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엄청난 속도로 바람을 가르고 하늘을 날아간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정도다.
빠르네, 루틸…….
무르: 좋아! 나, 따라잡아볼래!
샤일록: 그늘이 되어준다고 하신 건?
무르: 다음에 또 봐! 야호!
쓴웃음을 짓는 샤일록 앞에서 무르가 하늘로 날아간다.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도 차례로 하늘 위로 향했다. 레녹스의 빗자루의 움직임은 안정적이고 매우 기분 좋았다. 페인트로 칠한 듯한 새파란 하늘 아래, 적토의 대지가 어디까지나 펼쳐져있다. 웅장한 경치에 나는 숨을 삼켰다.
아침 햇살에 대지가 빛나고 있어……. 바다뿐만이 아니라 육지도 빛나네요. 처음 알았어요.
레녹스: 아침은 기분 좋죠. 피곤하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고마워요. 아, 이거 드세요.
레녹스: 앗……. ……뭔가요?
레녹스의 뒤에서 그의 얼굴 쪽을 향해 팔을 내민다. 카나리아 씨에게 받은 비스킷이었다.
간식이에요.
레녹스: 하하, 바로 주시는 건가요.
손을 뗄 수 없나요? 그럼 입을 벌려주세요.
레녹스: ……. ……조금 창피하네…….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레녹스는 비스킷을 갉아먹었다.
하늘의 여행은 매우 멋졌다. 새떼에 놀라거나, 돌풍에 부추겨지거나, 졸린 라스티카가 돌아오긴 했지만. 샤일록은 가끔 파이프를 꺼내고 클로에는 경쾌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피가로는 정중하게 미틸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치고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아름답고, 햇볕을 쬐고, 심호흡만 하면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 같았다.
해가 높이 떴을 무렵, 훨씬 앞까지 날고 있던 루틸과 무르고 역주행해서 돌아왔다.
샤일록: 이런, 돌아오셨군요. 데리러 와주신 건가요?
루틸: 그것도 있지만, 잠시 간 끝에 마을이 있어서. 아무래도 뭔가 곤란한 것 같아요.
라스티카: 곤란?
무르: 어이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어. 마을에 내려와 달라는 것 같아.
클로에: 그거, 괜찮아……? 동쪽의 마법사들은 지난 번에 동쪽 마을 사람들에게 심한 처우를 당했다고 했는데.
피가로: 남쪽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야. 마법사의 마법은 편리하니까, 뭔가 도움을 주길 바라는 거겠지.
루틸: 마을에 내려가봐도 될까요?
피가로: 아아, 좋아. 거기서 점심을 먹을까.
클로에: 정말로 괜찮아……?
클로에는 아직 겁을 먹고 있었다. 루틸은 그의 옆에서 빗자루를 늘어놓고 날아가며 밝게 웃는다.
루틸: 괜찮아! 분명 쓰러진 나무를 치워달라고 하거나, 응급환자를 옮겨달라고 하는 걸 거야. 나도 고향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자주 부탁받았고. 걱정된다면 같이 내려가자.
클로에: 응…….
우리는 루틸에게 안내되어 작은 마을 상공에 도착했다. 적토의 낮은 산에 둘러싸인 계곡 사이에 몇 채의 집이 늘어서있다. 마구간이나 작은 목장도 있었다. 콩알만큼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크게 손을 흔들거나 천을 흔들고 있다. 심한 재해가 일어나는 모습은 없지만, 우리를 속이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레녹스가 퉁명스럽게 중얼거린다.
레녹스: 아, 소가 죽어있네요. 목장 구석에 몇 마리가 쓰러져있어.
에……!?
나는 움츠러져서 마을의 목장을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누워있는 소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행의 기분이었던 나는 물을 뿌린 것처럼 이 세상과 자신의 역할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샤일록: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클로에는 어떻게 하겠나요?
클로에: 나…… 나도 같이 가볼게.
루틸: 괜찮아요. 맛있는 우유를 대접해 줄지도!
