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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3 이벤트 스토리

[행운을 부르는 진실의 쿠오레] 6화~10화

6화

 

어니스트: 뭐, 뭐야. 그냥 개구나. 깜짝아……. 약한 들개인가……? 그에 비해서는 사람에 익숙해 보이네 ……. 너, 어디서 왔니

 

???: …….

 

어니스트: ……비스킷을 가만히 보고 있어. 혹시 배가 고픈 걸까. 그러고 보니 엄청 말랐네…….

 

어니스트: ……아니, 됐어. 나는 이제 여기까지일 테고. 전부 줄게, 너에게. 자, 먹어.

 

???: ……뀨우.

 

어니스트: 아, 먹었다. 다행이다. 보기보다 건강해 보여.

 

???: 뀨우…….

 

어니스트: 아하하.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거야? 괜찮아. 하지만, 마지막이니 조금 쓰다듬게 해 줘.

 

???: ……! …….

 

어니스트: 착하다 착해. 귀여워라……. 내 몫까지 건강하게 지내렴. 마지막으로 조금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어니스트: 그랬더니 에루모가 벌떡 일어나서…… 이 집까지 안내해 준 거예요.

 

아서: 그러면 에루모가 이 집을 알려준 건가?

 

어니스트: 네.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하룻밤 재워 주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 만이었어요. 집주인을 만나면 솔직하게 사과하고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도 집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니스트 씨는 공복으로 현기증이 나고, 에루모도 다시 약해지기 시작해서……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장고에서 조금 식량을 받았다고 한다.

 

어니스트: 운 좋게도 근처 숲에서 약초 군생을 발견해 조금이지만 돈도 들어왔습니다. 받은 음식값도 겨우 갚을 수 있었어요.

 

브래들리: 그래서 저장고에 동전이 놓여 있었나. 바보같이 성실한 녀석이군.

 

어니스트: 하지만, 대금을 두고 저택을 나오려던 참에…….

 

샤일록: 이변과 에루모의 부상이 시작되어 저택을 나갈 수 없었던 것이군요.

 

어니스트: 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어니스트 씨는 고개를 숙였다. 뼈가 있는 등을 작게 오므린다.

 

아서: 고개를 들어줘, 어니스트. 너의 행동은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상냥함은 진짜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

 

무르: 뭐,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이 정도의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오웬: 과자집에 모르는 아이가 산다는 이야기처럼 말이지.

 

리케: 하지만, 이제 거짓말은 안됩니다. 옳고 정직하게 산다면 신이 반드시 당신을 구원할 테니까요.

 

브래들리: 애초에 마법사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다니 터무니없다고. 이 녀석 같은 천부적인 재능이라도 있어야지.

 

피가로: 삿대질 하지 마. 하지만…… 어니스트의 사정은 알겠지만 밤의 이변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 같네.

 

역시 에루모가 밤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신경 쓰이네요 …….

 

샤일록: 네. 밤이 되기 전에 숲의 기척이나 숨겨진 방의 유무도 조금 더 조사해두고 싶군요.

 

피가로: 에루모의 부상도 빨리 진찰해 두고 싶어. 여기는 두 갈래로 나눌까. 아서, 현자님. 두 사람은 나와 어니스토와 함께 에루모를 창자줄래?

 

아서 / 아키라: 알겠습니다!

 

피가로: 그리고 오웬도 이쪽으로. 에루모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어니스트: 에!? 에루모와 이야기할 수 있나요?

 

오웬: 말할 수 있지만 싫어. 피가로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어니스트: 그,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에루모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도 부탁드릴게요. 자, 이제 한 걸음 더 보상에 가까워질 테고요!

 

오웬: ……어쩔 수 없네. 이걸로 내가 보상을 받지 못하면, 현자님을 죽일 거니까.

 

(주, 죽고 싶지 않은데……. 피가로, 잘 좀 부탁할게요 ……!)

 

샤일록: 그러면 저와 무르, 리케, 그리고 미스라와 브래들리는 저택과 숲을 조사하도록 하죠.

 

무르: 네에!

 

미스라: 좋네요. 다른 부적도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피가로: 해가 지면 다시 이 방으로 모이자. 그러면 갈까.

 

 

 

 

 

 

 

리케: 숲 쪽은 헛스윙이었네요…….

 

샤일록: 우선 이상한 낌새를 따라가 보았습니다만, 산산조각이었네요.

 

미스라: 제 낌새에 쫄아서 안 나온 것 같은데요. 라오슈 떼 같아요.

 

리케: 라오슈?

 

샤일록: 약삭빠르고 못된 꾀가 도는 마물입니다. 한 마리 한 마리는 약하지만 큰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죠.

 

브래들리: 싫은 느낌인데……. 보통 라오슈가 미스라의 낌새를 느끼면 얼른 멀리 도망가버릴 거야. 하지만 그 녀석들은 슬금슬금 숨을 뿐이었지. 별거 아닌 마물 주제에 우리의 틈을 노리고 있는 건가 …….

 

무르: 아니면 미스라와 싸우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 있는 걸까? 어느 족이든 간에 교활하고 욕심쟁이네!

 

리케: 그러면 숲을 더 조사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샤일록: 저쪽은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기 때문에, 이번에는 저택을 조사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넓은 데다가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 저택이니, 대충 방은 확인했습니다만 그 밖에도 뭔가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무르: 기묘한 목소리는 분명 아까 도망간 녀석들의 목소리야. 하지만 그 걔네들이 이 저택에 접근하는 이유는 아직 수수께끼!

 

샤일록: 에루모가 밤에 다치는 이유도 아직 모르겠군요. 그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단서도 찾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미스라: 그냥 따끔한 맛을 보는 걸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취미 같은.

 

브래들리: 취미보다는 자부심이나 긍지같은 것이 저 녀석에게는 잘 어울리지. 너덜너덜한 걸레 주제에 기색은 한 뼘이었고. 오즈에게 두들겨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순간이 있잖아.

 

무르: 사랑이야. 분명!

 

리케: 사랑?

 

무르: 맞아! 그래서 그렇게 상처투성이에 어니스트에게 그렇게 걱정을 끼쳐도 아무렇지도 않아. 사랑은 스스로를 해치고 파괴하는 것. 다른 모든 것을 생략하고 말이야! 그렇지? 샤일록.

 

샤일록: 이런.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가요? 달에 너무 가까워져서 영혼이 부서진 당신이기 때문에 그런 철학인 것이겠죠.

