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타냐: ……정말 면목이 없군. 당신들은 호의로 와주었는데 뭐라고 사과해야할지.
루틸: ……아뇨. 부디 고개를 들어주세요.
히스클리프: 저기, 방금 아버지라는건…….
타냐: ……최초의 희생자는 저 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루틸: 아버지가…….
레녹스: 미안하다. 우리도 배려가 부족했어.
파우스트: 그를 쫓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리 익숙한 숲이라 해도 지금 혼자 움직이는 것은 너무 위험해.
네로: 그럼 내가 다녀올게. 아직 그렇게 멀리까지는 안 갔겠지.
파우스트: 네가 가고 싶어하다니, 의외군.
네로: 뭐, 일단 우리 동쪽 마법사가 맡은 의뢰잖아. 안 될 것 같으면 금방 돌아올거야.
보리스: 하아……. 젠장! 그러니까 싫은거야. 마법사따위…….
보리스: ! 아차, 밑에 구멍이……!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보리스: 아…….
네로: 정말이지, 위험하다고……. 시간에 맞춰서 다행이야. 다친 데는 없나?
보리스: ……나에게 무슨 볼일이야.
네로: 그렇게 흥분하지 마. 잠깐 얘기하고 싶을 뿐이야.
보리스: 나는 얘기할거 없어.
네로: 상관없어. 내가 혼자서 마음대로 말할 테니까. 나는 요리사야. 이 나라에 가게를 차린 적도 있어.
보리스: 마법사가 요리사? 흐응, 사람을 요리해서 먹기라도 한 건가?
네로: 하하…… 그냥 평범한 요리집이야. 애초에 인간인 척 했었고.
보리스: …….
네로: 나에게 있어서 주방은 성역이야. 외부인이 맨발로 들어오면 당연히 화가 나. 당신의 마음은 조금 알 수 있어.
보리스: …….
네로: 하지만, 외부인을 들여보내야 할 때가 있단 말이야. 기구를 새로 장만하거나 리모델링이나 이럴 때.
보리스: 그런거, 싫으면 자기가 하면 되잖아. 마법사니까.
네로: 그거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전문직 놈들에게 맡기면 나는 그 사이에 식단을 생각하거나 쉴 수 있어. 조금만 참으면 보다 의미있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뭐 그런 거야. 마법사를 숲에 들여보내기 싫겠지만 우리를 이용한다면 네가 괴물을 토벌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겠지.
보리스: ……하지만 그 괴물을 만든 것은 너희 마법사일지도 모르잖아. 신용 같은 거 할 수 있을 것 같냐.
네로: 만약에 소문이 진짜라면 더더욱 마법사에게 책임을 지게 해야지. 믿으라고는 하지 않아. 마법사를 이용해. 우리를 의심한 채로 있어도 좋아. 거기서 뭔가 달라질 수도 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어. 적어도, 너희와 우리의 목적은 같아. 혼자 움직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아. 반대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준다. 당신 하기 나름이야.
보리스: 나는…….
네로: 아까도 도움 받았었지? 마법사를 이용하는 것은 꽤 괜찮은 수라고 생각한다고.
보리스: ……알았어. 다만 잠깐 뿐이야. 나는 원수를 갚기 위해 너희들을 힘을 이용한다. 그것 뿐이야.
네로: 아아, 그걸로 됐어. 지금은…….
브레다그로사: 아아아, 아아아……!
타냐: 브레다그로사의 목소리가, 또…….
네로: 위험하네. 아까보다 더 근처에 있어.
히스클리프: 네로, 여기에 있었구나. 너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보리스: ……뭐.
파우스트: 얘기는 된 것 같군.
네로: 일단은.
시노: 브레다그로사가 다가오고 있어. 나는 이대로 목소리의 주인을 쫓는다.
네로: 나도 갈게. 전설의 괴물의 모습 정도는 좀 보고 싶고.
타냐: 보리스.
보리스: 타냐…….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했다. 나도 같이 갈래. 가게 해줘.
타냐: 또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묶어서라도 두고 갈 거니까.
보리스: 아아. 너희들도 잘 부탁해.
이쪽을 향한 그의 눈에는 초조함도 분노도 아닌, 강한 투지가 불타고 있다.
