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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메인 스토리

2부 12장 [풍요의 거리로]

1화 방울 소리가 나는 신기한 가게

 

카인: 으음, 어디였더라…….

 

리케: 삼각 코너를 돌면 끝에 나비 모티브의 액막이 방울이 있는 가게라고 했어요.

 

카인: 리케, 잘 기억하고 있네.

 

리케는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리케: 샤일록 파이프에도 나비가 붙어 있을 거예요. 세트겠죠.

 

아서: 아, 저기인가.

 

아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비를 본뜬 방울이 딸랑딸랑 흔들리고 있는 가게가 있었다. 처마 끝을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세공을 한 파이프가 예쁘게 늘어서 있다. 가게 안쪽에서는 누군가 파이프 잎을 새기고 있는지 서걱서걱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카인: 여. 잠깐 괜찮겠나.

 

점주: 더 가까이 다가와.

 

가게 안쪽에서 돌아온 것은 음침해 보이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점주: 너희들, 마법사잖아.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가게 안쪽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순간 이상한 일이 생겼다. 풍요의 거리가 한순간에 밤이 되었다.

 

카인: 에!?

 

점주: 괜찮아. 눈을 가렸을 뿐이니까.

 

다음에 들린 것은 젊고 쾌활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리케가 소리를 질렀다.

 

리케: 할아버지였는데 젊은 여자가 되었어요.

 

서쪽 마법사답다고 하면 서쪽 마법사다운 인물이지만 꽤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나는 약간 억지로 악수를 청했다.

 

카인: 현자의 마법사 카인이야. 샤일록의 소개로 왔어. 당신은…….

 

실웨스: 실웨스. 실이라고 불러.

 

움켜쥔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살집이 좋은 요염한 여자가 있었다. 회색 눈동자가 신비하고 아름답다. 얼굴에도 손가락에도 목에도 액세서리가 잔뜩 달려 있다. 그녀는 애교스럽게 피식 웃었다.

 

실웨스: 만나서 반가워.

 

카인: 나도야, 실.

 

그녀는 곧 미소를 지우고 겁먹은 표정으로 턱을 당겼다. 그리고 쏜살같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실웨스: 있잖아, 오즈나 미스라 같은 엄청난 녀석이 오고 있어. 알아. 임무 때문이지? 샤일록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하는데 무리야. 매번 흔들려. 샤일록은 잘 지내고 있어? 오늘은 같이 올 줄 알았는데. 그는 풍요의 거리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2화 마음이 맞는 두 사람

 

실웨스: 어쩔 수 없어. 그는 정치를 싫어하고 신주의 환락가의, 뭐랄까. 찰나적이고 덧없는…… 물거품의 꿈? 그런 분위기가 어울리니까. 권력이나 재력으로는 잡을 수 없는 느낌. 그래도 풍요의 거리는 좋아한다고 그랬었어.

 

리케: 샤일록의 파이프는 당신이 만든 건가요?

 

실웨스: 아니, 아니야. 아가야.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동경해서 따라하는 거지. 그는 내 파이프를 칭찬해줘. 하지만 사용해주지는 않아. 그런 점, 참을 수 없지.

 

리케: 알아요.

 

카인: 알아!?

 

아서: 아는 거야!?

 

리케: 예전에 제가 그린 캐리커쳐를 그는 매우 칭찬해 줬어요. 하지만 가게에 장식해 달라고 했더니 거절당했거든요,

 

실웨스: 싫다, 멋있어……. 그 모습이 눈에 띄지. 유혹하는 주제에 매끄럽지 않은 점 너무 좋아.

 

리케: 목소리도 얼굴도 상냥하지만 응석을 받아주지 않는 점, 큭…… 이 되어버려요. 하지만 언젠가 꼭, 하고 몸이 분발하게 되어버리죠. 이것이 참을 수 없다는 감정…….

 

아서: 그런가……. 나는 아직 잘 모르지만…….

 

카인: 실, 궁금한 게 있어. 샤일록의 이야기는 나중에.

 

실웨스: 좋아. 너희들에게 잘 대해달라고 했으니까.

 

실웨스는 파이프를 물고 깊이 연기를 들이마셨다. 뚝 하고 가게 안쪽에서 물소리가 울린다. 무언가 증기를 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말을 시작했다.

 

카인: 최근 달라진 건 없어? 특히 서쪽 나라의 왕궁에서…….

 

실웨스: 있지. 그런데 '거대한 재앙' 에 관련된 일이야? 당신, 중앙 나라의 군인이잖아.

