축제 전날이 찾아왔다. 출발 전의 마법사들이 큰방에 모인다. 모인 것은 의뢰 당일날 있었던 우리와 오즈, 스노우, 무르, 네로. 예정이 잡혀있지 않은 마법사들에게 라스티카가 말을 걸어 호위로 온 것 같다.
라스티카: 여러분, 오늘은 감사드립니다. 동행해주는 동료들이 이렇게 많이 있어서 너무 든든해. 여기에는 없지만 훌륭한 의상을 준비해준 클로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카인: 이번 축제에 맞춰 만들어 준 거지? 스마트해서 좋네.
멋진 정장이죠. 화려한데 시크하고, 차분한 분위기도 있고. 의뢰 내용을 듣고 슬픔에 몸을 부대끼면서 경사의 화려한 분위기도 남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생각해줬다고 해요.
무르: 나, 클로에한테 부탁받았어! 라스티카를 잘 부탁한다고!
네로: 그러고보니 나도 들었어.
히스클리프: 나도…….
오즈: 나도다.
스노우: 호호호. 호위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되었나보군.
피가로: 건기가 있네. 자기가 갈 수 없는 만큼 모두에게 부탁하고 다니다니. 그러고보니 스노우 님은 혼자인가요?
스노우: 망나니들의 들러리가 필요하니까. 오즈도 나도 집을 비우면 마법관이 구멍투성이가 될지도 모르네.
오즈, 스노우, 피가로. 북쪽의 세 사람조차 입을 다물게 하는 이 인선이 갖추어지면 꽤 믿음직스럽다.
(최강의 호위일지도…….)
네로: (이 인선인데 나, 필요해……?)
카인: 그러고보니 최근 마법사의 집에 출입하고 있다는 기자…… 루키노는 오지 않는 건가? 레녹스들의 활약에 대한 기사, 나도 읽었어. '탄광의 구세주가 나타났다'라는 제목도 멋있었는데.
루키노 애딘슨. 그는 페르자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다. 마법사에 관심이 많고, 현자의 마법사의 활약을 많은 사람들에게 대대적이고 정확하게 전화는 것이 꿈인 것 같다. 얼마 전에도 우리에게 취재차 동행해 레녹스들의 활약을 알리는 기사를 써줬다. 덕분에 마법사의 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마법사와 인간을 연결하는 장소를 만든다' 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2화
라스티카: 유감스럽게도 그는 이번에 함께 있지 않아.
마법사의 집에서 연주회를 하던 날, 저와 라스티카가 남아있을때 마침 루키노가 찾아왔는데…… 이번 의뢰를 이야기했더니 다음날부터 중요한 일로 멀리 나간다고 해서 동행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어요.
라스티카: 그래서 대신 부탁받았어. 돌아온 뒤에 이번 의뢰를 자세히 들려달라고.
히스클리프: 에…….
왜 그러나요? 히스.
히스클리프: 아…… 죄송해요. 루키노가 그런 걸 하는게 조금…… 아니, 꽤 의외여서.
피가로: 히스클리프가 놀라는 것도 알아. 귀족 상대로 가볍게 부탁을 하다니, 교양있는 시민이라면 보통 하지 않으니까.
히스클리프: 네. 현자의 마법사에 대해 그렇게 사전에 조사해 주고 있던 루키노라면 라스티카가 귀족인 것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피가로: 어쩌면 루키노도 그럭저럭 좋은 집안일지도. 처음 만났을 때도 나이에 비해 옷차림이 좋고 지적이고 품위가 좋다고는 생각했어.
라스티카: 루키노가 어떤 태생이든 상관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열정에 감동받아 부탁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건망증이 있어서. 만약의 경우에 기억할 수 있도록 저쪽에 있었던 일은 따로 써서 남겨둘 생각입니다.
네로: 신랑 씨가 그 기자의 눈이 된다는 건가.
스노우: 그대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은 시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될 것 같네만.
피가로: ……그렇다고 해도, 설령 라스티카라고 해도 마법사인데 단순한 축제에 호위라니. 이번 의뢰는 조금 묘한 느낌이 드는걸. 그 졔이다라는 애도 조금 거침 없었고.
무르: 무언가 숨기는게 있는게 아닐까? 우리를 속여서 한꺼번에 먹어버릴 생각일지도!
히스클리프: 역시 신분과 영지를 밝혔으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걱정이 많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카인: 일단 주의는 해두자. 오늘 영주님께서 식사에 초대하셨잖아?
네. 축제는 내일이지만 저희를 환영하는 만찬을 열어준다고 하셨어요.
스노우: 와이! 식사 중에 그림이 되면 곤란하고, 만찬은 저녁이 되기 전에 해야지.