(네로가 얘기를 해 준 덕분에 진정 된 모양이야. 어떻게 될까 생각했지만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히스클리프: 우리들도 될 수 있으면 숲을 해치지 않도록 할게. 그러니 너희 사냥꾼들의 지혜와 기술을 빌려주었으면 해.
보리스: 알고 있어. 더 이상 아버지 같은 희생은 내지 않겠어. 저 괴물은 반드시 오늘 잡아낸다.
파우스트: ……남쪽 마법사들은 여기서 기다려주지 않겠나.

미틸: 에?! 저희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파우스트: 그러니까 더욱 만일의 경우를 위해 불을 피워두었으면 해.
피가로: 잘 봐, 미틸. 이 앞은 방금 있었던 장소보다 발 디딜 곳이 훨씬 나빠. 게다가 깊은 숲이야. 누군가를 잃어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불을 피우고 기다리면 눈에 띌 수 있겠지?
미틸: 그런가……. 여러분들이 돌아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중요한 일이죠.
피가로: 그런거야. 게다가 돌아올 장소가 있으면, 그들도 마음이 훨씬 편해지니까.
루틸: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안심하고 돌아오실 수 있도록 불을 피우며 기다리고 있을게요.
파우스트: 충분해. 레녹스, 그들을 부탁한다.
레녹스: 네. 파우스트 님도 부디 몸 조심하시길. 길을 잃거나 다치거나 하면 즉시 돌아와주세요.
7화
시노: 현자도 이쪽으로 와서 괜찮았던 건가.
네. 무슨 일이 있을 때 제 힘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사실 꽤, 무섭긴 하지만……)
피가로가 미틸에게 말했던 대로 얽힌 숲속은 매우 걷기 힘들고, 몇 번이나 발이 걸리고 말았다. 게다가 나무 곳곳에 깊은 상처가 새겨져 있다. 괴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겠지.
(모두를 놓치지 않도록 잘 따라가야 해.)
시노: 불안한 얼굴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요, 시노. 멋있어요.
시노: 흐흥, 그렇지.
네로: 쉿, 조용히……. 녀석의 목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했어.
보리스: 하지만 근처에 있는 것은 틀림없어. 방심은 하지 마.
히스클리프: 현자님도, 저에게서 떨어지지 말아주세요.
네, 네.
히스클리프에게 다가가려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에?
뭔가 다리에 감기는 느낌. 의문을 말하기도 전에 몸이 엄청난 힘으로 빠르게 끌린다.
우와아아아아앗?!
히스클리프: 현자님!!
마찰력, 잎이나 나무 뿌리를 끄는 소리. 아프고 뜨겁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반사적으로 눈을 감아 버린다.
브레다그로사: ……아, 아아아…….
겨우 멈추었다 싶었더니 뺨에 따뜻한 공기가 닿았다. 찰싹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습한 숨. 지독한 비린내가 나서 토할 것 같아.
――피의 냄새다. 괴물이, 내 옆에 있어.
(죽는다……!!)
시노: '맛차 스디파스!'
브레다그로사: 아아아아아아아!!
지독한 포효 소리가 들리며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큰 낫을 든 시노의 모습이었다.
시노: 젠장, 제대로 안 들어갔어……. 이대로 쫓아간다! 현자를 부탁해!
파우스트: 어이 현자! 괜찮은가?
파우스트……. 저, 살아있나요……?
파우스트: 아아. 제대로 살아있어.
히스클리프: 현자님, 일어설 수 있겠나요? 어디 아픈 곳은…….
가, 감사합니다. 일단은 괜찮아요. 시노가 도와줘서…….
히스클리프: …….
히스?
히스클리프: 아뇨. 빨리 시노를 쫓읍시다. 혼자는 위험하니까요.
레녹스: ……목소리가 바로 근처까지 오는군요.
피가로: 뭐어, 여기는 녀석의 세력권이니까. 어디에서 나타나도 신기하지는 않아.
미틸: ……윽! 형님, 바로 옆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루틸: 괜찮아. 미틸은 형이 제대로 지킬게.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알고 있어. 자, 어떡할까…….
브레다그로사: 아아, 아아아…….
미틸: ……피가로 선생님, 물러서주세요!
피가로: 에?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체!'
