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브래들리: 낮부터 마시는 것도 인색하네. 와인이라면 팔아도 더 있어.
(무르에게 맡기고 전혀 접객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혹시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나……?)
네로: 칫……. 저 녀석, 저런 수단으로 오는 건가.
브래들리: 하아……. 이거 맛있네!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손님: ……저 형을 보고 있었더니 나도 마시고 싶어졌어.
손님: 아, 나도……! 시험삼아 한 병 사볼까.
자세히 보니 행인들이 그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혹시,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무심코 브래들리를 보자 그는 웃었다.
브래들리: 장사라는 건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 거라고.
반면 브래들리들의 옆에 입점해있는 샤일록도 지지 않았다.
손님: 이거 굉장하네……! 환상의 와인들이 이렇게나……. 아주 옛날에 폐쇠된 동쪽 나라 와이너리 와인까지 있잖아. 이거 정말 파는 거야?
샤일록: 네, 물론이죠. 오늘까지니까 놓치지 마세요.
손님: 어머 ……. 이 와인,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좋아하셨던 브랜드야.
샤일록: 이런. 할아버님께서 눈이 높으시군요. 그 쪽은 다른 것에 비하면 젊은 와인이지만 한 잔으로 백년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 명주입니다. 입에 닿는 맛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혀의 촉감……. 괜찮다면 할아버님의 추억의 맛을 이번에는 당신이 사랑해 주세요.
와인 애호가가 술렁거리는 희귀한 컬렉션의 여러가지와 샤일록의 우아한 접객으로 와인은 빠르게 파려나간다. 다른 마법사들과 나는 샤일록의 가게를 도와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네로: 이건 서비스야. 베이컨이랑 치즈만 구웠지만 와인이랑 잘 어울려.
손님: 안주까지 나오는 건가? 눈치가 빠르네.
손님: 형씨, 이쪽도 부탁해.
파우스트: 손님이 많아졌어……. 요리를 만드는 것은 너에게 맡기는 것이 빠를 것 같군.
네로: 그러면 선생은 옮기는 걸 부탁해. 손님 장사니까 가능한 한 붙임성있게.
파우스트: 붙임성있게, 라고……?
네로: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가게라고 해도 축제의 출점이고, 부담없이 접객해도 좋으니까.
파우스트: 부담없이라고 해도 그런 건 잘 못해.
네로: 괜찮아. 당신 손재주도 있으니까. 자, 손님이 왔다고.
손님: 실례합니다.
파우스트: …….
네로: 어서오세요. 요리라면 거기 형이 가져다 줄 거야.
파우스트: ……여기. 맛은 보장하지.
손님: 당신, 꽤 먹성이 좋구나. 좋아. 이것도 열어야지.
루틸: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나요?
손님: 당신의 마시는 모습이 시원시원하니까 이쪽까지 술이 맛있어지네. 자, 더 마셔.
루틸: 그럼 사양하지 않고! ……하아, 맛있다.
손님: 꽤 하네. 이 젊은 자식…….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벌컥벌컥…….
손님: 혼자서 와인을 몇 병이나 비운 거야?
브래들리: ……헤에? 어이, 무르. 액재 와인 열 병 더 보내봐. 애송이에게 질 수 없으니까.
손님: 우왓, 이쪽도 대단해……! 점점 병을 비우기 시작했다……!
루틸: 와아, 브래들리 씨. 호쾌하게 드시네요.
브래들리: 당연하지. 나한테 술은 물과 같으니까.
루틸: 그러고보니 저도 피가로 선생님께 들어본 적이 있어요. 술은 따뜻한 물이라고. ……푸하. 리필해 주세요!
브래들리: 이쪽도 리필이다.
손님: 어이. 누가 이길 것 같아? 나는 금발 형에게 걸래.
손님: 나는 상처가 있는 잘생긴 사람!
어느새 술자리 내기까지 시작해 가게 앞은 점점 달아오른다.
루틸: 저만 마시는 것도 나쁘니 오즈 님도 한 잔 드세요. 샤일록 씨의 추천이래요.
오즈: 샤일록의…….
루틸: 오즈 님은 과묵한 분이시기에 맛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혀가 고급이라고 샤일록 씨가 말씀하셨어요.