오즈의 마법으로 서쪽 나라로 이동해 의뢰인 로이드 르메르 씨를 찾았다. 귀족이라고 할 만한 훌륭한 저택. 그 문 앞에서 졔이다 씨가 마중을 나왔다. 인사와 함께 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졔이다 씨와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저택 안으로 안내받았지만…….
히스클리프: ……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저택 자체는 외관으로 상상하는대로 호화롭고, 화려하고, 내장도 세련되어 있다. 그런데…….
(벽에 구멍이 뚫려있어……. 커튼도 찢겨져있고…….)
마루 위에서 산산조각 난 꽃병, 깨진 유리창, 잘린 듯한 소파……. 현란한 외관과는 다르게 여기저기가 거칠었다.
졔이다: 죄송합니다. 하인은 저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수리도 청소도 제때에 할 수 없어요.
네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서 그런가……. 왜 이런 상태야? 조금 어질러져있는 정도가 아니잖아.
무르: 큰 고양이라도 키우나?
라스티카: 고양이는 꽃병을 쓰러뜨리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개구쟁이 짓을 하니까.
오즈: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묘한 분위기에 마법사들도 당황하고 있었다. 곧 저택의 주인이 나타났다.
로이드: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당주인 로이드 르메르라고 합니다.
점잖게 서있는 신사가 우리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얼굴 생김새는 상냥하고, 온순해 보이는 사람이다. 말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실버 그레이의 머리색이 품위 있는 모습을 자아낸다. 하지만…….
네로 / 히스클리프: …….
로이드 씨의 손바닥과 이마에는 그의 온화하고 품위있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붕대가 감겨져있었다.
라스티카: 처음 뵙겠습니다. 라스티카 페르치라고 합니다.
로이드: 오오, 당신이……!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 사람이 인사하는 흐름에서 카인도 시원하게 손을 내민다.
카인: 대표해서 인사하게 해줘. 나는 카인. 나를 포함한 모두 라스티카와 같은 현자의 마법사야. 오늘은 라스티카의 호위로서 동행하게 되었어. 오늘은 초대해줘서 고마워.
로이드: 저 역시. 잘 오셨습니다, 카인 공. 다른 분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도련님도 있나. 이렇게 작은데 현자의 마법사를 하고 있다니 훌륭하다.
스노우: 에헤헤, 칭찬 받아버렸어~! 하지만 나는 아직 어린애니까 아무래도 밤에는 잠이 오거든. 그러니까 밥은 이른 시간에 하면 좋겠네?
로이드: 하하, 알겠습니다. 만찬은 해가 지기 전에 시작하죠. 졔이다, 그렇게 준비해줄 수 있을까?
졔이다: 알겠습니다.
스노우: 아싸. 상냥한 아저씨, 너무 좋아~!
오즈: ……역겹다.
피가로: 슬슬 익숙해져. 수천 년이나 지속된 특기잖아.
로이드: 이번에 흔쾌히 의뢰를 받아주셔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축제는 저희 부부의 결혼 20주년이기도 해서 옛날부터 아내가 열렬한 팬이었던 라스티카 님을 꼭 모시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꿈이 이루어져 아내도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어요.
카인: ……?
(어라……. 부인은 돌아가신게…….)
우리는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졔이다 씨에게 듣던 이야기와 다르다.
졔이다: …….
힐끗 시선으로 바라보니 그녀는 어색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다른 방에서 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라스티카: 지금 건…….
로이드: 아아. 아무래도 카렌이 낮잠에서 깬 모양이군요.
바로 저택 안에서 쿵쾅쿵쾅하고 큰 발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윽고 큰방으로 들어온다. '그것' 을 보는 순간 내 팔 안에서 사쿠 쨩이 털을 곤두세웠다.
히스클리프 / 아키라: ……!
비명을 간신히 목구멍 깊숙하게 삼켰다. 문을 밀고 나타난 것은 2미터는 될까하는 전신이 털로 되어있는 괴물이었다. 털로 덮인 사지는 거대하며 특히 팔은 아이의 몸통보다 굵다. 그 팔을 앞다리로 고릴라처럼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다. 그 괴물을 가리키며 로이드 씨까 말했다.
로이드: 소개가 늦었습니다. 아내인 카렌입니다.
카인 / 히스클리프: !?
네로: 아내……!?
(저 괴물이……? 무, 무슨 일이지……?)
무르: 저것이 너의 아내? 그림이랑은 많이 다르네.
무르가 가리킨 것은 넓은 방에 장식된 초상화다. 르메르 부부로 보이는 남녀 두 명이 그려져있다. 로이드 씨 옆에는 아름다운 금발 여인이 행복한 듯 바다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미소 짓고 있었다.
로이드: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은 아내의 예전 모습이거든요.
라스티카: 예전 모습……?
