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브래들리: 빨리도 오네.
……소형 드래곤. 눈에 들어온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말 정도의 체구에 온몸은 회색 비늘로 덮여 있으며, 박쥐 같은 날개가 등에 나있다. 보기에도 사나운 마법 생물이다. 그것이 무수한 무리가 되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브래들리였다. 총성이 울리고, 무리에 여러 발의 총알이 박힌다. 공격을 받은 마법 생물은 신음 소리를 내며 겁을 먹었다.
브래들리: 어두운데 매복이라니 좋은 취미네. 내 탄알이 필요하면 주지.
시노: '맛차 스디파스!'
브래들리에 이어 시노도 큰 낫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마법 생물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 틈을 노린 듯, 뒤쪽에 있던 다른 개체가 달려들었다.
시노……!
시노: 칫……!
충격으로 그의 몸집이 약간 뒤로 물러난다.
화이트: '노스콤니아!'
시노를 도와주는 형태로 화이트가 마법으로 적을 쳐냈다.
화이트: 귀찮은 놈들이군. 이 녀석들은 바브르. 와이번의 종류일세. 민첩하고 지능도 높으며 무리를 지어 행동한다. 그냥 짐승이라고 얕보면 안 돼. 연계로 달려온다!
직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바브르가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
카인: 이쪽인가!
움직임을 미리 읽은 카인이 주문과 함께 재빠르게 검을 휘두른다. 비브르는 튕겨지며 크게 날아갔다.
카인: 현자님, 괜찮아?
네, 네!
카인: 안심해줘. 너에게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할 테니. 저 녀석들이 아무리 어둠 속에 몸을 숨긴다고 해도, 나는 기척만 느낄 수 있으니까.
액재의 상처로 인해 시각을 별로 의지하지 못하는 그에게는, 어둠에 잠긴 적과 싸우는 것은 핸디캡이 되지 않는다. 궁지에 몰려 주눅 들지 않는 옆모습은,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카인: 화이트 님! 비브르를 상대하는 동안 현자님을 부탁해.
화이트: 알겠네! 현자여, 나에게서 떨어지지 말게나.
네……!
시노: 일일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다니 음침한 녀석들이군.
카인: 기척이 가까워. 또 온다.
시노와 카인이 습격에 대비하자 어둠 속에 총알이 여러 개 꽂힌다.
시노: ……! 불꽃으로 위치를 잡을 수 있어. 거기다!
브래들리: 바보같이 단숨에 가지 마! 배후를 찔릴 거야. 기사님은 반대쪽으로 가.
카인: 알았어!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시노: '맛차 스디파스!'
브래들리: 모처럼 따라왔으니, 도움은 되어야지.
브래들리는 가볍게 부추기면서도 시노와 카인에게 차례차례 지시를 내린다. 다수의 비브르를 이용해 전투 방식을 내동댕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브래들리: 자자, 너희들, 둘러싸여져 있다고. 멍하니 걸음을 멈추면 발뒤꿈치를 뚫을 거다.
(이, 이런 상황이지만, 실전을 겸한 단련의 계속인건가…?)
카인: 교활하네. 번갈아 덤벼들었다가는 물러갈거야.
시노: 끝이 나지 않아. 이쪽에서 걸어줄게.
끝없는 습격에 저린 듯, 시노는 땅을 박차고 어둠 속을 베어들었다.
화이트: 안돼. 그쪽은……!
순식간에 화이트가 마법의 빛을 비춘다. 시노가 뛰어든 곳은 극단적으로 길이 좁아져 있었다.
시노: 칫. 좁네.
지체 없이 시노는 큰 낫을 들고, 손잡이 부분을 창에 올려 비브르를 관통한다. 그 반동을 이요해 가볍게 뒤쪽으로 착지하자, 가슴을 저히며 브래들리를 보았다.
시노: 흥, 어때. 좁은 곳에서도 쓸 수 있지.
브래들리: 꽤 하잖아.
브래들리의 칭찬에 시노의 눈이 득의양양하게 빛난다.