 

무르: 그래? 너의 사랑도 너에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영혼이 박살난 나를 나로 만들었을 때!

 

샤일록: …….

 

샤일록: ……후후, 정말로…… 싫은 사람.

 

브래들리: 어이, 그쯤 해 둬. 이제 해가 저물 시간이니까 손가락 끝으로 턱 더듬지 말라고.

 

무르: 야옹! 턱, 쓰다듬어지는 거 좋아~!

 

리케: 이 시간에 턱을 쓰다듬는 것은 안 되는 일인가요? 무르도 기뻐하고 있는데……?

 

샤일록: 때와 경우와 상대에 다르다고 대답해두죠. 지금은 에루모의 부상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미스라: 저렇게 자부심 있는 녀석이 사랑같은거 때문에 저렇게 다친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브래들리: ……어떠려나. 지금까지의 생활방식, 자신의 본연의 자세……. 이것만은 절대로 내팽개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내팽개칠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이 아닐까. 북쪽의 대마녀라고 불리던 그 치렛타도, 마지막은 남쪽의 마녀가 되는 것을 선택했잖아.

 

미스라: …….

 

무르: 아! 저기, 이것 좀 봐! 이 그림, 액자를 누르면 움직여!

 

샤일록: 이건…… 숨겨진 문이군요. 저쪽에서 에루모의 기척이 납니다. 열죠.

 

 

 

 

 

 

리케: 우왓……! 온 방 안에 흰 생물의 부적 투성이에요! 벽과 선반도 그렇지만, 천장까지 빽빽하게…….

 

미스라: 전부 뒤죽박죽인 물건이네요. 저도 이렇게까지 갖춰진 건 처음 봤어요…….

 

샤일록: 저쪽에 은으로 된 먹이 접시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키우던 방 같군요.

 

리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왠지 이곳에 있으면 안정이 돼요. 어딘가 그리운 듯한 …….

 

샤일록: 이 방에 열성적이고 경건한 신앙과 강한 기도의 잔재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익숙한 분위기일 테니까요.

 

무르: 봐, 물어뜯긴 목줄! 엄청난 보석이 붙어있어!

 

브래들리: 오, 이걸 팔면 잠시 놀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벌겠네.

 

미스라: 저기, 키키이의 피가 묻어있어요. 창문 쪽으로 이어져 있네요.

 

무르: 정말이다! 게다가 창문도 안 열려있는데?

 

샤일록: ……즉, 에루모는…….

 

 

 

 

 

 

숲으로 향한 샤일록들을 배웅한 뒤, 우리도 에루모를 찾아다녔다.

 

아서: 에루모!

 

어니스트: 에루모. 이리 와!

 

에루모! ……으음, 역시 간단하게 나오지 않는구나…….

 

오웬: 있어. 거기에.

 

에!?

 

황급히 오웬이 가리키는 쪽을 돌아본다. 그러자 가늘게 열린 문틈으로 에루모가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7화

 

있다……! 아까는 그렇게 불러도 안나왔는데…….

 

에루모는 몸을 흔들며 종종걸음으로 어니스트 씨에게 다가갔다. 우리를 나무라는 듯이 빤히 노려봤다.

 

어니스트: 에루모? 왜 그래?

 

피가로: ……어니스트가 걱정되어서 나온 걸지도 모르겠네. 우리에게 거짓말을 고백한 걸, 어디선가 들은 걸지도 몰라.

 

어니스트: ……에루모.

 

위협으로 꼬리를 부풀린 에루모의 앞에 아서가 슬며시 무릎을 꿇었다. 같은 눈높이에 성실하게 가슴에 손을 얹는다.

 

아서: 부디 걱정하지 말아줘. 우리는 어니스트를 잡거나 하지 않아. 너를 위해 저택에 남은 그에게 악의가 없었다는 것은 우리도 잘 이해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어니스트를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너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 거야.

 

에루모: …….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곤두선 에루모의 털이 조금 가라앉는다. 피가로도 아서의 옆에서 몸을 굽혔다.

 

피가로: 마법사를 믿을 수 없다면 약초와 마법약 만으로 치료해줄게. 그렇다면 그냥 치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잖아? 사실은 마법으로 제대로 치료하고 싶지만, 그건 우리를 믿고 난 이후라도 상관 없으니까.

 

어니스트: 에루모, 나도 옆에 있을게. 의사 선생님께 치료를 받자.

 

에루모: ……뀨우.

 

어니스트: 에…… 에루모가 뭐라고 말한 건가요?

 

오웬: '어쩔 수 없어. 용서해주지.' 라는데.

 

어니스트: 저, 정말로 잘난 듯이 말하네……. 그래도 기특하다. 힘내자, 에루모!

 

피가로: 그러면 바로 끝내볼까. 어니스트, 너도 도와줘.

 

어니스트: 네!

 

꼿꼿이 턱을 괴고 뒹굴돈 에루모의 곁으로 나도 살며시 다가갔다.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서 치료를 지켜본다.

 

아……. 귀의 뒷쪽 부분, 털에 가려져 있지만 부상을 입었네요.

 

피가로: 우와, 이건 꽤 아팠을 텐데. 그래도 상처는 깨끗하게 씻어놨네.

 

어니스트: 네. 붕대를 감는 것이 어려운 장소라, 청결하게 유지라도 하려고…….

 

피가로: 좋은 판단이야. 곪거나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 상처가 적은 것은 어니스트의 처치 덕분이네. 귀에 난 상처에는 마법약을 발라둘까. 조금 따끔할 거야. 괜찮아?

 

에루모: 뀨우!

 

오웬: '좋을 리가 없잖아.' 후후, 엄청 싫어하네. 짐승은 인간보다 통증에 더 민감하다니까.

 

어니스트: 에루모, 조금만 힘내자. 자, 착하지.

 

오웬: 소용없어. 그렇게 개처럼 설득해도…….

 

에루모: ……뀨웅.

 

아서: 아! 귀를 접어줬어요!

 

피가로: 고마워. 약이 효과를 보기 시작할 때까지 참아보자.

 

오웬: 뭐야.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담백하게 인간에게 굴복하고.

 

어니스트 씨를 그만큼 신뢰하고 있는 걸 거예요, 분명.