로이드: 사실 몇 달 전, 저희 부부는 마차로 숲을 지나가다가 사고를 당해서……. 아마 야생동물이나 무언가겠죠. 갑자기 큰 것에 부딪혀 마차가 옆으로 엎어져 버렸습니다. 저도 잠시 의식을 잃었기에 눈을 떴을 때는…… 아내는 그 모습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로이드 씨는 말을 하면서 돌아섰다. 아내는 잠이 든 푸른 눈을 헤집고 배를 긁고 있다.
오즈: …….
피가로: 그런데 어떻게 아내라고 생각했지? 그림을 보는 한, 그녀와의 공통점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
로이드: 그날 카렌이 착용하던 마음에 들어한 목걸이를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분명 몸이 커진 탓에 사이즈가 맛지 않아서 빼버린 것이겠죠. 제가 선물한 회중시계는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큰 사고를 당했으니 어쩔 수 없지요. 나머지는 자, 보세요! 눈동자 색이 똑같죠? 아주 예쁘고 푸른…….
그때 괴물이 으르렁거렸다. 벽에 장식된 커다란 거울을 향해 그 굵은 팔을 들어 내리친다.
히스클리프: ……!
로이드: 아아……. 또 자기 모습에 깜짝 놀랐나보네. 괜찮아, 카렌. 나도 처음에는 놀랐지만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 어떤 모습이라도 너는 너니까.
로이드 씨는 괴물의 등을 만지려고 했다. 그러나 괴물은 이번에는 로이드 씨를 겨냥해 그 팔을 내리치려고 했다.
졔이다: 나으리……!
카인: ……윽!
오즈: '복스노크'
졔이다 씨의 비명보다 먼저 검을 겨눈 카인이 괴물 앞으로 뛰쳐나와 로이드 씨를 감싼다. 순식간에 오즈에 의해 카인의 앞에 결계가 펼쳐져 아슬아슬하게 괴물의 주먹을 막았다.
3화
……위험했 ……. ……!
한숨 돌릴 새도 없이 괴물은 의자를 집어 힘껏 천장에 던졌다. 샹들리에가 부서지는 소리가 비명처럼 넓은 방에 울려퍼진다.
사크리피키움: ……!
네로: 현자 씨……!
히스클리프: 저희들의 뒤로……!
네, 네!
스노우: 혹시 모르니 이쪽도 대비를 해둘까. '노스콤니아'
마법사들이 나를 감싸준다. 스노우도 돔 형태의 결계를 만들어주었다. 괴물은 그대로 포효하며 손발을 휘둘렀다. 짜증을 내는 큰 아기처럼 날뛰고 있다.
무르: 와아, 엉망진창!
걷잡을 수 없는 참상에 오즈는 다시 한 번 지팡이를 들었다.
오즈: '복…….'
로이드: ……윽, 그만둬 주세요 ……! 아내는 지금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무례함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녀에게 아픈 마음을 주지 마세요……!
오즈: …….
카인: ……로이드…….
로이드 씨는 필사적으로 간청했다. 길들여져 살아온 듯한 신분의 사람이 무릎을 꿇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이윽고 그는 눈을 감고 기도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로이드: ……괜찮아, 괜찮으니까……. 조금만 있으면 카렌은 분명 진정해 줄 거야 ….
으르렁거리는 소리. 식기가 깨지는 소리. 가구가 쓰러지는 소리. 저택을 짓밟는 소리가 큰방에 넘쳐흐른다. 거기에 갑자기 아름다운 음색이 들려온다.
(……라스티카의 노랫소리다…….)
부드럽게 말을 걸듯이 라스티카가 노래하고 있다. 괴물이 내는 소리가 훨씬 큰데도 그의 노랫소리는 지워지기는커녕 어느 소리보다 귀에 닿았다. 거친 소리들을 모두 끌어안고 감싸버린다.
히스클리프: 아……. 괴물이…….
카인: 얌전해졌어…….
어느새 괴물은 날뛰는 것을 그만두고 조용히 서있었다. 노래에 귀를 기울이듯 어딘가 황홀해보인다.
로이드: ……! 이것이 라스티카 님의 노랫소리……! 아까 말씀드렸듯이 아내 카렌은 라스티카 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저와 결혼하기 전, 카렌은 우연히 길모퉁이에서 쳄발로를 연주하고 있는 라스티카 님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라스티카 님의 노래나 공연이 얼마나 멋진지,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녀의 입으로 몇 번이나 이야기를 들었는지…….
로이드 씨는 흥분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숨을 헐떡이며 괴물에게 묻는다.
로이드: 저기, 카렌. 라스티카 님의 노래에 넋을 잃어버리고 만 거지? 네가 매우 좋아하고 계속 동경하고 있던 사람의 노랫소리니까……! 그렇지?
라스티카: 로이드 공.
로이드: !