시노: 좋아. 이 상태로 한 번에 치워줄게. '맛차 스디……'
그때, 엄청난 바람소리가 들린다. 상공에서 비브르를 무리를 향해 회오리바람을 닮은 흉포한 바람이 쏟아졌다.
!?
카인: 뭐지!?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순간, 브래들리가 바로 위로 마법을 날려 머리 위의 토네이도를 상쇄했다. 그 순간, 바로 위에서 빛이 비쳐지고 주위가 밝아진다. 올려다보니 공중에 두 그림자가 서있었다. 미스라와 스노우다.
지금 것은 미스라가……?
미스라: 이제 조용해졌네요. 아까부터 이 녀석들의 울음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거든요.
회오리 바람을 제대로 맞은 비브리 무리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둘러싸고 있던 숨결이나 살기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카인: 우리들이 고전하고 있던 비브르 무리가, 단 일격에…….
시노: 쳇, 미스라 녀석…….
압도적인 힘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의 반응이 확연하게 갈린다. 카인은 동경하며 감탄했고, 시노는 지금의 자신과의 차이에 억울해했다.
화이트: ……! 안돼. 벽이 무너진다!
토네이도로 도려진 벽이 소리를 내며 크게 무너지려 했다.
화이트: '노스콤……'
피가로: '폿시데오'
직후, 어둠 속에서 익숙한 주문이 들렸다. 어쨌든 벽의 붕괴는 막을 수 있었다.
피가로: 후우, 장벽을 쳐서 다행이다. 어떻게든 세이프였네.
오웬: 미스라 같은 걸 마음대로 하게 두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피가로, 오웬!
화이트: 피가로 쨩, 잘했다!
미스라: ……어라. 당신들, 있었어요?
스노우: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현자들을 말려들게 하면 어떡하나! 다들 미안해, 괜찮아~?
화이트: 뭐지? 알고 있어서 카인들을 도와주러 온 게 아니었나?
스노우: 아니 아니, 짜증내더니 갑자기 마음대로 쾅 해버린걸세.
카인: 어이어이, 잘못하면 비브르랑 같이 날아갈 뻔했다는 거야?
브래들리: 웃기지 말라고. 우리가 있는 것 쯤은 기척으로 알고 있었잖아.
미스라: 몰라요.
피가로: 정말로, 북쪽의 마법사란 말이지. 조금은 환경이라는 것에 신경 써주면 안될까. 이 골짜기는 너희처럼 튼튼하게 되어 있지 않아.
피가로는 오웬을 찾으면서 골짜기의 상태를 조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7화
피가로: 보아하니 이 골짜기는 큰 힘으로 억지로 밀쳐진 흔적이 있어. 특히 이 장소는 그게 두드러진 것 같아.
무리하게. 그렇다는 것은…….
피가로: 아까 본 대로 벽이 많이 약해졌어. 너무 날뛰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으니 공격은 계획적으로 하자.
미스라: 당신들, 조심하세요.
브래들리: 누가 말하는 거야!
오웬: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아.
투덜거리면서 모두가 골짜기를 내려간다. 평소와 다른없는 광경에 긴장의 끈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스노우: 하지만 비브르들이 있을 줄은.
화이트: 조사하러 나간 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은, 그 녀석들이 먹이가 되어 버린 것이군.
다른 행동을 하는 동안 스노우나 피가로 쪽도, 이변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딱히 찾지 못한 것 같다.
화이트: 우선 합류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도록 하지. 아무튼 조사를 진행해야하니.
피가로: 그렇네요. 지형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전원이 같이 움직이는 편이…….
순간, 우렁찬 포효가 울러 퍼졌다. 고막이 찌르르 떨린다.
시노: 뭐야?
이 목소리, 어디선가…….
둘러봐도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가까이에서 목소리가 들려.
미스라: 시끄럽네요. 아까 그 비브르들인가요?
스노우: 아니. 아니야.
화이트: 그런 것보다, 더 교활한…….
거대하고 위험한 무언가가 있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카인: 현자님, 내 뒤로!
