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숨을 후욱 들이쉬고 주문을 외친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그러자 무우무우의 털이 루틸의 손바닥 위에서 은은하게 떠올랐다.
……무슨 마법을 걸었나요?
루틸: 마법이라기보다는 낙주를 찾는 주문이에요. 피가로 선생님이라면 바로 찾을 수 있을텐데……. 잘 될까…….
루틸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순간, 푸르고 안개의 그림자가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윤곽은 어딘지 모르게 무우무우처럼 보였다.
미틸: 형님, 한 번 더 해주세요!
루틸: 알았어. 제대로 마법진도 그려보자.
루틸은 갑자기 깃펜을 꺼냈다. 그건 루틸의 마도구다. 손바닥 위에 깃펜으로 세세한 마법진을 써놓고, 무우무우의 털을 얹는다. 루틸은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웠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그 순간, 은은하게 푸른 잔상같은 무우무우의 모습이 떠오른다.
미틸: 해냈어! 성공이다!
무우무우는 바닥을 달려 오른쪽 앞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루틸: 저쪽으로 간 것 같아! 가보죠. 미틸, 현자님!
무우무우의 잔상이 사라진 방향으로 잠시 달리면 익숙한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얼룩무늬가 생겼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얼룩무늬가 된 푸른 풀바닥을 무우무우가 달려온다.
미틸: 무우무우……!
목소리를 내며 미틸도 뛰쳐나갔다. 배에 달려온 무우무우를 활짝 웃는 얼굴로 안아준다.
미틸: 무우무우……! 정말이지, 걱정했다니까!
꼬옥 끌어안고 푹신푹신한 털에 코끝을 묻었다. 그 광경에 나와 루틸도 웃었다.
아……!
구멍 안쪽을 보고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큰 생물의 무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것은 곰만한 크기의 무우무우들이었다.
루틸: 큰 무우무우……! 여기는 무우무우들의 서식지였군요!
미틸: ……무우무우의 서식지…….
무우무우: 무우무우!
무우무우들은 크지만, 느긋하고 움직임이 둔하며 사랑스러운채로 있었다. 두 발로 서 있는 것도 있었다. 루틸은 큰 무우무우에게 다가가 뱃속의 털에 손을 넣었다. 루틸의 팔꿈치 정도까지 털 속에 묻혀버렸다.
루틸: 대단해! 푹신푹신~! 배가 따끈따끈해!
큰 무우무우: 무우…….
커다란 무우무우는 간지러운 듯 천천히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코끝을 위로 향했다.
루틸: 분명 무우무우의 가족일거야. 다행이네, 미틸. 그 아이를 가족에게 보낼 수 있어서!
미틸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우무우를 꽉 끌어안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미틸: 네!
미틸은 안고 있던 무우무우를 내려놓고 큰 무우무우들에게 보내줬다. 부드럽게 둥근 엉덩이를 손끝으로 누른다.
미틸: 자, 다녀와. 가족을 만나서 다행이네.
무우무우: 무우?
무우무우는 미틸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미틸이 어딘가로 걷기 시작하자 큰 무우무우들 속으로 섞여갔다. 나는 미틸이 신경쓰였다. 등을 쫓아가려고 할 때, 구멍에서 많은 마법사들이 내려온다.
라스티카: ……아야야야야…….
클로에: 봐! 꽤 깊다고 했잖아. 왜 머리부터 내려오려고 했어!?
무르: 있다있다! 현자님!
무르……. 모두들 합류했군요!
레녹스: 마침 딱 만났습니다. 루틸, 미틸. 있어?
루틸: 여기 있어요! 이곳, 무우무우의 서식지였어요!
피가로: 저기저기, 샤일록. 내 표식 봤어?
샤일록: 네, 잘 봤습니다.
피가로: 큥하고 왔어?
샤일록: 훗……. 어떨까요.
재회를 축하하는 마법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미틸을 찾으러 갔다.
12화
금목사이의 꽃잎처럼 나무 사이로 반짝반짝 햇살이 지고 있다. 미틸은 녹색 구멍 끝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손바닥에는 리케에게 선물로 하겠다고 한 유리병이 쥐어져있다. 뚜껑이 열린 채로, 유리병은 텅 비어있었다.
