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무르: 이왕이면 화려하게 하자! 댄스 파티가 좋아!
오웬: 하지마. 파티 같은 건 굳이 여기서 안해도 너희는 어딜 가나 하잖아.
브래들리: 정말로. 게다가 이 인선으로 댄스 파티? 웃기지도 않아.
카인: 좋잖아. 맛있는 술이 있으면 하룻밤동안 춤을 출 수 있어. 없어도 아침까지 춤 출 수 있고.
화이트: 춤이라면 나도 자신이 있네. 현자를 화려하게 리드해주지.
시노: 기다려. 거기는 히스가 나갈 차례다. 누구나 허둥대는 대단한 에스코트라는 것을 보여주겠어. 그렇지?
히스클리프: 그렇지 않아……! 갑자기 엉뚱한 소리 좀 하지마.
갑자기 밝은 공기가 되어 마법사들은 서로 가벼운 말을 한다. 그럴 때, 오웬이 걸음을 멈췄다.
오웬: 여기에 있어.
그 한마디에 수다가 멈췄다. 긴장감이 도는 침묵을 등지고 카인이 바닥을 바라본다.
카인: 낌새를 읽기 어렵지만……. 여기 아래군.
시노: '맛차 스디파스!'
시노가 큰 낫을 내려치고 복도 바닥이 부서졌다.
무르: 문이다!
바닥에 숨겨져 있던 것은 지하 수납장 같은, 비스킷으로 만든 네모난 문이었다.
브래들리: ……좀도둑이라니 꽤 대담하잖아.
에…….
브래들리: 물러서있어.
브래들리가 어린 마법사들을 끌어내렸다. 조잡한 몸짓으로 손잡이를 잡고, 침을 삼키고 지켜보는 가운데 문은 열렸다.
이건…….
오웬: …….
아이들: 부, 부탁드려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떨면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몇 개의 작은 얼굴. 숨어 있던 것은 인간의 아이들이었다. 카인과 시노가 마루 밑에서 아이들을 끌어올리고 안방으로 돌아가 사정으로 듣기로 했다.
아이들은 전부 말라 있었다.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며 서로의 꽉 손을 잡고 있다.
화이트: 그대들이 실종되었다고 소문난 아이들인가?
카인: 왜 저런 곳에 숨어 있었지?
아이들: 아, 저기…….
아이들: …….
겁에 질린 듯 말을 잘 꺼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히스클리프가 서글프게 눈썹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살짝 몸을 굽힌다. 그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어린 마음을 겁내지 않으려는 그다운 마음씨다.
히스클리프: 미안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무섭겠지. 너희들에 대해 조금 듣고 싶을 뿐이야. 물론 대답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아도 돼. 너희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테니까 괜찮다면 이야기해줄래?
아이들: 으, 응…….
온건한 히스클리프의 말에 아이들은 경계를 푼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나도 한숨을 푹 쉰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들은 모두 아까 다녀온 마을의 아이들이었다.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살 집도 있어 가족과 함께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거대한 재앙' 의 내습으로 마을이 심대한 피해를 입기 전까지는.
아이들: 폭풍이나 눈사태가 일어나 창고가 무너지거나 보존하고 있던 식량이 엉망이 되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먹을 것이 너무 없어져서…….
마을을 관장하는 마법사는 식량 부족을 우려해 마을 사람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아이들을 버리라고……?
아이들: 저희는 아직 일을 할 수 없으니까……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히스클리프: 그런…….
시노: 부모나 어른들도 저항할 수 없었던 건가.
화이트: 비호 하에 놓인 인간은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이 무력하다. 마법사에 의견을 낸다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을 생명의 위협에 빠뜨리는 것과 같지.
브래들리: 이 나라에서는 어느 촌락이나 다 똑같아. 북쪽 땅에 약하게 태어난 녀석의 숙명이니까. 하지만 그 분위기, 정말 독재적인 마을이었어. 조금이라도 반박한다면 그 자리에서 본보기로 죽겠지.
아이들을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식량 배급을 조금 더 늘려달라고 부탁한 아저씨를 우리가 보는 앞에서…….
시노 / 히스클리프 / 카인: …….