오즈: 오래 산 만큼 입에 담을 기회가 많았을 뿐이다.
루틸: 분명 그런 분밖에 모르는 맛의 기미가 있는 것이겠죠. 오즈 님에게 이 와인은 어떤 느낌인가요?
오즈: …….
오즈는 받은 잔을 입에 댔다.
오즈: …….밤의 장막처럼 진하고 무겁군. 단숨에 들이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즐겨야 할 것이다.
루틸: 그 표현, 이 와인에 딱이네요……! 확실히 중후한 맛이 나요. 역시 오즈 님은 말에 깊은 뜻이 있네요. 이쪽의 와인은 어떤가요?
오즈: ……독특한 뒷맛이다. 목을 넘기고도 과일향이 남아. 이 감각은 마신 자만 알 수 있다.
손님: 오오……. 뭔가 깊어……. 쓸데없이 말이 많지 않은 만큼 설득력이 있네.
손님: 저 사람, 와인 비평가인가? 봐봐, 어딘지 모르게 위엄이나 관록이 있고.
손님: 아아, 틀림없어. 분명 이름이 알려진 사람일 거야. 나는 알아.
어린이: 술만 먹고, 재미없어~.
아서: 한 잔 받아. 목이 말랐지?
어린이: 이거 와인이지? 애들은 먹으면 안된다고 했어.
괜찮아요. 와인 잔에 들어있지만 내용물은 포도주스니까요.
아서: 이 잔으로 마시면 와인을 마시는 것 같아서 조금 멋있지?
어린이: 응! 왠지 어른같아 …!
어린이: 저기, 나도 포도 주스 마시고 싶어. 저 잔이 좋아!
모친: 어머, 와인만 있는게 아니구나. 안녕하세요. 아이를 동반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어서 오세요! 대환영이에요.
아서: 부인, 짐이 많은 것 같네. 급하지 않다면 의자를 준비할 테니 부디 쉬고 가줘.
모친: 어머, 고마워.
어린이: 오빠 멋있어. 그림책에 나오는 왕자님 같아.
아서: 아하하, 그거 영광이네.
(그 사람, 진짜 왕자님이야……!)
마법사들의 활약과 협력으로 손님이 끊기지 않고 두 가게 모두 대성황이다. 인접해 있기도 하여 한쪽에 들른 손님이 다른 쪽 가게에 얼굴을 내미는 등 서로 손님을 부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매상의 와인의 수는 호각 정도로 보여……. 하지만…….)
파우스트: 큰일이군. 슬슬 이쪽의 와인이…….
샤일록이 준비한 컬렉션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에 내놓는 와인이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7화
아서: 브래들리들은 아직 여분이 남은 것 같네.
네로: 저쪽은 마법을 사용하면 끝없이 와인을 만들 수 있으니까. 손님이 올 때마다 매상을 늘릴 수 있어. 이쪽은 그럴 수 없고.
손님이 와도 정작 와인이 없으면 매출은 거기서 멈춘다. 수로 승부하는 이상, 아무래도 분인 나쁘다. 이렇게 하는 동안에도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이 차례차례 팔려나간다.
이대로는 박카스 씨의 밭이…….
서서히 공기에 초조함이 스며들때 차분한 샤일록의 목소리가 들렸다.
샤일록: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인비벨'
마법으로 꺼낸 것인지 그는 한 병의 와인을 손에 들고 있었다. 잘 닦인 검은 병이 윤기를 뿜어낸다.
그 와인은……?
묻기도 전에 무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르: 그거, 베넷의 와인이네.
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순간 샤일록 쪽을 본다.
(베넷의 와인? 하지만 그 와인은…….)
확실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샤일록이 들려준 이야기다. 베넷의 와인은 앞으로 몇 병밖에 없는 귀중한 것이라는 것도. 그 나머지를 언제 누구와 어떤 식으로 열까 샤일록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도. 얼굴색이 안 좋아진 나를 보며 그는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느끼고 있는 '설마' 를 긍정하도록.
샤일록: 이것은 저에게 특별한 와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이 때에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사용할까요? 당신은 아시죠? 제가 지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그렇게 말하며 흘린 눈을 무르에게 보낸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그 의기양양한 미소는 칼날을 겨누듯 번뜩이기까지 했다. 무르 또한 사냥감과 마주친 고양이처럼 차갑게 눈을 가늘게 떴다.