루틸의 밝은 모습에 안심하면서 불안한 클로에의 옆모습에 기도했다. 부디 클로에가 놀랄 만한 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이 여행을 기대하고 있던 상냥한 친구가, 상처받거나 하지 않고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멋진 경험을 하기를.
7화
주민: 아, 왔다왔다! 미안해.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걸 보니 여행중이었을 텐데. 이 근처에는 마법사가 없으니까…….
피가로: 아니, 마침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어서. 이 근처에서 쉬어도 될까?
주민: 물론이야. 우리 마을의 빵과 치즈를 먹고 가줘. 애들아! 밖에 테이블을 준비해!
마을의 아이: 네에~!
마을의 아이: 마법사다! 마법사가 왔다! 저기저기, 빗자루 만지게 해줘!
루틸: 좋아. 순서대로 와!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루틸과 클로에의 주위를 둘러싼다. 긴장하고 있던 클로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클로에: ……내 것도 만져볼래?
마을의 아이: 오빠의 빗자루 멋있다! 아까 아래에서 봤어. 여기서 손을 흔들었는데, 하늘에서 보였어?
클로에: 응, 보였어. 그래서 여기까지 내려왔어!
웃는 클로에게 반한 것처럼 아이들이 파란 의자를 잡아당겨온다.
마을의 아이: 이 의자에 앉아! 이 의자 페인트, 내가 칠했어!
클로에: 대단해! 잘 칠했네!
클로에들과 마을의 아이가 점심용으로 테이블을 진열하고 있는 동안, 피가로들은 마을의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가로: 무슨 일 있었어? 하늘에서 소가 죽어있는 걸 봤는데. 안타깝게도.
주민: 요즘 매일 밤에 먹히고 있거든. 밤이 되면 늑대를 닮은 묘한 괴물이 찾아와서……. 소만한 크기의 늑대야. 조만간 아이들이 먹히지 않을까 불안해서……. 대단한 감사는 할 수 없지만, 마법으로 퇴치해줄 수 없을까?
샤일록: 알겠습니다.
피가로의 옆에서 샤일록이 말했다.
샤일록: 밤이 오면 서쪽의 마법사만 이 마을에 남아서 기다리죠. 괜찮을까요, 현자님.
상관없지만……. 부탁을 받아도 괜찮나요?
샤일록은 반갑게 웃으며 클로에를 돌아보았다.
샤일록: 따뜻한 환영을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덕분에 클로에도 기뻐하고 있으니까요.
주민: 고마워. 겸손하고 상냥한 마법사네.
마을 할아버지가 쭉 팔을 뻗어 샤일록에게 포옹을 한다. 샤일록은 즐겁게 웃고 있었다.
샤일록: 천만에요. 자주 듣는 말입니다.
우리는 햇빛 아래 덜컹덜컹 흔들리는 나무 테이블을 둘러싸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닭이 발밑까지 오고, 염소가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네로의 도시락도 마을의 치즈도 맛있었다. 특히 갓 짜낸 우유는 일품이었다.
맛있다! 아직 따뜻해!
주민: 그거 다행이다. 많이 먹어. 너희들, 어디로 가?
루틸: 레이타 산맥을 넘어 남쪽 끝까지!
주민: 꽤 멀리까지 가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조심해서 가. 돌아오는 길에 또 들러도 돼.
루틸: 아싸! 치즈 먹으러 올게요. 이거, 엄청 맛있어.
많은 인원으로 둘러싼 테이블과 푸른 정원에 반짝반짝 햇빛이 쏟아진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마을 사람들과 서쪽 마법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날아갔다. 남쪽 나라의 사람들과의 교류는 멋졌다. 이런 멋진 만남이, 앞으로도 많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해가 지려던 무렵, 슬슬 야당을 찾자고 피가로가 말했다.
피가로: 미틸이 많이 피곤해보이네. 첫날이고, 너무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아.
나는 미틸을 돌아보았다. 나른한 것은 아니지만, 아침보다도 눈빛이 몽롱하다.