브레다그로사: 아아아아아아아아!!

피가로: 우왓……?! 미틸, 지금 무슨 약병을 던진거야?
미틸: 마물이 싫어하는 냄새의 약이에요! 전에 시노 씨가 가르쳐줬어요. 저는 약하니까 숲이나 산에 갈 때에는 이런 약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고. 확실히 저는 강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요!
루틸: 미틸…….
피가로: ……하하! 그런가. 미틸도 잘할 수 있는 걸 찾은거구나. 장하다.
레녹스: 약이 듣고 있는 것 같아. 피가로 선생님, 지금이라면 루틸과 미틸을 도망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피가로: 응. 그런 것 같네. 레노, 두 사람을 데리고 똑바로 뛰어.
미틸: 에?
루틸: 그런……. 피가로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피가로: 미틸 덕분에 움직임이 둔해진 것 같으니까 난 남아서 이 녀석을 막을게.
루틸: 혼자서 싸우다니 위험해요! 그렇다면 저도 남겠습니다.
피가로: 괜찮아. 모처럼 미틸이 만들어준 기회인걸. 선생님도 폼잡게 해줘.
루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레노, 가. 두 사람을 부탁해.
레녹스: 알겠습니다.
루틸: 우왓! 레노 씨, 그렇게 짐짝처럼 들지 않아도 스스로 걸을 수 있어요!
미틸: 놔주세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피가로: 아이의 성장이란 빠르구나. 아직 아기 같은 줄 알았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니까. 그렇다고 매번 이렇게 계속 속일 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브레다그로사: 우우우……. 아, 아아!
피가로: 여어, 화내고 있구나. 아까 그 냄새는 나에게도 강했으니까, 코가 좋은 짐승인 너에게는 상당하겠지.
브레다그로사: 아……아, 아아아!!
피가로: (과연. 확실히 빠르군. 이것을 활로 쏘아 죽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피가로: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으려나. '폿시데오'
브레다그로사: 캬아아아아아아아!!!!
피가로: ……어라?
피가로: (상상했던 것보다 시체가 작아. 숲에 남겨진 발자국이랑도 크기가 안 맞네. 이건……)
피가로: ……아아.
피가로: 괴물은 두 마리 있구나.
8화
보리스: 몰아붙였다, 괴물놈아!
브레다그로사를 따라 도착한 숲 속 깊은 곳에서는 큰 폭포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그 땅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쿵 하고 땅을 울리며 내려선다.
(저것이 브레다그로사……!)
발자국 크기대로 굵은 다리로 서있다. 늑대를 닮은 거구. 하지만 그 등에서는 오싹오싹하게 몇 개의 다리가 뻗어 있다. 짐승 같은 털이 많은 것도 있고, 거미처럼 꺾인 것도 있어……. 다섯 발가락을 가진 인간 같은 것도.
네로: 혹시 먹은 생물의 다리를 기르고 있는 건가?
히스클리프: ……그야말로 괴물이다.
정말로 악몽을 형상화한 것 같은 괴물이다. 무시무시한 모습만 봐도 마음이 깎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파우스트: ……온다. 현자는 내 뒤로 물러서!
파우스트가 외쳤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브레다그로사가 날아올랐다.
시노: 큭!
계속해서 금속이 부딪히는 것 같은 격렬한 소리. 공격을 막아낸 큰 낫으로부터 불꽃이 튀는 것이 똑똑하게 보였다.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브레다그로사: 아아아!!!!
네로의 마법에 튕겨진 브레다그로사는 발을 구르며 시노에게서 물러났고, 계속해서 꽃히는 마도구의 힘에 눌려간다.
네로: 됐나……?
거구가 굴러가는 것을 보고 다들 공격이 먹혀들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대로 몰아붙일 수 있어……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브레다그로사의 등에서 나오는 몇 개의 팔이 자세를 가다듬어 버렸다. 빙글빙글 도는 안구는 더욱 더 분노를 머금고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네로: 크고 딱딱한 데다가 저 팔이 거추장스럽네…….
시노: 하지만 네로 덕분에 노리기 쉬워졌어. 다음은 내가 간다!
보리스: 엄호하지!
브레다그로사의 발밑에 미끄러진 시노의 낫을 향해 타냐와 보리스의 화살이 쫓아온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 놓은 것 같은, 절묘한 연계다.
