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June 2, 2022
6月5日(日)18:00よりイベント「花雨をシェリーと見上げて」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ファウスト・ヒースクリフ・ネロのカードが期間限定で登場🧙♀️
これから二人がずっと幸せでいられるように――。#まほやく pic.twitter.com/7qCOTLZiuu
6월 5일 18:00부터 「꽃비와 셰리를 올려다보며」 를 개최예정! 가챠에는 SSR 파우스트・히스클리프・네로의 카드가 기간한정으로 등장🧙♀️
마법관에 도착한 것은 동쪽 나라의 변경에 있는, 마법사를 거부하는 마을로부터의 의뢰. 행복한 결혼식을 맞기 직전 홀연히 사라진 연인의 수색이었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사랑은 쉽지 않다. 그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어버리니까.
앞으로도 계속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1화
리케: 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카인 / 히스클리프: 으음…….
레녹스: 글쎄…….
안뜰을 지날 때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조금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여러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레녹스: 현자님.
리케: 맞다. 현자님의 의견도 듣고 싶어요. 현자님은 마법사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
카인: 우리도 지금 리케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았어.
히스클리프: 결혼은 약속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수업에서 배웠다고 해요. 그래서 지나가던 저희에게 물어본 거라고.
리케: 지금까지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로 미래를 다짐하는 결혼은 오랜 약속이기도 해요. 교단에도 인간 부부는 있었고, 콕로빈과 카나리아의 화목한 모습은 저도 좋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들 맹세를 지키면서 함께 있는 건 마찬가지죠.
리케: 그렇다면 마법사도 결혼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즈에게 그건 경솔한 생각이라고 들었어요. 현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나는 당황해 버렸다. 마법사에게 결혼은 인간끼리보다 훨씬 위험이 따르는 행위라고 들었다. 맹세한 사랑을 어기면 마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히스클리프: 확실히, 결혼도 약속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신중해질지도 모르겠네…….
레녹스: 그렇네. 위험을 수반하는 건 틀림없어.
카인: 아아.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짓없는 마음의 증거가 되기도 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의 상대가 아니라면 결혼을 생각해서는 안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되는 상대를 만났다면…… 절대 놓지 않고 후회하지 않도록 결혼이라는 약속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결혼이라는 미지의 경험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주 그다운 성실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카인: 뭐, 나도 아직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으니까 틀린 답일 수도 있겠지만.
쓴웃음을 짓는 카인 옆에서 리케는 먼 나라의 말을 빗대듯 중얼거렸다.
리케: 거짓없는 마음을 나타내고 싶은 상대…….
금방은 감이 안 오죠? 본인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도 물론 존중해야 하고요.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관계가 되는 것도 대단한데, 그 이상이 된다면…….
아……. 그러고 보니 레녹스는 이전에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었죠.
레녹스: 제가?
네. 옛날에 키웠다는 목양견의…….
전에 그에게서 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멋대로 화제로 꺼내버렸다. 하지만 레녹스는 그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레녹스: 아아, 그 이야기요. 기억해 주셨군요.
리케 / 히스클리프: 그 이야기?
레녹스: 나는 과거에 한 번 결혼하면 이런 녀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파트너가 있었어. 온화한 성품의 영리한 목양견이었지.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것 같은……. 물론 연애 같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카인: 그렇구나……. 너에게 있어서는 같이 나아가고 싶었던 상대인가.
결혼해도 돼. 그렇게 생각할 만한 상대도, 감정도, 우리는 아직 만나지 못했을수도 있따. 하지만 보따리를 정중히 풀며 말한 레녹스의 목소리는 매우 따뜻하게 가슴을 울렸다.
히스클리프: 앞으로 내가 결혼할지 어떨지도 아직 모르지만, 만약 그런 상대를 만난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히스클리프가 뚞뚝 말을 내뱉었을 때 여러 발소리와 목소리가 다가왔다.
파우스트: 그게 아니라고 말하잖아.
시노: 나는 속지 않아. 어차피 늘 하던 어린애 취급이 뻔해.
네로: 그러니까 애 취급 같은 건 안 한다고.
동쪽 마법사들이 뭔가 말을 주고받으며 이쪽으로 온다. 파우스트와 네로에게 시노가 대드는 것 같다.
히스클리프: 시노, 무슨 일이야. 두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시노: 히스. 마침 잘 됐다. 들어줘. 아까 동쪽 마법사 앞으로 임무가 도착했어. 그런 데 이 녀석들 둘이서만 간대. 우리를 두고.
히스클리프: 에…….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한 히스클리프에게 시선이 쏠리자 파우스트와 네로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히스클리프: 혹시 임무지는 위험한 장소인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함께 가게 해주세요.
네로: 아니, 위험하다고나 할까…….
파우스트: 성가신 임무임에는 틀림없어. 너희 손이 필요할 때는 물론 말을 걸 거다.
시노: 그렇게 공을 독차지할 셈이지.
파우스트: 그게 아니야. 지금 말한 대로 이번 의뢰처는 조금 귀찮은 사정이 있는 마을이야.
브래들리: 하. 과보호도 적당히 하지.