마법사는 마법을 너무 많이 쓰면 이런 느낌이 되나요?
레녹스: 사람에 따라 다르네요. 밝아지고 너무 흥분해서 삐걱거리는 사람도 있고, 정신이 소모되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힘드네요……. 레녹스는 괜찮나요?
레녹스: 장시간의 비행에는 익숙하니까요. 오…… 저 근처가 좋아보이네. 내려가죠.
남쪽의 마법사들이 내린 곳은 웅장하지 않는 강가였다. 매우 넓은 강을, 콸콸 소리를 내며 맑은 물이 흘러간다. 기슭은 붉은 흙과 풀로 얼룩덜룩하게 되어있었다. 크고 큰 강의 건너편에는 어디까지나 끝이 없는 황야가 펼쳐져 있었다. 석양을 쬐고 적토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우리는 무심코 움직임을 멈추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석양의 광경에 넋을 잃었다.
예쁘다…….
루틸: 예쁘네요……. 석양에 반짝이는 강도, 대지도, 하늘도, 마치 하나의 그림 같아.
미틸: 현자님! 저쪽 하늘에서는 벌써 밤이 오고 있어요.
미틸이 가리킨 방향을 돌아보니 석양의 반대편 하늘은 푸르고 맑은 밤하늘이 되어있었다.
8화
말문이 막힐 정도로 나는 감동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자신의 몸이 가벼워져서 별처럼 하늘에 떠버릴 것 같다. 울 것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아……. 역시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모두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루틸: 저는 이 경치를 그림으로 그릴게요! 피가로 선생님. 레노 씨와 미틸도. 캠프와 저녁 준비를 맡겨도 될까요?
피가로: 편하게 해, 예술가 씨.
미틸: 저, 엄청 맛있는 저녁 만들게요! 모닥불 가지를 모아와야지!
레녹스: 같이 가자. 강가라서 위험해.
남쪽의 마법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루틸은 내 손을 잡아당기고 앉을 수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
루틸: 현자님도 함께 어떠세요? 그림 그리기를 잘 못하시면 현자의 서에 써보는 건?
하, 할 수 있으려나. 해볼게요. 아……. 그런데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나요?
피가로: 괜찮아, 괜찮아. 다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까. 일이 놀이고, 놀이가 일이야.
노을이 지는 강가에서 텐트를 조립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그들은 말 그대로 느긋하고 즐거워보였다. 우리는 바위에 앉아 천천히 지는 석양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철새의 그림자와 바람에 움직이는 모래조차 아름답다. 이 감동을, 이 아름다움을 어떤 말로 전해야할까.
빨강……. 저 석양의 빨강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냥 빨간색으로는 부족한데…….
루틸: 알 것 같아요……. 그냥 빨간 물감과는 다른 것 같죠. 어떤 색을 섞을까…….
우리는 진지하게 고심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매우 즐거운 것이었다.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떠올렸어요! 석양은 오즈의 눈 같은 빨강. 석양에 대지가 빛나는 곳은 클로에의 머리색.
루틸: 멋져요! 다른 색은? 계속 해주세요.
으음……. 빛나는 지평선은 히스의 머리색. 먼 산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의 석양을 비추는 부분은 루틸의 눈동자 색.
루틸: 저의? ……정말이다!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키며, 노을의 경치를 바라보며 루틸이 웃는다. 아이처럼 우리는 서로 웃었다. 정말로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휩싸이면서, 소중한 모두의 얼굴을 떠올리며 보낸다. 이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무르의 수수께끼가 풀린 것 같았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하려면, 둘도 없는 것을 손에 넣는 것……. 분명 이거를 말하는 걸 거야. 사랑스럽고, 감동적이고, 가슴을 떨게 하는 이것을.)
