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May 25, 2023
5月27日(土) 18:00よりイベント「幸運招く真実のクオーレ」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アーサー・シャイロック・フィガロのカードが新登場🧙♀️
――彼はどんなものを目にしてきたのだろう。海の波間に消える雪を眺めるように、人間と魔法使いを見つめながら。#まほやく pic.twitter.com/yWzkAIL7m4
행운을 부르는 마법 생물. 하지만 진정한 모습을 보는 자에게는 불행을 불러온다. 마법사가 찾아간 곳은 부적으로 가득한 신기한 저택. 그곳에서 매일 밤 울리는 기묘한 목소리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바다의 물결 사이로 사라지는 눈을 바라보듯, 인간과 마법사를 바라보면서.
1화
부유한 상인: 산신님. 당신의 가호로 이번 상담도 잘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부디 이 술과 과일을 받아주세요.
???: 뀨우.
부유한 상인: 아아, 오늘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행운을 부르는 마법 생물이라는 전승에 거짓은 없어. 이 행운도, 부도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부디, 저에게 오늘도 행운을…….
???: 뀨우.
부유한 상인: 아아, 아아, 아아……! 산신이시여, 그런……. 어째서……. 행운을 부르는 마법 생물. 다만 진정한 모습을 보는 자에게는 불행을 불러온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불행이 오는 거야!
???: …….
부유한 상인: 도둑이 찾아오나? 살해당하나? 아아, 싫어……. 거짓말이야……. 아아…….
부유한 상인: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도둑맞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여기를 나가지 않으면……!
???: ……뀨우.
어니스트: 에루모……! 너, 찾고 있었다고! 매일 밤 어디로 가는 거야……!
에루모: 뀨우…….
어니스트: 아아, 또 이렇게 다쳐서……. 꼬리에 피가 나네. 잠깐만, 지금 약초를 발라줄게. 이 약초도 이게 마지막이야. 어제도 찾았지만 이 숲에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아서…….
어니스트: 맞다. 숲에서 우리 옆집 사람도 만났어. '상인의 친척?' 이라고 물어보시길래 그만 고개를 끄덕여 버렸지만……. 상인님은 아마 예전에 여기에 살았던 분이겠지. ……언젠가 돌아오거나 한다면…….
에루모: 뀨우, 뀨우.
어니스트: 아아, 미안해. 걱정시켜서. 괜찮아. 계속 여기 있을게. 에루모를 버리거나 하지는 않아.
어니스트: 내일은 도시의 시장에 다녀 올게. 더 제대로 된 약을 사야하니까. 이 모자를 팔면 조금은 돈이 될 거고.
에루모: …….
어니스트: 에루모가 매일 밤 어디서 다치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내가 도와줄게. 왜냐하면, 에루모는…….
피가로: 헤에, 신기한 걸 구했네.
무르: 스르르~ 로 되는 줄 알았는데 탁! 이었어!
샤일록: 후후, 놀랐다니 다행이군요.
그날 밤, 출출해서 잠에서 깬 나는 향신료의 향에 이끌려 샤일록의 바를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함께 해도 괜찮을까요?
말을 걸면 세 사람은 재빨리 눈을 마주쳤다. 다음 순간에는 일제히 미소를 짓는다.
무르: 함께해도 좋아~! 여기 앉아, 현자님!
샤일록: 사실 안주 시식을 부탁드릴 겸 점을 칠 수 있는 접시를 보여드리고 있었거든요.
점을 칠 수 있는 접시?
피가로: 자기에게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접시래. 쌍둥이 선생님과 점과 같고, 백발백중 같아.
에! 그런 대단한 것이…….
피가로: 아하하, 궁금하지. 현자님도 해볼래?
피가로가 신호하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샤일록이 큼직한 타원 접시에 안주를 서브해줬다. 새벽 하는 같은 예쁜 보라색 접시……. 이것이 점을 칠 수 있는 접시일 것이다.
샤일록: 자, 여기 있습니다. 오레가노를 사용한 폴켓타예요. 마지막 마무리로 소스를 뿌릴 건데……. 그때 색이 바뀌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색이 변하지 않는다면 사랑 받고 있지 않다.
샤일록: 자, 현자님. 이 소스를 받으세요.
아, 아니, 저는……. 그런 사람 없을 테고…….
무르: 됐으니까 됐으니까! 해보자~!
무르의 웃는 얼굴에 눌려 나는 소스를 받았다. 당혹감과 약간의 호기심이 가슴 속에서 맴돌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이 세계에서 친해진 건 마법관의 모두 정도지만, 연정 같은 건 없을 테고. ……역시 없겠, 지……?)
토마토와 허브 향이 나는 소스가 접시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순간…….
……!? 접시 색이 초록색으로 바뀌었어! 에, 누구……. 에……!?
무르: 아하하하! 이상한 얼굴! 축하해, 현자님!
무르: 뭐, 다 거짓말이지만!
에!?
피가로: 아하하, 미안해. 아까 건 농담이야. 이 접시로 점 같은 건 칠 수 없어.
샤일록: 후후후, 죄송합니다. 성실한 현자님을 놀리다니, 말리려고 했지만……. 당신이 상상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반응을 해주셔서 그만 장난기가.
피가로: 사실 이거는 온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희귀한 접시야. 아까는 소스의 열 때문에 색이 변한 거고.
그, 그런 거였군요. 하아, 깜짝아……. 하지만 조금 재밌었어요.
샤일록: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 안주는 제가 드리는 서비스니까 부담없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점 같은 걸 빼도 예쁜 접시네요.
피가로: 마법 접시는 나도 몇 번 봤지만 이럭헤까지 확실히 색이 변하는 건 드물지. 온도 변화가 적어도 반응하나?