마법사는 그 마을을 오랫동안 관리해 왔으며 절대적인 존재가 된 것 같다. 거역하는 자를 본보기로 죽이고, 마을을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마법사는 절대 거역할 수 없어요. 아무리 싫은 것이라고 해도 참아야 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을 거예요. 아빠도 엄마도 미안해 미안해 하면서 계속 울어서…….
아이들은 버려졌을 때의 일을 떠올리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서로를 지키듯이 몸을 맞댄다.
시노: …….
오웬: …….
그리고 아이들은 마법사에 의해 하얗고 춥고 아무것도 없는 설원에 남겨진 것이다. 버려진 배경을 잘 아는 이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체온을 빼앗기고, 함께 버려진 몇몇 사람들과는 도중에 어긋나 이들의 행방을 모른 채로 있다고 한다. 이제 끝난 줄 알았던 그때.
아이들: 이 과자집이 보였어.
아이들: 바로 다 같이 들어갔어. 문이 열려 있었고, 추워서 죽을 것 같아서. 그랬더니 집 안까지 전부 맛있어 보이는 과자들로 되어 있어서…….
도움을 청하러 뛰어든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본 대로 과자밖에 없었다. 그러나 굶주린 아이들에게는 생명을 이어주는 양식이 되었다.
아이들: 이런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마법사 밖에 없다는 건 알았어. 들키면 살해당할지도 몰라서 무서웠지만…….
아이들: ……그래도 참을 수 없어서 먹어버렸어. 달콤한 과자라니, 소문으로만 들어봤으니까 마치 꿈만 같아서…….
라스티카: 과자의 맛은 어땠니?
무르: 맛있었어?
아이들: ……응. 엄청.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맛있었어.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웃어 보였다. 대답하면서 과자의 맛이 생각난 거겠지. 그 미소에 흐뭇한 반면, 애틋해진다. 과자를 입에 담는 이들의 심정은 상상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했을 것이다.
카인: 이 아이들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과자집에 은신하고 있었던 거였어.
화이트: 사라진 아이들과 수수께끼 같은 과자의 집. 두 가지 기묘한 일이 결합되어 끔찍한 소문이 났따……. 이것이 식인 과자집의 진상이군.
라스티카: 그 의뢰는 아이를 찾아달라는 메세지였던 걸지도 모르겠네.
메세지……? 마을 사람들한테서 말인가요?
라스티카: 네. 슬픈 결정 후, 설원에 과자집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버려진 아이들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힘든 와중에 찾은 희망과 기대를 분명 저희에게 걸어주신 겁니다.
카인: 아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브래들리: 형편도 좋네. 이 아이들을 버린 건 본인들인데.
그 마을에 있는 한 아무리 걱정스러워도 마을을 비운 채 과자집에 상황을 보러 가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법사의 눈을 훔쳐 식인의 집의 소문을 꾸며 마법관에 의뢰를 낸 걸지도 모른다. 울며 겨자 먹기로 버린 아이가 아직 어디선가 살아있다는 것을 믿고.
히스클리프: …….
7화
자세히 보면 카인이 발견한 창틀 이외에도 바닥의 가장자리나 테이블 뒤, 의자의 ……. 곳곳에 작은 이빨 모양이 남아 있다. 배고픈 아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을 골라 과자에 쪼그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시노: ……오웬이 만든 이 집이 이 녀석들을 구한 거구나.
오웬: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마. 죽인다.
오웬은 내뱉듯이 말한다.
화이트: 어차피 잊고 있었던 집이니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오웬: 시끄러워. 죽은 녀석은 가만히 있어.
얼얼하게 피부로 느낄 정도로 오웬의 기분은 나빠보인다. 아이들을 발견한 이후로 짜증과 살기가 난 짐승 같다.
아이들: 저, 저기……. 당신이 이 집의 주인인 마법사 님이신가요?
아이들: 멋대로 들어가서 집을 부수는 짓을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이들은 오웬의 박진감에 움찔하며 어깨를 들썩인다.
아이들: 하지만……. 저, 실은 마법사 님께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어서…….
아이들은 겁먹은 눈동자로 오웬의 눈치로 살피고 있다. 망설이면서도 이윽고 결심한 듯이 입을 연다.