 

카인: 샤일록에게 들은 건가?

 

실웨스: 행동으로 알 수 있어. 서쪽 나라의 정부는 좋아하진 않지만 다른 나라에게 팔 정도는 아니야. 샤일록도 분명 이 거리가 중앙 나라가 되면 슬퍼하겠지. 그러니까 먼저 질문에 대답해줘.

 

그녀의 분명한 말투는 기분이 좋았다. 속을 더듬는 것보다 더 잘해.

 

카인: 알았어. 대답할게. '거대한 재앙' 과 관련이 있는가 하면 알 수 없어. 하지만 떠들썩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어. 현자의 마법사로 중앙 나라의 왕자님이 계셔. 

 

리케는 아서를 올려다보았다. 아서는 조용히 서있다.

 

카인: 서쪽 나라의 왕가에 뭔가 불온한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면 전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3화 왕족의 변사

 

카인: 그게 가장 큰 이유야. 알려주지 않을래?

 

실웨스: 흠……. 꽤 중요하게 이야기 하는구나.

 

그녀에게 지적을 받고 나는 이상하게 쑥스러워졌다. 아서의 낌새를 살피면서 초조해져 변명처럼 말한다.

 

카인: 그거야 중요한 주군이니까. 마음 고생도 많은 편이고,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

 

실웨스: 냉혹하고 무서운 왕자 아니야? 오즈에게 자랐다고 들었어.

 

리케: 완전 달라요! 아서 님은 훌륭한 분이십니다.

 

실웨스: 너도 만난 적이 있니? 그쪽의 당신은?

 

아서: 아, 음……. 그게……. 실웨스, 실은…….

 

카인: 아티, 가만히 있어. 이 녀석은 아직 만난 적이 없어. 신인이니까.

 

실웨스: 어머, 그렇구나.

 

리케: 아티가 신인이라는 건 제가 선배님이라는 건가요?

 

아서: 그, 그런 것 같아요. 리케 선배……. ……아니, 하지만, 역시…….

 

아서가 하소연하듯 나를 올려다본다. 그는 정직하게 이름을 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성실해 보이는 실웨스에게 성의로 보답하고 싶어지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곳은 신중하게 진행해야 돼.

 

카인: 아무튼 말썽을 피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우지 않기 위해서 묻고 싶은 거야.

 

실웨스: 알았어. 샤일록 소개니까 믿어줄게.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파이프를 들었다. 새긴 잎이 둥둥 떠올라 파이프 끝에 가라앉아 간다.초록과 보라색 불꽃이 타오르고 연기는 나지 않은 채 숲과 포도 향이 나기 시작했다.

 

실웨스: 정식으로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요즘 서쪽 나라 왕족들이 계속 죽고 있는 것 같아.

 

카인: ……어째서? 전염병인가? 아니면 말하기 힘들지만, 궁정 음모에 의한 독살…….

 

실웨스: 몰라. 국왕 폐하께서는 무사한 것 같은데 왕위 계승자들만 줄줄이…….

 

아서: 왕위 계승자뿐……. 실웨스 공, 왕홀의 저주라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실웨스: 알고 있어. 왕홀을 손에 쥐면 사람이 변해버린다, 라는 거지?

 

아서: 네. 만약 저주가 관련되어 있다면 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서쪽 왕가의 레갈리아는 서쪽 왕가의 권위 그 자체……. 서쪽 왕가에 마법에 대해서 조언이 허용되는 마법사가 있을까요?


 4화 소용돌이치는 의심

 

실웨스: 들어본 적은 없네. 지금은 무르도 궁정에 없고 마법 과학이 더 중요하니까. 게다가 왕홀의 저주는 그냥 소문이 아닐까 싶어.

 

아서: 어째서죠?

 

실웨스: 왕족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사람이 국왕이나 여왕이 되는 걸. 중책으로 사람이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아.

 

아서: ……. 

 

아서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묻는 것처럼 나를 돌아본다. 아서가 무엇을 묻고 싶은건지 나는 몰랐다.

 

실웨스: 왕족의 괴사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왕홀의 저주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 궁정의 응모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다음 왕위 계승자는 코르테제 가문의 릴리아나 공주. 그녀를 업고 누가 이득을 봐? 아무도 얻지 못해. 코르테제는 강력한 후원도 유명한 야심가도 없어. 식물원밖에 없는 한가로운 곳이고. 이득을 본다면 중앙 나라의 아서 왕자 정도지.

 

아서: 내가?