샤일록: 네. 낮에는 조금 따뜻해서 그런지 붉은색이었습니다. 냉파스타를 담았을 때는 하늘색으로. 심해 같은 푸른 날도 있꼬 와인과도 비슷한 색으로 물들기도 합니다. 계절의 변화처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죠.
헤에……!
피가로: 이왕이면 접시 색에 따라 운세 결과도 바꿀 걸 그랬나. 붉은색이면 바란난 사랑, 이런 거 말이야.
샤일록: 좋네요. 초록이라면 샤일록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거짓말이라도 절대로 의식해버려…….)
무르: 그러면 애타게 사랑받을 때는? 무슨 색으로 해둘래?
피가로: 붉은색은 벌써 써버렸으니까……. 애초에 색의 변화란 무한하지 않지.
무르: 그러면 얼마나 색이 변하는지 시도해보자! 일단 최고로 뜨거울 때의 색! '에아뉴 랑블!'
와아! 접시가 탔다!?
피가로: 화구로 싸는 느낌이네. 그런데 안주가 타지 않았어?
샤일록: 자, 무르. 예의 바르게.
저 아직 한 입도 안 먹었는데! 무르, 무르……!
……저 안주, 결국 하나도 먹지 못했어…….
샤일록: 길고양이가 실례했군요. 현자님이 주무시고 나서 제대로 교육해 두겠습니다.
다음 날, 나는 샤일록의 권유로 중앙 나라의 시장에 방문했다. 어젯밤 그가 준비해준 요리는 숯이 되었고, 훌쩍 찾아온 미스라에게 한 입에 먹히고 말았다. 그 사과로 재료를 사들여 오늘 밤 다시 대접해 준다는 것이었다.
리케도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 밤 시식에도 함께해주실 거죠?
리케: 어려운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신의 사도로서당연한 행동이니까요. 물론 시식 담당으로서 샤일록의 안주도 제대로 맛볼게요!
샤일록: 이런, 믿음직스럽네요. 그러면 두 분을 위해서 안주에 어울리는 음료도 준비해 드릴까요.
리케 / 현자: 아싸!
시장 점주: 어서 오세요! 매운 향신료는 어떠신가? 엄청 매워서 온몸에 불이 나!
시장 점주: 금발의 도련님, 이쪽으로 와! 제철 프로스티 베리야! 서쪽 나라 특산물이야~!
리케: 프로스티 베리……! 서쪽 나라라면 샤일록은 본 적이 있나요?
샤일록: 네. 항상 얼음처럼 차갑고 신기한 베리죠. 오늘 밤 음료에 넣어도 될 것 같네요.
와아, 맛있겠…… 응?
그때 나는 문득 옆 약초 가게에서 장을 보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약초 가게 주인: 알라우네 잎사귀, 덤으로 줄게. 이건 강아지 상처에 잘 듣거든.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네. 네 개.
어니스트: 아, 감사합니다…….
외형은 20대 후반 정도의 키가 큰 청년이다. 은발에 회색빛이 도는 덧없는 눈동자와 나야하고 긴장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 무언가가 뚝 떨어져 버렸다.
아! 저기, 물건 떨어뜨렸…….
황급히 달려갔지만 늦어버렸다. 그의 가냘픈 뒷모습은 순식간에 뒤섞여 버렸다.
샤일록: 무슨 일인가요? 현자님.
그게, 분실물을 주워서……. 주인을 놓쳤어요.
리케: 이건…… 집 열쇠 같네요. 없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붐비는 인파에 섞여 버렸는데, 아직 쫓을 수 있으려나…….
샤일록: 걱정 마세요. 리케, 저희도 현자님을 도와드리죠.
리케: 그럼요!
피가로: 괜찮다면 나도 도와줄게.
……! 피가로!
2화
갑자기 더해진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돌아섰다. 신기한 색의 광석을 들고 있던 피가로가 소탈하게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피가로: 이야, 현자님. 수업 도구를 사러 왔더니 너희 목소리가 들려서. 사정은 듣고 있었어.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니?
검은색 상의를 입은 키가 큰 은발의 남자였어요. 약간 허리가 구부러지고 회색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어요.
샤일록: 허리가 구부러진 은발의 날씬한 청년…….
리케: 아! 저기 계신 분 아닌가요?
리케가 조금 앞 길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보아하니 조금 전의 훌쭉한 청년이 짐을 내던지고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사람이에요! 다행이다, 아직 안 가서. 말 좀 걸어올게요!
……저, 저기!
내가 달려가면 청년은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회색 눈동자가 쭈뼛쭈뼛 이쪽을 돌아봤다.
어니스트: 네, 네…….
아, 죄송해요. 갑자기 말을 걸어서. 이거 떨어뜨리셨죠? 아까 약초 가게 앞에서 주웠어요.
어니스트: ……! 떠, 떨어뜨렸어요!
열쇠를 보여주는 순간 청년의 얼굴이 밝아졌다. 열쇠를 받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어니스트: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도둑 맞았으면 어쩌나 하고……. 상냥한 분이 주워주셔서 다행이다.
아니에요! 무사히 전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피가로: 다행이네, 둘 다. 하지만 짐은 잘 챙겨두는게 좋아. 이 근처는 소매치기가 많이 일어나니까.
내던져진 짐을 피가로가 주워들었다. 그 가죽주머니 속에서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 된다.
피가로: ……굉장한 양의 약이네. 누가 다쳤니?
어니스트: 네…….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지만요.
피가로: 그렇구나. 그러면 한 가지만 충고하게 해줘. 이 파란 작은 병의 내용물은 향신료야. 동물에게는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 편이 좋아.