아이들: 부디……. 부디 이대로 저희들을 이 집에 살게 해주지 않겠나요……?
오웬: ……하?
아이들: 저희들, 갈 곳이 없어요……! 이제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 마법사에게 들키면 이번에야말로 죽을지도 몰라. 저희들은 죽고 싶지 않아요……. 아픈 것도 추운 것도 명령받는 것도 배고파서 힘든 것도 이제 싫어요.
아이들: 이곳에 있으면 저희를 지배하는 사람은 없고 춥지도 않아. 먹을 것도 많아. 마을에 있는 것보다 훨씬…….
아이들: 그러니 제발 용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하나, 또 하나 바닥에 문지르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속이는 아이들에게서는 강한 공포심이 느껴졌다. 그들을 괴롭히는 마법사, 피할 수 없는 굶주림, 그 두려움을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은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오웬의 옆모습 불쾌해 보였다. 고개를 숙이는 작은 등에 손을 얹고 히스클리프가 위로한다.
히스클리프: 힘든 일을 떠올리게 해서 미안해. 의지할 상대도 없이 계속 견디고 있었다니, 굉장히 불안했을텐데……. 모두들, 정말 힘냈구나.
라스티카: 아아, 용감한 너희들을 찬양하자. 눈물을 닦으렴. 너희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슬퍼하기만 하면 마음이 피곤해져. 그러니 무서운 건 마음 한 구석에 두고, 우리와 훨씬 즐거운 일을 하는 건 어떨까.
아이들: 즐거운 일……?
무르: 예를 들면 이런 거?
꽃병 파르페를 장식하고 있는 체리를 잡는다. 주문을 외우자마자 그것은 무르의 손 안에서 선명한 꽃이 되었다.
아이들: 와아……!
아이들: 꽃이다……. 이렇게 추운 시기에 꽃이 필 수 있는 거야……?
무르: 물론이지. 우리는 마법사니까!
한 송이 더 손 끝에서 꽃을 내밀고 무르가 윙크를 한다. 그러자 그야말로 꽃이 필 것처럼 굳어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이들: 이렇게 예쁜 마법, 본 적 없어…….
무르: 그래? 그러면 잔뜩 보여줄게! 다음엔 어떤 꽃이 좋아?
아이들: 정말? 나, 오렌지 꽃이 좋아!
아이들: 나는 분홍색 꽃이 좋아!
어린아이다운 순진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간다. 차분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으면…….
오웬: …….
오웬이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나가는 것이 보였다. 불쾌한 듯 눈썹이 일그러지도 안색은 창백해졌다. 어딘가 아파보여서 눈을 부릅뜨고 뒤를 따라갔다.
오웬, 괜찮나요?
오웬을 따라 복도로 나오면 카인도 따라 나와줬다.
카인: 왜 그래. 얼굴이 새파랗잖아. 컨디션이 나쁘면 이걸…….
카인이 내민 슈가를 오웬이 내다버렸다.
오웬: 필요 없어.
카인: 어, 어이.
크게 어깨로 숨을 내쉬고 비틀거리며 주저앉는다. 오웬의 심장은 몸에는 없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드 그는 지금 괴로운 듯이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오웬: 저 녀석들, 기분 나빠.
카인: 저 녀석들?
아이들 말인가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초조한 듯이 머리를 쓸어 올린다.
오웬: 저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나로 있을 수 없게 되는 그런 기분이 들어. 비참할 정도로 연약하고, 우는 것밖에 할 줄 모르고, 초라하고……. 몸이 뒤집하는 것처럼 울렁거리고 기분 나빠. 더 보고 있으면 죽이고 싶어져.
오웬은 충동적으로 트렁크를 꺼냈다.
카인: 그만둬……!
카인이 막으려고 할 때, 큰 낫이 날아온다. 오웬의 목구멍에 들이대듯 딱 멈추었다.
시노: 그만해. 아이들에게 손대지 마.
오웬: ……뭐야?
그러나 오웬은 꼼짝없이 고개를 들어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시노를 노려보았다.
시노: 아이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무엇에 짜증이 난 지는 모르겠지만, 손을 댄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겠어.
오웬: 하하, 멋있네.
