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쓸쓸한 구멍
네로: 히스. 괜찮아……!?
히스클리프: 아아! 그 아이는!?
네로: 기절했어. 왜 이런 곳에…….
히스클리프: ……네로. 눈치채고 있었어? 발밑에 잔뜩…….
네로: 알고 있어. 마나석이다. 이곳에서 많은 마법사들이 돌이 되었어.
노바: 그 말대로다.
히스클리프 / 네로: ……!
노바: 여기는 실험장이다. 이것들의.
네로: 뭐야!? 이 낌새……!?
히스클리프: ……! 저건……!?
네로: 히스. 위험해……!
루틸: ……왠지 점점 사람이 적어지고 있네요.
아이작: ……그런가.
루틸: 피가로 선생님이 미틸을 데리고 갈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아이작: …….
루틸: 하지만 화를 내게 해버렸으니까. 미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우회해준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작: 그렇네. 그런 모습이었어.
루틸: 아이작 씨. 이상한 질문을 해도 될까요?
아이작: ……아무쪼록.
루틸: 마나석을 먹어본 적이 있나요?
아이작: …….
루틸: 죄…… 죄송해요. 역시 이상한 질문이었나요?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다니…….
아이작: 눈치채고 있었구나.
루틸: 에?
아이작: 눈치채고 있었는데 얌전히 따라온 건가?
루틸: 으음……. 죄송합니다. 아마 모르고 있었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요. 먼저 제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자세히 해도 될까요?
아이작: ……해도 돼.
루틸: 마나석을 먹느냐 안 먹느냐에 따라 동생과 의견이 맞지 않아서요. 그래서 아이작 씨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아이작: ……어째서.
루틸: 마법사니까…….
아이작: ……마나석을 먹어본 적은 있어.
루틸: 그렇군요……. 조금 더 자세히 물어봐도 될까요? 싫다면 거절하셔도 돼요.
아이작: 아아.
루틸: 어떤……. 어떤 기분이었나요?
아이작: …….
루틸: 저는…… 잘 말할 수는 없지만 무서운 것 같은 끔찍한 것처럼 생각되어서……. 하지만 미스라 씨에게 있어서는 반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쪽이 차가워서 너무하다고……. ……아, 깊이 파고든 이야기를……. 심도 있는 이야기였죠? 불쾌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아이작: 아니……. 싫지 않아. 물어보는 건.
루틸: 다행이다……. 안심이 돼요.
아이작: ……하하……. 뭐든지 물어봐줘. 대답해 줄게.
루틸: 그러면, 다시 한 번……. 어떤 기분인가요?
아이작: 글쎄……. 기분이 좋아. 얻을 수 있어서…… 안심이 돼.
루틸: 안심……. 기쁘다기보다는 안심이 된다…… 라는 기분?
아이작: 자랑스러울 때도 있어. 하지만 나는…… 안심이 돼.
루틸: 어째서죠?
아이작: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루틸: 그렇군요……?
아이작: 하지만……. 안심하고 있다가 잠시 후면 또 짜증이 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루틸: 부족하다고요? 뭐가…….
아이작: ……모르겠어. 빼앗아서 부족하다……?
루틸: 빼앗아?
아이작: 아아.
루틸: 어째서 빼앗나요?
아이작: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야.
루틸: …….
아이작: 나는 아무것도 없어. 좋은 생각을 하려면 다른 곳에서 좋은 것을 빼앗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나는 비어 있으니까……. 나에게 오면 금방 없어져 버려. 좋은 것은 금방 사라져 버려. 그러니까 짜증나고 또 갖고 싶어져. 나는 구멍이야. 바로 물건이 떨어지는 외로운 구멍이다. 그러니까…….
아이작: 오늘 밤은 너로 채울게.
루틸: ……저로 채운다고요?
아이작: 그래.
루틸: 같이 있자는 건가요?
아이작: …….
루틸: 심심풀이로 놀자는 뜻? 뭔가 신기한 말투네요. 외롭지만…… 끌렸어요.
아이작: …….
루틸: 감사합니다. 외톨이의 외로움을 당신만의 언어로 가르쳐줘서……. 빼앗아 손에 넣어도 사라져 버리는 쓸쓸한 구멍…….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이작: 나는……. 나는 너에게 가르쳐줄 수 없어. 나는 어리석고…… 너는 교사야.
루틸: 그런 거! 확실히 저는 교사지만 전 세계의 모든 것이 저의 선생님이에요. 제가 모르고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 저는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 동물도 자연도 전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죠. 당신도 그 중 한명입니다, 아이작 씨.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작: …….
레녹스: 루틸!
루틸: 아……. 레노 씨다. 레노 씨!
레녹스: 만나서 다행이다. 미틸과 피가로 선생님은 마법관으로 돌아왔어.
루틸: 그랬군요. 다행이다.
레녹스: 서둘러 가야지. 바로 돌아가자.
루틸: 동쪽 나라로 가게 되었나요?
레녹스: 아아. 이 사람은…….
루틸: 아이작 씨에요. 피가로 선생님과 미스라 씨의 아는 사이.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과 미스라의……. 레녹스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작: 아이작이다.
루틸: 아이작 씨. 같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작: 무슨 일 있었나?
루틸: 조금 걱정되거든요. 이제 마법관으로 돌아가서 바로 준비를 해야지.
아이작: 힘이 되어줄까?
루틸 / 레녹스: …….
아이작: 나는…… 너희보다 마력이 강해. 피가로 님에게 도움이 된다면.
레녹스: 하지만…….
루틸: 괜찮나요?
아이작: 물론.
루틸: 레노 씨…….
레녹스: …….
레녹스: (이 남자……. 사람을 죽이는 것에 익숙한 눈이다. 하지만 피가로 님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어. 피가로 님에게는 복종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만약 파우스트 님들이 노바와 조우했다면 조금이라도 전력이 필요해.)
레녹스: 알았어. 같이 와 줘.
아이작: 아아.
루틸: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작 씨!
우리의 머리 위에서 황금빛 달이 빛나고 있었다. 사쿠 쨩이 내 어깨 위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눈앞의 인물을 들여다본다. 경계하고 있다기보다는 무시하려고 하면서도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무르와 똑같이 생긴 청년에게. 그 표정은 여느 무르와 사뭇 다르다. 은하의 모든 것을 아는 고양이 같은 눈빛. 진지하고 영리한 미소……. 그는 무르의 영혼이 조각나는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실체화된…… 사람이었다.
무르: 안녕하세요, 현자님.
처음 봤을 때는 놀랐지만 영혼 조각의 무르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자 다른 조각이니까 같은 인물을 만나는게 아니야. 알면서도 같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오늘 밤은 오랜만에 그를 만나서 안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앞서 나간 나그네를 따라잡은 듯한.
'거대한 재앙' 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영혼이 부서져 버린 무르. 그렇다면 그는 이 세계의 수수께끼에 가장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구일지에 글을 쓰고 있던 사람은 당신이군요, 무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왕립 식물원을 걷기 시작했다. 나도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간다.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잎과 꽃들이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무르: 네, 맞습니다. 여기 연구원들이 간과했던 관찰 대상의 중요한 변화를 적었죠. 발견. 눈치채는 것은 신기한 것입니다. 어떤 진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세상의 인식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한다. 같은 세계에 서있는데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것입니다.
무르: 현자님. 당신처럼,
무르는 나를 돌아보았다. 스마트한 몸짓으로 나에게 손을 내민다. 문득 아래를 보니 큰 나무 뿌리가 땅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분위기가 고조된 곳에는 돌계단 정도의 높이가 있다.
무르: 자. 발밑을 조심하세요.
나는 무르의 손을 잡았다. 순간 장갑을 남기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지만…… 그는 친절하게, 예의 바르게 웃으면서 나를 지탱해 주었다.
2화 탐구 끝에
왕립 식물원 어딘가에서는 밤의 새가 울고 있다. 큰 나무 뿌리를 밟아 나아간다. 어두운 밤에 흔들리는 흰색과 연분홍색, 보라색 꽃은 환상적이고 고귀한 냄새가 났다. 차가운 쇠나 돌 같은 향기도 나서 마치 별들을 품은 푸른 은하의 냄새를 맡는 것 같다.
저기…….
무르: 뭘까요.
모두는 어디에 있나요?
무르: 당신의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들도 중요한 변화를 알아차리면 바로 여기까지 올 테죠.