어니스트: 에!? 하지만 이거, '밤의 영약' 이라는 어떤 상처도 치유할 수 있는 만능 마법약이라고…….
피가로: 그런 이름의 마법약은 있지만 진짜라면 유리병에 넣어서 팔지 않아. 햇빛을 쬐면 효과가 없어지니까. 애초에 그건 '흐린 밤에 입은 부상이라면 대부분 치유할 수 있는' 약이야. 편리하지만 만능이 아니지.
어니스트: ……그, 그런……. 엄청나게 비쌌는데…….
그는 등을 구부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샤일록이 조심스러운 눈을 돌린다.
샤일록: 불쌍하게도. 값비싼 영약에 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심한 상태인가요?
어니스트: 심한 상태라고나 할까……. 가벼운 부상을 많이 입었거든요. 하나하나는 큰 상처가 아니지만 수가 많아서 점점 약해지고 있고…….
피가로가 조금 생각한 후에 구부정한 그에게 시선을 맞췄다.
피가로: 그러면 내가 봐줄까? 나는 남쪽 나라에서 의사를 하고 있어. 동물은 전문이 아니지만 힘이 될 거야.
어니스트: 에?
리케: 저도……. 치료는 할 수 없지만 기도를 바칠게요. 두려움과 슬픔을 제거하는 것도 저희 현자의 마법사의 의무니까요.
어니스트: ……현자의 마법사?
네, 네. 맞아요. 저는 현자인 아키라라고 해요.
고개를 숙이면 그는 숨을 죽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른 입술이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어니스트: 상냥해 보이는 현자님이 이끄는 아름다운 마법사들……. 그렇구나. 당신들이…….
어니스트: ……요즘 시대의 현자의 마법사는 이상한 사건을 해결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그 소문이 사실인가요?
샤일록: 정확하게는 '액재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 기묘한 이변의 조사와 해결' 이 역할이지만요. 뭐, 대체로 비슷하겠지요.
어니스트: …….
그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짐을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리고선 등줄기를 펴고 일어섰다.
어니스트: 이름을 늦게 대서 죄송합니다. 저는 어니스트라고 합니다. 현자님, 현자의 마법사님. 가능하다면……. 아니, 부디 여러분의 힘을 빌려도 되겠습니까?
며칠 뒤, 준비를 갖추고 클로에의 옷에 몸을 감싸며 우리는 어니스트 씨와 약속한 시장으로 향했다. 협조를 요청한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다.
리케: 이 의상, 햇빛이 비추면 자수가 빛나서 예뻐요! 클로에가 '행운의 실' 이라는 진귀한 실을 써준 거죠.
샤일록: 네. 괴이가 일어나는 저택에서의 임무라고 하니 자기는 갈 수 없지만 적어도 저희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준 겁니다.
클로에……. 상냥하네요.
피가로: 클로에를 위해서라도 모두 무사히 이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리케: 네! 맞다. 아서 님은 아티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서: 아니, 이번에는 괜찮아. 어니스트는 현자의 마법사를 잘 모르는 것 같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
피가로: 아서 말로는 어니스트의 저택이 있는 근처는 액재의 피해가 적지.
아서: 네. 성에서 확인한 보고서에는 일부 건물의 지붕이 깨진 정도라고…….
무르: 뭐, 시골일수록 보고는 적당히 되는 법이지만!
(역시 액재와는 관계가 없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알아봐야 알겠지만…….)
어니스트 씨의 불안한 표정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그가 우리에게 의뢰한 것은 관리하는 저택에서 밤마다 들리는 기묘한 목소리의 조사였다.
어니스트: 제가 살고 있는 저택에서 매일 밤 섬뜩한 목소리가 나요. 단말마 같은, 쇳소리 같은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한꺼번에 들려오고……. 하지만 어디서 들려오는지, 무슨 목소리인지 저택을 조사해도 모르겠어요.
샤일록: 그건 기분 나쁘군요. 저택이라는 것은 하인도 있는 것이죠. 그들도 짚이는 것은 없다고 했나요?
어니스트: 에……. 그게, 하인은 딱히 없어요. 뭐랄까, 저택은 부유한 친척의 것으로…….
저택의 거주지 관리를 맡은 느낌인가요?
어니스트: 그, 그래! 맞아요!
어니스트 씨에 의하면 그 목소리는 떨릴 정도로 섬뜩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피해는 없는 것 같다. 단지……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밤에 기르는 개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너덜너덜 다치고 온다.
어니스트: 처음에는 밖에서 들개와 싸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모든 문과 창문을 다섯 번씩 확인한 밤에도 계속 다쳐서 들어와서. 그렇다고 밤새 저택 안을 뒤져도 절대 에루모를 찾지 못하거든요.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리케: 기묘한 이야기네요……. 개가 유령처럼 사라질 일도 없고요.
어니스트: 하지만 에루모의…… 저희 집 강아지의 부상과 밤의 목소리는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피가로: 그 목소리는 언제부터 들리게 되었어? '거대한 재앙' 이 닥치기 전에는?
어니스트: 그 무렵에는 다른 곳에서 살고 있어서……. 호, 혹시 액재에 관계없는 이변은 접수하지 않는 건가요……?
리케: 아니에요. 현자의 마법사는 곤란한 사람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피가로: 액재의 영향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너의 강아지도 하루 빨리 진찰해주고 싶으니까, 조만간 알아보러 갈게.
어니스트 씨의 흐린 하늘 같은 눈동자에 서서히 안도의 눈물이 번졌다. 깊이 고개를 숙인다.
어니스트: 가…… 감사합니다! 부디, 에루모를 도와주세요……!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이뢰라서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동행을 부탁했지만…… 꽤 많은 인원이 되었네.)