 

어니스트 씨가 달래듯 쓰다듬을 때마다 에루모의 복슬복슬한 꼬리가 천천히 흔들린다. 두 사람을 둘러싼 공기의 부드러움에 흐뭇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니스트 씨는 에루모와 만난 지 얼마 안됐다고 했지. 에루모는 어딘가에서 길러진 것 같다고. 에루모는 자존심이 높고, 어떤 상대와도 친해질 수 있는 타입이 아닌 것 같았는데. 진짜 주인과의 사이는 어땠을까. 왜 진짜 주인은 찾을 수 없는 걸까…….)

 

아서: ……에루모에게는 또 다른 주인이 있었지. 어떤 사람이었어?

 

아서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면서 동글동글한 검은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하지만 에루모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망설이듯이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루모: ……뀨우, 뀨우.

 

오웬: '비슷한 것은 있었지만 그 녀석은 주인이 아니었어. 신도였지.'

 

아서: 신도?

 

피가로: 아마 애완동물로 키운게 아니라 행운의 부적으로 모셨던게 아닐까? 봐, 아까 현자님에게는 이야기 했었지.

 

키키이를 애완동물이라기 보다는 신으로 취급하는 사람이 있고, 에루모도 그런 취급을 받은게 아닐까 하는…….

 

피가로: 맞아맞아, 그거. 혹시 에루모는 검게 변했을때 그 신도에게 버림받은게 아닐까.

 

아서 / 아키라: 에…….

 

오웬: 놀랄 일은 아니잖아. 키키이를 산신으로 믿은 놈이 전승을 모를 리가 없어. 그래서 데리러 오지 않는 거야.

 

싫은 소리도 빈정거림도 아닌 담담한 어조에 숨이 막힌 듯 답답해진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

 

어니스트: ……그럴 수가. 너무해……. 버리다니…….

 

에루모: 뀨우, 뀨우. 뀨…….

 

오웬: '너무하지 않아.'

 

에…….

 

오웬: '몸이 하얀색이었을 때는, 행운에 감사하며 그 녀석은 진수성찬이나 보석, 뭐든지 바쳐줬어. 굶주림에서도 추위에서도 소중하게 지켜줬어. 야생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훨씬 나은 삶이었지.'

 

에루모는 느긋하게 꼬리를 흔든 채였다. 사라진 주인과의 추억을 그리워하기에는 너무나도 달관된 행동. 함께 있었으면 하는 갈망도, 함께 있고 싶었으면 하는 절망도 없이 그저 안녕히 계세요, 라고 손을 흔드는. 어니스트 씨가 약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니스트: ……그렇다고 해도…….

 

복잡하게 늘어지는 그 어깨에 아서가 살며시 손을 얹고 조용히 미소지었다.

 

아서: 버림받은 대신, 에루모는 어니스트를 만날 수 있었어.

 

어니스트: ……아서 씨…….

 

아서: 나의…… 아는 사람도 어렸을 때 가족에게 버림받았거든. 하지만 버려진 곳에서 그는 멋진 분을 만났어. 그 분과 그는 기쁨에 찬 나날을 보냈어. 그는 버려진 후에도 분명 행복했던 거야.

 

비가 그친 무지개를 올려다보는 듯한 밝은 눈동자로 아서가 미소지었다. 여기에 나오는 아는 사람은 틀림없이 아서 본인이다. 친부모에게 북쪽 나라에 버려진. 그렇게 정리하면 슬픈 이야기일 텐데……. 아서의 입에서 들으니 운명의 기적과 멋진 희망의 이야기로 들린다.

 

(그것은 분명, 아서 자신이 자신의 과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거야. 강하네, 아서는…….)

 

아서: 친한 상대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확실히 불행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둘도 없는 만남의 첫 걸음이기도 했어. 에루모에게도 그렇겠지?

 

에루모: ……뀨우.

 

어니스트: ……에루모…….

 

어니스트 씨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에루모가 눈을 가늘게 떴다. 느긋하게, 행복하게.

 

(다행이다……. 에루모가 어니스트 씨와 만나서…….)

 

그러자 에루모의 다리에 붕대를 감은 피가로가 아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서: 와앗……! 피가로 님. 갑자기 무슨 일이신가요?

 

피가로: 어쩐지 아서가 그 성에 있던 시절이 그리워져서. 싫었니?

 

아서: 아뇨! 왠지 오랜만이라 놀랐을 뿐이에요. 어렸을 때는 잘 쓰다듬어 주셨죠.

 

피가로: 응. 루틸도 미틸도 쓰다듬어 줄 때마다 기뻐했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버릇이 됐어. 그 녀석이 키운 아이가 이렇게 착한 아이로 자라다니, 둘이 만났을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피가로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분명 아서가 어렸을 때 작은 둥근 머리를 쓰다듬은 것처럼. 에루모의 턱을 긁던 어니스트 씨가 창밖으로 눈을 흘기며 황급히 일어섰다.

 

어니스트: 아, 해가 지고 있어……. 언제 이변이 시작될지 모르니 저녁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에루모, 손님들을 부탁해.

 

에루모: ……뀨우.

 

피가로: 어니스트가 사라지자마자 알기 쉽게 태도를 바꾸지 마.

 

아하하, 저희들의 상대는 해주지 않…… 응?

 

어니스트 씨를 배웅한 에루모가 휙 몸을 돌려 내게로 곧장 걸어왔다. 프라이드 높은 에루모가 나의 발밑에 앉으니 고귀한 임금님이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듯한 특별감이 있어 조금 두근거린다.

 

저, 저기.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에루모: ……뀨우, 뀨?

 

오웬: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데. 하얀 키키이와 행운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 아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법사 편일 테니까 그만두려고 했지만, 역시 물어보려고 하는 것 같아.

 

에?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에루모가 일부러 묻는 이유는, 분명 어니스트 씨와 관련됐기 때문이겠지.

 

으음, 개인의 취향이라도 괜찮다면 물론 대답하겠지만…… 어니스트 씨에게는 묻지 않아도 괜찮나요?

 

오웬: '됐어. 그 녀석은 마음이 약해서 자신의 소원이나 욕망을 말하지 않으니까, 대신 다른 사람에게 묻고 싶어.'

 

피가로: ……과연.

 

피가로가 팔짱을 꼈다. 옅은 입술에 쓴웃음과 비슷한 미소를 짓는다.

 

피가로: 네가 매일 밤 다치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아. 그렇게 걱정을 끼치면서까지 부상을 만들어오는 것은, 혹시 어니스트를 위해?

 

에루모: 뀨우, 뀨우.