웃음소리에 돌아보니 우리 뒤에 어느새 브래들리가 서있었다.
카인: 그 목소리, 브래들리인가?
리케: 언제부터 거기에…….
브래들리: 방금 재채기로 왔다. 가까운 곳이라서 살았네.
카인이 내미는 손에 흐르듯 하이파이브를 하며 브래들리는 동쪽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익살스럽에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브래들리: 귀찮을 때마다 어린 녀석들을 멀리하는 건 쉬워. 하지만 영원히 이 녀석들의 부적을 할 작정이냐? 만약 너희가 없는 상황이 온다면 어떡할거지? 상냥하고 상냥한 동쪽 마법사들아.
아픈 곳을 찔린 듯 파우스트와 네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시노: 파우스트. 조금은 우리를 신뢰해. 보호받을 만한 애송이로 보이나?
히스클리프: 선생님이 저희를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위험한 장소나 임무도 경험해서 강해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부탁드립니다. 같이 가게 해주세요.
파우스트: …….
그때 관망하던 카인과 레녹스가 젊은 마법사에게 동조하듯 옆에 섰다.
카인: 파우스트들이 두 사람을 걱정하는 것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하는 것도 알아. 그렇다면 우리도 동행하는 건 어때? 마력에서는 시노에게 뒤쳐질지는 몰라도 그만큼 경험과 지식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레녹스: 저도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일손은 많으면 서로 도울 수 있고 위험도 피하기 쉬울 거예요. 제가 참견할 입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노도 히스클리프도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케: 아무 상의 없이 두고 간다고 하면 저도 오즈에게 항의하러 가요. 서로 같은 나라의 마법사니까 시노나 히스클리프를 더 의지해도 되지 않을까요?
마법사들은 설명을 구하기 위해 파우스트와 네로를 에워싸고 있다. 상황이 나쁘다고 짐작한 네로는 약해진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네로: 아니,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마력이라던지 강함이라던지 그런게 아니라……. 단순히 내키지 않는다고나 할까. 가지 않아도 된다면 그게 낫다는 느낌의 장소야.
……무슨 뜻인가요?
브래들리: 됐으니까 확실하게 말해.
파우스트와 얼굴을 마주보며 네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포기한 듯 숨을 내쉬고 파우스트가 말을 이어간다.
파우스트: 이번에 의뢰를 남긴 곳은 동쪽 나라에 있는 한 마을이다. 동쪽 나라는 마법사에 대해 원래 부정적인 땅이지만 의뢰의 마을은 그 경향이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네로: 싫어하기는 커녕 적의마저 품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서 평소에는 마법사가 들어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마을이야.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가 작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동쪽 나라의 영주로 태어나 마법사라는 처지에 고민해 온 그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일 것이다. 파우스트들의 입이 무거웠던 이유가 이해가 되어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파우스트: 가봤자 기분 좋은 장소가 아니야. 무리해서 따라오지 않아도…….
시노: 간다. 그 정도로 겁 먹을까 보냐.
히스클리프: ……저도 가겠습니다.
시노: 히스. 너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시노의 시선에 히스클리프는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히스클리프: 저도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의뢰가 온 이상 그곳이 어떤 장소라고 해도 당당하게 역할을 하고 싶어요.
2화
파우스트: ……알았다. 따라올 거라면 내 말을 들을 것. 그리고 멋대로 행동하지 말 것.
히스클리프: 네……!
시노: 맡겨둬.
작게 한숨을 내쉬고 파우스트는 카인과 레녹스를 바라보았다.
파우스트: 마을에서는 아마 마법을 쓰면 귀찮은 장면이 나오겠지. 그러니 행동을 잘하는 너희 같은 마법사가 와주면 솔직히 도움이 될 거야.
카인: 아아, 물론.
레녹스: 꼭 모시고 가겠습니다.
리케: 그러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리케도?
브래들리: 이야기 듣고 있었냐, 작은 녀석. 피크닉 가기엔 적합하지 않은 마을이라고.
리케: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들을 이끄는 것도 저의 사명이에요. 게다가 교단에서 저도 많은 분들과 관여해 왔으니까요! 그 경험을 살려 네로들을 도와줄 수 있어요.
네로: 그렇구나. 마음은 고맙지만 무리하지 마. 유쾌한 경험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아……. 리케가 간다면 일단 오즈에게 보고해야 하나…….
그런데 파우스트, 그 의뢰의 내용은……?
파우스트: 사람 찾는 일이다. 조만간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던 신부가 실종된 모양이더군.
의뢰처인 마을은 북쪽 나라와 가까운 험준한 산맥 기슭에 있었다. 동쪽 탑에서 빗자루를 타고 며칠 걸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시노: 생각보다 머네.
히스클리프: 동쪽 나라 중에서도 끝쪽이니까.
브래들리: ……정말이지, 이렇게 멀다고는 듣지 못했다고. 어이 현자. 아무거나 쏜다고 했던 얘기, 기억하겠지. 각오해둬.
사, 살살 부탁드려요…….
네로: 현자 씨에게 기대지 마. 저녁에 치킨 만들어주겠다고 했잖아.