중요한 변화?
무르: 잠시 눈을 가렸습니다. 그들은 저의 마법에 현혹되어 환영의 당신과 탐색하고 있죠. 세계의 이변을 알아차리면 그들이 탐색하는 왕립 식물원은 가짜 왕립 식물원임을 알게 됩니다.
나무 뿌리를 딛고 지표의 울퉁불퉁함이 안정되자 무르는 살며시 정중하게 손끝을 떼었다.
당신의 본체……. 무르의 영혼 조각은 어디에 있나요? 예쁜 보라색 조각이죠.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무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등 뒤에 있는 키 큰 나무를 가리켰다.
무르: 저곳의 큰 나무에 있습니다. 전에는 다른 장소에 있었습니다만 다람쥐에게 옮겨져 버려서요. 다람쥐의 볼주머니 속에 갇힌 건 저도 첫 경험이었죠. 언젠가 책으로 묶어서 출판할까 하고.
무르의 농담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자 무르도 기쁜 듯이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웃는다. 그 순간,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무르의 호의를 느꼈다. 평소에는 시치미 떼는 얼굴로 웃고 있는데, 아주 조금……. 나를 웃게 해서 기쁘다는 감정이 굴탁 없는 미소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든다.
무르: 후후…….
무르는 곧 평소의 미소로 돌아갔다. 내가 잘못 본 걸지도 몰라. 왠지 쑥스럽고 침착하지 못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쿠 쨩을 안아주지 못한 그때와 비슷한 마음.
어째서 모두에게 마법을 걸었나요?
무르: 당신과 단둘이 있고 싶어서.
모두가 들으면 곤란한 거라도……?
무르: 물론 잔뜩 있죠. 하지만 그것과 당신을 독점한 것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이 식물원은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멋지죠. 약 5000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관찰되고 있습니다. 현자님은 식물을 좋아하시나요?
……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무르: 그거 다행이다. 당신에게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여기 있는 식물들을. 보석이나 광석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이 세계 그 자체니까요. 제가 사랑하는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자님.
무르의 뒤에서 나무들이 웅성거린다. 바람과 비에 자란 땅의 역사에서 태어난 화초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모아진 식물들은 마법사와 많이 비슷하다. 땅의 정령의 사랑을 받는 마법사들. 마법사란 도대체 뭘까? '거대한 재앙' 이란?
무르…….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이 있지만…….
무르: 부디. 무엇이든지.
다시는 없을 기회다. 그것을 깨닫고 나는 당황해서 온갖 질문들을 떠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르는 어깨를 움츠렸다.
무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영혼이 부서졌을 때 저의 지식도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 같아서요. 제가 아는 것은 과거의 무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무르의 연구실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지금의 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무르의 연구실?
무르: 네. 세계 각지에 무르가 감춘 연구실입니다. 알고 계시나요, 현자님? 과거 무르는 북쪽 마법사를 화나게 해서 연구실을 파괴당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실을 파괴……!? 왜 그런 짓을…….
무르를 불쌍히 여겼지만 왜? 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르의 성격이나 말투는 상당히 날카롭다. 비록 적의가 없더라도 자칫 애정이 있더라도 말이다. 오랜 친구 샤일록조차 무르는 신랄한 비아냥이나 비판이나 규탄에 가까운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그가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일은 당연한 것처럼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안쓰러웠다. 그는 연구를 사랑하니까.
무르: 상냥하신 현자님. 하지만 발단을 만든 것은 무르 본인입니다. 자업자득이죠. 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한 연구 결과를 잃은 것에 무르도 역시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 이후로 무르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연구실을 만들고 정성껏 봉인 마법을 걸었습니다. 또한 분야별 혹은 연령대별로 분할하여 세계 각지에 산재시킨 것입니다. 그러면 한 번에 모든 연구 결과를 잃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한 번에 모두 잃지 않도록, 뿔뿔이…….
무르: 네.
마치 당신 같네요.
놀란 듯 무르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뜻이냐고 시선만으로 나에게 묻는다. 세기의 지자를 놀라게 한 흥분과 다음 말이 요구되고 있는 긴장에 묘하게 고조되어 답답해졌다.
……저기, 그……. 당신도 영혼이 부서지고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니까. 지금까지 만난 무르의 조각은 모두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닮았다고.
무르는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떨어뜨렸다.
무르: 과연……. 재미있는 사고방식이다.
(칭찬을 들었다. 조금 기쁘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무르는 그대로 궁리에 잠겨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밤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웅성거린다. 이대로 기다릴까 생각했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저…….
무르: 실례. 대화 도중이었죠.
저야말로 죄송해요. 말을 걸어도 될까요?
무르: 부디. 현자님.
무르의 연구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르의 연구실을 찾으면 '거대한 재앙' 이 강해진 비밀과 액재의 상처를 고치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요?
무르: 액재의 상처란 영혼의 조각인 제가 실체화하는 것과 같은 기묘한 사건을 말하는 것이군요.
맞아요. 모두 곤란해 하고 있기 때문에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
무르: 무르의 연구실에 '거대한 재앙' 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적어도 세 가지 위험이 따라다닐 것입니다.
세 가지 위험?
무르: 첫 번째.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무르가 연구실을 마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도달하기까지 위험이 따를 것입니다.
무르: 둘째. 연구실의 봉인에는 공격 마법이나 자멸 마법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억지로 봉인을 풀려고 하면 봉인되는 것이 파괴되고 말죠.
무르: 셋째. 이것이 제일 귀찮습니다. 무르의 연구실에서 자고 있는 것이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무슨 뜻인가요?
무르: 무르는 다양한 것에 탐구심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연구를 하다가 또 다른 발견을 하기도 했다. 탐구에 탐구를 거듭하는 동안에…… 매우 위험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움찔하고 긴장을 느꼈다. 무르가 발명한 마법 과학조차 세상을 바꿔버렸다. 그 밖에도 위험한 것이 있다니…….
무르: 게다가 만들어 낸 채 질려서 방치하고 잊은 것도.
나는 골머리를 앓았다. 무르의 연구실을 찾아도 여는 순간 뭐가 나올지 모른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무르가 방치한 위험한 연구……. 이런 위험한 것에 대해 뭔가 짚이는 것이 있나요?
무르: 네.
있구나…….
무르: 매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세계 정세를 일변시켜 버릴 것 같아 중반에 멈춘 연구가 있습니다. 샤일록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가 가장 경멸할 것 같은 연구 내용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흔들기만 해도 나는 창백해졌다. 듣기만 해도 무섭다.
……그건 도대체 뭔가요……?
달빛에 젖은 식물원 안에서 그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무르: 인조 마법사. 무르 하트제 마법사입니다.
3화 지하 수로의 유귀
시노: ……뭐야, 이건!?
그건 본 적도 없는 섬뜩한 것이었다. 사람도 마법사도 망령도 아닌 이 세상에 없는 것.
파우스트: (마법사!? 마도구!? 이런 기척, 느껴본 적 없어!)
어둠 속에 유귀처럼 서 있는 그것. 삐뚤삐뚤한 인골 같은 것이 조금씩 진동하면서 갈비뼈에 닿는 부분을 일그러뜨려갔다. 네로가 하려던 말이 생각났다. 지금 네로는 의식을 잃고 나의 빗자루 위에 엎드려 있지만 빈사의 호흡으로 이렇게 말했다. ……갈비뼈가 열리는 순간에 빛이 온다. 직후, 그것의 중심……. 갈비뼈 같은 부분이 파랗게 빛났다.
파우스트: 도망쳐, 시노……!
나의 마도구의 거울이 만들어내는 빛보다 차갑고 눈부신 섬광이…… 그것의 몸의 중심에 넘친다. 날카로운 갈비뼈 속. 마치 심장처럼 섬광을 크게 부풀리고, 그리고…… 창백한 천둥 기둥 같은 가느다란 빛 뭉치를 힘차게 쏘아올랐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시노: '맛차 스디파스!'
우리는 거의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빗자루에 실은 의식이 없는 동행자를 지키면서 창백한 섬광을 떠난다. 하지만 그것이 뿜어낸 창백한 섬광은 상상 이상으로 민첩하고 더 오랜 시간 위력을 유지했다. 마치 종이라도 자르듯 수로 벽을 가늘게 도려내며 시노와 시노가 수호하는 소녀를 쫓아간다.