시노: '맛차 스디파스!'
브레다그로사: 아아아아아아!!
히스클리프: 됐다, 먹혔어……!
근거리에서 강렬한 마법과 계속해서 꽃히는 화살에 브레다그로사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이번에야말로 된다, 라고 생각한 순간 브레다그로사의 아래턱이 삐걱삐걱하고 좌우로 벌어졌다.
시노: 뭐야, 저거?!
입이라고 생각한 장소는 금세 열리며 펼친 붉은 망토 같은 그 속에는, 송곳니가 죽 늘어서있다.
(엄청나게 큰 입……! 저런 것에 공격당하면 잠시도 버티지 못해!)
게다가 노리는 표적은 시노가 아니다. 휙하고 헤엄치듯 달려든 곳은…… 보리스다.
타냐: 보리스!
순간적으로 감싸려던 타냐가 브레다그로사의 돌진에 튕겨져 나간다. 타냐의 몸은 굵은 나무줄기에 부딪쳤고 가지가 꽂혔는지 팔에서는 선혈이 튀었다.
보리스: 우와아악!
그대로 보리스의 하반신을 문 브레다그로사는 얼어붙은 폭포를 무서운 속도로 달려갔다.
타냐: 보리스…….큭!
파우스트: 움직이지 마. 바로 치료할거야.
시노: 젠장.
히스클리프: 기다려, 시노!
어둡고 얼어붙은 폭포를 시노는 순식간에 달려간다. 그 발걸음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곧이어 들려오는 건 얼음 깎는 소리와 브레다그로사의 표효. 시노 혼자서 괴물과 싸우는 소리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네로. 타냐를 부탁합니다. 저는 시노를 따라갈게요.
파우스트: 아아. 하지만 너도 조심해라. 네로, 히스를 따라가줘.
히스클리프: 아뇨. 만약에 그 괴물이 갑자기 이리로 오면 저희가 막을 수 없어요. 그래서 네로는 선생님을 지켜주었으면 해.
네로: ……알았어. 하지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 나도 선생도 너희들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알았지?
히스클리프: 응…….
네로: 그나저나 이 소리…… 아마 시노는 폭포 뒤에서 싸우고 있을거야.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복잡해. 움직이려면 지형을 확인하고 나서 움직이는 편이 좋아.
히스클리프: 알았어. 고마워, 네로.
네로: 하하……. 시노 때문에 뭔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괜찮으려나.
파우스트: 글쎄. 우리도 서둘러야해. 이러다가 괴물에게 잡힌 저 청년의 몸이 견디지 못한다. 움직일 수 있겠나?
타냐: 아아, 고마워. 폭포 뒤라면 이쪽이다. 따라와줘……. 윽!
(타냐 씨…… 휘청거리고 있어. 저 출혈,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닌데 무리를 하다니……)
도와드릴게요! 제 어깨를 잡아주세요.
타냐: 고마워, 현자님. ……그 애는 내 동생 같은 놈이야. 아버지의 뒤를 쫓게 할 수는 없어.
네로: 그렇지. 자, 서두르자고.
9화
시노: 좁아서 낫이 잘 안 움직여……. 싸우기 힘들어!
보리스: 큭, 이거…… 놔…….
시노: 괴물놈, 당장 그 녀석을 놔! '맛차 스디파스!'
브레다그로사: 아, 아아아아아!!
시노: 됐다, 내뱉었다!
네로: 시노, 무사한가!
시노: 좋은 때에 왔다. 그 녀석을 부탁해!
네로: 무슨……?! 어이, 진짜냐…….
우리가 폭포에 도착하자마자 맡겨진 보리스는 물린 발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옷에까지 피가 스며들어 본인도 창백한 안색으로 축 늘어져 있다.
보리스: 타냐…….
타냐: 보리스! 이제 괜찮아…….
파우스트: 이 아이는 맡겨줘. '사티루크나토 무르크리드'
파우스트의 마법이 몸에 스며들어, 보리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간다. 상처는 깊은 편이었지만 그는 분명 괜찮을 것이다.
다행이다…….
(어라? 히스가 없어. 먼저 시노 쪽으로 달려갔는데……)
브레다그로사: 아아아아아아!!
