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드러몬드로부터의 의뢰]

1화 순수한 욕망

 

아서: 안녕하세요, 현자님.

 

스노우: 히스클리프, 시노도. 일찍 일어나다니 기특하군.

 

화이트: 착한 아이구먼.

 

시노: 어린애 취급하지 마.

 

히스클리프: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도 계셨군요. 

 

스노우: 그렇네. 아침의 차를 함께 마시기로 했다. 오즈도 권유했지만 거절당해 버렸네.

 

아서: …….

 

화이트: 아서가 기죽을 건 없다. 하긴 어젯밤 마법을 쓰지 못 했으니, 그대를 볼 낯이 없겠지.

 

아서: 그런 건……. '거대한 재앙' 의 상처니까 오즈 님의 탓이 아닌데. 히스클리프, 너는 괜찮아? 너는 아직 '거대한 재앙' 의 상처를 모르는거지?

 

히스클리프: 네……. 저 말고도 파우스트 선생님과 무르도 아직 몰라요.

 

시노: 그 기묘한 상처가 발견되어도, 고칠 방법은 있는 건가?

 

스노우: 찾는 중일세. 여러 가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화이트: 하지만 오늘 낮에 임식을 하면 일단 일단락이지.

 

스노우: 성의 발코니에서 광장의 백성들에게 인사를 하는걸세.

 

시노: 발코니에서 민중에게 인사……. 멋있다. 블랑셰 가의 주인님 같아. 벌써 하고 싶어.

 

아서: 아하하, 거의 다 왔어. 정오에는 치를 예정이야.

 

화이트: 그러면 현자여. 볼일이 있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었나?

 

네. 사실은, 어젯밤에 묘지에서…….

 

 

 

 

 

아서: ……무덤 도둑……?

 

히스클리프: 네. 매장품에는 손대지 않고 시신만 없어져서…….

 

아서: 너무 가까이 접근한 '거대한 재앙' 의 영향을 받은 매장품이나 거대한 새 그림자의 이야기도 신경 쓰이네…….

 

스노우: 거대한 새의 그림자…….

 

화이트: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서: 정말인가요?

 

스노우: 으음, 여기까지만 기억이 나지만 말일세.

 

화이트: 나이가 들면 젊은 아이들처럼 확 떠오르지 않는게야.

 

시노: 스노우와 화이트가 떠올릴 때까지 못 기다려. 조사에 협력해 줄게. 단, 보상을 받고 싶어.

 

아서: 보상?

 

히스클리프: 시노, 그만해! 죄송합니다, 아서 왕자. 시노는 아직 애라서…….

 

시노: 철부지 도련님은 너야. 왕자님, 난 부모 없는 잔심부름꾼이다. 나는 세상에 믿을 만한 것을 원해.

 

아서: 과연……. 하지만 내가 줄 수는 없어.

 

시노: 어째서.

 

아서: 동쪽의 대영주 블랑셰 가문의 가신에게 내가 개인적으로 상을 주면 외교적으로 까다로워지거든. 하지만 동쪽의 왕가에 주선해 줄 수는 있지. 뭔가 바라는 것이 있나, 시노.

 

시노: 장군이 딸린 기사나, 대신의 측근으로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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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기묘한 보고

 

히스클리프: ……장군이 있는 기사라니……. 블랑셰의 가에서 나갈 생각이야?

 

시노: 아아. 너도 같이. 장군이나 장관은 히스클리프가 될거야.

 

히스클리프: 바…… 바보 아니야!? 될 리가 없잖아.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시노: 어째서. 장군을 욕하면 목이 잘려. 아무도 너를 나쁘게 말하지 않을 거야.

 

히스클리프: 야…….

 

아서: 하하……. 그건 어떠려나. 왕자인 나라도 험담은 들어. 이걸로 괜찮다 라는 건 없어.

 

시노: …….

 

아서: 하지만 잘될 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동쪽 왕가에 편지를 부치지. 그러면 되겠나?

 

시노: 아아, 부탁해.

 

히스클리프: 시노…….

 

니콜라스: 실례합니다.

 

아서: 니콜라스, 마침 잘 됐다. 마법 과학 병단에게도 조사를 부탁하고 싶어. 수도의 묘지에서 도둑이…….

 

니콜라스: 묘지 도둑?