무거운 흐린 하늘빛 머리칼을 흔들고 어깨로 숨을 쉬면서도 오웬은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오웬: 너는 그들을 지키고 싶어? 정의의 편처럼? 무리야. 너도 미움 받는 마법사니까.
오웬의 피부는 죽은 듯 창백하고 색이 다른 두 눈만 번뜩이며 흉포하게 빛나고 있다.
시노: …….
살기에 순간 겁을 먹으면서도 시노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을 자극하도로 정면으로 오웬을 바라본다.
시노: 저 녀석들은 살 곳을 찾으며 겨우 이 집을 발견했어. 그러니까 양보해. 버려져도 집을 잃어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손으로 잡은 자리다.
오웬: 여긴 내 집인데도?
시노: 바로 버렸잖아. 너랑은 이제 상관없어.
오웬: 그러면 뺏어봐.
카인: 둘 다 적당히 해!
카인은 나를 등 뒤로 감싸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시노는 큰 낫을 들이대고 오웬도 트렁크에서 손을 떼려 하지 않느다. 팽팽하게 긴장의 실이 좁혀져 간다.
카인: 여기서 우리가 싸우는 걸 보면 아이들이 무서워하잖아. 그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힘든 경험과 인내를 강요받았어. 더 이상 씁쓸하게 하지마.
그 때다. 음악이 들려온 것은.
8화
오웬 / 시노: ……?
(이건…… 챔벌로?)
흐르는 듯한 아름다운 음색.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라스티카가 연주하고 있을 것이다. 부드러운 선율이 살며시 마음을 감싼다.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웃어주고 있는 것 같은, 안심되는 곡이다.
오웬: …….
모두들 입을 다물고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그건 오웬도 마찬가지였다. 음색을 듣다 보니 불규칙하고 얕게 반복되던 호흡이 깊은 것으로 변해갔다. 얼음이 녹아 물로 변하는 것처럼, 살기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팽팽하던 긴장감이 풀리고 공기가 적당히 가라앉았을 무렵, 무르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무르: 어라, 싸움은 끝나버린 거야? 누가 이겼어?
화이트: 무르여, 일부러 자극하지 말게나. 그대들, 진정되면 일단 모여주게나. 앞으로의 일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도록 하지.
방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은 담요를 덮고 나란히 숨을 쉬고 있어다. 아무래도 울다 지쳐 잠들어 버린 것 같다.
화이트: 과자의 집에 얽힌 이변의 진상에 대해서는 밝혀진 대로일세.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시노: 저 녀석들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군.
모두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쏠렸다.
히스클리프: 저 아이들은 앞으로도 이 집에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브래들리: 이 장난스러운 집 이상으로 달콤한 생각이네. 여기서는 마법사도 순식간에 돌이 돼. 임시방편은 되어도 앞으로 아이들끼리만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지 않아.
히스클리프: ……. 하지만, 원래의 마을로 데리고 돌아갈 수도…….
그렇네요…….
그 마법사가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한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괴롭힘을 당하고 버림받은 아이들은 무엇보다 그 남자에게 들키는 것을 두려워한다.
화이트: ……그렇다면 우리가 비호하고 있는 얼음의 거리로 데려가지. 그 거리에는 자식을 잃은 사람도 많이 살고 있다. 우리가 명령하면 다 돌보겠지.
카인: 화이트 님……. 괜찮은 건가?
화이트: 음.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니까.
무르: 스노우는 알아줄까?
화이트: 물론일세.
무르: 아이들도?
화이트: 지금의 이 아이들에게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네. 약하게 태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지가 적어진다는 것.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창밖에서는 굉음이 윙윙거리고 있다. 아이들이 방황하던 밤도 이렇게 작은 몸을 때려눕힐 것 같은 하늘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자 / 히스클리프: …….
시노: 더 넓은 바깥 세상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돼. 그건 분명 나쁜 일이 아니야.
시노…….
그 말은 서투르면서도 어두운 밤에 불을 밝히는 구원이 있었다. 시노라서 찾을 수 있는 등불을 살짝 나눠준 것 같았다.
히스클리프: 응, 그렇지……. 고마워, 시노.
오웬: …….
카인: 저기, 생각해봤는데. 그 마법사 때문에 마을로 돌아갈 수 없는 거라면 그 녀석을 쓰러뜨리면 되지 않을까?