카인이 험상궂은 얼굴로 나를 등 뒤에 감추며 무기를 겨누었다. 공기가 팽팽해진다.
브래들리: …….
마법사들이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브래들리는 혼자 무기를 들지 않고 허공을 노려다보고 있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빈틈없이 주의 깊게 한 점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의 끝에, 조그맣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브래들리: 깊은 밤 같은 색에, 별이나 불꽃을 흩뿌린 듯한 빛깔……. 틀림없어. 저 녀석은 발푸르기스의 밤이다!
위로 스친 목소리가 보석의 이름을 외친다. 이에 반응해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시노 / 카인 / 현자: 에?
스노우 / 화이트: 발푸르기스의 밤이라고?
피가로: 그건 이미 누구의 손에 넘어간게 아니었어?
미스라: ……?
오웬: 뭐야. 갑자기 축제 얘기나 하고.
피가로: 아, 둘은 담화실에 없었구나. 축제가 아니라 보석 이름이야. 어떤 마법사가 그것을 여기에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어제 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인 것 같네.
오웬: 그러고 보니, 옛날에 브래들리한테 들은 적 있는 것 같기도…….
미스라: 뭐, 축제든 돌이든 상관 없지만요. 왜 공중에 떠 있는 건가요?
모두가 미스라와 같은 의문을 품고 그 반짝임을 보고 있었다. 땅바닥에 굴러가는 것도, 벽을 파고드는 것도 아니고, 발푸르기스의 밤이라 불리는 보석은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그것보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투명해졌다고 하지 않았나……?)
스노우 / 화이트: !
다시 포효가 울렸다. 마치 보석이 외친 것처럼. 직후, 엄청난 돌풍이 내려치고 보석의 반짝임이 맹렬한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쌍둥이가 친 장벽에 막힌다. 날아온 것은 손바닥에 구를 정도의 보석인데, 거대한 무언가가 부딪힌 듯한 소리가 났다.
화이트: 모두들, 무사한가?
네, 네. 지금 건 대체…….
카인: 저 보석이 덤벼들었어.
시노: 어떻게 된 거야? 왜 보석이 짖고 덮치는건데.
브래들리: 어제 너희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발푸르기스의 밤에는 불가사의한 마법이 걸려있다.
시노: 뭐라고?
카인: 불가사의한 마법이라니?
브래들리: 아아. 집념이 깊은 수집가가 죽을 뻔해서, 세상에 보기 드문 환상의 보물이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게끔 한 거다. 아마 우리를 공격하는 건 발푸르기스의 밤이 아니야. 그것을 받아들인 무언가다. 대부분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보석에 걸린 마법의 효과가 그 녀석에게로 옮겨간 거겠지.
브래들리: 봐,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
시노: ……아.
브래들리의 눈짓으로, 모두들 어제의 한 건을 떠올렸다.
(캔디에게 걸린 마법으로 시노의 손이 투명해진 것과 같은 것……?)
그대는 캔디에 닿은 손바닥만 사라져 버렸지만, 보석을 집어 넣은 무언가는 온몸이 보이지 않는다. 발푸르기스의 밤에 걸린 마법은 그만큼 강력했다는 것이겠지. 그런 일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바로 위에서 바람이 부자연스럽게 윙윙거렸다.
카인: 아키라! 이쪽이야!
네, 네!
재빨리 빗자루를 타고 마법사들은 흩어졌다. 나는 카인의 빗자루에 타 어떻게든 피했다. 직후, 바위가 낙하한 듯한 땅울림이 일어났다.
스노우: 우리를 때려부술 셈인가.
화이트: 상대는 상당한 거구로 보이네. 잡히면 끝장이다.
내려다보니 낙하 지점으로 보이는 땅이 처참하게 도려져 있었다. 깔린 자신을 상상하니 섬뜩해졌다. 같은 곳을 내려다보던 오웬이, 뭔가를 눈치챈 듯 재미없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오웬: 뭐야. 모습은 안 보이지만, 저 녀석도 비브르야.