리케: 브래들리. 대가를 목적으로 한 봉사는 마음이 더러워져요. 그 이상 더러워지고 싶지 않죠?
브래들리: 더럽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하지 마.
마을의 소문에 일말의 불안함을 느낀 나는 혹시 모르니 브래들리게에 동행을 부탁했다. 마력이 강할 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익숙한 그가 일행에 합류한다면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하고 의논했고, 파우스트가 응해줬다.
(스노우들이 협상해줘서 다행이야. 식사를 대접하는 것만으로는 브래들리도 아마 움직이지 않아줬을 거고…….)
처음엔 귀찮다고 머뭇거리던 브래들리지만 스노우와 화이트가 사면을 대면서 그를 끌어낸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임무는 동쪽 마법사들과 브래들리, 리케, 레녹스, 카인이라는 특이한 조합이 되었다.
레녹스: 바람이 차가워졌는데 춥지는 않으신가요?
빗자루에 태워주고 있는 레녹스가 뒤돌아본다.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클로에가 만들어준 옷에 미리 마법을 걸어줘서.
카인: 좋지, 이 옷. 이대로 결혼식에 초대받아도 곤란하지 않을 것 같아.
히스클리프: 마을 이야기를 들은 클로에가 신경을 써서 마법사답지 않은 옷을 만들어줬대.
마을의 특성상 마법사는 환영받지 못한다. 이번에는 그다지 마법사라고 의식시키지 않는 차림으로 나가게 되었다.
리케: ……아. 저기인가요.
숲과 초원이 한결같이 이어진 눈앞의 풍경에 건물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우스트: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군.
시노: 이건…….
마을에 접근한 우리는 반쯤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분위기였다. 높은 울타리가 빙 둘러 마을 주위를 에워싸고 바깥에서 온 자를 위압한다. 취락이라기보다는 성채에 가까운 허전함이다. 들어가기 전부터 이 마을의 경계심이 강하다.
리케: 이게 마을……?
카인: 꽤 엄중하네…….
울타리는 빈틈없이 설치되어 있어 마을 출입은 제한된 장소 이외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다.
브래들리: 입구는 하나밖에 없는 것 같군.
레녹스: 정면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히스클리프: 괜찮을까요……?
아, 아마도……. 그쪽에서 의뢰를 준 거고, 저희가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을 거예요.
어리둥절하면서도 유일한 입구를 뚫고 마을로 들어선다. 순간 도끼와 칼 등의 무기를 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따. 험악한 얼굴로 우리를 에워싼다.
마을 사람: 뭐야, 너희는.
마을 사람: 이 마을에 무슨 볼일이지.
리케 / 히스클리프: …….
갑자기 무기를 겨눠진 리케와 히스클리프는 얼굴을 굳혔다.
파우스트: 우리들은 현자의 마법사다. 사라진 신부의 조사 의뢰를 받고 찾아왔다.
걸어나온 파우스트가 의연하게 대답하자 마을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며 안색을 바꾸었다.
마을 사람: 뭐……!
마을 사람: 마법사라고……!?
그들의 경계는 분명한 적의로 바뀌었다. 거두기는 커녕 더욱 강하게 무기를 움켜쥔다.
네로: 어이어이.
시노: 무슨 일이지?
뜻밖의 상황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사정이 전해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를 완전히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마을 사람: 꺼림칙한 마법사 녀석들……! 우리 마을에서 나가!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앞장서는 파우스트에게 도끼를 들이대려고 했다.
파우스트: …….
레녹스는 말없이 파우스트의 앞을 가로막았다. 커다란 몸집과 침묵의 위압감에 무기를 들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겁을 먹었다.
파우스트: ……레녹스.
레녹스: 봐주긴 하겠습니다.
힐끗 뒤를 보자 브래들리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갑게 웃고 있었다. 다음으로 누군가 무기를 들이받으면 전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일촉즉발의 공기에 작게 숨을 삼켰다.
청년: 잠깐만……! 모두 무기를 내려줘……!
그때, 한 청년이 달려왔다.
청년: 내가 현자의 마법사에게 의뢰를 했어! 사라진 앤을 찾아달라고.
모두의 이목이 일제히 청년에게 쏠렸다. 긴장으로 얼어붙었던 자리가 살짝 풀렸다. 그러나 반대로 마을 사람들으은 격앙되었다.
마을 사람: 엘리엇! 네가 이것들을 불러들인 거냐!?
마을 사람: 하필이면 이 마을에 마법사를……! 무슨 생각이야!
마을 사람들의 호통에 청년은 흠칫 놀란다.
청년: 제멋대로 행동해서 미안하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앤을 찾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사람들의 힘이 필요해.
마을 사람: ……앤의…….
청년: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그러니까 부탁할게……!
그는 무릎을 꿇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온몸에서 간청의 마음이 넘쳐 금방이라도 머리를 땅바닥에 문지를 것 같아.
마을 사람: ……쳇. ……마법사따위를 부르기나 하고. 어떻게 돼도 모르니까.
마을 사람: 여기서 무슨 짓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볼일이 끝나면 얼른 나가.
말을 버리고 마을 사람들은 떠났다. 살벌한 공기가 겨우 멀어져 한숨을 쉰다.