무르: ……확실히. 잘 알았어, 샤일록.
브래들리: 아하하!
거친 웃음소리가 난다. 최후의 수를 꺼낸 샤일록을 보며 브래들리는 몹시 유쾌해 보인다.
브래들리: 너도 꽤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네. 좋은데. 진귀한 것을 볼 수 있겠어.
……샤일록.
파우스트 / 네로: …….
마법사들은 복잡하게 입을 다물었다. 샤일록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짐작하고 있다. 그가 팔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컬렉션의 와인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샤일록: 그런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승부에는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하지만…….
오즈: 이는 샤일록이 결정한 승부다. 본인이 각오하고 있는 이상 참견해봤자 무의미하다.
( ……하지만, 정말로 괜찮을까.)
샤일록이 지금까지 마음을 기울여 정중하게 사랑해 온 것이 여기서 잃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기다려줘!
……그때, 누군가가 달려왔다.
샤일록: 박카스?
박카스: 와인이라면 있어! 이걸 써줘!
그는 숨을 헐떡이며 주문을 외우고 많은 양의 와인을 운반해왔다.
루틸 / 아서: ……!
오즈: 이 와인은…….
박카스: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와인이야. 팔 거라면 이걸 팔아줘!
박카스 씨는 기세 그대로 샤일록에게 달려가 벌떡 고개를 숙였다.
박카스: 샤일록, 미안해……! 내가 한심하다는 이유로 폐를 끼쳤어. 당신은 귀중한 컬렉션을 전부 팔면서까지 포도밭을 되찾으려고 해줬어. 그런데도, 내가 더 이상 뒤에서 가만히 있기만 할 수는 없어……!
샤일록: …….
목소리를 떨며 사과하는 박카스 씨에게 샤일록은 그를 다그치지도 위로하지도 않았다. 다만 부드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위로하듯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샤일록: 자,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루틸: 여러분, 박카스 씨의 와인이 들어왔어요!
아서: 박카스의 와인의 역사를, 부디 그 혀로 확인해줘.
마법사들에 섞여 박카스 씨도 가게 앞에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박카스: 올해의 신작은 없지만 과거의 와인을 대방출한다! 오래된 와인도 신선한 와인도 다 있다고!
손님: 박카스의 와인이라고?
손님: 정말이다. 이제 구할 수 없는 과거의 와인이 이렇게나……!
와인을 진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을 들은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손님: 이게 그 소문의 박카스의 와인인가? 한 번 마셔보고 싶었는데.
손님: 다행이다. 잘 보이지 않아서 계속 찾고 있었어!
네로: 우왓, 눈 깜짝할 사이에 손님이…….
(박카스 씨의 와인은 역시 굉장히 유명하구나……!)
박카스 씨의 와인을 처음 사는 사람. 박카스 씨의 와인을 여러 번 마셔본 사람. 다양한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그 중에는 박카스 씨에게 말을 거는 단골 손님도 있었다.
손님: 박카스, 제작년의 와인 맛있었어. 아내가 또 마시고 싶다고 하더라고.
박카스: 에? 그, 그거 고맙……!
아서: 박카스. 이 연령대의 와인이 다 팔려서 보이지 않는데 아직도 남아있을까?
박카스: 나무상자 안에 있을 거야. 지금 꺼낼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손님: 실례합니다! 이거 한 병 줄 수 있어?
손님: 나는 이 와인으로 두 병 받을까.
네에, 여기 있어요! 오즈, 죄송해요. 대금을 받아줄 수 있을까요?
오즈: 알았다. ……여기에 내라.
손님: 히익…….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가게는 점점 바빠진다. 그러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까지 접객을 도와주기도 했다.
주민: 꽤 바빠보이네. 지금 손이 비어있으니까 조금 도와줄게.
파우스트: 고마워. 마침 일손이 필요했거든.
손님: 아아, 이거야 이거. 그립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셨었어.
손님: 어머, 10년 전의 와인이 있잖아! 기쁘다. 10년 전에 놓쳤었던 건데.