시노: 그런 건가?
오웬: 목소리를 들으면 알아. 마력의 세기도, 기척의 크기도, 다른 놈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짐승이 잘난 척 짖어서 비브르의 왕이라도 된 셈인가.
브래들리: 골짜기가 생기기 전부터 이 근처는 비브르의 세력권이다. 그 녀석 중 한 마리가 우연히 이곳에 숨겨진 발푸르기스의 밤을 삼켜 훌륭한 괴물로 자랐다는 거겠지.
말하는 와중에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는 보석을 빛내며 위와 옆에서 몸싸움을 걸어온다. 마법사들은 기척을 읽고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카인: 확실히, 비브르보다 속도도 월등해.
피가로: 발푸르기스의 밤이 지닌 강화 효과 때문이겠지.
아…….
발푸르기스의 밤에는 소문이 있다. 가진 자의 마력을 날카롭게 하고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시노: 가지고만 있어도 강해진다는 것은 사실이었나.
카인: 하지만 몸까지 커지다니……. 귀중한 보석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힘이 있는 건가?
8화
스노우: 아니……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 혜택만으로 거대해진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마도 '거대한 재앙' 의 영향으로 돌이 가지는 효과가 폭주한 거겠지.
화이트: 그렇군, 이해가 갔다. 보석을 손에 넣은 비브르의 왕……. 발푸르기스의 밤이라고 할까. 이번 소동은 그 발푸르기스의 밤이 발단이자 원흉일세. 골짜기를 넓힐 정도의 막강한 힘, 조사에 들어간 사람들을 덮치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그놈이 일으켰다면 전부 납득이 간다.
그때, 유난히 큰 포효가 울렸다. 거기에 한 번 흩어졌을 터인 비브르 떼가 몰려든다.
시노: 이 녀석들, 아직도 이렇게나 숨어 있었나!
브래들리: 왕의 일성인가. 통솔이 잘 잡힌 왕국이군.
스노우: 감탄할 때인가.
화이트: 한꺼번에 공격할 셈이겠지.
화이트의 말대로 비브르 무리는 단숨에 공세에 나섰다. 날갯짓을 하며 달려든다.
카인: 온다! 현자님, 고개를 숙여줘!
네……!
시노: '맛차 스디파스!'
시노: 덤벼라. 너희들의 목을 히스의 선물로 주겠어.
피가로: '폿시데오'
스노우 / 화이트: '노스콤니아'
몰려드는 비브르들을 마법사들이 맞이한다. 개체로서의 세기는 발푸르기스의 밤 발밑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만큼 숫자로 밀어온다.
오웬: 기분 나쁜 녀석들, 물어 뜯어줄게. 바보처럼 임금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명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짐승이라고는 할 수 없네. 불쌍하니까 내가 임금님의 목을 쳐줄게.
오웬: '쿠레 메미니'
오웬은 비브르 무리를 떠나 날아다니는 보석을 쫓아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그 공격은 빗나가고 벽에 충돌한다.
오웬: 쳇…… 빗나갔다.
브래들리: 귀찮은 녀석이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
스노우: 마무리가 짓기 힘들 것 같군.
미스라: 하아. 일단 저 돌을 표적으로 공격하면 되죠.
그동안 남의 일처럼 보던 미스라는 벌레를 발견한듯 보석을 눈으로 쫓고 아무렇게나 마법을 날렸다. 거대한 암석이 날아간다.
아.
암석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충돌해 호쾌하게 암벽을 깎아냈다.
미스라: 어라.
스노우: 어라, 가 아니야!
화이트: 제대로 노리게나!
미스라: 안 보여서 어렵다고요……. 뭐 됐나. 10발 정도 쏘면 어느 정도 맞겠죠.
스노우 / 화이트: 하지 마!
피가로: 이대로라면 이 주변 지형이 바뀔 것 같네요. 주위에 영향이 있을 것 같네…….
미스라: 별로 괜찮지 않나요? 지형 같은 건 약간 바뀌는 정도가 신선해요.