시노: 무슨?!
시노!
그 안도하고 있던 한순간의 틈을 타서, 브레다그로사가 시노에게 달려들려고 한다. 순간적으로 움직인 낫이 암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낸다.
(동굴이 좁아서 싸우기 힘들어. 마도구의 크기가 약점이 되다니……)
네로: 시노, 일단 낫을 놔!
시노: 놨다가는 먹히잖아……. 이런!
카칭, 하고 불쾌한 소리가 났다. 브레다그로사에게 낫이 지팡이처럼 물린다. 하지만 브레다그로사의 씹는 힘이 센건지 이빨이 점점 시노에게 다가간다. 저항하듯이 날 부분을 움직여도 역시 벽에 부딪혀 유효타는 되지 않았다.
네로: 시노!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치 멈춰있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얼었던 폭포가 세차게 흐르기 시작한다.
폭포가, 녹았어…….
히스클리프: 시노, 이제 끝을 내!

시노: ……아아!
시노의 붉은 눈동자가 승리를 확신한 듯 빛나고, 가로막는 것이 없어진 낫이 거구를 가르지른다.
브레다그로사: 캬아아아아아악!!
시노에 육박하고 있던 거구는 칼날에 의해 크게 깎이고 검은 액체를 흩뿌리면서 벽쪽으로 굴러갔다.
시노: 내 목숨을 너 따위에게 먹힐 수는 없지.
폭포의 물보라를 반사하며 시노의 낫이 어른거린다.
시노: ……나는, 너보다 더 위험하고 아름다운 괴물을 알아.
날카로운 참격 소리가 차가운 폭포에 울려퍼진다. 전설의 괴물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보리스: 응…….
타냐: 보리스, 괜찮아?
보리스: 타냐……? 브레다그로사는 어떻게 됐어?
타냐: 시노가 물리쳤어. 드디어 끝난거야.
보리스: ……그런가.
시노: 당신, 일어나도 괜찮은건가? 꽤 너덜너덜 해졌었는데.
보리스: 아아, 마법 덕분에 아픔은 없어. 피도 멈췄고. ……고마워. 아버지나 동료의 원수를 갚아줘서.
시노: 고맙다는 말은 내가 아니라 히스에게 말해. 히스가 없었다면, 나는 저 괴물에게 이기지 못했을거야.
보리스: 그런건가? 그럼…….
히스클리프: 아냐.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어. 너나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보리스: 아아…… 고마워. 정말로.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응? 뭐야.
히스클리프: ……너가 강한건 충분히 알고있어. 그래도 무리는 하지마. 혼자서 멋대로 피는 흘리지 말라고. 오늘처럼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보고해. 알았지.
시노: 그건…….
히스클리프: ……하지만, 오늘은 잘했어. 네가 이 숲을 구한거야. 나는 우수한 종자를 둬서 자랑스러워. 역시 대단하네, 시노는.
시노: ……아아!
히스클리프의 말에 시노의 표정도 녹는다. 자랑스럽다고 했던 말대로, 되찾은 보물을 모두에게 자랑하려는 듯이. 그 모습은 주군과 신하이면서 동시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웃는, 순진한 소년으로 보였다.
(시노에게 있어서는 히스에게 위로받는 일이야말로 분명 최고의 보상이겠지. 하지만, 히스에게 있어서는……)
히스클리프: …….
피가로: 어이, 모두들. 괜찮아?
10화
피가로! 남쪽의 모두도, 마중나와 주신 건가요?
피가로: 그런거려나. 환자가 있다면 피가로 선생님이 봐줄게.
네로: 하하, 그런거라면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텐데……. 뭐, 그래도 당신들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틸: 정말이지……. 피가로 선생님도 걱정했으니까요!
파우스트: 피가로 선생님도? 너희들은 같이 행동했었잖아.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레녹스: 브레다그로사에게 덮쳐져서 중간에 개별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랬나요? 그런거라면, 설마…….
레녹스: 네. 브레다그로사는 두 마리였던 것 같네요.
미틸: 이쪽으로 온 괴물은 피가로 선생님이 물리쳐주셨어요. 하지만 피가로 선생님이 괴물을 막겠다고 혼자 남으셨을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아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했다면.....