 

실웨스: 내가?

 

아서: 아, 제가 뵌 적이 없는 아서 왕자가 이득을 본다? 그건 어째서일까 하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아서가 필사적으로 속임수를 쓴다. 나도 심장이 뛰었어.

 

카인: 릴리아나 공주가 계승자가 되면 아서가 왜 이득을 보는 거지?

 

실웨스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실웨스: 중앙 나라는 부유한 강국이 된 서쪽 나라의 대두를 두려워하고 있어. 거기서 중앙 나라의 아서 왕자와 차기 여왕인 릴리아나가 약혼하면 중앙과 서쪽의 국교는 평안하겠지?

 

카인 / 리케: 약혼?

 

아서: 약혼……?

 

실웨스: 그래. 화창한 시골 아가씨가 여왕이 되어 기뻐하는 것은 서쪽을 약화시키고 싶어하는 이웃 나라 정도. 궁정 음모에 의한 독살이라면 중앙 나라의 소행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납득이 가. 중앙 나라의 군인 씨.

 

나는 내심을 깨닫지 못하게 눈썹을 치켜들고 선뜻 웃었다.

 

카인: 재미있는 추리지만 하나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 독살이나 음모는 중앙 나라의 기질이 아니야.

 

실웨스: 뭐, 그건 그렇네.

 

카인: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한 서쪽 나라가 의심을 할 만해. 아서 전하를 모시고 가지 않겠어.

 

실웨스: 그게 좋을 거야.

 

카인: 고마워, 실. 굉장히 참고가 됐어. 다음에는 샤일록이랑 같이 올게.

 

실웨스: 기쁘네. 그에게 안부 전해줘.


5화 너를 보고 있다

 

카인: 물론.

 

말이 빨리 나오는 것을 참고 상냥하게 악수를 하고 나서 천천히 등을 돌린다. 사실은 아서의 팔을 잡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힐끗 뒤를 돌아본다.

 

실웨스: 조심해, 색남 군인 씨. 리케 선배님하고 신인 아티.

 

미소를 머금은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가게 안쪽의 아득한 곳에서 회색 눈동자의 키 큰 남자가 파이프를 닦고 있었다.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한 걸음 발을 내딛으면 풍요의 거리의 낮의 모습이었다. 다시 한 번 등뒤를 돌아본다. 가게는 없어져 있었다.

 

 

 

 

 

 

 

오웬: ……여기 있는 사람들, 어디서 오는 거야……?

 

오즈: ……어디서 오는 건지…….

 

오웬: 어디로 가는 거야?

 

오즈: ……모르겠군. ……사람이 이렇게나 늘어날 줄이야…….

 

오웬: …….

 

오즈: ……너는 언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지…….

 

아이: 아저씨, 이거 주세요!

 

점주: 감사합니다! 거스름돈이다. 또 와.

 

오웬: …….

 

오즈: 이 가게인가……. ……예쁜 색이란…….

 

오웬: 아…….

 

오즈: 뭐지.

 

오웬: ……아니…….

 

오즈: ……원하는 것이 있나.

 

오웬: 그게…….

 

아이: 주세요! 이거랑 이거, 이거!

 

점주: 안녕하세요! 떨어뜨리지 마! 자, 거스름돈!

 

아이: 고마워!

 

오웬: ……다들 반짝반짝한 걸……. 받고 있어…….

 

오즈: ……동전을 원하는 건가.

 

오웬: ……?

 

오즈: 이거다. 둥글고 빛나고, 연마된 광물…….

 

오웬: 줄 거야?

 

오즈: 아아.

 

오웬: ……저 사람한테 줘도 돼……?

 

오즈: 아아. 좋아하는 걸 골라라.

 

오웬: ……역시, 됐어…….

 

오즈: 다녀오거라. 여기서 너를 보고 있을 테니.

 

오웬: …….

 

오즈: 걱정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으면 금방 내가 가겠다.

 

오웬: 정말로……?

 

오즈: 아아.

 

오웬: ……여기 있어줄 거야……?

 

오즈: 여기에 있겠다. 여기서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 다녀 오렴.


6화 부르면 눈앞에

 

오웬: 알았어.

 

오즈: …….

 

오웬: 저……. 음…….

 

점주: 뭐야?

 

오웬: …….

 

점주: 전부 맛있어! 천천히 골라도 돼.

 

오웬: 음……. 그게……. 이거 주세요…….

 

점주: 좋아! 이거, 제일 잘 나가는 거야! 자, 거스름돈.