조사에 가담한 것은 액재 피해가 적었을 지역의 이변이라고 해서 입후보해준 아서. 샤일록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재밌겠다! 나도 갈게!' 라고 그날 밤에 말하러 온 무르.
(그리고…….)
오웬: 섬뜩한 목소리라니, 어차피 바람소리겠지. 이런 의뢰는 매번 그런 느낌이잖아.
미스라: 애초에 목소리가 무서우면 안 들으면 되잖아요. 귀마개라도 하고 자면 안되나요?
브래들리: 미스라 말대로 하면 되겠네. 이것으로 이변 해결이다. 그럼.
리케: 정말이지, 진지하게 해주세요! 당신들은 올바른 행동을 익히기 위해 임무에 참여하는 거니까요.
북쪽 마법사들이 여기 있는 이유는 한 가지. 스노우와 화이트의 처사다. 일의 발단은 어제. 여느 때처럼 화려한 싸움을 시작한 세 사람은 여느 때처럼 마법관의 일부를 날려버렸다.
3화
그 잔해가 스노우와 화이트가 먹으려뎐 따끈따끈한 츄러스 접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당연히 스노우와 화이트는 엄청나게 화냈다. 마도구를 꺼내어 오즈도 끌어내고, 마법관에 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미스라: 애초에 츄러스가 으깨진 것 가지고 시끄럽게 군 거라고요. 맛은 똑같은데.
오웬: 아니야. 씹었을 때 느낌이 달라진다고.
미스라: 하?
피가로: 네네. 그쯤에서 그만둬. 이틀 연속 오즈와 쌍둥이 선생님에게 반쯕 죽임을 당하고 싶지는 않겠지. 슨우 님과 화이트 님에게 너희들의 감시와 인솔을 부탁받았어. 또 싸우면 보고할 테니까.
브래들리: 흥. 피가로에게 감시받을 바에는 쌍둥이에게 두들겨 맞는게 낫지.
(당연한 일이지만, 북쪽 마법사들의 기분이 안 좋아보이네. 세 사람의 힘을 빌릴 수도 있고, 가능하다면 기분 좋게 참가해 줬으면 좋겠는데…….)
조마조마하면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으면 피가로가 난처하다는 듯이 목을 긁었다. 예민한 눈동자가 문득 생각에 잠긴 다음, 샤일록에게 재빠르게 눈짓을 했다.
피가로: 어쩔 수 없네……. 정말 아까워서 싫었는데. 이번 건에서는 나도 상을 준비하고 있어.
샤일록: 정말로 그것을? 어제는 꽤 떪으셨잖아요.
미스라: 그것이요? 그게 뭔데요?
흥미를 끌린 듯 묻는 미스라에게 샤일록은 매력적인 각도로 눈을 내리깔았다. 소중한 비밀을 가르치는 소리로 속삭인다.
샤일록: 피가로 님을 위해 준비해둔 '재화의 여신' 입니다.
오웬: '재화의 여신'?
브래들리: ……어이어이, 진심이냐? 그 환상의 술을?
피가로: 아아. 아깝지만 온종일 너희들을 달래는 것보다 상으로 잡는 게 편하고.
아서: '재화의 여신' 이라니, 화려한 이름이군요. 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좋은 것인가요?
무르: 조잡하게 설명을 하자면, 한 번 마시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고 황금보다 훨씬 더 좋은 위스키! 그 맛은 마음을 고양시키고 강하게 해. 마법사라면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어. 어쩌면 날씨도 조종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병의 이 술을 둘러싸고 피투성이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지. 그래서 '재화의 여신' 이야!
샤일록: 유명한 여신과의 만남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하룻밤이 되도록 가게 주인으로서 저도 힘을 다하도록 하죠.
피가로: 단, 손에 얻는 사람은 한 명 뿐이야. 셋 중에 제일 임무에서 활약하는 사람에게 주도록 할까.
브래들리 / 오웬 / 미스라: …….
브래들리: ……좋아. 피가로가 지휘하는 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서쪽의 파이프의 바에서 그 여신님을 만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별개지. 이 녀석을 놓치면 술꾼이 죽는다고.
미스라: 저도 갈게요. 그 술, 마시고 싶어졌어요.
오웬: 마시지 않고 브래들리 눈앞에서 버려보고 싶네. 어떻게 생겼을까?
(그렇게 싫어하던 세 사람이 참가하고 싶어하고 있어……. 대, 대단해…….)
서로의 참여를 막으려고 세 사람이 몸싸움을 시작한다. 그 틈을 타 피가로가 살며시 샤일록에게 다가갔다.
피가로: 맞춰줘서 고마워, 샤일록. 이걸로 저 녀석들은 조금은 말은 듣겠지. 그렇다 치더라도 '재화의 여신' 이라니. 정말 대단한 술을 구했구나. 알려주지 그랬어.
샤일록: 말 그대로 때로는 화를 부르는 술이니까요. 언제 알려드릴지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서 / 리케: ……어라?
그, 그러면 피가로의 상이라는 건 거짓말……. 지어낸 이야기였나요?
피가로: 뭐, 그렇지. 나도 샤일록도 꽤 연기 잘하지 않아?
무르: 브래들리는 거짓말인 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귀한 술을 대접한다고 한 이상, 샤일록은 틀림없이 발언을 어기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거짓말인 걸 파헤칠 필요는 없어. 이야기가 거짓이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진짜니까. 그러니까 두 사람의 연기에 탄 거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두 사람이 미소 지었다. 마찬가지로 경과를 살피고 있던 무르도 싱글벙글 웃고 있다.
현자 / 아서 / 리케: ……대…… 대단해…….
피가로: 아하하, 고마워. 저울질도 어른의 기호니까.