 

아서: 아아, 무덤 전체가 파헤져져 있었대.

 

니콜라스: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 오늘 아침 부하가 묘지의 상태를 보러 갔었는데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고 합니다.

 

시노: 그럴 리가 없어. 확실히 어젯밤에…….

 

니콜라스: 꿈이라도 꾼게 아닌가. 애초에 왜 묘지에 나들이를 갔지? 마법사가 묘지를 배회하면 시민들이 불안해한다. 이상한 의식이라도 치르는게 아니냐면서.

 

아서: 실례되는 말을 하지마. 성의 하녀로부터 기묘한 보고를 받고 동쪽의 마법사들이 조사를 하러 가주었던 것이다.

 

니콜라스: 기묘한 보고?

 

시노: 아아, 중앙의 탑을 망가뜨린 것은 묘지에서 나온 거대한 새의 그림자라고…….

 

니콜라스: 거대한 새의 그림자? 하하……. 젊은 아가씨의 헛소리를 진실로 받아들여 고생하는군.

 

시노: …….

 

스노우: 그대의 부하도 수고가 많구나. 어째서 아침부터 묘지 순례 따위를 하고 있었지?

 

니콜라스: 한밤 중의 묘지에서 불가사의한 빛을 발견했다고 시민의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의 짓이었다는 거지. 정말이지 소란스러운…….

 

시노: ……윽.

 

히스클리프: 시노, 어디 가!?

 

시노: 묘지를 확인하러. 무덤은 확실하게 파헤쳐져 있었어.

 

니콜라스: 멋대로 해라.

 

저도 같이 가게 해주세요.

 

시노: 알았어, 따라와.

 

니콜라스: 가봤자 소용없어. 나도 눈으로 이변이 없다는 것은 확인했다. 아니면 무덤이 파헤져지 않으면 곤란한건가?

 

시노: 뭐라고?

 

니콜라스: 세계 최강의 마법사로 알려진 오즈조차 민중 앞에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문을 수복한 것은 우리 마법 과학 병단이지. 떨어진 권위를 회복하려고 너희들 현자님의 마법사들이 광언으로 묘지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 아닌가?

 

아서: 니콜라스!

 

히스클리프: 니콜라스 마법 과학 병단장. 무덤의 파헤쳐진 흔적은 나도 같이 봤다.

 

니콜라스: ……. 당신은 동쪽 나라의 블랑셰가의…….

 

히스클리프: 우리가 공을 날조하기 위해 죽은 자를 욕보였다. 그것이 너의 견해구나. 잘 기억해 둘게. 중앙의 나라와 동쪽 나라의 우호를 위해서.

 

니콜라스: ……실례했습니다. 말실수를 용서해 주십시오.

 

히스클리프: 어떠려나. 동쪽 사람은 앙심이 있으니까.

 

니콜라스: …….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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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누구를 위한 야망

 

아서: 히스클리프, 미안해. 니콜라스가…….

 

히스클리프: 아아,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그것보다 나도 같이 갈게. 시노, 현자님.

 

시노: 아아.

 

히스클리프: 뭐야, 히죽히죽 거리고.

 

시노: 멋있었어.

 

히스클리프: 멋있었을 리가……. 발끈해버려서 부끄러워……. 음침하고 집념 많은 마법사라고 불릴지도.

 

스노우: 우리도 동행하기로 하지.

 

화이트: 그러면 가볼까.

 

 

 

 

 

 

 

이건…….

 

묘지에서 우리가 본 것은 파헤친 흔적도 전혀 없는 평화로운 묘지의 광경이었다. 우리가 떠나간 뒤에 누군가가 흙을 갖다 놓은 것일까.

 

시노: 다시 한 번 흙을 파헤쳐보자. 뼈는 없는 채로일지도 몰라.

 

스노우: 그만두게나, 시노. 우리가 무덤을 파헤치면 그야말로 소문이 나버릴지도 모르지.

 

시노: 하지만…….

 

화이트: 파헤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유해는 여기에 없다. 누군가가 들고 나온거겠지.

 

스노우: 조만간 중앙의 도읍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화이트: 재밌구나. 아서에게 경고해 두도록 하지.

 

시노: …….

 

히스클리프: 시노, 가자.

 

시노: 아아.