라스티카: 분명 부인은 많은 손님을 맞이해서 피곤하신 것 같군요. 저희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마시고, 침실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셔도 괜찮습니다.
로이드: ……이 얼마나 상냥한 분이신지…….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멀리 와주셨음에도 송구스럽습니다만, 말씀에 응하여 내일의 축제에 대해서는 만찬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그때까지 편안히 지내주십시오. 자, 가자. 카렌.
졔이다: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하므로, 저도 실례하겠습니다.
로이드 씨는 괴물을 이끌고 떠났고, 졔이다 씨도 답례하며 사랑방을 떠났다.
카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무르: 깜짝 상자 같은 저택이네. 설마 괴물까지 나오다니!
네로: 품위 있는 신사인 줄 알았는데, 서글서글한 녀석이었어.
히스클리프: 서쪽 나라의 귀족의 저택에 어째서 저런 괴물이…….
오즈: ……저건, 아마도 버즈고어일 것이다.
버즈고어……?
피가로: 마물이야. 변덕스러운 성격에 얌전할 때는 무해하지만, 뭔가 거슬리거나 기분이 나빠지면 가차없이 날뛰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도 해. 너도 봤지? 갑자기 날뛰고 저택을 엉망으로 만드는 모습과 얌전히 로이드의 말을 듣고 방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 어느 측면이나 가지는 것이 버즈고어라고 하는 마물이야.
직전까지 느릿느릿 배를 긁었을 터인 마물이 로이드 씨에게 송곳니를 보이던 순간을 떠올리며 아찔해진다. 카인과 오즈가 지키지 않았으면 분명 그는 크게 다쳤을 것이다.
네로: 저택이 이렇게 거친 것은 저 녀석이 저렇게 날뛰었기 때문인가.
히스클리프: 졔이다 말고 하인이 없는 것도 그게 원인이었어. 분명 모두들 저택에서 도망친 거야……. 그 괴물이 무서워서…….
스노우: 그리고 로이드가 부상을 입은 것도 녀석의 짓이군.
……하지만 로이드 씨가 말하기를, 그 마물은 카렌 씨라고…….
카인: 부인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졔이다의 이야기와는 꽤 어긋나지만…… 오즈가 버즈고어를 공격하려 할 때 로이드의 필사적인 외침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였어. ……아무래도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네.
스노우: 로이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카렌은 저주를 받고 버즈고어로 변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네. 카렌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잃고 마음까지 괴물로 물들어 기분 내키는 대로 날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히스클리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니……. 상상만 해도 괴로워. 만약 그 괴물이 카렌 씨라면, 한시라도 빨리 되돌려야해…….
하지만 오즈는 고개를 흔들었다.
오즈: 버즈고어에게서 저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르: 변신의 마법도 아니라고 생각해!
히스클리프: 하지만 라스티카의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얌전해졌지? 그건…….
라스티카: 그 노래에는 매료의 마법을 걸고 있었어. 아쉽지만 카렌 씨가 나의 음악을 사랑해주고 있던 것과는 관계가 없네.
그러면 역시…… 저건 그냥 마물이고 졔이다 씨가 말했던 대로 진짜 카렌 씨는 돌아가셨다는 걸까요. 하지만 그렇다면, 왜 버즈고어를 아내로…….
마치 진짜 가족을 대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나 눈빛. 거기에 거짓은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졔이다 씨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우리에게서 찾아낼 수 없었다.
피가로: 지금 단계로는 뭐라고 판단할 수가 없네.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스노우: 만찬까지는 자유시간일세. 산책 겸 밖으로 나가서 거리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
거리에서는 내일 축제를 위해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리가 북적이는 가운데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경치를 수놓는 수많은 꽃들이다. 분수대의 주변과 길 옆에 화분을 장식해 거리 전체가 꽃밭이 된 듯 화사하다.
히스클리프: 대단하네……. 이거, 전부 달리아야.
라스티카: 축제의 상징인가? 아주 선명하고 아름다워.
형형색색의 풍경과는 달리 거리의 사람들은 표정이 맑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다들 어딘가 들뜬 표정으로 1년에 한 번 맞는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었다.
(……별로 좋은 공기는 아니네.)
어쨌든 우리는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술집 남자: 로이드 님? 사고를 당하고 나서 완전히 이상해졌어. 괴물이 거리에 나타나서 다들 난리가 났는데 로이드 님이 엄청 당황하며 카렌 님이라고 말하는 거야. 제정신이 아니라고.
빨리 걷는 여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영주님이었는데. 최근에는…… 이제는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 괴물을 감싸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몸집이 큰 남자: 영주가 저 상태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매일 긴장하고 있어. 빨리 제정신으로 돌아와줬으면 하는데…….
지나가는 남자: 제발 누가 멀쩡한 녀석이 영주가 되어줘! 나는 괴물에게 습격당해 죽기 싫다고!