그 후에도, 나는 이 소중한 놀이를 계속했다. 다가오는 밤하늘은 시노의 머리색. 빛나는 별의 빛은 스노우와 화이트의 눈동자 색. 이런 말을 전하면 웃으려나? 웃어도 분명 즐거울 것이다. 자신의 체험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늘이 밤하늘로 변해 모닥불을 둘러싸고 저녁을 먹었다. 모두 피곤하긴 했지만 수다를 계속 이어갔다. 이런 식으로 즐거운 여행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까지는…….
???: 쉿……. 깨우지 않게 조심히. 본 적도 없는 꼬마다. 이건 비싸게 팔릴 거야. 치치치, 이리 와. 메에, 메에메에.
(……? 텐트 밖에서 모르는 사람의 말소리가…….)
???: 좋아! 잡았어! 빨리 움직여야…….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 우왓……!? 갑자기 양이 거대해졌어! 우와, 도와줘~! 뭉개진다……!!
어두운 밤에 나타난 수상한 사람은 밀렵꾼이었다. 희귀한 동물들을 납치해서 시장에서 팔고 있었던 것 같다.
피가로: 정말이지. 지금은 마법으로 잠들게 했지만, 내일 어딘가 보안관이 있는 마을에 가서 넘겨야겠어.
레녹스: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현자님을 부탁드립니다.
루틸: 이렇게 멋진 장소인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슬프네요……. 심한 곤경에 처한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미틸: ……어라? 저 녀석들의 가방, 뭔가 움직이고 있어…….
달빛 아래, 미틸은 밀렵꾼의 가방에 다가가서 문을 연다.
???: 무우무우.
안에서 나온 것은 하얀 물개에 고양이 귀를 붙인 듯한, 푹신푹신한 생물이었다.
뭐, 뭔가요. 이 생물은……!?
루틸: 본 적 없어요……! 귀여워……!
미틸: 귀여워……! 이 아이도 밀렵당한 걸까……?
레녹스: 그런 말을 했었네요. 남쪽의 하천 쪽에서 매에게 납치되어 온 이상한 동물의 아이들을 주웠다고.
???: 무우무우…….
바다표범처럼 보였지만 긴 털다리에 손발이 파묻혀 있을 뿐인 것 같았다. 팔다리를 절룩거리며 가방을 기어오른다.
9화
애지중지한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부드러워 보이는 털을 미틸의 무릎에 문질렀다. 미틸이 쓰다듬자 손가락 끝이 쭈뼛쭈뼛 털에 가라앉는다. 어른의 베개 정도의 크기의, 고양이 같은, 물개 같은 푹신푹신한 생물을, 미틸이 살며시 끌어안았다.
미틸: 와아……. 폭신폭신해……. 귀여워……. 너, 따뜻하구나.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보면 귀엽네……. 큰 고양이 같아…….)
???: 무우……?
미틸: 대답했다! ……어라……? 하지만 조금 약해져있는 걸까.
레녹스: 가방에 넣어진 채로 있었으니 쇠약해졌을지도 몰라. 물과 슈가를 줘봐.
미틸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따. 팔에 안긴 채로 있는 생물에게 손바닥으로 주운 물을 준다.
미틸: 힘내……. 물이야.
???: 무우…….
푹신푹신한 생물은 미틸의 손에 얼굴을 대었다. 하지만 핥짝핥짝 물을 핥는 힘도 약하다.
미틸: 피가로 선생님…….
의지하는 듯한 미틸의 눈빛을 받고 피가로는 미소를 지었다.
피가로: 후후, 미틸의 슈가를 줘봐. 그래도 기운이 나지 않으면 선생님이 봐줄게. 분명 괜찮을거야.
미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마도구인 유리병을 움켜쥐며 기도하듯 주문을 외쳤다.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쳬'
항상 혀를 깨물어 버리는 어려운 주문을 막히지도 않고 정중하게 목소리에 담는다. 그러자 유리병 안에 슈가가 나타났다. 푹신푹신한 생물의 입을 벌리고 부서진 슈가를 조금 혀에 닿게 했다.
???: 무우……. 무우우…….