파우스트: 시노……!
시노: ……!
번뜩이는 시노의 망토를 섬광이 찢었다. 순간, 포효가 울린다.
파우스트: ……!
시노를 찢으려던 섬광. 그 빛줄기가 방향을 틀어 천장을 깎아올리고 사라졌다. 숨을 삼키고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지하수로에 숨어 있는 유귀에게 무언가가 달려들고 있었다. 나긋나긋한 검은 짐승이다. 선명한 푸른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지하수로의 유귀의 등을 파고들고 있다.
시노: 히스……!
시노는 검은 짐승을 그렇게 불렀다. 지하수로의 유귀는 커다란 갈고리발톱을 치켜올렸다. 목소리를 내며 힘차게 내리친다. 검은 짐승은 격렬하게 수로에 내동댕이 쳐졌다. 하지만 곧 일어나 유귀를 향해 간다. 겁도 없이.
시노: 히스……!
파우스트: 시노! 마법으로 히스를 포획해! 데리고 먼저 가!
시노: 너는!?
파우스트: 최대한 시간을 벌어 이 녀석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길을 막는다. 네로도 맡길 수 있을까!?
시노: 알았어. ……히스!
말하는 동안에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검은 짐승이 몇 번이나 유귀와 맞서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웃고 있었다.
파우스트: 너의 주군은 용감하구나.
시노: ……윽…….
시노는 숨을 떨며 입술을 다물었다. 얼굴을 감추듯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큰 낫을 들고 앞을 내다봤을 때는 이미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노였다.
시노: 히스, 데리고 갈게. '맛차 스디파스!'
시노가 주문을 외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히는 듯 검은 짐승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검은 짐승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노의 마법을 깨고 수로에 다시 두 다리를 붙인다. 그리고는 다시 물을 박차고 달려나와 유귀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시노: 너, 고집이 세네……! 알고 있었지만……!
시노가 필사적으로 마법으로 히스를 구속하려고 한다. 자랑스러운 검은 짐승은 자신에게 맡기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격앙된 모습으로 보였다. 나는 마도구 거울을 치켜들고 지하수로의 유귀와 검은 짐승 사이로 끼어들었다.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나에게 양보해줘.
다시 지하수로의 유귀가 갈비뼈 사이로 푸른 빛을 모으기 시작한다.
파우스트: 서둘러, 시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시노: 부탁해. 히스……! ……히스……!
시노의 목소리가 닿은 걸까. 그토록 항거하던 검은 짐승이 저항을 멈췄다. 마법의 힘으로 구속된 것도 아닌데 시노와 함께 달려간다.
시노: 간다!
떠나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도구 거울을 정면에 갖다 댔다. 정면으로 저 섬광을 받으면 치명상이다. 각오하면서도 유귀의 모습을 포착한다.
파우스트: (시노들을 지키면서 이 녀석을 쓰러뜨리는 건 무리야.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멈춰 공간의 왜곡을 찾고 여기서 탈출한다. 공간의 왜곡을 찾는 데에는 집중력이 필요해. 시간을 벌어야…….)
나는 눈꺼풀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 도와줘……! 누가 좀……!
브래들리: 이 안이다. 들어가자.
미스라: 제가 갈게요.
브래들리: ……여기인가……. 비명이 들려온 곳은…….
그림 속의 스노우: 그런 것 같군. 뭔가 기분 나쁜 분위기인데…….
그림 속의 화이트: 꽤 어질러져 있군……. 큰 집 같지만…….
브래들리: 저택이나…… 연극관 같은 곳이잖아?
그림 속의 화이트: 연극관……. 저걸 보게나.
그림 속의 스노우: 뭐야뭐야? ……어떻게든 극장……. 극장이라고 써져있네.
미스라: 그게 뭐예요? 아……. 사람 목이 떨어져 있어요.
스노우 / 화이트: 에!?
미스라: ……아니네. 인형 목 같아요.
스노우 / 화이트: 깜짝 놀랐다…….
브래들리: 이게 몸통인가? '어서오세요' 라는 간판을 들고 있어.
미스라: 생목으로 어서오라고 해도.
그림 속의 스노우: 뭔가 무서운 느낌…….
그림 속의 화이트: 뭔가 섬뜩한 느낌…….
브래들리: 안심해. 너희들보다 무섭고 징그러운 건 별로 없잖아.
그림 속의 스노우: 그렇지 않은 걸!
그림 속의 화이트: 우리는 귀여운 걸!
브래들리: ……!
스노우 / 화이트: 꺄악!
미스라: 저쪽에서 들렸어요. 가보죠.
브래들리: 아아.
브래들리: 응……? 1층 안쪽……. 누군가가 쫓기고 있네.
4화 위협이, 일제히
실웨스: ……! 도대체 뭐야!? 사라진 도로테아의 발걸음을 따라 찌그러진 극장까지 왔을 뿐인데…….
실웨스: 히익……! 너…… 너희들, 대체 뭐야!? 마법사……? 마, 마법사라면 나도…….
실웨스: ……아니야 ……. 으, 아아아아……!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그림 속의 스노우: 미스라! 그 녀석을 처리하게나!
미스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림 속의 화이트: 브래들리는 그 자를!
브래들리: 쳇……!
실웨스: ……큭, 으윽…….
브래들리: 너, 괜찮냐?
실웨스: ……다, 당신은…….
브래들리: 브래들리 베인이다. 너는?
실웨스: ……실웨스야…….
브래들리: 실웨스. 오늘 밤은 재난이었네.
실웨스: 당신의 총알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당신이 그 녀석을 쏘지 않았다면 돌이 되었겠지. …….고마워, 브래들리.…….
브래들리: 답례는 아직 일러. 치명상은 면했지만 심한 상처다. 저 녀석을 처치하면 치료할 수 있는 장소로 옮겨줄게. 저건 뭐지? 누군가의 마도구인가?
실웨스: ……모르겠어……. 오토마타……. 인형 같았어.
브래들리: ……인형…….
실웨스: ……으, 큭……. 아아……. 당신들도 도망쳐……. 저 녀석은, 무서워…….
브래들리: 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리 튼튼한 인형이라도 북쪽의 미스라의 사냥감이 된다면…….
미스라: ……큭……!
그림 속의 스노우: 미스라!
그림 속의 화이트: 미스라여……!
브래들리: …….
미스라: ……쿨럭…….
브래들리: 거짓말이지…….
초조함을 느끼면서 나는 다시 총을 들었다. 나의 시선 앞에서는 그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가 어깻죽지를 누르고 있다. 긴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넘쳤다. 미스라를 다치게 한 것은 사람도 마법사도 아니다. 떠다니는 거대한 인형 같은 무언가. 머리는 미스라보다 두 배는 더 크고, 갈고리 발톱을 가진 거대한 손은 미스라의 몸통을 잡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덩치의 크기 같은 건 우리에게 상관없었다. 거대한 마법 생물은 산더미처럼 많다. 그들을 쉬이 잡아온 미스라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 사실에 나는 전율했다. 쌍둥이 영감도 마찬가지였다. 액자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숨을 삼키고 있다.
미스라: …….
미스라는 상처 부위를 눌렀을 때 손바닥에 묻은 피를 보고 몇 번이나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얼버무리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미스라: 아……. 뭔가 더러워졌네요.
핏자국은 찰나에 사라졌다. 부상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도 평소 같으면 그런 북쪽의 긍지를 떠줄 수 있는 편이지만, 너무 정신이 혼미해지는 바람에 용서를 잊었다.
브래들리: 아니, 지금 잠깐 헛디뎠잖아. 설마 진심은 아니었겠지? 멍 때리면서 방심하고 있기는.
미스라: 당연하죠.
미스라는 이마에 핏대를 띄우며 마도구를 손바닥 위에 띄웠다.
미스라: 손대지 마세요. 다섯 세는 사이에 끝낼 테니까.
나와 쌍둥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같은 인형을 마주하는 미스라의 등을 지켜본다.
미스라: '아르시무'
주문을 외우는 동시에 미스라는 한 팔을 벌렸다. 호응하듯이 수정해골이 공중에 떠올라 미스라의 얼굴 대각선 위쪽에서 크게 턱관절을 열었다. 입 안에 창백한 불꽃이 모이면서 차가운 불꽃이 타오른다. 인형도 갈비뼈를 벌리고 파랗게 타오르는 빛을 모으고 있었다.