어니스트: 우와, 와, 굉장한 싸움……. 아,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때, 북쪽 마법사들의 싸움을 조심스럽게 우회하면서 어니스트 씨가 왔다.
어니스트: 죄송합니다. 일부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피가로: 상관 없어. 이쪽이야말로 마중 나오게 해서 미안해.
어니스트: 아뇨! 약 사러 온 김에 나온 거니까요.
어니스트: 자, 그러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약간 시골 쪽에 있는데 어른의 발이라면 반나절 정도로 걸으면…….
피가로: 으음, 조금 거리가 있네. 여기는 싹하고 가버리자. 어이, 미스라. 싸움은 그쯤으로. 이동을 부탁할 수 있을까?
미스라: 저렴한 용무예요. 저는 도움이 되는 남자니까요. '아르시무'
그렇게 해서 우리는 어니스트의 씨의 저택에 바로 왔다.
어니스트: 저, 정말 사뿐히 도착했다…….
미스라: 흐흥. 세상의 끝이라고 해도 사뿐히 갈 수 있어요. 공간이동 마법은 특기니까.
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엄청난 컬렉션이네.
아서의 말에 다시 실내를 둘러보았다. 호화로운 도자기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신기한 인형이나 지폐, 수수께끼의 오브제들. 빽뺵이 늘어선 그 모습에는 수호신을 모시는 제단 같은, 어딘가 보는 것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무르: 잘도 이렇게까지 모았네. 거의 다 행운 관련 부적이야!
피가로: 친척의 컬렉션?
어니스트: 뭐, 뭐. 그런 느낌으로…….
오웬: 저기, 그것보다 차랑 과자를 내줘. 갑자기 이런 시골레 끌려오는 바람에 목 마르거든.
리케: 그것은 조금 전까지 미스라와 브래들리와 몸싸움을 한 탓이 아닐까요?
어니스트: 아, 죄, 죄송합니다! 금방 준비해올게요. 에루모도 찾아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어니스트 씨는 굽실거리며 방을 나갔다. 오랫동안 격조된 무르가 변덕스럽게 부적에 손을 뻗기 시작한다.
무르: 봐봐,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촌스러운 부적 인형! 백 년 정도 만에 봐도 촌스러워!
샤일록: 무르. 예의 바르게.
오웬: 늑대의 송곳니다. 이런 곳에서 장식 되다니 불쌍하네. 내가 가져가야지.
오웬. 이 저택의 것이니까 가져가는 건 조금…….
리케: 그건 그렇고, 여기 있는 거 전부 부적이라니……. 친척 분들은 꽤 열심히 기도를 하시는 분이군요.
브래들리: 열심히 하는 것 보다는 이쯤되면 광신이네. 불행이 그렇게나 두려운 건가…….
와아! 지금 무슨 소리인가요?
미스라: 제가 무심코 떨어뜨린 항아리가 바닥에 부딪힌 소리요.
바닥에 격돌!? 그, 금은 안 갔…….!?
새파랗게 질리면서 나도 모르게 미스라에게 달려갔다. 그때.
리케: 와앗! 뭐가 들어왔어요!
브래들리: 으으. 너덜너덜한 걸레네.
미스라: 손잡이 달린 붕대처럼 생겼는데요.
뭘까요, 이 개……. 아니, 큰 고양이……?
위엄을 느끼게 하는 발걸음으로 방에 들어온 것은 온몸이 시커멓고 부스스한 생물이었다. 생김새나 몸매는 중형견 같지만 도도하고 부드러운 몸놀림은 어느 쪽인가 하면 큰 고양이 같았다. 엉킨 털 틈으로 영리한 듯한, 흐린 눈동자가 들여다보았다.
아서: 털로 파묻혀있지만 자세히 보니 붕대가…….
피가로: 이 아이가 어니스트가 말했던 에루모 같네.
에루모는 문 앞에 똑바로 앉았다. 우아하고 어딘가 애교있는 행동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끌어당긴 것처럼 에루모를 에워싼다.
에루모: 뀨우…….
무르: 울었다!
리케: 귀여운 목소리네요! 단 건 좋아하나요? 제 슈가를 드릴까요?
(확실히, 뭔가 주고 싶어지는 아이네. 외모가 귀엽냐고 하면 의견이 갈리는 아이지만…….)
우리에게 살금살금 둘려 싸여 있어도 에루모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백성들에게 갈채를 받는 옛날의 왕 같다. 오웬이 눈을 조금 부릅뜬 뒤 히죽 웃었다.
오웬: ……헤에? 너, 잘도 말하네.
샤일록: 오웬은 동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죠. 괜찮으시다면 통역을 부탁해도 될까요?
오웬: 좋아.
오웬: '마법사가 이 저택에는 무슨 일이냐.'
에……?
에루모: 뀨우. 뀨우. 뀨우…….
오웬: '마법사는 믿지 않는다. 어차피 나를 먹거나 잡으러 왔겠지. 얼른 꺼져라.'
저, 정말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나요? 뭔가, 오웬의 연출이 들어가 있거나…….
오웬: 너무하네. 안 그랬어. 이 녀석, 잘난 척하는 왕 같아. 아랫사람아, 이런 거.
……에에…….
리케: 목소리는 강아지처럼 사랑스러운데…….
우리는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았다. 에루모는 문간에 당당하게 앉은 채 도도하게 턱을 돌리고 있다.
4화
피가로: 오해하고 있네. 우리는 너의 진찰과 이변의 해결에 온 거야. 조금 진찰하게…….
에루모: 뀨우!
아!
피가로가 손을 뻗는 순간, 덥수룩한 꼬리가 그 손등을 쳤다.