(저렇게 가볍게 말하다니……!)
오웬: 미스라는 힘만 세고 조준력이 없으니까.
미스라: 하? 당신도 빗나갔잖아요.
오웬: 완전 달라. 내 거는 몰렸어. 너는 빗나갔고.
미스라: 아까는 우연이에요. 다음이야말로 죽이겠습니다.
말다툼을 하면서 미스라와 오웬은 바로 발푸르기스의 밤을 찾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이 비브르를 공격하고 있는 사이에, 둘은 발푸르기스의 밤을 쫓아 경쟁하듯 공격을 가한다.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하지만 어느 쪽의 공격도 맞추지 못한다. 초조함 때문인지 공격이 점점 거칠어진다.
두, 두 사람의 공격이 벽에 부딪히고 있는데요…….
스노우: 난감하군.
화이트: 위험해. 확실히 골짜기째 없애버리면 처치할 수 있다. 우리도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겠지만…….
피가로: 근처에 마을이 있는 이상, 그런 짓은 안돼요. 임무로 와 있는 거고, 되도록이면 온화하게 일을 진행해야지.
스노우: 피가로여, 저 개구쟁이들을 제어할 수 있나?
피가로: 무리네요.
스노우 / 화이트: 그렇겠지.
스노우: 그렇다면 장벽을 세워 붕괴를 막을 수밖에 없다. 곰에게 날뛰지 말라고 타이르는 것보다, 우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더 빠르겠지.
스노우 / 화이트: 미스라, 오웬!
스노우: 약간의 개구쟁이는 눈을 감아주겠지만, 힘 조절을 잊지 마라!
화이트: 지금 것 이상의 마법은 쓰면 안돼! 지반이 무너진다!
미스라: 하아, 안 맞네…….
오웬: 젠장. 짜증나.
피가로: 날뛰는데 정신이 없어서 못 들었나봐요.
브래들리: …….
미스라들에게 시선을 돌린 뒤, 브래들리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브래들리: 너희들 좀 들어. 상의할 게 있어.
카인과 시노는 주위의 비브르를 날려버린 뒤, 브래들리에게 다가간다.
시노: 뭐야.
카인: 상의라니?
브래들리: 사실 나는 저 보석을 오랫동안 노리고 있었어. 오늘 여기 온 것도 그게 이유다.
둘이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브래들리를 본다. 그 반응을 예상한 듯, 브래들리는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안고 목소리를 낮췄다.
브래들리: 비브르의 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놈은 우리 사냥감을 스쳐갔어. 당연히 때려눕힐 거지만 그건 그놈에게서 보석을 빼앗고 나서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대로 미스라들에게 맡겨두면 보석째 부서져 버려. 잘못하면 골짜기도 무너진다.
브래들리: 그래서, 이제 너희들의 차례다.
카인: 우리?
브래들리: 아아, 우리 셋이서 뒤집어버리자고. 남자력이 오를 거다. 어때? 저 미스라도 애를 쓰는 괴물에게 일시에 보답해주고 싶지는 않나?
브래들리는 매력적으로 속삭였다. 미스라의 압도적인 힘을 각자의 생각을 바라보던 두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히듯. 흔치 않을 기회와 제안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시노: 누구한테 말하는거야. 할 게 뻔하잖아.
카인: 나도 그래. 강적과 맞붙어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
브래들리: 좋은 대답이다. 한 번밖에 말 안할 거니까 잘 들어. 작전은…….
브래들리: 여, 형제. 꽤 지쳐보이는데.
미스라: 계속 움직여서 번거롭다고요. 일일이 쫓기도 귀찮고.
오웬: 브래들리, 너만 빠져나갔잖아.
브래들리: 네가 그 녀석을 바로 돌로 만들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북쪽 마법사의 미스라와 오웬의 힘이란게 이런거냐?
오웬 / 미스라: …….
미스라: 마음이 바뀌었어요. 우선 당신부터 죽이겠습니다.
오웬: 그렇네. 브래들리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 같으니까.