화이트: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마법사를 내쫓으면 관리하는 자가 없어지고 마을이 아니게 돼. 그러면 인간들은 전멸하겠지. 지금보다 더 나쁜 마법사에게 지배당하고 더 고통받을지도 모르네. 우리처럼 마음씨 착한 마법사는 북쪽 나라에는 극히 드문 일이다.
에헴, 하고 신나게 가슴을 젖히는 화이트를 브래들리는 쓴 벌레를 씹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브래들리: 마음씨 착해……?
화이트: 뭐야뭐야? 브래들리 쨩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라스티카: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은 굉장히 마음이 넓고 자상하신 분이시니까요.
무르: 서로 죽이거나 죽임을 당해도 용서해 버릴 정도로 말이지!
무, 무르……!
화이트: 호호호. 적당히 자리가 얼었으니 우리도 쉬도록 할까. 아이들은 내일 얼음의 거리로 데려가도록 하지.
카인: 아아.
라스티카: 알겠습니다.
일동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싸늘한 목소리가 하나 떨어진다.
오웬: 나는 안 가.
오웬?
브래들리: 어이, 째려는 거냐?
오웬: 멋대로 생각해. 나는 용무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오웬은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눈보라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마법사들이 저마다 아이들을 빗자루에 싣고 얼음의 거리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 ……저, 저기. 지금은 무리라고 해도……. 저희들, 언젠가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브래들리: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이들: …….
브래들리: 너희들이 태어난 곳은 구원이 없는 북쪽 나라다. 도움을 청하면 피에 굶주린 마물과 악당들만 침을 흘리며 다가오지.
브래들리: 우는 소리는 버리고 이를 악물어. 취미가 나쁜 과자의 집을 훔치면서까지 주운 목숨이다. 넉살 좋게 살아남으라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그 후의 이야기다.
아이들: 네, 네……!
브래들리: 어쨌든, 우선 무사히 얼음의 거리에 도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만. 죽기 싫으면 꽉 잡으라고.
히스클리프: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꼭 보낼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늘 아침에 이야기했듯이 앞으로 갈 곳이 모두의 새 집이 될 거야. 어제와 다른 생활은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도와온 너희들이라면 분명 괜찮아. 진심으로 행운을 빌게.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히스클리프가 주문을 외워 축복을 보낸다. 그것은 슈가가 되어 쏟아졌고, 아이들은 기쁜 듯이 두 손으로 받았다.
카인: 모두들, 하늘을 나는 건 처음인가? 보이는 경치가 확 바뀌어서 기분이 좋아.
무르: 거리에 도착할 때까지 잔뜩 즐기자!
아이들: 응……!
마법사들이 다정하게 설명한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큰 동요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거리로 옮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쓸쓸한 표정은 보였지만, 끝내 각오를 다졌다는 듯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시노의 말처럼 분명 나쁜 일만은 아니야)
어제의 말을 되새기며 과자집을 올려다본다. 아이들의 목숨을 구한 집. 달콤한 과자으로 가득 찬 집. 오웬에게는 필요가 없었던 집. 어제 자취를 감춘 뒤 오웬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웬, 무슨 일일까……. 용무라니……)
화이트: 현자여.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화이트가 옆에 서 있었다.
9화
아, 죄송해요. 벌써 출발인가요?
화이트: 음. 그러나 그대에게는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네. 여기에 남아서 오웬의 상태를 봐줄 수 있겠나?
오웬의 상태……?
화이트: 나나 브래들리가 남는 것보다 그대가 지금의 그 녀석에게는 더 낫겠지. 부디 그 아이의 옆에 있어주지 않겠나.
무언가를 맡기듯 화이트가 꼬옥 손을 잡는다. 참담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노: 그런 거라면 나도 따라가줄게. 현자만으로는 의지할 수 없으니까. 얼음의 거리라면 히스가 위험한 일을 당하지도 않을 거고.
라스티카: 그러면 나도 같이 남을까. 아이들은 전부 빗자루에 탈 수 있고. 그리고 실례했습니다의 인사를 아직 오웬에게 못 해서.
시노, 라스티카…….