 

오웬: 그렇대. 하얀 키키이로 돌아가고 싶다고.

 

아서: 그렇구나. 어니스트는 지금의 검은 모습도 충분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다치면서까지 하얀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요?

 

에루모: ……뀨우, 뀨…….

 

어니스트 씨가 나간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려 에루모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울었다. 입을 열기 시작한 오웬이 얼굴을 찡그렸다. 쓴 것을 삼킨 듯한, 모르는 나라의 시를 들은 듯한 기묘한 옆모습으로.

 

……오웬? 왜 그러나요?

 

오웬: 아무것도 아니야. 이 녀석의 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전부 하얀 모습을 좋아하니까, 저 주인이 검은 모습을 귀여워하는 건 이 모습밖에 모르기 때문일 거라고. 그래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대. 뭔가…… 기도하는 것 같은, 바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갑자기 오웬은 어깨를 움직였다.

 

오웬: 더 이상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녀석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야.

 

(기도하는 것 같은, 바치는 것 같은 느낌…….)

 

오웬과 에루모가 형용할 수 없는 말. 그건 나도 아는 마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분을 잡기도 전에 에루모가 일어서 버렸다.


8화

 

에루모: 뀨우.

 

아, 아직 질문에 대답을……. ……가버렸다…….

 

오웬: '역시 됐어. 잊어버려.' 래.

 

아서: 현자님께서 대답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해 어니스트에게 간 것일까요. 그건 그렇고…… 이상한 질문이었네요. 어니스트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왜 일부러 현자님께…….

 

그렇네요. 다치면서까지 하얗게 돌아가려고 할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피가로: ……어떠려나. 중요한 건 정말로 그일까.

 

에……?

 

피가로: 에루모가 하얀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에 매일 밤 다치고 오는 것도 분명 어니스트가 원하지 않는 것이잖아.

 

피가로는 에루모에게 질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쓴웃음과 비슷한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황스러워 하는 우리와는 달리 평소와 다름없는 의젓함이었다.

 

피가로: 물론 에루모는 에루모 나름대로, 어니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 라고 본인은 진심으로 믿고 있지만, 실제 문제는 에루모는 어니스트와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것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있어.

 

……그런…….

 

피가로가 작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기에게만 들려주는 듯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피가로: 뭐……. 남에게 말하는 건 간단하지, 이런 건.

 

샤일록: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때 느닷없이 말이 걸려 돌아보았다. 돌연히 나타난 공간의 문에서 마법사들이 줄줄이 나온다.

 

샤일록! 다른 모두도, 어서 오세요.

 

피가로: 어서 와. 거기는 어땠어?

 

무르: 숲의 기묘한 낌새는 포기했지만, 키키이를 모시고 있는 방을 찾았어!

 

샤일록: 호화로운 목줄이나 먹이 접시도 있었습니다. 아마 원래는 키키이……. 에루모를 키웠던 곳이겠죠. 그리고, 에루모는 밤에…….

 

어니스트: 에루모, 베이컨의 가장자리는……. 아, 죄송합니다. 말씀 중이셨군요.

 

샤일록: 아뇨,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에루모는 이 방에 없는 것 같군요.

 

어니스트 씨 쪽으로 간 게 아니었나요?

 

어니스트: 에? 아뇨, 주방에는 안 왔는데…….

 

리케: 와앗!? 뭐, 뭔가요. 이 소리는……!

 

머, 머리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유령의 칼부림 소리 같은, 머리가 저리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린다. 어디서 들리는지 모르겠어. 무슨 목소리인지도 몰라. 사방팔방에서 짓눌려버릴 것 같은 이상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감쌌다. 마법사들도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어니스트 씨가 머리를 누르고 웅크렸다.

 

어니스트: 이…… 이거예요! 밤에 들리는 기묘한 목소리……!

 

브래들리: 숲에서 도망친 녀석들과 같은 기척이다. 역시 어딘가에 숨어있던 거였어.

 

오웬: ……그 밖에도 다른 목소리가 나. 저거, 키키이 아니야?

 

에?

 

피가로: ……정말이다. 다른 목소리에 가려져 있지만, 희미하게…….

 

샤일록: 아마 밖에서 그 목소리의 주인과 싸우고 있는 것 같군요. 아까 말씀드리려고 했던 것이 이것입니다. 키키이를 모시는 방에 열쇠가 열린 창문이 있었는데, 에루모는 밤마다 그곳을 통해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닐까 하고.

 

어니스트: 그…… 그러면, 역시 에루모는 밖에 나가고 있었던 거였어! 매일 밤, 이 역겨운 목소리의 녀석들에게……?

 

미스라: 아마 그렇겠죠. 슬슬 배도 고파지기 시작했는데, 빨리 끝내요.

 

브래들리: 좋아. 이제 슬슬 질리던 참이었다고.

 

북쪽 마법사들이 공간의 문으로 사라진다. 머리를 누르며 어니스트 씨도 비틀비틀 일어섰다.

 

어니스트: 에…… 에루모……. 나, 나도 가지 않으면……!

 

리케: 어니스트, 위험해요! 기다려……!

 

가버렸어……. 저, 저희도 쫓아가야…….

 

아서: 현자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부디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샤일록: 불안을 부추기고 착란을 일으키는 불안한 목소리입니다. 저희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인간의 현자님이 계속 듣는 것은…….

 

피가로: 내가 진찰해줄게. 조치가 끝나면 바로 모두를 쫓아가자.

 

아…… 감사합니다. 부탁드릴게요.

 

아서: 부탁드립니다, 피가로 님. ……자, 가자!

 

아서들이 달려간다. 어지러움을 참고 그 등을 배웅하고 있는데, 마른 손바닥이 머리에 얹혔다.

 

피가로: 괜찮아. 조용한 곳을 떠올리면서 눈을 감으면 돼.

 

피가로: '폿시데오'

 

피가로의 손을 타고 따뜻한 것이 온 몸에 퍼져 나간다. 소리가 꽂히는 감각이 문득 멀어지며 크게 숨을 내쉰다.

 

아……. 많이 편해졌어요. 감사합니다, 피가로.

 

피가로: 다행이다. 수호의 마법과 감각을 약하게 하는 마법을 걸어놨어. 또 힘들어지면 이 슈가를 먹어. 모두는…… 벌써 꽤 앞서갔네. 뛰어서 쫓아가는 건 너도 힘들테니, 조금 난폭하지만 지름길로 가자. 현자님, 꽉 잡아줘.