아서: 피가로 님. 괜찮으신가요? 다치셨나요?
피가로: 고마워. 꼬리가 복슬복슬해서 괜찮아.
브래들리: 마중 나갔더니 꽤 좋은 인사를 하잖아. 일부러 와준 건데, 뭘 하자는 거야.
오웬: '발칙한 마법사에게 나가라고 말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에루모가 이쪽을 힐끗 본다. 시커먼 보석 같은 눈과 시선이 맞아 나는 당황했다.
저기, 제가 뭔가……?
에루모: ……뀨우. 뀨, 뀨우.
하지만 에루모는 고개를 흔들다가 문을 스스로 열고 훌쩍 나갔다.
미스라: 기척이 멀어져 가네……. 마지막에 뭐라고 한 거예요?
오웬: 그 주인에게 자신은 신경쓰지 말라고 전해달래. 마법사의 손 같은 거 빌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 부상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주인으로서 무리 같지만……. 뭐랄까, 도도한 아이였네요.
피가로: 아아. 그렇게 단호하게 치료를 거절하다니, 어니스트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단지…… 그 이전에, 어니스트가 저 아이를 그냥 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조금 걱정이려나.
리케: 조금 이상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만, 역시 개가 아니군요. 무슨 생물인가요?
샤일록: 그냥 동물이 아니라 '키키이' 라는 마법 생물입니다. 저도 살아있는 건 오랜만에 봤네요. 옛날에는 동쪽 나라의 변방이나 중앙의 숲 속에서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마법 과학이 발전한 이후로 수가 격감했습니다.
무르: 키우면 행운을 부른다는 전승이 있었기 때문에, 부자들이 애완동물로 많이 길렀었지. 야생은 이제 없을지도!
아서: 키키이라면 저도 도감에서 봤습니다. 달이나 별빛을 받아 마력을 회복시키는 희귀한 성질을 가진 생물이라고. 하지만 삽화에서는 저렇게 검은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피가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키키이는 더 하얗고 거룩한 털이니까. 저렇게 검은 건 별로 없어.
무르: 정말 엄청나게 기운이 없을 때나, 마력이 잘 제어되지 않을 때 검게 돼!
샤일록: 에루모에게서 액재의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그 영향으로 마력의 제어가 잘 되지 않는 것 같군요.
리케: 그러면 제대로 치료를 해서 액재의 영향을 제거하면 하얗고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
무르: 그런 거야! 덧붙여서, 행운을 부르는 키키이에게는 또 하나의 전승이 있어! '키키이의 진짜 모습……. 검은 모습을 본 사람에게는 불행을 초래한다' 라고.
리케 / 아키라: 에…….
예상치 못한 그 내용에 나는 숨을 삼켰다. 머리를 스친 것은 이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 밤이 되면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에루모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두 사건 사이에는 아마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어니스트 씨가 말했다.
……그러면, 이번 이변의 원인은…….
피가로: 아아. 아니, 그 전승은…….
어니스트: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차와 과자를 가져왔어요.
오웬: 드디어 왔네. 빨리 줘.
아서: 고마워, 어니스트.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웃으며 컵과 받침 접시를 받아든 아서가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명민한 눈동자가 컵을 휙 둘러본다.
리케: 아서 님. 무슨 일이신가요? 다른 홍차로 바꿔 드릴까요?
아서: 아……. 아니, 미안해. 접시와 컵의 무늬가 달라서, 다른 세트인 줄 알고.
정말이다. 제 것도 그래요.
어니스트: 저, 적당한 조합이라 죄송합니다. 손님용 식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리케: ……? 친척이 식기의 위치가 어딨는지 알려주지 않은 건가요? 잠시 살면서 관리를 하는데, 식기의 위치도 모르다니 불편하겠네요.
어니스트: ……으음…….
신기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리케에게 어니스트 씨의 눈이 헤엄쳤다. 하얀 뺨에 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나이 많은 마법사들이 순간 의미 있게 눈을 마주쳤다. 각각의 컵과 받침 접시를 들어 올리고, 샤일록이 어니스트 씨에게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샤일록: 이사에는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저희도 마법관에 온 직후에는 너도나도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니.
리케: 과연……. 그러고 보니 미틸도 깜빡하고 집에 공책을 두고 왔다고 했었어요.
어니스트: 그게, 저도 깜빡 잊어버려서……. 하하하.
어니스트 씨는 은빛 머리를 무의미하게 뒤적이며 나약하게 웃다가 도망치듯 방을 둘러본다.
어니스트: 어라. 그런데 에루모는요? 주방에 에루모가 있을 때 손님의 방으로 가라고 했는데.
아서: 방금 전에 모습을 보여줬어. 우리를 경계하다가 금방 어디론가 가버렸지만.
어니스트: 그랬나요? 이상하네…….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인데요.
브래들리: 사람을 잘 따라? 저게?
샤일록: ……꽤 그 아이와 친하군요.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부터 키우신 건가요?
어니스트: 아뇨, 저 아이는 이 근처에서 주웠어요. 배가 고파 보이고 약해보여서 음식을 나눠줬더니 저를 따르기 시작해서. 이 근처에서 키우던 개라고 생각합니다만, 진짜 주인을 찾을 수가 없어서 우선은 제가 돌보고 있는 거예요. 빨리 원래 집으로 보내주고 싶은데…….
걱정스러운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진짜 주인이 아니더라도, 에루모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오웬: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웬이 피식 웃다가 느닷없이 다정하게 몸을 내밀었다.
오웬: 너는 에루모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그러면 저 녀석의 정체는 알고 있어?
어니스트: 에?
오웬: 저 녀석은 그냥 개가 아니야. 너도 어렴풋이 눈치챘을 테지.
