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미스라: ……그래서, 완성된 것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그렇게나 도와줬으니까 최고로 최강의 이야기겠죠?
루틸: 알 껍질 속에 갇힌 소녀와 인간과 마법사와 이상한 생물들의 이야기예요.
아서: 알 껍질 속에서 조용히 외롭게 사는 소녀에게 인간은 바깥 세계의 훌륭함을 알려준다.
샤일록: 변덕스러운 마법사가 슈가의 비를 내리게 하니까 보러 와. 이렇게 귀여운 초대를 하는 거예요.
무르: 어라? 샤일록도 초대받고 싶은 느낌?
후후. 그날 기분에 따라서요.
네로: 그래도 그 소녀는 좀처럼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아. 귀찮기도 하고, 남과 관련된 것도 싫어서.
리케: 미지의 세계란…… 조금 무섭죠. 낯선 유혹이 있을 수도 있고, 망설여지는 기분은 저도 알아요.
클로에: 응.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까봐 신경쓰여서 …… 다리가 움츠러들어.
미틸: 그렇지만, 무섭지만 잠깐 밖에 나가보고 싶은 것 같은 ……. 아슬아슬하게 설레임이 동시에 다가와서 고민되어 버려요.
파우스트: 호기심과 공포심은 종이 한 장 차이. 산들바람 하나로 기울기가 변하는 저울같은 것이다.
시노: 그 소녀도 어딘가에 도착해서 새로운 세계를 알면 껍데기를 찢을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네.
히스클리프: 나도……. 시노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세계가 좁았을지도.
시노: 그건 나의 대사다.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거야. 언제든지 명령해줘도 상관없어.
히스클리프: ……여전하네, 시노는.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 무리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시노: 주군의 믿음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하지. 나는 너의 종자니까.
레녹스: 알 껍질의 밖은 온화한 날씨만이 아니야. 재미로 부수려는 심술궃은 사람도 있어. 소녀의 친구인 이상한 생물들은 알을 필사적으로 지켰지.
스노우: 하지만 알은 점점 차가워졌구먼.
화이트: 알 껍질 속에서 소녀는 자신이 무엇에 겁을 먹고 있는지 모르고 얼어붙은 채 잠에 빠질 뻔했네.
브래들리: 거기서 구세주가 등장. '나에게 맡겨라' 라고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
라스티카: 남자는 알을 살며시 껴안았다. 알을 따뜻하게 데웠어.
피가로: 그리고 때가 왔다.
카인: 모두의 마음을 확실히 받은 소녀는 알 껍질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해.
오웬: 밖에 나오자마자 새로운 친구를 만나다니. 그런 편리한 이야기가 있어?
카인: 있지 않을까? 분명, 이 세계 어딘가에는 말이야.
그런…… 어딘가 신기하고 기묘하고, 환상적이면서 훌륭한 그림책이에요.
그렇게 미스라를 올려다보니 눈을 껌뻑였다.
……으음. 듣고 있었나요?
미스라: ……너무 길어서 중간에 질렸어요.
오즈: 처음부터 거의 듣지 못했겠지.
미스라: 그렇지 않아요. 알이 나온 건 기억한다고요. 알은 좋죠. 구워도 삶아도 맛있고.
화이트: 뭐, 미스라치고는 잘됐네. 지금의 우리들, 보기 드물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노우: 지금의 우리들, 협조성도 확실했네.
카인: 설마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올 줄이야.
그때, 그림책 전시장 쪽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행사장에 찾아온 루카 씨와 아슬란 씨를 향한 박수였다. 조금 쑥스러운 모습의 루카 씨가 아슬란 씨 옆에 바짝 붙어있다.
루카 씨, 기운을 내서 다행이네요. 이따가 인사하러 가요.
루틸: 네. 후후, 아슬란 씨도 기뻐보여.
내방객: ……저기. 저 사람들, 그림책에 나오는 마법사들과 똑같지 않아?
문득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 주위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의상도 맞춘 마법사들은 꽤 눈에 띄었다.
내방객: 혹시 그들은 이 나라를 구해준 현자의 마법사들이 아닌가?
내방객: 오오, 정말이다! 퍼레이드에서 본 얼굴이야.
목소리가 들린 걸까, 구석에 빠지려고 한 시노에게 끌려나온 히스클리프가 약간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다. 약간 수줍은 듯 손을 흔드는 미틸과 클로에를 다정한 눈빛으로 지켜보며 피가로는 벽에 어깨를 맡기고 있다. 말을 걸어 악수에 응하는 아서와 카인. 꺄악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회장의 사람들에게 과자를 받은 듯한 쌍둥이가 웃는 얼굴로 펄쩍 뛰고 있었다. 미스라, 브래들리, 오웬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흥미로운 듯 전시물을 바라보다가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근처 부인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온 것이다. 아마도 샤일록과 라스티카가 우아하게 미소를 짓고 윙크라도 했을 것이다.