카인: 폭발 직전이라는 느낌이네.
네로: 괴물이 언제 거리에 날뛸지 모르니.
히스클리프: 응……. 게다가 영주의 정신이 좋지 않으면 자신들의 생활에도 영향이 끼쳐버리니까, 다들 겁을 먹고 초조해하고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요즘 카렌 님의 모습을 못봤는데, 어째서일까라며.
라스티카: 네. 전에는 자주 부부가 함께 거리에 얼굴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두려움, 불안, 초조함, 곤혹. 화려한 축제 준비가 진행되는 이면에서 들려온 것은 그런 목소리 뿐이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로이드 씨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이 꽤 쌓여있는 것 같았다.
피가로: 영주의 평판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인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어. 카렌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
오즈: 알고 있을 만한 것은…….
오즈의 붉은 눈동자가 똑바로 앞을 향했다. 시선을 따라가니 종이가방을 안은 졔이다 씨가 저쪽에서 오고 있었다.
스노우: ……확실히. 저 아가씨로부터 한 번 이야기를 들어야겠군.
누구보다 먼저 카인이 움직였다. 마치 보이는 것처럼 스르르 인파를 피하며 졔이다 씨에게 다가간다.
4화
카인: 여. 저녁 장을 보는 거야? 무겁지. 들어줄게.
졔이다: ……아, 감사합니다…….
졔이다 씨는 분명히 당황했다. 카인은 그 반응을 알면서도 상냥하게 그녀에게서 쇼핑백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거리의 소란을 피해갈 정도로 훌쩍 목소리를 낮췄다.
카인: ……저기, 졔이다. 슬슬 솔직하게 말해줘. 너와 그 사람,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지?
졔이다 씨의 얼굴이 희미하게 굳어진다. 초록색 눈만이 경계하는 어린 토끼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주위를 살핀다.
졔이다: ……남의 눈에 띄어요. 여기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카인: 그러면 장소를 옮기면 이야기해줄래?
졔이다: ……저 숲에서라면…….
졔이다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멀리보이는 숲을 가리켰다.
카인: 알겠어. 이동하자.
졔이다: 자, 잠시만요. 너무 늦어지면 만찬 준비가…….
카인: 안심해줘. 숲으로의 이동은 오즈의 마법으로 한 순간이고, 일손이 부족하면 솜씨 좋은 요리사도 있어. 게다가 대접을 받는 것보다 르메르 가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 우리들에게 더 중요해. 너도 뭔가를 숨기고 있겠지. 혼자서 계속 안는 것은 괴롭지 않을까?
졔이다: …….
약간의 침묵 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졔이다: ……나으리께서는 마님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아합니다.
고즈넉한 숲길을 걸으며 졔이다 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졔이다: 마님은 이 숲에서 마차 사고를 당해 돌아올 수 없는 분이 되었습니다. 나으리께서 카렌이라고 부르고 아내라고 취급하고 있는 것은…… 마님이 아니에요. 그냥 괴물이죠.
띄엄띄엄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참회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르: 하긴, 저주도 변신 마법도 아니라면 그게 가장 앞뒤가 맞는 답이네.
피가로: 하지만 가장 잔인한 답이기도 하지. 이렇게 젊은 아이가 혼자서 안으면 마음이 짓눌려 버릴 정도로 말이지. 졔이다. 그 무거운 짐을 나눈다고 생각하고 알려줄래? 그녀가 죽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증거에 대해서.
졔이다: ……네…….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인 졔이다 씨가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졔이다: 증거는 있습니다. ……여기에.
그녀의 발밑에는 시든 달리아 꽃다발이 올려져 있다.
(……혹시, 여기가…….)
졔이다 씨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자 손으로 땅을 파헤치려 했다.
카인: 내가 할게.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졔이다: 이것이…… 마법…….
두둥실 날아올라 흩어지는 흙바닥에 졔이다 씨의 눈동자가 펼쳐진다. 카인의 마법으로 '무언가' 는 점저 파헤쳐져 가고…….
히스클리프 / 아키라: …….
카인: …….
꽃다발 아래에서는 흙투성이의 인골이 나타났다. 너덜너덜하지만 옷깃이 큰 주혹생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매장된 것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스티카: 이것은…….
오즈: ……영주의 아내인가.
인골의 가슴 위에는 달리아 무늬가 새겨진 회중시계가 놓여져 있었다.
졔이다: ……실례하겠습니다…….
말없는 시체에 깊이 절을 한 졔이다 씨는 손수건을 펼쳐들고 그 시계를 소중하게 집어든다.
카인: ……그거 혹시, 아까 로이드가 잃어버렸다고 했던.
졔이다: 네. 나으리가 마님께 선물한 회중시계입니다. 석양이 질 무렵……. 아마 사고를 당했을 시간을 가리킨 채 멈춰있는 것 같아요.
