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이상한 무도회 1화
카인: 이것 좀 봐, 현자님. 이쪽에 마시멜로 소파가 있어.
정말이다……! 보기만 해도 푹신푹신하고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과자의 집 조사가 일단락 된 후, 나와 카인은 집 안을 걷고 있었다.
카인: 응? ……지금, 저 막다른 곳의 방문이 저절로 열렸는데.
진짜다……. 게다가 이 음악은 뭘까요?
카인: 잠시 상태를 지켜볼까. 혹시 모르니까 너는 내 옆에 있어.
알겠어요.
둘이서 조심스럽게 복도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문 너머에 보이는 건……
카인 / 현자: !?
가느다란 손발이 난 가토 쇼콜라가 또같이 손발이 난 과자들에 둘러싸여 우아하게 춤추는 광경이었다.
카인: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라스티카: 카인, 현자님. 오늘 저녁은 과자들의 무도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스티카.
큰방의 안쪽에서 알록달록한 크림으로 채색된 피아노를 연주하던 라스티카는, 우리를 보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카인: 아까 들렸던 음악은 너의 연주였나. 혹시 이 문을 연 것도 너야?
라스티카: 네. 두 분을 무도회에 초대하고 싶어서.
라스티카: ……아아, 맞다. 소개가 늦어버렸네요. 방금 굉장히 매력적인 춤을 선보인 건 가토 쇼콜라 백작입니다.
멍한 우리 앞에서 팔다리가 난 가토 쇼콜라가 기품 있는 절을 한다.
카인: 에, 그러니까…… 좀 정리하고 싶은데. 이 손발이 난 과자는 너의 마법이지?
라스티카: 네. 원래는 방에 장식되어 있던 과자들이었지만, 두 분을 환영하는 무도회의 손님이 되었습니다.
무도회……?
라스티카: 과자로 된 신기한 집에서, 이상한 손님들과의 신기한 무도회를 두 분이 즐겨주셨으면 해서.
카인: 하하, 그런 거였구나. 확실히 너다운 환영이네.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라스티카.
라스티카: 기뻐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괜찮다면 두 분도 춤추고 가시지 않겠나요?
카인: 아아, 물론! 꼭 참가하게 해줘.
저도 참가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춤에는 자신이 없어서…….
라스티카: 그러면 현자님의 리드는 가토 쇼콜라 백작께 부탁드리도록 하죠. 보시다시피 춤의 명수라서요.
라스티카가 가토 쇼콜라 백작에게 시선을 돌리자, 백작은 가볍게 절을 하고 나를 춤으로 초대하듯 손을 내밀어 준다.
라스티카: 카인의 상대는 마카롱 부인으로 어떨까?
카인: 아아, 기쁘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렇게 작은 부인이 상대라면 리드했을 때 무심코 밟아버릴 것 같네.
모두 크기는 보통 과자죠…….
라스티카: 그러면 이렇게 하죠. '아모레스트 비엣셰'
오늘 밤은 이상한 무도회 2화
우왓!?
카인: 마카롱 부인의 키가 커지고 있어…….
이윽고 과자들은 과자 머리의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이나 귀족 같은 모습이 되었다.
라스티카: 이걸로 모두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의 키가 된 가토 쇼콜라 백작이 다시 손을 내밀어 준다. 나는 긴장하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카인: 그렇다면 나도. 마카롱 부인, 부디 손을.
라스티카: 여러분, 오늘 밤만의 특별한 시간을 즐겨주세요.
그렇게 우리들은 라스티카가 연주하는 선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즐거워……! 백작의 리드가 굉장해서 나까지 춤이 는 것 같아)
카인: 좋은 곡이네! 마치 맛있는 과자를 먹는 기분이야.
가벼운 곡에 맞춰서 다 같이 빙글빙글 춤을 춘다. 과자 귀부인이 걸치는 드레스 자락이 꽃피듯 펼쳐지면서 무도회는 더욱 화려해졌다.
(설마 과자랑 춤추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고 이상하지만, 마음으로부터 설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니. 역시 라스티카야)
라스티카: 후후, 현자님도 카인도 훌륭한 춤이네요. 다음은 이쪽의 곡으로 하죠.
……어라? 이 곡, 왠지 복슬복슬하고 장난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카인: 알 것 같네. 그리고 신기하게 차 생각이 나. 라스티카, 이건 무슨 곡이지?
라스티카: 이 곡은 부드러운 머랭과 생크림을 이미지한 곡입니다.
카인 / 현자: 과연……!
라스티카의 연주에 맞춰 어느덧 춤의 상대도 빙글빙글 바뀌고 무도회가 고조되어 갔다.
라스티카: 현자님, 푸딩 공작 아가씨가 당신의 손을 잡고 싶다는군요.
네, 부디! 푸딩 공작 아가씨, 잘 부탁드립니다.
카인: 하하, 현자님과 춤을 추다니 부럽네.
이렇게 몇 곡을 연달아 추고 난 뒤……
(그러고 보니……)
저기, 라스티카.
라스티카: 현자님. 곡의 요청인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괜찮다면 라스티카도 저희와 함께 춤 추지 않겠나요?
오늘 밤은 이상한 무도회 3화
라스티카와 함께 춤을 즐기고 싶어서……. 물론 연주가 더 좋다면 억지로 안해도 괜찮아요.
라스티카: 아뇨, 현자님의 권유라면 기꺼이 춤을 추겠습니다. 다음 연주는 저 대신 브라만제 궁중악장님께 맡기도록 하죠.
카인: 오, 라스티카도 춤 추는건가. 그러면 다음 곡은 현자님과 짜는 게 어때?
저 말인가요?
카인: 라스티카를 부른 건 현자님이잖아? 부디 손을, 이라는 말은 아니었지만.
라스티카: 그거 멋진 생각인걸.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현자님.
아, 알겠습니다. 힘낼게요! 그러면…… 다시 한 번. 부디 손을, 라스티카.
라스티카: 네, 부디.
내민 손에 라스티카의 따뜻한 손이 겹치자 느긋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툰 스텝으로 천천히 리드하면서 그와의 귀중한 시간을 즐긴다.
라스티카: 현자님이 초대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신나는 한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이쪽이야말로 고마워요. 신기한 과자와 춤을 출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함께 춤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라스티카가 무도회를 열어줬기 때문이에요.
라스티카: 그렇다면 과자 무도회를 떠올린 조금 전의 나에게도 감사해야지.
그러고보니 저희를 보고 이 무도회를 번뜩였다고 했었죠.
라스티카: 네. 마침 제가 이 방에서 찻잎이랑 포트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 ……아아, 떠올랐습니다.
떠올랐다……? 뭐가요?
라스티카: 무도회가 생각날 때까지 여기서 다과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일 말입니다. 그런데 두 분을 무도회에 초대한다는 생각에 두근거려 어느새 깜빡 잊어버렸네요.
아하하, 라스티카답네요.
라스티카: 하지만 이렇게 현자님께서 춤에 초대해 주시는 멋진 추억이 생겼습니다. 다과회는 다시 한 번 열도록 하죠. 그때는 부디 오늘 춤의 보답으로 제가 당신을 초대할 수 있게 해주세요.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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