 

네!

 

내민 손을 꼭 쥔다. 그 순간, 빗자루도 없는데 두둥실 몸이 떠올랐다. 저절로 창문이 열린다. 손을 맞잡고 우리는 이상한 목소리가 소용돌이치는 곳에 내려앉았다.

 

이건……!?

 

저택 밖에는 기괴한 그림자 같은 것이 무수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에루모보다 더 검은 그 모습은, 모양으로만 따지면 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몸집은 늑대보다 더 크다.

 

피가로: 라오슈인가……. 이건 또 귀찮은 마물이 나왔네. 솔직히 막무가내인 미스라들과는 궁합이 안 맞아. 숲과 저택이 날아가면 곤란하겠지?

 

어…… 엄청나게 곤란해요!

 

아서: 피가로 님. 현자님!

 

우리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 아서들이 라오를 쓰러뜨리며 달려왔다. 어니스트 씨도 함께였다.

 

어니스트: 두 분, 에루모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보이지가 않아요……!

 

리케: 아…… 찾았어요! 지붕의 가장 높은 곳!

 

어니스트: 히익……! 에루모!

 

리케가 가리킨 지붕 위에는 섬뜩한 종양처럼 수없이 많은 리오쉬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창백한 별빛을 받으며 에루모가 덤벼드는 라오슈들에게 필사적으로 송곳니를 까고 있다. 그것을 마도구도 없이 몰아붙이는 북쪽 마법사들이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찼다.

 

오웬: 이 녀석들, 죽인다고 해도 합체 돼. 시체에 몰려드는 파리 같아.

 

미스라: 다가가기만 해도 몇 초만에 도망치는 주제에 정신을 차리면 집단으로 배후를 노리고 있고. 저택을 통째로 태우는게 낫지 않나요?

 

브래들리: 그러면 저택에서 멀어졌다가 불이 꺼질 때 다시 돌아오겠지. 그래서 싫다고, 이 녀석들.

 

한 마리의 라오가 에루모의 허벅지를 물었다. 멀리서 봐도 에루모의 왼발 동작이 이상하다.

 

어니스트: 아……! 에루모. 그런……!

 

아서: 가까이 오지 마, 어니스트! 너도 마물에게 습격당하고 말 거야.

 

샤일록: 에루모가 매일 밤 밖에 나와 있던 것은, 저렇게 별빛을 받기 위해서겠지요. 하지만 액재의 영향으로 인해 본래 회복해야 할 에루모의 마력이 주위에 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르: 미스라도 있는데 저택에 라오가 몰려 있는 것은, 에루모를 돌로 만들어 먹기 위해서겠지. 마력이 전부 새어가고 있으니까, 딱 봐도 '마력이 강한 것에 비해 약할 것 같다' 라는 느낌이니까! 사냥감으로는 최고.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어!

 

그러면 매일 밤, 에루모는 그렇게 습격당하면서 밖으로…….

 

어니스트: 에루모! 에루모, 내려와!

 

어니스트 씨가 비명처럼 외친다. 하지만 에루모는 완고하게 지붕에서 버티고, 어니스트 씨의 쪽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지붕에서 내려올 기미가 안 보여……. 저기는 이 집에서 제일 별빛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이니까…….)

 

에루모 자신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아, 형용할 수 없는 마음에 목이 매었다. 어니스트 씨는 에루모의 부상을 원치 않는다. 하얗게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에루모가 어니스트 씨를 위해 하는 일은, 어니스트 씨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시, 에루모가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게 하고 싶은 것은 어니스트 씨가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마음으로, 저렇게 상처투성이가 될 수 있을까? 매일 밤, 자신을 죽이려는 공포를 이기면서까지…….)

 

샤일록: 단순한 억지력으로는 시간이 걸릴 것 같군요. 그 사이에 라오가 지혜를 붙이면 조금 귀찮아집니다.

 

피가로: 그러면 북쪽의 마법사들에게는 저대로 날뛰게 하고, 우리는 속공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움직일까. 샤일록, 무르, 그리고 아서. 셋은 나랑 같이 와 줘. 북쪽의 마법사들에게서 숨어 있는 것들은 우리가 먼저 공격하자.

 

무르: 네에!

 

샤일록 / 아서: 알겠습니다.

 

피가로: 리케는 어니스트와 현자님을 지켜줄래? 수호의 결계를 치는 법은 배웠지.

 

리케: 배웠어요! 맡겨주세요!

 

피가로: 부탁할게. 에루모는…….

 

말을 걸었을 때 에루모가 흔들렸다. 불안정한 지붕에서 끌어내릴 생각인지 몇 마리의 라오슈가 꼬리를 물고 있다.

 

어니스트: 에루모!

 

오웬: '쿠아레 모리토'

 

오웬이 무작정 손을 흔들자 라오들이 먼지처럼 사라졌다. 목줄과 쇠사슬이 에루모를 돌돌 감아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에루모가 지붕에서 날아간다.

 

에루모: 뀨우!?

 

어니스트: 우왓!? 와, 와아……!

 

무르: 어니스트. 나이스 캐치~!

 

에루모: 뀨, 뀨, 뀨우!!

 

오웬: 그 정도 사슬도 풀지 못하는 녀석이 불평하지 마. 얌전하게 들어가 있으라고.

 

미스라: 확실히 그냥 들어가 있는 게 낫겠네요. 라오랑 싸워서 죽고 싶지는 않잖아요. '아르시무'

 

피가로: 아아, 곤란하게 됐네. 이러다가 정말 저택이 잿더미가 될 것 같아. 그 전에 빨리 끝내버리자.

 

마법사들이 마도구를 꺼낸다. 북쪽 마법사들의 뒤나 사각지대로 빠르게 흩어져간다.


9화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리케: 현자님들을 지키는 결계를 만들었어요. 어니스트도 에루모도, 이제 괜찮을 거예요.

 

리케. 고마워요!

 

오웬: '쿠레 메미니'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샤일록: '인비벨'

 

화려하게 라오슈를 날려버리는 북쪽 마법사의 뒤에서 아서들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라오슈들을 쓰러뜨려 간다. 그래도 라오슈는 끝없이 숲의 어둠에서 뿜어져 나온다. 숫자는 줄고 있지만, 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니스트 씨가 에루모를 꼭 껴안았다. 겁에 질려 뚫린 회색 눈동자에 검은 적락운처럼 꿈틀거리는 라오슈 떼가 비친다.