루틸: 다행이네요! 오늘은 잔뜩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괜찮다면 보고 가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박카스 씨의 와인을 찾아 몰려가 원하는 물건을 손에 쥔다. 마치 마음을 아는 친구와 재회하는 것처럼, 어느 얼굴도 기대와 기쁨으로 웃고 있었다. 샤일록이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살짝 속삭였다.
샤일록: 말로 하지 않아도 이 광경에서 전해지겠죠? 박카스의 와인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어떤 식으로 사랑받아 왔는지…….
8화
박카스 씨에게도 분명 전해졌을 것이다. 와인을 파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박카스: 고마워. 또 잘 부탁해!
이윽고 인파가 조금 진정되었을 무렵, 안경을 쓴 나이 든 손님이 가게를 찾아왔다.
손님: 박카스 본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아, 너인가.
샤일록: 아니요, 제가 아니라 이쪽이 박카스입니다.
박카스 씨의 나이 어린 모습에 놀란 듯 안경 속 눈이 살짝 휘둥그레진다.
네로: 하하, 놀라긴 하지. 이래보여도 당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주민: 내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박카스는 여기서 와인을 만들고 있어!
파우스트: 할아버지는 커녕, 증조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전부터겠지.
박카스: 그래서 손님. 나에게 무슨 용무라도?
손님: 아니, 한마디 인사를 하고 싶어서.
박카스: 인사?
손님: 우리는 대대로 박카스의 와인의 팬이라서. 매년 기대하고 있어. 신작 와인이 없는 건 아쉽지만 또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 손자와 함께 말이지. 당신의 와인은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다. 오랫동안 계속 만들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손님은 악수를 청했다. 내밀어진 주름투성이의 손을, 박카스 씨가 깨물듯 천천히 움켜쥐었다.
박카스: ……아아. 나야말로 고마워.
그리고 수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과연 와인의 매상 승부의 행방은…….
브래들리: 60, 61…….
샤일록: 59, 60…….
비워진 케이스나 팔린 와인을 적어둔 메모를 확인하면서 각각 매상을 세어간다. 우리는 침을 삼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봤다.
샤일록: ……이쪽은 딱 400이군요.
루틸 / 아서: …….
파우스트 / 네로: …….
브래들리: ……398이다.
박카스: ……우리들의 승리다!
루틸 / 아서 / 아키라: 아싸!
양쪽 모두 순조롭게 매상을 늘려 마지막까지 승부는 뜨거웠지만 후반부의 추격도 있어 근소한 차이로 샤일록이 승리했다. 샤일록에 협력하던 마법사들도 기쁨과 안도의 목소리를 낸다.
파우스트: 후우…….
네로: 끝까지 어떻게 될까하고 조마조마했어.
샤일록, 다행이네요……!
샤일록: 네. 박카스가 와인을 제공해 준 덕분이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협조가 있어서죠. 정말 감사합니다. 오즈도 판매를 도와주고…….
아서: 오즈 님, 당당하고 멋진 접객이었습니다!
오즈: …….
(그건 확실히 레어한 모습이었네……. 손님에게 대금을 받는 오즈라던가…….)
샤일록: 두 분, 이걸로 할 말은 없죠?
브래들리: 하. 박카스의 와인보다 돈이 안 나오잖아. 밭 따위는 가지고 있어도 의미가 없겠어. 돌려줄게. 그런데 오늘 액재 와인의 매출은 내가 받아간다.
네로: 진 주제에 빈틈이 없네.
브래들리: 당연한 수고비잖아.
무르: 나도 액재 와인 연구는 충분히 했고, 밭은 이제 필요없어! 게다가 진심인 샤일록과 승부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샤일록은 어때? 너도 즐거웠어?
샤일록: 글쎄요. 상상에 맡기죠.
(하아. 아무튼 다행이다…….)
짜릿한 긴장감은 멀어지고 기분 좋은 피로와 안도가 찾아온다. 어깨가 내려앉은 듯한 공기 속에서 박카스 씨가 샤일록을 향해 다가갔다.
박카스: ……샤일록. 오늘은 너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 정말 고마워.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해준 거야? 승부한다고 해도 그런 중요한 컬렉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샤일록: 저에게 있어서 진심의 승부이기 떄문이죠. 그것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단지 그것 뿐입니다. 게다가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와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오늘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카스: 샤일록…….
샤일록: 자, 우선은 폭풍같은 하루를 마친 것을 기뻐할까요.