공격은 미스라 쪽이 빨랐다. 수정해골이 푸른 화염을 토했다. 저것은 불길이기도 하고, 무서운 눈보라이기도 하다. 이만큼 가까이서 받는다면 재도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형은 창백한 불꽃이 닿기 전에 민첩하게 도약했다. 갈비뼈 안쪽에 푸른 빛을 부풀린 채 가볍게 미스라의 머리 위를 도약한다. 완전히 미스라의 뒤를 따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장총의 방아쇠에 손을 건다.
미스라: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요.
어디에 눈이 달렸는지 미스라는 그렇게 외치며 등 뒤를 돌아보다가 긴 다리로 인형을 걷어차버렸다. 발로 찬 자리에서 인형이 얼어붙는다. 인형은 비틀거리며 상체를 돌렸다. 갈비뼈에서 쏟아져나온 창백한 섬광이 극장 천장을 관통한다. 광대한 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잔해가 낙하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쌍둥이가 비명을 지른다.
그림 속의 스노우 / 화이트: 콜록! 콜록!
미스라는 인형의 후드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미스라: 뭐예요 이거? 알맹이가 없는데? ……!
직후, 커다란 발톱이 거칠게 미스라의 얼굴을 덥석 잡았다. 서늘한 초록빛 눈동자가 삐걱거리듯 일그러진다. 미스라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것을 오랜만에 봤다. 이번에야말로 조준을 맞추고 방아쇠에 손을 건다.
미스라: ……브래들리!
브래들리: 미안하네, 형제. 다섯 세는 건 넘었어. 엄호하게 해달라고!
그 순간, 뒤에서 검탄한 기색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땅바닥에 구른다. 직후, 내가 있던 장소를 창백한 섬광이 빠져나간다. 땅에 엎드려 장총을 준비하면서 나는 거기에 존재하는 것에 눈을 뜬다. 인형이 하나 더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었다. 전의가 솟아오르고 기분이 고양되어 간다. 그 녀석에서 눈을 떼지 않고 나는 일어섰다.
브래들리: 재미있어졌잖아…….
등 뒤에는 어느새 발톱에서 벗어난 것 같은 미스라의 기색이 있었다. 등을 맞대고 서로 인형을 마주본다.
미스라: 다섯을 세는 동안에는 죽이지 못했지만…… 제가 먼저 쓰러뜨릴 거예요.
브래들리: 오. 내기할까?
오랜만에 감칠맛 나는 사냥감이다.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오싹한 쾌감이 온몸을 누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위협에 핏기가 솟아오른다.
우리는 동시에 땅을 걷어찼다.
미틸: 형님들이에요! 돌아왔다!
피가로: ……기척이 많네. 이건 혹시…….
루틸: 돌아왔어요! 미안해, 미틸. 엇갈려버렸네.
미틸: 형님! 어서오세요. 저……. 그게…….
루틸: 알고 있어. 괜찮아. 다음에 천천히 이야기하자. 짐은 챙겼지?
미틸: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해 주세요.
루틸: 좋아. 방으로 가자!
피가로: ……화해한 것 같네, 레노.
레녹스: 네.
피가로: 손님도 데리고 왔고.
레녹스: 당신의 지인이라고 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
아이작: 피가로 님…….
피가로: …….
아이작: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피가로: 어서 와, 아이작. 잠시 여기에 앉아 있어.
아이작: 이렇게요?
피가로: 맞아. 그런 느낌으로. 차를 준비할게. 레노, 도와줘.
레녹스: ……네.
5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피가로: 왜 마법관에 데려왔어. 아이작의 마력의 세기 정도는 너도 알 텐데.
레녹스: 망설였지만, 당신의 지인이라고 해서요.
피가로: 내 지인이 안전할 리가 없잖아. 전직 군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대단한 경계심이네.
레녹스: …….
피가로: 동쪽 일로 판단이 흐려져 있어. 너답지 않아. 냉정해져. 아이작은 위험한 마법사야.
레녹스: 위험하다면 어째서 친구처럼 행동하시는 건가요.
피가로: 위험하니까야. 오즈한테도 똑같이 하고 있어.
레녹스: 오즈 님과 아이작이 같나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나요?
피가로: 레노.
레녹스: 아니잖아요. 당신은 혼란스러운 거예요. 당신 자신의 말로 혼란스러워 하면서…….
피가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작을 내쫓아야 해…….
레녹스: 그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을 따를 거예요. 따르게 해주세요. 그럴 생각이 없다면, 은정을 걸지 말았어야 했어!
피가로: 레…….
레녹스: 당신은 항상 그래! 스승님처럼 굴면서 그분을 두고 갔어. 언제나 혼자서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연을 끊으려고 하지. 그렇게 해서, 상대도 자신도 상처를 입고…….
피가로: 아이작을 구해주고 싶어! 파우스트 때도 똑같이 생각했어! 하지만…….
아이작: 피가로 님.
피가로 / 레녹스: …….
아이작: 저에게 화가 나셨나요?
피가로: 아니, 이건…….
레녹스: 계기는 그랬지만, 오랜 세월의 의견 차이의 축적이 폭발했다고나 할까…….
피가로: 레녹스.
레녹스: 네. 가만히 있겠습니다.
아이작: 죄송합니다. 멋대로 찾아와서.
피가로: 아니야……. 미안해.
아이작: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기뻐요.
피가로: 고마워……. ……하지만, 어째서? 왜 나 따위한테.
아이작: 당신은 저를 칭찬해 주니까요. 당신만이, 계속 제가 하려고 했던 것을 좋은 일이라며 웃어줬어. 저는 계속 당신과 있고 싶지만 저를 역겹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습니다. 저도 당신이 역겨워져서 분하고 초조할 때도 있지만…… 사실은 도움이 되어 당신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요.
피가로: ……그렇구나……. 고마워, 아이작. 역겹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야. 단지, 내 손에 짊어질 수 없어서……. 그럴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해서 끔찍한 생물이 될 거야. 레녹스, 너에게도 미안해. 말이 너무 지나쳤어.
아이작: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피가로: ……사실은 새벽을 기다리고 동쪽 나라로 향하려고 생각했지만……. 이런 정신 상태에서 기다릴 바에야 지금부터 출발하고 나중에 욕이나 먹자.
레녹스: 찬성합니다.
아이작: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피가로: ……따라와.
아이작: 알겠습니다.
사실은 아직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임무지에서 자고 돌아가는 일은 어느 나라 마법사들도 자주 하는 것이다. 심부름꾼의 보고만 받았을 뿐, 일부러 달려오면 그는 화를 낼지도 모른다. 미숙한 사람 취급을 했다고, 망신을 당했다고 분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작의 말이 가슴 속에 울려퍼지고 있다. 당신은 저를 칭찬해 주니까요. 이 얼마나 꾸밈없고 솔직한 말인가. 단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면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좋을지도 몰라.
레녹스가 걱정하고 있었다. 미틸도 동쪽의 학생들과는 사이가 좋고……. 아니야, 제대로 말하자. 내가 걱정이 된다. 거짓말이야. 믿을 수 없어. 이제 와서 무엇을. 들을 말을 예상하고 변명을 준비하고 싶어지만, 굳이 빈손으로 긁혀 생상을 입을 각오로 전하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더 이상 길지 않아. 그래서 불행한 추억은 별로 만들고 싶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후회를 품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불행한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나머지……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시도도 피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직 이 손바닥은 따뜻하다고 하는데도.
레녹스: 그러면…… 미틸과 루틸도 정말로 오는 거지.
루틸: 네! 저희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레녹스: 한밤 중인데, 괜찮겠어?
미틸: 괜찮아요!
아이작: 저도 괜찮습니다.
미틸: 자, 잘 부탁드려요. 아이작 씨.
아이작: 잘 부탁해.
피가로: 알았어. 그러면 갈까.
남쪽 마법사와 아이작을 동반하여 동쪽 나라까지 가게 되었다. 한밤의 외출에 낯선 미틸이 볼을 한껏 치켜세우고 있다. 모두 말이 없었지만 아이작과 루틸이 가끔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했던 대로 아이작은 루틸을 좋아하는 듯하다. 희미한 불안이 가슴에 스친다.