 

오웬: ……아……. 고마워요.

 

점주: 다음에 또 와!

 

오웬: ……이거 받았어!

 

오즈: 그렇군. 잘했다.

 

오웬: 에헤헤……. 제일 잘 나가는 거…….

 

오즈: 다시 리케의 몫을 사와라. 노란색이랑 초록색이랑 파랑과 빨강……. ……할 수 있겠나?

 

오웬: 할 수 있어! 나, 할 수 있어.

 

오즈: 그렇군.

 

오웬: 응! 에헤헤…….

 

 

 

 

 

 

풍요의 거리의 주민에게 탐문을 해도 실웨스로부터 들은 것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왕족들의 급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왕족의 장제라면 어느 정도 대대적으로 고지될 텐데 그것도 삼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카인: 이제 마법 과학 병단 본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요한 니콜라스에 대해서도. 아서, 너는 돌아가는 게 좋겠어. 본부에는 데려갈 수 없어.

 

아서에게 반대당하지 않도록 평소보다 강한 어조로 고한다.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 ……그렇지.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어.

 

리케: 민폐라니……. 돌아가시는 건가요?

 

아서: 미안해. 니콜라스나 노바의 일에 대해 알게 된다면 들려줘.

 

카인: 오즈를 부를게. 서쪽 탑까지 오즈에게 데려달라고 하자. 

 

아서: 그렇게 할게.

 

아서는 힘없이 웃었다.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오즈를 불렀다.

 

카인: 오즈! 오즈, 있어!?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몰라서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다음 순간, 오즈가 눈앞에 있었다.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오즈: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안다.

 

나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놀란 나머지 눈과 입을 벌리고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낯을 가리고 있던 오웬이 찰싹 오즈에게 붙어 있었다. 오즈의 등에 숨으면서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매달리고 있다. 오즈는 오웬을 돌아보며 잔잔하게 속삭였다.

 

오즈: 그들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었나?

 

오웬: 건네줘…….


7화 할 말을 잃고

 

오웬은 머뭇머뭇 리케와 아서 앞으로 나왔다. 종이로 포장한 무언가를 건넨다.

 

오웬: 이거…….

 

리케: 와아! 고마워요. 벌써 먹은 건가요? 맛있었죠?

 

오웬: 응…….

 

아서: 고마워, 오웬. 리케의 말대로 예쁜 색이네. 소중하게 먹을게.

 

오웬: 응!

 

오웬은 활짝 웃으며 부끄러운 듯 오즈 뒤에 숨어버렸다. 여기까지 한 번도 기사님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나는 왠지 묘하게 초조해졌다.

 

카인: 어이, 꽤 친해졌네.

 

오즈: ……나한테 말하는 건가?

 

카인: 믿을 수 없다거나 감시하겠다더니 친해졌구나?

 

오즈: 친해지지 않았다.

 

문득 오즈는 고개를 돌렸다. 오웬이 불안한 듯 오즈를 올려다본다. 잠시 망설이다가 오즈는 오웬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오웬의 둥근 머리를 쓰다듬는다. 진심으로 기쁜 듯이 오웬은 웃었다. 콱 오즈의 팔에 달라붙어 그 자리에서 뛰어오른다.

 

오웬: 에헤헤…….

 

나는 아연실색했다. 아서는 아연실색했다. 말을 없애고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서: 아…….

 

아서는 주문을 외우지 않고 빗자루를 꺼냈다. 오즈가 눈을 깜빡인다.

 

오즈: 어디로 가나.

 

당황한 듯 아서가 대답했다.

 

아서: 서쪽 탑까지 갑니다.

 

오즈: 너 혼자서? 내 마법으로 이동…….

 

아서: 걱정 마세요. 괜찮습니다. 카인, 리케. 나머지는 부탁해.

 

리케: 에? 아, 네.

 

바람을 일으키며 아서는 순식간에 하늘 위까지 날아갔다. 시선을 하늘에서 내리고 리케가 오즈를 가볍게 노려본다.

 

리케: 눈치가 없네요. 오즈의 마법이라면 순식간에 갈 수 있을 텐데.

 

오즈: ……그…….

 

카인: 지금이라도 데려다 주는 건 어때? 자, 오웬. 이리 와.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면 오웬은 난처한 표정으로 오즈 뒤에 숨었다.

 

오웬: …….

 

카인: 에?

 

내민 손이 갈 곳을 잃고 허공을 긁는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오즈와 오웬의 사이가 잘 되도록 마음을 졸였을 텐데.