9화
브래들리: 흥. 할 수 있으면 해 봐. 발푸르기스의 밤도 붙잡을 수 없는 녀석들에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모두들 괜찮을까……. 잘 될까요?
피가로: 브래들리니까 괜찮을 거야. 아아, 얘기하고 온 것 같네.
나는 피가로와 빗자루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작전 결행 신호는 브래들리가 오웬과 미스라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것이다.
피가로: 신호네.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도록 해두자.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빗자루로 질주하는 브래들리를 쫓듯, 미스라와 오웬이 주문을 외운다.
브래들리: 영감들, 피가로! 당장 결계를 허물어!
브래들리가 유도한 끝에 골짜기 중앙에서 미스라들의 공격이 충돌했다. 거대한 불꽃덩어리와 거대한 얼음덩어리. 불길에 휩싸인 얼음덩어리가 급격히 증발하면서 순식간에 골짜기는 김으로 하얗게 물든다.
아……!
김 속에 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날개를 펼친 거대한 무언가가 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곽이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감출 수 없는 김의 움직임이 위치와 크기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카인: 저것이 발푸르기스의 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크네.
시노: 서두르자고. 이게 꺼지기 전까지 끝장내주겠어.
시노와 카인은 김의 움직임을 단서로 발푸르기스의 밤을 빗자루의 빠른 움직임으로 쫓아갔다.
카인: 이쪽으로 가려고 해! 베어서 유도한다!
카인은 울타리를 넘기듯 한 손으로 빗자루에 섰다. 날을 하얗게 빛내고, 강하게 밟아 벤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카인: ……맞았다! 지금의 감촉, 아마 꼬리 부분일 거야!
통증에 반응하며 발푸르기스의 밤이 소리를 지른다. 카인 쪽으로 향하던 김과 바람의 움직임이 도망치듯 빗나갔다.
카인: 시노, 그쪽으로 갔어!
시노: 맡겨둬!
반대편에 서있던 시노는 큰 낫을 양손으로 쥐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발푸르기스의 밤의 꼬리가 우옇니 골짜기 벽을 스쳤는지 시노의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낙하한다.
(큰일이야. 낙석에 막혀 공격이……!)
시노: 나를 방해하지 마.
시노는 당황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손목을 회전시켜 버티고 있던 큰 낫의 각도를 바꾼다. 내려온 낙석을 발판 대신으로 삼고, 자세를 바로 잡으며 다시 베기 시작했다.
시노: 먹어라! '맛차 스디파스!'
시노의 군더기 없는 움직임은 표적을 포착했다. 그 증거로 아픈 외침이 메아리친다.
시노: 좋아. 타격감이 있었어!
발푸르기스의 밤은 반대 방향으로 휘청휘청 나약하게 날아간다.
브래들리: 잘했어.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브래들리다. 골짜기를 감싸고 있던 김이 벌써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내 눈에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보석과 브래들리가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브래들리: 산전수전 다 태워줬군.
브래들리는 속도가 떨어진 발푸르기스의 밤에 단숨에 다가서고, 품에서 칼을 꺼냈다.
브래들리: 이 녀석은 받아간다.
날을 세우고 보석을 도려냈다.
시노 / 카인: ……아!
보석이 떨어진 탓인지 숨겨져 있던 발푸르기스의 밤의 모습이 베일을 벗은 듯 드러났다.
(저것이 보석을 집어 넣은 비브르의 모습…….)
다른 개체보다 훨씬 크고 긴 꼬리를 가지며 거무스름한 몸이 화사하다. 그야말로 무리의 왕 같은 품격이었다. 그때, 분노에 찬 포효가 울려퍼진다. 보물을 빼앗긴 비브르의 왕은 보석을 쥐고 있던 브래들리의 손을 물었다.
시노 / 카인: ……!
브래들리……!