불안. 불안이란 무엇일까. 파우스트에게도 아이작에게도 미틸에게도 불안을 품는다. 그들을 믿을 수 있다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재회를 믿고 400년을 방황했던 남자처럼. 오늘 미틸에게 이야기했다. 현명함이란 강인함이라고. 말한 옆에서 손바닥을 뒤집어지고 싶어진다. 어리석음이야말로 강인함이 아닐까? 어리석을수록 낙관적으로 빛나는 미래만 게속 믿을 수 있다면 불안하지 않을 텐데.
파우스트를 제자로 삼아 빛나는 구제의 날이 시작됐다. 하지만 구제가 시작되자마자 오즈에게 당한 처사를 떠올렸다. 볼일 없는 저주다. 질리면 버려진다. 마음이 바뀌면 내던져진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타인에게 나는 생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피가로: (그렇지만, 모처럼이니까 어리석음에 취해있으면 좋았을 걸. 이것저것 마음 졸이지 않고…….)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갑자기 레녹스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피가로: 응?
레녹스: 어두운 얼굴을 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걱정합니다.
피가로: 아아, 미안해. 그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어?
레녹스: 네. 저 때문인가요?
저 때문인가요? 나는 감탄하며 레녹스를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지, 이 아이는 정말 행복한 남자다.
피가로: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
레녹스: 에……? 지금 묻는 건가요……?
레녹스는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동작에는 초조함이 배어 있었다. 파우스트의 몸을 걱정해서 평소보다 여유가 없는 거겠지. 그러니까 입질이 조금 힘들었다.
레녹스: 그것보다 비오는 거리에 대한 것을 협의해 보죠. 그 거리는 규칙이 엄격합니다. 한밤 중의 외출에 대해서도 뭔가 금지 사항이…….
피가로: 그건 머리에 들어있으니까 괜찮아. 여차하면 허가증을 내면 돼.
미틸: 선생님…….
피가로: 왜 그래, 미틸?
미틸: 만약 굉장히 강한 적이나 마법사 노바가 있다면 미스라 씨에게 받은 피리를 불게요. 미스라 씨라면 어떤 적이 상대해도 괜찮을 테니까요.
이것이 신뢰다. 미스라는 신뢰받고 있다. 나는 미틸의 어깨를 안고 미소지었다.
피가로: 응, 그렇네.
미틸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루틸은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다. 아이작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틸: 아……. 동쪽 나라에 도착했어요.
우리는 빗자루로 하늘을 날아 비오는 거리로 향했다. 한밤 중에는 지상의 불빛도 적어 별들을 의지했다.
파우스트들은, 무사할까.
6화 숨겨진 최후의 수단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마도구의 거울을 중심으로 공기가 떨렸다. 팽팽하게 대기가 맞서고 지하수로가 물결친다. 대경을 중심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진을 떠오르게 했다. 직후, 마법진은 태양처럼 강한 빛을 발한다. 용서가 없는 강하고 격렬한 백광으로 지하수로의 유귀를 비추었다. 빛이 빛나는 만큼 검고 짙은 그림자가 새겨진다. 그 그림자는 주박처럼 지하수로의 수면에 드리워졌다. 그림자를 꿰매어 고물로 만든다. 과거 피가로에게 배운 고도의 마법이다. 지하수로의 유귀의 그림자가 자신의 덫이 된다. 지하수로의 유귀는 거대한 몸을 삐걱거리고 있었다.
파우스트: (봉인은 오래가지 않아. 원래대로라면 더 오래 마도구로 조사해야 할 주술이다. 거울의 위치를 바꾸면 기술이 약해져. 하지만, 이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마도구를 두고갈 수는 없어.)
나는 빛나는 마법진의 중앙에서 마도구를 손에 끌어당겼다. 그리고 지하수로를 달려간다. 마도구를 잃은 마법진은 조금씩 빛이 약해지고 유귀의 덫인 그림자도 희미해져 간다. 지하수로는 복잡하고 여러 개의 모퉁이와 길이 엇갈렸다. 나는 달리면서 눈을 감았다. 자신의 숨소리나 물소리도 듣지 않도록 하며 열심히 자리의 기척을 살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를 찾기 위해서는 시각과 청각, 촉각도 내려놓고 스스로 방황하는 영혼처럼 될 필요가 있다. 어느새 나는 좁은 지하수로를 날고 있었다.
파우스트: (이 자리는 격절되어 있어. 어딘가에 뒤틀림이 있을 거야. 찾아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배후의 적은 움직이고 있는가. 시노들은 무사한가.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을 떨쳐내면서 이 공간에 집중한다. 그때, 희미한 반응을 발견했다.
파우스트: ……있다!
벌떡 눈을 부릅뜬다. 그 순간, 차단했던 감각이 갑자기 돌아왔다. 쩌렁저렁 지하수로에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물소리와도 공기소리와도 다르다.
파우스트: (뭐지, 이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 여러 사람의 목소리다.)
다수의 인간……. 아니, 마법사가 이 지하수로에 있다. 그런 기척과 시노들의 기척이 가깝다. 적인지 아군인지. 그들은 무사한지. 심장이 요동쳤다. 기척에 가까워지는 동안 목소리가 들린다.
곱슬머리의 여성: ……도와줘…….
날씬한 청년: 도와줘. 제발 그녀만은…….
시노: 알고 있어. 출구는 어디지!?
키가 작은 신사: 출구는 없어! 아무데도 나가지 못해! 계속 저 녀석에게 쫓기고…….
마른 노인: 사냥이다……. 사냥을 하고 있는 걸세. 저건 인간도 마법사도 아니야! 우리를 사냥해서 마나석을 모으고 있어!
파우스트: 시노!
시노: 파우스트!
몇 개의 모퉁이를 돌은 끝에서 나는 시노들과 재회했다. 거기에 있던 것은 시노들 뿐만이 아니었다. 남녀 통틀어 4명의 마법사가 있다. 그들은 모두 부상을 입고 있었다.
파우스트: 그들은…….
시노: ……서쪽의 마법사다. 납치를 당해서 끌려왔다고.
물고 늘어지려는 검은 짐승의 입을 두 팔로 감싸 안듯이 누르며 시노는 그렇게 말했다. 검은 짐승……. 히스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공포와 불안으로 공격적으로 되었다. 히스의 몸에도 무수한 상처가 있었다. 시노가 필사적으로 처치했지만 약초는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네로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렸다. 시노의 빗자루에 태운 여자는 어렴풋이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서쪽 마법사들 중에서도 붉은 머리를 한 여성이 중상이었다. 얕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다.
곱슬머리의 여성: ……도와줘……. 뭐든지 할 테니까……. 이런 곳에서 죽고싶지 않아…….
여자의 목소리는 나약했다.
파우스트: 괜찮아. 상처를 조금 만지도록 하지.
여성의 어깨는 갈고리에 도려졌는지 깊은 상처가 있었다. 허벅지에서도 출혈이 있다. 심한 상처였지만 이 상황치고는 치료가 꽤 되어 있었다.
시노: 이 영감이 치료를 했어. 치유 마법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의술의 실력이 있는 것 같아.
마른 노인: 그녀는 사흘 전에 여기에 왔네. 나는 열흘 전부터 이곳에 있었지. 아무리 치료를 해도 목숨은 구할 수 없어……. 이곳은 지옥의 미궁……. 출구는 없다.
파우스트: 출구는 있어.
마른 노인: 뭐라고!?
시노: 찾은 거야?
파우스트: 북쪽 방향이다. 속임수로 숨겨져 있는 것 같지만, 공간의 왜곡을 발견했어. 거기서 탈출하자. 서둘러야 해. 그 녀석이……. ……!
날씬한 청년: 그 녀석이다……!
곱슬머리의 여성: ……싫어…….
키가 작은 신사: 쉿……. 조용히. 들키면 죽을 거야……!
공포에 얼굴을 강하게 하고 마법사들이 어둠 속으로 몸을 맞댄다. 네로도 그 여자도 시간이 없어. 나는 이마의 땀을 닦고 숨을 내쉬었다.
파우스트: 시노.
시노: …….
파우스트: 그들을 데리고 먼저 가. 나는 저 녀석을 막을 테니.
시노: ……싫어.
파우스트: 거역하지 마. 이 주술 도구를 가져가. 공간의 왜곡까지 너를 이끌 거야. 왜곡을 발견하면…….
시노: 싫어! 너, 죽을 생각이잖아!
파우스트: 죽지 않아. 내 이름은 파우스트 라비니아. 너의 말대로 전쟁에서는 명장이다.