8화 되살아나는 얼음의 눈동자

 

오즈는 잠시 생각하다가 오웬을 억지로 뗴어내고 나에게 맡기려고 했다. 오웬이 약하게 눈썹을 숙이고 비명처럼 호소했다.

 

오웬: 싫어……. 두고 가지 마…….

 

오즈: 금방 돌아오지.

 

오웬: 하지만…….

 

오즈: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지켜줄 테니.

 

오웬: …….

 

온화하고 흔들리지 않는 말에 오웬이 투정 부리는 것을 멈췄다. 얌전히 오즈를 올려다본다. 그 눈빛에는 천진난만한 믿음마저 있는 것 같았다. 오즈는 오웬의 어깨를 감싸안고 내 앞에 놨다. 다음 순간, 사라져 버렸다.

 

카인: …….

 

내가 지켜줄 테니.

 

카인: (오즈가 말한다면 진짜겠지. 오즈보다 강한 마법사는 없어……. 그렇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지?)

 

가슴 속을 마른 바람이 달려갈 것만 같았다. 아서나 오웬을 생각해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마음을 흔들어봐도 오즈의 한마디에 당하지 못한다. 무력감 같은 걸 살짝 안아주면서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면…… 얼음 같은 눈동자로 오웬이 노려보고 있었다.

 

오웬: …….

 

카인: 우왓, 깜짝아!

 

두고 가서 그런 건가? 순간 리케의 가느다란 팔을 끌어당겼다.

 

카인: 리케, 내 뒤로!

 

리케: 와!? 뭐예요!?

 

나는 리케를 등 뒤로 감쌌다. 이런 눈빛을 한 오웬에게 케르베로스에게 공격당한 적이 있다. 칼자루에 손을 걸었을 때, 싸늘한 오웬의 눈빛이 흠칫 좌우로 움직였다.

 

오웬: ……여기는 어디야?

 

그의 말투에는 유치함이 없었다. 안심하고 가슴을 쓰다듬는다. 평소의 오웬으로 돌아왔어.

 

카인: 뭐야, 너구나…….

 

오웬: 하?

 

리케: 여기는 풍요의 거리예요. 소용돌이 사탕 먹을래요?

 

오웬: 하? 풍요의 거리? 먹을 건데.

 

리케: 아, 그렇게나……!

 

오웬은 손바닥에 사탕을 떠서 단번에 입에 넣었다. 입 안이 꽉 찬 바람에 오웬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오웬: …….

 

카인: 아…….

 

싸늘하고 이색적인 두 눈으로 무심하게 나를 째려보고 사라져 버렸다.


9화 제의한 거래

 

그가 사라진 후, 작은 돌이 소용돌이치며 땅바닥에 굴렀다.

 

리케: 정말이지……! 아까까지의 오웬은 상냥했는데.

 

그렇지, 라고 말하려다가 말을 하지 못했다. 풍요의 거리에서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아서: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즈: 어째서 서쪽 탑에.

 

아서: 사정이 바뀌어서……. 이대로 그랑벨 성으로 돌아갑니다.

 

오즈: 그러면 중앙의 나라까지 데려다 주지.

 

아서: 아뇨, 괜찮습니다. ……저……. 오즈 님, 저는 변했나요?

 

오즈: 아아.

 

아서: ……그렇군요…….

 

오즈: 키가 컸다.

 

아서: ……그 외에는?

 

오즈: 뭘 낙심하고 있지? 얼굴이 얌전하다.

 

아서: 얼굴이 얌전해? 평소에는 시끄럽나요?

 

오즈: 너는 눈썹도 코도 입도 웃고 있다.

 

아서: ……아하하……. 그럼 됐어요. 얼굴이 너무 얌전해졌다 싶으면 알려주세요, 오즈 님.

 

오즈: 아아.

 

아서: 모두를 잘 부탁드립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오즈: 물론이다. 노바의 돌을 가지고 돌아가지. 그랑벨 성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피가로: ……현자의 서라……. 일지를 쓰는 건 오랜만이네.

 

피가로: ……시노인가. 들어와.

 

시노: 피가로.

 

피가로: 무슨 일이야? 이제부터 비오는 거리로 가는 게 아니었나?

 

시노: 이제 갈 거야.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피가로: 뭔데?

 

시노: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들었어. 기억 조작을 잘한다며.

 

피가로: 누가 그랬어?

 

시노: 쌍둥이가.

 

피가로: 말이 많네. 뭐, 조금은.