네로: 하아. 무서운 분위기였네.
시노: 실례되는 녀석들이군.
리케: 듣던 대로 이 마을 사람들은 마법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군요. 얄팍한 편견 때문에 갑자기 무기를 들이대다니. 역시 올바른 가르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히스클리프: ……저기,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청년: 아, 아니…….
청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키가 훌쩍 크고 처진 눈 때문인지 얌전한 동물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몹시 긴장했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손을 움직여 침착하게 눈을 헤엄치고 있다. 그것을 달래듯 히스클리프가 말을 꺼낸다.
히스클리프: 저는 히스클리프 블랑셰.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당신이 마법관에 의뢰를 보낸 거죠?
청년: ……블랑셰라니……. 혹시, 명문가인 블랑셰…….?
시노: 맞아. 천하의 블랑셰 가문의 자랑스러운 자제다. 차기 당주의 존안을 잘 받아둬.
히스클리프: 바보, 그만두라고. 죄송해요. 신경쓰지 마세요.
히스클리프의 소개를 듣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청년의 표정이 약간 느슨해졌다.
청년: 설마 그 블랑셰의 아들이 마법사일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지금까지 마법사는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왠지 아닌 것 같아서…….
3화
시노: 어이.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청년: 죄, 죄송합니다……! 이름이 늦었지만 저는 엘리엇이라고 합니다. 일부러 먼 곳에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자의 마법사님들 외에도 블랑셰 가문의 자녀분도 협력해 주시다니……. 매우 영광입니다.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감격을 말하는 그에게 카인이 오른손을 내민다.
카인: 그렇게 황송하지 말아줘. 나는 카인이야. 나야말로 잘 부탁해.
엘리엇: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악수한 손으로 카인이 가볍게 등을 두드리자 엘리엇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잠시 긴장감이 풀린 마당에 네로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네로: 그러다 치더라도 소문 이상으로 살벌하네. 이런 것까지 뿌리고. 마법사를 꽤 싫어하나봐.
어딘가 불편하는 듯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하얀 꽃이 마을 곳곳에 피어 있다. 순간 눈이 쌓인게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다.
시노: 별로 볼 수 없는 꽃이네.
레녹스: 꽤 수가 많은 것 같은데……. 이 촌락에서만 군생하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묘하게 달콤한 냄새가…….
당혹감이 앞서 아까는 깨닫지 못했지만, 독특하고 묵직한 향이 온 마을에 가득하다. 가까이서 약품을 맡는 것과 비슷한 아찔한 향이다.
리케: 기분 탓일까요.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 조금 멍해지는 것 같은…….
파우스트: 이 향 때문이다. 온 마을에 피어있는 이 꽃…….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향기에 약간의 독성이 있어 마음을 무뎌지게 해. 마음으로 마법을 쓰는 마법사에게는 특히 효과가 높다. 대단한 경계 태세로군.
브래들리: 쳇. 성가시네.
브래들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노려보며 발밑의 꽃을 걷어찼다.
브래들리: 이런 눈에 거슬리는 꽃 따위는 태워서 재로 만들면 돼.
네로: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 그렇지 않아도 까다로운 마을이야.
그들이 마법사라고 자칭했을 때 마을 사람들의 과잉 반응. 여기저기 피어나는 마음을 무뎌지게 하는 꽃. 소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이 마을은 마법사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파우스트와 네로는 자기들끼리 임무를 하러 갈 생각이었던 거구나…….)
각오를 하고 있어도 이토록 강한 거절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파우스트도 네로도 이 차가운 공기에 젊은 마법사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의 뒤덮어 뿌옇다. 맑은 하늘은 한동안 바랄 수 없을 것 같았다.
저기……. 왜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마법사를 혐오하고 있는 건가요……?
엘리엇은 겸연쩍은 듯 시선을 떨궜다. 그 몸짓에도 두려움 같은 것이 보인다.
엘리엇: 이 마을은 오랫동안 마법사에게 괴롭힘을 당한 역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마법사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고 저런 반응이 도어버린다고나 할까…….
(괴롭힘을 당한 역사……?)
파우스트: 어쨌든 우선 이번 의뢰에 대해서다. 사라진 신부를 찾아달라는 이야기였지. 일단 확인해보겠지만, 네가 의뢰주라는 것은…….
엘리엇: 네……. 행방불명된 것은 저의 신부입니다. 예정되어 있던 결혼식 전날,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마을 안은 물론 근처의 숲이나 촌락에도 아무리 찾을 수 없어서…….
히스클리프: 전날에……. 결혼식을 눈앞에 두고 있었군요.
파우스트는 조금 말하기 어려운 듯 안경을 밀어 올린다.
파우스트: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가혹할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뭔가 변심을 해서 마을에서 도망쳤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
엘리엇: 그런……. 말도 안 됩니다!
엘리엇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내 깜짝 놀라 동요하듯 눈동자를 흔든다. 그리고 어색한 듯 말을 이었다.
엘리엇: 저희는 매일같이 두 사람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녀도 기뻐 보였고……. 게다가 사라진 것은 아주 잠깐의 일입니다. 마을의 아이들과 놀고 있던 중에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려서…….