졔이다 씨는 정성스럽게 손수건으로 회중시계의 흙을 닦았다. 시계를 덮는 은빛 케이스가 나무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내며 조심스럽게 빛난다.
히스클리프: ……졔이다. 괜찮다면 잠깐 보여줄 수 있을까?
졔이다: 네……. 여기 있습니다.
정중하게 받아든 히스클리프는 회중시계를 말없이 바라보며 감탄의 숨을 내쉬었다.
히스클리프: ……대단해. 달리아의 꽃잎이 한 장 한 장 세세하게 조각되어 있어……. 반해버릴 것 같은 멋진 세공이야.
졔이다: 나으리께서 동쪽 나라의 솜씨 좋은 장인에게 의뢰하여 특별히 가공한 일품이라고 합니다. 마님은 그 시계를 몸에 지니고 계셨어요. 보시는 대로 부서져 버렸지만…….
로이드 씨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회중시계는 흙 속에서 아내와 함께 잠들어 있었따. 카렌 씨는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남편의 선물을 항상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라스티카: 너는 사고 당일날에 저택에?
졔이다: 네…….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두 분이 돌아오시지 않으셔서 사용인들끼리 찾으러 나섰습니다. 길을 가다가 이 숲에서 발견했어요. 파괴된 마차와 크게 다친 나으리를.
나이든 하인: 어이, 찾았나!?
젊은 하인: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나으리는 어디에…….
졔이다: ……! 저기, 마차가……!
나이든 하인: 이럴 수가. 부서졌잖아……!
졔이다: 그런……. 나으리와 마님은…….
하인들: ……!
젊은 하인: 뭐야……. 저 괴물은……?
로이드: ……카렌. 아아,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카렘…….
나이든 하인: 나으리……? 괴물을 만지고 있어……?
졔이다: 나으리, 무슨 일이신가요……!? 마님은……. 카렌 님은 어디에…….
로이드: 아아, 졔이다 ……. 와줬구나. 괜찮아. 카렌은 여기에 있어. 이것이 그녀다. 모습만 바뀌었을 뿐이지, 나의 사랑스러운 카렌이야.
하인들이 당황해도 로이드 씨는 괴물을 떠나지 않았고 이것은 카렌이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마차를 끌고 있던 마부에게도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졔이다: 그것이 상냥했던 마님이라니 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그 후에도. 저는 혼자 숲을 방문하녀 마님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소에서…….
스노우: 카렌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것이군.
졔이다 씨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 씨의 시체는 발견했을 때 이미 뼈가 되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졔이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부른 히스클리프가 무언가를 알아차린듯 입을 다문다. 그의 시선 끝 ……. 치마를 억누르듯 쥐어진 졔이다 씨의 주먹은 기댈 곳 없이 떨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혼자 짊어졌던 고통과 고독의 크기를 나타내고 있었다.
(……졔이다 씨…….)
피가로가 시선을 들어 수긍한 듯 작게 숨을 내쉰다.
피가로: ……이 위가 마차가 지나갔던 길인가. 아마 그녀는 마차에서 크게 내동댕이쳐져 이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져 버렸을 거야.
…….
나도 애처로운 심정으로 길을 올려다보았다. 길 끝에 그런 불행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그때의 두 사람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네로: 그러고 보니 영주 씨, 사고가 났을 때 큰 것에 부딪혔다고 했지. 그건…….
졔이다: 네. 분명 그 괴물일 거예요. 나으리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다친 것 같아서요. 갑자기 뛰쳐나와 마차와 충돌한 것이겠죠. 그것 때문에 마님은 이런 장소에서 혼자서…….
약한 바람이 불어 시든 달리아의 꽃다발이 몸을 떨게 한다. 거리에서 본 톡톡 튀는 듯한 빛이 거짓말처럼 그 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졔이다: ……몇 번이나 진실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으리의 마음이 망가질 것 같아서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 괴물이 마님이 아닌 것을 알고 있는데 나으리께 상처를 주는 것이 무서워서 ……. 저는 계속 눈을 돌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짓이 용납될 리 없어. 그러니까 마법사의 집에 방문했을 때 적어도 마님이 사랑한 라스티카 님과 현자의 마법사 분들께 진실을 말씀드리러…….
자신 때문에 혼란을 초래하게 되어 미안하다고 졔이다 씨는 사과했다.
카인: 그런. 사과하지 말아줘. 나는 너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을 정도야. 졔이다. 괴로워하면서 계속 지켜온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줘서 고마워.
스노우: 로이드와 졔이다. 둘의 엇갈린 듯한 주장도 저마다의 '진실' 을 말했을 뿐이었군. 그러나 여기에 이렇게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는 이상, 로이드가 믿고 있는 진실은…….