샤일록은 와인 한 병을 꺼내 익숙한 솜씨로 열었다.
박카스: 그 와인은 베넷의…….
샤일록: 네. 당신이 지켜준 와인입니다. 괜찮으시다면 한 잔 드세요.
박카스: …….
주저없이 내민 잔과 샤일록을 번갈아 보며 박카스 씨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잔 안에 흔들리는 깊은 붉은색은 샤일록의 눈동자 색과 닮았다. 베넷의 땅의 역사가 녹아든 특별한 한 잔.
박카스: ……고마워. 잘 먹을게.
박카스 씨는 받은 잔을 천천히 돌렸다. 향을 확인하고 입에 머금는다. 그리고 조용히 목을 울린 뒤 닫은 입술에서 오열이 새어나왔다. 서서히 우는 얼굴로 무너져 간다.
박카스: ……우윽, 맛있어……. 최고로 맛있고, 최고로 분해……! 역시 나는, 언젠가 이 맛을 넘고 싶어……!
뺨을 눈물로 적시며 그는 신음했다. 그 목소리는 고통스럽게 떨리면서 열을 띠고 있었다. 때려눕힌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랑의 말처럼. 샤일록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조용히 웃었다.
샤일록: ……그 말을 들어서 다행이다.
무르: 액재 와인을 먹어보고 알았지만, 브래드도 처음부터 이 승부는 지는 싸움이라는 걸 눈치채지 않았어? 네가 진정한 미주를 좋아한다면, 액재 와인에 그렇게까지 기대를 걸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런 맛이었으니까.
브래들리: 잘 알고 있잖아. 박카스의 와인을 마실 수 없게 되는 것은 아쉽잖아. 뭐, 저 녀석의 얼빠진 태도가 열받아서 한방 먹이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무르: 그렇구나! 패배까지 포함해 너는 원하는 대로 승리를 거둔 셈이야. 뭐, 나는 액재 와인도 좋아했지만! 특히 이름이 최고!
승부의 다음 날, 우리는 다시 박카스 씨의 포도밭을 찾아왔다.
루틸: 밭은 무사히 박카스 씨에게 돌아왔지만…….
네로: 문제는, 변이된 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박카스: 나도 잘라내거나 옮겨 심거나 몇 번이나 시도해봤는데 바로 원래대로 되더라고. 이대로는 내 와인을 만들 수 없어. 밭을 되찾아준 다음에 부탁을 하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현자의 마법사인 너희에게 정식으로 의뢰하고 싶어. 제발 내 밭 좀 어떻게 해줘.
아서: 물론이야. 진정한 의미에서 밭을 되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
파우스트: 그러기 위해서는 미치고 있는 이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 우선은 조사를 진행해서…….
무르: 조사라면 했어! 차분히 꼼꼼하게 조사했어!
브래들리: 이 녀석, 밥도 먹지 않고 밭에 몸을 담그고 있었으니까.
샤일록: 그래서 무르. 뭔가 알아냈나요?
9화
무르: 액재 와인에 해가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포도밭에 정화의 마법을 걸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거야.
정말인가요?
루틸: 좋았어!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와아하고 공기가 들끓는 가운데 브래들리가 일침을 날리는 듯한 눈으로 박카스 씨를 쳐다본다.
브래들리: 이변은 정화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것 뿐이다. 알고 있겠지?
박카스: ……아아, 상관없어. 해줘.
마법사들은 밭을 향해 손을 올린다.
샤일록: 그러면 시작하죠. '인비벨'
다른 마법사들도 샤일록을 따른다. 그 고리 안에는 박카스 씨도 있다.
무르: '에아뉴 랑블'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오즈: '복스노크'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루틸: '오르토니크 세토마오졔'
바람이 아래에서 솟아오르듯 포도밭이 일순간 흔들리며 하얗게 빛난다. 바람이 떠나고 난 후, 조금 전까지 쭉쭉 열매를 달고 있던 포도는 전부 사라졌다.
오즈: 정화는 성공했다.
무르의 말대로 이변은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하지만 기쁨의 소리를 아무도 낼 수 없었다.
밭이…….
파우스트 / 네로: …….