엘리엇 씨는 마을을 둘러싼 울타리를 가리켰다.
엘리엇: 보시다시피 이 마을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습니다. 왕래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당신들이 들어온 정면의 문 뿐이죠. 마을의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시노: 달리 나갈 방법이 있다면 울타리를 넘는 것 뿐인가.
브래들리: 저 정도의 높이다. 다리가 꽤 길거나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무리야.
네로: 즉……. 네 신부는 마을 안에서 실종됐다는 이야기인가? 연기처럼.
엘리엇은 흐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가 수수께끼의 실종을 당하면서 단서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 기묘하고 불길한 사건은 작은 마을을 불안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엘리엇: ……그녀가 사라진 후 마을에서는 어떤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이 마을을 지배하던 나쁜 마법사가 되살아나 신부를 낚아챈게 아닌가 라며.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이 마을 사람은 전부 없어지는게 아닌가라고…….
리케: 나쁜 마법사……?
레녹스: 그러고 보니 아까 얘기했었지. 이 마을은 마법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엘리엇: 네……. 이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사악하고 무서운 마법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정도의 일입니다만…….
당시 이 마을에서는 결혼을 앞둔 신부가 실종됐고, 이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여성과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반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수색해도 발견되지 않아 지친 마을 사람들 앞에 마법사 한 명이 나타나 사라진 여성의 머리카락 일부를 보란 듯이 보여줬다.
엘리엇: 무사히 여자아이를 돌려달라고 했더니 말을 들으라고 마을 사람들을 협박했다고 해요. 가족과 연인을 인질로 잡은 채 마을 사람들은 마법사를 거스르지 못하고 오랫동안 노예처럼 괴롭히고 착취당했습니다.
히스클리프: 인질을 잡고 위협하다니……. 비겁한 짓을.
시노: 흉흉한 이야기군.
그러나 이를 견디지 못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여 마법사에게 독을 먹여 퇴치하고 마을은 평온을 되찾았다. 이후 이 마을에는 그때의 공포와 증오가 손톱자국처럼 남아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마법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흰 꽃은 마법사를 퇴치한 후 반입된 것으로, 이후 백 년동안 마을 사람들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그런 일이…….
무기를 겨눈 마을 사람들의 창백한 얼굴빛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혐오 뿐만이 아니라 재앙을 물리치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브래들리: 여기 패거리들에게 마법사라고 하면 그 녀석 같은 악당인 셈이네.
리케: 얼마나 무도하고 악랄한 마법사인가요. 신성한 힘을 써서 사람들을 괴롭히다니,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힘이 있는 자는 자신을 위해 휘두르지 않고 세상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브래들리: 그거야 편리하게 만든 너희들의 룰이잖아.
리케: 브래들리. 나쁜 마법사의 편을 드는 건가요?
브래들리: 그건 외도임에 틀림없지만, 북쪽에서 그런 이야기는 한심한 취급 당하니까. 별로 신기하지도 않아.
리케: 야만적이에요. 북쪽 마법사들의 소행이 나쁜 탓에 다른 나라 마법사들도 오해를 받는 거예요.
카인: 그 정도로 해둬.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네로: 하지만 너, 잘도 마법관에 의뢰를 냈네. 이 마을에서는 마법사에게 의지하는 건 금지수 같은 거잖아.
네로의 말에 엘리엇 씨가 시선을 떨어뜨린다. 마법사인 그들 앞에서 말을 꺼낼 수 있을지 망설이는 것처럼. 하지만 각오를 다한 듯 숨을 몰아쉬더니 작게 고개를 숙인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엘리엇: 물론 주위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저도 저항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돼요. 마법사는 사악하고 횡포하며 우리 인간을 착취하고 존재라고 배워왔고, 부탁을 들어줄 보장도 없으니까요. 설령 들어준다고 해도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지도 몰라.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
엘리엇: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찾는 것에 체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만 초조해 하는 것이 견딜 수가 없어서……. 그녀를 찾을 단서도 방법도 따로 생각나지 않아서 더 늦어질 바에야 제 독단적으로 부탁을 한 거예요. 이 마을에서 어떤 일을 해도 앤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이제 저 뿐이니까…….
앤. 엘리엇 씨가 몇 번이나 언급한 이름이다. 그게 그의 신부의 이름인 것 같다.
4화
레녹스: 그러고 보니 그녀에게 가족은 없나? 다른 마을 사람들은 몰라도 부모나 형제라면 필사적으로 찾을 것 같은데.
엘리엇: 앤은 원래부터 마을 사람이 아니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소품을 파는 일을…….
파우스트: 보따리 장사꾼인가. 들른 땅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이주한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이야기지.
시노: 이주? 일부러 이런 마을에? 호기심이 많군.
히스클리프: 시노. 실례잖아.
시노의 발언을 제압하는 히스클리프의 옆에서 엘리엇 씨가 조금 웃었다.
엘리엇: 아뇨, 이런 외진 마을이니까요. 평소에는 외부인이 마을에 들어오는 일은 드물고. 사실 앤이 이 마을에 들른 것도 보따리 장사가 아니라 사고 같은 거였어요.