시노: ……파우스트…….
그리운 따끈따끈한 시노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린다.
마른 노인: ……혹시, 어느 장군님인가……?
파우스트: 아주 옛날에. ……아니, 거짓말이야. 거기까지 출세하지는 않았지.
나는 들고 있던 주술 도구를 목에서 빼 시노의 목에 걸었다.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웃는다.
파우스트: 이 녀석은 틀려. 언젠가 장군이 될 거다.
마른 노인: 오오…….
곱슬머리의 여성: ……다행이다…….
나를 올려다보는 시노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시노는 목소리를 눌러 죽이며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시노: ……무리야. 나는 할 수 없어…….
파우스트: 너밖에 할 수 없어. 기억하고 있나? 너는 영웅이 될 수 있는 남자야. 그렇지.
시노: ……윽. …….
시노는 손등으로 입을 막았다. 오열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신음하는 히스의 목을 안는다.
파우스트: 고개를 들어. 알겠지, 시노. 모두는 불안해하고 있어. 공포심이 강하면 쓸데없는 혼란이 생긴다. 나에게서 떨어지지 마. 나를 따라와. 그렇게 외치면서 유도해.
시노: ……. ……네…….
파우스트: 착한 아이군. 네가 용기와 침착함을 주는 거야. 모두를 부탁할게.
시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히스의 등을 쓰다듬고 그에게 뺨을 갖다댔다.
파우스트: 시노와 네로를 부탁할게, 히스.
영악한 푸른 눈동자가 순간 화를 가라앉힌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각오를 다졌다. 눈을 감고 있는 네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파우스트: (너는 살아줘. 이 아이들을 부탁할게, 네로.)
파우스트: 시노. 나의 마도구를.
시노: ……너의 거울을……? 안 돼. 못 가져가.
파우스트: 왜곡을 발견하면 내 마도구를 매개로 이 공간에서 탈출해.
시노: 절대로 싫어! 너는 어떻게 싸우게!?
파우스트: 최후의 수단이 있어.
시노: 최후의 수단!? 정말로?
키가 작은 신사: ……온다……!
파우스트: 서둘러라. 시간이 없어.
시노는 젖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았다.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고 거울을 받아들인다.
시노: ……부디, 무사해줘. 죽지 말아줘 …….
나는 눈썹을 내리고 웃었다. 이렇게 시노를 귀엽다고 생각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좀 더 많이, 상냥한 말을 해줄 걸 그랬어. 형대의 마법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만일의 경우에는 대신 시노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파우스트: 아아.
시노는 눈물을 훔치고 똑바로 지하수로를 노려보았다.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시노: ……간다! 모두들, 나를 따라와! 나에게서 떨어지지 마! 간다……!
날씬한 청년: 오오……!
마른 노인: 자, 가자! 모두 함께 ……!
곱슬머리의 여성: ……윽. 네…….
시노들의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대신 지하수로의 유귀의 기운이 다가왔다. 마도구를 건넨 나는, 대신 손에 모자를 쥐었다.
파우스트: (미안해, 시노. 최후의 수단이 있을 정도로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화형에 처하거나 하지 않았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어떻게든 이 녀석의 발을 묶는다.)
파우스트: 덤벼.
7화 그 사람에게 닿기 전에
아이작: ……여기는 어디인가요?
피가로: 비오는 거리야.
아이작: 비……? 안 오는데?
피가로: 가뭄 때 비구름을 불러왔다는 전승이 있어. 더 이상 말하지 마.
아이작: …….
피가로: 말할 거라면 작은 소리로. 한밤중의 소음은 법에 걸리거든. 레노, 길드 터의 여관은?
레녹스: 여기입니다.
한밤중의 비오는 거리는 바람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레녹스가 안내해준 길드 터의 여관에 도착한다. 나쁜 예감이 적중한 것을 알았다. 파우스트의 기척은 없다.
피가로: …….
레녹스: 피가로 님…….
미틸: 무슨 일인가요?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동쪽의 모두를 찾지 않으면…….
피가로: 아니…….
사정을 이야기하려다 불안해하는 모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피가로: 놀라도 소리 지르면 안 돼. 알겠지?
루틸과 미틸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최악의 사태를 최대한 부드러운 표현으로 설명했다.
피가로: 동쪽 마법사들의 기척은 없어. 하지만 저 건물에서는 질서가 흐트러진 기척이 희미하게 느껴져. 아침까지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시간이 흘렀다면 공간의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을 테니까.
목소리가 떨려서 놀랐다. 아무래도 동요하고 있는 것 같아. 아이작은 알 수 없다는 듯이 손목을 살짝 움켜쥐었다. 손가락까지 떨면 놀림감이 돼. 얕보면 공격당한다.
피가로: 공간의 왜곡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공간에 관영하는 마법은 고급 마법이야. 마법관에서도 오즈나 미스라밖에 사용할 수 없어. 노바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레녹스: 노바……!? 미스라조차 당해내지 못했던 그 노바가…….
루틸: 히스들은 어딘가로 잡혀버린 건가요!?
피가로: 모르겠어. 어쩌면 …….
파우스트들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고민해도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마음이 알아서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한밤중의 탓이 아니라, 시야가 어두워진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미소를 지어 어린 마법사들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피가로: 아직 대안은 있어. 공간을 왜곡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면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몰라. 미틸. 미스라에게 받은 피리…….그를 부르기 위한 주문으로 미스라를 불러줄래?
미틸: ……미스라 씨를 불러서 공간의 문을 사용해 추적해달라고 하면 되겠네요!
피가로: 맞아.
미틸: 알겠습니다! 저, 해볼게요!
미틸은 루틸에게 눈짓을 하고 가방 속에서 새의 박제 같은 것을 꺼냈다. 새의 꼬리 근처에 꽂힌 피리 모양의 막대기에 조심조심 입을 맞추려고 한다.
루틸: 형이 할까?
미틸: ……괜찮아요. 울릴게요!
레녹스: 아아, 부탁할게.
미틸은 볼을 부풀리고 힘껏 주문의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박제 같던 새가 옅은 빛에 휩싸여 생기를 되찾는다. 날개를 활짝 펴고 밤하늘을 향해 부리를 벌리고 울음소리를 요란하게 울리고 있따. 그때…… 아이작이 새를 잡아 으깨버렸다.
미틸: 아아아……!
루틸: 아이작 씨!?
아이작: …….
미스라: '아르시무'
미스라: ……또 사라졌어. 짜증나네……. ……!
브래들리: 위험하잖아! 멍하니 서있지 마! 너, 쏘일 뻔했다고!
미스라: 브래들리. 남쪽의 마법사는 오늘 어디로 가나요?
브래들리: 남쪽의 마법사!? 중앙에 있는 나라의 시장에서 뭔가 집을 보러간다고 했잖아!
미스라: 그럼 위험한 곳은 아니네요. 그 사람, 의자를 만들다가 부쉈던가. 의외로 엉성하더라고요. 어머니와 꼭 닮았어…….
브래들리: 수다는 나중이다, 미스라!
미스라: 알고있어요. 그쪽은 처리한 건가요?
브래들리: 시끄러워. 금방 처리할 거야!
미스라: 저도 금방 처리할 거예요!
실웨스: 꺄아아아악……! 이쪽에 나타났어……!
미스라: ……집요하네.
브래들리: 길들여주자고!
8화 달빛 아래 묻는 물음
아이작의 손바닥 안에서 새는 시든 꽃처럼 축 늘어졌다. 그리고 마법의 불꽃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할 말을 잃고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바람소리만 울려 퍼지는 별이 빛나는 밤, 레녹스는 입을 가린채 우뚝 서있었다. 아이작은얼음처럼 맑고 푸른 눈동자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이작: ……미스라는 부르지 않아도 돼. 제가 힘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루틸에게도 말했다.
아이작: 미스라는 부르지 않아도 돼. 내가 지켜줄 테니까.
루틸: 에……. 아……. 고마…… 고마워요……?
미틸: 감사의 말을 할 때가 아니에요! 미스라 씨가 오지 못하게 되어버렸어요!
반사적으로 차가운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아이작의 눈빛에 자신에 대한 반항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주눅 든 아이가 사랑을달라고 소리없이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편리하다. 자신의 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아이작: 제가 있으면 되죠. 피가로 님.