피가로: 미안미안. 하지만 미틸의 약 덕분에 나 같은 약한 마법사도 이길 수 있었어. 고마워, 미틸. 너의 용기에 마음을 담아 감사를.
미틸: ……네!
파우스트: ……브레다그로사의 시체가 남아있어.
피가로: 응. 내 쪽도 똑같았어. 마물이 죽으면 마나석이 되어야하는데. 이 녀석들의 정체는 마법사들이 만들었다는 괴물이라는 소문은 아무래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
파우스트: ……그런가.
히스클리프: 에취!
시노: 히스, 감기인가? 추우면 내 겉옷 입어.
히스클리프: 괘, 괜찮아. 시노도 젖어서 춥잖아.
네로: 폭포수가 녹았으니까, 젖어서 몸이 차가워졌나보네.
피가로: 이 불은 따뜻하니까. 괴물도 물리쳤으니 마법관으로 돌아가자.
루틸: 돌아가면 궁극의 허브티를 준비해드릴게요.
와아, 기대돼요!
타냐: 왜 그래, 보리스. 아직도 아파?
보리스: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마법사라는 건 수상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우리랑은 별로 다르지 않은걸지도 모르겠네.
타냐: ……그러네.
숲의 출구까지 갔더니, 왔을때보다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악몽 같던 괴물이 없어진 탓일까, 모두의 분위기는 따뜻해져있었다.
네로: 여기서부터 또 공중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귀찮네.
히스클리프: 그러면 네로, 내 빗자루에 타고 갈래?
네로: 저, 정말로?

파우스트: 다 큰 어른이 게으름 피우지 마라.
네로: 농담이라니까! 하지만 이럴 때 미스라가 있었다면 편리했었을텐데. 마법관까지 한 걸음이라고?
미틸: 미스라 씨의 공간의 문 마법은 역시 어려운 것인 걸까요.
피가로: 응? 미틸도 쓰고 싶은거야? 그거.
미틸: 전 게으름 피고 싶은게 아니라구요! 하지만 그 마법을 쓸 수 있으면 피곤하신 여러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 해서…….
루틸: 마법관에 돌아가면 물어보도록 할까. 오늘의 미틸의 대활약도 얘기해두지 않으면!
미틸도 도와준건가요? 활약 이야기, 저도 듣고 싶어요.
레녹스: 그렇다면 돌아갈때도 제 빗자루에 타세요, 현자님.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도록 하죠.
네!
보리스: ……있잖아, 당신. 시노, 라고 했었던가.
시노: 뭐야.
보리스: 쥬라 숲은 조금 춥고 볼거리도 적지만, 더울 때는 시원하고 좋은 곳이야. 그러니까.... 나중에 또 와줘. 제대로 대접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해놓을테니까.
시노: ……아아. 생각해보지.
보리스: ……응.
타냐: 이번에도 큰 도움을 받아버렸구나, 시노.
시노: 상관 없어. 그것보다 나와 히스의 이름을 제대로 아이들에게도 말해둬. 내가 언젠가 영웅이 된다면, 분명 자랑할 수 있다고.
타냐: 아아, 그렇군. 모두에게 전해두도록 할게. 반드시.
보리스: ……설마 마법사들을 따뜻한 분위기로 맞이하게 될 날이 올줄은 생각도 못했어.
타냐: 그렇네. ……나도, 그 날 시노에게 도움을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보리스: ……저기, 타냐. 나는 시노와 저 녀석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어? 빛만 지고 있으면 멋없어서 싫어.
타냐: 돌아가기 전에 시노가 말했잖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전해두는 것 뿐이야. 이 나라는 마법사를 거절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전달해 나가면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을지도 몰라.
보리스: ……무엇인가 바뀔지도 모른다면 내가 하는 대로, 인가. 그 요리사가 말한 대로군.
타냐: 보리스?
보리스: 우선 아버지에게 얘기하고 올게. 마법사들이 도와줬다고.
타냐: ……그런가. 그럼 나도 아이들에게 말해두고 올까. 절대로 잊지 않을거야, 시노. 반드시 모두에게 전해나갈게. 마법사들이, 우리들을 위해 싸워줬다는 것을.
타냐: 이 쥬라 숲과, 사냥꾼의 명예를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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