화이트: 오오, 딱 좋군. 현자의 호위 역으로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둘 다 잘 부탁하네.
라스티카: 맡겨주세요.
시노: 그런데 그 녀석은 어디 간 거야. 오웬 본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화이트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천천히 긴 눈을 깜빡인다.
화이트: ……. 미안한데 그 마을로 가주지 않겠나.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네.
우리는 빗자루를 타고 화이트의 말대로 곧장 마을로 향했다.
시노: ……뭐야?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다. ……이건 비명이다.
무슨 일이냐고 마을로 급강하하자 재난을 당한 것처럼 마을 사람들이 도망쳐 헤매고 있었다.
괜찮나요!? 도대체 무슨 일이……!
마을 주민: 무, 무서운 마법사가 나타났어!
마을 주민: 흉포한 개의 마물이 날뛰어서……. 모두 죽을 거야……!
시노 / 라스티카: ……!
(오웬……!)
몸집이 큰 마법사: ……젠장……. 그만해……! 여기는 내 영역이다! 손댈 생각이라면 너도 가만두지 않겠다……!
오웬: 하하, 위세가 좋네. 그렇게 너덜너덜해졌으면서 나에게 못 당할 거라는 건 알고 있잖아. 구걸이라면 더 힘내봐. 마지막 말이 될 테니까.
마을 사람들로부터 들은 현장으로 급히 달려가자 머리 세 개를 가진 개 앞에 몸집이 큰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마을을 다스리던 마법사다.
자신의 마도구인지 사내는 낡은 단검을 들고 있었다. 오웬을 노려보면서도 저항할 힘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그야말로 케르베로스의 먹이가 되기 직전이었다.
오웬, 그만해요……!
시노: 당장 개를 집어넣어. 그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녀석이 없어지면 이 마을은…….
오웬: 몰라. 이런 곳 따위.
오웬은 목으로만 우리를 돌아본다.
오웬: 이 녀석이 죽으면 좋아할 녀석들은 많아. 그런데 어째서 말리는 거야? 지금의 나, 정의의 편 같지 않아? 모두를 괴롭히는 악당을 혼내고 있는데 말이야. 안 그래, 시노?
시노: …….
시노는 뭔가 대꾸하려다가 말았다. 씁쓸하게 입을 다문다. 오웬은 시선을 돌려 무릎을 꿇은 마법사를 노려보았다.
오웬: 나쁜 마법사는 개에게 물려 무참히 죽고 말았습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는 거야.
몸집이 큰 마법사: 윽…….
오웬은 웃고 있는데도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조급해 있는 것처럼 사납다. 하지만 얼어붙은 눈빛은 혹한의 바다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평소처럼 장난으로 괴롭히거나 심술 궂은 것이 아니야. 그는 진심으로 이 마법사를 죽이려 하고 있다.
(말려야 해……! 하지만 도저히 마력으로 대적할 상대가 아니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때, 눈 밟는 발소리가 울렸다. 마법사를 등에 감추듯 케르베로스의 앞을 라스티카가 가로막는다.
라스티카……!
오웬: 죽고 싶어?
라스티카: 그렇지 않아. 나는 너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라스티카: 게다가 확실히 이 사람은 지금까지 끔찍한 행동을 했을지도 몰라. 누군가를 울리고 괴롭히면서. 하지만…….
라스티카는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라스티카: 이렇게 해서 너무 무서운 일을 당해 여기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 거야. 그는 분명 개심하지 않았을까? 이제 마을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오웬이 이 마을을 구한 거야.
라스티카: 이제 너는 충분히 정의의 마법사야.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분노도 아픔도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
오웬: 하!?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마.
오웬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선다. 땅을 기어가는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가 싸늘하게 이어졌다.
오웬: 나는 그냥 죽이고 싶어. 이 녀석이 개심하든 말든 상관 없어. 죽이고 싶으니까 죽이는 거야. 그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할 거라면, 너도 이 녀석의 길동무로 해줄게. 라스티카.
……오웬.
오웬이 마법사를 죽이려 하는 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냉혹한 그의 옆모습을 보며 나는 간청했다.
저도 부탁드려요. 그 사람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오웬은 라스티카에게 시선을 준 채 이쪽을 향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말을 계속했다.