 

 

 

 

 

스노우: 그러면 현자여. 아서에게는 우리가 말해 두겠네.

 

시노: 우리는 우리들끼리 조사를 계속한다. 마법 과학 병단 따위가 공을 가로채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화이트: 서임식에는 늦지 말게나.

 

드러몬드: 현자님! 다행이다. 좋은 때에…….

 

드러몬드 씨.

 

드러몬드: 부디 힘을 빌려주십시오! '거대한 재앙' 의 접근 이래, 항간에 기묘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탓에 서임식도 연기될 것 같아서…….

 

시노: 하? 발코니에서 손을 흔드는 건?

 

히스클리프: 무슨 문제가 있는 걸거야. 얌전히 기다리자.

 

시노: ……어쩔 수 없어. 그러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조사를 할 수 있으니까. 가자, 히스.

 

히스클리프: 시노! 죄송합니다, 현자님. 실례하겠습니다.

 

 

 

히스클리프: 조사한다고 해도 뭘 할건데?

 

시노: 뭐라도 좋아. 공을 세울거야.

 

히스클리프: 공이라니……. 시노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거야? 나를 동쪽 나라의 장군으로…….

 

시노: 당연하지. 넌 스스로 움직이지 않잖아.

 

히스클리프: 시노는 몰라……. 내가 동쪽 나라의 장군이 되었을 때 중앙의 나라와 전쟁이라도 나면 어떡해? 아서 왕자, 카인들과 싸우게 될 거야.

 

시노: 그때는 너를 위해 이 성을 빼앗아 주지.

 

히스클리프: ……뭐…….

 

시노: 네가 고개를 들고 걷는 길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것이든 부숴버릴 거야. 어떤 것이든 빼앗아 주고 말겠어. 히스클리프 블랑셰, 당신에게는 그만한 그릇이 있다. 그러니 내가 주는 걸 거부하지 마.

 

히스클리프: …….

 

시노: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너를 영웅으로 만들거야. 그러면 우리는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어.

 

히스클리프: ……옛날이라니…….

 

시노: ……옛날에 너를 위해 뭔가를 가져오면 좋아했었잖아.

 

히스클리프: 그…… 그건 숲속의 꽃과 다람쥐 이야기잖아!?

 

시노: 장군의 자리나 성도 마찬가지잖아?

 

히스클리프: 안 똑같아!

 

시노: 똑같아. 전부 너에게 어울려. 나으리와 마님도 기뻐할거야. 일단 공을 세우자. 탑의 문을 재건해서 들떠있는 마법 과학 병단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지.

 

히스클리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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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관의 괴이

 

드러몬드 씨, 그래서 이상한 사건이라는건……?

 

드러몬드: 네. 수도에서 고대의 보물이 희한한 빛을 발하거나 멸망했을 터인 태고적 생물이 목격되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월식관의 괴이가 극심하게…….

 

월식관……?

 

드러몬드: 세계에서 모은 학술적 가치가 있는 흔적과 유품, 미술품들을 모아 놓은 관입니다. 마법도구들도 잔뜩 보관되어 있었죠. 월식관의 관리인이 말하기를, 거기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고……. 실제로 상황을 보러간 콕로빈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콕로빈 씨랑요?

 

드러몬드: 네……. 마법 과학 병단에게도 상담했지만 할 일이 많다며 거절당해서……. 그 녀석은 눈치없는 멍청이입니다만, 열심히 하는 면도 있는 귀여운 부하입니다. 현자님의 마법사들에게는 저도 대단히 실례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만, 부디 협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

 

무르: 현자님이다! 어이, 현자님!

 

무르……. 서쪽의 마법사들…….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현자님. 어젯밤은 멋진 밤이었죠.

 

클로에: 엄청 즐거웠어! 나, 친구가 생겼어. 다음에 스카프를 만들어줄 예정이야!

 

샤일록: 현자님과 장관님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고 계셨나요?

 

그게…… 월식관이라는 곳에서 이변이 있어 콕로빈 씨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대요.

 

라스티카: 관 안에서 행방불명이라니, 꽤 넓은 저택이겠군요.

 

클로에: 이변이 있다고 했고, 이상한 마법이 걸린 게 아닐까?

 

샤일록: 그 관에는 기묘한 물건들이 많이 놓여져 있으니까요.

 

알고 있나요?