눈앞의 포도밭은 황폐해져 있었다. 멈춰있던 시간이 한꺼번에 흘러간 것처럼 나무는 시들고, 가지는 부러지고, 잡초가 무성하다.
샤일록: 액재로 인한 이변 때문에 오랫동안 밭을 손질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부자연스러운 풍요가 밭에서 사라지고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죠.
루틸: 그런……. 소중한 포도밭이…….
아서: …….
(드디어 박카스 씨가 의욕을 되찾았는데 …….)
걱정스러운 시선이 박카스 씨에게 쏠린다. 이 밭의 참상을 보고 또 한 번 마음이 꺾이는 것은 아닌가. 그런 식으로 모두가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카스: 다시 처음부터 키울거야. 방식을 재검토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고. 흙의 배합을 바꿔보거나 비료를 개량해보거나. 맞다. 포도의 품종을 연구해보는 것도 방법이지!
박카스 씨는 주저앉지도 않고 긍정적으로 웃고 있었다. 밭을 부흥하기 위해서 이것도 좋다, 이것도 좋다라고 꿈꾸는 소년처럼 즐겁게 말을 튕기면서.
박카스: ……왠지 설레고 정신이 없네. 마법사의 일생은 길다는데, 그래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시도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처럼 많아. 더 맛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전이 있을 뿐이야. 이번에야말로 베넷의 와인을 넘어보겠어!
샤일록: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박카스 씨의 눈빛은 지금의 거친 밭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을 향해있었다. 포도빛 눈동자는 허름하지도, 칙칙하지도 않다. 싱싱한 과일처럼 빛나고 열정에 불타고 있었다.
밭의 변고도, 수확제의 뒷정리도, 모든 것이 무사히 끝난 후 박카스 씨는 우리를 와인셀러로 초대했다.
아서: 이것만 있어도 장관이네. 정말 엄청난 양이야…….
루틸: 이게 전부 박카스 씨가 만든 와인이죠.
통에 담긴 다양한 시대의 와인. 와인 전문가로 살아온 그의 증거가 넓은 와인셀러를 가득 채워진 것만으로도 압도될 것 같다.
박카스: 몇 백년 치를 저장하고 있으니까. 마법을 쓰니까 장기보존도 완벽하지. 와인 만들기에서 마법에 의지하는 건 그것 뿐이야. 그 외에는 마법을 일절 쓰지 않아. 수고나 시간을 단축한 만큼 조급하고 멋없는 맛이 되니까.
네로: 알아. 고집이 세지지, 그 부분.
통로를 걸으며 박카스 씨는 와인셀러 안을 안내한다.
박카스: 보다시피 연대순으로 정리했어. 같은 통으로 보이지만 풍미를 위해 소재를 바꾸거나 하고 있거든. 너무 오래된 와인은 병에 담았지만, 대부분의 것은 통에 들어있네. 입구 근처는 아직 젊은 와인이고 안쪽으로 갈수록 더 오래된 거야. 이 근처는 대략 사백 년 됐어.
사, 사백 년……?
파우스트: 같은 세대인가…….
멍하니 와인통 무리를 둘러보는데 문득 오즈가 무언가에 눈을 멈췄다.
오즈: …….
아서: 오즈 님, 무슨 일이신가요? ……아, 이 와인통만 뭔가 표시되어 있네요.
통의 표면에 붉은 페인트로 크게 바츠가 쓰여져 있다. 박카스 씨는 어색한 표정이 됐다.
박카스: 아, 그건……. 젊었을 때의 에너지라는 건데, 공정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와인을 만들었던 때야.
샤일록: 후후. 그 해의 와인은 개성적이었죠.
박카스: 말하지 말라니까. 형편없었어, 아무튼. 아아…… 진짜! 떠올리니 부끄럽네……!
(흑역사같은 건가……?)
박카스: 그런 것보다 이것 좀 봐. 하나씩 잔을 들고.
둥둥 떠오르면서 눈앞에 유리잔이 실려온다. 수확제 시음에서 사용한 것처럼 캐쥬얼한 분위기의 와인잔이다. 모두가 잔을 받아들자 박카스 씨가 웃는 얼굴로 크게 손뼉을 친다.
박카스: 자, 기대하던 시간이야. 원하는 만큼 와인을 마셔줘. 어느 연령대의 와인이든 무제한으로 마셔도 돼!