어니스트: 눈치채다뇨……? 뭐, 뭐를……? 확실히 보통 개보다 귀엽고, 행동이 약간 고양이 같긴 하지만…….
브래들리: 진심으로 눈치 못챈 거냐? 어떻게 보면 큰 손이네.
미스라: 마법 생물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대단하네요.
어니스트: ……마법 생물?
오웬. 그건 아직 말하지 않는 편이…….
피가로: 아니. 괜찮아, 현자님. 이번 기회에 어니스트도 알아두는 편이 좋아. 어니스트. 너의 에루모는 개가 아니야. 키키이라는 마법 생물이지.
어니스트: 키키이?
샤일록: 네. 개보다 훨씬 영리하고 희귀한 생물입니다. 조금 전에도 자신의 의사로 피가로 님의 치료를 거부했죠. 저희보고 이 저택에서 나가라며.
어니스트: ……그랬군요……. 그냥 개보다 귀여운 것도 마법 생물이기 때문인가요?
무르: 그건 어니스트의 주관의 문제! 중앙의 남자 답지 않네!
오웬: 그리고 키키이에게는 이런 전승이 있어. '하얀 모습을 본 자에게는 행운을 부른다. 반대로 검은 모습을 본 사람에게는 불행을 초래한다.' ……지금의 저 녀석은 검은 모습이지. 이 집안의 불행도 저 녀석 때문인 걸지도 몰라.
비웃는 듯한 오웬의 말에 어니스트 씨가 눈을 부릅 떴다. 지체하지 않고 피가로가 고개를 흔든다.
피가로: 그냥 전설일 뿐이야. 정말로 키키이에게 그런 힘이 있는 건 아니니까.
어니스트: 아……. 그런 거죠? 다행이다……. '그러니까 에루모를 퇴치해야 해' 라고 하면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여러분들과 싸우려고 했어요.
브래들리: 싸울 생각이었냐. 의외로 근성있네, 너.
샤일록: 그저, 그 전설을 아는 밀렵꾼에게 표적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요. 충분히 조심해 주세요.
어니스트 씨는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의 잔에 차를 더 따르며 작게 중얼거린다.
어니스트: 에루모에게 무서운 경험을 겪게 하기 전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그 녀석은 나의 은인이니까…….
리케: 은인?
어니스트: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으음, 차를 마신 후에는 어떻게 하시겠나요? 에루모를 치료해 주신다면 저, 에루모를 잡아…….
피가로: 아니, 무리하게 하는 건 에루모의 몸에 부담이 갈 거야. 으스스한 목소리에 대해 먼저 알아볼까.
샤일록: 그렇네요. 에루모의 부상의 원인을 알면 이변 해결의 단서가 될 것 같고요. 어니스트. 당신은 그 사이에 치료를 받도록 에루모를 설득해 주세요.
어니스트: 해, 해볼게요. 여러분, 번거롭게 죄송합니다.
미스라: 정말 번거롭네요. 슬슬 돌아가도 되나요?
오웬: 나도 갈래. 크림이 먹고 싶어졌어.
브래들리: 좋아. 돌아가도 돼. 그러면 '재화의 여신' 은 확실히 나의 것이 되니까.
미스라 / 오웬: …….
5화
미스라 / 오웬: 역시 남을까.
무르: 탐험이다! 탐험이다! 들어가면 안 되는 방에도 들어가도 돼?
어니스트: 으음, 조사에 필요한 방이라면 제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범위에서…….
어니스트 씨와 무르에 이어 마법사들이 줄줄이 방을 빠져나간다.
피가로: …….
그러나 어째서인지 피가로는 그 자리에서 혼자 벽에 장식된 부적의 여러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가로. 이 부적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피가로: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악력퇴산, 마귀 쫓기, 장사가 번창하고 마안을 피하다……. 여기까지 잘도 모았다고 생각해서. 딱히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이미 신앙이야. 부디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피가로의 시선에 낚여 나도 부적을 올려다보았따. 하긴, 강한 기도나 바람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다.
……불행이라고 한다면, 키키이의 검은 모습을 보면 불행해진다고 하는 전승은 거짓말이었군요.
피가로: 응. 아까는 이야기가 중간에 끊겨버렸지만, 키키이는 드물게 색이 변하는 희귀 마법 생물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행운과 불행의 전승도, '접시의 색이 변하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 와 같은 엉터리 소문이지.
피가로는 잔잔하게 말했다. 미스라가 멋대로 움직인 무릎을 꿇는 남자를 본뜬 부적을 집어든다.
피가로: 키키이는 신기하고, 깨끗하고, 거룩해. 그렇기 때문에 미신이 생기고 행운을 원하는 인간의 사랑을 받는 거야.
사랑을?
피가로: 응. 부자 중에서는 행운을 부르는 키키이를 산신처럼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 에루모는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성격으로는 에루모도 전에는 그런 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네.
무언가에 기도를 올리는 듯한 작은 인형을 손바닥에 얹은 피가로의 옆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것을 보았을까. 태고적 옛날 마법사 또한 신처럼 취급받았다고 한다. 남자의 부적을 장식장의 중앙으로 되돌려 놓고, 피가로가 뒤돌아섰다.
피가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우리도 저택을 둘러볼까? 에루모도 빨리 진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니스트가 에루모를 걱정하는 마음은 진짜일 테니까.
(……걱정하는 마음, '은'?)
그 말투에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기 전에 아서가 문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다.
아서: 피가로 님. 현자님! 아직 이쪽에 계셨군요. 다들 저택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아……. 죄송해요! 지금 갈게요!
분담을 해서 일단 저택 안을 둘러본 다음, 우리는 처음에 왔던 방으로 향했다.