 

샤일록: 무르가 좋아했었거든요. 마음대로 숨어 들어가서 마음대로 보고 마음대로 들고 나오고 마음대로 넣거나 했었죠.

 

드러몬드: 우, 우리 나라의 역사적 재산을!?

 

샤일록: 불만을 말할 거라면 무르에게. 하지만 실종된 콕로빈을 찾아달라는 얘기가 아니었나요?

 

드러몬드: ……그렇다. 받아주겠나.

 

샤일록: 거짓말쟁이 마법사라도 괜찮으시다면.

 

드러몬드: ……상관없네. 부디 부탁하지.

 

샤일록: 알겠습니다.

 

라스티카: 아는 분이 행방불명이라니, 얼마나 걱정되실까요. 저도 그 기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사라진 신부를 찾고 있으니까요.

 

드러몬드: ……그런가. 네가 아는 사람도, 그……. 찾았으면 좋겠군.

 

라스티카: 고마워.

 

클로에: 아저씨, 착한 사람이네. 나도 도와줄게! 모두 힘내자!

 

무르: 응! 그러면 출발!

 

아……. 자, 잠시만요!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콕로빈 씨가 신경쓰여서…….

 

무르: 좋아! 내 빗자루에 탈래?

 

에, 그러니까…….

 

샤일록: 무르의 비행은 대도예니까요.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현자님.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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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불가사의한 관

 

샤일록: 월식의 관은 저 숲 너머입니다. 곧 도착할 거예요.

 

클로에: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하늘을 나는 게 기분이 좋네!

 

라스티카: 이런 날에는 예쁜 정원을 바라보면서 다과회를 하는 것도 좋겠다. 노래하고 춤추기도 하면서.

 

무르: 재밌겠다! 현자님은 노래하는 거 좋아해?

 

노래를 잘 못해서…….

 

무르: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야!

 

라스티카: 그말대로. 현자님이 좋아하시는 거라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춤추는 것도, 원하시는만큼 즐기는 겁니다.

 

클로에: 그야 우리들은 노래를 잘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현자님과 즐기고 싶은 거니까! 현자님이 즐겁다면 우리도 즐거워!

 

하하……. 그러면 다음에 다과회가 있을때, 선보여보일게요.

 

클로에: 아싸!

 

저기…… 여러분께 물어봐도 되나요?

 

샤일록: 뭔가요?

 

드러몬드 씨의 부탁을 왜 받았나요? 콕로빈 씨는 물론 걱정이지만…… 드러몬드 씨는 마법사에 대해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잖아요. 서쪽의 마법사의 모두들은 자유롭고 방자한 인상이었기 때문에 두말없이 선뜻 승낙을 해준게 신기했어요.

 

샤일록: 쉬운 일입니다. 제가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요. 현자님의 말씀대로 저희는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마음대로 좋아하는 것만 합니다. 월식의 관에는 관심이 있고, 콕로빈을 못 본체하는 것도 너무하니까요. 그저 그것 뿐입니다. 정의로운 마음에서가 아니고, 평판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아니라 싫으면 그만두겠지만요.

 

그, 그렇군요.

 

라스티카: 마법사의 인생은 길지만, 그래도 싫은 일이나 슬픈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은 아까우니까요.

 

클로에: 우린 우울한거에 약하니까. 그 대신 웃는 건 잘해. 뭐, 좀 찌그러지긴 하지만.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누굴 탓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기가 결정하고 혼자 있는 거야.

 

혼자라니……. 클로에는 라스티카와 사이가 좋고, 무르나 샤일록도…….

 

라스티카: 저희들은 고독합니다. 얼마나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나중에는 혼자서 차가운 돌이 될 수 있으니, 온기가 있는 동안 다가서는 상대를 따뜻하게 해주고 싶죠.

 

샤일록: 자, 도착했습니다 현자님.

 

여기가 월식의 관…….

 

클로에: 왠지 어둡네…….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

 

샤일록: …….

 

라스티카: 왜 그래, 샤일록?

 

샤일록: 무르의 기척이…….

 

클로에: 무르라면 여기에 있어.

 

무르: 나라면 여기에 있어!

 

샤일록: 그렇죠……. 죄송합니다. 가죠.