미틸…….
미틸: ……현자님. 리케에게 선물을 넣을 생각이었는데, 뭘로 할지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넣지 못했어요.
그 마음 알아요. 선물은 그런 거죠.
웃으며 동의하면서, 나는 알고 있었다. 미틸이 정말 데려가고 싶어했던 것을. 미틸은 무우무우를 정말 좋아했다. 상냥하게 지켜보고, 진심으로 귀여워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미틸의 친구였다. 하지만 미틸은 제멋대로 굴지 않았다. 부모님이 없는 미틸이기에 가족과 함께 사는 소중함을 알겠지. 그 아이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작별을 고하기로 결정했다.
미틸: ……뭘로 할까……. 고민되네요…….
빈 유리병을 바라보며 미틸이 쓸쓸한 듯 웃는다.
미틸: 멋진 것을 잔뜩 만난 것 같은데, 이게 텅 빈 채로 있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죠…….
이 유리병을 멋진 것으로 가득 채우고 리케에게 보여줄거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며칠 전의 미틸을 떠올리며 가슴이 안타까워진다. 그때, 루틸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틸: 아무것도 없는 건 없어.
루틸…….
정신을 차리자 루틸이 옆에 있었다. 미틸은 유리병을 안고 엎드린 채 고개를 들려고 하지 않았다. 루틸은 미틸의 옆에 앉아 가벼운 몸짓으로 머리를 끌어당겼다. 쿵, 하고 이마를 맞댄다. 결코 무겁지 않은 몸짓은, 친애와 따뜻함으로 가득차있었다. 미틸의 호흡이 목구멍에서 떨리고 있었다.
루틸: 미틸은 그 병에 넘칠 정도로 많은 보물을 손에 넣었어. 대단한 모험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친구를 도왔지.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대단하네, 미틸. 멋진 추억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네. 무우무우도 잊지 않을 거야. 동료에게 데려다준 용감하고 상냥한 마법사를.
미틸: ……윽.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떨리는 미틸의 숨결이 푸른 풀에 쏟아졌다. 축축한 공기가 답답하고 부드럽다. 미틸은 고개를 숙인채 예쁜 눈물을 흘렸다.
미틸: 현자님. 형님. 저는…… 저는 무우무우를 도울 수 있었죠?
루틸: 물론.
맞아요……. 미틸의 슈가로 도와줬어요.
미틸: ……제 슈가로, 무우무우를 도와주고……. 가족에게 데려다 주고……. 저…… 좋은 일을 한 거죠? ……저……. 무우무우와, 친구였죠…….
루틸: 물론이지. 멋진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네. 여행을 떠나서 다행이야, 미틸.
루틸은 미소를 지으며 미틸의 등을 끌어안았다. 등을 떨면서 미틸이 유리병을 콱 움켜쥐었다. 투명한 병 속에 그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 광경은 안타깝고, 아름다웠다. 움찔거리는 미틸의 머리를 미소 짓는 루틸이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그런 광경에 나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가져갈 수 없는 것.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표현할 수 없는 색.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의 기억은 덧없고 안타깝다. 하지만 분명, 평생 잊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남쪽과 서쪽의 마법사들이 모여 우리는 거룩한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틸의 붉은 눈꺼풀을 알아차리고 피가로와 레녹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틸의 옷에 묻은 풀을 정성스럽게 치워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가족 같은 공기가 따스했다.
피가로: 그럼 시작하자. 서포트를 부탁해, 샤일록.
샤일록: 알겠습니다.
피가로: '폿시데오'
13화
……!
세계에서 빛이 사라지고 뱃속이 무거워졌다. 느껴보지 못한 엉망진창인 충격이 온다. 몸이 흩어지는 듯한 감각과 길게 뻗는 작은 폭발이 여럿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무서워져서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랑스러움이 올라와 무언가에 싸여있는 듯한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 부드럽게 피부를 쓰다듬는 듯한, 머리카락 냄새를 서로 맡는 듯한 감각이 강해진다. 자신과 비슷한 기운이 다가온다.
……!