등을 바로잡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리케에게 재촉당해 네로도 관념한 듯 손을 흔들고 있다. 파우스트는 인파를 피하듯 쏟아지는 시선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전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옆에는 레녹스도 있었다. 당당한 오즈는 어쩌면 주목받고 있다는 의식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모두를 보면서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루틸: 현자님, 무슨 일이신가요?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나는 나도 모르게 뺨을 손으로 감쌌다. 히죽히죽 얼굴이 웃고 있었다.
……모두가 자랑스러워서요. 그게 너어어어무 좋아요.
내 말에 루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어어어무라니. 너무 힘을 준 것 같다…….)
루틸: 후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현자님도 저희의 자랑스러운 현자님인걸요.
그런. 아니에요. 하지만 기쁜 것의 전염…… 이라는 건 좋네요.
루틸: 네!
그들은 현자의 마법사. 이 세계를 지키고 마법 그림책의 세계와 한 어린 소녀를 구한 자랑스러운 나의 마법사들. 나는 조금 가슴을 펴봤다. 등이 쭉 뻗어서 기분이 좋았다.
……어라. 그러고보니 무르가 없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특별히 신바람이 날 것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샤일록: 숨바꼭질이래요.
에?
클로에: 거짓말! 어느 사이에 시작된 거야!?
루틸: 이 전시회장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가요?
시노: 시작한다면 적어도 한 마디 해달라고.
히스클리프: 꽤 넓기도 하고, 여기…….
오즈: 설산에서 하는 것보다는 안전하다. 얼어죽을 염려는 없다.
……아서. 설산에서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나요?
아서: 네. 옛날 일이지만요. 오즈 님을 놀라게 하고 싶어서 제가 멋대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발견되지 않아서 하마터면 얼음이 될 뻔했죠. 그 후로 엄청 혼났던 것도 좋은 추억이네요.
파우스트: 너의 개구진 에피소드는 도대체 몇 개나 있는거지……?
아서: 하하. 희대의 철학자 무르와 같은 사고라니, 황송하네.
카인: 어라, 오웬? 이상하네. 아까까지 있었는데.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씨! 어라……. 어디로 가버린 걸까.
클로에: 저기. 라스티카도 없는데…….
샤일록: 이런 이런. 모두들, 숨바꼭질을 그렇게 좋아할 줄이야.
레녹스: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별로 생각해본 적 없지만, 나는 숨는 것보다 찾는 것을 더 잘해. 잃어버린 양을 찾는 것은 익숙하니까.
시노: 헤에. 찾는 요령은?
레녹스: 찾을 때까지 찾는 것이지.
노신사: 아아, 여러분! 모두 모여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파티가 곧 시작되니 부디 즐기고 가주세요.
아래층에서 미틸과 리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아래층을 들여다보면 건너뛰며 파티장을 향해가는 쌍둥이의 모습도 보인다. 그림책 전시장에 있던 인파도 파티장으로 흘러간다.
브래들리: 나 배고픈데. 숨고 싶은 녀석들은 멋대로 숨게 내버려두면 되잖아.
네로: 뭐,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안 부르는 바람에 밥을 못 먹었다하면 뒤가 귀찮을 것 같단 말이지.
다들 변덕이 심하니까요. 잘못하면 숨바꼭질만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피가로: 좋잖아. 어울려주자, 숨바꼭질. 우리가 모여서 이런 장소에 오는 일은 잘 없고. 게다가 파티에 참가하면서도 숨바꼭질은 할 수 있어.
루틸: 네. 하죠! 호화로운 식사도 있고. 못 먹으면 아쉬워요. 게다가 …… 처음에 바라던대로 현자의 마법사 모두가 전시회에 올 수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잔뜩 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꽃향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봄바람이 마음속을 달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샤일록: 그러면 갈까요. 미아를 찾으러.
네!
불평이나 잔소리를 하면서도 왠지 즐거운 얼굴로 성 안에 흩어져가는 마법사들. 문득 뒷머리가 끌린 기분이 들어 되돌아본다. 완전히 조용해진 전시장에 멀리서 치솟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파티가 시작된 것 같아. 그림책이 열린 채인 것을 깨닫고 나는 살며시 그림책을 닫았다.
나에게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현자의 서에 써넣는, 아무렇지도 않는 그들의 나날과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이 그림책과 그것을 그려낸 한 마법사의 궤적처럼. 아름답고 애틋한 이별의 향기가 나는 지금은 아직 행복한 가화처럼 되지 못해도. 분명, 언젠가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로.
(이 그림책을, 이 이야기를 만나서 다행이야. 만나줘서…….)
고마워.
희미한 방울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표지에는 루카 씨의 글씨로 제목이 적혀있다. 그림책을 완성할때 루카 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기도의 시와 같은 아름다운 울림을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부디, 당신에게 무지개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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