 

어니스트: 에루모는…… 계속 이런 녀석들과 싸우고 있던 거야? 계속 이렇게 무서운 경험을 하고 있었어? 왜…….

 

……하얀 키키이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어요. 어니스트 씨를 위해서.

 

어니스트: ……나를 위해서……. 왜……. 나는, 이대로의 에루모라도 좋은데…….

 

에루모: …….

 

무르: '에아뉴 랑블!' 야옹, 야옹! 다들 먹어버릴 거다~!

 

무르의 반지에서 튀어나온 보라색의 빛나는 커다란 고양이가 쥐를 사냥하듯 지붕의 라오슈들에게 달려든다. 숲에서 솟아나온 라오슈들이 그 모습에 겁먹은 듯 꽁무니를 뺐다. 빙글빙글 무르를 등지고 도망가다가, 갑자기 이쪽으로 돌진해 온다.

 

리케: ……! 속임수라니 비겁해요! '산레티아 에디프!'

 

리케: ……에, 우와!?

 

리케!

 

은은하게 빛나는 결계가 라오슈들에게 일제히 부딪혀 부서지고 리케가 땅에 쓰러졌다.

 

어니스트: ……!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어니스트 씨가 감싸듯이 에루모를 덮는 것이 보였다. 별빛보다 더 파랗게 질리면서 필사적으로 에루모를 끌어안고 강하게 눈을 감는다. 떨어진 곳에서 피가로가 오브를 내세운 그 순간…….

 

에루모: 뀨우!!

 

마법의 사슬로 빙글빙글 감겨져 있었던 에루모가 총알처럼 어니스트 씨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어니스트 씨를 물어뜯으려던 라오슈에게 덤벼든다. 바짝 송곳니에 힘을 주자 쇠사슬에 묶여 있던 곳에서 뚝뚝 피가 떨어져 붕대가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어니스트: 에루모!?

 

오웬: 하? 내 쇠사슬을 뜯었다고? 억지로?

 

빛나는 오브를 내건 채 피가로가 드물게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피가로: ……그렇단 말이지.

 

그리고 그는 미소지었다. 끝없는 비웃음과 같기도 한, 더없는 칭찬으로 보이는 표정으로.

 

피가로: 너는 정말 …… 서투르구나. 그럼에도 네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도 도와줄게.

 

피가로: '폿시데오'

 

오브가 창백하게 빛나는 동시에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고 에루모의 검은 털이 아름답게 빛난다. 이상한 힘을 되찾은 밤하늘의 빗 자체가 깃든 것처럼. 에루모가 곧장 달려가 우리를 에워싼 라오슈 무리에 돌진한다.

 

브래들리: 하! 이 무리에 정면으로 가는 바보가 어디 있어? 모처럼의 수호의 마법도 헛수고가 되어 버리겠네.

 

샤일록: 하지만 저는 싫어하지 않네요. 이 모든 것은 무모한 것이고, 사랑에서 비롯된 것. 사랑은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파괴하고, 변질시키고……. 귀찮고, 우습기 때문에 사랑스럽죠.

 

샤일록: 그의 사랑의 이야기를 조금 더 도와드리도록 할까요. '인비벨'

 

브래들리: 흥. 그래서 죽으면 아무것도 안되지만 말이야. 하지만, 나도 바보는 싫어하지 않아. '아도노포텐슴!'

 

무르: 샤일록의 환각의 마법과 브래들리의 강화 마법이다! 라오슈를 대혼란! 대혼란!

 

아서: 지금 당장 한 번에 잡자! 리케! 그쪽은 괜찮아?

 

리케: 이번에야말로 맡겨주세요!

 

미스라: '아르시무'

 

피가로: '폿시데오'

 

취한 듯 휘청거리는 라오슈들을 검은 바람 같은 속도의 에루모가 물어뜯는다. 약한 먹잇감으로 취급하던 에루모의 변모에 라오슈들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인다. 비틀비틀 겁먹은 듯 숲으로 후퇴하는 동안에도 마법사들이 가차없이 라오슈들을 없앤다.

 

라오슈: ……!

 

형세가 달라졌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라오슈들이 목숨을 걸고 어두운 숲으로 도망간다. 그 등을 향해 에루모가 길고 강하게 우렁차게 외쳤다. 여기저기 풀린 붕대를 밤바람에 휘날리며. 빙글 돌아 어니스트 씨의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에루모의 얼굴은…… 만신창이에 너덜너덜한 상태였지만, 매우 뿌듯해보였다.

 

무르: 라오슈의 기척이 사라져가네. 이번엔 슬금슬금이 아니라, 제대로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것 같아!

 

샤일록: 에루모를 최상의 마물이라고 생각했겠죠. 라오슈는 신중하고 소심하기 때문에, 앞으로 저택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에루모가 그 자리에 훌쩍 쓰러졌다. 어니스트 씨가 달려와 새로운 상처가 늘어난 몸에 매달린다.

 

어니스트: 에루모! 에루모, 괜찮아?

 

피가로: 걱정하지 마. 의식은 있으니까. 예전부터 약해져 있었는데, 저런 난동을 부리니 체력이 다한 거야.

 

어니스트: 다, 다행이다……. 왜, 이렇게까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너,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에루모: …….

 

에루모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울었다. 오웬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오웬: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어. 난생 처음 쓰다듬어 준 너에게, 무엇을 줘야 할지 몰랐어. 네가 비스킷을 준 것처럼.'

 

어니스트: …….

 

(분명 처음부터 행복하게 하고 싶은 것도, 소중히 대해 주고 싶은 것도 어니스트 씨여어. 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오웬이 말했던 에루모 자신도 잘 말하지 못하는, 기도하는 것 같은, 바치는 듯한 기분.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한결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별처럼 빛나는 오브를 겨눈 채 피가로가 작게 미소지었다. 어니스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못난 아이에게 타이르듯 누운 에루모의 눈을 들여다본다.

 

피가로: 의사로서도 두 번 다시 이런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라도 잘 들어야 해. 너도, 다른 사람도 아닌 어니스트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니스트. 네가 에루모에게 원하는 것은?

 

어니스트: 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요. 있을 리가 없어요…….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있어준다면, 그걸로…….

 

에루모: …….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에루모가 작게 혀를 내밀었다.  어니스트 씨의 손을 날름날름 핥는다. 

 

무르: 알았다는 뜻인가?