나는 이마를 가리고 눈썹을 찡그렸다. 아이작을 데리고 온 것은 나다. 위험한 줄 알면서 인정을 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주지도 못했다.
레녹스: 미스라를 찾고 오겠습니다.
피가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레녹스: 아니면 서쪽 나라에 가서 오…….
피가로: 그건 새벽이 올 때까지 아무것도 못해.
레녹스: ……새벽이 되면, 이쪽으로 함께…….
루틸: 저도 미스라 씨를 찾아올게요! 어쩌면 마법관으로 돌아왔을지도!
피가로: 내가 해볼게.
루틸: 피가로 선생님이……?
미틸: 하지만 공간 마법은 굉장히 어려운 마법이 아닌지 ……?
피가로: 맞아. 내 마력으로는 공간을 연결할 수 없어. 하지만 한 번, 빈 균열을 벌릴 수 있을지도 몰라. 잘 되면 길을 따라 쫓아가면돼.
실패하면 차원의 틈새를 헤매게 된다. 그건 말할 수 없었다.
피가로: 레녹스. 루틸과 미틸을 부탁할게. 아이작, 너는 나를 따라와.
아이작: 네!
레녹스: 기다려 주세요! 저도…….
피가로: 성공한다고는 할 수 없어. 네가 말한 대로 만약을 위해 그걸 데리고 오는 게 좋아. 새벽이 오면 공간의 뒤틀림의 흔적을 추적해줘. 그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셔츠 소매의 단추를 풀고 레녹스에게 건넸다. 그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레녹스: 무슨 생각이신가요? 설마 유품은……!
피가로: 얼굴이 무섭네. 유품을 주는 거라면 더 좋은 걸 줬을 거야.
레녹스: …….그러면…….
피가로: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오즈에게 줘. 내가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확률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단언했다. 레노는 신묘한 얼굴로 짜증스럽게 단추를 움켜쥐었다.
레녹스: ……알겠습니다.
루틸: 괜찮으신가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괜찮아. 아이작도 있고.
아이작: 맡겨주세요.
피가로: 안녕, 미틸.
미틸은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아직도 젊음이 남아있는 그의 부드러운 뺨을 어루어만진다. 그의 예언을 알고 있었다. 남쪽 마법사를 멸망시킬 마법사. 불길한 미래를 가능한 한 멀리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할 수 있었던 일은 있었을까. 미틸에게서 손을 떼고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다. 아이작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미틸: ……어떻게, 공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나요?
미틸이 물음을 되짚어 본다. 밤바람에 흰 옷이 펄럭였다. 달의 그림자에 푸르게 비춰졌고, 그것은 바다의 흰 파도처럼 보였다. 그 맞은 편에 소년이 서있다.
미틸: 오즈 님이나 미스라 씨밖에 사용할 수 없는 어려운 마법인데, 어째서…….
피가로: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상처주지 않을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으니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피가로: (이걸로 파우스트들은 어딘가에 무사하고 나만 개죽음이라면 바보같겠네. 하지만, 두 번이나 두고 갈 수는 없어. 이제는 두고 가지 않을 거니까.)
미틸: …….
루틸: 괜찮을까요……. 피가로 선생님, 상태가 이상했어요.
레녹스: ……아아.
미틸: …….
루틸: 레노 씨. 오즈 님을 모시러 가는 거라면 저희들 만으로도 충분해요. 만약 괜찮다면 피가로 선생님께…….
레녹스: 그렇네. 같이 가자. 이 단추는 루틸이 가지고 있어줘.
루틸: 알겠습니다.
레녹스: 엘리베이터용 마나석을 줄게. 한밤중이니 물건을 챙기는 것에 주의해.
미틸: 레노 씨도 조심해 주세요.
레녹스: 고마워. 미틸, 괜찮아?
미틸: ……네, 레노 씨도 피가로 선생님도 무사히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무리해서 위험한 일은 하지 말아아주세요.
레녹스: 노력할게.
미틸: 저기, 레노 씨……. 레노 씨가 피가로 선생님을 가끔 피가로 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가요?
레녹스: …….
미틸: 아이작 씨도……. 아서 님도요. 아서 님은 오즈 님과 친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피가로 선생님이라니……. 피가로 가르시아 씨라니……. 사실은, 어떤 사람인가요?
레녹스: ……남쪽 나라 마을의 의사로, 미틸의 마법 선생님이야.
미틸: …….
레녹스: 다녀올게.
루틸: 조심하세요!
미틸: ……무사히 돌아오세요! 레노 씨도, 피가로 선생님도!
레녹스: 아아.
루틸: 미틸, 우리도 가자.
미틸: ……네!
9화 안녕을 당신에게
질: 릴리아나 님. 무슨 일이신가요? 이런 늦은 밤에…….
릴리아나: 왕궁으로 돌아간다.
질: ……한밤중에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 분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왕궁 식물원까지 …….
릴리아나: 아니. 그 분을 다시 만나는 건 왕궁에서. 내가 왕관을 썼을 때다.
그레고리: 릴리아나!
릴리아나: …….
그레고리: 릴리아나! 나다. 그레고리야! 당신을 구하러 왔어!
질: 떠드는 새라니 기묘하군. 처리할까요?
릴리아나: 됐다. ……나를 구하러라고?
그레고리: 맞아. 왕궁에 가는 것을 그렇게 무서워했잖아!? 그런데 나는 자신감이 없어서, 당신을 보내버렸어. 왕궁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거라고…….
릴리아나: …….
그레고리: 사실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았어! 이번에야말로 진실한 사랑과 용기를 보여줄게. 당신을 어디에도 보내지 않을 거야! 사랑해, 릴리아나.
릴리아나: ……후후…….
그레고리: 장군님도 들어주십시오! 릴리아나는 하얀 머리의 마법사에게 무언가 마법이 걸린 것입니다.
질: 호오. 하얀 머리 마법사…….
그레고리: 네! 저를 새의 모습으로 만든 것도 분명 그 녀석이……!
질: 그 마법사는 저런 모습을 하고 있었나?
그레고리: 에……?
노바: …….
그레고리: 너는……!
그레고리: ……!? 릴리아나……!
릴리아나: …….
그레고리: ……손을 놔……! 숨을 쉴 수가 없어……. 괴로워……!
릴리아나: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그레고리: ……큭……. 릴리…… 아나…….
릴리아나: 안녕히. 그레고리.
그레고리: ……! …….
릴리아나: …….
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노바: 심한 말을.
릴리아나: 그대가 새 따위로 만들어서 그렇다.
노바: 당신의 비극의 실수지. 아니면 희극인가. 새로 모습이 변해 찢긴 연인들.
릴리아나: 닥쳐.
노바: 후후…….
릴리아나: 사라졌나……. 기분 나쁜 남자다. 질, 출발하지. 시체는 처분해둬.
질: 네……. …….
질: 하아, 불쌍하게도……. 나는 동물을 좋아하니 이런 비극은 보고 싶지 않았어. 처분인가. 불꽃으로 태워 재로…….
질: ……땅에 매장하기만 하면 되나. 새의 남자여. 너의 사랑의 말은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었어. 이야기의 한 장면 같아서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듣고 말았다. 다음 생에는 행복하기를.
질: 이걸로 됐군. 자, 갈까.
그레고리: ……윽. 후하……! 허억……. 허억……! ……죽은 줄 알았다 ……! 뭐야, 저 녀석들은!? 릴리아나는 어떻게 된 거야!? 왕궁에서 왕관을 쓰다니 ……. 아직 국왕 폐하께서는 존명하시는데!
그레고리: ……우선은 미안하지만 지금은 현자님께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 왕립 식물원으로 향하자……!
시노: 헉……. 헉……! 네로의 상태는!?
마른 노인: 아직 숨을 쉬고 있네!
시노: ……윽. 어디야……. 공간의 왜곡은……. ……! 파우스트의 주구가 반응하고 있어! 무슨 일이야, 히스!? 저 벽에 뭐가 있는 거야!?
시노: ……! 저기 벽……. 조금 투명해졌어……! 잘했어, 히스! 대단해……!
곱슬머리의 여성: ……여,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거야……?
시노: 아아!
곱슬머리의 여성: ……좋았어……!
날씬한 청년: 살아서 돌아갈 수 있어……!
시노: 물러서있어. 파우스트의 거울을 매개로 하여 마법진을 형성한다. '맛차 스디파스!'