(가짜라는 것이 돼……. 그가 그것을 알게 된다면…….)
라스티카: …….
무르: 너는 카렌의 시체를 발견한 이야기를 로이드에게 말하면 그가 망가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로이드의 마음이 어떻게 될지는 실제로 시도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 거짓말을 하다가 들켰을 때는 로이드로부터 신용을 잃는다. 최악의 경우, 그대로 해고될지도. 너는 너의 입장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진실을 속일 이유가 있어. 그렇지?
졔이다: …….
무르의 물음에 졔이다 씨는 주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5화
졔이다: ……두 분은 ……. 나으리와 마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매도를 당해도, 원망을 당해도, 미움을 받아도 ……. 그래서 두 분을 지킬 수만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할 거예요. ……그 마음은, 마님께서 돌아가신 지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무르: 꽤나 두터운 충성심이네. 다른 하인은 전부 떠났는데 너만은 남아있구나.
졔이다: …….
졔이다 씨는 대답 없이 눈을 내리깔고 카렌 씨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마음도 거기에 묻어버린 것처럼 입을 다문 채.
네로: ……당신은 시중을 드는 주인에게 두 번 다시 신용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비밀을 유지하기로 선택한 건가. 힘든 일이야. 옆에 계속 있는 이상.
졔이다: 중요한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괴롭지. 상대도, 자기 자신도, 항상 속이고 있는 것 같아서……. 비록 그것이 상대를 위해서 선택한 거짓말이라도 속이는 건 똑같아. 외면하고 있다는 응어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이 꽃다발도 네가 가져다 놓은거지? 남몰래 자고 있는 카렌을 위해서.
졔이다 씨의 침묵에 마법사들이 살며시 마음을 기울인다.
오즈: …….
오즈도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한 눈길을 그녀에게 보내고 있었다. 숲은 깊고 과묵하다. 포개진 나무들이 지붕처럼 햇빛을 가린다.
졔이다: ……이런 외로운 장소는 재미없다고, 마님이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서요. 잘 웃고 밝은 분이셨습니다. 달이아의 꽃처럼 화려하고, 덩달아 누구나 웃는 얼굴이 되어버릴 것 같은.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고 보내져야 할 분인데……. 나으리를 지키기 위해서, 또 한 사람 지켜야할 분을 이런 곳에 숨겨버렸어요. 그러니까 적어도, 저만은…….
졔이다 씨…….
졔이다 씨는 목소리를 떨었다. 긴 속눈썹에 희미하게 눈물이 고인다.
졔이다: ……아아……. 카렌 님……. 죄송합니다……. 제가 멋대로……. 죄송…… 윽, 합니다……!
용서를 구걸하듯 졔이다 씨는 말이 없는 카렌 씨에게 계속 사과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것들이 무너져 넘치도록 굵은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한 지 얼마나 됐을까. 그녀는 돌아서자 마음을 정한 듯 초록색 눈을 우리에게 돌렸다.
졔이다: ……현자님. 현자의 마법사 분들.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도 보셨듯이 나으리의 몸은 그 괴물때문에 너덜너덜합니다. 이대로 두면 그 괴물은 가까운 미래에 나으리를 죽일지도 몰라요. 게다가 괴물과 그것을 사랑하는 영주를 두려워하는 백성들이 언제 반란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졔이다: 그러니 제발, 내일 축제에서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그 괴물을 죽여주세요……! 나으리의 목숨과 마님의 존엄과 두 분의 사랑을 지키려면 이제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카인: !
무르: 와우! 과격하네!
네로: 공중에서 처리한다던가? 오즈가 있으니 할 수야 있겠지만…….
스노우: 축제에는 로이드도 참석할 것이다. 가짜라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반려자를 눈앞에서 죽이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지.
피가로: 마법사에 대한 영민들의 지지가 강해진다면 선택지로서는 바람직한 것이죠. 단지, 영주인 로이드에게 원망받지 않도록 잘 처리할 필요는 있겠지만 …….
졔이다: 여러분은 제 소원을 들어주셨을 뿐입니다. 모든 벌은 제가 받겠습니다. 나으리의 마음에 가득 찬 마님을 잃은 슬픔을, 저에 대한 미움으로 덧칠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거예요.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는 슬픈 듯 카렌 씨의 유품인 회중시계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나도 무거운 마음에 이끌려 고개를 숙이려고 한다.
( ……확실히, 여러가지 위험이 생각되는 이상 이대로 둘 수는 없어. ……하지만, 방법은 그것 밖에 없는 걸까. 축제는 원래 행복한 결혼기념일의 상징이었을텐데……. 로이드 씨도 졔이다 씨도 행복해질 수 없는 형태밖에 없다니…….)
히스클리프: ……아…….
네로: 왜 그래?