그리고 소중한 추억의 페이지를 넘기듯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1젼 정도 전. 마을 아이들이 산나물을 캐러 가던 길에 갑작스러운 폭우로 조난당하고 말았다. 걷기도 쉽지 않은 폭우로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을 포기할 뻔했다고 한다.
엘리엇: 그 아이들을 구해내서 마을까지 데려다 준것이 앤이었습니다. 겨우겨우 걸어왔는지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그녀도 쇠약해져 있어서……. 처음에 그녀와 아이들을 찾은 것이 저였기 때문에 앤의 간병을 명령받았 거든요.
처음에 엘리엇 씨는 마을 밖에서 온 앤 씨를 경계했지만 점차 그녀의 상냥함과 총명함을 깨닫고 끌렸다고 한다. 앤 씨 역시 소박하고 성실한 앨리엇 씨에게 호의를 베풀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이 맞게 되었다.
엘리엇: 외지인에게는 따가운 시선이 가는 땅입니다. 앤이 여기서 사는 것은 처음에 다들 부정적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고, 결코 마을에 폐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제가 설득을 해서 그녀는 이 마을에 계속 있을 수 있게 된 거죠.
브래들리: 헤에, 의외로 뼈가 있네. 그 머리가 굳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다니.
카인: 그 정도로 좋아했던 상대였던 건가.
엘리엇 씨는 수줍게 머리를 긁었다.
엘리엇: 앤은 여행을 해서 그런지 식견이 넓고 박식해요. 하지만 그것을 과시하는 것도 없고, 조심스럽고 상냥하고……. 서로 있으면 안심이 되었어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었어. 저는 옛날부터 소심해서 무언가를 거역할 의지도 없습니다. 그래도 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프로포즈를 받아줬을 때는 죽을 정도로 기뻤는데.
그리고 엘리엇 씨는 눈을 내리깔았다.
엘리엇: 그녀가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릴 줄은 그날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자고 서로 다짐했는데…….
카인 / 리케 / 레녹스: …….
어깨를 숙인 모습은 여리여리하다. 자세히 보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다. 신부가 사라진 후 그는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 몰라.
엘리엇: 평소에는 마법사를 거절해놓고 이럴 때만 의지하다니 제멋대로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기분 나쁘게 헤버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당신들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서…….
히스클리프: …….
고개를 숙이는 엘리엇 씨를 바라보던 히스클리프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흠칫 어깨를 떠는 그에게 히스클리프는 새침한 눈동자를 돌렸다.
히스클리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를 의지해준 당신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엘리엇: ……윽. 부디, 부디 부탁드립니다……!
긴장의 끈이 끊어진 듯 엘리엇 씨는 오열을 터뜨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매달리듯 히스클리프의 손을 움켜쥔다.
엘리엇: 저, 현자의 마법사님들의 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볼게요. 당신들이 가능한 한 비난받지 않도록, 앤을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겠습니다!
어린아이처럼 훌쩍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며 엘리엇 씨는 달려갔다.
브래들리: 결혼 전에 신부가 도망치는 이야기는 드물지 않지만, 남겨진 놈은 불쌍하지.
에?
던져진 말에 놀라 나도 모르게 돌아섰다.
리케: 브래들리. 제대로 이야기를 들었나요?
카인: 도망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엘리엇이 그랬잖아.
흐름을 뒤집는 듯한 발언에 젊은 마법사들도 당혹감을 자아낸다. 브래들리는 겁먹지 않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브래들리: 그런 거 알까보냐. 저 녀석이 마음대로 도망칠 리 없다고 단정짓고 있을 뿐. 여자도 같은 마음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 아니면 자신에게서 도망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일지도 모르지.
네로: …….
리케: 하지만 그녀가 이 마을에서 나가는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레녹스: 그 점은 다시 확인해보자. 마을 사람들의 기억 차이나 정보 부족일수도 있어.
카인: 탐문은 필요하겠지. 신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해. 마을에서 어떤 교제가 있었다든가,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는지.
네로: 일단 신부가 살던 집이라던가 소지품이라던가 그 근처를 조사해 볼까. 사건으로 이어질 무언가가 나올지도 몰라.
파우스트: 글쎄……. 현시점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신중하게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정말 마을에서 나가는 모습을 아무도 못 봤나? 그녀의 발걸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없나? 우선 이 두 가지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지.
효율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갈래로 나뉘게 되었다. 앤 씨의 목격정보를 담당하는 사람은 파우스트, 히스클리프, 레녹스, 리케, 나 이렇게 다섯 명. 앤 씨의 행적에 대한 단서를 찾는 사람은 네로, 브래들리, 카인, 시노 네 명이다. 브래들리는 못마땅해 했지만 내가 그에게 사줄 음식을 한 단계 올리면서 자리가 진정됐다. 지갑은 더 쌀쌀해졌다.
시노: 내가 없는 만큼 히스를 부탁하지.
레녹스: 알았어.
리케: 맡겨주세요.
히스클리프: 모두, 장단 맞춰주지 않아도 되니까…….
브래들리: …….