……당신은 힘으로 사람을 따르게 하고 지배할 수 있는 북쪽의 마법사예요. 지금까지도 똑같이 묻어온 생명이 몇 개인지도 모르고, 그것이 당신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도 이해해요. ……그렇다고 해도.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히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부탁드려요. 제발 그 사람을 놓아주지 않겠나요?
시노: 나도 현자들에게 찬성이다. 이런 녀석을 죽이는 건 소용 없으니까. 살려서 이용하는 게 좋아.
오웬: …….
시노: 어이, 너.
몸집이 큰 마법사: ……뭐야.
시노: 지금 당장 개심해. 돌이 되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는 이 마을을 지키겠다고 해. 그게 안 된다면, 저 큰 개의 배에 가라앉을 뿐이다. 어떻게 할래.
몸집이 큰 마법사: ……윽.
마법사는 어금니를 깨물고 이쪽을 노려보다가 이윽고 관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몸집이 큰 마법사: ……개심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이 마을과 인간들을 지킬게. 자, 이걸로 됐지!
마지못해 쥐어짜낸 목소리에 나와 라스티카, 시노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다행이다……!
시노: 흥. 알면 됐어.
라스티카: 네, 저도 너무나도 기쁩니다. 자, 오웬. 이 사람은 생각을 고쳐주었어. 너의 처사도 이제 필요 없을 거야.
오웬: ……. 너, 그래도 북쪽의 마법사야?
몸집이 큰 마법사: …….
마법사는 그의 말에 아무것도 대답할 수가 없다. 오웬은 경멸하듯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오웬: 이런 거, 내가 죽일 가치도 없어.
오웬은 트렁크를 열고 케르베로스를 다시 집어넣는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와 라스티카를 밀어낸 후, 마법사의 안면을 한껏 짓밟았다.
몸집이 큰 마법사: 쿠엑.
남자는 신음하며 흰 눈을 감고 쓰러졌다.
……? 주, 죽었…….
오웬: 죽일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기절했을 뿐이야. 언젠가 깨겠지. 영원히 잠들어도 상관 없지만.
10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오웬은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마법사를 한 번 쳐다보고 짓밟은 신발을 눈으로 문지른다. 그의 옆모습은 낯선 신발을 신고 있는 것처럼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절박한 기색은 다소 누그러진 것 같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라스티카는 꽃이 터진 것처럼 웃었다.
라스티카: 오웬, 고마워. 역시 너와는 멋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라스티카가 내민 손을 오웬이 손으로 털어낸다.
오웬: 치워. 서쪽의 마법사 따위와 친해지면 뇌가 썩어.
……아.
시선을 느끼고 눈을 돌리자 몇몇 마을 사람들이 멀리서 이쪽을 보고 있다. 그들에게 들리도록 시노가 소리를 지른다.
시노: 버려진 아이들은 무사해. 마을로 바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살다 보면 운 좋게 만날 수 있을 거다.
한 순간의 침묵 후, 흐느끼듯 눌러죽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진심 어린 안도와 기쁨으로 들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지만 포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매서운 바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젠가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그날을 믿고 있다.
라스티카: 다행이네, 오웬. 마을 분들도 기뻐하는 것 같아.
시노: 저 녀석들에게 있어서 너는 정말 정의의 마법사일지도 모르지.
오웬: ……하하.
마른 목소리로 오웬이 웃는다. 그리고 평소처럼 다른 색의 눈동자를 짓궃게 일그러뜨렸다.
오웬: 기분 나빠.
마을을 떠난 우리는 얼음의 거리로 떠난 화이트들과 만나기 위해 과자집이 있는 숲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 과자의 집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라스티카: 어떻게 한다는 말씀은?
이번 이변과는 관계 없었지만, 사람의 눈에 띄는 상태로 내버려둬도 되는지…….
시노: 하긴, 또 묘한 소문이 나도 귀찮아. 한 번 더 안 보이는 마법을 걸어서 숨겨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오웬: 필요 없어.
오웬은 트렁크를 열고 케로베로스를 꺼낸다. 케로베로스는 굶주린 짐승의 숨결로 과자집에 눈독을 들였다. 아무래도 오웬은 과자의 집을 부술 생각인 것 같다. 나는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보았다.