 

다행이다…….

 

피가로: 에루모, 이제 무리하면 안 돼. 어니스트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라도.

 

에루모: ……뀨우.

 

피가로: 그건 그렇고, 아까 벌어진 상처를 치료할까. 그리고, 액재의 영향을 정화하지 않는 것은 원래의 하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양해를 구하지 않을게. 모두들도 도와줄 수 있을까?

 

아서: 물론이에요!

 

샤일록: 그러면 저희는 정화를, 치유 마법은 피가로 님께 맡기겠습니다. '인비벨'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피가로: '폿시데오'

 

세 사람에 이어 마법사들도 차례차례 주문을 외운다. 새하얗고 청아한 빛이 에루모에게 휙 빨려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다음 순간, 에루모가 희미하게 빛난다.

 

아서: 이것이…… 에루모의 진짜 모습이구나. 도감에서 본 대로야…….

 

예쁘네요……. 신의 사자 같아…….

 

치료도 정화도 잘 되었을 것이다. 피가로가 내민 슈가를 먹자 에루모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에루모: 뀨우…….

 

어니스트: 에루모…….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무르: 행운을 불러줄 것 같은 모습이지? 네가 좋아하는 검은 털은 아니지만.

 

어니스트: 하하……. 외관은 어떻게 생겨도 좋아요. 이제 부상은 다 나은 거죠. 이제 매일 밤 다칠 일은 없겠죠?

 

피가로: 아아. 이변은 해결이야.

 

어니스트: ……다행이다 ……. 현자의 마법사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후, 라오슈가 나타나 도중에 하던 보고를 모두 함께 재차 실시했다. 에루모는 행운의 부적으로 이 저택에서 길러져 추앙받고 있던 것. 아마도 검어진 모습을 본 주인이 불행을 두려워해 이 저택과 에루모를 버린 것. 그래서…… 에루모에게는 이제 갈 곳도 없다는 것.

 

어니스트: ……그렇다면, 제가 에루모를 키우겠습니다.

 

샤일록: 괜찮으신가요? 키키이는 개보다 꽤 오래 삽니다. 아마 평생의 교제가 되겠군요.

 

무르: 무직에게는 짐이 무겁지 않아?

 

어니스트: 우우……. 아니, 하지만 괜찮아요. 일도 열심히 찾을 테니까요. 부상이 나아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내가 데려가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루모도 괜찮다고 했지. 

 

에루모: 뀨우.

 

아서: 그랬구나! 어니스트와 에루모를 부탁해.

 

마법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만들고 있던 저녁 식사를 어니스트 씨가 대접해주었다. 호화로운 만찬은 아니었지만 정성 어린 요리와 이변을 해결한 해방감으로 소소한 파티 분위기가 되었다. 모두를 각자의 장소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베이컨 소테도 치즈도 맛있어요! 어니스트 씨, 감사합니다.

 

어니스트: 아니요!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의 답례인데, 이런 검소한 요리밖에 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샤일록: 저희를 위해 저축을 허물어 주신 것이죠. 그 마음이 제일 맛있는 음식입니다.

 

피가로: ……어니스트는 아직 일할 곳을 찾지 못한거지.

 

어니스트: 네. 일단 에루모와 더 도시의 거리로 나가려고 하는데 …….

 

피가로: 도시로 나갈 생각이 있다니, 딱 좋네. 우리가 만난 약초꾼 사장, 알아?

 

어니스트: 에루모의 약초를 사러 간 가게라면, 인심 좋은 빨간 머리의 아저씨인 …….

 

피가로: 맞아맞아. 거기 그 영감님, 저렇게 보여도 사실은 나이가 좀 있거든. 가게를 도와줄 수 있는 젊은이를 찾고 있는 것 같아. 아이가 없으니까 장래에는 가게를 이어가 주었으면 한다고 했었어.

 

어니스트: ……!


10화

 

피가로: 너라면 약초에 대한 지식은 틀림없는데. 어때? 개를 좋아하니까 에루모도 간판견으로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무르: 얼핏 보면 거의 개잖아! 개치고는 태도가 건방지지만, 고양이처럼 키웠다고 하면 되고.

 

샤일록: 에루모가 키키이라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귀족이나 대부호는 애초에 시장에 오지 않을 테니까요.

 

어니스트: 저…… 저는 꼭 일하고 싶어요! 에루모는 어때? 진짜 개도 아니니니까, 간판견이 되는 건 싫어……?

 

에루모: ……뀨우, 뀨.

 

어니스트: 괜찮다는 것 같아요!

 

무르: 축하해~! 나도 에루모를 관찰하러 가게에 가볼까. 간판견이 된 키키이라니, 전대미문!

 

샤일록: 후후, 이 사랑스러움이라면 순식간에 시장의 인기인이 될 것 같군요. 정말로 장사 번창의 행운을 부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니스트: 피가로 님. 여러분.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자, 에루모!

 

에루모: 뀨우.

 

 

 

 

 

 

리케: 고기 수프도 빵도 맛있어요! 평소 저녁 식사보다 늦은 시간이니까? 아니면 별을 보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서: 아까 리케가 잔뜩 노력했기 때문일 거야. 그 많은 마물을 눈 앞에 두고, 잘 겁먹지 않고 맞섰어.

 

리케: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제가 만든 결계는 금방 깨져버려서…….

 

아서: 결계는 단련을 쌓으면 강하게 할 수 있어. 그러나 두려움을 견디고 누군가를 지키는 용기는 그것만으로는 몸에 배이지 않아. 현자님들을 지키려고 앴느 리케도, '이번에야말로' 라고 말하며 일어선 리케도, 너무 믿음직스러웠어.

 

아서: 리케는 중앙의 마법사의 귀감이야. 같은 나라의 마법사로서 나도 너무 자랑스러워!

 

리케: 에헤헤……. 중앙의 마법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아, 고기 수프가 없어졌어……. 하지만 아직도 배가…… 으음.

 

아서: 아하하,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돼. '파르녹턴 닉스지오'

 

리케: 와아, 맛있어 보이는 포도……!

 

아서: 쉬잇. 성의 내 방에 놓여 있는 간식이었는데, 모두에게 보급될 만한 양은 없어.

 

아서: 그러니까 이건 열심히 해서 배고픈 리케가 디저트로 먹으면 돼.

 

리케: 와아! 감사합니다!

 

 

 

 

 

 

미스라: 역시 제가 제일 활약했네요. '재화의 여신' 은 제 거예요.