문득 흰 꽃이 모여 피어 있는 민가의 마당에 브래들리는 성큼 다가와 쪼그리고 앉아 한 송이를 꺾었다. 코를 대는가 하면 눈살을 찌푸리고 바로 버렸다.
브래들리?
브래들리: 역시. 낌새가 흐릿한 건 이 냄새 때문인가.
히스클리프: 낌새라니……?
리케: 뭔가 느껴지나요?
브래들리: 으스스한 마력의 잔향기가 있어. 꽃 냄새 때문에 알기 어렵지만. 마법사를 거부하는 마을인데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아까 인간의 이야기에서 납득이 갔다.
레녹스: ……옛날에 마을을 지배했다는 마법사 말인가.
브래들리: 아아, 아마 그거야. 어쩌면 그 녀석이 죽기 전에 쓰던 마도구나 주술 재료가 이 마을 어딘가에 남아있는 걸지도 몰라.
그것은 안 좋은게 아닌지……? 마을 사람들은 괜찮을까요?
땅과 물건에 남겨진 강한 사념과 기척이 사건과 이변을 초래한 일은 지금까지의 임무에 여러 가지가 있었다. 불안해 하고 있는 도중 브래들리가 코웃음을 치며 내 등을 두드렸다.
브래들리: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아까 말했듯이 백 년 전에 퇴치된 마법사의 선물이다. 낌새는 있지만 마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마도구가 남아 있어도 장난감 정도일 뿐. 내버려 둬도 해가 되지 않아.
파우스트: 그렇다고 조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어. 이 꽃의 냄새는 마법사의 힘을 깎아주지. 무엇보다 이 마을은 좋지 않은 의미에서 마법에 민감해. 분쟁을 피하는 의미에서도 조사 중에는 마법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자.
네로: 현명하네. 마을 사람들을 섣불리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아.
카인: 마법을 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아까 히스가 엘리엇을 격려했던 것처럼.
히스클리프: 에?
카인의 말을 듣고 시노가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시노: 그때 히스가 건넨 한마디에 나약하게 창백했던 신랑에게 생기가 돌아왔어. 최고로 멋있었어. 역시 나의 주인이다.
히스클리프: 아니, 나는 전혀 아니야. 엘리엇 씨 쪽이 훨씬…….
거기서 말을 끊고 생각나는 듯 시선을 떨어뜨렸다.
5화
히스클리프: 각오를 했는데도 무기를 든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강렬한 적의를 느끼고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엘리엇 씨가 말려주셨을 때 안심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의 손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어.
히스클리프는 그때 그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히스클리프: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을 거야. 마법사의 편을 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도. 우리를 감싸기 위해 그자리로 뛰쳐나오는 건 무서운 일이었겠지.
시노: 원래부터 이 마을에 살던 그 녀석 자신도 마법사를 무서워할 테고.
마법사를 의지한 엘리엇 씨 역시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한 사람이다.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씻을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은 마음 속에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도 마법사도 모두 무서웠을 텐데 …….엘리엇 씨는 용기를 내서 저희를 대해주신 거군요.
히스클리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그런데 그건 입에 담기만큼 쉬운 일이 아니에요. 무서움을 알면서도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어. 저는 겁이 많으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솔직하게 멋있어 보여요. 그러니까 앤 씨가 사라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그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빗대듯 히스클리프는 말을 고르며 말했다. 무서운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앞을 두려워하고 내딛는 발걸음이 둔해진다. 엘리엇 씨의 가슴의 떨림과 내딛는 용기를, 히스클리프는 남의 일이 아닌 제 일처럼 받아들였을 것이다.
(히스는 엘리엇 씨를 굉장히 잘 보고 있구나…….)
……엘리엇 씨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헤아려 성실하게 대할 수 있는 히스도 멋있다고 생각해요.
히스클리프: 그, 그런가요? 그런 말을 들으니 간지럽네……. 그래도 감사합니다.
수줍어하는 그에게 나도 약간 쑥스러워져서 똑같이 웃었다.
시노: 저거 봐. 역시 우리를 데리고 오길 잘했지.
파우스트: 아아.
네로: 그렇네.
카인: 좋아. 그렇게 결정됐으면 바로 조사하러 갈까. 한시라도 빨리 신부를 찾아서 식을 올리게 해주자고.
그렇네요.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네로: 알았어. 나중에 만나자.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네로들과 갈라진 우리는 앤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집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마을 주민: 앤을 못 봤냐고? 그날 문 근처에서 하루종일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됐나? 그러면 먼저 실례하지.
마을 주민: 모, 모르겠어요……. 저는 집 안에서 계속 바느질을 해서. 잠깐, 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줘……!
날카롭거나 겁에 질려 있거나 찾아간 곳의 반응은 다양했다. 문을 열지 않은 채 응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개중에는 물론 적의를 숨기지 않는 자도.
마을 주민: 얌전한 척해도 속지 않아. 어차피 이 마을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잖아!
히스클리프: 아뇨, 저희는 그저 이야기를……. ……!
마치 소금이라도 뿌리듯 마을 사람들은 히스클리프에게 흰 꽃을 던졌다.
파우스트 / 현자: 히스!
마을 주민: 성악의 마법사 괴물 녀석……! 빨리 나가!