번쩍 눈을 떠보니 그 곳은 신전이었다. 별과 달빛밖에 없는 고독한 신전이다. 하지만 들어보지 못한 음색이 들려온다. 성스러운 축제의 노래이다. 남쪽의 마법사들이 높이 주문을 외우자 그들의 몸이 희미한 빛을 띄우기 시작했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쳬'
피가로: '폿시데오'
어느새 나타난 서쪽의 마법사들도 남쪽의 마법사들을 지원하듯 주문을 외운다.
무르: '에아뉴 랑블'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샤일록: '인비벨'
그러자 별들의 빛보다도 눈부시게, 태고의 신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큰 빛의 기둥이 신전의 중앙에 우뚝 솟는다. 마법사들을 감싸는 옅은 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별똥별처럼 큰 기둥에 빨려들어갔다. 반짝이는 눈부심에 시야가 하얗게 흐려진다……. 이렇게 남쪽 나라의 거룩한 축제는 끝났다.
라스티카: 즐거운 여행이었네. 자연을 접할 수 있어서 마음이 치유되었어. 신부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무르: 다음에는 티코 호수에 가고 싶어! 레이타 산맥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것도 좋네!
레녹스: 남쪽 나라가 마음에 든 것 같아서 기뻐.
클로에: 엄청 즐거웠어! 남쪽 나라의 사람들은 모두 상냥하고 상냥하네!
샤일록: 맛있는 술도 많고요.
피가로: 자, 밀렵꾼들에게 습격당하지 않도록 이 근처에 축복의 마법을 걸어두자. 신세를 졌네, 무우무우.
루틸: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푹신푹신한 배로 있어줘. 자, 미틸. 무우무우에게 인사하자.
미틸: 응…….
미틸은 무우무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다가오는 무우무우를 안고 부드럽게 안아준다.
미틸: 안녕. 잘 지내. 너와 함께 놀았던 시간을 잊지 않을게.
무우무우: 무우무우!
무우무우는 기쁜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큰 무우무우들도 주변에 모여들었다. 마치 우리를 배웅하러 온 것 같다.
큰 무우무우: 무우…….
큰 무우무우: 무우무우…….
미틸은 무우무우를 놓아주고 일어섰다. 미소를 지으며 깨끗하게 손을 흔든다.
미틸: 바이바이.
대답을 하듯 무우무우는 푹신푹신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피가로: 자, 마법관으로 돌아갈까. 가는 건 즐거웠지만 돌아가는 건 귀찮네. 루틸, 미스라의 피리를 불어봐.
(택시처럼 부르려고 하고 있어…….)
루틸: 안 돼요. 그 마을에 들러서 치즈를 먹고 가야죠. 게다가 선물도 사지 않으면!
선물……. 맞다. 미틸은 리케의 선물, 뭐로 했나요?
미틸: 무우무우의 서식지 구석에 새콤달콤한 붉은 열매가 많이 있었어요. 그걸 잔뜩 따왔어요.
와아, 맛있겠다! 리케, 엄청 기뻐할 것 같네요!
기쁜 듯이 미틸이 미소지었다. 나는 갑자기 생각나서 레녹스에게 매달리면서 가방을 더듬었다.
레녹스: 무슨 일이신가요, 현자님.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받은 스테인드글라스. 언제 쓸지 망설여져서 사용하지 않았어요. 지금 밤하늘을 찍으려고요.
레녹스: 그러면 천천히 날아가죠.
피가로: 움직이면서 찍으면 별도 흔들리게 찍히지 않을까?
루틸: 좋네요. 모든 별이 별똥별이라니, 멋있다!
미틸: 현자님! 완성되면 보여주세요!
네!
나는 마법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물을 뿌리고 밤하늘을 향해 들었다. 투명한 유리 시트 너머로 만천의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이 내리는 밤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하늘에서 별이 소리를 내며 흩어질 것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별의 빛을 빨아들이듯, 유리 시트가 천천히 빛을 모아간다. 투명한 유리도 남색의 파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늘 이 날,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의 밤하늘. 이 멋진 밤하늘을 찍은 마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현자의 서에 끼우자.
되살려야하는 태고의 신전은, 앞으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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