 

오웬: 내 거잖아.

 

브래들리: 아무리 생각해도 내 거라고.

 

자자! 지금은 맛있는 밥을 먹고…….

 

브래들리: 애초에 피가로가 상을 줄 상대를 정하는게 마음에 안 들어. 어이, 현자. 네가 결정해.

 

에!? 아니, 그, 짐이 무거워요……!

 

피가로: 멋대로 규칙을 왜곡해서 현자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

 

브래들리 / 오웬 / 미스라: 겍…….

 

피가로: 뭐, 그래도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너희치고는 잘 일해줬고. 그렇네……. 한 잔씩 받는 건 어때?

 

브래들리: ……피가로. 너,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오웬: 샤일록, 지금 꺼내. 폭풍을 조종해서 피가로를 날려버릴 거야.

 

샤일록: 장난은 적당히. 달달하게 드시는 방법을 원하신다면, 먹구름 시럽을 넣어드릴까요.

 

무르: 아, 나도 마시고 싶어!

 

샤일록: 예전에 구했을 때 물처럼 마신 뒤 베넷 와인이 더 마음에 든다며 잔을 던졌으면서?

 

무르: 그랬나? 그러면 안 마실래!

 

아서: 샤일록. 보상의 술 이야기야?

 

샤일록: 네. 그리고 그 이외의 보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입니다. 모처럼 이변이 해결되어 어니스트와 에루모의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는 밤이니까요. 제가 보상으로 서비스를 드리죠.

 

샤일록: '임비벨'

 

어니스트: 와아, 대단해……! 형형색색의 잔이 공중에 떠올라서…….

 

고마워요, 샤일록!

 

주스와 칵테일 잔으로 리케와 무르가 밝게 건배했다. 미스라와 오웬이 재앙의 여신을 기울인다.

 

미스라: 전혀 강한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안드는데요. 그냥 술이잖아요.

 

오웬: 피가로를 폭풍으로 날려버리고 싶었는데.

 

아서: 원래부터 건강한 사람에게는 약이 들지 않는 것처럼, 원래부터 강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일까……. 폭풍의 건은 조금 그렇지만, 유감이네. 

 

아서: ……어라? 브래들리는 재화의 여신을 마시지 않아도 돼?

 

브래들리: 뭐, 파이프 녀석의 가게에서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착한 아이 연기를 해 준거야. 지금 마시면 아깝잖아.

 

아서: 과연 ……. 왠지 미학이 느껴지네. 멋있어!

 

브래들리: 훗. 너도 좋은 남자가 되고 싶으면 본받으라고.

 

어니스트 씨도 황송하다는 듯이 흰색과 검은색 두 층으로 나뉜 술을 집어들었다. 조심히 한 모금 마시고, 회색 눈동자를 빛낸다.

 

어니스트: 맛있다……! 이거 엄청 맛있어, 에루모! 너도 마실 수 있다면…….

 

에루모: 뀨우, 뀨.

 

오웬: '마실 수 있어. 넘겨라' 래.

 

무르: 술은 공물로 자주 받아봐서 익숙하지 않을까? 원래는 신으로 여겨지잖아.

 

어니스트: 그러면, 아주 조금만…….

 

피가로: …….

 

피가로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떠들썩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깊은 감정의 술을 기울이면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그 눈동자가 신경쓰여 나도 주스를 손에 들고 그 옆에 나란히 섰다.

 

피가로: 어라, 현자님. 무슨 일이야?

 

아뇨. 어쩐지 피가로가 어니스트 씨와 에루모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피가로: 아하하, 미안 미안. 나도 무심코 보게 되었을 뿐이야. ……바보 같다고 생각했거든. 에루모가.

 

피가로치고는 독한 말과 달리 눈빛은 부드러웠다. 술이 미지근해서 얼음이 녹았다. 

 

피가로: 태어나서 신으로 소중히 여겨져 왔을 텐데……. 상대를 아끼는 방법은 ㅗ르다니. 게다가 결국은 독선적인 겉돌기. 어니스트 본인에게 반쯤 울면서 '그런 건 필요 없어' 라고 들어버렸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에루모도 필사적이었어요. 그 마음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피가로: 그래. 이렇게 말하면 이쪽은 진지했다고 에루모가 항의할지도 모르지만…… 어니스트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에루모는 조금 즐거워 보였어.

 

피가로가 잔을 들어 술에 입을 댄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몸짓이었는데도 이상하게 축배를 드는 것처럼 보였다. 어니스트 씨에게 무슨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듣는 에루모를 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중얼거린다.

 

피가로: ……나도 무언가를 저지르게 되는 걸까. 언젠가 그런 것들을 만나게 된다면.

 

잔 안에서 흔들리는 푸른색은 바다와 비슷하다. 내리는 눈을 받아 흔들리는, 짙은 파란색. 눈이 헛되이 사라져도 변하지 않는 파도 소리. 그 바다가, 언젠가 단 하나의 눈송이가 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죽기 살기로 스스로를 얼어붙게 만든다면 그것은 분명, 터무니없지만 진지하고 멋진 이야기일 것이다.

 

리케: 현자님. 이쪽으로 와주세요! 샤일록이 점을 볼 수 있는 접시를 보여준대요!

 

샤일록: 후후, 기대해주세요. 하지만 그 전에 어니스트들에게 출발을 축하하는 마법을 걸도록 하죠.

 

아서: 피가로 님, 괜찮으시다면 먼저 부탁드립니다. 피가로 님의 축복의 마법은 효과가 대단하거든요!

 

피가로: 아하하, 맡겨줘. 축복은 남쪽의 마법사가 잘하는 분야니까.

 

브래들리: 뭐라는 거야.

 

오웬: 고문을 더 잘하겠지.

 

피가로: 중얼중얼 거리지 마. 너희들도 나를 본받아서 사랑의 마음을 공부하도록 해.

 

바람이 두둥실 불어오듯 피가로가 모두가 있는 곳으로 합세했다. 손바닥에 빛나는 마도구가 나타나, 황송해하는 어니스트 씨가 기쁜 듯 그 빛을 올려다 보았다. 그 발 밑에 착 달라붙어 에루모도 눈을 가늘게 뜨고 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피가로 역시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먼 하늘의, 희망의 별을.

 

피가로: 서로를 생각하는 너희들의 유대와 새로운 날들에 축복을.

 

피가로: '폿시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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