푹신푹신한 생물은 자신의 의지로 미틸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더 달라는듯이 미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미틸: ……다행이다! 착한 아이네. 잠시만 기다려줘.
유리병 안의 슈가를 다 먹었을 무렵, 푹신푹신한 생물은 완전히 기운을 차렸다. 다정하게 미틸의 얼굴에 뺨을 댄다.
???: 무우무우!
미틸: 아하하! 간지러워!
루틸: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네! 미틸, 대단해!
피가로: 그 아이는 미틸 한 사람의 힘으로 구했어. 훌륭한 마법사네.
피가로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루틸에게 등을 껴안아지면서, 미틸은 수줍은 듯하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미틸: 네! 형님. 피가로 선생님……. 이 아이, 데려가면 안될까요?
루틸: 무턱대고 잡아가면 불쌍하지 않을까? 하지만 남쪽의 하천 쪽에서 찾은 거라면, 우리의 목적지 옆이 이 아이의 서식지일지도 몰라.
미틸: 태고의 신전이 있는 곳? 그러면 거기까지는 같이 데리고 있어도 될까요?
피가로: 괜찮지만, 정이 들지 않을까?
미틸: 괜찮아요! 동료를 찾으면 동료에게 돌려줄 테니까요!
미틸은 푹신푹신한 생물을 끌어안고 기쁜 듯 뺨을 풀었다.
미틸: 네 이름은 무우무우야. 잘 부탁해!
무우무우: 무우……. 무우무우!
그날 밤, 미틸은 무우무우와 함께 잤다. 무우무우를 바라보는 미틸의 눈빛은, 루틸같은 오빠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며칠 동안, 무우무우는 계속 우리의 아이돌이었다. 루틸도 나도 헤롱헤롱해졌다.
무우무우: 무우무우…….
미틸: 낮잠 자고 일어났어? 안녕, 무우무우. 가방에서 나오면 떨어질지도 몰라.
귀엽다…….
루틸: 귀여워……. 솜털로 만든 인형 같아…….
피가로: 인기가 많네. 내세에는 저 생물의 모습으로 태어나야겠어.
레녹스: 별로 본 적이 없는 생물이네요. 남쪽 나라의 남단에만 서식하고 있는 건지,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것인지…….
피가로: 마력도 힘도 없는 것 같은데. 아……. 슬슬 목적지에 도착하려나? 잠든 태고의 신전이 가까워지고 있어.
피가로가 가리킨 곳은 옅고 부드러운 녹색으로 빛나는 고지대였다.
루틸: 서쪽의 마법사 분들은 장소를 알까요?
피가로: 표식을 남겨두자. '폿시데오'
피가로가 주문을 외우자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이 모양을 바꾼다. 하트형과 파이프형 구름의 모습이 된다. 다른 구름은 형태를 바꿔 흘러가는데 그 구름만은 모습을 바꾸지 않고 같은 곳에 계속 떠있었다.
미틸: 왜 하트와 파이프 모양인가요?
피가로: 샤일록이 부끄러워하며 기뻐할까 해서.
루틸: 샤일록 씨, 이런 건 실소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요.
레녹스: 도시적인 사람이니까요…….
하늘에 떠오른 표식을 배웅하면서, 우리는 녹색 고지대까지 내려갔다.
10화
도착한 곳은 푸른 나무들로 뒤덮인, 멋진 터널 같은 오솔길이었다. 그림책에 나오는 듯한 경치다.
예쁘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반짝이고 있어!
피가로: 사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여기라면 문제없이 성스러운 축제도 할 수 있을 것 같네. 서쪽의 마법사가 올 때까지 낮잠이라도 잘까.
미틸: 저도 근처를 탐험하고 올게요! 리케에게 줄 기념품도 찾아야지. 무우무우, 같이 가자!
무우무우: 무우무우!
무우무우는 미틸의 뒤를 따라 걸었다. 허세를 부리며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뒷모습이 귀엽다. 미틸과 무우무우가 달릴 때마다 풀 냄새가 났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무우무우를 돌아보며 미틸이 웃는다. 그 웃는 얼굴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렇게 친해져서, 정말로 무우무우와 헤어질 수 있을까?)