히스클리프: 이거, 몇 개의 톱니바퀴가 비뚤어졌는데……. 조정하면 다시 움직일 수도 있어.
카인: 에? 그러면 그 시계, 고칠 수 있는 건가?
히스클리프: 응……. 아마 고칠 수 있을 거야.
고개를 끄덕인 히스클리프는 시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듯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히스클리프: ……로이드 님을 구할 선택지는 정말 하나 뿐일까요.
졔이다: 에…….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졔이다 씨가 고개를 든다.
저기, 히스클리프. 그건……?
히스클리프: 아…… 죄송합니다. 저도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고장난 시계를 보면서 생각이 들었어요.
총명한 유리색의 두 눈을 우리에게 향하고 말을 이어갔다.
히스클리프: 졔이다가 부서진 채로 둘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하고 있던 이 시계도, 저에게는 아직 고칠 여지가 있었습니다.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그 괴물에 대한 선택지도 똑같을지도 몰라. 어쩌면 죽이는 것 이외의 방법도 아직 있지 않을까하고…….
히스클리프의 말은 두터운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의 빛 같았다. 졔이다 씨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린다.
졔이다: ……하지만…….
희망을 갖고 싶다. 하지만 만약 안된다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녀의 망설임이 전해진다.
라스티카: ……졔이다. 너의 마음은 확실하게 받았어. 자신의 마음을 희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르메르 부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것은 바다보다 더 깊은 사랑의 증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졔이다: ……라스티카 님…….
라스티카: ……하지만, 부인으로서 사랑하는 괴물을 죽이면서까지 로이드 공을 지키는 것은, 정말로 그가 원하는 것일까.
졔이다: ……에……?
라스티카: 망가져버린 행복을 지키고 싶은 것은 로이드 공이 아니라, 너 자신인 것 같아서.
졔이다: ……그런, 건…….
라스티카: 오해하지 마. 탓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그 마음은 잘 알고 있거든. 나도, 나의 행복이 깨져버린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테니까.
졔이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두 분을 위해서…….
라스티카: 응. 네가 부부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결코 거짓말이 아니야.
졔이다: ……. 저는, 마님도 나으리도 소중하고, 정말 좋아해서……. 두분이 행복하길 바란 건데……. 행복한 두 분의 곁에 계속 있고 싶었어……. 만약…… 만약 이 소원이 실수라면, 고쳐줬으면 해……. 라스티카 님 …….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신에게 매달리듯 졔이다 씨는 라스티카를 올려다보았다. 조용히 미소지은 라스티카는 그 기도를 맡듯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비구름으로부터 보호하는 듯한 자비롭고 고요한 눈빛으로.
라스티카: 자, 졔이다. 나의 제멋대로인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않을래? 괴물을 죽이면 너의 마음도 로이드 공의 마음도 틀림없이 깊게 상처받고 말 거야. 나는 그런 슬픈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
졔이다: …….
라스티카: 그러니 조금만 더 시간을 줄 수 있을까. 히스클리프의 말대로 우리는 아직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후, 우리는 저택으로 돌아와 만찬에 참석했다. 네로가 도와주면서 늦지 않게 준비가 되어 무사히 예정대로 저녁부터 개최가 되었다.
로이드: 아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식사 준비를 돕게 하다니. 본래 대접해야 할 귀빈의 손을 귀찮게 해버려서…….
네로: 아니, 신경쓰지 마. 주방에서 이것저것 하는 게 나의 성에 맞으니까.
네로: (오즈나 피가로 같은 녀석과 둘이서만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편해…….)
카인: 이 파이, 허브가 좋아서 맛있네.
피가로: 와인도 좋은 맛이야. 생선에 어울릴 것 같은데.
히스클리프: …….
오즈: …….
바삭바삭. 움찔움찔. 진수성찬이 늘어선 테이블의 일각에서 품위라고는 말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만찬에는 버즈고어도 함께였다. 로이드 씨의 옆에서 입과 얼굴을 더럽히며 두 손으로 식사를 탐하고 있따. 지금은 기분이 좋은 것 같고, 먹는 방법이 거친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해를 끼칠 생각이 없어보인다.
로이드: 그러면 내일 축제에서의 흐름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축제에서는 카렌이 사랑하는 달리아로 거리가 장식되어 가게 앞에는 달리아를 따온 다양한 것들이 나열됩니다. 당분간은 자유롭게 즐겨주시고…… 정오에 거리의 중심부인 광장에 저와 카렌이 등장하면 라스티카 님의 연주로 분위기를 복돋아 주셨으면 합니다.
라스티카: 잘 알겠습니다. 축제가 한층 더 화려해지는 연주를 선사해 드리죠. 오늘도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거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만, 꽃들의 장식이 훌륭하더군요. 특히 빨간색과 노란색의 달리아가 인상적이어서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로이드 씨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반갑게 몸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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