 

시노: 일부만 지울 수도 있을까?

 

피가로: 경우에 따라서는.

 

시노: ……알았어. 거래를 하지.

 

피가로: 거래?

 

시노: 앞으로 나도 본의는 아니지만 어떤 인물의 기억의 일부를 지워달라고 하게 될 때……. 너에게 의뢰하고 싶어. 대가는 무엇이든 치를게.

 

피가로: 하하……. 안 할 거야.

 

시노: 어째서.

 

피가로: 파우스트에게 혼나니까. 게다가 대가는 뭐든지 치르겠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아. 마법사 상대로는.

 

시노: 나에게는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있는 건 이 몸 뿐. ……그렇지. 손톱을 줄게. 필요하다면 머리카락이나, 피도…….

 

피가로: 에에……?

 

시노: ……윽.

 

피가로: ……아아, 잠깐! 됐어 됐어. 이제 그만해. 그럼 손톱만 받아놓을게.

 

시노: 거래 성립인가?

 

피가로: 안 할 거야, 이런 걸로. 기껏해야 입막음용이지. 누구의 기억을 빼앗고 싶은 거야? 히스클리프? 그에게 무슨 심한 짓이라도 했어?

 

시노: 심한 짓을 하는 것은 언제나 진실이지. 나는 그 녀석을 지킬 거야.

 

피가로: …….


10화 합당한 대가

 

시노: 지독한 진실을 알게 되어 만약 히스가 견딜 수 없게 될 때…… 그 녀석의 기억을 빼앗아줬으면 좋겠어.

 

피가로: ……합당한 대가가 준비되면 생각해볼게.

 

시노: 합당한 대가?

 

피가로: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너를 저주로 죽이기 위해서는 이 손톱이면 충분하지만.

 

시노: 뭐가 필요해?

 

피가로: 지독한 진실로부터 친구를 지킬 수 있는 너.

 

시노: ……없으니까 부탁하고 있는 거야.

 

피가로: 자,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는 진실에 짓눌릴 거야. 자, 손가락 내밀어. 손톱을 고쳐줄게.

 

시노: ……성인군자인 척 하지 마. 너는 어떤데!?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친한 인간의 기억을 빼앗은 적 정도는 몇 번이나 있었겠지!

 

피가로: '폿시데오'

 

시노: ……고치지 않아도 됐는데. 시키지도 않은 짓 하지 마. 시킨 일은 하지 않으면서.

 

피가로: 시노. 기억의 복원을 반복하면 그것은 친구가 아니게 돼. 사람의 형상을 한 자기에게 편한 도구지. 이윽고 그런 것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돼.

 

시노: 나를 위해서 히스의 기억을 빼앗는 게 아니야. 모두 히스를 위해서야.

 

피가로: 짐작이지. 그건 너를 위한 거야.

 

시노: 아니야.

 

피가로: …….

 

시노: 너에게는 부탁하지 않아. 이 일은 발설하지 마.

 

피가로: 약속은 할 수 없어.

 

시노: 피가로. 지금은 아직 너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10년 후에는 반드시 이겨주겠어.

 

피가로: 대단한 자신감인 걸.

 

시노: 그때를 생각해서 후회 없는 언동을 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피가로: 부탁드립니다는?

 

시노: 절대 말 안 해.

 

피가로: 시노.

 

시노: 응?

 

피가로: '폿시데오'

 

시노: …….

 

시노: ……어라……. 여기……. 피가로……?

 

피가로: 여어, 시노.

 

시노: ……나에게 마법을 건 건가?

 

피가로: 기억 안 나? 손톱 고치러 왔잖아? 봐, 여기.

 

시노: ……정말이다. 피가 마른 자국이 있어. 손톱이 벗겨졌구나.

 

피가로: 다 나았어. 감사합니다는?

 

시노: 감사합니다.

 

피가로: 착하네. 이제 임무지? 조심히 다녀와.

 

시노: 아아. 이제 마음 놓고 맹활약할 수 있껬어. 그럼.

 

피가로: 응, 힘내. ……아, 맞다. 시노.

 

시노: 응?

 

피가로: 앞으로 몇 시간 후에 갑자기 뭔가 생각나는 게 있을지도 몰라.

 

시노: 무슨 소리야?

 

피가로: 그러면 내가 말한 의미도 알 테니까. 잘 생각해.

 

시노: 흥. 잘 모르겠지만 알았어. 그럼.

 

피가로: 네네.

 

피가로: ……서프라이즈로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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