그때, 무우무우가 갑자기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미틸: 무우무우!?
미틸을 두고 녹색 풍경을 질주한다. 미틸은 놀라움을 머금고 걱정스럽게 무우무우를 쫓아간다.
미틸: 기다려! 위험해! 놓치고 말 거야, 무우무우!
나도 미틸의 뒤를 쫓았다. 무우무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다. 푸른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곳까지 가면, 무우무우는 갑자기 사라졌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장소 아래에는 얽힌 나뭇가지와 나무뿌리가 있었다. 그 틈새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미틸: 무우무우! 무우무우!
미틸은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나무 뿌리 아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무우무우가 훌쩍 뿌리 밑에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빨리 이쪽으로 와, 라는 듯이 모습을 숨겼다.
루틸: 왜 그래?
미틸의 목소리를 듣고 루틸이 달려왔다. 미틸은 눈썹을 내리키고 나무 뿌리 아래를 가리킨다.
미틸: 무우무우가 이 아래로 떨어져 버렸어요. 마법으로 여기에 구멍을 뚫어도 될까요?
루틸: 그렇네. ……아, 잠시만.
루틸은 미틸을 제지하자 허둥지둥 허리 근처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카인에게 빌린 단검이다.
루틸: 그럼! 이게 나올 차례입니다! 든든한 기사가 무우무우를 구해줄거야.
뿌듯한 대사와는 달리, 루틸은 무릎을 꿇고 착실하게 나무 뿌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 뿌리는 딱딱해서 생각처럼 잘 잘리지 않는 것 같다. 루틸은 고개를 들고 훌쩍 숨을 내쉬자, 머리에 묻은 풀을 털어내며 단검을 넣었다.
루틸: 안되겠어. 마법이 더 빠르겠다.
(전환 빨라…….)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루틸이 주문을 외우자 얽혀있던 나무 뿌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풀려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겼다.
루틸: 미틸은 발이 닿지 않을지도. 제가 먼저 내려가서 두 사람을 받을게요.
말하자마자 루틸은 가볍게 뛰어들었따. 미틸은 걱정스럽게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가만히 구멍을 응시한 채,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루틸: 좋아! 뛰어!
루틸의 신호를 기다리며 우리도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루틸에게 받아들여져 땅에 발을 딛는다. 위에서 들여다봤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활한 공간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풀의 녹색과 나무 뿌리로 만들어진 비밀기지 같다. 하지만 무우무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틸: 무우무우…….
불안한 듯 중얼거리는 미틸의 어깨를, 루틸이 부드럽게 두드렸다. 루틸의 예쁜 머리는 풀로 헝클어졌다. 그래도 봄의 햇빛처럼 빛나고 있다. 루틸은 변함없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루틸: 괜찮아. 미틸은 무우무우를 만날 수 있어. 두 사람은 친구니까. 아까도 미틸을 찾으러 와줬잖아? 살짝 얼굴을 내밀며 미틸을 부르고 있었어. 만나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 괜찮아.
루틸의 상냥한 목소리가 마법의 주문처럼 미틸의 마음을 강하게 만든 것 같았따. 입술을 꽉 다물고, 미틸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틸: ……네.
루틸: 좋아. 그러면 찾으러 가자. 출발!
선명한 미소를 지으며 루틸은 가벼운 스텝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나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루틸은 신기한 사람이다. 결코 강한 마법사는 아니지만, 밝고 상냥하고 가끔 빠질 듯한 매력적인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진다.
루틸: 아…….
루틸이 갑자기 풀바닥에 쪼그려앉았다. 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무언가를 집어올리자 탐정처럼 관찰한다.
미틸: 무슨 일인가요?
루틸: 이거, 무우무우의 털 아니야?
미틸: ……! 그럴지도…….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에 가득…….
루틸은 손바닥 위에 살며시 무우무우의 털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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