 

샤일록이 문을 열자 허름한 양옥의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비한 분위기에서 본 적도 없는 것들이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며 걷고 있는데 어기선가 나비가 날아왔다. 보라색이나 노란색으로 색을 바꾸면서 빛나는 가루를 뿌리고 나풀나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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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해괴한 비늘

 

클로에: 뭐지, 이 나비…….

 

라스티카: 색을 바꾸고 있네. 아름다워.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가 살며시 라스티카의 어깨에 멈춘다. 그 순간, 나비는 거대화하며 마차만한 크기로 부풀어올랐다. 빨대처럼 생긴 긴 관을 꿈틀꿈틀 움직여서 라스티카에게 덤벼든다.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비엣셰'

 

라스티카는 순간적으로 항상 들고 다니는 새장을 움직였다. 거대한 나비는 순식간에 작아져서 새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라스티카: 아아, 놀랐다…….

 

클로에: 괜찮아, 라스티카!?

 

라스티카: 괜찮아. 그런데 나비의 얼굴은 자세히 보면 무섭네. 오늘 밤 꿈에 나올 것 같아.

 

클로에: 정말이지, 라스티카는 태평하네.

 

나는 휴우하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반짝반짝 날리고 있는 나비 비늘 가루를 깨닫고 눈썹을 찡그린다. 나비는 없어졌을 텐데,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가루의 양은 숨이 막힐 정도로 점점 늘어갔다. 자세히 보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샤일록: 가만히 계세요.

 

샤일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샤일록은 파이프를 물고 천천히 하얀 연기를 내뿜는다. 연기를 받은 비늘가루들은 갑자기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미러볼처럼 빛을 발했다. 빛을 발하더니 모여서 거대한 얼굴 같은 것이 되어간다. 그 얼굴은 나를 들여다보더니 귓가에서 웃었다.

 

나비의 비늘가루: 깔깔깔깔깔!

 

……!

 

의미를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에 나는 현기증을 일으킬 것 같았다.

 

샤일록: 쉬잇…….

 

샤일록이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필사적으로 입꼬리를 누른다. 그는 다시 파이프를 물고 천천히,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

 

무르: 와아!!

 

꺄악!!

 

무르에게 위협을 받고 나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나비의 비늘가루: 깔깔깔깔깔!!

 

웃는 비늘들이 눈을 부릅뜨고 내 머리 위로 다가온다. 딱 벌어진 큰 입에 삼켜질 뻔했을 때…… 물방울 모양의 거대한 천이 보호하듯이 나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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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어린애 장난

 

클로에: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

 

물방울 무늬의 천은 순식간에 우비처럼 되어 내 몸에 착 달라붙었다. 하지만 반짝이는 비늘가루를 건드리면 순식간에 물방울 무늬의 비옷은 파란 불꽃을 일으키며 타오르는 부스러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는 사이 샤일록이 파이프의 연기로 반짝이는 비늘가루를 날려갔다. 나는 엉겁결에 몸을 문질렀지만 화상 자국도 남지 않았다.

 

지, 지금 건?

 

클로에: 순간적인 부적. 다치지는 않았지?

 

네, 네. 고마워요.

 

클로에는 싱긋 웃었다. 파이프를 물면서 샤일록이 눈을 노려본다.

 

샤일록: 어린애 속임수 같은 건 그만두고 나오세요.

 

나오라니…… 누군가 있다는 건가요?

 

샤일록: 네. 그것도 사람을 시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안 좋은 마법사가…….

 

???: 지독한 소리를 하네.

 

……!

 

어둠 속에서 울려오는 목소리에 우리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귀에 익었다. 어둠이 어른거려 사람 모양을 만든다. 샤일록이 숨을 삼켰다.

 

샤일록: ……설마…….

 

???: 오랜만의 재회라고 하는데, 신랄하게 욕하다니. 그런 점이 싫지는 않지만.

 

천천히 기척이 다가온다. 사람 모양의 사이 윤곽이 모자를 집어 들고 신사적인 절을 했다. 거기 있던 것은…….

 

클로에: 에……!?

 

라스티카: 어라?

 

무르: 에?

 

또 한 명의 무르였다.

 

???: 어서 오세요, 월식의 관에.

 

히죽히죽 웃으며 또 한 명의 무르가 손가락을 올린다. 직후, 우리는 끝없는 은하의 소용돌이 속으로 삼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