무르: 아싸! 무제한!
브래들리: 통이 크잖아. 이렇게 나와야지.
파우스트: 괜찮은 건가? 그런 대범한 행동을 해서.
박카스: 이 정도는 싼 거야. 나에게 와인에 대한 열정을 상기시켜 줬는 걸.
네로: 반갑네. 설마 그 박카스의 와인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루틸: 감사합니다, 박카스 씨!
박카스: 사양할 필요 없어. 쭉쭉 마셔줘. 술을 못 마시는 애들은 포도주스도 있어. 특별한 날에만 내는 월등한 녀석이다.
와아, 맛있을 것 같아……! 부디 꼭 마시게 해주세요.
아서: 박카스가 만들었다면 주스도 분명 남다르겠지.
박카스: ……그리고, 액재 와인도 아직 남아있으니까 흥미가 있다면 그쪽도 부디 자유롭게…….
브래들리: 갑자기 텐션이 낮아졌군.
네로: 뭐, 기분은 이해하지만…….
말씀을 받아들여 우리는 잔을 들고 와인가 주스를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루틸: 어떤 것부터 마셔볼까. 이렇게나 있으면 한 잔씩 마셔도 다 못 마실 것 같아.
브래들리: 어이, 남쪽의 큰 형. 이번에야말로 누가 더 잘 마시는지 매듭짓자고. 아까는 승부가 나지 않았으니까.
루틸: 좋네요. 재밌을 것 같아! 하지만 모처럼의 맛있는 와인이니 천천히 맛보면서 승부를 보도록 해요.
브래들리: 동감이다. 허겁지겁 마시기에는 아까운 술이니까.
10화
아아, 맛있어……. 이건 진한 고기가 잘 어울릴 것 같네.
파우스트: 나쁘지는 않지만 나는 조금 더 가벼워도 괜찮겠어.
박카스: 그럼 딱 좋은게 있지. 그것보다 조금 더 전에 만들었던…….
샤일록: 아아. 그 나이대의 와인은 상쾌하죠. 저도 좋아하는 겁니다.
네로: 오, 어떤 거? 나도 먹어보고 싶어.
샤일록: 이 와인입니다.
네로: 아아, 선생과 같은 세대의.
파우스트: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그만해줘.
네로: 아까 네가 말한 거잖아…….
샤일록: 안쪽으로 가면 아마 네로와 같은 세대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받아볼까요.
파우스트: 라고 하는데. 잘 됐군.
자신과 같은 세대의 와인을 마신다니, 정말 멋지게 즐기는 방법이네요.
아서: 네. 자신과 똑같이 해를 지나온 와인을 맛보는 것은 감회가 남다를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오즈 님과 같은 세대의 와인도 있었으면 했는데…….
(최소 2천년 된 와인이니까…….)
오즈: ……네가 태어난 해의 와인이라면 있다. 나에게 와인을 골라달라고 했지. 지금은 마실 수 없어도, 언젠가 다가올 날을 향해서 기념품으로 하면 된다.
아서: ……네! 그때는 꼭 오즈 님도 함께.
무르: 현자님, 마시고 있어? 나는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마셨어!
꽤 많이 마셨군요. 괜찮나요?
무르: 괜찮아! 손이 부족해도 다리가 있어! 현자님이 마시고 있는 건 주스?
네. 맛있어서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르는 와인이죠? 언제 만들어진 건가요?
무르: 그건 말이지! 통에 바츠가 쓰여져 있던 거!
에.
지체하지 않고 박카스 씨가 날아왔다.
박카스: 어이……! 그 와인을 마신거냐!? 실패작이라고 했잖아!
무르: 실패작인지는 먹어봐야 알지!
박카스: 그, 그건 그렇지만, 너 ……!
무르: 얘들아! 이거 먹어봤어?
루틸: 네? 어떤 건가요?
네로: 뭐야. 맛있어?
박카스: 와아! 하지마! 바보 무르!
소문대로 박카스 씨의 와인이나 주스는 모두 월등하게 맛있고 마법사들은 차례차례로 잔에 따라 마셔간다. 저것이 맛있다 이것이 맛있다와 비교하는 것도, 각각 취향의 차이를 느끼거나 하는 것도 즐겁다.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새 와인셀러는 술집을 방불케하는 활기가 넘쳤다.