아서: 저택의 방은 대충 둘러보았습니다만…… 역시 에루모 이외에 액재의 영향을 받은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굳이 말하자면 숲 쪽에서 기묘한 기색이 있었지만, 저택의 괴이와 관계가 있는 건지는…….
피가로: 어니스트는 에루모를 만날 수 있었니?
어니스트: 그게, 이름을 불러도 안 나와서요. 얼굴을 보이면 치료하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걸지도…….
심약하게 눈썹을 내리면서 어니스트 씨는 두 잔째의 홍차를 끓여주었다. 향이 나는 것은 아까와 같은 찻잎이다.
오웬: 저기, 또 이 과자야? 다른 것도 내놔.
어니스트: 죄송합니다. 별로 대접을 못해서……. 에루모의 약으로 돈을 많이 써버렸거든요.
샤일록: 과자도 홍차도 맛있습니다. 충분히 좋은 대접을 받고 있어요.
리케: 에루모도 과자의 냄새에 이끌려 나와주지 않을까요. 마음에 드는 장소에 과자를 놓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브래들리: 그래서 나오는 건 너 같은 어린애잖아. 볼에 과자 조각이 묻어 있다고.
피가로: 그래도 에루모가 있을 만한 곳에 점을 찍고 찾아보는 건 좋을 것 같네. 어니스트. 짐작 가는 곳 있어?
어니스트: 으음, 평소 사용하지 않는 방에는 별로 들어가지 않아서……. 저 녀석은 매일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저보다도 저택에 대해 잘 알지도 몰라요.
무르: 어니스트보다 이 집의 주인 같네! 자신만만. 위풍당당!
아서: 주인이라고 하면, 이 저택의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어? 인테리어부터가 남달리 부적이나 행운에 관심이 많아보였는데.
어니스트: 으음, 상인이요. 부적이나 행운을 모으고 있는 것도 직업의 특성상인 …….? 저는 상인이 아니라서 모르지만요…….
어니스트 씨는 상인이 아니군요. 친척이라서 같은 일을 하는 줄 알았어요.
어니스트: 아뇨, 저는 약초사…… 인 나부랭이였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초를 건네주는 정도고, 대단한 것은 할 수 없었어요.
리케: '였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나요?
어니스트 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잔을 손에 들고 고개를 숙인다.
어니스트: 네. 약초사를 하던 고향의 마을은 액재의 피해가 커서 마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했거든요. 약초사의 일은 사람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저도 마을을 나갈 수 밖에 없어서……. 지금은 새로운 일을 찾고 있어요.
그건 재난이었네요…….
아서: 액재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많습니다. 저도 구제책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어니스트: 생각하고 있다고요?
아서: 아, 으음, 장관님께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어니스트에게 있어서 관리인의 일은 건너서 배운거구나.
어니스트: 그, 그렇네요. 하지만 영원히계속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빨리 다른 일을 찾지 않으면…….
잔을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꼬리가 쳐진 심약한 눈빛이,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 옆모습을 본 무르가 고양이처럼 웃었다.
무르: 확실히, 어니스트는 거짓말을 잘 못하니까! 들키기 전에 어딘가로 가는 게 좋을지도!
리케: 에?
거짓말……?
샤일록: 무르.
어니스트: 거…… 거짓말이라뇨. 그런 건, 저는 전혀…….
무르: 눈이 헤엄치고 있어! 너, 도박은 안하는 편이 좋겠네.
어릿광대처럼 공중에서 거꾸로 된 무르를 올려다보며 땀을 흘리는 어니스트 씨가 얕고 빠르게 호흡한다. 브래들리와 오웬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브래들리: 너, 설마 진심으로 그 태도로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거냐?
오웬: 거짓말이잖아. 이 저택의 집주인이 친척이라는거.
아서 / 리케: 에!?
미스라: 그런 건가요?
어니스트: ……윽.
어니스트 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린다. 이상하게도 강한 놀라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때때로 더듬거리는 말과 애매하게 속이는 듯한 미소. 자신이 관리하는 저택을 잘 모르는 그.
(그렇구나……. 좋은 사람인데, 계속 어딘가가 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건, 거짓말을 한 탓이었던 걸까.)
동시에 저택 탐색 직전에 들었던 피가로의 말을 떠올려 무심코 그 옆모습을 보았다. 어니스트가 에루모를걱정하는 마음'은' 진짜일 테니까.
(그때, 피가로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어…….)
어니스트 씨는 붉어졌다 파랗다를 반복했다. 그 눈동자를, 피가로가 조용히 들여다본다.
피가로: ……사정이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이야기 해 봐. 마법으로 조사했는데, 너는 주방과 이 방 말고는 정말 거의 들어간 적이 없는 것 같았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는 것은 나쁜 일이야.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 너는 가능한 한 정직하려고 했지?
사람을 타이르는 익숙하고 깊고 온화한 목소리에 어니스트 씨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치켜세우고 한 번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는 띄엄띄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니스트: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잘 되지 않았어요. 길에서 캔 약초를 팔아 물고 늘어지며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 돈도 바닥이 나서…….
어니스트: 오늘도 일이 구해지지 않았어……. 역시 더 큰 도시에 가지 않으면 안 되나……. 하지만 돈이…….
어니스트: ……집에서 가져온 비스킷도 이제 마지막이야. 조금씩, 정말 조금씩 먹었는데.
어니스트: (추워……. 지붕 밑에서 마지막으로 잔 게 언제지? 제대로 밥을 먹은 것도……. ……마지막 비스킷을 먹으면……. 먹을 것도, 일도, 잠자리도 없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어니스트: ! 누, 누구신가요!? 돈은, 저, 동전 한 닢도…….
???: 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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