마른 노인: 오오……! 손가락 끝 만큼의 균열이……! 공간에 균열이 번져간다……!
시노: ……아직이야…….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까지……. '맛차 스디파스!'
시노: ……!? 어디 가!? 히스……!
곱슬머리의 여성: 꺄아아아악……!
시노: ……!
키가 작은 신사: 그 녀석이다 ……! 그 녀석이 쫓아왔어!
시노: 그런……! 파우스트는……!? ……아니야……. 이 녀석, 두 번째인가……!
시노: 균열이 생겼어! 히스……. 돌아와……! 너희도 저걸로 밖으로 나가!
날씬한 청년: 어디로 연결되어 있지!?
시노: 몰라! 여기보다는 낫잖아! 서둘러!
키가 작은 신사: 알았어! 자, 손을…….
곱슬머리의 여성: ……윽, 고마워…….
시노: ……서둘러! 오래는 유지할 수 없어……!
키가 작은 신사: 이리 와! 너도……!
시노: 네로와 히스를 먼저 데려가줘!
날씬한 청년: ……! 위험해……!
시노: ……!
시노: (지금 회피하면 벌어진 공간의 균열이 사라진다! 안돼! 피할 수 없어!)
시노: ……윽. ……!? 상처가 없어……? 그 섬광을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날씬한 청년: 안 돼! 그 짐승에게 접근할 수 없어……! 물릴 것 같아…….
시노: 히스, 저 균열을 지나가! 부탁이니까1 가줘, 히스! 저 녀석이 또 덮쳐올 거야……! 히스……!
네로: ……윽. ……아 ……. '아도노디스 옴니스!'
시노: 히스가 잠들었어……. ……네로 ……!
네로: ……내가 남을게……. ……먼저…….
시노: 시끄러워, 바보야! 히스를 부탁해. 같이 데려가줘!
네로: 이 빗자루는 파우스트의…….
시노: 됐으니까 가……!
네로: ……윽, 알았어…….
시노: ……하……. '맛차 스디파스!'
시노: ……또야……. 공격을 받은 기분이 들었는데…….
키가 작은 신사: 나로 마지막이야! 너도 도망쳐!
시노: 알았어……!
시노: ……어이! 파우스트의 거울! 파우스트가 있는 곳까지 가. 안 된다고는 못 하게 할 거니까! 나는 지금까지 임무에서 사념을 가진 물체를 봐왔어! 너도 기합으로 움직여봐!
시노: 부탁해……. 파우스트의 품으로 돌아가! '맛차 스디파스!'
시노: 거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이 균열을 빼면……. ……!
시노: ……. ……추워 ……. ……여기는 ……?
시노: ……은색 세계……. 호전적인 정령의 기색……. ……설마, 북쪽 나라……?
10화 터무니없는 고독
피가로: 그러면, 갈게.
아이작: 네.
피가로: '폿시데오'
레녹스: ……윽!
피가로: 레노!?
레녹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공간이 뒤틀리고 장이 안정을 잃고 다양한 경치가 지나간다. 울창한 깊은 숲. 먼지를 뒤집어쓴 좁은 방. 그리고 …… 어두운 지하수로 같은 곳에 엎드려있는 시체 같은 것을 보았다. 커다란 갈고리 톱에 찢긴 듯한 상처가 등에 새겨져 있다. 피에 발린 수구의 등에 낯익은 문장이 있는 것 같아 핏기가 가셨다. 저건 파우스트인가? 서둘러 도와야해. 돌이 되어 버린다. 나보다 먼저.
손을 뻗으려고 하자 경치가 멀어져 간다. 다음으로 본 것은 …… 잃어버린 고향을 닮은 풍경이었다.
피가로: ……윽. 하…….
처음 느낀 것은 가차없이 체온을 빼앗는 주위였다. 바늘처럼 뾰족한 기품이 높고 버릇이 있는 땅의 기척. 이곳은 북쪽 나라다. 그렇게 깨닫고 바로 체온을 지키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혹한의 땅에서는 마법 없이 인간은 살 수 없다.
피가로: …….
어째서인지 마법을 걸 수 없었다. 손끝이 얼고 폐 속이 차가워진다. 눈보라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흰색이다.
피가로: 헉……. 하……. '폿시데오'
익숙한 주문을 입에 올렸다. 하지만 정령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피가로: ……하…….
체온을 뺏길 각오를 하고 맨손 끝으로 눈밭 위에 마법진을 그렸다.
피가로: '폿시데오'
아무 반응이 없다. 정령들의 기척이 멀다. 엄청난 고독을 느꼈다. 새하얀 설경 속에서 망연히 서있던 먼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때,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큰 그림자에 레녹스인가 하고 안도하며 얼굴을 들었다.
아이작: 피가로 님.
아이작이었다. 그는 추위에 얼지도 않았고 옷을 얇게 입은 채로도 태연했다. 북쪽의 마법사라면 당연하다. 얼어붙는 나를 눈앞에 두고 아이작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작: 무슨 일이신가요? 마법으로 몸을 지키지 않나요?
피가로: ……윽. 하…….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나는 아이작의 팔을 잡았다. 조금 전의 공간에 어떻게든 도착해야 해. 파우스트는 중상을 입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 레녹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나의 마법이 없다면 누가 북쪽의 땅에서 그를 지킬 것인가. 아이작이 내 얼굴에 닿았다. 밀어내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아이작: 아아……. ……마법을 사용할 수 없군요……. ……알아요. 저도 몇 번이나 그렇게 되었으니까…….
아이작: ……지금이라면……. 당신을 돌로 만들 수 있어.
나는 눈을 부릅떴다. 아이작의 경박함과 무례함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마도구인 오브조차 꺼낼 수 없다. 아이작은 비웃지도 않고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하는 듯 감격에 떨고 있었다.
아이작: ……아아, 루틸. 이제서야 깨달았어. 우리들은 약속을 할 수 없으니까……. 함께 있기 위해서, 뺏을 수 밖에 없어.
아이작의 굵은 손가락이 내 목에 걸린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사이에 그에게 대항할 수단을 몇 가지나 생각해냈다. 하지만 모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저항을 해봐도, 아무런 힘도 가지지 않는 단순한 인간이 북쪽의 마법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말로 속인다 해도 아이작의 마력으로 비틀어 엎어진다. 오즈의 앞에 있는 인간은 그가 무서웠을 것이다. 무력한 자신에게 절망하고 세상을 저주했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파우스트의 목숨도. 레녹스의 목숨도. 나를 기다리는 미틸들의 미래도. 오즈도 분명 곤란할 거다. 내가 이런 곳에서 돌이 되면. 그래서 필사적으로 열심히 생각했다.
피가로: 아…… 아이작. 기다려. 말 좀 들어봐.
아이작: 걱정하지 마세요, 피가로 님. 당신을 마음 속에 넣고 지키겠습니다.
피가로: ……돌이 되면 너를 칭찬해 줄 수 없어. 착하지, 아이작.
아이작: 괜찮아요……. 당신을 돌로 만들어 함께 있으면 안심할 수 있으니까.
피가로: 그건 함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아?
자신이 던진 말에 나는 가볍게 절망했다. 맞아. 사실은 알고 있어. 잃어버린 모습의 돌을 먹어도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치렛타는 어디에도 없어. 다른 마법사들도.
아이작: 아니, 나와 하나가 될 수 있어. 내가 돌로 만든 북쪽의 마녀처럼.
그때, 도도해 보이는 늠름한 목소리가 울렸다.
에바: ……뭐라고 했지.
눈보라 너머 아이작의 어깨 너머로 빗자루를 탄 북쪽 마녀가 보였다. 그녀는 나도 알고 있다. 치렛타와 같은 시간동안 오래 살고 있는 자랑스러운 북쪽 마녀……. 에바다. 아름다운 눈망울을 치켜들고 무시무시한 증오의 표정으로 에바는 아이작을 노려보았다.
에바: 그 파란 돌은 내가 소피에게 준 것이다. 소피에게 무슨 짓을 했지.
아이작이 피식 웃었다. 나의 목에서 손을 떼고 상공의 에바를 우러러본다. 아이작은 완전히 북쪽 마법사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아이작: 돌로 만들어서 먹었다! 너도 배에 넣어줄까!
에바: 네놈……!
새하얀 어둠에 격렬한 빛이 흐른다. 북쪽 마법사들의 사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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