비브르의 큰 손은 그의 왼팔을 삼켰다. 송곳니가 깊숙하게 파고들어 금방이라도 물어뜯길 것 같았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칼을 내던지고 총을 겨눴다. 그 총구를 물어뜯은 입에 꽂고 방아쇠를 당겼다. 승승장구한 미소를 지으며.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지근거리에서 벗어난 혼신의 총격. 그 위력은 강렬했다. 내부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비브르는 크게 밀쳐져 소리를 지르며 땅으로 추락했다. 큰 땅울림과 함께 골짜기 전체가 흔들렸다. 땅애 내동댕이 쳐진 거구는, 곧 돌이 되어 부서졌다.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추격을 가하듯 미스라와 오웬이 주문을 외운다. 얼음날이 내려지고, 주변 일대에 불길이 번진다. 리더를 잃고 통솔이 흐트러진 비브르들은 순식간에 궤멸했다.
끄, 끝난 건가……?
포효도 땅울림도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의 광란이 거짓말처럼 골짜기의 바닥에 고요함이 내려앉는다.
브래들리: ……하하. 빼앗았다고!
위협을 가한 상공에는 브래들리의 모습만 있었다. 그에게서 보석을 빼앗는 사람도, 그의 야망을 가로막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도적다운 미소를 지으며 발푸르기스의 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듯 피투성이의 팔을 하늘 높게 들고 있었다.
브래들리: 정말이지, 짓궂은 놈이었다.
이윽고 한 일을 마친 얼굴로 브래들리가 내려온다. 그가 골짜기로 내려오자 우리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브래들리……!
카인: 팔은 괜찮아!?
물린 왼팔은 보기에도 중증이었다. 스스로 웅급처치를 한건지 피는 멈춘 듯 했지만, 상처는 분명히 깊다. 창백해진 나를 보고 브래들리가 웃었다.
브래들리: 멀쩡하지는 않네. 뭐, 팔 한 쪽 정도는 싼 거잖아.
시노: 물어온 놈을 거꾸로 이용하다니 꽤 하잖아. 나도 언젠가 써먹어야지.
미스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브래들리.
오웬: 너, 기억력 좋은 편이지? 우리한테 시비를 걸어놓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
브래들리: 시끄러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오웬 / 미스라: 하?
10화
카인: 자자, 그것보다 역시 북쪽의 마법사의 힘은 대단하네! 저런 큰 녀석을 처치하다니……. 오웬도 미스라도 억울하겠지만 엄청나게 믿음직스러웠어. 다시 한 번 너희와 같은 현자의 마법사라는 것이 영광스러워.
미스라: ……흐흥. 뭐, 그렇겠죠. 제 힘에 엎드려 존경해 주세요.
오웬: 너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고. 미스라의 그 조준력을 보고도 동경하다니, 바보같아.
시노: 삐지지 마, 오웬. 카인은 너도 평가하고 있잖아. 나도 일단 인정해줄게.
오웬: ……헤에, 그래. 알았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너부터 죽여줄게.
카인: 싸우지 말라니까!
걱정하는 자, 감탄하는 자, 관심 없는 사람,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 마법사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래도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피가로: 수고했어, 브래들리. 팔은 간단하게 처치해 놓을 테니 마법관으로 돌아가면 치료받으러 와.
브래들리: 필요없어. 이런거 그냥 둬도 나아.
피가로: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프게 하지는 않을게.
브래들리: 죽여버린다. 기분 나쁘게.
스노우: 골짜기를 넓히던 원인인 비브르의 우두머리도 무사히 쓰러뜨렸다.
화이트: 계곡 쪽도 어떻게든 유지한 것 같군. 뭐,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카인: 그걸로 되나?
스노우 / 화이트: 괜찮아 괜찮아.
스노우: 비브르의 무리는 섬멸했고, 더 이상 위험은 사라졌다.
화이트: 이 근처의 취락이 위협에 노출되는 일은 앞으로 없겠지.
……에?
시노: 왜 그래?
지금, 저쪽에 반짝거리는 것이…….
미스라와 오웬에 의한 마법의 충격인지, 벽 가장자리가 부스스 무너지고 있다. 그 틈으로 반짝임이 숨어있는 것을 보았다.
브래들리: ……헤에.