오웬, 어째서……?
오웬: 그건 내가 나쁜 마법사이기 때문이지.
빙그레 웃는 동시에 케르베로스가 덤벼든다. 과자의 집은 순식간에 무너져 사라졌다.
시노: 웃기지 마, 왜 없앴어! 다음에 미틸이랑 리케도 데려와주려고 했는데.
오웬: 너희들이 여기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재미를 뺏은 거야. 게다가 여기는 내 집이거든.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잖아.
시노: 버렸잖아. 너의 집이 아니야. 주운 놈이 임자다.
오웬: 넌 안 주웠잖아.
시노: 주웠어. 오늘 아침에 벽에 내 이름을 새겼었고.
오웬: 우와, 최악…….
시노: 마법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좀 더 먹으려고 했는데. 이럴 거면 참지 말 걸.
라스티카: 그러면 이런 건 어떨까? 언젠가 내가 과자집을 지으면 둘을 초대할게. 물론 현자님도 함께.
와아, 부디……! 라스티카가 만드는 과자의 집, 홍차와 어울리는 과자가 많을 것 같아……!
시노: 무조건 간다. 오웬이 지은 집보다 더 큰 집이 좋아.
오웬: 서쪽 마법사 따위가 그런 걸 만들 수 있을리가 없잖아.
라스티카: 어떠려나? 클로에도 도와준다면 멋진 집이 만들어질 거야.
오웬: 그러면 나는 더 큰 집을 만들 거야. 너희들은 개집 같은 작은 과자집에서 떠들고 있어.
시노: 좋아, 라스티카. 이 녀석에게 지지 않을 3층짜리 과자집으로 하자.
라스티카: 그거 좋네. 지내기 좋을 것 같아.
오웬: 흥, 내 집은 4층짜리야.
시노: 그럼 5층으로 한다.
오웬: 그러면 10층.
시노: 20층.
시노와 오웬은 화가 난 아이들처럼 팽팽하다. 어느 쪽도 양보할 생각이 일절 없고 궁합이 안 좋은 것은 변함이 없지만.
(아주 조금 마음이 맞는 부분이 나온 걸지도……?)
무사히 임무도 마치고 마법관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침대에 앉아 무심코 현자의 서를 집어든다. 연 것은 오웬의 페이지다. 뭔가 쓰려고 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쓰고 책을 덮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오웬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네…….)
오웬에 대해서 느낀 것은 많았다. 하지만 그의 의지로 그의 아픔이나 마음을 보여준 것은 아니야. 사람을 잡아먹어 두려웠던 과자의 집처럼, 보였던 몇 안 되는 부분만으로는 멋대로 알게 되면 안 될 것 같았다.
……언젠가. 이야기해 주려나…….
오웬이 정하고, 오웬이 고른, 오웬 자신의 말로.
그럴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서 있던 것은 오웬이었다.
오웬: 안녕.
오웬?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인가요?
오웬: 에헤헤, 산책하고 있었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아, 지금은 상처의 오웬이구나.)
오웬: 그런데 밤이라 졸려지기 시작했어. 침대에 들어가지 않으면…….
오웬: 착한 아이는 잘 시간이야. 너도 잘 거지?
어린 몸짓으로 침대에 올라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오웬: 혹시 잠이 안 오는 거야? 괜찮아. 기사님이 무서운 것으로부터 지켜줄 테니까. 그리고 나도 같이 있어줄게. 그러니까 잘 자.
그렇게 말하며 오웬은 빙그레 웃어주었다. 그 얼굴은 무구하고 굴탁이 없어 본인이 자처하는 나쁜 마법사로 보이지 않았다.
……오웬. 언젠가 또 과자의 집에 가요.
오웬: 과자의 집? 응, 가고 싶어!
그 장소는 이제 없지만, 오웬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큰 과자의 집에 이번에는 마법사 모두와 함께 가보고 싶다.따뜻한 차를 마시고, 단 과자를 먹고, 음악이나 춤으로 떠들며 조금은 말다툼도 하고.
기진맥진하게 웃고 지쳐 잠들어 버릴 것 같은, 나쁜 마법사도 같이 웃어주는 그런 다과회를 언젠가 당신과 할 수 있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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