네로: 브래드…… 리 군. 조금 과음한 거 아냐.
브래들리: 그 대사는 내가 아니라 남쪽의 큰 형에게 말하라고.
루틸: 박카스 씨의 와인, 정말 최고! 정말로 다 맛있다니……! 그렇죠, 파우스트 씨!
아서: 루틸, 그쪽은 오즈 님이야.
박카스 씨의 와인을 잔뜩 마셔서 그런지 다들 평소보다 조금 쾌활한 취기다. 그러다가 아서의 요청인지 무르와 박카스 씨가 맨발이 되어 즉석에서 포도 밟기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마루를 밟으며 두 사람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랫소리는 제각각이고, 가사도 제멋대로지만 어쨌든 들뜬 기분이 든다.
아하하, 신났네요. 다들 평소보다 많이 취한 것 같아요.
샤일록: 기분 좋게 취하고 싶은 기분이겠죠. 오늘의 와인은 특별한 맛이니까요.
마법사들의 훈훈한 모습을 샤일록과 바라보고 있는데, 브래들리가 와인병을 들고 왔다.
브래들리: 오, 파이프 술꾼. 마침 잔이 비었잖아.
유무를 불문하고 샤일록의 잔을 끌어당겨 와인을 따른다.
샤일록: 당신이 따라주는 건가요? 영광이군요. ……이런. 이 와인은.
낯익은 라벨 없는 병. 아까 박카스 씨가 낮은 텐션으로 권했던 액재 와인이다.
브래들리: 아직 너의 평가를 듣지 못했으니까.
나도 은근히 궁금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박카스 씨의 마음을 꺾은 액재 와인을, 샤일록은 어떻게 평가할까. 잔에 입을 댄 샤일록은 확인하듯 몇 번이나 나눠 와인을 들이킨다.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샤일록: ……확실히 미주군요. 다만 저는 이 와인을 제 가게에서 취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그건 어째서인가요?
샤일록: 너무 완성되어 있고 진화도 발전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와인은 앞으로 맛이 변할 일은 없겠죠. 하지만…….
샤일록은 고개를 들어 노래하는 박카스 씨를 보았다.
샤일록: 박카스의 와인에는 변화가 있습니다. 매년 멈추지 않고 풍미와 향이 복잡하게, 섬세하게 모습을 바꾼다. 그 변화를 통해 그의 노력과 애정을 느끼는 것이 저는 매우 좋습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와인이 가르쳐 주니까요.
샤일록: 보이지 않는 제작자의 드라마를 혀로 느낀다……. 그것이 와인을 맛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브래들리: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어.
브래들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만족스럽게 떠났다. 유리잔은 다시 비워졌다. 샤일록은 거기에 이번에는 박카스 씨의 와인을 따른다.
샤일록: 이건 아까 박카스에게 받은 와인입니다. 그가 이 와이너리로 만든 최초의 와인이라고 하죠. 오래 마법으로 보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한 병이라고.
그건 엄청나게 귀중한…….
샤일록: 네. 추억이 깊은 와인이겠군요. 베넷의 와인을 대접한 답례라고 합니다.
둥근 유리잔 안에서 흔들리는 루비를 짜낸 듯한 진하고 아름다운 색.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선명하고, 먼 옛날에 만들어졌을 텐데 갓 태어나기까지 했다. 제작자가 담은 한결같은 열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샤일록: 엄청난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는 앞으로도 와인을 계속 만들고, 저는 그것을 기대한다……. 올해는 어떤 맛일까 가슴을 뛰면서.
샤일록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눈을 감았다. 아직 보지 못한 미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에 그런 공상의 맛에 젖듯이. 이윽고 긴 속눈썹이 열리고, 미소를 지으며 눈을 뜬다. 와인보다 붉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샤일록: 현자님. 앞으로도 계속될 행운을 축하하며 부디 저와 건배해 주시겠나요?
네, 물론이에요……!
다음에 박카스 씨가 만들어내는 와인은 어떤 맛일까. 어떤 드라마를 낳을까. 쏟아진 오래된 와인에 새로운 희망을 담아 우리는 잔을 들었다.
사치스러운 시간을 나누듯, 서로 웃으며 잔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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