리케: 저희는 성악의 마법사가 아닙니다 하루하루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힘쓰고 있습니다. 반면 당신의 행동은 예의가 없군요. 회개하세요.
마을 주민: 뭐라고? 마법사가 하는 말 따위는…….
레녹스: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해. 우리는 이걸로…….
리케: 확실히 마법사 중에는 당신들의 마음을 괴롭힌 나쁜 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정직하게 사는 인간 뿐만이 아니라 길을 벗어나는 인간도 있겠죠. 하지만 안심하세요. 인간도 마법사도 제가 전부 구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어리석은 당신도…….
히스클리프: 저, 저기……!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당황한 마을 사람을 남겨두고 허둥지둥 그 집을 떠났다.
파우스트: 정말이지……. 너도 여기가 어떤 마을인지 알잖아. 괜히 자극하면 안 돼.
리케는 축 늘어졌다.
리케: 동쪽 나라에서는 마법사가 드물다고 들었기 때문에 알고는 있지만, 당신들 동쪽의 마법사가 항상 그런 말을 듣고 있다니 생각하니 왠지 분해서……. 네로도 파우스트도 히스클리프도, 시노는 가끔 실례지만 모두 좋은 마법사예요. 그런데도…….
히스클리프: 리케…….
파우스트: 다른 셋은 몰라도 나는 음침한 저주상이다. 네가 감싸줄 만한 좋은 마법사가 아니야. ……하지만 고마워.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리케는 안심한 얼굴이 되어 금방 눈썹을 숙였다.
리케: 신기한 느낌이에요. 가만히 있으려고 주의하고 있었는데, 너무 마음이 술렁거려서…….
레녹스: 꽃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몰라. 저 집 주변은 특히 많았어. 향이 강하게 작용되어 마음이 불안정해진 걸지도 몰라. 이걸 먹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돼.
리케: 쿠키?
레녹스: 현자님도 드세요. 파우스트 님과 히스클리프의 것도 있습니다.
와아, 고마워요.
파우스트: 나도……?
히스클리프: 괜찮아? 레녹스의 간식 같은데…….
레녹스: 아까 네로가 줬어. 인간도 마법사도 단 것을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네로가…….
그러고 보니 출출했던 참이라 고맙게 쿠키를 먹었다. 입안에 소박한 단맛이 퍼져간다.
리케: 맛있다! 이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에요.
나무 열매가 들어있나? 엄청 고소하네요.
다들 표정이 누그러졌다.아까 맛본 쓴맛이 부드러운 단맛으로 덧씌워진 것 같다. 네로들도 지금쯤 마을 어딘가에서 쿠키를 갉아먹으며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몰라.
파우스트: 자……. 조사를 계속하지. 히스, 갈 수 있겠나?
히스클리프: 네, 괜찮습니다. 힘내죠.
정신을 차리고 우리는 조사를 이어갔다. 아까 한 건도 있고, 자세를 취하며 집집마다 돌아다녔지만 그렇게 심한 대우를 받는 일은 없었다.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을 사람들이 많다.
레녹스: 생각보다 말에 응해주시네요.
파우스트: 아아. 처음에 저런 집에 당첨되는 바람에 거의 문전박대를 각오하고 있었는데…….
마을 주민: 그거야, 그렇게 필사적으로 엘리엇에게 부탁받았으니까.
리케: 엘리엇이?
마을 주민: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여기저기 고개를 숙이고 다니고 있어. 그런 걸 보면 뭐. 게다가 우리도 앤에게는 은혜가 있으니까. 그 아이 덕분에 아이들이 살아돌아올 수 있었어. ……이놈아, 방에 들어가있어!
안쪽 문이 살짝 열리더니 순간 어린 얼굴이 들여다보인다. 이내 황급히 문이 닫힌다. 여자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남몰래 이 마을로 시집을 와서 앤 씨의 입장을 은근히 걱정했던 모양이다.
마을 주민: 앤이 없어지고 나서 엘리엇은 자는 동안에도 매일을 찾아다녔어. 이러다 신랑도 어떻게 될까 봐 걱정될 정도로. 그러다가 현자의 마법사에게 힘을 빌리자고 할때 늙은이들이 말렸거든. 그때는 얌전히 따랐는데…….
포기할 수 없었겠지. 그렇게 말하고 여자는 아픈 표정을 지었다.
히스클리프: …….
이후에도 여러 채의 집을 찾아다녔지만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엘리엇 씨가 부탁하러 왔다고 투덜거렸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협력해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앤 씨에게 은혜와 호의를 느끼던 마을 사람들은 말을 들어줬다.
마을 주민: 외지인인 줄 알았는데 상냥해서. 분명 엘리엇과 좋은 부부가 될 거라고 우리 할머니도 칭찬하고 있었는데.
마을 주민: 가끔 아이들에게 글씨를 가르쳐 주곤 했지. 빨리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리케: 대부분의 집을 방문해 보았지만 마을에서 나가는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레녹스: 그녀가 결혼을 망설였다거나 고민했다는 이야기도 없었어. 오히려 마울에 적응했던 것 같아.
네. 엘리엇 씨만 그녀의 편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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