브래들리가 입꼬리를 들어올린리고 벽에 총알을 한대 쏘아 넣었다. 그러자, 벽 속에서 빛을 발하며 크고 작은 상자와 포대가 굴러나왔다. 브래들리는 그 내용물을 몇 개 주워들고 확신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브래들리: 수집가들이 모았다고 소문난 보물들이다. 예상대로 여기가 놈의 은신처였어. 역시 발푸르기스의 밤 뿐만이 아니라 통째로 여기에 숨겨뒀구나.
카인: 대단하네……. 이게 다 그건가?
피가로: 이만큼 산더미처럼 있으면 장관인걸.
꽤 저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림 같은 보물 더미다. 눈부신 보석은 물론, 마법 도구와 화려한 장식의 무기 등 다양한 보물들이 가득하다.
스노우: 보게나 화이트! 저 마법도구, 그대가 갖고 싶어했던 것이 아닌가?
화이트: 오, 진짜일세! 설마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낡은 램프를 손에 들고 꺅꺅거리는 쌍둥이의 옆에서 미스라도 수상한 보물을 눈여겨본다.
미스라: 헤에, 이거 꽤 괜찮네요. 주술에 쓸 수 있을지도.
오웬: 발푸르기스의 밤보다 이게 더 가치있는거 아냐?
역시 수집가의 컬렉션은 일품 뿐인 듯 북쪽의 마법사들도 흥미를 보였다. 시노와 카인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보물더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인: 오, 이 검 멋있네! 아서가 보면 좋아하지 않을까?
시노: 다 보기 좋고 나쁘지 않네. 히스의 얼굴에 어울려. 이쪽의 목줄은 마님께 어울릴 것 같군.
피가로: 목걸이 말이지. 나도 집을 지키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골라볼까.
들뜬 기분으로 보물 더미로 몰려들어 보석과 마법 도구를 집어들고는 이래저래 펴고 있다. 즐거운 모습은 시장에서 여는 가게와도 비슷하여 북적거리는 노점이 생각났다.
브래들리: …….
그러던 중, 브래들리는 눈부신 보물 더미에 올라 있는 고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바위에 앉아 있다.그는 발푸르기스의 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브래들리: ……왜 그래, 현자. 너도 보물을 고르는 건 어때? 빨리 잡는 놈이 이기는 거라고.
아뇨……. 그런 브래들리는 괜찮나요?
눈부신 아름다움도, 신비로운 반짝임도 없다. 칙칙하고 평범한 돌멩이처럼 보인다.
브래들리: 불가사의의 마법도, 능력의 효과도 이 돌에는 남아있지 않아. 아마 비브르들이 다 빨아들인 거겠지. 그래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도 구할 수 없었던 발푸르기스의 밤을, 내가 이렇게 훔쳐냈으니까.
감회가 새롭다는 듯이 그는 보석을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열을 띤 눈은 황홀해보인다.
(혹시 이 보물찾기는…….)
아무에게도 넘겨주지 않겠다고 남다른 집착을 보인 수집가와, 도적단의 두령 브래들리의 긴 승부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상한 효과도 반짝임도 그에게 있어서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겠지. 거들떠보지도 않는 돌멩이가 되어도, 승부에서 이긴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진짜 전리품이니까.
브래들리는 빛을 잃은 발푸르기스의 밤을 손바닥으로 껴안듯 움켜쥐고 품속에 집어넣는다. 그러고 나서 나를 쳐다보았다.
브래들리: 이런 걸 위해서 목숨이나 걸고, 바보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지.
잘못했다면 한쪽 팔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찢어진 옷 틈새로 보이는 상처는 몹시 아파보인다. 무모한 것 같아. 목숨을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저는 브래들리처럼 살 수 없고, 조마조마해서 눈을 가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사는 당신은 매우 당신답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바보라고 하지 않아요.
브래들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부러 다친 쪽의 팔을 움지겨 내 머리를 만졌다.
브래들리: 그러냐.
어젯밤의 흉계가 계속된 것처럼,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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